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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 기수

15



 "사실 남쪽의 카락 여덟 봉우리에 묻힌 황금을 찾자는 결정을 언제 내린건지 나도 잘 기억 못한다. 어휴, 어쩌면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들처럼, 어느 술집에서 구제불능한 만취상태에 빠지고 내린 결정일지도 모른다. 다만 나는 어느 나이가 지긋해 보이고, 이빨이 몽땅 빠진 드워프 할배가 '황금'에 관해서 주절거리는 장면을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고,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나의 길동무의 번뜩이는 눈을 뚜렷이 기억한다.


 "어쩌면 나의 길동무는 이렇게 미미한 자극에서도, 자살 기회를 엿보며 가장 험난하고 황폐한 지역을 횡단해야만 하는 성격을 가졌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의 종족의 '황금 열망'의 본능이 그를 몰아치는 것일 수도 있다. 나중에야 내가 알게된 점은, 그 반짝이는 금속은 고대 종족에게 무서우리만치 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어쨌든간에, 제국의 남쪽 경계선을 넘는 여정은 참으로 운명적이었다. 그 운명적이라 함은, 내가 그때 겪은 수많은 만남과 모험, 그리고 끔찍한 결말들이 아직도 내 머릿속에 맴돌고 있다는 뜻이다... "


―――― 나와 고트렉의 여정, 2

저자: 펠릭스 예거(알트도르프 출판사, 2505)

 

16

 

 "신사분들, 저는 정말로 별다른 뜻이 없습니다," 펠릭스 예거가 진심어리게 말했다. 그는 텅 빈 양손을 펼치며 이어 말했다. "제발 숙녀분을 떠나게 해주세요. 제가 원하는 건 딱 한가지입니다."

 

 술에 취한 사냥꾼들은 사악하게 웃었다. "제발 숙녀분을 내버려두세요!" 이들 중 하나는 목소리를 높이 올려 약올리는 듯 펠릭스의 말을 따라했다.

 

 펠릭스는 주변을 둘러보아 도와줄 사람을 찾았다. 몇몇 두꺼운 가죽옷을 입은 산사람들이 있었지만 눈이 술기운에 반쯤 감겨 있었다. 부스스한 머리의 키가 크고 구부정한 주인장은 돌아서서 열심히 술병을 쌓고 있었다. 이들을 제외하곤 손님이 없었다.

 

 사냥꾼들 중에 거구의 한 남자는, 펠릭스를 잡아먹으려는 듯이 쳐다보았다. 펠릭스는 그의 수염에 걸린 기름때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가 입을 열어 말을 꺼내자, 입에서 풍기는 값싼 브랜디의 악취는 심지어 사냥꾼들이 추위를 견디기 위해 몸에 바른 곰 기름의 냄새 마저 억눌렀다. 펠릭스는 미간을 찌푸렸다.


 “어이, 헤프, 여기 도시 사람이 있는군.” 사냥꾼이 말했다. “말을 참 똑바로 말하는데.” 그 헤프라고 불린 남자는 방금 몸부림 치던 소녀를 붙잡고 있었던 테이블에서 일어서서 마주 보았다.


 “그래, 랄스, 말을 참 곱게 하네. 그리고 저 보릿짚 같은 금발도 참 곱고, 나라면 아예 여자애로 보겠는걸.”


 “산에서 내려오니 뭔가 일이 술술 풀리는구먼. 이럴까? 넌 여자애랑 놀고, 난 이 어여쁜 남자애를 가지겠어.”


 펠릭스는 피가 머리에 솟아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그는 점점 화가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펠릭스는 자신의 분노를 미소로 감추었다. 되도록이면 소란을 일으키기 싫었기 때문이다. “자자, 신사분들, 이럴 필요가 없죠. 제가 모두에게 술을 사드릴게요.” 그 말을 듣자 랄스는 헤프에게 고개를 돌렸다. 세번째 남자가 요란스럽게 웃어대었다. “심지어 돈도 있네. 이거 횡재다!”


 헤프가 히죽거렸다. 펠릭스는 거구의 사내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사이에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염병할, 고트렉은 어디 간거야? 왜 자꾸 꼭 필요할 때만 없어지는 것이지? 펠릭스는 다시 랄스를 마주 보았다.


 “, 방해해서 죄송해요. 저는 이만.” 말하는 사이에 펠릭스는 랄스가 잠시 경계를 늦추기를 노렸다. 펠릭스는 랄스가 더 가까이 오기를 기다렸다.

펠릭스는 사냥꾼이 팔을 뻗어 자신을 끌어안으려는 것을 보았다. 거기까지였다. 펠릭스는 눈 깜짝할 사이에 무릎을 랄스의 사타구니 사이로 깊숙히 박아넣었다. 숨이 빠지는 소리가 사내에게서 들려왔다. 랄스는 신음과 함께 쓰러졌다. 펠릭스는 멈추지 않고 그의 수염을 잡아당겨서 랄스의 얼굴이 자신의 무릎과 부딪히도록 하였다.


 이빨이 부서지는 소리가 나고, 사냥꾼의 머리가 뒤로 제쳐지면서 결국 바닥에 나뒹굴게 되었다. 랄스는 숨을 가쁘게 쉬면서 자신의 사타구니를 문질렀다.


 “타알(역주: 인간이 믿는 야생의 신 )의 이름으로, 뭐하자는거냐? 헤프가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 거구의 사냥꾼은 펠릭스한테 달려들어 묵중한 일격으로 펠릭스를 실내 저편의 테이블로 날려버렸다. 펠릭스가 떨어진 테이블의 맥주잔이 넘어졌다.


 “죄송합니다,” 펠릭스는 맥주잔의 주인에게 사과를 하며, 테이블을 들어올려 공격자들에게 던져버리려고 애썼다. 하지만 젖 먹던 힘을 써도 테이블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술 취한 사람이 펠릭스를 보며 악랄하게 비웃었다. “이건 못 들어, 바닥에 못 박았거든. 이런 일 때문에.”


 “알려줘서 감사합니다.” 펠릭스가 말했다. 그 다음 순간, 누군가에 의해 머리채를 잡아채어 테이블로 내리쳐진다. 고통이 두개골 속에서 맴돌았다. 펠릭스의 눈 앞에 검은 별들이 춤추기 시작했다. 얼굴이 무언가에 축축하게 적셔진 기분을 느끼고 펠릭스는 생각했다: 피를 흘리고 있어.

