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게돈 3차 전쟁 - 헬스리치 전투'에 해당되는 글 15건

  1. 2018.08.04 아마게돈 2차 전쟁 - 헬스리치 전투 -에필로그- 7
  2. 2018.08.03 아마게돈 2차 전쟁 - 헬스리치 전투 -14- 2
  3. 2018.08.02 아마게돈 2차 전쟁 - 헬스리치 전투 -13- 2
728x90


 

출처 : http://warhammer40k.wikia.com/wiki/Battle_of_Helsreach


출처 2 : Helsreach_-_Aaron_Dembski-Bowden


에필로그 : 재

이른바 불의 계절이라 불리는 시기가 다가왔다.

황량했던 재 황무지 위로 포효하는 활화산들이 토해낸 화산재 구름들이 쏟아졌다.

이제 행성 전역에서, 사진들은 모두 똑같은 장면들을 보여주고 있었다.

궤도에 정박 중인 우리의 함선들은 아마게돈이 불길에 휩싸이는 것을 보았고,

그 사진들을 다시 지상과 연계해줌으로

덕분에 지상에서도 행성이 토해내는 거대한 분노를 전부 확인할 수 있었다.

행성에서 일어나던 대부분의 전투들은 이제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다.

그것은 한 쪽이 승리했다던가 혹은 패배했기 때문이 아니라,

다만 아마게돈의 지면 위에서는 더 이상 무언가를 다툴 수 없기 때문이였다.

재 사막들은 이미 어둠 속에 잠긴지 오래였다.

단 수 일 만에, 어떤 인간 혹은 외계인 짐승조차도 황무지 바깥으로 나가 숨쉴 수 없게 되어버렸다.

만약 그랬다가는, 단 수 초만에 그들의 두 폐는 재와 잔불 속에 타들어가리라.

바깥에서는 이제 전쟁 기계들조차도 굴릴 수 없게 되었다.

그렇게 전쟁은 유예를 맞이했다.

끝난 것은 아니였다. 아직 어느 한 쪽이 이긴 것은 아니였으므로.


짐승 놈들은 자신들이 파괴했던 도시 폐허들로 다시 되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는 거기에 숨어 불의 계절을 버티기 시작했다.

아직 제 영토들을 사수하고 있었던 제국 세력들은 불의 계절을 통해 영토들을 다시 공고히 다질 수 있었으니 

그들은 각자의 도시들 내에서 오크 놈들이 간신히 터잡은 구역들을 향해 역공을 펼치며,

그렇게 침략자들을 도시 바깥으로 몰아내는데 성공하였다.

헬스리치 또한 그러한 도시들 중 하나였다.

그 공동묘지. 1백의 내 형제들이 수백에 수천의 헌신적인 영혼들과 함께 순교한 그 도시 또한 살아남았다...

이제는 무덤 도시라 해도 무방할 터였다.

2달간의 시가전 끝에 도시 상당 부분이 부셔져 있었으며,

제대로 남은 산업 기반도 없을 정도였으므로...

그런데도 제국의 전술가들은 이 결과를 '승리'라는 단어로 칭송했다.


나는 성전사들의 반열로 승천한 이래부터,

인간에 대해서 더는 이해할 수 없게 되었다.

인간의 감성이란 내가 돈께 첫 맹세들을 바쳤던 그 날 이래로 너무나도 생소해졌으므로.

허나 설령 내가 그럴지언정, 이 시든 행성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승리를 목놓아 부르짖으며 열광하는 것을 어찌 반대할 수 있겠는가?

설령 헬스리치의 생존자들이 승리처럼 보일 뿐인, 길게 유예된 패배 앞에 열광하며 축복할지언정

내가 어찌 그것을 방해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나는 그들의 요청대로

다시 지상으로 돌아왔다.

해야 될 일들이 남아 있었으므로.


도시의 사람들은 거리 곳곳에서 내게 찬사를 보내고 있었고,

헬의 고속도로는 마치 퍼레이드를 방불케 하고 있었다.

수백여 시민들이 그 자리에 있었고,

간간히 비슷한 수의 가드맨 병사들이 거기 비무장으로 서 있었다.

내 헬멧의 수용기 필터가 그 소음을 적정 수준으로 낮추었는데,

그들의 환영식이 만들어내는 소음은 거의 지면으로 쏟아지는 대포 사격 소음 수준이였다.


나는 그들을 향해 시선을 따로 두지 않았다. 그들의 상기된 얼굴들과, 밝고 승기로 가득 찬 두 눈들에서 거리를 두었다.

그들에게 이 전쟁은 끝난 것이겠지.

허나 그들은 궤도 사진들에 따르면,

여전히 상당한 오크 군세들이 다른 도시의 폐허들에서 잠복하며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을 터다.

그렇기에 헬스리치의 사람들에게 이 전쟁은 끝난 것이겠지.

그러나 이들은 살아남았고, 그렇기에 지금 이겼다 말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와 같은 순수성에 감탄을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축복받은 정신이란 가장 의심 없는 작은 정신이랴',

또한 실제로도, 난 이 도시만큼이나 맹렬히 침략 앞에 저항했던 행성을 본 적이 없었다.

이 사람들은 스스로 삶을 쟁취해낸 것이다.


빌어먹을 항구들에서 멀지 않은 이 장소만큼은, 비교적 멀쩡한 수준이였다.

여기는 제국의 통제력 아래 굳건한 보루로 잘 남아 있었다.

나는 사렌과 그의 101st 연대가 여기서 마지막 날까지 버텨냈음을 알 수 있었다.


저 멀리 '회색 전사'의 광장으로 일부가 몰려왔다.

그들 대부분은 스틸 리젼의 제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들 중에는 나도 아는 이가 있었다.

그가 나를 불렀다.

내가 그를 향해 걸어가자,

사람들은 그 모습에 더 열렬한 환호성을 토해냈다.

그러한 거리를 1시간동안 걸은 것은 이번이 아마 처음이리라.

나는 1시간 내내 근처의 한 통신 첨탑에서 들려오는 지루한 연설들을 들으며 길을 걸었다.


'그리말두스, 블랙 템플러의 리클루시아크다.' 나의 음성망이 울리자,

그러자 더 많은 환호성이 튀어나왔다.


나를 불렀던 그 장교는 제법 쾌활한 인사를 건냈다.

소령, 아니면 대령 라이켄은 마지막에 내가 본 이후로 제법 얼굴을 회복해낸듯 보였다.

불탄 흉터들은 여전히 남아 있었지만,

얼굴 절반 이상은 금속 신체들로 대체되어 있었고,

머리도 재건되어 있었다.

그가 아퀼라 성호를 그었는데,

한 손은 인공 대체사지로 아직 모조 피부가 덮히지 않은 듯 했다.

나 또한 그의 경례에 답하였다.

아까부터 계속 방송되고 있는 연설-내가 만난 적 없는 쿠로브 장군의 측근들 중 한 명의 연설은 이제 스틸리젼 연대와 더불어 나의 영웅심에 대한 주제로 떠들고 있었다.

수천여 사람들 사이로 내 이름이 환호성 속에 터져나올 때마다,

나는 그들을 위해 손을 들어주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나는 여기서 내 형제들이 어찌 죽었는가를 떠올리고 있었다.


'부관 쿼인투스 티로는 살아남았나?' 난 물었다.


그가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시리야는 살아남았습니다.'


잘 됬군.


그때 다른 병사가 말을 건냈다.


'안녕하십니까?' 나는 라이켄 너머로 시선을 돌렸다. 나를 부른, 몇 열 뒤의 한 병사에게. 

그래. 저 친구 또한 안 죽었구먼.

별로 놀라운 일은 아니였다.

일부는 피속까지 운을 타고나기도 하는 법이다.

나는 그에게 고개를 끄덕였고,

그가 이쪽으로 걸어나왔다. 아마 나만큼이나 지루해 있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제 연설가는 내가 과연 어떻게 '감히 성당의 내부를 더럽히려던 불경한 외계인들을 처단하였는가?' 에 대한 주제로 떠들고 있었다.

