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버 제놀로지스'에 해당되는 글 52건

  1. 2021.04.09 리베르 제놀로지스 - 조아트
  2. 2021.04.07 리베르 제놀로지스 - 갈그 족 1
  3. 2021.04.05 리베르 제놀로지스 - 인슬레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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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 Liber Xenologis

 

조아트

센타우루스 세펜티우스

'프레시파이스'에서 나는 일명 조아트라 알려진 외계 종족에 대한 허술한 소문들만을 들을 수 있었다.

이들은 내가 연구했던 모든 외계생명체들 중 가장 수수께끼의 사악한 존재들 중 하나로,

내 연구가 맞다면, 이들은 홀로 비밀스럽게 우주를 여행하는데

덕분에 모성의 위치 혹은 정보나 교리 및 신념 같은 것도 전혀 알 수 없다고 한다.

또한 이들은 크고, 육중한 근육과 센타우로스-비슷한 외형을 지니고 있는데,

외형만 놓고 보면 파충류과에서 진화한 것처럼 보이며

실제로도 두껍고, 짙은 밀도의 수 겹의 비닐들이 몸을 감싸고 있다고 한다.

외형 면에서, 이들은 잔인하고 지성없는 약탈자들처럼 보이지만,

내가 연구를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이들의 무서운 외모는 기만에 불과하다.

 

사실 나는, 우연한 계기로 프레시파이스의 거래 광장들에서 이들 중 한 명을 비교적 가까이에서 실제로 보았으며,

그들의 사냥 방식들에 대한 소문들도 들을 수 있었다.

나는 이전까지 이들이 그린스킨만큼 덜떨어지고 야만스러우며,

심지어는 그 야만스러운 종족의 사족 보행형 별형은 아닐까도 생각하고 있었으나,

이와는 대조적으로 프레시파이스에서 직접 확인한 그 조아트는 미묘하고, 교활하며 

오직 자신들만이 아는 목적을 위해 움직이는 생명체였다.

 

내 정보원들 중 다수는 조아트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대신, 아예 일을 그만두었는데,

여전히 나에게 정보를 제공해준 자들의 말에 따르면, 

내가 확인한 조아트는 아주 복잡한 정보원들 및 첩자들의 네트워크망을 구축하고 있었다.

또한 나와 그가 어쩌다 마주쳤던 그 순간에, 

나는 일견에 그가 처음 예상했던 것 이상의 고도로 진보된 기술력으로 무장하고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 신체는 온갖 기기들이 과다할 정도로 붙여져 있는데

아마 기계와 유기체의 혼합이었을 것이다.

 

이 괴물에 대한 모든 보고들 중 가장 기괴했던 것이 있다면,

그가 스스로를 '기록 보관자'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또한 그가 자신의 요원들과 직접 구두로 대화하는 대신,

일종의 텔레파시 같은 걸로 대화를 나누었다고 하는데

솔직히 그거는 좀 오바같고, 내 생각에는 얼굴 뒤에 숨긴 마스크-비슷한 장치를 쓰지 않았을까 싶다.

조아트는 블랙스톤의 심연 속으로 들어가려는 자들에게 도움꾼으로 스스로를 위장하지만,

그 핑계와 속임수의 폭이 상당하여 나는 다른 무언가가 있음을 간파했고,

그리하여 나는 이 문제에 대해 더 파고들기로 결심했다.

 

나는 '조아트'라는 종족을 어린아이를 위해 쓰여진 동화 속에서 처음 보았지만,

이 '기록 보관자'가 직접 나타난 이후부터 

나는 좀 더 많은 언급들을 찾아 내 도서관을 샅샅히 뒤져보았고

덕분에 그들과 관련된 더 기이한 이름과 심오한 기록들을 찾아낼 수 있었다.

또한 나는 어뎁투스 미니스토룸의 기밀 기록들이 담긴 한 권의 책에 실린,

추기경 드라미트지가 그의 대-추기경에게 보낸 편지에서 관련된 언급을 찾을 수 있었다.

이 편지 안에서, 추기경은 자신의 옛 친구, 대-부제 코미노와의 마지막 만남을 이야기하고 있다.

 

'예하에게,

 

슬픈 소식들을 전달하여, 당신께 짐을 더 올려드리는 것에 심히 죄스럽습니다.