하지만 곧바로 그것은 그저 쏟아진 맥주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 불행 중 다행인 사실을 깨닫고 얼마 안 되어서 다시 테이블로 내리쳐졌다. 마치 아주 먼 곳에서 들리는 것 같은 발걸음이 펠릭스의 귓가에 맴돌았다.


 “, 단단히 붙잡아 둬. 이 녀석이 랄스에게 한 짓에 대해 조금 얘기를 해야겠어.” 펠릭스는 말하는 사람이 헤프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펠릭스는 필사적으로 팔꿈치로 뒤에 있는 켈의 단단한 체구를 마구 갈겼다그러자 그의 머리채를 붙잡고 있던 손아귀가 살짝 약해졌다펠릭스는 용케도 속박을 뿌리치고 그의 적들을 정면으로 마주했다펠릭스는 무기로 삼을 만한 물건은 닥치는 대로 뒤집다 큰 맥주잔을 집어들었다.



17


 거구의 사내 둘이 다가왔다소녀는 이미 떠났다 ―― 펠릭스는 소녀가 나간 문이 다시 닫혀지는 것을 보았다그녀가 도와 달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와중에 헤프는 벨트에서 그의 칼을 뽑아들었다펠릭스의 맥주잔을 들고 있는 손가락들이 꼭 움츠려들었다펠릭스는 힘껏 맥주잔을 켈의 얼굴에 찍었다충격을 받은 사냥꾼의 얼굴은 살짝 비틀어졌지만곧 그는 피를 뱉어내고 백치처럼 웃음을 지으면서 펠릭스를 바라보았다.


 근육에 감싸여 마치 사슬 같은 손가락들이 펠릭스의 손목을 잡았다손목을 쥐는 엄청난 악력에 펠릭스의 손에 들고 있던 맥주잔이 떨궈졌다펠릭스의 필사적인 저항에도 불구하고켈의 초인적인 힘으로 펠릭스는 결국 제압되고 말았다곰의 지방과 체취로 인한 악취가 코를 찔렀다펠릭스는 고함을 지르며 벗어나려고 했지만그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소용이 없었다.


 뭔가 날카로운 것이 그의 목덜미에 다가왔다펠릭스는 내려다보다가 헤프가 칼을 그에게 겨누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펠릭스는 칼에 발린 기름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쇄골 사이로 펠릭스의 핏방울이 굴려내렸다펠릭스는 경직되었다헤프가 지금 하려는 짓은 펠릭스를 모르(역주인간들이 믿는 죽음의 신)의 나라로 보내고 말 것이다.


 “그건 젠장 너무 엿 같았어애야.” 헤프가 말했다. “랄스 이 친구는 너가 그의 이빨을 으스러뜨리게 할 정도로 다정하지는 않았단다그럼 이제 넌 우리가 랄스의 친구로서 뭘 할지 알겠지?”


 “뎌 흐노프링 성애자(역주: 그린스킨 성애자는 아마도 올드월드에서 아주 흔한 욕설인가보다 ) 해끼를 듁여,” 랄스가 헐떡이며 말했다켈은 펠릭스의 팔을 단단히 등 뒤로 고정시켰다펠릭스는 아픔에 신음 소리를 내었다.


 “그려, 응징을 내릴 것이여,” 헤프가 말했다.

 

 “안돼. ” 바 뒤에 있던 상인이 지그시 말했다. “그건 살인이야.”


 “닥쳐파이크누가 너 더러 참견 해달래?”


 펠릭스는 그들이 정말로 그런 짓을 할 것을 알아차렸다취기에 찌들린 폭력성에 그들은 살인을 저지를 충동도 준비되었다펠릭스는 바로 그들의 도화선을 지폈다.


 “사람을 죽인지 참 오래됐네.” 헤프가 말하며 그의 칼을 더 좁혀왔다펠릭스는 찔리는 듯한 아픔을 느꼈다. ”목숨을 구걸할거냐애야?”


 “지옥이나 가라,” 펠릭스가 말했다펠릭스는 이 말과 함께 침도 뱉어주고 싶었지만입은 바짝 말라 있었다무릎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펠릭스는 떨고 있었다그는 두 눈을 지그시 감았다.


 “끝까지 이렇게 나오시겠다도시 애야?” 펠릭스는 켈의 굵직한 웃음소리를 들었다.


 정말 죽을 곳이 하필이면 이런 곳이라니와중에 펠릭스는 해탈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이런 염병할의 회색 산맥의 초소에서 뼈를 묻게 되는구나.

바로 그때한기와 함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그 인간을 다치게 한 사람은 바로 죽는다,” 마치 바위들이 부딪히며 내는 굉음 같은 목소리가 울렸다. “두번째는 어떻게 할지 생각중이야.


 펠릭스는 두 눈을 떴다헤프의 어깨 넘어서 그는 트롤슬레이어고트렉 거니슨을 보았다고트렉은 문가에서 빛을 등지고 우뚝 서있어서 윤곽만이 드러났다그의 땅딸막한 체형에도 불구하고 그의 덩치는 거의 딱 문짝만큼 양 옆으로 벌어져 있었다키는 9살의 아이와 비슷하지만 근육은 거의 건장한 남자의 두배 만큼 튼실했다횃불은 슬레이어의 반라의 몸체에 새겨진 괴상한 문신과 동굴 같은 눈두렁 속에서 이글거리는 눈빛을 비추었다.

 

 헤프는 웃음을 터뜨렸다그리고 돌아 보지도 않고 말했다. “저리가라아니면 너의 친구를 손 봐주고 너도 놔두지 않을테니까.”


 펠릭스는 자신을 붙잡고 있던 손아귀가 다시 느슨해지는 것을 느꼈다켈의 한쪽 손이 펠릭스의 어깨를 넘어 문턱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래?” 고트렉이 말하며 실내로 쿵쿵거리며 걸어왔다그의 거대한 주황색 머리카락에 쌓인 눈을 털어내기 위해 고트렉은 힘껏 머리를 흔들었다그의 오른쪽 귀와 코를 잇는 사슬이 반짝거렸다. “그럼 내가 널 끝장내기 전엔 넌 계집 같은 엘프처럼 노래할거다.” 헤프는 다시 웃음을 터뜨리고 뒤로 돌아서서 고트렉을 마주 본다그리고 그의 웃음 소리는 점점더 잦아들더니 충격의 기침소리로 바뀌었다.


 그의 안색이 삭 없어지면서 마치 시체처럼 하얗게 되었다고트렉은 그런 헤프에게 빠진 이가 보일 정도로 씨익 웃었다그리고 그의 엄지 손가락을 그의 망치 같은 손아귀에 쥐여진 거대한 양손 도끼의 날에 그었다피가 주르륵 흘러내렸지만 드워프는 그저 더 큰 웃음을 지을 뿐이다헤프의 손에 들려있던 칼이 바닥에 떨궈졌다.