연설가의 목소리는 중후했다. 얼굴은 볼 수 없겠지만, 아마 썩 그럴싸한 이끌레시아키 신부거나, 임페리얼 가드 내 설교자겠지.

제복을 입은 그 친숙한 병사는 악수를 위해 내게 손을 건냈다. 나도 제법 유쾌하게 손을 내밀어주었다.


'안녕하십니까, 영웅님?' 그가 씩 웃었다.


'반갑군, 안드레즈'


'당신 갑옷이 참 마음에 듭니다.

이젠 훨씬 더 멋지군요. 혹시 직접 도색하신 겁니까, 아니면 시종들이 칠해준 겁니까?'


이게 농담인지 뭔지는 딱히 구분이 되지 않았다.


'내가 칠했지.'


'좋아! 좋군요. 자 그러면, 이제 당신께서 제게 좋은 말을 건네줄 차례로군요?'


그 말과 함께 그는 견장 부분을 걷었다. 그러자 대위 계급장이 눈에 들어왔다ㅡ그것은 막 지급받은 새것으로, 잘 닦인 은색으로 되어 있었다.


'난 자네가 임페리얼 가드 대위로 진급한 것과는 상관이 없네,' 난 이어서 말했다. '허나 축하하네.'


'예, 예. 저도 압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고하고, 저는 당신께 끝없는 감사를 드릴 수 밖에 없습니다. 당신께서 약속을 지켜, 제 상관분께 제가 이룬 공적들에 대해 말씀해주신 덕이니까요.'


'약속은 약속이니까.' 난 다음으로 해야 될 말이 떠오르질 않았다.


'그래, 자네의 친구는 어떤가?

자네가 사랑하는 그 사람 말이네.

그래서 결국은 찾았나?'


난 인간 감정을 판별할 줄 모르지만,

순간 그의 미소가 옅어지며 흔들리는 것을 보았다.


'예,' 그가 이어 말했다.


'그녀를 찾긴 찾았죠.'


나는 이 작은 스톰 트루퍼를 마지막으로 

보았던 때를 떠올렸다. 항구노동자 대표의 시신 위에 서서,

외계인의 목에 총칼을 꽂아넣고 있었다.

그게 성당이 무너지기 전 내가 마지막으로 보았던 것이였다.

나는 그가 살아남았다는 것이 신기했다.

하지만 그걸 그냥 물어보기에는 참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반대로 그는 그것을 참 쉽게도 물었다.


'당신께서 살아남아서 참으로 기쁩니다.'


'대신 부상이 크셨다던데, 그렇습니까?'


'죽기에는 모자른 것이였네.'


하지만 제법 근접했었다.

'성전'호의 아포테카리들이 그 폐허 속에서 내가 스스로 기어나온 것이 기적이라고 떠들어대던 것이 떠올랐다.

그가 웃었다. 하지만 별다른 즐거움은 담겨 있지 않았다.

그의 두 눈은 내가 그에게 사랑하는 그녀를 찾았느냐고 물어본 순간부터,

마치 유리처럼 촉촉히 젖어 있었다.


'당신은 참 강하신 분이십니다, 리클루시아크. 하지만 그 날 저희들 중 일부는 늘어질 수 밖에 없었지요.

저는 구조대를 기다렸습니다, 예, 그럴 수 밖에 없었죠.

제겐 아스타르테스 아머가 없었으므로,

당신처럼 절 뭉겐 돌들을 치우고 하필 다음날 벌어진 전투에 복귀할 수 없었습니다.'


'내가 들었던 보고에 따르면 성당 붕괴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없다던데,' 


그가 웃었다. '맞습니다, 그래야 제법 그럴싸한 이야기가 될 테니까요, 아닙니까?

마지막 남은 흑기사, 헬스리치에서 펼쳐진 대 전투의 유일한 생존자.

하지만 이렇게 살아남아, 당신의 전설을 깨버린 것에 대해 참으로 사과드릴 수 밖에 없겠군요, 리클루시아크.

하지만, 저를 포함하여 그 전투 끝에 살아남은 6명 혹은 7명의 생존자들은 그 날 있었던 일에 대해 함구할 겁니다. 

약속하지요. 그래야 이 모든 부담을 당신 혼자 짊어지지 않겠습니까?'


그것은 농담이였다. 난 거기에 맞추어 무언가 유머러스한 대답을 생각해보았지만,

떠오르는게 없었다.


'상처는 없나?'


그가 으쓱거렸다. '두통은 좀 있었습니다.

그런데 성당이 무너진 이후로는 사라졌군요.'


그 말에 나는 웃었다.


'혹시 성당의 뚱땡이 신부 만나보셨습니까?' 그가 물었다. '그를 혹시 아십니까?'


'내 솔직히 고백하이, 그의 이름 혹은 특징에 대해 떠오르는게 없구만.'


'그는 참 좋은 사람입니다. 아마 당신께서도 좋아하실 겁니다. 용감한 친구였지요.

그 친구는 그 날 성당 전투 속에서 살아남았어요. 그 친구가 다른 살아남은 시민들을 무사히 데리고 빠져 나갔죠.

하지만 2주 전에 죽었습니다.

심장쪽 문제로요. 

아, 세상사 참 불공평한 일 같습니다.

끝까지 살아남았다가 이제 막 같이 새롭게 시작하려는데 왜 죽느냔 말입니다.

불공평한 일 아닙니까?'


그것은 여러 의미가 담긴 비극적인 시적 표현과 같이 들렸다.


나는 그를 편하게 해줄만한 말을 해주고 싶었다. 

그의 용기를 칭송하고,

그의 행성이 이 전쟁에서 살아남을 거라 말해주고 싶었다. 

내가 아르테리온에게 들려주었을법한 말을 건네며,

이 용사가 다른 많은 이들과 함께 버텼던 것에 진심의 감사를 보내고 싶었다.

그 날 그는 우리 모두를 명예롭게 만들어주었다. 

그 날 죽었던 항구노동자 대표와 수녀원장과 다른 모든 영혼들과 마찬가지로.

하지만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할 말이 많았지만, 사람들이 내 이름을 부르짖으며 찬양하는 덕에 더 이상의 대화는 힘들었다.

범인들의 목소리로 듣는 내 이름이란 참으로 생소한 기분이였다.


연설가는 군중들을 독려하고 응원하며 그 유물들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었다.

저들도 보고 싶겠지. 

사실 그 이유로 오늘 이 자리에 내가 온 것이였다. 그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나는 세노바이트 서비터들을 호출했다.

그들은 강화된 서비터들로,

챕터 아포테카리들에 의해 인공 배양되어 쥬리시안을 통해 강화된 덕에 성당의 유물들을 나르기에 충분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내 썬더호크에서부터 서비터들이 등장하자 군중들은 또다시 환호성을 질렀다. 그들이 유물들을 짊어지고 등장할 때마다.

다 찢긴 깃발 하나. 쪼개진 아퀼라가 올려진, 반쯤 부셔진 돌기둥 하나. 

성수가 출렁이는 신성한 황구 하나.

내가 목소리를 키우자, 헬의 고속도로가 일순 침묵에 잠긴다.

나는 생각을 정리하며 문득 떠올렸다.

성당이 무너졌던 그 날 대리석과 락크리트의 무더기 아래서 느꼈던 그 고요가 생각났다.


'우리는 심판받으리라,' 나는 그들에게 이어서 말했다.


'우리 일생에 파괴한 악의 수로써.'


이것은 내 말이였던 적 없는 말이다. 오로지 모드레드경의 소유였던 그 말.


허나 지금 이 순간, 나는 처음으로 내게 답을 원하는 이들에게 들려줄 대답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소중한 나의 깨달음이였다.

내 스승님... 당신은 결국 잘못 택하셨습니다. 저를 용서하시길.