당신께서 명하신 대로, 저는 지금 엘페노르 대성당에 도착하여 그 무시무시한 소문들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이 사실임을 밝혀야 함이 고통스럽군요.

연장자 형제들 모두가 살해당했고,

오직 어린 사제들과 보좌 신부들만이 살아남아 간신히 교구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의 진정한 공포는 도착 이전까지 알아낼 수 없었으나,

그 살해범, 현재 지하실 아래 갇혀 있는 그 놈은 끔찍하게도 대-부제 코미노 본인입니다.

예하이시여, 그는 자신의 사제들에게 살해당했습니다. 

도저히 믿을 수 없었으나, 서비터들에 의해 기록된 수 건의 살해 사건들과

제가 본 사진이 진실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 끔찍한 사진들은 제가 죽을 때까지 머리 속을 멤돌 정도로 충격적입니다.

그 속에서, 코미노는 동물이 되어 있었습니다.

두렵게도, 소문이 이미 더 넒은 곳들에 퍼진 상태이며,

심지어는 이미 폭동의 징조들이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의 질서는 존중, 특히 코미노에 대한 존경 때문이었습니다.

이 행성의 미래가 심히 염려되는군요, 예하.

코미노는 제 도착 이후 아침에처형될 예정이었으나,

그의 행동들이 워낙 혐오스러웠던 탓에 저는 갇힌 그를 직접 접견하여 

어째서 그가 이토록 망가졌는지를 확인하고자 하였습니다.

그는 간신히 알아볼 수 있는 모습으로, 그림자 속에서 마구잡이로 소리지르며 이상한 목소리로 떠들고 있었는데,

저는 그가 단순히 미쳤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참으로 비극이지만, 이와 같은 적대적인 행성에서는 이해 가능한 결과이기도 했지요.

그는 마치 술 취한 이처럼 중얼거리면서, 이리저리 헛소리를 중얼거렸는데,

그러다가도 어떤 주제로 다시 돌아오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어떤 대단한 보물을 도둑맞았다는 생각에 집착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에게 그 보물이라는 것이 무엇이냐 물었는데,

그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절 보더니, 제가 그걸 가지고 있다면 알려주기를 요구하더군요.

저는 도데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전혀 모르겠다는 것을 그에게 확실하게 알려준 다음,

그에게 그가 도대체 뭘 잃어버렸는지 말해달라고 청하였습니다.

그 말을 하면서, 저는 그 보물의 도둑이 그의 광기를 초래한 자임을 감지할 수 있었지요.

 

그가 절망적인 어조로 말하기를, 일명 '조아트'라 불리는 한 신비로운 순례자가 그를 찾아왔다고 합니다.

그가 말하길, '조아트'라는 자는 뚱뚱하고 뒤틀린 외형을 지닌 자로,

자신의 몸을 커다란 로브 속에 감추고는 자신의 종들이 짊어지고 다니는 가마에서 조금도 내려오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코미노가 볼 수 있었던 건 오직 그자의 양손 뿐이었는데,

두꺼운 녹색 비늘들로 덮혀 있었다더군요.

'조아트'라 불린 그 남자는 코미노에게 뼈들로 만들어진 팔찌 하나를 주면서,

그것이 성 라벤자의 손가락 뼈들이라 말했다고 합니다.

조아트는 대-부제 코미노에게 그 팔찌를 대성당 안에 소중히 보관하면서

절대 부셔지지 않게 해달라 부탁했다는군요.

코미노는 감방 안에서 몸을 구부린 채, 처형을 기다리던 그 순간에도,

그 뼈 팔찌에 대한 회상을 음미하면서 눈을 빛내더군요.

그는 그 팔찌에서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수준의 신성한 힘을 느낄 수 있었고,

그렇기에 성물함에 그냥 넣고 방치해둘 수 없었다고 하더군요.

그렇기에, 그는 그것을 자신의 손목에 차고는 그대로 잠을 잤다고 합니다.

그가 깨어낫을 때, 코미노는 그 팔찌가 손목에서 사라졌음을 깨달았습니다.

코미노가 말하길, 그 순간 성 라벤자가 직접 말하였으니,

화가 나 분노한 목소리로 모든 나이든 신부들이 이 일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했더군요.

그 순간부터, 대-부제 코미노는 크게 선동당하여 그를 지키던 수비병들이 그를 말려야 했다고 하는데,

이 목소리, 그러니까 뼈들의 목소리는 코미노에게 그의 형제 신부들을 죽이게끔 선동했습니다.