 “우린 다툼을 원하지 않아,” 헤프가 말했다. “특히 트롤슬레이어랑은.”

 

18


 펠릭스는 헤프의 결정을 나무라지 않는다누구도 파멸을 원하는 광전사 집단의 일원과 싸우고 싶지 않을 것이다고트렉은 그들을 곁눈질하더니도끼의 끝자루를 바닥에 내리쳤다그리고 펠릭스는 켈이 주의가 분산된 틈을 타서 벗어났다.


 헤프는 마치 공포에 질린 듯 말했다. “이봐우리는 다투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우린 그냥 좀 오락거리나 하는거야.” 고트렉이 사악한 웃음 소리를 내었다. “개인적으로 말야너의 오락에 관한 생각이 매우 마음에 들어나도 그 오락에 껴 주라.” 트롤슬레이어는 헤프에게 다가섰다펠릭스는 랄스가 서서히 고트렉이 정신 팔린 사이에 기어서 도망치려는 것을 눈치 챘다하지만 곧 고트렉의 부츠가 랄스의 손을 짓밟았다랄스에게는 불행한 밤이군펠릭스는 미소를 지으며 생각했다.


 “어디 가는 거야니 친구들이랑 같이 있지 그래. 21이면 불공평 하잖아.”


 헤프는 한심하게 항복했다. “우리를 죽이지 마시오,” 그가 애원했다그사이에 켈은펠릭스와 가까운 곳으로 다시 슬금슬금 다가왔다고트렉은 헤프의 정면에 다가섰다슬레이어의 도끼날이 헤프의 목덜미에 다가섰다펠릭스는 도끼에 새겨진 룬이 불빛에 번들거리는 것을 보았다..


 천천히고트렉은 고개를 저었다. “뭐가 문젠데너흰 3명이야아까는 이 인간을 상대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 너희들의 간덩이는 어디갔나?” 헤프는 얼빠진 표정으로 끄덕였다그의 얼굴은 완전히 울음이라도 터뜨릴 것만도 같았다그의 눈에서 펠릭스는 드워프에 대한 그의 본능적인 공포심을 볼 수 있었다그는 이제 기절하기만 남았다.


 고트렉은 문을 가리키며 윽박질렀다. “꺼져난 너희들 같은 겁쟁이의 피로 나의 도끼를 더럽히지 않겠다!” 사냥꾼들은 꽁지 빠지게 문턱을 향해 줄행랑쳤다펠릭스는 소녀가 문턱에서 황급히 그들을 피해 옆으로 물러서는 것을 보았다그리고 그녀는 그들이 떠난 후 문을 닫았다.

고트렉은 펠릭스를 힐끔 보며 핀잔을 주었다. “내가 자연의 부름에 호응을 할 겨를에 금새 말썽을 피우는게 말이되는가?”


 “어쩌면 제가 당신을 호송해야 할지도 모르는 군요.” 펠릭스가 소녀가 다치지 않았는지 확인하며 말했다그녀는 갸녀린 체형에 크고 검은 눈을 가졌다그는 거친 서든란트제 가죽 망토를 두르고 있었고 방금 무역소에서 거래한 물건을 품 속에 꼭 안고 있었다그녀는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이 웃음은 그 창백하고 초췌한 얼굴을 아름다움으로 만들어놨어라고 펠릭스는 생각했다.


 “어쩌면이죠너무 큰 소란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그보다 중점은, ” 펠릭스가 말했다. “밖에서 그 불순한 무리들이 떠나지 않았을 지도 모릅니다.”


 “글쎄요친구분 덕분에 겁에 질린 것 같은데.”


 “그럼 제가 그 약초들을 대신 들고 있죠.”


 “마님이 제가 가져오라고 특별히 당부하셨어요이것은 동상을 치료하는 것에 쓰일 약초들인데저는 제가 들고 있는게 마음에 편할거에요.”

펠릭스는 어깨를 으쓱했다그들이 밖으로 걸어 나가자마치 구름을 내뿜는 것처럼 내쉰 숨이 김이 서렸다밤 하늘에 비춰 보니 회색 산맥은 마치 거인의 실루엣처럼 아른거렸다두개의 달이 각자 두개의 산봉우리에 걸터앉으니마치 하늘에 수 놓인 섬들이 그림자의 바다를 헤엄쳐 다니는 것 같았다.

 

 그들은 무역소를 에워싼 지저분한 판자촌을 가로질러 갔다그러자 펠릭스는 불빛을 볼 수 있었고가축들의 울음소리와 말들의 발굽이 땅을 치는 소리도 들렸다그들은 이제 막 수많은 사람들이 갓 도착한 야영지에 들어선 것이다.


 메마르고 수척해 보이는 병사들이 입고 있는 상의에 웃고 있는 늑대의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그들은 야윈 소들이 이끄는 우마차들을 호위하고 있었다농민의 옷을 입은 마부가 펠릭스를 쳐다보았다마부 옆에 앉은 여자들은 모두 메마른 체형에 숄과 스카프를 둘러 생김새를 제대로 볼 수 조차 없었다가끔 아이들이 우마차의 꼭대기에서 빼꼼히 고개를 내미어 그들을 쳐다보기만 할 뿐이다.


 “무슨 일이죠?” 펠릭스가 물었다. ”보아하니 마을 전체가 옮기려는 모양이네요.” 소녀는 우마차들을 훑어보고펠릭스를 향해 돌아섰다.


19


 “저흰 고트프리드 폰 데힐의 백성들이에요. 영주님을 따라서 망명길에 올랐죠. 변경백(역주: 보더 프린스)의 영토로요.”


 펠릭스는 잠시 북쪽을 향해 눈길을 뻗었다. 더 많은 마차들이 길을 따라 오고 있었다. 행렬 뒤에는 우마차 마저도 없어 걸어오는 난민들이 보였다. 그들은 자신의 조그마한 보따리를 마치 아라비의 모든 금화라도 담았는 듯 애지중지하게 꼭 움켜쥐고 줄지어 걷고 있었다. 펠릭스는 영 아닌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렇다면 당신들은 블랙파이어 패스를 지나가야 합니다.” 펠릭스가 말했다. 펠릭스와 고트렉은 지하에 있는 오래된 드워프의 통로를 지나서 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이동할 때를 놓쳤어요. 첫번째 눈보라가 이미 그곳을 뒤덮고 있을 겁니다. 그 길은 여름에만 통행 가능합니다.”