당신의 그늘에서 벗어나 깨달음을 얻기까지 이토록 오랜 시간이 필요했나이다.

저를 용서하시길, 아직 그들이 숨 쉬고 있었을 적, 제 형제들은 저를 깨우치기 위해 노력했지만,

저는 그 깨달음을 형제들이 이렇게 죽어서야 깨닫고 말았나이다.


아르테리온. 프라이무스. 바스틸란. 카도르. 네로.


그대들이 차가운 바닥에 누워 있는데도,

여기서 나 홀로 살아남은 것에 대해 용서하여 주게.


'우리는 우리가 파괴한 악으로 심판받으리라.

참으로 황량한 진실이 담긴 말이다.

이는 저 우주의 별들 사이에 우리들을 기다리는 것은 다만 피일 뿐이라는 것을 말해주므로..

허나 황제께서는 그 분의 땅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에 대해서 아실지어니,

우리는 가장 어두운 밤에 우리들이 만들어낸 '희망'으로 또한 우리의 삶을 심판받으리라.

그 분의 제국 내 가장 어두운 심연 속에서,

우리는 우리가 빛을 피워낸 순간들을 빌어 그 분께 삶을 심판받을 것이라는 말이다.'


'이 행성이 내게 그것을 알려주었다.

이 행성이, 그리고 날 여기 데려온 이 전투가 내게 말해주었다.'


'이것들은 모두 그대들의 유물들이다.

그대들의 행성에 희망을 품고 처음 발을 디뎠던 남자와 여자들이 남긴 마지막 상징들이다.

이들은 그대들 태초의 선조들이 남긴 가장 소중한 보물들이며,

유산과 피로 이어지는 그대들의 물건이란 말이다.'


'나는 파괴 직전의 순간에 이것들을 건져내었으며, 이제 다시 그대들에게 돌려주려 한다.

그리고 감사를 표하겠다.

그것은 그대들이 나와 함께 이 도시에서 싸웠다는 명예 때문만이 아니라,

그대들이 내게 베푼 가르침 때문이다.

궤도에서 내 형제들은 물었었다.  

무엇하러 이것들을 무너진 성당 밑에서 끌고 나왔느냐고.

하지만 그대들은 내게 물어볼 필요가 없을지어니,

왜냐하면 이미 그 답을 스스로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들은 그대들의 것이다.

이것들은 그 어떤 외계인 짐승들조차도 그대들이 누려 마땅한 것을 부정할 수 없다는 뜻이다.'


'나는 이 유물들을 그대들을 위해 다시 햇빛 위로 꺼내왔다. 

그대들을 칭송하기 위해,

그대들에게 감사를 표하기 위해.

그러니 겸양으로써, 나는 이제 이를 돌려주려 한다.'


연설가의 말에 따라 군중들이 내게 환호를 보낸다. 

연설가는 나를 표현하기를, 

내가 앞서 모드레드의 석상 앞에서 하이 마셜 헬브레트에게 수여받아 맹세했을 때 받았던 그 칭호를 사용하고 있었다. 

나는 그 때를 떠올렸다.


'야릭과 쿠로브가 이끌레시아키 측에 말해두었네.

자네는 이제 공식적으로 유물들을 수여받은 것이네, 

헬스리치에서의 기억과 영광을 '영원의 성전' 안에 전시하여 대대로 우리들간에 기념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지.'


'제가 지상으로 돌아갈 때, 이 상징들은  상징들이 다시 필요한 지상의 사람들에게로 돌아갈 겁니다.'


'모드레드라면 그리 하지 않았을걸세.'

헬브레트가 어떤 감정도 보이지 않으며 내게 말했다.


'전 모드레드가 아닙니다.' 난 군주께 말하였다.


'그리고 저 아래 사람들은 이 유물들을 바라보며, 제 스스로의 길을 선택할 권리가 있습니다.

애초에 이번 전쟁은 그들을 위해서였습니다.

그들과 이 행성을 위해서였습니다.

이 전쟁은 초세속적인 무언가를 거두는 신성한 회수 작업 같은 이유 때문이 아니였단 말입니다.'


내게 붙여진 새로운 칭호가 우뢰와 같이 울려 퍼지는 동안, 나는 문득 궁금해졌다.

이 유물들을 통해, 앞으로 이들은 어떤 삶의 선택들을 행할 것인가?


헬스리치의 영웅이라고, 지금 사람들은 나를 그리 부르며 찬양하고 있었다.


마치 모두 하나가 된듯이 열광하면서.





ps. 책은 결국 그게 초세속적이고 강력한 스페이스 마린들이건 세속적이고 나약한 가드맨들이건 모두 이 전쟁만이 가득한 우주 속에서는 덧없지만,

그럼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죽는 순간 에 살아남은 다른 누군가를 울릴만한 삶의 의미를 남기는 것.

그리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의미와 희망을 계속 이어나가는 것, 이라는걸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내가 소설을 전부 번역하지 못해서 아쉽지만,

등장하는 캐릭터 한명 한명이 다 인상 깊었는데

(거진 다 죽었지만.)

그 중에서도 그리말두스와 함께 안드레즈는 사실 또 등장하는 인물로

시기상으로 이 책 다음인 '블러드 앤 파이어'라는 후속작 개념의 책에서 등장함.


아 참고로 쥬리시안 살음. 마지막에 쥬리시안이 강화해줬다고 하니..

다시 검토해보니 고통이 잦아들었다고 하고, 마지막 인사라는게 그리말두스가 죽을거라 생각해서 보낸 말에 더 가까움.

마지막으로 댓글 부탁여~

그리고 그 위에 광go들도. ㅋㅋ


Posted by 스틸리젼
,
728x90

 



출처 : http://warhammer40k.wikia.com/wiki/Battle_of_Helsreach


출처 2 : Helsreach_-_Aaron_Dembski-Bowden


헬스리치 전투 : 황제 승천의 성당에서

스톰헤랄드를 쓰러트린 이후 '신 살해자'는 도시를 돌아다니며 보이는 족족 제국 저항군들을 제거하다가,

마침내는 황제 승천의 성당 쪽으로 걸음을 돌렸습니다.

그 거대한 우상 기계가 지닌 압도적인 화력은 제국 방어자들을 정면에서 수 분만에 제거할 정도로 강력했으며,

도시 내 그 어떤 기계와 병력들도 그 기계 괴수를 이길 수는 없었습니다.


도시 밖에서 오는 것을 제외하고서 말이죠.


도시 밖 황무지에서, 쥬리시안은 오르디나투스 아마게돈을 조종하며 도시를 향해 최고속으로 질주하고 있었습니다.


....

쥬리시안은 도시의 무너진 성벽들 사이를 지나 바깥으로 나가고 있는 기계 거신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은 총 3기로, 레기오 인비길라타의 첫 탈출자들일 터였다.

첫번째로 빠져나온 기체는 리버급 타이탄으로, 중거리형 전투 타이탄으로써 후미에서 매연이 치솟는 것으로 보아 상당한 피해를 입은 상태로 보였다.

그 옆에는 워하운드 타이탄들이 있었는데, 거친 걸음걸이 아래 거대한 상부와 측면 무기들이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그들은 곧 황무지 사막으로 벗어났다.


헬스리치 성벽 외부의 황무지들은 그냥 무덤가라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수천 수만여 오크 시체들이 흐릿한 태양빛 아래 썩어가고 있었다.

아마 전투 초반부 바라사스의 전투기 폭격 혹은 이 짐승들이 모이면 항상 일어나는 일들 중 하나ㅡ내부 부족 전쟁의 희생자들일 터였다.


쥬리시안은 따로 자신과 오베론을 숨기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아마 시도하는 것조차 무리일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 이쪽 방향으로 다가오는 타이탄들이라면 그 강력한 아스펙스 스캐너들을 통해 오베론에서 방출되는 에너지 장막을 읽을 수 있을 테니까.

