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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warhammer40k.wikia.com/wiki/Battle_of_Helsreach


출처 2 : Helsreach_-_Aaron_Dembski-Bowden




헬스리치 전투 : 타이탄


-헬스리치에서 북쪽, 황무지 어딘가에서-


그 거대한 오크의 우상은 아래 숭배자들의 광기 속에서도 침묵만을 지키고 있었다.

우상의 피부와 뼈는 부셔지고 파괴된 함선들로 만들어졌으니,

그 육신을 이루는 기둥과 기어, 철탑과 대들보들과 장갑판들이 모두 그 버려지고 훔쳐진 것에서 잉태된 것이였다.

비록 그 거신은 살아있는 것이 아닐지언정,

살아있는 생명체들이 스스로 피이자 장기들이 되어 움직이고 있었으니

그것들은 기계 우상신의 표면을 오르고 내려가면서,

직접 장갑 안에 몸을 던져넣거나, 강쳘 뼈대들에 메달리며 스스로 혈관을 타고 내리는 혈액 세포들과 같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 거신병을 만드는 데에는 한달간 총 2천여마리의 오크들이 필요했다.

그리고 3일 전 마침내 그것이 하이브 스티기아의 성벽 너머 황무지에서 탄생하였을 때,

그 누구도 들은 바 없었던 거대한 포효성이 대지를 뒤흔들었다.


그리고 탄생 단 1시간만에, 그 거신은 행성 표면에서 그 도시 하나를 완전히 지워버렸다.

스티기아는 공업 도시로, 스틸리젼 및 자체 민병대로 아스타르테스 및 기계교 지원 없이 그 순간까지 버텨오고 있었으나,

거신이 마침내 각성한 순간 마지막 남은 방어 저항은 완전히 전멸하였으며,

도시는 도합 5시간에 30분만을 버틸 수 있었다.


이제 그 기계가 다시 침묵에 잠겼다.

그리고 나태한 움직임 속에, 남쪽으로의 여행을 준비 중이였다.

그것의 얼굴은 돼지와 같고 눈은 완전한 원을 그리고 있었으며,

하나 하나가 거대한 송곳니들과 마치 피와 같은 적색의 강철 상아들이 그 얼굴을 장식하고 있었는데,

눈을 이루는 금간 유리창들 안쪽으로는 굽은 유인원과 같은 오크 조종수들이 특유의 어정쩡한 걸음으로 바쁘게 움직이며,

제국 타이탄 조종사들을 야만스럽고 원시적인 방법으로 흉내내고 있었다.


그 거신병의 이름은, 그 추잡한 돼지와 같은 배불뚝이 몸뚱아리에 조잡한 오크식 알파벳으로 크게 도색되어 있었다.

'신 살해자'라고.


대지가 뒤흔들리는 묵직한 충격과 함께, 신 살해자가 이제 남쪽으로 내려간다. 해안가로 걷기 시작한다.


헬스리치를 향해.


......






항구 전투가 거진 끝나갈 무렵, 헬스리치 하이브에 주둔 중인 레기오 인비길라타의 타이탄 전투병단은 스틸 리젼 병력들과 함께 황폐화된 '로스토릭 제련소' 구역에서 오크들과 전투를 벌이고 있엇습니다.

타이탄들은 이 구역에서 나흘간의 전투를 수행하였는데,

그 전투를 비롯하여 총 7기의 전쟁 기계들의 손실을 겪은 후였지요.

더욱이 남은 타이탄 조종사들과 신 기계들 자체도 끝없이 이어진 전투에 상당히 소모된 터라,

재무장 및 정비가 필요한 상태였으니,

그런 상태에서조차 계속 전투를 무리하게 수행한 터라 이미 성능 면에서 많이 저하된 바였으며

특히 프린캡스의 상태가 영 거시기한 임페라토르급 타이탄 스톰헤랄드의 경우 상당한 불안정 상태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결국 타이탄들은 거대 수송선들을 동원하여 잠시 도시를 벗어나 재정비할 방법을 강구하려 하였는데,

그러는 와중에 프린캡스 메이져리스 만션은 도시를 뒤덮은 화염조차도 가리지 못할 정도로 강력한 열 신호가 외부에서 감지되고 있다는 것을 식별하였으니,

이에 따라 두 기의 워하운드급 타이탄들을 정찰 용도로 파견하였습니다.