 “저희 영주님은 올해까지 제국을 떠나라는 명령을 받았어요.” 그녀는 방향을 돌려 이제는 바람을 막기 위해 둥글게 세워진 우마차들 사이로 걷기 시작했다. “비록 적절한 시기에 출발을 했지만, 예기치 않은 사고들 때문에 지체되었죠. 대로를 따라 오던 중 산사태 때문에 많은 인명도 잃었어요.”


 소녀는 잠시 멈춰 서서 비탄하는 표정을 지었다.


 “몇몇은 이게 ‘폰 데힐의 저주’라고 불러요. 남작이 절대로 벗어날 수 없는 저주.”


 펠릭스는 그녀를 따라나섰다. 불 위에 조리 도구들이 몇몇 놓여있었다. 그중 거대한 가마솥에서 증기가 뭉게뭉게 피어 올랐다. 그것을 가리키며 소녀가 입을 열었다.


 “마님의 가마솥입니다. 곧 약초를 확인할 거에요.”


 “혹시 마님이 마녀입니까?” 펠릭스가 물었다. 소녀는 그를 심각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아니요, 나으리. 마님은 엄연히 자격증을 소유하고 계신 마법사입니다. 미든하임에서 수련을 했었죠. 남작님의 마법 분야 고문이에요.”


 소녀는 신비로운 문양이 그려진 거대한 이동식 주택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녀는 계단을 올라가더니, 문고리에 손을 올리고 펠릭스에게로 돌아서서 말했다.


 “도와줘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한발짝 다가가서 펠릭스의 뺨에 입맞춤을 하고 문을 열러 돌아섰다.


 “잠시만요,” 펠릭스는 손을 그녀의 어깨에 살포시 얹으며 말했다. “방명을 여쭈어 봐도 괜찮을까요?”


 “커스틴이에요,” 그녀가 답하였다. “나으리의 성함은요?”


 “펠릭스입니다. 펠릭스 예거.”


 그녀는 마지막으로 그에게 웃음을 짓고 마침내 실내로 들어갔다. 펠릭스는 얼빠진 표정으로 닫힌 문을 한참 동안 응시했다. 그리고, 마치 바람을 타고 다니는 듯한 기분으로, 무역소로 유유히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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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쳤냐?” 고트렉 거니슨이 거절했다. “방랑 중인 귀족과 그의 헝겊 투성이의 피난민들이랑 같이 여행하자고? 뭐 하러 왔는지 아직 기억하고 있는 거야? ” 펠릭스는 주변을 돌아보며 듣는 사람이 없는지 확인했다. 누가 엿들을 것 같지는 않아, 펠릭스는 생각했다. 그럼에도 그와 트롤슬레이어는 맥주잔을 들고 가장 어두운 구석으로 옮겨갔다. 몇몇 취한이 아직 널브러져 있었고 가끔 드워프의 존재에 대해 호기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펠릭스는 꿍꿍이가 있는 듯이 바짝 다가서며 말했다. “근데 이것 봐, 우린 일단 변경백 쪽으로 가고 있고, 그들도 마찬가지야. 우리가 같이 가면 더 안전해 질 수 있어.” 고트렉은 펠릭스를 위험한 눈빛으로 노려보았다. “내가 길에서 위험을 만날까 두려워 할거 같냐?”


 펠릭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말이 아니잖아. 내 말은 우리의 여행을 보다 편이하게 만들 수 있는데다가, 만약에 남작이 우리를 용병으로 고용했을 경우 보수도 받을 수 있잖아.” 돈 얘기가 꺼내지자 고트렉의 얼굴이 밝아졌다.


 드워프는 정말로 돈을 밝혀, 펠릭스는 마음속으로 말했다.


 고트렉은 골몰히 생각에 잠기더니, 다시 고개를 저었다. “아냐. 만약에 이 남작이 추방 당했더라면 무슨 죄를 지은 것이겠지. 어쨌든 그가 내 황금에서 멀리 떨어졌음 좋겠는 걸.”


 그리고 머리를 낮추고 초인적인 속도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 보물은 우리거야. 너랑 나. 물론 대부분은 내 몫이지만, 대신에 쌈박질은 거의 내가 다 하잖아.” 


 그 말을 듣고 펠릭스는 웃음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애써 참았다. 황금 열망에 사로잡힌 드워프보다 더한 것은 없다.


20


 “고트렉, 아직 보물이 있는지도 모르잖아. 우린 그저 어느 치매기 있는 늙은 탐사자의 카락 여덟 봉우리의 금고를 봤다는 술주정을 듣고서 무작정 가는거야. 파라그림은 심지어 자신의 이름도 기억하지 못 했는걸.” 


 “이봐 인간, 파라그림은 드워프다. 그리고 드워프는 금화에 관한 일이라면 절대로 잊지 않아. 너네들 종족의 문제가 뭔지 알아? 바로 나이 많은 사람들에 대한 예의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들은 파라그림 같은 드워프에 존경심을 갖고 대한다. ”


 “그래서 그 모양이 된 거군.” 펠릭스가 투덜거렸다.


 “뭐? 뭐라고 했어?”


 “아무것도 아냐. 이것만 대답해 줘. 왜 파라그림은 자신이 그 보물을 찾으러 가지 않는거야? 18년이나 지났잖아.”


 “왜냐하면 그는 거기로 갈 만한 형편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


 “그냥 쩨쩨하다는 말인 거 같은데.


 “맘대로 이해하라, 인간. 게다가 그는 다쳐서 불구가 되었다. 그리고 누구도 믿을 수 없게 되었지.”


 “그럼 왜 너한테 말한건데?”


 “내가 믿음직하지 않다는거냐?”


 “아니. 내 생각에는 그가 단지 너를 곤경에 빠뜨리게 하려는 것 같아. 그냥 이런 이야기로 너를 여관에서 나가게 유도한 거야. 너가 걸려들 줄 알고 세계에서 가장 큰 트롤이 지키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보물에 관한 이야기를 지어낸거야. 이걸로 너를 그의 맥주 창고에서 수천 마일을 떨어뜨리게 만든 것이지.”


 고트렉이 수염을 떨 성을 내었다.


 “난 그 정도로 바보가 아냐, 인간. 파라그림은 그의 모든 선조들의 수염을 걸고 이야기가 진실임을 맹세했다.”


 “그리고 드워프들은 절대로 맹세를 깨뜨리지 않지?” 펠릭스가 짜증난 소리로 말했다.