애초에 그럴 생각도 없었다. 그는 기다렸다. 아니 한술 더 떠서, 모든 시스템들을 풀로 가동시키며,

인비길라타의 타이탄들을 근처로 끌어모으려고 작정했다.

그들이 걸음을 가까이하기 시작하며, 곧 지면이 마구 요동치기 시작했다.

쥬리시안이 보았던 그 온갖 잔해들과 시체들로 가득한 사막 땅이 신 기계들의 묵직한 발걸음 속에 흔들렸다.


오베론의 방어막이 올라갔더라면, 마스터 오브 더 포지는 오디나투스로 리버 타이탄의 주무기가 쏟아내는 화력에서부터 대략 수 분은 버티고도 남았을 것이다.

허나 오베론은 지금 방어막이 없었다.

그러나 방어막들은 쥬리시안이 미쳐 가동하지 못한 여러 부 시스템들 중 하나에 불과할 정도였다.

쥬리시안에게는 기계교인들만큼의 숙련도와 인력이 없었으므로 어쩔 수 없는 일이였지만.


리버 타이탄이 다가왔다. 타이탄은 침묵 속에 오베론과 오베론에 올라타 그것을 조종하는 쥬리시안을 내려보고 있었다.

이 믿을 수 없는 신성모독에 대해 프린캡스들이 어떻게 정했을지는 불보듯 뻔한 일이였다.

곱사등이 형태의 두 워하운드 타이탄은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오디나투스 주변을 사냥개마냥 돌고 있었다.

제법 즐거운 일이야, 포지마스터가 생각했다. 그들은 마치 사냥 중인 늑대들마냥 행동하고 있었다.


'거기 안녕하신가,'


'무슨 불경한 짓거리냐?' 오디나투스의 통제부 모듈에 내장된 스피커들로 타이탄 쪽의 대답이 들려왔다.


'감히 오베론의 신성한 동면을 이딴 식으로 더럽히다니?'


'나는 블랙 템플러의 쥬리시안이다. 이터널 크루세이더호의 마스터 오브 더 포지이자,

화성에서 수 년간 기계교리에 대해 훈련받은 이이다.

그리고 지금은 오르디나투스 아마게돈의 소유자이며,

이는 방어 기제들을 제압하고 기계의 영혼을 각성시켜 내 의지로 묶음으로써 이루어낸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는, 헬스리치로 돌아와 내가 가능한 어디든 도와줄 작정이다.

그러니 말하겠다. 날 따라 돕던가, 아니면 비켜라.'


대답 대신 침묵이 흘렀다. 다른 때였더라면, 그건 제법 모욕적인 일이 되었을 터였다.

하지만 쥬리시안은 아마 자신의 말이 다른 근처 프린캡스들에게 중계되고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아마 이 자리로 남은 모두를 호출하려는 것이겠지.

1.5km 전방으로, 다른 리버 타이탄이 도시 벽들의 균형을 지나 재 황무지로 넘어오고 있었다.


'너는 지금 기계신과 그 시종들을 모욕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 난 지금 위기에 처한 한 제국 도시를 구원하기 위해 무기를 휘두르려는 것일 뿐이다.

다시 말한다. 날 돕던가, 저리 비켜라.'


'오르디나투스 플랫폼을 놓고 가라, 아니면 넌 죽을 것이다.'


'어디 해봐라. 어디 한번 쏴서, 나와 함께 이 신성하기 그지 없는 유물을 그대로 부셔버려봐라.

난 네놈의 말을 들을 이유가 없다. 아무런 명령도 받지 않았기 때문이지.

그러니 최소한 말이라도 나눠보던가. 

더 가치있는 대화를 나누던가 하자. 내키지 않는다면, 난 이대로 무방비한 오베론을 끌고 도시로 진격할 것이다.

충분한 기계교 지원 없이는, 아마 확실히 파괴될테지.'


'네놈의 시체는 오르디나투스 아마게돈의 신성한 옥좌에서 끌려내질 것이다.

그리고 남은 기록들은 역사 전체에서 통째로 지워질거다.'


그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말두스였다.


'리클루시아크. 지금이 딱 그 순간인 겁니까?'


'우리는 황제 승천의 성당에서 전투 중이네. 그래, 여기까지 오는데 얼마나 걸리겠나?'


'2시간 정도?'


'무기 상태는?'


'그냥저냥입니다. 오베론의 보이드 쉴드를 가동시키지 못했고, 부무기들도 가동 못하는 상태입니다.

무반동 리프트기 또한 제한되어서 속도가 좀 제한적입니다.

저 혼자선, 대략 20분마다 한발꼴로 사격 가능합니다.

그리고 연료 셀들을 직접 수동으로 재충전해야 하고, 플라즈마 수용기의 흐름을 다시 재구축해야ㅡ'


'2시간 후에 봅세, 쥬리시안. 돈과 황제 폐하를 위하여.'


'그대 뜻대로, 리클루시아크.'


프린캡스가 급해졌는지 다급히 말하였다.


'그의 마지막 말을 한 번 생각해보게, 포지마스터.

그 무기를 가지고 들어가면 안돼! 성당 구역은 불과 재 밖에는 없네.

설령 들어간다 해도, 우리는 사방에서 포위당할걸쎄. 그냥 이대로 도시에서 나가는게 최선이야.

지금 철수 중인 우리 인비길라타에 합류하게, 합류해서 헴록에서 다른 제국 병력들을 지원하는게 더 나은 선택이야!'


'내가 이대로 등 돌리길 원하나?'


'그냥 헛되게 죽지 않기를 바랄 뿐이야. 그 무기는 제국을 위해서 중요해.'


그때 그리말두스가 끼어들었다. 그의 음성과 함께, 사이로 먼 거리에서 들려오는 총격전 소음이 들려오고 있었다.


'우린 여기서 죽을 작정이네, 쥬리시안. 

그러니 내 솔직히 말하지. 지금 자네가 어딜 가더라도, 거기에 어떠한 불명예나 치욕은 없을 것이네.'


'최우선 목표물이나 불러주시죠, 리클루시아크.'


'...성당 구역에 들어오면 안 말해도 보게 될 걸쎄, '형제'여.

그 개자식은 이른바 '신 살해자'라 불리우는 꼴통 우상이라네.'


곧 4기의 타이탄들이 그의 길을 가로막았다.

그들 중 가장 강한, 그리고 가장 마지막에 도착한 것은 한 기의 워로드 타이탄이였다.

그 갑주는 검은 색에, 전투의 상흔은 따로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숫자기호적 마킹들이 기계의 상체에 쓰여져 있었으니,

그 이름은 대략 베인-시드레였다.


'나는 인비길라타의 '현' 프린캡스 아마셋이다. 전 프린캡스인 '노파'의 부사령관이며,

그분 사후 그 직책을 이어받았지. 자, 그러면 이제 이 미친 짓에 대해서 설명해주실까?'


그는 도움이 필요한 도시를 바라보았고,

그렇기에 말을 내뱉기 전, 할 수 있는 가장 최대한으로 신중하고 공손한 방식을 동원하여 말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의 말에는 믿음이 가득하였으니, 결국 메카니쿠스 측에게 별다른 방법이 없음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였다.


그리하여 그는 다시 도시로 진입하였고, 기계신의 뜻에 따라 

타이탄들도 그와 함께하였다.


.....

전투를 치루면서도, 그리말두스는 쥬리시안에게 부디 위험을 무릅쓰지 말 것을 당부하였으니

일단 헬스리치 내로 진입하면 단 한발만을 사격하되, 그 목표물을 '신 살해자'에게로 돌리라고 요청하였습니다.

아마셋과 그의 워로드 타이탄, 그리고 두 기의 워하운드급 타이탄들은 그 신성한 기계의 호위에 최선을 다하면서

결국 다시 한번 헬스리치 내로 진입하고야 말았지요.