그는 그들 중 한 명이 이 성물을 훔쳤다고 아직까지도 믿고 있었고,

이에 제 요청에 따라, 어린 사제들이 그 팔찌인지 뭔지를 찾아 대성당을 샅샅히 뒤졌으나,

거기에는 어떤 흔적도 보이지 않았으며 

아니 애초에 '조아트'라는 순례자의 방문 또한 아무런 흔적이 없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성당 성벽 바깥의 폭동이 더 거세지는 동안 대-부제는 처형되었습니다.

이 처분에 어떠한 의문의 여지도 없으나, 참으로 비극적인 장면이었습니다.

그러한 광인이 죽는 것을 보는 건 참으로 비참했습니다.

 

여기 남아 더 조사하겠나이다,

예하의 가장 헌신적이고 순종적인 종, 추기경 드라미트지가.

 

추신 : 예하, 가장 특이하고 심각한 문제가 나타났습니다.

처형 직후 아침에, 제가 이 문자를 보내려던 참에 저는 대-부제의 사후 주검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참으로 요사스런 일입니다!

검시자들이 팔찌를 찾았다고 합니다!

그것은 그의 팔 '안에' 들어있었다고 합니다. 

말 그대로, 팔 '안에' 말입니다. 검시자들도 설명할 수 없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검시자들 말에 따르면, 그의 몸이 그것을 '흡수'한 것처럼 보인다고 합니다.

이 무슨 요사스런 일이며, 기묘한 사건인지요!

이 유물을 거두어 당신께 전달하겠나이다.'

 

 

이 이야기는 날 여러모로 혼란케 만들었다.

'조아트'라는 단어와, 녹색 비늘들과 자신의 거대한 몸을 계속 감추는 '순례자'의 언급이 모두 우연의 일치로 같이 등장한 것일까?

그건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이 뼈 팔지는 일종의 정신 조종술로 사용된 건 아니었을까?

이것이 이 편지 이후 찾아온, 섹터-범위의 폭동들을 촉진한 건 아니었을까?

안타깝게도 추기경 드라미트지와 대-추기경은 그 학살 속에서 목숨을 잃었으나,

나는 이 기괴한 이야기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언젠가는 찾아낼 생각이다.

 

 

 

참고 : 프레시파이스

조잡한 우주 정거장으로 은하계 서쪽, 세그먼툼 퍼시피쿠스의 '서쪽 변방'에 위치한 우주선 잔해들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정거장은 대략 1백 마일에 달하는 거대 규모의 우주선 공동묘지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현재 이 잔해 지역의 심장부에 위치한, 7번째로 나타난 블랙스톤 포트리스를 정복하려는 

온갖 인간, 반인간과 외계인 탐험가들의 작전 기지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ps. zoat... 조아트.. 조앝... 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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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 Liber Xenologis

 

갈그

아두미누스 섹스투스

서쪽 변방 일대에서 갈그족들에 대한 문서들을 읽어보긴 했으나,

'프리시파이스'에서 그것들과 만나고 나서야 나는 이 종족에 대해 얼마나 많은 오해가 있어왔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카마르고의 허접하기 그지없는 삼류 잡지, 데 모르비스 제노리스에서,

카마르고는 코아스프인들과 크룻을 혼동하고 불들과 우르-구울들을 같다고 여겼다.

그는 스스로 제국 이곳저곳을 여행했다고 주장하나,

나 같은 전문가들의 시선에서 보자면, 카마르고가 그의 테라 도서관을 떠났는지조차 의심될 지경이다.

아마 그 도서관에 있는 내용물조차 허접하겠지.

아무튼 그의 허접한 기록 속에서, 갈그들은 녹색의, 개구리-비슷한 생명체들로 수 차례 이상 인용되었는데,

그러한 반복된 내용들과 실제와는 차이가 많았다.

 

나는 프레시파이스의 후미진 술집, '키잡이'에서 갈그들과 실제로 만났다.

이 생명체는 절대로 개구리-같은 생김새가 아니며,

아예 외형 자체가 그런 인간 기준과는 전혀 맞지 않다.

팔들 혹은 다리들이 있어야 할 자리에, 이들은 6개의 촉수들을 지니고 있으며

갈그들이 자리에서 내려올 때마다 촉수들도 꿈틀거린다.