 “뭐, 극히 드문 상황만 빼면,” 고트렉이 수긍했다. “하지만 이 맹세는 그런 상황이 아니야.” 펠릭스는 이렇게 말해봤자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고트렉은 이야기가 사실이기를 바랬고 그것을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마치 사랑에 빠진 남자 같군, 펠릭스가 생각했다. 자신과 황금 사이에 놓여진 보이지 않는 방벽을 모르고 있어. 고트렉은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드워프는 토롤이 지키는 금고의 환상에 푹 빠져 있었다. 펠릭스는 비장의 카드를 꺼내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이제 우리가 걸어갈 필요가 없는 뜻이기도 하지.” 펠릭스가 말했다.


 “엥?” 고트렉이 이상하다는 듯이 반문했다.


 “만약에 우리가 남작이랑 계약을 체결하면, 마차 하나 정도는 빌려 탈 수 있을 거야. 항상 발이 아프다고 불평했잖아. 너의 발에게 휴가를 주자고.”


 “잘 생각해 봐.” 펠릭스는 더 매혹적인 제안을 이어갔다. “돈도 받고 발도 안 아파지는 거야.” 고트렉은 다시 마음이 흔들리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동의할 때까지 나를 괴롭힐 생각이군. 좋아, 단지 조건 하나가 있어.”

 

 “말해봐, 뭔데?”


 “우리가 하려는 것에 관한 이야기는 일절, 누구에게도 하지 말 것.”


 펠리스는 동의했다. 고트렉은 눈썹 한쪽을 치켜세우며 짓궂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리고 내가 너가 왜 이렇게 아등바등하게 남작이랑 같이 가고 싶어하는 걸 모를 줄 착각하지 마라.”


 “그건 무슨 뜻이지?”

 

 “아까 너랑 같이 있던 그 계집한테 반했지? 그치?”


 “아냐.” 펠릭스가 씩씩거리며 부정했다. “대체 무슨 근거로 그런 생각을 하는 건데?”


 그 말을 들은 고트렉이 박장대소를 했다. 몇몇 취한이 소음에 깨어났다.


 “그럼 넌 무슨 근거로 얼굴이 새빨게졌냐, 인간아?” 고트렉이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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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펠릭스는 수소문 끝에 남작의 군사 총괄의 거처를 찾았다.


 “들어오시오.” 펠릭스가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대답해왔다. 펠릭스가 문을 열자 곰의 지방의 악취가 진동했다. 펠릭스는 즉시 검의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21


 실내에는 5명의 남자가 있었다. 3명은 펠릭스가 만났던 사냥꾼들이었다. 다른 한 명은 잘 생긴 청년이었는데, 비싸 보이는 옷을 입고 전사 귀족풍으로 머리카락를 짧게 잘랐다. 또다른 한 명은 훤칠하고 강인한 인상에 사슴 가죽 갑옷을 입고 있었다.


 그는 피부가 거멓게 타였고 은발이 섞인 머리칼임에도 불구하고 20대 후반처럼 보였다. 그는 등에 검은 깃이 달린 화살들이 꽂아져 있는 화살통을 매고, 옆에는 강력한 장궁이 놓여져 있었다.


 그리고 이 둘은 뭔가 혈연 관계가 있는 것 같은 유사점이 있었다.


 “파로 뎌 댜식블입니바,” 랄스가 성하지 않은 입을 움직이며 말했다. 그러자 그 둘은 서로 표정을 주고 받았다.


 펠릭스는 조심하게 그들을 바라보았다. 잿빛 머리의 남자는 그를 세심하게 관찰하며 실력을 가늠질하고 있었다. 


 “그래서 당신들이 우리의 길잡이의 이빨을 부서버린 사람들이군.” 그가 말했다.


 “길잡이요?”


 “그렇소. 만프레드와 나는 가을에 이들을 고용하여 벼락강을 따라 저지대를 통과하기에 길을 안내 받기로 했소.”


 “저들은 산사람들입니다.” 펠릭스가 말했다. 그는 시간을 벌어 자신이 처한 곤경의 크기를 추측해야만 했었다.


 “저들은 전문 사냥꾼입니다.” 세련되게 입은 청년이 문명적인 억양으로 대꾸했다. “저지대는 그들의 놀이터에 불과하죠.”


 펠릭스는 손을 펼쳐 말했다. “몰랐습니다.”


 “무언 일로 왔소?” 남자가 물었다.


 “일을 찾고 있습니다. 용병 일 말입니다. 그래서 남작님의 군사 총괄을 찾고 있었습니다.”


 “그럼 나를 찾고 있었군.” 회색 머리의 남자가 말했다. “디터 하오. 남작의 삼림 총감독관, 수렵 총괄이기도 하오.”


 “저의 삼촌의 영지는 불행한 일을 겪었습니다.” 청년이 말했다.


 “여기는 만프레드, 벤란트 지방의 영주, 고트프리드 폰 데힐의 조카이자 계승자이오.”


 “’전’ 영주이죠.” 만프레드가 정정하였다. “여선제후 엠마누엘이 진정한 범인을 처벌하기 보다는 저의 삼촌을 처벌하기를 결정했을 때부터죠.” 그는 펠릭스의 놀란 표정을 발견하고 덧붙였다. “신앙의 문제입니다. 저희 가문은 북쪽 계통이라 울릭의 뜻을 따르죠. 그리고 다른 모든 남쪽 이웃들은 모두 독실한 지그마교입니다. 그리고 지금 같은 불행한 시대에 이는 완전히 그들의 침략 행위를 정당화할 수 있는 이유가 됩니다. 더군다나 그들이 여선제후 엠마누엘의 사촌들이라서, 우리는 전쟁 행위로 인해 추방 당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그는 역겹다는 듯이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게 바로 제국식 정치라는 거죠?”


 디터는 어깨를 으쓱하고 사냥꾼들에게 돌아섰다. “잠시 밖에서 기다리시오.” 그가 말했다. “잠시 이 신사분과 대화를 나눠야 할 듯 싶소. 그리고 성함이 …..?”

“예거입니다. 펠릭스 예거.”


 사냥꾼들이 그를 지나쳐 나갔다. 랄스는 펠릭스한테 원한이 가득 찬 눈빛을 쏘아 보냈다. 펠릭스는 그의 핏발 선 눈을 정면으로 마주 보았다. 두 사람의 눈빛은 한동안 치열하게 맞서야만 하였다. 마침내 사냥꾼들이 자리를 떠나고, 오직 곰 지방의 악취만 남겼다.


 “적을 세운 것 같군요.” 만프레드가 말했다.


 “신경 쓰지 않습니다.”