아마셋은 오디나투스를 보호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길은 바로 오디나투스가 오크 가간트에게 정확한 사격을 날리는 것이라 판단하였습니다.

이를 위해, 아마셋은 두 소형 타이탄들에게는 무기를 호위하라 명령하고서는,

워로드급 타이탄을 몰며 빌딩들을 훌쩍 뛰어넘는 그 거대한 몸체로 훨씬 거대한 외계인의 전쟁 기계의 시선을 끌었지요.

아마셋은 거대한 가간트의 시선을 끄는데 성공하였으나, 곧 가간트의 압도적인 화력 속에..

...


베인-시드레의 보이드 방어막들이 출렁이며 물결치며 스파크들을 쏟아냈다. 쉴새없이 고폭성 탄들이 그 위로 마구 쏟아지고 있었다.

축적 에너지가 잠시 소음을 방출하다, 이내 막강한 에너지 광선이 되어 발사되었다.

그렇게 워로드 타이탄은 헬의 고속도로를 점거한 오크 전차들을 무더기로 파괴하는데 성공하였다.


'오베론을 잘 방어해라.' 그가 말했다. '단 한 발을 날릴 수 있을 때까지 최대한 방어해라. 가간트를 무너트릴 때까지.

그 이후부터 오베론은 네 통제에서 벗어나, 헴록 강가로 향하게 될 것이다.'


'아직 아스펙스상으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군,' 그가 답했다.


'이쪽도,' 워하운드 프린캡스가 답했다.


'이쪽도.' 다른 프린캡스가 말했다.


'계속 찾아. 황제 승천의 성당에 접근하면서 찾아라.'

 

(중략)


베인-시드레, 고대 테라 신화상의 포효하는 괴수에게서 이름을 딴 타이탄은 신 살해자의 주목을 끌기 위해 해야 되는 모든 것을 다하였다.

두 팔 부위의 대포들 및 견부 장착식 부무기 포열들을 마구 쏟아내며 훨씬 거대한 그 기계 괴수의 포스 쉴드들에 무지막지한 화망을 토해내었다.

뿔나팔 사이렌들ㅡ보통은 타이탄 근방의 다른 기계교 보병들에게 경고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조차도 동원해서 놈의 시선을 끌었다.

그러한 모든 것들 덕에 거대한 기계 괴수는 막 황제 승천의 성당을 짓밟아 깔아뭉게기 직전 그 시선을 워로드에게로 돌렸다.

허나, 워로드 타이탄, 33미터에 달하는 대형 장갑 기체. 도시까지도 파괴하는 무기이자 기계신의 이미지를 본따 만든 그 기계조차도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타이탄은 수치스러운 후퇴를 개시할 수 밖에 없었다. 천천히 뒤로 물러나며 타이탄은 가진 모든 포문들을 쏟아내었고,

신 살해자를 하이브의 가장 신성한 구역 내 남은 제국의 마지막 생존자들에게서 최대한 멀리 떨어지게 만들고 있었다.


보이드 방어막들이 전부 사라질 때까지, 워로드 타이탄은 1.5km 정도를 이동할 수 있었다.

전면부에서 보이드 쉴드들이 사라지자 곧 신 살해자들의 무시무시한 대포 포문들의 직접적인 충격이 타이탄 차체 자체를 뒤흔들기 시작했다.

세라밋과 아다만티움 장갑이 얼마나 강력하던, 그러한 압도적인 화력이 베인-시드레에게 그렇게 직접적으로 쏟아진다는 건,

기껏해야 수 분만을 버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더 이상 그러한 압도적인 화력에서 버티지 못한 타이탄은, 결국 접합부 부위에서 화염을 토해내며 

끔찍한 소음과 함께 뒤로 쓰러졌다. 그 거대한 중량은 바로 뒤편의 헬의 고속도로를 지탱하는 락크리트 기둥들까지도 무너트릴 정도였다.

그렇게 베인-시드레와 주 고속도로의 상당 부분이 자갈더미가 되어 무너졌다.

신 살해자는 그 부셔진 도로의 크레이터 바로 위에 올라섰다. 마치 자신이 가장 최근에 죽인 적을 감상하듯이.


14초.


정확히 14초가 걸렸다. 워로드의 파괴된 잔해가 마침내 영면에 들고 나서 14초 후에,

한 줄기 광선이 모든 것을 관통하였으니,

그것은 가히 태양과도 같은 광도에 초융합 열기로 이루어진 에너지 플레어로써,

헬의 고속도로를 그대로 덮쳐버렸다.

그것은 마치 새롭게 태어난 별의 형태였으니,

플라즈마광의 코일들과 눈까지 멀게 만드는 코로나가 그 폭발 반경 위로 꾸물거리며 새어나왔다.

신 살해자의 방어막들은 태양의 손길 아래 완전히 녹아버렸다.

곧 장갑조차도 수초만에 녹아버렸고, 곧이어 조종사들도, 뼈대 구조물도,

그리고 아예 그 존재했던 모든 흔적들이 세상에서 완벽하게 사라져버렸다.


쥬리시안은 이를 갈았다. 신성한 의식의 축복과 정확한 방식들이 동원되지 않은 탓에,

길들여지지 않은 기계령의 분노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는 머리가 버틸 수 없을 정도로 타들어가며 느껴지는 고통을 느끼고 있으면서도,

그는 그리말두스에게 연락을 걸었다. 그리고는 온 힘을 다해, 죽기 직전 두 마디를 남겼다.

단말마의 고통과 그것을 이겨내는 의지가 담긴 두 단어. 

그의 의무를 다하였음을 말하는 단어이자, 곧 사라지기 전 마지막으로 남기는 그의 유언이자 인사로써.


'놈을 죽였습니다.'


그것이 그의 마지막 유언이였다.


.....

신 살해자는 그렇게 처단되었습니다.


허나 이것은 그저 작은 것에 불과하였지요.

일이 끝나자 타이탄들은 오르디나투스와 함께 헬스리치를 떠났고,

얼마 가지 않아 결국 무너진 벽들을 넘어 오크들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마지막 남은 성전사들과 가드맨들은 밀리고 밀린 끝에 결국 성당의 성당문들까지 오게 되었고,

소로리타스들이 그 마지막 투쟁에 힘을 보태기 시작하였으나

남은 소수의 병력들만으로는 이 성역을 지킨다는 것은 불가능하였으니,

결국 안까지 밀리며 방어자들은 마구잡이로 학살당하기 시작했습니다.

한명 한명, 가드맨들과 소로리타스들, 그리고 아스타르테스들은 오크들에게 학살당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젠트 슈라우드의 전투 갑주를 입은 어린 수녀가 눈 앞에서 오크들의 손에 의해 도살당했다.

처절하게 울부짖는 그녀를 오크들은 마치 장난감마냥 오체분시하며 사방에 던져버렸다.

아르타리온의 동력이 나간 두 검들은 이제는 사실상 곤봉에 더 가까웠지만,

아스타리온은 그것으로 어린 소녀를 죽인 살인마들의 면상과 목구멍을 찢어발겨버렸다.

허나 그 자리를 4마리의 짐승들이 다시 채웠고,

결국 그는 쓰러졌다.


'놈들을 모두 죽여라! 단 한 마리도 남기지 마라! 단 한마리의 외계인도 이 성역을 더럽히게 냅두지 말아라!'


수도원장의 우렁찬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그리말두스는 그가 어디까지 밀렸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겨우 수 시간만에 그들은 성당 내부까지 밀리고 만 것이다.

거기다 수도원장 신달의 우렁찬 포효성들은 더 안좋은 효과를 내고 말았다.

그 포효성들 덕에 이 전투와 유혈낭자의 도가니 속에, 지하에서 잠자고 있었던 민간인들이 모두 깨어나서 진실을 목도하게 된 것이다.

이제 성소 내부는 피가 번질거리는 베고, 자르고, 쏴제끼는 인간들과 오크들의 도가니탕이나 다름없었다.