이 생명체들에게는 머리가 없으며,

대신 일종의 시야 부속지들로 보이는 다발들이 튀어나와 있는데

우리들이 그쪽 테이블로 찾아갈 때 그것들을 통해 우리의 접근을 알아차리는 듯 보였다.

용감하고 지적인 이몸은 그들을 인터뷰함으로서 데 모르비스 제노리스가 퍼트린 거짓말들을 교정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내 생각을 듣고 나서, 그렉(내 동료)은 자신이 이 갈그족들과 대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 날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왜냐하면, 그들에게는 실질적으로 입이라 할만한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그들은 촉수들로 기어다닐 때 괴상한 신음 소리같은 것만을 만들어냈는데,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자면 그 소리는 의상하게 듣기좋았다.

비유하자면, 글라스 하모니카 같은 소리랄까?

 

아무튼, 그렉은 뭐 비슷한 방식으로 대화가 가능했다.

그는 먼저 자신의 부리를 가능한 한 최대한 벌리고는, (참고 : 그렉은 크룻임)

자신의 머리를 뒤로 젖히고 머리카락처럼 난 가시 벼슬들을 마구 흔들어대며 비슷한 소리를 만들어냈다.

 

그러자 갈그족들은 그가 자신들의 언어로 대화를 시도하려 한다는 점에 신나서 흥분해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여기에 그렉이 추가로 대충 유머 비슷한 언사들로 보이는 언사를 나눈 끝에,

그는 내가 원하는 질문들을 대신 전해줄 수 있게 되었다.

 

그렉을 통해 말하자면, 갈그들은 본디 아두민이라는,

저 멀리 울티마 세그먼툼의 이스턴 프린지 근처 행성이 고향이라고 한다.

이들은 자신들이 그 행성의 깊은 지하에서 살았으며,

생체발광 포자들을 조명삼아 살아왔다고 말했다.

또한, 일명 '바쓰리'들이라 불리는 의식용 고분들을 지었는데,

그 안에는 '소움'들이라 불리는 장소들이 있었다고 한다.

갈그들 말에 따르면, 이 소움들에는 '마쿠'라 불리는 사악한 종들이 살아가는데,

만약 자신들이 가치있는 삶을 살지 않는다면, 죽어서 '마쿠'의 세계로 끌려간다고 갈그들은 믿고 있었다.

 

갈그들의 말에 따르면, 이들의 행성은 목가적이고 소박한 행성으로

전쟁 혹은 욕구 없이 그렇게 최소 수천 년 이상을 그대로 존재하고 있었다고 하는데,

다음 부분에서 갈그는 큰 흥분을 보이며 그랬던 자신들의 아두민 행성이

타'우 제국의 방문과 함께 어떻게 변하게 되었는지를 몸으로 장황히 설명하려 했다.

그들의 삶을 목가적인 만족과 평화의 추구에 '낭비'하는 대신,

갈그는 이제 '운 좋게도' 타'우의 울티마 세그먼툼 문명화 및 수호라는 거대한 대의에 동참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내 관점에서 보자면, 평화로웠던 그들은 목가적인 행성에서 강제로 끌려나와

그들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전장에 던져진 것이지만,

뭐 어쨌든 갈그족 본인들은 타'우의 대의에 크게 만족하는 모양이었다.

타'우 제국에 대한 내 서술을 보면 알겠지만,

이러한 사기 사례는 뭐 한둘이 아니다.

 

그 외에도 그렉을 통해 묻고 싶은 것들이 한둘이 아니었으나,

갈그의 분위기가 갑자기 험악해졌다.

그들은 갑자기 그렉에게 달려들어 그를 목조르려 했고,

한 명은 아예 총-비슷한 무언가를 꺼내들었으며

그들의 부드럽고, 음악과 같았던 신음소리는 갑자기 무조음의 비명처럼 변해버렸다.

 

프레시파이스 내에서 무기들을 꺼내들어 사격하는 건,

특히 '키잡이'같은 눈에 뻔히 보이는 장소에서 그런다는 건

추방 혹은 심지어는 처형당할 수도 있는 행위었기에

어쩌면 상황이 심각해질 수도 있는 순간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수 명의 근처 선량한 외계인 술꾼들이 그렉을 도와주려 찾아왔고,

다른 한 명은 갈그가 꺼내든 총을 낚아챘다.