이 두 기계들의 프린캡스들이 목표로 접근하는 와중,

한 대가 갑작스러운 폭발과 함께 소멸되었으니 그 기습적인 죽음의 원인조차 처음에는 알 수 없었으며,

그 다음에 연이어 두번째 워하운드가 소멸되고 나서야 그 이유가 마침내 확인되었으니,

그것은 '신 살해자'라 알려진 초거대한 크기의 메가 가간트로,

심지어 그 크기만으로 임페라토르급 타이탄인 스톰헤랄드를 위축시킬 정도로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하는 오크의 기계신 괴수이였습니다.


본디 이 신 살해자라는 기계는 아마게돈의 표면에서 직접 건조되었는데,

헬스리치 북단에 소형 공업 하이브인 스티기아 근처가 그 출산지로,

침략 초기 스티기아에는 오직 소규모 스틸 리젼 방어병력과 민방위 부대들만이 주둔 중이였으며

기계교 혹은 아스타르테스 지원 병력은 전무한 상태였습니다.

허나 이에 불구하고, 스티기아는 오크의 포위 공격 속에서도 꼬박 1달을 버텨내었는데,

신 살해자의 건조가 마침내 완료되어, 이 거대한 기계 괴수가 방어자들을 덮친 그 순간

스티기아는 멸망의 날을 맞이하였습니다.

그 탄생과 함께 단 5시간하고도 30분만에 오크들의 전면 포위 속에서도 한달을 버텨온 도시와 그 방어병력들을 완전히 재로 만들어버린 이 기계 괴수는,

곧 그 무시무시한 걸음을 근방에서 가장 단단한 방어 중심지, 즉 헬스리치 쪽으로 돌려 마침내 이렇게 도착한 것이였지요.


스톰헤랄드는 곧 이 거대한 기계 괴수를 맞이하게 되었으니,

가간트의 조종사 오크들 또한 다른 무엇도 아니라 자신들 앞에 놓인 이 가장 거대한 적수를 상대하고픈 욕망 뿐에 없었습니다.

놈은 단 한발의 공격으로 스톰헤랄드의 호위를 담당하는 다른 타이탄들을 너무나도 간단히 격파하였으며,

곧 약화된 임페라토르 타이탄을 무시무시한 기세로 덮치며

빌딩 수 개를 합친 크기의 거대한 근접 무기들을 스톰헤랄드의 선체를 향해 들이밀었습니다.

타이탄 자체가 가한 정신적 피해와 정신체강적 고통 및 부상들에서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못했는고로,

만숀은 사실상 이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는 상태였기에

전쟁 기계는 부득이하게 그녀의 두 모데라티들, 론과 발리안 카소미르가 대리로 조종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들은 이 거대한 흉괴를 처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단 한 발의 정확한 플라즈마 에니힐레이터 대포 사격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허나 마지막 순간 두 명의 조종사들은 서로 의견이 갈리게 되었으니,

가간트의 근접 무기들이 타이탄의 차체를 가르기 직전의 순간,

카소미르는 타이탄의 기계공들이 기계의 안정화 장치들을 온라인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모데라투스 론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플라즈마 에니힐레이터를 점화하였습니다.

덕분에 일어난 막대한 반동에 의해, 총열은 처음 조준했던 방향에서 엇나가 버렸고,

눈부신 방출 에너지는 그대로 멀리 사라지며 외계의 거신병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것으로 스톰헤랄드의 운명은 정해졌지요.


타이탄은 무너졌습니다.


다른 모든 타이탄 조종사들 중에서 오직 프린캡스 만션만이 레기오 인비길라타 전투병단이 헬스리치 방어에 참전해야 한다 주장하고 있었으므로,

그녀가 타이탄과 함께 쓰러지자 새롭게 등극한 사령관인 프린캡스 아마삿은 즉시 남은 신 기계들을 이끌고 도시를 떠나,

헴록 강변에서 전투 중인 본대를 향해 철수하였습니다.


