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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터는 펠릭스에게 두 개의 금화를 건냈다.


"당신은 남작의 금화를 받았소. 이제 우리와 함께 인거요.“


반 백발인 남자가 문을 열었다.


"자, 실례가 안 된다면 돌아가 주시겠습니까. 저는 여정의 계획을 마저 짜야겠습니다.“


펠릭스는 둘에게 인사를 하고 나왔다.


"잠깐만“


펠릭스는 갑자기 들린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만프레드가 그의 뒤를 따라 마차에서 내렸다. 어린 귀족은 미소 지었다.


"디터는 무뚝뚝한 남자지만 금방 익숙해 질거예요“


"예 곧 익숙해지겠습니다. 나리“


"만프레드라고 불러주세요. 우리는 지금 변경에 있지 뉠른 백작부인의 법원에 있는게 아니잖아요. 여기서 신분은 그렇게 큰 의미가 없어요.“


"알겠습니다. 나ㄹ-, 만프레드“


"전 그냥 당신이 어젯밤 한 일이 옳은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었던 거예요. 여자아이를 위해 나서준 것, 그녀가 마녀의 하수인이라고 해도, 전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질문 하나 해도 될까요?"


만프레드는 끄덕였다. 펠릭스는 목을 한번 가다듬은 다음.


"만프레드 폰 디엘의 이름은 제 고향인 알트도르프에서 극작가로 꽤나 알려진 이름입니다.“


만프레드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저 맞습니다. 울릭이여!, 정말 배운 분이시군요! 누가 이런 곳에서 이런 분을 만날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정말 당신과 저는 함께 가야했군요. 예거씨, 혹시 수상한 꽃이라는 작품 보셨습니까? 맘에 드시던가요?“


 펠릭스는 답변을 신중히 골라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귀족 여성짐승으로 변해가면서 자신이 돌연변이였다는 것을 깨닫고 광기에 휩싸이는 작품에 큰 관심이 없었다. 수상한 꽃은 제국의 위대한 작가 데틀레프 시렉의 작품에서 찾을 수 있는 친절한 인간성이 결여된 작품이었다. 그래도 돌연변이가 되는 일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던 시절에는 확실히 화제가 되던 연극이었다. 펠릭스가 기억하기로 이 작품은 엠마누엘 백작부인이 더 이상은 상영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아주 강렬한 연극이었습니다, 만프레드. 정말 잊을 수 없더군요.“


 “잊을 수 없다라, 훌륭하군! 정말 훌륭해요! 저는 이만 가봐야겠어요. 삼촌에게 병문안을 가봐야겠습니다. 이 여정이 끝나기 전에 다시 한 번 이야기 할 수 있으면 좋겠군요.”


 둘은 서로에게 인사했고 귀족은 자기 갈 길로 갔다. 펠릭스는 만프레드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저 쾌활하고 별난 귀족이 음울하고 카오스에 사로잡힌 것만 같은 작품을 썼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알트도르프의 전문가들 사이에선 만프레드 폰 디엘은 훌륭한 극작가이자 불경스러운 자로 알려져 있었다.




 아침나절부터 추방자들은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펠릭스는 길게 흩어져 있는 줄 맨 앞에서 백발의 노인이 피곤한 모습으로 흑담비 모피를 두르고 검은 군마에 타고 있는 모습을 봤다. 그는 디터가 들고 있는 펼쳐진 늑대 깃발 아래에 있었다. 그 옆에서는 만프레드가 몸을 기울이고 노인에게 뭐라 말을 하고 있었다. 남작이 신호를 보내자 그의 백성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모든 걸 지켜보고 있으니 펠릭스는 온 몸에 전율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화차와 우마차들의 행렬과 말을 타고 무장한 호위들 만들어내는 광경에 펠릭스는 넋을 잃고 쳐다봤다. 

 그는 펠릭스와 고트렉이 남작색의 옷을 입고 있는 하인에게서 징발한 보급품 마차 위로 기어 올라갔다. 

 주변에 산들은 마치 회색 거인들처럼 하늘을 향해 우뚝 서있었다. 나무는 띄엄띄엄 있었고 하천은 옆에서 천둥강의 수원을 향해 수은처럼 흘러가고 있었다. 비와 눈이 섞여 내리면서 거슬리는 풍경들을 부드럽게 감싸 야성미를 주고 있었다.


 "다시 출발 할 시간이구만“

 피곤과 숙취에 절은 고트렉이 머리를 움켜쥐며 말했다.


각자의 위치에서 행렬은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뒤에는 병사들이 석궁을 어깨에 매고, 망토를 고쳐 매며 앞으로 행군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맹세는 갖은 욕들과 마차를 모는 이들의 채찍소리 그리고 소들의 우는소리와 섞여있었다. 아기가 울기 시작했다. 뒤편 어딘가에서 한 여성이 듣기 좋은 작은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아이의 칭얼대는 소리가 조용해졌다. 펠릭스는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혹시라도 커스틴을 찾을 수 있을까 싶어 그들의 발  밑에 지도처럼 펼쳐진 구릉진 언덕을 진눈깨비를 맞아가며 터덜터덜 걸어가는 사람들을 쳐다봤다.


 펠릭스의 마음은 거의 평화로웠다. 인간들의 행동에 푹 빠져 마치 자신이 강 옆에서 자신의 목표를 향해 태어난 기분이 들었다. 벌써부터 이 자그마한 떠돌아다니는 사회의 일부가 된 것처럼 느껴졌다. 그가 정말 오래 동안 즐겨보지 못한 감각이었다. 그는 미소 지었다. 하지만 고트렉이 옆구리를 팔꿈치로 찔러대는 통에 몽상에서 깨어났다. 

 "계속 주변을 잘 감시해 인간, 오크들과 고블린들은 이 산들이랑 저 아래에서 항상 나타난다고.“

 펠릭스는 고트렉을 째려봤다. 하지만 주변을 다시 한 번 둘러보자 자연의 야성미에 감사 따윌 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그는 계속 적들이 숨어있을 만한 곳들을 살펴봤다.


 펠릭스는 산을 뒤돌아봤다. 펠릭스는 저 음산한 산악지대를 떠나는 것이 전혀 후회되지 않았다. 그들은 주홍색 발톱문장이 그려진 방패를 들고 있는 그린스킨 고블린들에게 몇 번 습격을 받았다. 울프 라이더들은 물리쳤지만, 사상자가 있었다. 펠릭스는 잠이 부족해서 벌겋게 충혈된 눈을 하고 있었다. 다른 전사들처럼 야습에 대비하기 위해 불침번을 두 배로 서고 있었다. 습격자들을 추격하기 위해 나서지 않은 것에 대해 고트렉만 불만을 품고 있는 듯 했다.


 "그룽니시여" 드워프가 말했다.


 "디터가 그놈들 우두머리를 쏴버린 이후로는 코빼기도 안 보이는구만. 그놈들은 배에 불때기를 넣어줄 만한 커다랗고 성질 고약한 놈만 없다면 죄다 겁쟁이야. 흥! 고보놈들 몇 마리 썰어주는 것처럼 식전운동으로 좋은게 없는데 말이야. 건강에 좋은 운동은 소화에도 좋다고."


 펠릭스는 코트렉에게 아니꼬운 시선을 보냈다. 그는 커스틴과 키가 큰 중년 여자가 있는  지붕 덮인 마차를 향해 엄지를 가리켰다. 


"저 마차 안에 있는 부상자는 "건강에 좋은 운동"에 대한 네 생각에 전혀 동의하지 않을 거야 고트렉." 


 고트렉은 어깨를 으쓱했다.


"살다보면 말이야, 인간. 사람들은 다치기 마련이라고. 네 차례가 아닌 걸 감사히 여겨."




 펠릭스는 질려버렸다. 수레의 앉던 자리에서 내려와 진흙투성이 땅으로 내려갔다.


 " 걱정 마 고트렉. 난 네 무용담을 완성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마 내가 맹세를 깨버리려고 하겠어? “


 고트렉은 펠릭스가 혹시 비꼬는게 아닌가 싶어 빤히 쳐다봤다. 펠릭스는 조심스레 얼굴을 무표정으로 바꿨다. 드워프는 펠릭스가 자신의 약속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받아드렸다. 고트렉은 죽고 나서 무용담의 영웅으로 남고 싶었다. 그래서 틈만 나면 펠릭스에게 맹세를 지키도록 상기시켜 줬다. 펠릭스는 고개를 절레절레 하며 커스틴과  그녀의 여주인이 서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안녕하십니까, 윈터 부인, 커스틴" 


 두 여인은 펠릭스에게 질린 듯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여마법사의 긴 얼굴이 순간 찌푸려졌다. 하지만 후드로 가려진 눈에선 아무 변화도 없는 듯 했다. 그녀는 자기 머리에 꽂힌 까마귀 깃털중 하나를 바로잡고 나서 말했다. 


 "안녕하시냐구요? 어젯밤에 상처로 두 명이 더 죽었어요. 놈들이 화살에 독을 발라놨더군요. 타알이시여, 전 저 울프라이더들이 정말 싫어요.“


 " 의사인 스탁하우젠씨는 어디 가셨어요? 전 그 사람이 돕고 있을 줄 알았는데요.“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펠릭스의 눈에는 꽤나 냉소적인 표정으로 보였다.


 "남작의 후계자를 보러 갔어요. 어린 만프레드가 팔에 칼자국이 났거든요. 스탁하우젠은 어린 만프레드가 다치는걸 보느니 다른 멀쩡한 사람이 죽게 내비 둘 거예요.“


 그녀는 말을 마치고선 몸을 돌려 걸어 가버렸다. 그녀의 머리카락과 망토가 산들바람에 펄럭거렸다.


 "우리 마님에게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커스틴이 말했다. "만프레드 주인나리께서 그녀를 풍자하는 연극을 쓴 적이 있거든요. 그래서 엄청 분해 하셨어요. 마님은 정말 좋은 분이신데 말이예요.“


 펠릭스는 그녀를 쳐다봤다. 왜 이리 심장이 쿵쾅거리고 손에 땀이 차오르는 건지 의아했다.