우리들은 여기까지 밀려난 것이였다. 아마 이 방의 그 누구도 수 분 이상을 버티지 못하리라.

이미, 다른 이들은 이걸 직감하고 도망치려고 하고 있었다.

마지막 결의 속에 목숨을 바치는 대신 오크들을 피해 벗어나려 하고 있었다.

민병대. 민간인들. 가드맨들과 심지어는 일부 스톰 트루퍼들까지.

남은 이들 중 절반 이상이 전투에서 벗어나 도망치려 하고 있었다.


나는 오크의 멱살을 잡고는, 그대로 니킥을 꽂아버리고는 주 제단 위에 올려놓고서 나도 그 위로 올라섰다.

놈이 내 발 아래서 버둥거렸지만, 뼈가 다 부셔지고 고통 속에서 발버둥치느라 약해빠질 뿐이였다.

내 플라즈마 피스톨은 오래 전 사라진지 오래였다. 아마 이틀 전일 것이다.

하지만 플라즈마 피스톨의 사슬은 남아 있었다. 나는 그것을 오크 새끼의 멱살에 대고 감았다.

그리고는 벽화가 칠해진 성당 천장을 바라보며, 그 개자식 또한 그것을 볼 수 있을만치 목을 감은 사슬을 그대로 위로 올려버리며 있는 힘껏 소리질렀다.


'마음을 다잡아라, 형제들이여! 황제의 이름 아래 싸워라!' 


놈이 죽어가며 마구 발버둥쳤지만, 내 손상된 아머에조차 흠집 하나 내질 못했다.

내가 힘을 더 세게 가하자, 놈의 두꺼운 척추뼈가 우드득거리며 부러졌다. 그 돼지같은 두 눈이 공포 속에 커져갔다.

이건..이건 제법 웃기는 일이로군.


'나는 여기 내 무덤을 파놓았다...' 폭발성 탄 하나가 내 견갑을 날리며,

견갑에서 파편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나는 멀찍이 황제의 새 챔피언 프라이무스가 그 오크 슈타 놈을 한 손에 쥔 흑검으로 멱을 따버리는걸 볼 수 있었다.


'나는 여기 내 무덤을 마련해 두었으니, 여기서 승리하거나 아니면 그대로 죽을 것이다!!'



이제 남은 기사는 5명이였고, 그들 또한 나를 따라 소리질렀다.




'자비 없이! 연민 없이! 두려움 없이!'



성당의 벽들이 무너져내린다. 그 모습이, 마치 타이탄에게 걷어차인 듯했다.

나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한 순간이였지만, 나는 어쩌면 신 살해자가 다시 돌아온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마침내 최후를 맞이할 때까지, 형제들이여!'


'저 개놈들이 성당 자체를 무너트리려 하고 있습니다!' 프라이무스가 소리질렀다. 그의 목소리에서 무언가 잘못된 것이 느껴졌다.

나는 그제서야 그 어린 형제가 한 팔을 잃었고, 다리에는 3 군데나 뚫린 상처가 있었음을 깨달을 수 있엇다.


그럼에도, 그는 단 한 순간도 고통 속에 신음하지 않았던 것이다.


'네로!' 그가 소리질렀다. '네로바르!'


짐승들은 미개하였으나, 그렇다고 지성과 교활함이 전혀 없는건 아니였다.

네로의 하얀 마킹들은 그가 아포테카리임을 말해주고 있었고,

놈들도 그가 중요한 인물이라는걸 잘 알고 있었다.

프라이무스가 그의 모습을 먼저 발견했지만, 20여미터는 멀리 떨어진 곳에 있었다.

그의 눈 앞에서, 외계인의 창 하나가 그의 복부를 관통했다.

그러자 곧이어 수 마리의 외계인 짐승들이 달려들어 연이어 창을 뚫고는 그대로 그를 지면에서 들어올렸다.

학살의 현장 위에서, 그를 마치 군기처럼 들어올렸다.


허나 그렇게 죽어가면서도, 네로바르는 내가 이때껏 봐온 그 어떤 전사들조차도 해내지 못했던

그런 위대한 죽음을 만들어내었다.

내가 그를 구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길을 뚫으며 오크들을 향해 달려드는 와중에서조차,

그는 두 손으로 창을 쥐어들고선, 창을 더 깊게 몸에 박아넣음으로써

아래의 오크들을 위에서 덮쳤다.

그에겐 볼터 한정도, 체인소드 한 자루도 없었다.

대신하여 그는 칼집에서 글라디우스 단검을 꺼내들고선, 가히 성전사다운 최후의 기개 속에 창을 쥐고 있었던 오크 새끼에게 복수를 베풀었다.

그는 놈을 절대로 놓치지 않기 위해 최대한 가까히 다가갔고, 검을 내리찍는데 있어 실수는 없었다.

외계인 놈은 턱주가리까지 관통되며,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이하였다.

검의 날에 의해 목구멍과, 혓바닥과 두 폐들까지 그대로 갈리면서 놈은 죽어버렸다.

놈이 더 이상 창을 잡지 못하게 되자, 창은 그대로 쓰러졌고

네로는 수많은 오크들 사이로 떨어졌다.


그리고 난 다신 그를 볼 수 없었다.


프라이무스 형제는, 한 손만으로 검을 휘두르며 비틀거리면서도, 길을 뚫고 내게로 다가오는데 성공했다.

그의 헬멧으로 폭발성 탄이 터져나가며, 그가 잠시 주춤거렸다.


'그리말두스,' 무릎을 꿇기 직전 그가 말했다. '형제여...'


화염이 측면에서 쏟아지며 그를 덮쳤다. 그 역겨운 화학성 화염은 그의 갑주를 뒤덮었고,

부드러운 조인트 부분들과 아래 살들을 녹여갔다.

화염 방사기로 무장한 그 오크 놈은 그것을 이리저리 돌리며 가지고 놀면서,

프라이무스를 부식성 화염 속에 담가버렸다.


내가 그의 복수를 위해 고통 속에 다가가는 와중에,

아르테리온의 부러진 검이 뒤에서부터 놈의 가슴팍을 뚫고 앞으로 튀어나왔다.

그는 죽어가는 오크 놈을 부러진 체인소드로 도축해버렸다.

그렇게 복수가 끝나자, 나의 자랑스러운 군기병은 이 더러운 도축장에서조차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우아한 방식으로 등을 돌렸고,

나 또한 마지막을 위해 그와 등을 맞대었다.


'잘 가시길 빌겠습니다, 형제님.' 그가 경쾌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나 또한 따라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이제 천장 블록들이 무너져내리며, 아래를 깔아뭉게고 있었다.

한 사람당 대략 5명 꼴로 목숨을 바치고 있는, 이 자리에 우리들과 함께하고 있는 오크 놈들은

바깥에서 제 동족 놈들이 이 성당을 통째로 무너트리려 하고 있다는 것에 별 신경을 쓰고 있지 않은 모양이였다.

제단에서 멀지 않은 곳에, 나는 익숙한 한 스톰 트루퍼와 항구노동자 대표를 볼 수 있었다.

전자는 아직 버티고 있었고, 후자는 죽어가고 있었다.

복부가 관통당한 마게르누스는 안드레즈의 무릎 위와 아래 바닥에 내장을 쏟아가며,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해하기 위해 어떻게든 정신을 붙잡으면서 그 최후의 순간까지도 어떻게든 무언가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었고

안드레즈는 그런 그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아르테리온,' 난 그를 불렀다. 마지막 인사에 대답하기 위해서. 하지만 대답은 없었다.

내 등 뒤에 기댄 이는 내 형제가 아니였다.

나는 등을 돌렸고, 내 앞에 펼쳐진 광기에 분노 속에 웃었다.

아르테리온은 발치에서 죽어 있었다.

머리가 날아가, 모욕된채로. 


적들이 마침내 내 무릎을 꿇렸지만, 이조차도 기껏해야 썩은 유머에 불과했다.