이제 도시를 지킬 수 있는 것은 임페리얼 가드들과 민병대들,

그리고 겨우 35명 남짓한 성전사들 뿐이였습니다.


.....


'그럴 수는 없는 일이였단 말입니다.' 기도실을 걸어다니며 프라이무스 형제가 입을 열었다.


'그들은 방어하려고 여기 왔었습니다, 순전히 그런 목적으로요. 그들은 순전히 속세적인 이유에만 헌신하고 있었던 겁니다.'


한편 바스틸란은 그의 전투용 단검을 손질하고 있었다. 글라디우스 검의 양 날을 숫돌에 날카롭게 갈고 있었는데,

그러는 동안에도 프라이무스의 군홧발 소리가 작은 기도실을 채우고 있었고,

그 사이로 스윽, 스윽하고 칼 갈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건 잘못된 겁니다.' 


'그, 그렇다고 그게 그 친구들이 잘못됬다 그러는거 아닙니다.

하지만 민간인들 보호하겠다고 드랍 포드를 감행해요? 그건 웃기는 소리란 겁니다.'


ㅡ스윽, 스윽


'아니 별 말 없으십니까 선임 형제님?'


'뭐라 할 말이 있겠나,' ㅡ스윽, 스윽


'아 진짜 이렇게 나가실 껍니까? 바스틸란, 제발요. 형제님도 제가 맞다는걸 잘 알잖습니까?'


'내가 아는 거라곤 곧 꺼질지도 모르는 바닥을 자네가 자꾸 쿵쾅거리며 걷고 있다는 것 뿐이네.

우리의 형제 챕터의 명예를 더럽히지 말게. 샐러맨더는 전 주간 그들이 흘릴 수 있는 최대한의 피를 흘려주었어.'


'아니 요점이 그게 아니잖습니까.'


ㅡ스윽, 스윽. '그게 자네와 내가 불일치하는 부분이라네, 형제여.

그래서 자네가 배워야 될게 많다는거야. 자네는 아직 어려. 그리고 앞으로 더 배우게 될꺼야.'


'아 진짜 꼰대처럼 굴지 마시죠, 늙은 형제님. 제가 뭘 말하고 싶은건지 잘 알잖습니까.

아니 세월이 갈수록 자꾸 말수만 줄어드시고 뭔 한번을 제대로 소리내실 생각을 안하시는겁니까 진짜.'


'나 그렇게 안 늙었네,' 바스틸란이 웃었다. 참 시끄러운 소년이야.

하지만 그런 그조차도 잘못된 혈기로 바스틸란의 미소를 싹 가시게 만들 수 있었다.


'비웃지 마시죠.'


'그렇다면 어디 한번 못 비웃게 만들어보게. 두 챕터가 같은 목표를 두고 싸웠었나?

아니면 두 챕터가 같은 교리와 규율 속에 싸웠었나?

우리와 그들은 서로 다른 행성들에서 태어나 서로 다른 스승들 밑에서 훈련 받았네.

그 차이들을 인정하고 동맹으로써 서로 같은 자리에 설 줄 알아야지.'


'아니 그래도 그들은 틀렸단 말입니다..' 프라이무스가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선임을 바라보았다.

어찌 이리도 둔하실 수 있는거지?


'그들은 그냥 원한다면 도시 어디든 착륙 가능했어요. 그리고 외계인 사령관들 중 한 놈을 잡아 죽여버릴 수 있었단 말입니다.

대신, 그들은 저희가 위치한 항구들에 떨어져서는 인간들을 보호하는데 더 집중했어요.'


'왜냐면 그럴려고 온 것이잖나..그들이 지닌 연민을 전술적 멍청함과 혼동하지 말게.'


'그게 바로 제 말이라니까요.' 답답함에 프라이무스는 칼을 빼들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물론 가를 것이라곤 공기 뿐이니 그러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그냥 칼을 뽑아 휘두르고 싶을 지경이였다.


'그들은 사람들을 보호하고, 방어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아스타르테스 아닙니까?