갑자기 고트렉이 술집에서 했던 말이 떠오르자 펠릭스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래. 펠릭스는 인정 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커스틴에게 마음이 끌렸다. 도대체 뭐가 문제야? 어쩌면 그녀는 펠릭스가 그렇게 매력적인 사람이라고 느끼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는 주변을 둘러봤다. 혀가 묶인 것만 같았다. 뭔가 말할 거리를 떠올리려고 노력했다. 근처에서 어린 아이들이 병사놀이를 하며 놀고 있었다.


 "어떻게 지내요?" 그는 결국 물어봤다.


 그녀는 약간 떠는 것처럼 보였다.


 "괜찮아요. 근데 어젯밤에는 늑대들 우는 소리랑 내려오는 화살들 때문에 무서웠는데... 글쎄요, 낮이 되니 그런 일이 없었던 것처럼 느껴지네요.“


 그들 뒤쪽에 있는 화차에서 환자가 고통에 신음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잠깐 몸을 돌려 상태를 살펴봤다, 그녀의 얼굴에 고단함이 가면이 씌워진 것처럼 자리를 잡았다.


 "부상자들을 상대하는 게 즐거운 일은 아니겠네요." 펠릭스가 말했다.


그녀는 어깨를 으쓱 하고 말했다.


 "익숙해져야죠.“


 그녀처럼 어린 여자의 얼굴에서 그런 표정이 나오는 것을 보니 펠릭스는 오싹해지는 것만 같았다. 그런 표정들은 죽음이 일상인 용병들의 얼굴에서나 볼 법한 표정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어린 아이들이 이제는 부상자 근처의 우마차에서 놀고 있었다. 한 아이가 맨 손으로 석궁을 쏘는 척 했다. 그러자 다른 아이가 꺄르륵 웃으며 가슴을 움켜쥐더니 쓰러졌다.


 펠릭스는 고립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갑자기 집에서 너무나 멀리 떨어진 것만 같았다. 제국에 두고 온 시인과 모범생으로 안전하게 생활하던 일들이 마치 오래 전에 일어난 다른 사람의 일 같았다. 그가 당연하게 여기던 법과 법의 집행자들은 회색 산맥에 남겨놓고 왔다. 


 "이 곳에서는 생명이 참 하찮게 여겨지는 것 같아요. 그렇지 않아요?" 


 그가 말했다. 커스틴은 펠릭스를 쳐다보더니 표정을 풀었다. 그녀는 펠릭스의 팔에 팔짱을 끼고 말했다.


 "이리 와요. 좀 더 공기가 맑은 곳으로 가자구요." 


 그들 뒤에서 아이들이 시끄럽게 놀아대는 아이들의 목소리와 죽어가는 남자들의 신음소리가 섞이고 있었다.




 펠릭스는 갑자기 구릉에서 튀어나온 것 같이 생긴 마을을 봤다. 늦은 오후였다. 왼쪽, 동쪽에서는 빠르게 굽이치는 천둥 강(Thunder River)과 그 너머에 세상의 끄트머리 산맥(World's Edge Mountains)의 장대한 봉우리들이 보였다.

 남쪽으론 멀리까지 황량하게 이어지는 언덕들이 보였다. 언덕들 위에는 아무것도 자라지 않고 있었고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펠릭스는 그 언덕들을 보고 있자니 왠지 모르게 몸이 떨렸다. 

 두 산맥 사이 골짜기에 조그만 벽으로 둘러싸인 마을 하나가 자리 잡고 있었다. 하얀 것들이 보이는걸 보니 정문 안에서 양들을 키우는 것 같았다. 펠릭스는 벽에서 뭔가 움직이는 것을 본 것 같았지만 너무 먼 거리여서 확신 할 수는 없었다.

 디터가 펠릭스에게 이리 오라고 손짓을 했다. 


 "당신은 말을 잘 하죠.“


 그리고 다시 말했다.


 " 타고 내려가서 한번 말 좀 전해주세요. 저희는 해칠 의도가 전혀 없다구요.“


 펠릭스는 키크고 수척한 남자를 쳐다봤다. 펠릭스가 생각하기론, 만약 저들이 우호적이지 않을 때를 대비해 그가 자신을 소모품으로 쓰려는 것 같았다. 펠릭스는 디터에게 지옥에나 떨어지려고 말할까 고민했다. 디터는 펠릭스의 생각을 눈치 챈 듯 했다.


 "당신은 남작의 금화를 받았잖소." 디터는 숨김없이 말했다.


 남작의 왕관을 받은건 사실이었다. 펠릭스는 인정했다. 게다가 진짜 선술집에서 뜨거운 물로 목욕도 하고 술을 마시고 나서, 머리 위에 지붕을 두고 자는 것을 생각해보니 – 이것들은 원시적인 생활을 하는 국경부근 마을에서 제공해 줄 수 있는 최고의 사치였다. -  꽤나 가망이 높고 솔깃한 제안으로 느껴졌다.

 

 "말을 가져다 주세요.“


 펠릭스가 말했다.


 "그리고 백기도 하나 가져다 주시구요.“


 겁많은 군마에 올라타고 나서, 펠릭스는 화살로 무장한 사람들이 혹시 적이 될 수도 있는 사람들의 전령에게 어떤 짓을 어떤 짓을 할지에 대해 그만 생각하려고 했다.




 볼트 한발이 휙 하고 날아와 펠릭스가 타고 있는 말의 발굽 바로 앞에 박혔다. 말이 놀라 앞다리를 들어 올리자 펠릭스는 놀란 말을 진정시키려고 노력했다. 이런 순간에는 아버지가 부유한 젊은이가 받아야 할 교육의 일환으로 승마를 꼭 배우도록 한 것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백기든 뭐든 더 이상 다가오지마라 이방인, 아니면 몸에 볼트 한 다발을 꽂아주겠다."


 목소리는 거칠었지만 힘이 넘쳤다. 명령을 내리고 다른 사람들이 따라주는 사람임이 분명했다. 펠릭스는 말을 진정시켜 다시 차분하게 만들고 나서 자신을 소개했다.


 "저는 빈랜드 국경의 남작이신 고트프리드 폰 디엘 남작님의 전령입니다.“


 "저희는 아무 해를 끼치지 않을 것입니다. 저희는 그저 잠시 쉴 곳과 보급품들을 교체하고 싶은겁니다.“


 "여기서는 안 돼! 네 남작 고트프리드에게 다시 돌아가서 그렇게 평화롭게 마저 지나가라고 전해라. 여기는 아켄도르프의 프라이스타트다. 그리고 우리는 귀족이랑은 거래 안 해!“


 펠릭스는 성의 문탑 위에서 소리친 남자의 모습을 자세히 살펴봤다. 챙이 있는 금속 투구를 쓰고 있는 그 남자는 예리하고 똑똑해 보였다. 그의 양 옆에는 두 남자가 석궁을 흔들림 없이 똑바로 붙잡고 펠릭스를 조준하고 있었다. 펠릭스는 입이 바짝 마르고 등에 땀이 흘러 내리는걸 느꼈다. 사슬 셔츠를 입고 있었지만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쏘아지는 석궁에는 별 소용이 없다는 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지그마의 이름으로, 저희는 대단한 것이 아니라 그저 평범한 환대를 받고 싶을 뿐입니다.“


 "돌아가라, 20명즘 되는 무장한 기사와 50명의 병사들이 함께라면 너는 아켄도르프 뿐 만이 아니라 이 주변 어느 마을에서도 환대받지 못 할거다!“


 펠릭스는 프라이슈타트가 가지고 있는 정찰 능력에 대해 깜짝 놀랐다. 그들이 알고 있는 병력의 숫자는 놀랍도록 정확했다. 그는 이 주변이 가지고 있는 힘에 비해 남작이 갖고 있는 병력이 너무나도 강하다는 것을 눈치 챘다. 이 지방에 어느 군주라도 마을 문을 열어 들어오게 할 수는 없을 정도였다. 고립된 마을의 지도자들에게는 너무나도 큰 잠재적 위협이었다. 그래도 이렇게 벽을 친 요새에서 굳건한 저항을 받으며 점령하기에 충분할 정도는 아닐 것 같았다.


 "저희는 부상자가 있습니다!“


펠릭스는 소리쳤다.


"적어도 그들이라도 받아 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처음으로 그 남자는 미안해 보이는 듯 했다. 


 "안 된다. 이곳에 사람들을 더 데려오면 네가 다 밥을 먹여줄 테냐.“


 "자비의 여신, 샬리야의 이름으로, 여러분이 꼭 그들을 도와주셔야 합니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거다. 이곳을 통치하는 건 나지, 네 남작이 아니다. 돌아가서 천둥 강을 따라 남쪽으로 계속 가보라고 전해라. 타알도 아시듯 이곳엔 아무도 살지 않는 땅들이 많다. 가서 직접 자기의 땅을 일구거나 버려진 요새를 찾아보라고 해라.“


 펠릭스는 자신의 등 뒤에 겨눠진 무기들을 경계하며 낙심하여 말을 돌렸다.


 "전령!“


 아켄도르프의 영주가 외쳤다. 펠릭스는 안장을 돌려 다시 그를 쳐다봤다. 저물어가는 빛 속에 그의 얼굴은 걱정하고 있는 듯 했다.


 "뭡니까?“


 "가서 남작에게 남쪽에 있는 언덕으로 가지 말고 천둥강 옆으로 계속 가라고 전해라. 가이스텐문드(Geistenmund) 언덕에 아무 경고도 없이 올라가도 내 양심이 찔리진 않겠지만.“


 남자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뭔가가 펠릭스의 뒷머리를 곤두서게 만들었다.


 "그쪽 언덕들은 귀신들렸다. 죽고 싶은 게 아니라면 감히 올라갈 생각은 않는 게 좋을 거야."



.....

 "우리를 들여 보내주지 않을거래요. 간단하게 말하자면 그래요.“


펠릭스가 불가에 앉은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남작은 왼손을 힘없이 흔들어 펠릭스에게 앉아도 된다고 했다. 그리곤 냉랭한 눈빛으로 디터를 바라봤다. 