갈그는 분노 속에 씩씩거리며 자리를 벗어났고, 그렇게 군중이 흩어지자,

나는 그렉에게 어째서 그들이 화난 것이냐고 물어봤다.

그는 머리를 흔들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중립적인 톤으로 답했다.

 

"그들은 내게 어떻게 언어를 배웠느냐고 물었지.

그래서 나는 그저 이전에 그들의 선장을 잡아먹었을 뿐이라고 답했지.'

 

그 순간, 그의 두 눈에서 새 깨달음이 빛났다.

 

'아마 그가 죽었다는 걸 몰랐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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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슬레이버

스피리투스 서브쥬게이터

나는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사람이며, 초자연적인 낭설들에 쉽사리 넘어가지 않는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수 년간의 연구 끝에 나는 초차원적 성질의 존재들은 형이하학적 및 형이상학적으로 너무나도 특이하고 동떨어져 있어,

외계인인지 유령인지를 구분하기조차 이론적인 단계까지만 가능하다는 걸 납득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일명 엔슬레이버들이라 불리는 외계 생명체들은 잘 알려진 존재들은 아니다.

심지어 외계생명학 학자들조차 모르는 자들이 다수이며,

덕분에 이들에 대한 이야기들은 자주 유령 이야기들로 오인되는 경우가 많다.

엔슬레이버들은 인간들과 같은 물리 법칙 아래 탄생한 존재들이 아니며,

엠피리언의 법칙 아래 탄생한 존재들이다.

-이들은 싸이킥 에너지 생명체들로 보호받지 않은 싸이커들의 정신을 먹고 산다.

이들이 특정인의 정신에 발판을 구축하면 그들은 그 희생자에 '빙의'하며,

결국엔 그들을 현실 우주와 엔슬레이버 자신들이 사는 초차원 세계 간 관문으로 변이시켜버린다.

빙의된 생명체는 그 과정 속에서 살아남지 못한다.

정신과 육신은 이메테리움의 관문으로 변이된다.

그러나 더 끔찍한 것은 희생자가 일단 관문으로 변하고 나면,

끝없이 많은 엔슬레이버들이 살아있는 관문이 변이되어 죽어가는 희생자를 통해 현실 우주로 쏟아진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공동체들 전부가, 내가 알기로는 심지어 전 행성들이 이 생명체들에게 멸망한 경우도 있었다.

 

내가 긁어모은 정보들을 통해 말하자면, 엔슬레이버들은 모든 면에서 우리들과는 다르다.

즉슨 그들과의 의사소통은 거의 불가능하다.

결국, 우리는 이들이 어째서 우리 은하계에 발판을 마련하고 싶어하는지 거의 알 수 없다.

이유가 무엇이든, 나는 연구를 통해 엔슬레이버 빙의에 관련되어 주목할만한 사건 기록들이 있음을 밝혀냈다.

블랙스톤 포트리스에 도착하기 이전까지, 

나는 엔슬레이버들이 실존한다는 나의 이론을 증명해낼만한 어떤 실증 증거들을 가지지 못했으나,

내 초기의 블랙스톤 포트리스 여정들 속에서 나는 내가 이미 이 종족에 대해 파악하고 있었던 모든 면에서 일치하는 증언을 직접 들을 수 있었다.

 

아이솔라, 그렉과 나는 여정 도중 한 넒은 암층에서 궁지에 몰린 적이 있었는데,

우리 뒤편에는 끝이 안 보이는 바닥이 펼쳐져 있었고

앞에서는 이전 방에서부터 쫓아온 중무장한 컬티스트들이 총질을 해대고 있었다.

우리는 거의 한 시간동안 궁지에 몰려 있었는데,

그 순간 한 여성이 빈둥거리며 나타나서는 부주의했던 이단들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총을 쏘아대기 시작했다.

아이솔라, 그렉과 나는 반격의 기회를 잡아 옆 방으로 피신한 다음,

아직도 혼란에 빠진 이단들을 공격 중인 그녀와 합류했다.

수 초만에 모든 이단들은 죽었는데,

여성은 말도 없이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나는 서둘러 그녀를 쫓아가서 따라다녔는데, 이후 그녀의 행동에 깜짝 놀랐다.

그녀는 기이할 정도로 차가웠으며,

침착한 모습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안전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것처럼 행동했다.