그건 임페리얼 가드의 일이죠. 우리는 목구녕을 쑤셔버리는 창날입니다. 그냥 두들겨 처맞는 모루가 아니라고요.

우리는 위대한 성전의 후예입니다, 바스틸란 형제님. 1만년간, 우리와 그리고 우리들만이 황제의 행성들을 복종시키는 성전을 계속 이어나갔어요.

우리는 제국 그 자체를 위해 싸우는 존재들이지 않습니까. 우리는 공격이에요. 공격!'


ㅡ스륵, 스륵. '여기선 아닌데. 여긴 헬스리치잖나.'


프라이무스 형제가 고개를 떨궜다. 비록 자신이 언쟁에서 졌다는 걸 깨달았지만, 그걸 인정하고 싶진 않았다.

빌어먹을 바스틸란 곰탱이는 언제나 이런 식이였다.

항상 이런 식으로 조곤조곤한 몇마디 말로 프라이무스가 말하는 모든 것들을 격파해왔다.

참 짜증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헬스리치는...' 어린 검술사의 음성이 다시 낮아졌다. 좀 더 부드럽지만, 자신감은 팍 줄은 채로.


'그냥, 이번 전쟁에서는 제대로 되먹은게 없는 것 같습니다.'


....


네로바르 형제는 다른 형제들이 있는 곳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찾아가지 못할 정도로 멀리는 아니였다.


'형제여,' 그리말두스가 따라왔고, 그를 발견한 네로가 목례를 올렸다.


'사령부 회의는 어땠습니까?'


'최후의 결사에 대한 지루하기 짝에 없는 토론이였네. 솔직히, 다른 때랑 별 차이가 없었지만.

샐러맨더들은 이미 떠나버렸으니.'


'그렇다면 이제 프라이무스가 좀 입을 닥치고 앉아 있겠군요.'


'아닐 것 같네만.'


그리말두스는 헬멧을 벗었다. 네로바르는 그가 벽화를 감상하는 것을 살피며, 리클루시아크의 흉터 가득한 얼굴이 고뇌어린 표정으로 그것을 살피는 것을 바라보았다.


'부상은 어떻나?' 그리말두스가 물었다.


'뭐 살았습니다.'


'아픈가?'


'그게 뭔 상관이랍니까? 살았으면 됬죠.'


'나는 카도르 형제와 함께였네,' 이제는 천장 부분을 바라보며, 그가 이어 말했다. '마지막에 그와 함께 했었어.'


'압니다.'


'그렇다면, 내가 자넨 그 순간에 아무것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노라고, 그건 불가피한 일이였다고 지금 말해주면 잘 알아들을 수 있겠군.

 그는 괴수 놈이 그를 강타한 순간 즉사하였네.'


'저도 눈 앞에서 그걸 봤습니다, 아닙니까? 이미 뻔히 아는 사실을 말하시는군요.'


'그렇다면 어째서 아직도 그의 죽음에 이토록 음울해하고 있는건가?

그건 실로 위대한 죽음이였어. 영원의 성전'의 볼트 회랑 안에 기록될만한 죽음이였네.

그는 부러진 검과 맨손만으로 9놈의 적을 죽이고 죽었네, 네로. 돈의 피에 대고,

만약 우리 모두가 그와 같은 업적을 해낼 수 있노라면,

인류는 분명히 모든 별들을 정화하고도 남았을 정도였네.'


'그는 볼트 회랑에 안치되지 못할 겁니다. 그것도 알잖습니까.'


'그건 잘못된 애도 방식이로군. 그건 단지 유감스러운 사실일 뿐이야.

이제껏 챕터의 수백여 영웅들이 아무도 모르고 몰라주는 곳에서 쓰러지고 잊혀졌네.

그렇기에 자네는 카도르의 진정한 유산인거야.

그것만으로도 부족한가? 난 자네를 돕고 싶네, 형제여. 하지만 지금 자네는 그걸 좀처럼 말하질 않는구먼.'


'그가 저를 가르쳤습니다. 저는 그에게서 검술과 볼터건을 배웠어요.