 "아켄도르프를 점령하고자 한다면 우리도 많은 사람들이 죽을겁니다. 제가 공성전에 전문가는 아니지만 최소한 그 정도는 알 수 있어요.“

 

 반 백발의 남성이 말했다. 그는 앞으로 숙여 다른 나뭇가지 하나를 불 속으로 던져 넣었다. 불꽃이 차가운 공기 사이로 타닥거리며 타 올랐다.


 "그럼 우리가 계속 가던 길을 가야 한다는 말이군.“


 남작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너무 힘이 없어서 펠릭스에게 마른 나뭇잎들 바스라지는 소리를 떠올리게 할 정도였다.


 디터가 끄덕였다.

 

 "서쪽으로 가보는 건 어때요?" 만프레드가 말했다.


 "그 쪽에서 땅을 찾아보는 거예요. 그쪽엔 저희가 혹시 매복이 있을까봐 살펴보지 않고 지나친 언덕들이 있잖아요." 


 "있긴 합죠." 사냥꾼 헤프가 말했다. 이런 쾌활한 불빛에도 불구하고 헤프의 얼굴은 창백하고 찌푸린 것처럼 보였다. 


 "서쪽으로 가자는 건 바보 같은 생각이예요." 윈터부인이 말했다. 펠릭스는 그녀가 만프레드를 쏘아보는 것을 봤다. 


 "그래요? 왜 그런데요?" 그가 물었다.


 "머리를 좀 써보렴. 동쪽에 산들은 드워프들의 영역이 찢어진 이후 고블린들이 나오는 곳이야. 그러니까 습격으로부터 안전하고 좋은 땅들은 천둥 강에서 멀리 떨어진 땅, 즉 서쪽이겠지. 그런 땅들은 이 근방에서 가장 강한 세력들이 차지하고 있을 거야. 이곳보다 더 서쪽에 있는 마을들은 아켄도르프보다 방어가 훨씬 잘 돼있을 거다.“


 "저도 지리는 잘 알고 있어요.“ 만프레드가 비웃었다. 그는 다른 사람들 하나하나와 일일이 눈을 맞추며 화톳불 주변을 한번 둘러봤다. 


 "만약 우리가 계속 남쪽으로 간다면 핏빛 강에 도착하게 될 텐데, 그곳에는 울프 라이더들이 시체 안에 구더기들보다도 더 들끓는 곳이에요."

 

 "어느 쪽으로 가든 위험이 도사리고 있구나." 


 늙은 남작은 숨이 가쁜 듯 쌕쌕댔다. 그는 펠릭스의 푸른 두 눈을 뚫어보듯 쳐다봤다. 


 "자네 생각에는 아켄도르프의 영주가 우리에게 계속 강을 따라가라고 충고 해준 게, 그저 그린스킨들이 습격하기 좋은 먹잇감으로 만들려고 그런 거 같나?“


 펠릭스는 잠시 생각하며, 자신의 판단을 저울질 해봤다. 도대체 어떻게 몇 분 대화를 나눈 것만으로 그 사람이 거짓말을 한 건지 아닌지 판단하라는 거지? 펠릭스는 자신이 뭐라고 말하는지에 따라 이 사람들의 운명이 바뀐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람들을 이끈다는 것에 대한 책임감이 어렴풋하게나마 느껴졌다. 펠릭스는 숨을 한번 들이쉬고 말했다.


 "사실을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남작님“


 "그 사람은 진실을 말한 거요." 


헤프가 담배 파이프에 연초를 더 넣으면서 말했다. 펠릭스는 헤프가 담뱃대를 불안한 듯이 집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헤프는 몸을 앞으로 기울여 화톳불에서 나뭇가지 하나를 빼내 파이프에 불을 붙였다. 


 "가이스텐문드 언덕은 사악한 곳이요. 사람들이 말하기론 수 백년 전에 브레토니아에서 태양왕에게 추방당한 사령술사들이 와서 오래전에 그 곳에서 죽었던 사람들을 일으켜 군대를 만들었다고 해요. 그 다음 주변 변경백들의 영토를 점령하려고 했었는데 변경백들과 산의 드워프들이 연합해서 몰아냈다고 하던데요.“


 펠릭스는 등골에 소름이 끼치는 걸 느꼈다. 등 뒤에 어둠 속에 뭔가가 숨어있나 확인하려는 충동을 억누르려고 노력했다.


 "사람들이 말하기론 사령술사들이 패배해서 무덤 속으로 후퇴했다고 해요. 그것들을 승리자들이 드워프의 석공과 강력한 룬으로 봉인했다고 하던데요.“


 "하지만 그건 수 백년은 된 일이잖아요." 윈터 부인이 마저 말했다. 


 "확실히 강한 마법이었겠지만, 그게 수 백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버티고 있을까요?“


 "저도 모르겠습니다, 마님. 하지만 가이스텐문드 언덕에 올라간 도굴꾼들 중에 돌아온 놈은 한명도 없었어요. 그리고 어떤 밤에는, 기이한 불빛이 이 언덕에서 빛나는 게 보이기도 하구요, 두 달이 둥그렇게 뜨는 날이면, 죽은 자들이 무덤에서 일어 난다구요. 그러고는 살아있는 것들을 잡아다가 그 피로 자기들이 섬기는 어둠의 군주들을 다시 부활시키려고 한 대요.“


 "그건 정말 터무니없는 소리 같은데“ 스탁하우젠이 말했다.


 펠릭스는 스탁하우젠의 말처럼 그렇게 터무니없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최근 몇 년 동안 게하임슈나흐트마다 온갖 끔찍한 것들을 봐왔다. 그는 다시 떠오른 그 끔찍한 기억들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만약에 우리가 서쪽으로 간다면 우리는 확실히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되겠지. 그리고 우리가 자리 잡을 터전을 찾는다는 보장도 없어." 남작이 말했다.


 그의 얼굴 아래에서 비추는 모닥불 때문에 남작은 더 수척하고 앙상하게 보였다.


 "남쪽은 확실히 비어있는 땅이 있는 곳이다. 혹시 마법사들이 일으킨 놈들이 지키고 있을 수도 있지만 말이야. 내 생각에 우리는 용기를 내서 남쪽으로 계속 가야 할 거 같다. 혹시 아무 일도 없을 수도 있어. 천둥강을 따라 마저 내려가자.“


 그의 목소리는 그렇게 큰 희망을 품고 있지 않은 것 같았다. 마치 자신의 운명에 모든 것을 맡긴 듯한 목소리였다. 펠릭스는 혹시 남작이 죽으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사냥꾼이 말한 어두운 이야기가 만들어 낸 분위기 속에 펠릭스는 그 이야기가 더 믿음이 갔다. 그는 폰 디엘 가문에 내려진 저주에 대해 더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만프레드의 얼굴에 관심이 갔다. 젊은 귀족은 불 속을 멍 하니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얼굴에는 즐거운 빛이 감돌았다.







 "나 아마도 새로운 연극에 대한 영감이 떠오른 것 같아.“ 만프레드가 열정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


 "어젯밤 사냥꾼이 해준 유쾌한 이야기가 이 이야기의 핵심이 될 거야“


 펠릭스는 만프레드의 얼굴을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봤다. 둘은 행렬의 서쪽에 서서 황량하고 불길해 보이는 언덕과 마차들 사이를 지키며 함께 걸어가고 있었다. 


 "단순히 사냥꾼네 동화 수준이 아닐 수도 있어요, 만프레드. 수많은 오래된 전설들 중에서도 진짜인 것들이 있다구요.“


 "그렇지! 그렇구 말구! 그 누가 나보다도 그걸 더 잘 알겠어? 내 생각에는 이 연극을 '죽은 자들이 걷는 곳'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아, 생각해 봐! 뼈만 남은 손가락에서 절그럭거리는 은반지와 사악한 빛 속에서 잠들지 못하는 죽은 자의 양피지 빛 피부가 번쩍이는 모습을. 그리고 벌레 한 마리도 건드린 흔적이 없는 채 누워있는 왕과 매년 일어나 그의 어두운 지배를 이어가려 피를 찾아 헤매는 자들을 상상해 보라고!“


 음울하고, 빌어먹은 높은 곳을 쳐다보며 펠릭스가 찾아 낸 것은, 정말 그런 것들을 상상하는게 쉽다는 것 밖에 없었다. 폰 디엘 남작을 따르는 400명 중에서 고작 3명만이 감히 이 에 오를 수 있었다. 낮에는 의사인 스탁하우젠씨와 윈터 부인이 자갈이 흩어져 있는 언덕비탈에 있는 이끼로 덮인 바위들 사이에서 약초를 찾으려고 돌아다녔었다. 종종 늦게 돌아오는 날이면 그들은 고트렉 거니슨을 만날 수 있었다. 트롤슬레이어는 밤이 되면 먹잇감을 찾아 언덕비탈을 돌아다녔다. 어둠의 세력들이 감히 그에게 손을 댈 만큼 용감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생각해봐," 만프레드가 음모라도 꾸미는 듯 속삭였다.


 "네가 참대에 누워서 자고 있는데, 누군가가 살금살금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리는 거야, 그리고 네 숨소리 말고는 어떤 숨소리도 들리지 않아... 계속 누워서 네 심장이 두근대는 소리를 듣다가 깨닫는거지.. 너에게 다가오는 놈의 심장에서는 아무 소리도-“


 "알았어요." 펠릭스는 황급하게 말했다.


 "완성된다면 정말 멋진 작품이 되겠군요. 만약에 완성한다면 꼭 저도 읽게 해 주세요.“


 그는 주제를 바꾸기로 했다. 어떤 주제가 이 이상한 젊은 귀족의 입맛에 맞을지 생각 해봤다.


 "저 요즘 시를 한 편 써보려고 하는데요. 혹시 폰 디엘의 저주에 대해 더 알려 주실 수 있나요?“


 만프레드의 얼굴이 얼어붙었다. 그의 반짝이는 눈빛이 펠릭스를 오싹하게 만들었다. 그러고 나서, 만프레드는 고개를 젓고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이전의 상냥한 모습으로 돌아갔다.


 "말할게 그렇게 많지는 않은데." 그는 가볍게 웃었다.