 “쓰는 것이 좋을 것 싶소, 예거 씨. 이런 자들은 원한을 품을 마련입니다.” 이번엔 디터가 말했다. “자, 고용을 원한다고 하였소?”


 펠릭스가 끄덕였다. “저의 동료와 전 ― ”


 “트롤슬레이어 말이오?” 디터가 눈썹 한쪽을 추켜올렸다.


 “네, 고트렉 거니슨이라는 자입니다.”


 “만약에 일을 원한다면, 당신들은 이미 얻었소. 변경백의 영지는 충돌이 많은 곳이고 2명의 전사들은 꽤나 큰 도움이 될 수 있소. 다만 우리는 충분한 보상을 줄 수 있는 처지가 아니오.”

 

 “저의 삼촌의 형편이 그닥 좋지 않아서 말이죠.” 만프레드가 해명을 했다.


 “우리는 침대, 거실과 마차만 주어진다면 만족합니다.” 펠릭스가 말했다.


 디터가 웃음을 내었다. “우리도 만족하오. 당신들은 우리와 함께 갈 수 있소. 그리고 우리가 공격 당하면 싸워야 할 것이오.”


 “그럼 고용된 것입니까?”


출처 :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warhammer&no=1817415&page=1&exception_mode=recommend&search_pos=&s_type=search_all&s_keyword=%EA%B3%A0%ED%8A%B8%EB%A0%89

햄갤 fjaoief님과 그의 유지를 이어받은 Gotrek님의 번역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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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2님의 번역 펌. 올드월드다운 이야기.


출처 :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warhammer&no=1821858&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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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warhammer40k.wikia.com/wiki/Battle_of_Helsreach


출처 2 : Helsreach_-_Aaron_Dembski-Bowden




헬스리치 전투 : 불의 방문

아마게돈 지표면 위에서 전쟁이 활활 타오르는 동안,

궤도 위 우주 전쟁은 사실상 거의 완벽하게 중단된 상태였습니다.

이는 침략 초기에 펼쳐진 우주 전투가 사실상의 패배로 끝나며, 임페리얼 네이비 및 아스타르테스 함대 연합군들이 어쩔 수 없이 퇴각하였기 때문이였으나,

이것이 곧 그들이 이 행성을 포기했음을 의미하는 바는 아니였으니,

해군 제독 파롤과 하이 마셜 헬브레트의 공동 지휘 아래 제국 함대 측은 포위 공격을 받고 있는 이 가련한 행성 인근 지역들로 워프 통신을 계속 전파하였으며,

동시에 외계 함대의 가장 취약한 부분들을 집요하게 습격함으로써 그린스킨들에게 피해를 주고 후퇴하는 전술을 반복해왔습니다.

물론 오크 함대를 전면전에서 상대한다는 것은 불가하였으며,

그렇다고 어떤 확실한 방법으로 행성에 계속 추가 지원을 보내는 것도 가망이 없었으므로

결국 이런 식으로 오크 군세들을 마모시켜가는 공격과 지원 정도에만 의지할 수 밖에 없었지요.


...

전쟁에 휩싸인 행성.


침략자들의 포위 공격에 시달리고 있는 도시들은 심지어 궤도에서조차 마치 검게 타버린 누더기들마냥 육안으로 식별 가능할 정도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행성 공습이 2번째 달에 접어들려는 이 시점에서,

아마게돈의 대기는 불타는 하이브들이 토해내는 짙고 독한 매연으로 가득했다.


헬스리치는 더 이상 온전한 도시라고 보기에도 힘들었다.

하이브의 마지막 남은 온전한 구역들이였던 항구들이 기습 속에 화염에 뒤덮히자,

도시는 불타오르는 정유 정제소들이 만들어낸 검은 장막에 뒤덮혔다.


하이브의 척추, 헬의 고속도로는 이제 도시에 드러누운 부상당한 이무기나 다름 없었다.

그 피부는 섬광과 어둠의 반점들로 얼룩덜룩했으니,

곧 전투가 끝난 지점들은 창백한 회색빛이였으며

그 위에 남겨진 것이라곤 차갑게 식은 전차 잔해들 뿐이였다.

전투가 여전히 치열하게 벌어지는 곳들은 아직 검게 뒤덮혀 있었으니,

스틸 리젼의 기계화 병단이 침략자 외계인들의 쓰레기 전차들과 치열하게 맞붙고 있었다.


도시 성벽은 절반 쯤 함락된 상태였다. 사실상 고대의 유적이나 다름 없을 정도였다.

하이브의 절반 또한 몰락하여, 패배하여 전사한 이들의 침묵만이 감돌고 있다.

나머지 절반은 제국측이 여전히 사수하고 있었지만,

시간 단위로 전투 속에 불타오르며 감소하고만 있을 뿐이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37번째 날의 아침 해는 지평선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



허나, 뜻 밖에 지원군이 헬스리치를 찾아오게 되었으니,

이는 곧 챕터 마스터 투'산이 이끄는 샐러맨더 챕터였습니다.

당시 그들은 행성의 헴록 강가에서 오크 병력들에 맞서 싸우고 있었는데,

샐러맨더의 챕터 마스터는 헬스리치가 겪고 있는 곤경과 도시 거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희생을 감내하는 블랙 템플러 측의 용기에 대한 소식을 듣고는 큰 감명을 받았으니,

곧 그는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하이브로 지원 병력들을 파견하여

챕터의 아스타르테스 전사들로 하여금 그들을 돕게끔 지시하였습니다.

더욱이, 앞서 언급한 게릴라식 해상 전투간 샐러맨더 챕터의 스트라이크 크루져선 1대가 행성 근처에까지 잠시나마 도달할 수 있게 되었고,

헬스리치의 사령부에 항구 지역의 대공화망을 잠시 멈출 것을 지시한 샐러맨더 측은

곧 드랍 포드들과 썬더호크 건쉽들을 쏟아내며 도시 안전 구역에 샐러맨더 형제들을 전달해 주었습니다.


...

한 척의 함선.

'이무기'

해록색에 회흑색으로 도색된 그 함선은 마치 신화 속 용과 같은 움직임으로,

다른 제국 전함들이 오크 침략자들에게 게릴라 공습을 가하는 동안 기민한 움직임으로 그 사이를 파고들며 행성에 접근했고,

그렇게 행성을 둘러싼 외계인 순양함들의 봉쇄망을 뚫고 궤도 근처까지 접근하는데 성공했다.