..그분은 저를 도둑질맞으신 친부 친모를 대신해주신 새 아버지셨습니다.'


그리말두스는 그를 직시하는 대신 하늘을 바라보았다. 한 기의 제국 전투기가 하늘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헬리우스, 전전임 바라사스와 전임 젠젠을 뒤를 이은 후임의 것이 아닌가 하고 잠깐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바로 전사의 운명일세,' 그가 말했다.


'우릴 길러준 이들을 먼저 떠나보내는 것. 우리는 그들의 가르침들을 받고,

그 가르침을 빌어 무기를 휘두름으로 인류의 적들을 처단해야 하는 것이네.'


네로가 막 웃으려는 듯이 숨을 들이마쉬었다.


'내가 무언가 즐거운 소리라도 했나, 아포테카리?'


'예. 위선이란 언제나 즐거우니까요.' 아포테카리가 헬멧을 벗었다.

헬멧을 벗으며, 그는 문득 자신의 팔에 달린 기기의 창고 포드 안에 안치된 냉동 보관식 진-시드의 무게가 느껴지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위선?'


'예 압니다. 그게 당신께는 별로 답갑잖고 썩 좋은 기분이 드는게 아니라는걸요, 리클루시아크.

이렇게 말해서 죄송합니다.'


'...왜 진실을 말했는데 내게 용서를 구하나?'


'..당신은 그런 대답을 참 간단명료하게도 하시는군요. 사실 우리들 중 단 한명도...여기 온 이래로 당신을 신뢰했던 적이 없었다는 것도 압니까?'


'자넨 '우리가 여기 온 이래로'라고 했지만, 다른 거짓말도 느껴지는데?'


'예 인정하죠. 여기 오기 전부터도요. 아니, 모드레드 경께서 죽은 이후부터라고 해드리죠.

솔직히 당신 곁에 서는게 불편했습니다, 리클루시아크.

당신은 우리들께 용기를 불어넣어줘야 할 때 자리를 피했습니다.

당신께선 분노해야 될 때 항상 멀리 계셨습니다.

당신은 카도르의 죽음으로 절 가르치려 들었지만 결국 실패했어요. 모드레드의 죽음 이후 새롭게 그 자리에 오른 이후서부터요.

다들 외면하고 있지만 그 아래에는 불이 반짝이고 있단 말입니다.

우리들은 그걸 누누히 당신께 경고해왔지만, 별로 먹히지도 않았죠.'


그리말두스가 웃었다. 그것은 마지못해 만든 미소 사이로 기어나오듯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는 그분의 두 눈을 빌어 이 세상을 보고 있네,'


'그리고 매일 밤이 지날 때마다, 나는 새롭게 알아가고 있네. 내가 진정으로 그분을 이을 수는 없다는 걸.

그래 솔직히 말하겠네. 나는 사실 이와 같은 영광을 지닐 몸도 아니였어.

난 사람들의 지도자가 아니야, 더욱이, 사람들을 가르치고 상대하는 일에도 서툴러.

어쩌면 리클루시아크의 망토를 애초부터 두르지 말았어야 했는지도 모르지.

하지만 최소한 전쟁이 시작되면, 나는 그 영광을 통해 이 짐들과 불편함들이 모두 사라질거라 믿었네.'


'하지만 여기 떨어짐으로, 결국 그러지 못하게 됬군요.'


'그래. 그렇지 못했어. 그래서 난 이 행성 위에서 그냥 죽을 생각을 품고 있었다네.' 그리말두스가 아포테카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 스승께서 전사하신 이래로 겨우 수 일 만에 나는 내 부족함을 깨달아버렸고,

그래서 이 행성에 곧 더러운 전쟁이 도래해서 그 누구도 살 수 없게될 것이라는걸 깨달았을 때, 

그리고 헬스리치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난 그냥 여기서 죽기로 마음을 정해버렸다네.

내가 200년간 섬겨온 형제들과 챕터에서 멀리 떨어졌음에도 말이네.

솔직히 고백하겠네. 설령 우리가 이기더라도, 승리가 우리들에게 무얼 빌어다주겠나?