 "우리 할아버지는 정말 독실한 분이셨어. 언제나 마녀들과 돌연변이들을 불태워서 그걸 증명 하셨지. 어느 헥센스나흐트(독일어 직역하면 마녀의 밤)에 이리나 트라스크라고 불리던 이쁘장한 하녀를 구워버리셨어. 아름다운 처녀여서 마을 사람들이 다 구경하러 왔어. 불이 타올라 그녀를 삼키려 하자. 그녀는 지옥의 힘에게 빌어 자신의 복수를 해달라고 했어, 할아버지를 죽여버리고, 그의 후계자와 그 추종자들에게 카오스의 분노가 쏟아지길 빌었어. 어둠과 어둠의 자식들이 너희들 모두를 죽여 버릴 거라고 말했지.“


 만프레드는 침묵에 빠져 언덕 쪽을 침울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펠릭스는 그에게 보챘다. 


 "그래서 어떤 일이 일었나요?“


 “얼마 안돼서 할아버지는 사냥을 나가셨다가 비스트맨 무리에게 죽임을 당하셨어. 그리고 아들끼리 다툼이 있었지. 장자이자 후계자였던 커트는 아버지와 아버지의 형제가 반역을 일으켜 내쫓았어. 어떤 사람들은 말하길 커트는 도적이 되었다가 카오스의 전사에게 죽임을 당했다고 하더군. 다른 이들은 커트가 북쪽으로 향해 훨씬 어두운 운명과 만났다고 해.”


 “아버지는 남작 작위를 받고, 어머니이신 카테리나 폰 비트겐슈타인과 결혼하셨어.”


 펠릭스는 그를 똑바로 쳐다봤다. 비트겐슈타인 가문은 음흉한 소문이 도는 가문이었다. 보통 사람들은 웬만하면 그 가문과 얽히는 것을 피했다. 만프레드는 펠릭스의 눈빛을 무시하고 마저 말했다.


 "고트프리드 삼촌이 전투대장이 됐어. 저희 어머니는 절 낳다가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실종되셨어. 그렇게 되자 고트프리드가 권력을 장악했고. 그 이후로 우리들은 액운이 붙은 사람이라고 다른 사람들이 피해 다니기 시작했어.“


 펠릭스는 누군가 다급하게 내리막을 타고 내려오는 걸 볼 수 있었다. 윈터 부인이었다. 그녀는 매우 서두르는 듯 했다.


 "실종 되셨다구요?" 펠릭스는 다른 곳에 정신이 팔린 채 말했다.


 "그래, 사라지셨어. 내가 아버지에게 어떤 일이 일어난 건지 찾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지.“


 윈터 부인이 만프레드를 째려보며 다가왔다. 


 "안 좋은 소식이야." 윈터 부인이 말했다.


 "내가 저 위쪽 언덕비탈에서 구멍을 하나 발견했어. 룬으로 봉인되어 있긴 했지만, 내가 느끼기론 대단히 위험한 게 그 너머에서 도사리고 있는 것 같아.“


 그녀의 목소리는 확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급한 듯 몸을 돌려 캠프 쪽으로 갔다. 만프레드는 단검을 꺼 그녀의 등 뒤에 겨누는 시늉을 했다. 펠릭스는 만프리드를 훑어보곤 말했다.


 "둘은 처음부터 그렇게 싫어했던 것 같아요. 그렇지 않나요?“


 "윈터부인은 삼촌이 나를 후계자로 지목했을 때부터 저를 싫어했어. 부인이 생각하기론 내가 아니라 자기 아들이 다음 남작이 돼야한다고 생각하거든.“


 펠릭스는 깜짝 놀랐다.


 "몰랐어? 디터는 윈터부인 아들이야. 그리고 내 아버지의 사생아이기도 하고."










 천둥 강은 달빛을 받아 반짝이며 흘러가고 있었다. 얼마나 반짝이는지 마치 액체로 된 은이 흐르는 것만 같았다. 강둑에 있는 늙고 구불구불한 나무는펠릭스 에게는 마치 기다리고 있는 트롤처럼 보였다. 펠릭스는 초조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오늘 밤은 공기 중에 뭔가가 떠다니는 듯 했다. 이 기분, 이 긴장감이 뭔가 옳지 않은 종류인 게 확실했다. 

 펠릭스는 어딘가에서 사악한 뭔가가 계속 펠릭스를 허기지게 했다. 펠릭스는 허기를 채우기 위해서는 자신과 남작 일행들의 목숨을 취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그에 저항하려고 애썼다.


 "왜 그래요 펠릭스? 어디 아픈거예요? 오늘 밤에는 엄청 심란해 보여요.“ 커스틴이 말했다.


  그녀가 미소 짓는 모습을 찬찬히 살펴보자, 펠릭스는 그녀가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큰 기쁨이 된다고 느꼈다. 평소에 그는 둘이서 밤 산책을 가는 걸 즐겼지만 오늘밤은 뭔가 불길한 예감이 둘 사이에 끼어든 것 같았다.


 "아니예요, 그냥 좀 피곤거 같아요." 그러면서 펠릭스는 계속 언덕 쪽을 힐끔거리는 것을 멈추지 못했다. 달빛을 받아 언덕에 있는 구멍이 마치 크게 벌어진 입 같았다.


 "저 구멍이 신경쓰이는 거죠? 제가 느끼기에도 저 곳엔 뭔가 초자연적인게 있다고 느껴져요. 마치 윈터 마님이 무시무시한 마법을 쓰실 때처럼 뒷목에 털들이 곤두서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다른 게 있다면 저 게 훨씬 소름끼친다는 거죠.“


 펠릭스는 잠시 공포가 그녀의 얼굴을 덮었다 곧 사라지는 것을 봤다. 그녀는 눈을 돌려 다시 강가를 바라봤다. 


"뭔가 오래되고, 사악한 것이 저 언덕 밑에 잠들어 있어요, 펠릭스. 뭔가 굶주린 것 말 이예요. 우리 여기서 죽을 수 도 있어요.“


 펠릭스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우린 아직 안전한 편이예요. 아직도 강에 붙어 있잖아요.“


 그의 목소리는 가볍게 떨고 있었고, 별로 안심되지 않았다. 마치 겁에 질린 남자아이가 하는 말 같았다. 둘 다 떨고 있었다.


 "당신의 친구 고트렉말고, 숙소에 모두가 떨고 있어요. 그는 왜 이리 겁이 없는 거죠?“


 펠릭스는 조용히 웃었다. 


 "고트렉은 트롤슬레이어예요, 자신의 죄를 속죄하기 위해 죽음을 찾아다니기로 맹세했죠. 고향, 가족, 친구들로부터 추방당했어요. 고트렉인 이 세상에 집이라고 부를만한 곳이 없어요. 잃을 게 하나도 없으니까 그렇게 용감한 거예요. 오직 명예로운 죽음만이 고트렉을 다시 명예롭게 만들어 줄 수 있어요.“


 "왜 그를 따라다니는 거예요? 당신은 분별 있는 사람 같은데."

 

 펠릭스는 답변을 신중히 골랐다. 사실 그는 진짜 자기가 왜 따라다니는지 엄밀히 따져 본 적이 없었다. 커스틴의 까만 눈동자로 지켜보는 가운데 갑자기 펠릭스의 머릿속에 중요한 것이 떠올랐다.


 "그가 내 목숨을 구한 적이 있어요. 그 이후 우리는 피로 맹세를 했죠. 할 때는 내가 한 의식이 뭘 뜻하는 건지 잘 몰랐지만 지금은 맹세에 단단히 끼어버렸어요."


 펠릭스는 사실만 말했다. 뭔가 일리있는 사실들만 말했다. 설명은 하지 않았다. 그는 말을 멈추고 오른쪽 턱에 난 오래된 상처를 쓰다듬었다. 정직하게 다 말해주고 싶었다.


 "결투에서 사람을 한 명 죽였어요. 꽤나 스캔들이 됐죠. 저는 제 학생으로서의 삶을 포기했어야했어요. 아버지는 제 상속권을 박탈했어요. 저는 분노에 가득 차서 법과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했어요. 그 시절에 저는 아무 목적도 없었고, 저는 고트렉을 만났죠. 저는 그저 둥둥 떠다니고 있었어요. 고트렉의 목적의식은 너무나도 뚜렷해서 저는 그냥 고트렉의 뒷자리에 쏙 빨려 들어갔어요. 새 삶을 시작 하는 것보단 그게 훨씬 편했거든요. 고트렉의 자기파괴적인 광기가 꽤나 제 맘에 들었었나봐요.“


 그녀는 의문스러운 듯 펠릭스를 바라봤다.


  "뭔가 더 없어요?“


 펠릭스는 고개를 저었다.


 "당신은 어떤가요? 어떤 게 당신을 이 천둥 강 까지 혼자 오게 만든 거예요?“


 둘은 쓰러진 나무로 다가갔다. 펠릭스가 커스틴이 가지로 올라갈 수 있도록 손을 빌려줬다, 그러곤 그녀 옆으로 뛰어서 올라갔다. 그녀는 앉아 치마에 구김을 쓰다듬어 폈다. 그리고 머리카락을 한쪽 귀 뒤로 넘겨 묶었다. 펠릭스가 보기에 두 개의 달 빛, 그리고 천천히 올라오는 안개 안에서 그녀는 너무 사랑스러웠다. 


 "저희 부모님은 고트프리드 남작님의 신하셨어요, 디엘렌도르프에서 다시 농노가 됐어요. 두 분은 저를 윈터 마님 밑에서 일하도록 시켰어요. 둘은 전에 있었던 눈사태에서 제 언니와 함께 돌아가셨어요.“


 "미안해요." 펠릭스가 말했다.


 "그런 줄은 몰랐어요.“


 그녀는 이미 운명으로 받아들인 듯 어깨를 으쓱했다. 


 "여기까지 오면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죽었어요.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고맙게 여겨야죠.“


 그녀는 다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할 때 까지 꽤 긴 시간동안 침묵을 지켰다.


 "가족들이 그리워요.“


 펠릭스는 뭐라 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아, 그저 조용히 있었다.