멍청한 놈들이다. 제 놈들도 나와 마찬가지로 파멸이 확정인 것을.


성당이 마침내 붕괴할 때까지도, 나는 소리내어 껄껄 웃었다.



Posted by 스틸리젼
,
728x90


 

출처 : http://warhammer40k.wikia.com/wiki/Battle_of_Helsreach


출처 2 : Helsreach_-_Aaron_Dembski-Bowden




헬스리치 전투 : 황제 승천의 성당에서

헬스리치의 다른 방어 병력들이 최후를 직감하며, 민간인들과 함께 각자 자신들만의 최후의 결사 항전 장소들을 고르는 동안

블랙 템플러 헬스리치 성전단의 마지막 성전사들, 총합 30명하고도 5명의 아스타르테스 기사들은

다른 방어자들에게 최후의 용기를 불어넣어줄 위대한 전설을 위해

헬스리치의 이끌레시아키 소속구에 위치한 황제 승천의 성당을 자신들의 무덤으로 정했습니다.

이 성당은 상당히 뜻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었는데,

먼 옛날, 헬스리치에 첫 발을 디딘 제국의 첫 개척자들이 세운 최초의 제국교 숭배지가 바로 이 성당이였기 때문이였습니다.

따라서, 그 첫 식민세대가 사용했던 선언서 등 고귀한 유물들이 가득하였으므로,

스페이스 마린들은 이 성당을 최후의 전설을 세울 장소로 고른 것이였죠.

성당에는 본디 이 성당을 관리하고 수호하는 임무를 담당하던 아젠트 슈라우드 오더 소속의 전투 수녀들을 비롯하여,

밀리고 밀려 결국 여기까지 오게 된 스틸 리젼 연대의 패잔 부대들이 이미 주둔하고 있었는데,

스페이스 마린들은 이들과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덧붙여, 성당의 단거리성 음성 시스템들을 동원하여 그리말두스는 헬스리치의 병력들 중 길 잃은 자 모두 이 황제 승천의 성당으로 집결하라는 메세지를 송출하였지요.

그리고 그 메세지에 따라, 도시에 흩어졌던 여러 병력들ㅡ심지어는 하이브 갱들과 갈 길 없는 민간인들까지 모여들었습니다.



허나 그들의 수는 턱없이 적고 오합지졸들에 불과했습니다.



....

리클루시아크는 성당 지하로를 홀로 걷고 있엇다.

성당 내 모든 방어 장소들과 지형을 파악하기 위해 걸으면서,

그는 다른 피난민들이 이러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있기를 기원했다.

한 때 웅장하고 엄숙했을 이 지하 공간은,

이제 검은 석관들만이 불규칙적으로 놓인 공가에 불과했다.


기사의 눈에, 여기는 사실상 피난소나 다름없었다.

수많은 인간들로 빽빽히 들어차 있었는데,

전쟁통에 시달린 덕에 하나같이 비루하고 더러운 차림새에 겁에 질린채로 가족들 단위로 모여 있었다.

누군가는 피로 속에 골아떨어져 있었고, 누군가는 조용히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으며,

울먹이는 아낙네들은 우는 아이들을 달래고 있었다.

누군가는 너절한 재산들을 더러운 바구니들에 나누고 있었는데,

아마 이 행성에서 그들이 지닌 전부일 것일 터였다. 그것이 제 집에서 도망치기 전에 마지막으로 챙겨온 가산일 것이였다.

말 없이, 그는 그들 사이를 걸었다.

이제 피난민들은 전부 그가 걷는 길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들 전부는 처음으로 아스타르테스 전사를 본 모양인지, 공공연하게 경이를 표하고 있었다.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이들은 다시 부모들에게 속삭였고.


'안녕하세요오,' 그가 막 대리석 계단들을 오르려는 와중에, 어린 목소리가 뒤편에서 들려왔다. 리클루시아크가 등을 돌렸다.

어린 여자아이가 계단가 아래에 서서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 아이는 분명히 제 부모 혹은 다른 큰 형제들 것이 분명할, 너무 큰 셔츠를 걸치고 있었다.

그 아이의 헝클어진 금발은 너무나도 더러워, 마치 자연스러운 곱슬같이 보일 정도였다.


그리말두스가 천천히 내려왔다. 겁에 질려 제 아이를 부르는 부모들은 무시하며,

그 아이를 불렀다. 그 아이는 기껏해야 7살에서 8살로 보였다.


'환영한다,' 그가 그 아이를 불렀다. 음성망을 통해 들리는 거친 음성에 사람들이 잠깐 주춤했고,

근처의 일부는 숨을 들이켰다.

작은 아이가 눈을 깜빡였다.


'아빠가 그러는데, 아저씨가 영웅이래요. 정말 영웅이세요?'


그리말두스의 시선이 사람들에게로 향했다. 모니터 화면 속 커서들이 얼굴들 사이로 이리저리 움직이며,

그녀의 부모를 탐색했다.

200년간의 전쟁 바닥을 굴렀음에도, 그는 이 질문에 제대로 준비할 수 있었던 적이 없었다.

모인 사람들은 여전히 침묵 속에 그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 밖에는 수많은 영웅들이 모여 있단다,' 채플린이 말했다.


'아저씨 목소리가 엄청 커요,' 아이가 불평했다.


'왜냐면 난 소리지르는데 익숙하거든,' 기사가 음성 볼륨을 낮추었다.


'그래 꼬마야, 더 바라는게 있니?'


'우릴 지켜주실꺼에요?'


그는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가능한 한 가장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그들을 위로했다.


.......

얼마 지나지 않아, 오크 야만인들이 모습을 드러내며 성당을 향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마구잡이로 침투하는 대신, 대성당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차단벽들과 광대한 공동 묘지들을 주로 해서 성당을 포위하였는데,

이는 손쉬운 침투로를 찾기 위한 이유에서였으나 그들이 찾은 것이라곤 사방에 배치되어 있는 제국 방어자들의 날선 저항 뿐이였습니다.

그렇게 한달이라는 시간 동안, 가드맨들은 끝없이 밀려오는 오크 무리들 앞에 라스건 광선들을 쏟아내며 끈질기게 저항했고

아스타르테스들은 볼터건으로, 볼트탄들이 다 떨어졌다면 무자비한 육탄전으로 그들을 맞이하였습니다.

허나 그러한 영웅적인 저항에도 불구하고, 이미 인간 방어자들이 그들과 같이 숫적으로 압도적인 우월세를 자랑하는 그린스킨들에게서 승리를 거둘 가능성은 전혀 없었으니,

실제로 한달여라는 시간이 지나자 이제는 수 분 꼴로 방어자들은 후퇴를 맞이하여야만 했으며

그만큼 오크들은 성당을 향해 더 가까히 접근하고 있었습니다.

소로리타스들은 무덤가와 성벽들에서 벌어지는 전투들에는 일단 직접적으로 참여하지는 않았는데,

이는 본디 이들의 임무가 대성당을 수호하는 것으로,

성당 문에 다다를 즈음에야 참전할 생각이였기 때문이였습니다.


오크들과의 전투 도중, 블랙 템플러 측의 엠퍼러스 챔피언이 전사하는 일이 발생하였는데,

그의 신성한 무구와 갑주가 오크들의 손에 넘어가고야 말았습니다.

허나 그러한 일은 성전사들에게는 절대 있어서는 안될 신성 모독이였으므로,

이들은 그 성유물을 회수하기 위해 가히 열광적으로 전투를 수행하였으니

결국 이를 되찾았으며,

그리하여 그리말두스는 성기사들 중 한 명을 새로운 챔피언으로 임명하는 식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

대령 라이켄은 그의 오토피스톨 방아쇠를 당기고,

잠시 숨을 참고는 다시 겨누었다가 당기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 무기는 퍽 탄탄한 형태이지만, 언더하이브 갱 전투가 아니라면 쓸 일이 없었던 무기였다.