적 함대의 화망 포화 속에, 그 함선의 방어막들은 번쩍이다 이내 사라지며 선체에는 불이 붙기 시작하였지만

함선의 목표는 전투가 아니였으니,

곧 그 아스타르테스 함선은 대공망까지 접근하여 곧 드랍 포드들과 썬더호크 건쉽들을 그 강철의 복면 아래 쏟아내기 시작했고

그들은 아래 지상을 향해 거침없이 쏟아졌다.


목표를 다한 '이무기'호는 다시 우주에 펼쳐진 전장을 향해 돌아갔다.

함장은 그가 사랑해 마지않는 함선의 죽음을 알리는 피해 보고들을 보며 이를 갈았으나,

챕터 마스터께서 내리신 임무를 위해 죽는다는 것에 한치의 회한이나 수치는 없었다.

가장 존귀하신 분이 내리신 명령들이였으므로.

가장 존귀하신 분. 저 아래 행성에서 다른 형제들과 함께 몸소 수백의 영광을 세우고 계신 우리의 챕터 마스터.

그 분께서 이 위험을 감내하라 명하셨으므로,

그리하여 지원군들이 아마게돈 행성에 투입되었다.

투'산, 불에서 태어난 자들의 군주. 그리고 이 함선은 그 분의 의지를 다 하였노라.


허나 '이무기'호의 최후는 여기에서 맞이할 것이 아니였다.

뚱뚱한 오크식 구축함들이 아스타르테스 전함을 파괴해나가는 와중에, 우주에서 거대한 검은 함선 한 대가 나타나 그들을 그림자 속에 먹어버렸다.

그 함선은, 샐러맨더의 공습순양함보다 훨씬 거대한 그 함선은 압도적인 측면 포망을 통해 적 공격선들을 순식간에 가루로 만들어내며,

이무기호가 적의 봉쇄망을 두번째로 회피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었다.


그 두 함선은 그렇게 봉쇄망에서 벗어났다.

이무기함의 함장은 곧 기도와 함께, 함교 내 통신장교를 호출하고 이렇게 말하였다.


'영원한 성전' 측에 이 메세지를 보내주게,' 그가 말했다.


'우리 챕터를 대표하여 가장 깊은 감사 인사를 보낸다고.'


영원한 성전측의 대답은 거의 즉시적으로 돌아왔다.

그것은 하이 마셜 헬브레트의 목소리였다.


'감사해야할 쪽은 우리 블랙 템플러들이네, 샐러맨더 형제들'



(중략)


내 크로지우스가 외계인 한 놈을 터트렸다.

다른 한 놈이 다가오자, 나는 그 놈의 가슴팍을 차버린 다음 몽둥이를 휘둘러 그놈의 머리통을 부셔버렸다.

3번째 놈은 플라즈마의 염화 속에 죽어버렸으니,

백열로 타오르는 고온 속에 구멍이 뚫리며 쓰러졌다.

역겨운 재의 냄새와, 시든 외계인의 잔해가 놈의 다른 짐승 동료들을 향해 날아갔다.


너무 많군.


우리들에게도, 너무 많은 상대였다.

나는 불타는 거리들을 타고 사방으로 피신 중인 인간 가족들을 잠시 바라보았다.

그들은 저 흉적 무리들이 우리들에게 그 분노를 토해내는 동안 무사히 도망칠 수 있으리라.

수 명의 민간인들이 적 놈들의 쓰레기 전차들이 측면 포문으로 쏟아내는 탄막에 걸려 쓰러졌으나,

더 많은 생존자들이 비록 안전하지 못한 죽어가는 도시의 미궁 속일지언정 살아서 내려가고 있었다.

아마 이 전쟁 이전이였더라면, 난 이러한 것을 승리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분노와 고통 에 잠긴 비명과 함께, 네로가 그의 복부에 박힌 오크놈의 도끼칼을 뽑아내서 던져버렸다.

그것을 보며 내가 느낀 안도의 감정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왜냐하면 곧 쏟아질 오크 놈들에 의해 그는 다시 일어날 새도 없이 최후를 맞이할 터였으니까.


(중략)


'기사님들 몇 분이 보이는구먼,' 안드레즈가 말했다.


'모두들, 총 장전하고 준비해두라고.'


'얼마나 많습니까?' 마게르누스가 물었다. '기사님들은 얼마나 많습니까?'


'4명, 아니, 5명이네. 1명은 부상으로 누워 있군. 적들은 30마리에, 아마 리만 러스였던걸로 보이는 3개 적 전차가 보이는군.

이제 더 이상 말하지 않겠네. 다들 조준해.'


빌딩 폐허 위에서, 스톰 트루퍼가 사격을 개시했다, 그의 눈부신 레이져 광선을 따라 다른 노동자들도 사격을 개시하기 시작했다.

단단한 손들에 들린 라스건들이 불을 뿜으며,

렌즈들에서 치명적인 에너지가 발사되며 아래의 도로 위로 쏟아져내렸다.

그 광선들은 오크 놈들의 어깨들, 다리들과 등짝들과 팔들을 마구 관통했으니,

그들은 오크 놈들이 그 흉악한 시선들을 기사들에게서 돌려, 창고 지붕 위에 엄폐 중인 병사들로 향한 다음 총탄을 마구 쏟아내기 전까지

대략 3번 정도의 사격을 가해냈다.


'다들 숙여!'


(중략)


스톰 트루퍼는 적의 화망을 피해 도주하기 전, 그의 마지막 남은 부착 폭탄을 풀었고,

타이머를 대략 6초 정도로 쟁여두었다.

그리고 힘껏 소리지르며, 안드레즈는 그것을 도로 위 전차들 방향에 집어던졌다.

그것이 대략 1/2초 정도에 폭발하며 선두 전차의 포탑 부분을 날려버렸고,

오크에게 더렵혀진 전쟁 기계는 소음과 화염 속에 폭발하였다.

그러는 사이 기사들은 나머지 두 전차들을 모두 처리할 수 있었다.


'돌아가!' 스톰 트루퍼가 낄낄 웃었다. '지붕으로 돌아가자!'


'뭐가 그리도 웃깁니까?' 항구 노동자들 중 한 명, 자셀이 붕괴 중인 지붕 끝자락에서 안쪽으로 몸을 굽히며 불평했다.


'저들은 그냥 기사들이 아니야.' 그가 진솔하게 웃었다.


'우리가 방금 구한건 리클루시아크였다고. 이제, 다들 빨리 모여봐, 이제는 도로로 내려갈 시간이야.'


'안녕하십니까, 리클루시아크,' 안드레즈가 말했다. 그는 다 소모된 헬건을 그의 어깨 위로 걸고 있었다.

