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rce : Liber Xenologis
엔슬레이버
스피리투스 서브쥬게이터
나는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사람이며, 초자연적인 낭설들에 쉽사리 넘어가지 않는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수 년간의 연구 끝에 나는 초차원적 성질의 존재들은 형이하학적 및 형이상학적으로 너무나도 특이하고 동떨어져 있어,
외계인인지 유령인지를 구분하기조차 이론적인 단계까지만 가능하다는 걸 납득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일명 엔슬레이버들이라 불리는 외계 생명체들은 잘 알려진 존재들은 아니다.
심지어 외계생명학 학자들조차 모르는 자들이 다수이며,
덕분에 이들에 대한 이야기들은 자주 유령 이야기들로 오인되는 경우가 많다.
엔슬레이버들은 인간들과 같은 물리 법칙 아래 탄생한 존재들이 아니며,
엠피리언의 법칙 아래 탄생한 존재들이다.
-이들은 싸이킥 에너지 생명체들로 보호받지 않은 싸이커들의 정신을 먹고 산다.
이들이 특정인의 정신에 발판을 구축하면 그들은 그 희생자에 '빙의'하며,
결국엔 그들을 현실 우주와 엔슬레이버 자신들이 사는 초차원 세계 간 관문으로 변이시켜버린다.
빙의된 생명체는 그 과정 속에서 살아남지 못한다.
정신과 육신은 이메테리움의 관문으로 변이된다.
그러나 더 끔찍한 것은 희생자가 일단 관문으로 변하고 나면,
끝없이 많은 엔슬레이버들이 살아있는 관문이 변이되어 죽어가는 희생자를 통해 현실 우주로 쏟아진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공동체들 전부가, 내가 알기로는 심지어 전 행성들이 이 생명체들에게 멸망한 경우도 있었다.
내가 긁어모은 정보들을 통해 말하자면, 엔슬레이버들은 모든 면에서 우리들과는 다르다.
즉슨 그들과의 의사소통은 거의 불가능하다.
결국, 우리는 이들이 어째서 우리 은하계에 발판을 마련하고 싶어하는지 거의 알 수 없다.
이유가 무엇이든, 나는 연구를 통해 엔슬레이버 빙의에 관련되어 주목할만한 사건 기록들이 있음을 밝혀냈다.
블랙스톤 포트리스에 도착하기 이전까지,
나는 엔슬레이버들이 실존한다는 나의 이론을 증명해낼만한 어떤 실증 증거들을 가지지 못했으나,
내 초기의 블랙스톤 포트리스 여정들 속에서 나는 내가 이미 이 종족에 대해 파악하고 있었던 모든 면에서 일치하는 증언을 직접 들을 수 있었다.
아이솔라, 그렉과 나는 여정 도중 한 넒은 암층에서 궁지에 몰린 적이 있었는데,
우리 뒤편에는 끝이 안 보이는 바닥이 펼쳐져 있었고
앞에서는 이전 방에서부터 쫓아온 중무장한 컬티스트들이 총질을 해대고 있었다.
우리는 거의 한 시간동안 궁지에 몰려 있었는데,
그 순간 한 여성이 빈둥거리며 나타나서는 부주의했던 이단들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총을 쏘아대기 시작했다.
아이솔라, 그렉과 나는 반격의 기회를 잡아 옆 방으로 피신한 다음,
아직도 혼란에 빠진 이단들을 공격 중인 그녀와 합류했다.
수 초만에 모든 이단들은 죽었는데,
여성은 말도 없이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나는 서둘러 그녀를 쫓아가서 따라다녔는데, 이후 그녀의 행동에 깜짝 놀랐다.
그녀는 기이할 정도로 차가웠으며,
침착한 모습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안전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것처럼 행동했다.
나는 간신히 그녀를 설득하여 잠시 동안 그녀와 함께했고,
그녀의 기이한 태도에 대한 이유를 알아낼 수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드루민으로, 명백히 미쳐 있었지만
자신의 과거에 대해서는 기꺼히 입을 열어주었다.
그리고 그녀의 이야기 속에서 나는 즉각적으로 엔슬레이버들을 상기할 수 있었다.