우리들은 폐허가 된 공장 지대만이 남은 황량한 행성 위의 거지 왕들로나 서 있겠지.'


'그리고 바로 여기가 우리 죽을 장소네. 죽음은 가치없을 것이란 말이네. 미안하군.'


'아닙니다, 이것은 나름대로 명예로운 일 아닙니까? 

헬스리치 성전단은.. 우리의 형제들과 이 행성의 사람들은 우리의 희생을 언제까지고 기억해줄 겁니다.

당신도 나만큼이나 이 사실에 대해 잘 알잖습니까.'


'아, 물론이네. 그건 부정할 수 없겠군. 하지만 난 그런 영광에 대해서는 생각치 않네.

영광은 옥좌를 향해 봉사한 이들에게나 주어지는 것이지.

그건 패자를 위한 선물이라던가, 굶주린 이들을 위한 그런 것 따위가 아니란 말이네.

나는 내 형제들께 가치있는 삶을 원했고,

내 삶이 제국에 더 가치있는 방향이 되는 최후를 원했었네.

자넨 내 스승 모드레드경께서 남기셨던 유언이 잘 기억나지 않는건가?

그분을 기리는 석상 기둥에 황금으로 새겨져 있는데도'


'..전 기억합니다, 리클루시아크. 그 분께서는 이렇게 말하셨죠.

"우리는 우리가 파괴한 악들을 통해 삶을 심판받으리라."

그리고 우리는 분명히 훌륭한 판정을 받을 겁니다.

수많은 적들이 이미 우리 앞에 처단되지 않았습니까?'


'아니. 우리의 죽음은 그 누구도 일꺠울 수 없네.

아무런 혜택 유산도도 남길 수 없어. 쉐도우 울브즈의 최후 기억하나?

그들 챕터의 마지막 남은 전사들이 죽어가는 걸 보았던 그 날에,

나는 내 심장이 울리는 것을 느꼈었네.

그 날 이후로 다시는 그 날만치 열광할 수 있었던 적이 없었어.

그 순간에, 그들의 죽음이 내 마음을 진심으로 울렸던거야.

은빛 갑주를 두른 전사들은 그 날 진정한 영광 속에 죽었던 거라고.

헬스리치는 어떤가?

이 무너져내리는 빌어먹을 도시 어디에서 우리가 다른 누군가에게 그런 용기를 전달해줄 수 있단 말인가?'


그리말두스가 회한 속에 눈을 감았다. 심지어 네로바르가 다가오는데도.

그의 주먹이 그리말두스의 턱을 갈겨서, 그를 땅에 떨궈버렸다. 그리말두스는 웃었다.

사실 지금까지 이런 식으로 그가 행동할 거라곤 생각한 적이 없었으니까.


'어떻게 그리 말하실 수 있는 겁니까?' 네로가 이를 갈며 꾸짖었다. 주먹은 여전히 힘으로 팽팽히 떨리고 있었다.


'어떻게 감히? 당신은 지금 이 자리에서 우리의 명예에 먹칠을 해놓고선,

그런 주제에 위선적이게도 카도르의 죽음이 의미 있다 말한 겁니까?

그런 식이면ㅡ결국 의미가 없는 겁니다. 우리 모두가 죽을 것과 마찬가지로 그런 식으로 그 또한 죽었단 말입니다.

당신 말대로라면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고 잊혀질 것 아닙니까?

당신은 제 리클루시아크입니다, 그리말두스, 그러니 이제 제발 그런 거짓말들은 그만 두십쇼.

말해보시죠. 우리들의 명예가 그 누구의 심장도 울릴 수 없다면,

결국 카도르의 죽음 또한 아무 의미 없으니 최소한 저라도 그를 애도할 권리가 있는 것 아닙니까?

당신이 우리 모두를 위해 그리하듯이 말입니다!'


그가 입술을 햩았다. 화학 성분이 풍부한 피맛이 느껴졌다.

침묵 속에 그가 일어섰다. 네로바르는 더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선 그의 손목에 장착된 브레이서의 스토리지 포드를 조작했다.