그는 이름 모를 한 성자의 흑석 성소 안에 몸을 웅크리면서 방아쇠를 계속 당겼는데,

그럴 때마다 다 소모된 뜨거운 탄피가 튀어나오며 공동묘지 바닥 근처에 떨어졌다.


'후퇴하셔야 합니다!' 그의 병사들 중 한 명이 소리질렀다. 외계의 짐승들은 마치 멸망의 그 날에 온다던 거대한 해일마냥 공동묘지 전체를 뒤덮고 있었다.

절대로 부실 수 없는, 야만과 소음의 물결들.


'아직은 아냐...'


'지금 당장요, 당장 가라고요, 제발!' 티로가 달려와 그의 어깨를 붙잡고는 그대로 밀쳤다.

덕분에 조준이 흐트러졌지만, 어차피 바다에 침 뱉기에 불과했었다.

그는 우는 석상에서 빠져나왔는데,

그 직후 바로 완전 자동화된 적 기관총 점사에 의해 그것이 산산조각났다.


'그들이 온답니까?' 


'누구?'


'빌어먹을 성전사님들요!'


그들은 오지 않았다.

결국 후퇴하는 인간 생존자들에게, 블랙 템플러들은 마치 모든 인지와, 이성을 잃고 그냥 마구잡이로 미친듯이 돌진하는 것 같이 보였다.

자신들이 죽어가며 후퇴하는 동안.


하지만 그 누구도 그 정확한 이유는 알지 못했다.

음성으로 누구도 답해 주지도 않았고.


...


바야드가 전사했다.


프라이무스가 그 위대한 챔피언의 죽음을 눈 앞에서 목격했다.

그의 뛰어난 검술들조차도 심장이 단 한번 뛸 순간에 모두 무로 돌아갔다.

그는 마치 중세 행성의 한 촌구석 산지에서 벌목하는 천민이 휘두를법한 무식한 방식에 의해 전사해버렸다.

그가 이때껏 보여준 그 모든 신의 경지에 달하는 검술이,

치명적인 에너지가 흐르는, 허접한 칼날 달린 곤봉에 의해 끝나버린 것이다.

'네로바르!' 프라이무스가 그의 이름을 부르짖었다. '네로바르!'


다른 성전사들도 그의 이름을 부르짖었다. 아포테카리가 챕터의 영웅의 진 시드를 추출하게끔 해주기 위하여.


오크의 도끼는 그대로 뽑혀져 바닥에 던져졌고,

엠퍼러스 챔피언의 시신은 더 이상 어정쩡하게 설 필요 없이 지면에 곱게 눕혀졌다.


'네로바르!' 프라이무스가 다시 울부짖었다.


영웅의 순교 장소에는, 바스틸란이 가장 먼저 도착했다.

서전트의 헬멧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는데,

그의 얼굴은 오직 하얀 두 눈들을 제외하면 온통 피로 뒤덮혀 있어서 더 이상 사람인지조차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두 뺨에는 살점들이 너덜너덜하게 걸려있어서, 그 안에 뼈가 휜히 드러날 정도였다. 그가 말했다.


'흑검이 없다!'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 프라이무스의 두 심장들이 세차게 요동쳤다.

바야드의 시신을 수거하는 순간, 그가 그 성유물을 함께 가지고 올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였다.

이어서 무언가 말하려던 바스틸란이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너덜너덜한 얼굴은 핏빛 운무 속에 아예 사라졌다.

그 순간에는, 이미 프라이무스는 파워 소드를 찔러넣어,

서젼트의 뒤에 숨어서 몰래 총질을 가한 오크놈의 가슴팍에 그것을 쑤셔넣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머리가 날아간 바스틸란의 주검은 바닥 위에 그대로 무너지며 돌과 부딛히는 묵직한 소리가 튀어나왔다.


'네로바르 형제!!'


바스틸란의 마지막 유언과 함께, 성전사들 사이로 무언가 다른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이제 12명이 남았다. 그리고 그 중 7명만이 이제 나설 것이였다.

남은 기사들은 한데 뭉쳤다.

전진하는 그들의 검들은 모든 것을 베고 가르며 적들을 마구 도륙한다.

그것은 단지 적들을 죽이기 위해서만이 아닌, 바로 옆의 다른 형제들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그것은 수십년간 함께해온 전투를 통해 빚어진 본능적 야성이였다.

그 열기는 지금 검을 수거하기 위해 달려나간 7명의 기사들에게로 번져갔다.


'검을 회수한다!' 그리말두스가 울부짖었다. 의무에 따라, 그는 다른 이들을 앞장서고 있었다.

그의 크로지우스가 무자비한 분노를 선사하며, 프라이무스를 지나 말 그대로 피의 길을 뚫어내고 있었다.


'흑검을 회수하라!'



...


우린 그것을 두고 떠날 수 없었다.

그 성유물은 우리들 중 단 한 명이라도 살아있는 한, 그대로 전장에 버려져서는 아니될 물건이였다.

음성망을 통해, 인간들이 처절한 광기 속에 우리들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자신들과 함께 후퇴하자고 빌고 있다. 

나도 안다. 그들의 눈에, 우리들의 행동은 그저 미친 짓으로 보이리라.

하지만 우리들에게도 선택의 여지는 없음이랴, 가장 신성한 전통을 위반할 수는 없기 때문이였다.

흑검이란 최소 단 한 명의 성전사도 남지 않는 한, 언제까지고 성전사의 검은 장갑 위에 올려져 있어야만 했다.

내겐 한 순간이 있었다. 아주 찰나의 순간.

바야드의 시신에 이어, 곱게 눕혀진 바스틸란의 시신을 보았을 때, 그 비통함을 만끽할 소중한 한 순간이.

챕터를 섬겨온 가장 뛰어난 소드 브리튼 중 두 명이, 그렇게 오늘 영광 속에 전사하였다.

내 눈 앞에 더 많은 외계인들이 쏟아지며 내 시야를 가린다.

더 많은 외계인 개자식들이 쓰러지며, 나와 프라이무스는 더욱 더 가까워졌다.

우리 둘 사이에는 유혈낭자하고도, 차분한 침묵의 감각만이 흐르고 있었다.

전투는 계속해서 이어졌고, 오크들이 휘두르는 무기들이 우리의 갑주를 덮쳤다.

허나 나는 그와 그 혼자만을 위해 짧은 말을 남길 뿐이였다.


'프라이무스.'


'예, 리클루시아크.'


내 몽둥이가 두 마리의 짐승들을 날려버린다. 그리고 단 1초도 안되는 찰나의 순간이지만,

우리들을 막아세우는 외계인들이 잠깐이나마 걷어졌다.

우리 둘은 그 찰나의 순간을 낚아챘고,

다시 다른 적들과 다시 싸우기 전 식을 거행할 수 있었다.


'이제 넌 헬스리치 성전단의 마지막 엠퍼러스 챔피언이다,'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그러니 네 검을 들어올려라.'



....

'성당 외부로 남은 기갑 병력들이 있으면, 제발 응답 바란다..

성당 성벽 남쪽에서 신 살해자가 진격하고 있는 것이 포착되었다.

외부에 있는 기갑 병력들이 있으면, 막아라, 막아...'


부셔진 스테인드 글라스 창문들 중 하나에 자리잡아서,

라이켄 대령은 저 멀리서 가간트의 몸뚱아리가 부셔진 공동묘지 성벽을 넘어 걸어오는 것을 절망 속에 지켜보고 있었다.

그래서 한 순간 들려온 음성을 제대로 알아듣고 답하지 못했다.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그것은 씁쓸한데다가 왠지 비통어린 목소리였지만, 라이켄을 미소짓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교전한다.'


'이봐? 소속이 어딘가?'


'나는 워로드 타이탄 베인-시드헤의 프린캡스, 아마삿이다.'



Posted by 스틸리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