그는 어쩌면 이런 식으로 걸어두는게 그를 제법 간지나고 캐쥬얼틱하게 보이게 만들어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그는 기껏해야 그나마 멋진 항구 노동자처럼 보일 뿐이였다.


'블랙 템플러들이 그대들에게 감사를 표하겠다, 스톰 트루퍼, 그리고 그대와, 다른 헬스리치 항구 노동자들 전부에게.'


'마침 좋은 순간이기도 합니다, 제 생각엔,' 안드레즈가 계속 말했다.

그의 짧막한 목례와 미소는 그가 학살당한 외계인들로 둘러싸인 부상당한 거대한 초인 전사들에 대해서 크게 부담스러워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항구들은, 별로 좋은 상태가 아닙니다. 더욱이 추가적인 명령들을 아직 듣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물어보고 싶은게 있는데, 고귀한 분이시여, 혹시 궁금한게 좀 있는데 답해주실 수 있는지요?

혹시 윗선에서 저희들에게 명령을 내린 적이 있었습니까?'


'모든 병력들은 피난민 보호소 구역들로 호출되었다. 임페리얼 가드, 민병대, 아스타르테스..전부 다.'


'비록 대위 쪽에서 받은 명령은 없었지만서도, 저희도 그 길을 따라 가던 중이였습니다.

그런데 이거 말고 또 말씀드리고 싶은게 있습니다.'


'그렇다면 말하게.'


'기사님들 중 한 분이 항구에서 전사하셨습니다.

저희는 그 분의 주검을 적 약탈자들로부터 숨겼습니다.

그 분의 갑주에는 '아나스투스'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더군요.'


그러자 하얀 헬멧의 아스타르테스(아포테카리)가 입을 열었는데,

그의 음성은 지침과 애도가 가득히 섞여 있었다.


'아나스투스까지 전사하였군요...우리가 어젯밤에...여기 배치될 때일 겁니다.

그의 생체 신호가 그때 사라졌었습니다. 그 친구...전사다운 죽음이였겠지요?'


그리말두스가 고개를 끄덕였고, 다시 인간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자네 이름이 뭔가?' 리클루시아크가 스톰 트루퍼에게 물었다.


'트루퍼 안드레즈, 703rd 스틸 리젼 스톰 트루퍼 여단 소속입니다, 각하'


'그대는?' 그리말두스가 그의 뒤편에 서 있는 자에게 물었다.

그런 식으로 그는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전부 들었고, 가장 뒤에 있는 자는 그도 잘 알고 있는 자였다.


'항구노동자 대표 토마즈 마게르누스입니다,' 


'자네를 직접 보게 되니 기쁘군.

그대들이 보여준 용기는 가히 선봉대에 걸맞는 것이였네.'


(마게르누스가 노동자 대표로 민병대 자원 입대 요청을 할 때, 요청을 수락한 사렌 대령 옆에 그리말두스도 같이 있었음.)


그 말에 마게르누스의 표정이 경직되었는데, 그것은 불편함이 아닌 순수한 경이로움 때문이였다.

어떻게 감히 내가 저런 분에게 이와 같은 대답을 들을 수 있는 걸까?

저 분께서 정말 명예롭다 말하신 것인가?

그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그는 온 몸이 저려오는 것을 느낄 정도였다.


'가, 감사합니다, 리클루시아크이시여,' 그가 간신히 대답했다.


'오늘 이 날 들었던 그대들의 이름, 결코 잊지 않겠다. 그대들 모두를.

헬스리치는 불타오를지 몰라도, 이 전쟁은 아직 진게 아니다.

그대들의 이름 하나 하나는 영원의 성전 함내 용맹의 홀에 위치한 검은 비석 기둥들에 내가 직접 새겨두겠다.'


안드레즈가 목례하며 말했다. '실로 감사드려야할 명예입니다, 리클루시아크.

지금 저와 함께 여기 있는 이 멋쟁이들과 신사분들의 마음처럼 말이지요.

그런데 혹시, 나중에 제 상관의 낯짝을 보게된다면, 그 분한테 당신께서 저희들에게 베푸신 은혜에 대해 말해주실 수 있으신지요?

그 사람이 제가 그러한 상을 받게 되었다는걸 알게 된다면, 저는 정말로 기쁘기 그지없어질 것 같습니다.'


그러자 리클루시아크의 음성망에서 다소 거친 으르렁거림이 흘러나왔다. 수 초가 지나서야 마르게누스는 그것이 웃음소리였다는걸 깨달았다.


'그리하지, 트루퍼 안드레즈. 약속하겠네.'


'이번 소식이 제가 청혼하고자 하는 한 숙녀 분께 깊은 감명을 선사할 수 있었으면 좋겠군요.'


그리말두스는 그 말에 대해서는 뭐라 따로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그저 간단하게 말했다.


'뭐, 좋군.'


'좋습니다! 하지만 역시, 그 전에 그녀를 먼저 찾아야겠지요. 혹시 우리들이 어디로 이동해야 하는지, 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서쪽. 술파 상업구에 보호소들이 위치하고 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외계의 개새끼들이 이미 앞서 우릴 조롱하고 있었나보군..'


리클루시아크가 장막이 비가동된 묵직한 망치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사람들이 그 방향을 바라보자, 창고들과 공장지대들 사이로 멀찍히 보호소 돔 건물들이 불타오르는게 보였다.


'보입니다. 그런데 이미, 불타오르고 있군요.'


그런데 와중에, 프라이무스 형제는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더 높은 곳을 향하고 있었다. 연기로 짙게 드리운 하늘 위를.


'저건 무엇입니까?' 그가 리클루시아크를 보며 하늘을 가리켰다.

화염에 휩싸인 무언가가 수직으로 낙하하고 있었다.


'제가 보이는게 그것은 아니겠지요.'


'저것은,' 그리말두스가 답했다.


'아!' 안드레즈가 그와 비슷한 물체들 수 개가 더 모습을 드러내자 감탄사를 보냈다.

불타는 화염과 함께, 마치 혜성과도 같은 긴 불의 꼬리를 그려내며 그것들이 지상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저것들이 뭐길래 그러십니까?' 스톰 트루퍼의 환호와 기사들의 경외 한가운데서, 마게르누스가 물었다.



'드랍 포드들.' 리클루시아크가 답했다. 


그의 은빛 해골 헬멧이 근처에서 불타는 전차 잔해들에 반사되어 호박석 빛으로 반짝였다.


'아스타르테스 지원군들의 드랍 포드들.'


 

Posted by 스틸리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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