곧 작은 플라스텍 유리병이 출력되었고, 네로바르는 그것을 그리말두스에게 던졌다.

리클루시아크가 그것을 두 손으로 받았다. 

'나클리데스,' 그 병에는 그렇게 적혀 있었다. 이 형제의 진 시드는 수 일전 수거되었다.


'네로...'


네로는 말 없이 계속해서 튜브를 출력해서 그것을 리클루시아크에게 던졌다.

그의 건틀렛이 계속해서 그것들을 조심스레 받아들었다. 마지막으로 네로의 손가락 위에 남은 것은 카도르의 것이였다.


'말해주십쇼,' 아포테카리가 요구했다.


'우리가 여기 한 일이 정말로 가치 없었던 겁니까?

우리들의 희생에 자부심을 느낄만한건 단 하나도 없었던 겁니까?'


'도시는 지금 함락되고 있네, 형제여. 사렌과 그의 병사들은 그 사실을 오늘 깨달았지.

우리에게도 이젠 죽음을 맞이할 자리를 골라야 할 시간이 왔네.'


'그렇다면 그 장소는 반드시 우리가 기억될 수 있는 곳이어야만 할 겁니다.'


네로바르가 경건하게 카도르의 동면냉각된 진-시드 장기들이 담긴 유리병을 채플린에게 건네며 말했다.


'부탁드립니다. 우리들의 죽음이 누군가를 울릴 수 있는 장소를,

그리하여 인류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가치가 있는 그런 전설들이 만들어질 그런 장소를 골라주십쇼.'


'좋은 장소를 아네,'


'여기서는 제법 멀지만, 이 행성 전체 어디를 둘러봐도 그와 같은 신성한 장소는 없지.

거기에서, 우리는 우리들의 무덤을 팔 것이네.

그리고 거기서, 우리는 대적 놈들이 블랙 템플러 성전사들의 이름을 길이길이 기억하고 두려워하게 만들 것이네.'


'어째서 그 장소를 선택하신 겁니까. 그 이유도 들어야겠습니다.'


그리말두스가 그에게 말해준 진실은 제법...놀라웠다. 허나 그가 그 이유를 설명해주었을 때,

더 이상의 반박은 없었다. 그는 납득했다.


'거기라면 우리의 죽음도 누군가를 울릴 것이네. 거기라면 우리도 마지막 숨결로 적들에게 모욕을 줄 수 있을 것이고,

이 도시의 전사들을 울릴 수 있을 것이네.'


'그렇다면 이것이,' 네로가 이어 말했다, '마침내 진정한 리클루시아크다운 선택이 되겠군요.'


'나는 퍽 느린 학생이라네,' 그의 말에, 네로바르가 마침내 미소를 지었다.


'모드레드는 죽었어요,' 네로가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그는 죽기 전 다른 누구보다도 당신을 후계로 택했습니다. 그는 당신이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믿은 겁니다.'


그리말두스는 더 말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그에 부끄럽지 않게 살며 최후를 맞이해야 하는 겁니다, 그리말두스.' 




ps. 사실상 그리말두스는 아마게돈 전쟁 발발 직전에야 겨우 채플린이 된 신참 채플린입니다.

하지만 전 스승에 비하면 한참 부족한 자신을 깨닫고는 자괴감 속에, 

아마게돈 전쟁 시작과 함께 다른 형제들에게 뭔가 남길만한 명예로운 죽음을 맞고 죽으려고 했지만

그렇게 일이 안 풀리고 헬스리치에 떨어져서 초반에 그렇게 화를 냈던 것이고,

나중에는 자포자기해서 그냥 헬스리치에서 끝까지 싸우다 죽을 생각이였는듯 하네요.

물론 채플린이라서 처음부터 끝까지 모범적인 모습만 보여주었지만,

그게 개죽음이라는 생각은 끝까지 가지고 있었고

결국 여기서 이렇게 속마음을 드러내는군요.

하지만 그래도, 마지막에는 다른 형제들을 위해서 진정한 스페이스 마린의 리클루시아크다운 선택을 하게 되네요.

전설로 남을만큼 명예롭게 죽는 것.



Posted by 스틸리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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