나는 간신히 그녀를 설득하여 잠시 동안 그녀와 함께했고,

그녀의 기이한 태도에 대한 이유를 알아낼 수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드루민으로, 명백히 미쳐 있었지만

자신의 과거에 대해서는 기꺼히 입을 열어주었다.

그리고 그녀의 이야기 속에서 나는 즉각적으로 엔슬레이버들을 상기할 수 있었다.

드루민은 그녀가 체험한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듯 보였으나,

나는 그것이 엔슬레이버였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그녀는 한때 무기 밀수업자였으며, 금지된 무기류를 볼토르노 VI 행성의 맵토라 하이브 저층들에 밀수하는 일*을 했었다.

(*이 부분에서, 그녀는 조금의 죄책감도 보이지 않았다. 애초에 범죄 가득한 전력을 기꺼히 말한다는 점에서 더 그러했다.)

하이브-거주자 평균 수준에서 보자면, 그녀는 부유하고 성공한 인생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 그녀는 그녀를 하이브에서 도망치게 만들 정도로 공포에 질리게 만든 무언가를 보게 되었다.

 

': 수 일간, 다른 놈들이 이상한 행동을 보였지.

나는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꼈어. 그놈들이 무언가 개수작을 걸고 있었어. 난 간파했지.

난 놈들이 어디 있는지 알아낼 수 없었지만, 그놈들이 무언가에 정신이 나가 있다는 소문 정도는 들을 수 있었지.

그리고 놈들은 거래를 갑자기 끊어버렸고, 난 그것 때문에 화가 폭발했지.

그래도 난 놈들 중 한 명, 라르고라는 놈을 발견했을 때 놈 대가리를 바로 날려주는 걸 간신히 참을 수 있었고,

대신 몸을 숨긴 채로 거리를 두고 놈을 쫓아갔어.

그가 어디로 가는지 알아보려고.

놈은 술 취한 사람마냥 비틀거리고 중얼거리면서 옛 카블린카 정제소를 지나 거주-구역들을 건너 어딘가...

이제는 아무도 찾지 않는 어딘가로 향했지.

하이브의 경계 거의 근처였지.

공기는 너무 나빠서 위험 수치까지 오르고 있었어.

나는 동쪽으로 그렇게 멀리 간 적이 없었지.

그쯤 가자, 바깥쪽에서 불어오는 빌어먹을 재 폭풍 소리를 들을 수 있었지.

나는 초조하게 지켜보았어.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절반쯤 들었지만,

나는 놈들이 무언가 개수작을 걸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고

도대체 무슨 개수작을 하려는 건지 확실히 보고 싶었지.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함께였으니까. 그놈들은 내 유일한 가족이었거든.

라르고는 폐허가 된 성당으로 올라서 내부로 들어갔어.

나는 감히 조명을 킬 생각도 하지 못하고, 빛 한 점 없이 그 안에 들어섰지.

라르고가 들어간 이후로, 나는 놈을 따라 어둠 속의 폐허 속을 더듬더듬 기어야만 했지.

내가 계단 아래쪽을 더듬거릴 때, 빛이 창문들 밖으로 쏟아졌어.

 

그건... 그건 절대로 평범한 빛이 아니었어.

약하면서도 동시에 강했지.

창백하고, 역하면서도 찬란한 빛이 줄지어 폐허에서부터 펼쳐졌지.

나는 더 가까이 기어갔는데, 그 안에 모두 서 있었어.

-갱들이 떼거지로, 원을 그리며 모여 있더군.

놈들도 발견했는데, 그 순간 나는 내가 생각했던 그런 게 아니었음을 깨달았어.

놈들은 날 배신하려던 게 아니었던 거야.

대신 무언가 그들에게 일어나고 말았던 거지.

무언가 더 끔찍한 일이. 그들은 구부정하게 몸을 굽히고 있었어.

마치 서서 죽은 것처럼 말이지.

 

그리고 난 빛의 근원을 볼 수 있었어.

그것은... 제대로 바라보기 힘들었어.

나는 이때까지 온갖 나쁜 것들을 보아왔지만,

그것들은 내 정신 자체를 파괴하는 그런 종류의 나쁜 것이었어.

마치 빛 웅덩이들마냥, 그것들은 은은히 빛나는 빛 마대자루들마냥 갱들 위에 메달린 채로 하늘을 둥둥 떠다니고 있었어.

그것들은 말하자면 배-형태의 그런 것이었는데,

말하자면 커다란 진드기들 같았어. 아니, 어쩌면 태아 같은 그런 모양.