 "당신도 알다시피, 저희 할머니는 살면서 디엘렌도르프에서 1마일 보다 더 밖으로 나가신 적이 없어요. 그리고 으스스한 성채의 내부를 보신적도 없으시죠. 할머니가 아시던 건 그저 자기네 오두막, 그리고 자기 손으로 일구시던 땅 뿐이었어요. 저는 벌써 산맥들과 여러 마을들, 그리고 이 강을 봤어요. 저는 저희 할머니가 꿈꾸던 것보다도 훨씬 멀리 왔어요. 이런 면에선 꽤 기쁘네요." 


 펠릭스는 그녀를 바라봤다. 그늘이 드리운 그녀의 뺨아래로 눈물이 흘러 내려 빛나고 있었다. 둘의 얼굴은 아주 가까웠다. 그녀 뒤로 강으로부터 안개가 덩굴처럼 피어나고 있었다. 안개는 순식간에 자욱해졌다. 물도 겨우 보일 지경이었다. 커스틴은 더욱 가까이 붙었다.


 "만약에 제가 여기 오지 않았다면, 당신을 만나진 못했겠죠.“


 서투르게, 망설이며 둘은 입맞춤을 나눴다. 입술만 가까스로 부벼지고 있었다. 펠릭스는 앞으로 몸을 숙여 그녀의 긴 머리카락에 손을 댔다. 둘은 서로에게 기대고, 서로에게 굶주린 듯이 더욱 강렬하게 입을 맞춰나가기 시작했다. 둘의 손은 격렬히 움직여 두꺼운 옷 위로 서로의 몸을 이리저리 탐해갔다. 

 둘이 서로에게 몸을 너무 기울인 나머지 나무에서 떨어졌다. 둘이 나무 몸통에서 부드럽고 젖어있는 땅에 떨어질 때 커스틴이 작게 비명 질렀다.


 "내 망토가 온통 진흙 투성이야," 펠릭스가 말했다


 "그럼 벗어서 땅에 까는 건 어때요. 땅이 다 젖어있으니까. 우리 둘이 그 위에 누워요.“


 죽음과 같은 언덕이 드리우는 그늘 아래, 그들은 안개와 달빛 안에서 사랑을 나눴다.



 "아직은 이렇게 그냥 떠나버리면 안될 것 같아," 자신이 겁쟁이처럼 구는 것에 저주하며 펠릭스가 말했다.

 고트렉은 고개를 돌려 그들이 찾아낸 요새화 된 버려진 저택을 바라봤다. 그의 눈 에는 청소 된지 얼마 안 된 건물의 굴뚝으로 연기가 피어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왜 안 된다는 거지, 인간? 경작할 수 있는 비어있는 땅도 찾았고, 버려진 오래된 요새도 찾았잖아. 조금만 손보면 충분히 든든한 요새가 될 거라고.“


 펠릭스는 뭔가 변명할 거리를 찾아내려고 애썼다. 그는 자신이 고트렉에게 이제는 헤어질 시간이라고 말하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늦추려고 이렇게 꾀를 짜내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고트렉이 그를 실망한 듯 처다 보는 모습은 그에게 아버지의 근엄한 모습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는 빠져나갈 만한 생각을 하나 떠올렸고, 그 때문에 자기가 싫어졌다.


 "고트렉, 우리는 천둥 강이 혈 강(Blood River)으로 흘러들어 가는 곳에서 몇백 마일 밖에 안 남았어, 그 너머는 불모지(BadLand)고, 울프-라이더 무리가 넘쳐나는 곳 이라고.“


 "나도 그건 알고 있어, 인간. 우리가 카락 여덟봉우리에 가기 위해서는 그곳을 반드시 지나야 해.“


 말해버려, 그냥 말하라고, 펠릭스는 스스로를 다그쳤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우리 아직은 떠나면 안 돼. 너도 우리가 저택에서 찾은, 뼈가 완전히 작살난 시체들을 봤잖아. 장벽은 불타있었다고. 그리고 디터가 주변에서 늑대 기수들의 흔적을 찾았어. 이 장소는 수비가 가능한 곳이 아니야. 네 도움이라면, 드워프의 도움이라면 그렇게 될 수 있어.“


 고트렉이 웃었다.


 "난 네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는데.“


 "왜나면 드워프들은 돌을 잘 다루고 방어 시설들을 잘 만들잖아. 모두가 그건 알고 있다고.“


 고트렉은 생각에 잠긴 눈으로 다시 저택을 바라봤다. 그는 이전에 자신이 살던 방식을 회상했다. 이마가 찌푸려졌다가, 다시 도끼의 자루를 보고 이마를 폈다.


 "난 잘 모르겠어." 그는 답변을 했다.


 "드워프라도 이곳을 방어 가능하게 만들 수 있을지 말이야. 전형적인 인간의 작품이야, 인간. 조잡해, 너무 조잡하다고.“


 "너도 알다시피 더 안전하게 만들어 줄 수 있잖아, 고트렉.“


 "그럴지도 모르지. 근데 내가 돌을 다뤄본지 한참 됐어 인간.“


 "드워프는 그런 걸 잊어먹지 않잖아. 그리고 네가 그렇게 해준다면 남작이 섭섭하지 않게 보상해 줄 게 확실하다고.“


 고트렉은 의심 간다는 듯 코를 킁킁댔다. 


 "용병일 보다는 더 값비싸게 쳐줘야 할 거야.“


 펠릭스는 미소 지었다.


 "어떨지는 한번 알아보자고.“




 잠 들 수 없었다. 펠릭스는 조용히 일어났다. 재빨리 옷을 갈아입었다. 커스틴을 깨우고 싶지 않았다. 그는 커스틴이 추울 까봐 그들이 이불로 썼던 망토를 조심스레 잘 덮어주었다. 그리고 이마에 가볍게 키스했다. 그는 오두막 입구에 놓여있는 검을 집어 들고 밖으로 나와 차가운 밤공기에 발을 디뎠다. 입에서 김이 나오는 것을 보자, 펠릭스는 겨울이 오고 있어, 라고 생각했다.

 달빛을 받으며 그는 저택을 둘러싼 새로운 나무장벽 안에 있는 바람 들지 않는 곳에 헛간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갔다. 그는 정말 오랜만에 평화로운 기분을 느꼈다. 밤이 되었어도 숙영지의 소리는 뭔가 안심이 됐다. 요새는 첫 눈이 오기 전에 완성됐다. 그리고 정착민들이 겨울을 나고, 내년에 새로 심기 충분할 정도로 곡물을 모아 놨다. 그는 소들이 우는 소리와 벽 위에 경비들의 발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는 눈을 들어 만프레드의 방에 아직도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봤다. 펠릭스는 그의 매우 복잡한 운명에 대해 생각해봤다. 펠릭스는 자신이 아무것도 아닌 곳의 끝자락에 있는 요새화된 마을에서 자기가 정착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었다. 지금 농부가 되려는 내 모습을 아버지가 본다면 어떻게 생각할까. 쪽팔려서 죽으려고 하시겠지. 펠릭스는 미소 지었다.

 이곳에 있는 것은 정말 흥미진진했다. 이곳은 뭔가 출발하는 듯 한 느낌이 있었고, 공동체는 아직도 모양새를 갖추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의 생각에는 그 공동체 어딘가에 자기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이곳은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에는 정말 완벽한 곳이었다.

 그는 고트렉이 있는 곳으로 알고 있는 경비탑을 향해 걸어갔다. 드워프는 잠들 수 없었고 출발할 준비를 끝내고 빨리 출발하고 싶어 안달하고 있었다. 그는 그가 계획한 것처럼 야간 경비들이 탑에 없기를 바랐다.

 그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 경비실 바닥에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고트렉이 밤중을 보고 있었다. 드워프의 시선이 그를 불안하게 만들었지만, 그는 마음 단단히 먹고 드워프에게 사실대로 말하기로 했다. 


 "너도 잠들 수 없나보지, 인간?“


 펠릭스는 끄덕였다. 그가 혼자 연습해 봤을 때는 아주 간단해 보였다. 그는 모든 상황을 조리있게 말할 수 있었고, 고트렉에게 자기는 커스틴과 이곳에 남아있겠다고 말할 수 있었다. 지금 와서 보니 훨씬 힘들었다. 혀는 굳어버린 것 같았고, 말은 목구멍에 끼어서 나오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는 자신이 고트렉이 어떤 비난을 할지: 그가 겁쟁이에 서약을 깨버린 자 라는 것; 이게 생명을 구해준 드워프에게 보답하는 방법이냐는 것; 상상하며 마음속으로 움찔거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펠릭스는 자신이 고트렉의 파멸을 기록할 때 까지 함께 있기로 맹세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확실히, 술에 잔뜩 취하고 자신을 황제의 기마병의 말발굽 밑에서 꺼내준 드워프에게 감사함이 가득한 상태에서 한 맹세였지만. 고트렉이 항상 지적한 것처럼, 맹세는 맹세였다. 

 그는 트롤슬레이어의 옆 자리로 갔다. 둘은 벽을 둘러싸고 있는 말뚝이 박혀있는 도랑을 바라봤다. 이곳을 지나는 가장 편한 방법은 감시탑이 감시하고 있는 다리를 지나는 것 뿐이었다. 


 "고트렉...“


 "왜, 인간?“


 "너 정말 잘 지어놨구나." 펠릭스가 말했다.


 고트렉이 올려다보더니 잔인하게 미소 지었다.


 "얼마나 잘 지었는지는 곧 알게 될 거야" 그가 말했다


 펠릭스는 트롤슬레이어가 가리킨 곳을 봤다. 들판이 늑대 기수들로 어두워져 있었다. 고트렉은 경보나팔을 입술로 들어 올려 크게 불었다.





 펠릭스는 화살들이 바로 앞에 있는 나무로 된 흉벽에 박히기 직전에 몸을 숙였다. 그는 손을 뻗어 죽은 경비의 손에서 석궁을 빼냈다. 그 남자는 목에 화살이 박힌 채 누워있었다. 더듬거려 볼트를 찾은 다음 무기를 당겨 장전하고 볼트를 제 자리에 놓았다.

 그는 뛰어 올랐다. 불화살이 별똥별처럼 머리위로 날아 다녔다. 뒤 쪽에서 불타는 냄새가 났다. 펠릭스는 흉벽 밑을 바라봤다. 늑대 무리가 가축들 주변을 빙빙 돌 듯, 늑대 기수들이 장벽을 둘러싸고 빙빙 돌고 있었다. 그는 늑대위에 타고 있는 그린 스킨들이 자기들의 불화살 빛 때문에 번들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불빛이 그들의 누런 눈알과 노란 엄니를 번쩍이게 했다.

 펠릭스가 생각하기로는 수 백마리는 있는 것 같았다. 그는 고트렉이 만들게 한 도랑과 벽, 스파이크에 대해 지그마에게 감사했다. 드워프가 쓸 데 없는 것들을 시킨다고 주변에게 두루 욕을 많이 먹었다. 지금 보니 필요할 정말 필요한 준비였다. 

 펠릭스는 탑을 향해 기름먹인 화살을 쏘려고 하는 늑대 기수를 조준했다. 그는 석궁의 방아쇠를 당겼다. 볼트가 밤을 가르며 날아가 고블린의 가슴팍에 꽂혔다. 그놈은 안장 뒤로 자빠졌다. 빛나는 화살은 달을 조준해 쏜 것처럼 하늘을 향해 날아갔다.

 펠릭스는 다시 몸을 숙이고 재장전 했다. 그가 흉벽을 등지고 있으니 안뜰이 보였다. 여자와 아이들이 죽 늘어서서 움막에 붙은 불을 끄려고 필사적으로 빗물이 담긴 물통을 나르고 있었다. 그는 어떤 할머니가 쓰러지는 모습을 봤다. 다른 사람들은 주변에 화살이 검은 비처럼 쏟아지자 피하려고 도망쳤다. 

 펠릭스는 몸을 돌려 다시 한발을 쐈다. 빗나갔다. 밤이 불협화음으로 가득 찼다. 죽어가는 사람들의 비명소리, 울부짖는 늑대들, 화살과 석궁 볼트들이 날아가는 소리. 그는 고트렉이 드워프어로 기쁘게 노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어딘가, 멀리에서 남작의 딱딱하고 급한 목소리가 단호하고 안정된 목소리로 명령을 내리는 것이 들렸다. 개들은 짖고, 말들은 공포에 질려 히힝 거리고, 아이들은 울었다. 펠릭스는 차라리 귀머거리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의 귀에 근처의 나무를 긁는 발톱소리가 들렸고, 다리가 휘청거렸다. 그는 흉벽 밖을 봤다가 얼굴이 없어질 뻔 했다. 늑대의 턱이 그의 얼굴 바로 밑에서 턱 하고 닫혔다. 그 놈은 동료의 시체들로 완전히 덮인 말뚝을 무시하고 도랑을 건넜다. 그놈이 떨어지면서 숨을 뱉어 악취가 났다. 기수가 흉복하게 웃으며 다시 한 번 도약하려고 준비하는 것이 보였다. 펠릭스는 석궁을 쏴 볼트와 함께 날아가게 해줬다. 볼트가 가슴팍에 퍽 하고 박혔고, 늑대는 쓰러졌다. 기수는 깔끔하게 굴러 떨어져 어둠속으로 허둥지둥 도망갔다.

 펠릭스는 윈터 부인이 고트렉의 등 뒤에 서려고 감시탑을 올라가는 것을 봤다. 그녀가 뭔가 해주기를 바랐다. 밤의 혼돈이 울부짖는 가운데에 말 할 수는 없었지만, 펠릭스는 방어자들한테 뭔가 안좋게 일이 돌아간다는 걸 느꼈다. 도랑은 공격자들의 시체로 메워져갔고, 경비들은 흉벽이 막아줌에도 불구하고 끝없이 쏟아지는 화살비에 파리처럼 쓰러지고 있었다. 

 펠릭스가 다시 내다 봤을 때, 한 무리의 중장갑을 입은 오크들이 뾰족한 통나무를 들고, 정문을 향해 돌격하고 있었다. 석궁 화살 몇 개가 박히긴 했지만 대부분 옆에서 막아주는 놈들의 방패에 튕겨나갔다. 곧 정문에 충격이 가해져 쿵 소리가 났다.

 펠릭스는 그의 칼을 찾아, 정문을 지키기 위 해 장벽에서 뛰어내려 안뜰에서 싸울 준비를 하려 했다. 만약 무너진다면,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적들이 최대한 큰 희생을 치르도록 하는 거였다. 그들을 막아두기엔 적이 너무 압도적이었다. 그는 내장에서 공포가 요동치는 것이 느껴졌다. 커스틴이 안전하길 빌었다. 

 윈터부인은 차분하고 맑은 목소리로 소리쳤다. 성직자의 기도처럼 구호를 외쳤다. 그러자 번개가 쳤다. 

 불타는 푸른빛이 밤을 갈랐다. 공기는 오존의 악취가 났다. 펠릭스 뒷목에 털이 곤두섰다. 그는 통나무를 나르는 오크들이 번개에 맞자 그 모습을 보려고 했다. 그는 비명소리를 들었다. 어떤 놈은 뒤로 휘청거렸고, 어떤 놈은 광대처럼 껑충껑충 뛰었으며, 통나무는 떨어트렸다. 그들은 몸이 타버려 땅에 쓰러졌다. 구워진 살점에서 나는 역겨운 고기 탄 냄새가 공기를 채웠다. 

 다시, 또 다시 번개가 쳤다. 늑대들은 공포에 질러 울부짖었고, 화살비가 멈추고, 역한 냄새는 훨씬 강하게 풍겨왔다. 펠릭스는 윈터 부인을 바라봤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해지고, 그녀의 머리카락은 바짝 일어나 있었다. 그녀의 얼굴이 악마 같은 푸른빛과 검은빛으로 색이 바뀌어 마치 악마의 얼굴 같았다. 그는 어느 인간이 저런 힘을 휘두를 수 있나 의심하지 않았다.

 오크와 고블린 보병들이 번개의 사정거리에서 벗어나나 공포에 울부짖으며 후퇴했다. 펠릭스는 안심했다. 그리곤 멀지 않은 곳에서 무너가 빛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챘다. 

 그는 어둠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늙은 그린스킨 주술사가 보였다. 그의 해골과 빛나는 늑대가죽 머리 덮게, 그리고 뼈로 되고 구부러진 발톱이 들려있는 지팡이에서 주변에 붉은 후광이 어른거렸다. 그의 머리에서 핏빛 섬광이 뿜어져 나와 그대로 윈터부인에게 쏟아졌다. 펠릭스는 여마법사가 신음하며 뒤로 휘청하는 것을 봤다. 고트렉은 팔을 뻗어 그녀를 부축했다. 그는 그녀가 고통에 얼굴을 찌푸리고, 창백해진 얼굴을 봤다. 그는 이를 악 물고 있었고, 이마에선 땀이 흘렀다. 그녀는 늙은 주술사의 의지와 초자연적인 다툼을 벌이고 있는 것 같았다. 

 늑대 기수들은 그들의 더 용감한 선두 주변으로 집결했다. 조심스레 그들은 다시 돌아오긴 했지만, 첫 번째 맹공격보다 야생의 흉포함은 부족했다. 밤새도록 싸움은 계속됐다.




 동이트자, 펠릭스는 고트렉이 만프레드와 디터, 윈터부인과 함께 있는 곳으로 갔다. 여자는 참을 수 없을 만큼 피곤해 보였다. 사람들은 그녀 주변에 모여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어떻게 해야 되지?" 펠릭스가 고트렉에게 물었다.


 "그녀가 버틸 수 있다면, 우린 갈 수 있겠지. 그녀가 번개를 부를 수 있다면 말이야.“


 만프레드가 고트렉을 보며 긍정의 의미로 끄덕였다.


 다른 쪽의 안뜰에서 소동이 있었다.


 "윈터부인, 빨리 와 주세요." 의사 스탁하우젠이 외쳤다.


 "남작이 화살에 의해 심각한 상처를 입었습니다. 독에 당하신 것 같아요.“


 녹초가 된 여마법사는 저택으로 걸어 들어갔다. 펠릭스는 사람들 가운데에서 커스틴이 윈터 부인을 도우러 가는 모습을 봤다. 그는 그녀에게 미소 지었다, 둘 다 살아있어서 정말 기뻤다.





 갑자기 천둥치는 소리와 함께 정문이 걸쇠와 함께 흔들렸다. 펠릭스는 문이 다음 공격을 버티지 못할 라고 생각했다. 펠릭스는 엄지로 도끼날을 점검하는 고트렉을 바라봤다. 공성전을 벌이고 있는 이 순간 고트렉은 곧 다가올 근접전을 기대하고 있었다. 펠릭스는 어깨에 손이 올라온 것을 느꼈다. 헤프였다. 그 큰 남자는 두려움에 떨고 있는 듯 했다.


 "윈터 부인은 어디 있어?“ 그가 물었다.


 그는 문 쪽으로 고개를 까딱 했다.


 "저건 문을 부수는 나무가 부딪치는 소리가 아니라 늙은 악마의 지팡이가 두드리는 소리야. 만약에 그 마녀가 나와서 그놈을 막지 않으면, 그 놈은 이 밤이 지나기 전에 우리 모두의 머리를 가져다 자기 동굴에 장식해 놓을 거라고.“


 펠릭스는 헤프를 본 다음 가련할 정도로 줄어든 방어자들을 봤다. 그는 피곤한 전사들; 겨우 자기 검을 갖고 다니는 부상자, 쇠스랑이나 다른 뭐든 들고 무장한 10대 소년소녀들을 바라봤다. 밖에서 들리는 늑대의 울부짖음 때문에 귀가 멀 지경이었다. 오직 고트렉만이 차분해 보였다.


 "난 그녀가 어디 있는지 몰라. 디터가 10분 전에 그녀를 데리러 갔어.“


 "그럼, 그 놈이 자기 시간좀 갖고 있는 모양인데.“


 "알겠어." 펠릭스가 말했다.


 "내가 가서 데리고 올게.“


 "같이 가 줄게." 헤프가 말했다.