놈들은 큰 턱을 지니고 있었고, 어쩌면 촉수들, 아니면 그런 비슷한 것들이 얼굴 아래 달려 있었지.

글쎄, 어쩌면 얼굴 자체가 없었던 건지도.

정말 말하기 어려운 괴상한 생김새였어.

난 빛 사이로 볼 수 있었어. 어쩌면 눈 하나가 있었는지도? 입도 하나 있었던 거 같아.

촉수들은 머리들 아래 줄지어 늘어서 있었지.

그것들은 빛으로 만들어진 생명체들 같았는데, 진짜 무서웠던 것은

놈들이 갱들을 어떤 식으로든 먹고 있었다는 거야.

그 빛나는 부댓자루들은 둥둥 떠다니면서 때때로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고,

그 아래 서 있는 갱들 또한 그것들을 따라 움직이고 있었어. 마치 그들에게 종속된 것처럼.

 

그건 죽음이었어. 나는 죽음을 보고 있었지. 나는 그걸 분명히 알 수 있었어.

그것처럼 확실한 걸 본 적이 없었지. 그 괴물들은 어둠 속에서 우릴 기다리는 악마들이었어.

죽을 때가 되면 우릴 찾아와서는 삶 이후로 우릴 끌고가는 것들 말야.

나는 그대로 도망치고 싶었지만, 그 광경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어.

느린, 기괴한 춤사위마냥 라르고와 다른 갱들은 그 귀신들과 함께 비틀거리고 꿈틀거렸지.

 

그 순간, 내가 그 광경을 계속 바라보는 와중에

상황은 더 무시무시하게 흘러갔어.

라르고와 다른 갱들이 갑자기 산산조각나기 시작한 거야.

마치 녹아내리는 것처럼 보였지.

아니 그들 뿐만이 아니었어. 아예 공기 자체가 찢겨나가고 있었지.

그리고 그 균열 속에서 나는 더 많은 창백한 부댓자루들이 나오는 걸 볼 수 있었어.

그리고 더 많은 놈들이, 더 많이 나타났지. 금방 수백이 나타났어.

수 초가 지난 후에야, 나는 내가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고 있다는 걸 간신히 인지할 수 있었지.

귀신들은 내 쪽으로 몸을 돌렸고, 그들 중 하나가 성당 폐허를 지나 내 쪽으로 다가왔어.

 

나는 몸을 돌려 어둠 속으로 달아났어.

그러나 내가 달리는 동안, 나는 빛이 내 머리 속에 침투하는 걸 느낄 수 있었지.

그건 마치 불과 같이, 내 두개골 속을 가득 채워버렸어.

나는 그 빛이 내 사지들을 잠식하고, 나를 천천히 끌어내리면서 멈추려고 하는 걸 느낄 수 있었어.

그리고 그 순간, 멍청이의 행운처럼 나는 넘어졌지.

어둠 속의 한 기중기에서 떨어져서 한 30, 어쩌면 40피트 정도 아래로 떨어졌어.

물론 그 정도라면 죽는 게 당연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잿더미 아래 떨어졌지.

나는 저 위에서, 그 귀신이 날 똑바로 주시하는 걸 볼 수 있었어.

하지만 놈은 더 이상 내 정신 속에 들어오지 않았지.

나는 서둘러 놈의 사정거리에서 벗어나야만 했어.

그래서 다시 뛰었지. 그러면서 절대 뒤를 돌아보지 않았어.

나는 그날로 행성-이탈권을 사서는 우주 서쪽으로 떠났지.'

 

드루민은 이야기를 마치고 날 바라보았다. 마치 내가 그녀의 말을 무언가 부정하기를 기다렸던 것 같았지만,

나는 다만 그녀에게 이 블랙스톤 안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만을 물어봤을 뿐이었다.

그러자 그녀는 죽음에서 벗어나, 그 어떤 것도 자신의 마음 속에 침투하지 못하게 하기를 원한다고 말해주었다.

그녀는 블랙스톤 포트리스에서 엄청난 부를 쌓은 다음 테라로 돌아가서, 거기서 마치 여왕처럼 살기를 원하고 있었다.

나는 좀 더 물어보려고 했으나, 그녀는 어둠 속으로 그대로 사라졌고

잠깐 기다려달라는 내 요청을 그대로 무시했다.

Posted by 스틸리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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