 "오, 그럴 필요 없을걸." 고트렉이 큰 소리로 말했다.


 "난 저 인간이 돌아올 걸 믿는다고. 넌 여기있어. 고블린놈들은 우리를 다 죽이지 않는 한 여기를 지나가지 못 할 거다.“


 펠릭스는 저택으로 갔다. 그는 커스틴이 여마법사와 함께 있는걸 알았다. 일이 그가 두려워했던 데로 돌아갈 수도 있었기에 죽기 전에 그녀를 보고 싶었다. 

 그가 문에 거의 도착했을 때 뒤쪽에서 문이 쪼개지는 소리가 들린 다음 심장이 멎을 만큼 큰 소리를 내며 정문이 무너졌다. 그는 고트렉이 외치는 전투의 함성과 몇몇 전사들이 공포에 질려 소리 지르는 것을 들었다. 펠릭스는 끔찍한 광경으로부터 눈을 돌렸다. 

 정문에 거대한 흰 늑대에 올라탄 주술사가 있었다. 그의 머리 주변에는 불그레한 후광이 타닥거렸다. 그 빛은 지팡이로부터 나와 주변의 얼굴들을 핏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벽으로부터 석궁이 발사되었지만 마법사에 닿기 전에 힘의 장벽 때문에 모두 튕겨나갔다. 

 주술사 주변엔 여섯 마리의 거대한 오크가 호위하고 있었다. 갑옷을 차려입고 도끼로 잘 무장하고 있었다. 그들 너머로는 초록 얼굴들의 물결과 늑대가 보였다. 고트렉은 호탕하게 웃어버리곤, 그들에게 돌격했다. 펠릭스가 건물로 들어가기 전, 마지막으로 본 것은 트롤슬레이어가 도끼를 높게 쳐들고, 수염은 뻣뻣하게 핀 상태로 끔찍한 빛이 뿜어저 나오는 곳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모습이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저택은 이상하리 만치 조용했다. 밖에서 들리는 고함소리가 돌벽을 울렸다. 펠릭스는 복도를 가로질렀다. 윈터 부인을 찾으며 소리쳤고, 그의 목소리가 무시무시하게 조용한 복도를 울렸다. 

 그는 본관에서 시체를 몇 개 찾았다. 윈터 부인은 가슴이 수차례 찔린 상태였다. 그녀의 깔끔한 회색 드레스는 붉게 젖어있었다. 그녀의 놀란 얼굴을 보니, 무방비 상태에서 죽음을 맞이한 것 같았다. 고블린들이 어떻게 안으로 들어온거지? 펠릭스는 머리를 쥐어 짜내봤다. 하지만 이건 고블린이 한 짓이 아니란 걸 알았다.

 문 가까이 다른 시체가 누워있었다. 그녀는 문을 열려 하다 등에 칼이 찔린 상태였다. 자기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부정하며 그는 앞으로 나아갔다,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 조심스레 그는 커스틴의 몸을 안아 올렸다. 그는 그녀의 눈에서 잠시 희망이 빛나는 듯 했지만, 그녀의 입에서 피가 흐르고 있는 것을 눈치챘다.


 "펠릭스" 그녀가 탄식하듯 말했다.


 "당신이에요? 당신이 올 줄 알았어요.“


 그녀의 목소리는 아주 작았고, 그녀가 말할 때마다 입술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그는 그녀가 오랫동안 그 상태로 버텼다는 것에 놀랐다.


 "말하지 마요." 그가 말했다.


 "좀 쉬어요.“


 "그럴 수 없어요, 말해야만 하겠어요. 당신과 함께 강을 따라 내려와서 기뻤어요. 당신과 만나서 너무 기뻤어요. 사랑해요.“


 "저도 당신을 사랑해요." 그는 처음으로 말했고, 그녀의 눈은 조용히 감겼다.


 "죽지 말아요." 그가 말하며, 그녀의 몸을 조심히 흔들었다. 


  그는 그녀의 몸에 축 늘어지는 것과 함께 자신의 심장이 재로 변하는 것 같았다. 그녀를 조심스레 바닥에 누였다. 그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했다. 그는 그녀가 열려던 문으로 향했고, 차가운 분노가 펠릭스를 가득 채웠다. 펠릭스는 복도를 따라 질주했다.

 




 디터는 남작의 방으로 가는 출입구 앞에 쓰러져있었다. 장대한 남성의 머리 옆부분에 구멍이 나 있었다. 아마 분노에 가득 차 남작의 방으로 뛰어가다 미리 매복한 적에게 옆으로부터 습격받은 것 같았다. 

 펠릭스는 호랑이처럼 시체를 뛰어넘은 다음, 땅바닥에 닿자마자 구르고 나서 다리로 펄쩍 뛰었다. 그는 방을 천천히 조사했다. 남작은 침대에 누워있었고 가슴에는 칼이 꽂혀있었다. 가슴의 붕대와 침대 시트는 피를 흠뻑 머금고 있었다. 

 펠릭스는 만프레드가 앉아있는 의자를 봤다. 그의 무릎에는 피를 머금은 붉은 검이 무릎에 놓여있었다.


 "드디어 저주가 이루어졌다.“


 극작가가 날카로운 흥분의 끄트머리를 머금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가 올려다보자 펠릭스는 몸서리를 쳤다. 만프레드의 얼굴 너머에서 뭔가 이질적인 것이 쳐다보고 있는 것 같았다, 


 "저주를 완성 시키는 것이 내 운명인 것을 알고 있었지." 만프레드가 한가한 낮을 보내는 것처럼 말했다.


 "내가 아버지를 죽였을 때부터 알았어. 고트프리드는 그가 변해가기 시작하자 그를 수감 시켰어. 오래된 탑에 그를 가둬놓고. 그의 음식을 자기가 가져다 줬지. 윈터 부인과 고트프리드 자신 말고는 아무도 그 탑에 가지 못하도록 했어. 내가 가기 전까지는 말이야. 내가 가지 않았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한다는 건, 울릭만이 아시겠지.“


 그는 일어나서 자신의 칼자루를 쥐었다. 펠릭스는 자신의 증오에 홀린채 그를 처다봤다.


 "그곳에서 내 아버지를 발견했지. 그가 그렇게...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족만의 뭔가가 있었어. 그는 여전히 날 알아봤고, 나를 진저리나고 귀에 거슬리는 목소리로 '아들'이라고 불렀어. 그는 나에게 죽여달라고 빌었지. 아버지는 고트프리드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을 죽이기에는 너무 겁이 많았어. 그는 아버지를 계속 살려둬서 답에 가둬놓는 게 아버지에게 자비를 베푸는 것이 라고 생각했어. 돌연변이로 살아가게 하는 게 말이야.“


 만프레드는 아주 조금씩 가까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핏방울이 그의 칼에서 떨어져 바닥에 자국을 만들고 있었다. 그는 어지럽고 피곤한 느낌이 들었다. 젊고 미친 귀족이 그의 세계 한 가운데에 들어왔다.


 "그 늙은이의 피가 내 칼에서 흐르는 걸 느끼고 나서, 모든 것이 변했어. 난생처음으로 모든 것이 선명하게 보였어. 나는 카오스가 모든 것들을 오염시키는 방식을 봤어, 아버지에게 했던 것처럼 그들을 뒤틀고 타락시켜버리지. 난 내가 그의 아들인 것을 알았고, 내 피에도 그것이, 악마의 표식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알았어. 나는 카오스의 대리인이었고, 그것의 음부로 부터 나온 것이었지. 나는 어둠의 자식이었어. 폰 디엘 가문을 파괴하는 것이 내 사명이었던 거야. 내가 지금 완수한 것 말이야.“


 "아직 완수되지 않았어.“


 펠릭스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증오로 잠겼다. 


 "너는 폰 디엘 가문의 사람이고 아직도 살아있지. 내가 아직 널 안 죽였어.“


 광기에 가득 찬 웃음이 터져 나왔다. 다시 한번 펠릭스는 인두겁을 쓴 악마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펠릭스 씨, 농담도 잘하시는군요. 아주 좋아! 네 반응이 아주 즐거울 줄 알았어. 하지만 네가 카오스의 피조물을 어떻게 죽일 거지?“


 "함께 방법을 찾아보자고." 펠릭스가 말하고, 앞으로 튀어나와 공격했다. 


 독사처럼 빠르게, 만프레드는 칼을 들어 공격을 튕겨내고 반격에 들어갔다. 둘 사이에 번개가 치는 것처럼 칼들이 부딪쳤다. 쇠가 쇠를 울렸다. 칼을 쓰는 팔이 만프레드의 힘이 담긴 공격들에 압도됐다. 귀족은 미치광이와 같은 힘을 갖고 있었다. 

 펠릭스는 물러섰다. 보통 때에는 만프레드의 광기에 대한 차가운 공포가 그를 마비시켰겠지만 지금 그는 분노와 증오로 가득 차 공포가 자리 잡을 만한 곳이 없었다. 그의 세계가 텅 비었다. 그는 커스틴의 살인자를 죽이기 위해서 살아있었다. 그에게 남아있는 유일한 열망이었다. 

 두 광인이 남작의 방에서 싸우고 있었다. 만프레드는 가벼운 농담에 즐거워하는 것처럼, 고양이 같은 우아함을 갖추고 자신감있는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의 칼이 철로 된 거미줄을 만들어 서서히 펠릭스를 옥죄어갔다. 그의 눈이 냉혹하고 비인간적으로 빛났다.

 펠릭스는 등 뒤에 돌벽이 있는 것이 느껴졌다. 그는 달려들어 만프레드의 얼굴에 내리쳤다. 만프레드는 너무 느리다는 듯 손쉽게 받아쳤다. 둘은 칼을 맞대고 마주 섰다. 칼은 꿈쩍 않고 둘의 얼굴에 가까이 있었다. 둘은 온 힘을 다해 칼을 밀었고, 서로 이점을 얻기 위해 탐색했다. 펠릭스의 목에 근육들이 튀어나왔고, 그의 팔은 피로와 함께 불타는 것 같았다. 만프레드는 가차없이 팔을 밀어붙여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칼날을 펠릭스의 얼굴에 붙였다.


 "펠릭스 씨, 잘 가시게" 만프레드가 태평스럽게 말했다.


 펠릭스는 발꿈치로 만프레드의 발등을 찍었고, 온 힘과 무게를 실어 짓이겼다. 뼈가 부러지는 느낌이 났고, 귀족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지며, 압박이 풀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는 칼을 앞으로 휘둘러 만프레드의 목을 그어버렸다. 극작가는 뒤로 비틀거렸고 펠릭스는 그의 가슴을 꿰뚫었다. 

 만프레드는 무릎 꿇고 펠릭스를 이해 못 하겠다는 비어있는 눈으로 쳐다봤다. 펠릭스는 그를 장화로 밀쳐버리고 얼굴에 침을 뱉고 말했다. 


 "이제 저주가 이루어졌다.“




마음이 정리되고 두려움 없었다. 펠릭스는 늑대 기수와 죽음을 찾아 밖으로 나왔다. 그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죽음을 환영했다. 그는 이제 고트렉의 심정이 완전히 이해됐다. 그는 더 이상 살아갈 가치가 없었다. 그는 공포를 넘어섰다.

 커스틴, 곧 내가 갈게요, 그는 생각했다.

 문 앞에 고트렉이 시체 무더기 위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드워프의 끔찍한 상처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는 앞으로 고꾸라지다, 도끼로 스스로 부축해 겨우 서 있을 수 있었다.

 근처에는 헤프와 다른 방어자들의 시체가 보였다.

 고트렉은 몸이 몸을 돌려 그를 바라보자, 펠릭스는 그의 한쪽 눈이 눈두덩이로부터 뽑혀 없어진 것을 볼 수 있었다. 드워프는 어지러운 듯 비틀거리고 앞으로 넘어졌다. 그리고 고통스러워하며 천천히 일어서려고 애썼다. 


 “도대체 왜 늦은 거냐, 인간? 훌륭한 싸움을 놓쳤다고.”


 펠릭스가 그에게 가며 말했다.


 "그런 것 같네.“


 "망할 고보놈들, 죄다 누런 눈을 단 겁쟁이들이야. 대장을 죽여버리자 나머지 놈들은 꼬리를 말고 도망쳐 버리더군." 


 그는 고통스럽게 웃었다.


 "물론... 놈들의 동의를 얻기 위해서는 스무 놈 정도 죽였어야 했지.“


 "그랬구나." 펠릭스가 말하며, 늑대와 오크들의 시체더미를 봤다. 늑대 머릿가죽을 쓴 주술사가 보 였다.


 "가장 좆같은 놈이었어." 고트렉이 말했다.


 "이젠 서 있기도 힘들군.“


 그는 눈을 감고 조용히 누웠다.




펠릭스는 적은 패잔병들이 주변을 조심스러운 눈으로 살펴보며 짧은 줄을 이루어 북쪽으로 가는 것을 보았다. 펠릭스는 그들이 이제는 온전한 힘을 가진 남작의 부하가 아니니 어떤 정착지중 한 곳에서 받아줄 거라고 생각했다. 최소한 아이들이라도 받아주길 빌었다.

 그는 그들이 시체를 묻은 무덤을 돌아봤다. 그는 그들과 함께 묻어버린 자신의 미래에 대해 생각했다. 그는 다시 땅도 없고 집도 없어졌다. 그의 살림살이의 무게는 딱 그의 어깨에 맨 정도였고, 고개를 돌려 저 멀리 있는 산맥을 바라봤다.


 "잘 있어." 그는 말했다.


 "그리울 거야.“


고트렉은 자신의 새로운 안대를 짜증난다는 듯 비벼대곤, 코를 풀었다. 그는 자신의 도끼를 들어 올렸다. 펠릭스는 그의 상처들이 분홍색이 됐고 거의 나은 것을 알아챘다. 


 "저 산맥엔 트롤들이 있다고, 인간. 냄새가 나!“

 

 펠릭스는 국어책 읽는 말투로, 아무 감정도 싣지 않고 말했다.


 "가서 그놈들을 잡자.“


 그와 고트렉은 서로를 바라보고 이해한다는 눈빛을 주고 받았다.


 "네 안에 숨어있는 트롤슬레이어를 튀어나오게 만들어 보자고, 인간.“


 둘은 진력이 나서, 밝게 빛나는 천둥 강 줄기를 따라 산맥에 어두운 징조를 향해 앞으로 나아갔다.




출처 :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warhammer&no=1817415&page=1&exception_mode=recommend&search_pos=&s_type=search_all&s_keyword=%EA%B3%A0%ED%8A%B8%EB%A0%89

햄갤 fjaoief님과 그의 유지를 이어받은 Gotrek님의 번역물입니다.




2부 요약


술집에서 늙은 드워프에게 숨겨진 황금과 그것을 지키는 거대한 트롤 이야기를 들은 고트렉과 펠릭스는 팔봉산으로 향했다. 가던 도중 한 술집에서 사냥꾼에게 희롱 당하던 여자아이를 구해준 펠릭스는 자신이 구해준 커스틴에게 호감을 갖게 되었고 탈것도 얻어 탈 겸 지나가던 추방자들의 행렬에 호위로 합류했다. 변경백의 영토로 추방당한 무리는 쇠약해진 고트프리드 남작과 전투 대장인 디터, 디터의 어머니이자 마법사인 윈터 부인, 그리고 남작의 후계자인 만프레드로 이루어진 폰 디엘 남작가문이 이끌고 있었다. 펠릭스가 호감을 가진 그녀는 윈터 부인의 하녀였다.

만프레드는 젊은 귀족으로 알트도르프에서 기발하지만 이단적인 작품을 쓰는 것으로 유명한 인물이었다. 펠릭스는 그와 이야기를 나누다 폰 디엘 가문이 마녀 사냥을 하다 마녀의 저주에 씌여 가문이 풍비박살이 난 것을 알게 되었다.

어쨌든 늑대 기수들의 습격을 받아가면서도 계속 천둥 강을 따라 남하하던 무리는 변경백 어느 곳에서도 받아주지 않아 쉴 수가 없어 지쳐갔다. 그 와중에 펠릭스와 커스틴의 사랑은 깊어져 볼 장을 다 봤고, 추방자 무리에 소속감을 느끼던 펠릭스는 그녀를 떼어 놓고 고트렉과 계속 여행하고 싶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입구컷을 해버린 알켄도르프의 영주가 저주 받은 언덕으로 향할 수밖에 없던 무리는 언덕 옆을 지나가던 어느 밤 언데드들로부터 야습을 받았다. 많은 사상자가 생겼지만 어쨌든 버텨 다음날 아침을 볼 수 있었다. 다음날 산에 난 구멍을 조사한 펠릭스와 고트렉은, 사악한 것을 봉인하던 룬을 누군가가 밖에서 부셔 언데드들의 습격을 받은 것을 알아냈다.

범인을 잡지 못하고, 마침내 비어있는 땅과 요새를 찾아낸 무리는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고트렉에게 차마 맹세를 어길 거라고 말할 수 없었던 펠릭스는 요새를 강화해주면 짭짤한 보수를 받을 수 있을 거라고 고트렉을 꼬드겨 시간을 벌었다.

겨울이 다가오는 시기에 고트렉은 요새를 완성 했고, 출발할 준비를 했지만 펠릭스는 고트렉과 함께 출발하지 않을 거라고 말 할 다짐을 했다. 말 하려는 날 밤 늑대 기수들을 앞세운 그린스킨 무리에게 습격당해 출발하려던 일정이 취소됐고, 큰 피해를 입었지만, 윈터 부인의 마법에 의해 적들을 패퇴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윈터부인은 그린스킨 주술사의 주술에 당해 몸이 많이 쇠약해 졌다.

그 이후로도 습격이 계속되는 습격에 많은 경비들이 죽었고, 화살도 떨어졌다. 싸울 수 있는 사람이라면 어린 아이들도 상관없이 모두 모여, 정문에 대기하다 문이 뚫리면 싸울 준비를 해야 할 처지가 되었다. 윈터 부인을 부르러 간 디터가 늦어 불안해하는 산적 덕분에 펠릭스는 고트렉을 정문에 두고 그녀를 찾아 저택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던 건 죽은 윈터부인의 시체와 커스틴을 앗아간 잔인한 운명 뿐이었다. 분노에 휩싸인 그는 남작의 침실에서 남작과 디터를 죽이고선 앉아있는 만프레드를 발견했고, 그가 말 뿐만이 아니라 진짜로 카오스에 휩싸여 그의 종복노릇을 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만프레드와 사투 끝에 결국 그를 쓰러트린 펠릭스는 커스틴이 죽어 더 이상 살아갈 의미를 찾지 못하고, 밖에서 여전히 그린스킨들이 날뛰고 있을 거라고 예상하며 죽음을 맞이하러 뛰처 나갔지만 밖에서는 난전 중에 한쪽 눈이 뽑힌 고트렉이 수 십마리의 그린스킨들과 그들의 대장인 주술사를 도륙내고 상처 입은 채로 그 시체들 위에서 겨우 서 있었다. 나머지 그린스킨들은 이미 후퇴한 상태였다.

일련의 사건 끝에 펠릭스는 고트렉의 심정이 어떤 것인지 더 잘 이해하게 되었고, 둘은 다시 팔봉산을 향해 나아갔다.


요약 한다고 했는데도 존나 기네 더 짧은 요약.


1. 숨겨진 황금과 그걸 지키는 거대한 트롤을 잡기 위해 고트렉과 펠릭스는 팔봉산으로 출발함.


2. 둘은 중간에 만난 추방자 무리와 합류했고, 펠릭스는 그 곳에서 진정한 연인을 만나, 고트렉과 한 맹세를 어기고, 함께 정착하고 싶어 했다.


3. 고트렉은 전투중 한쪽 눈을 잃고, 펠릭스는 운명의 소용돌이 안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렸다. 펠릭스는 자신이 꿈꿔왔던 미래가 사라져 버린 것을 느끼고, 고트렉이 자신의 파멸만을 쫓아다니는 심정이 어떤 것인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Posted by 스틸리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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