드루민은 그녀가 체험한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듯 보였으나,
나는 그것이 엔슬레이버였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그녀는 한때 무기 밀수업자였으며, 금지된 무기류를 볼토르노 VI 행성의 맵토라 하이브 저층들에 밀수하는 일*을 했었다.
(*이 부분에서, 그녀는 조금의 죄책감도 보이지 않았다. 애초에 범죄 가득한 전력을 기꺼히 말한다는 점에서 더 그러했다.)
하이브-거주자 평균 수준에서 보자면, 그녀는 부유하고 성공한 인생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 그녀는 그녀를 하이브에서 도망치게 만들 정도로 공포에 질리게 만든 무언가를 보게 되었다.
': 수 일간, 다른 놈들이 이상한 행동을 보였지.
나는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꼈어. 그놈들이 무언가 개수작을 걸고 있었어. 난 간파했지.
난 놈들이 어디 있는지 알아낼 수 없었지만, 그놈들이 무언가에 정신이 나가 있다는 소문 정도는 들을 수 있었지.
그리고 놈들은 거래를 갑자기 끊어버렸고, 난 그것 때문에 화가 폭발했지.
그래도 난 놈들 중 한 명, 라르고라는 놈을 발견했을 때 놈 대가리를 바로 날려주는 걸 간신히 참을 수 있었고,
대신 몸을 숨긴 채로 거리를 두고 놈을 쫓아갔어.
그가 어디로 가는지 알아보려고.
놈은 술 취한 사람마냥 비틀거리고 중얼거리면서 옛 카블린카 정제소를 지나 거주-구역들을 건너 어딘가...
이제는 아무도 찾지 않는 어딘가로 향했지.
하이브의 경계 거의 근처였지.
공기는 너무 나빠서 위험 수치까지 오르고 있었어.
나는 동쪽으로 그렇게 멀리 간 적이 없었지.
그쯤 가자, 바깥쪽에서 불어오는 빌어먹을 재 폭풍 소리를 들을 수 있었지.
나는 초조하게 지켜보았어.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절반쯤 들었지만,
나는 놈들이 무언가 개수작을 걸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고
도대체 무슨 개수작을 하려는 건지 확실히 보고 싶었지.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함께였으니까. 그놈들은 내 유일한 가족이었거든.
라르고는 폐허가 된 성당으로 올라서 내부로 들어갔어.
나는 감히 조명을 킬 생각도 하지 못하고, 빛 한 점 없이 그 안에 들어섰지.
라르고가 들어간 이후로, 나는 놈을 따라 어둠 속의 폐허 속을 더듬더듬 기어야만 했지.
내가 계단 아래쪽을 더듬거릴 때, 빛이 창문들 밖으로 쏟아졌어.
그건... 그건 절대로 평범한 빛이 아니었어.
약하면서도 동시에 강했지.
창백하고, 역하면서도 찬란한 빛이 줄지어 폐허에서부터 펼쳐졌지.
나는 더 가까이 기어갔는데, 그 안에 모두 서 있었어.
-갱들이 떼거지로, 원을 그리며 모여 있더군.
놈들도 발견했는데, 그 순간 나는 내가 생각했던 그런 게 아니었음을 깨달았어.
놈들은 날 배신하려던 게 아니었던 거야.
대신 무언가 그들에게 일어나고 말았던 거지.
무언가 더 끔찍한 일이. 그들은 구부정하게 몸을 굽히고 있었어.
마치 서서 죽은 것처럼 말이지.
그리고 난 빛의 근원을 볼 수 있었어.
그것은... 제대로 바라보기 힘들었어.
나는 이때까지 온갖 나쁜 것들을 보아왔지만,
그것들은 내 정신 자체를 파괴하는 그런 종류의 나쁜 것이었어.
마치 빛 웅덩이들마냥, 그것들은 은은히 빛나는 빛 마대자루들마냥 갱들 위에 메달린 채로 하늘을 둥둥 떠다니고 있었어.
그것들은 말하자면 배-형태의 그런 것이었는데,
말하자면 커다란 진드기들 같았어. 아니, 어쩌면 태아 같은 그런 모양.
놈들은 큰 턱을 지니고 있었고, 어쩌면 촉수들, 아니면 그런 비슷한 것들이 얼굴 아래 달려 있었지.
글쎄, 어쩌면 얼굴 자체가 없었던 건지도.
정말 말하기 어려운 괴상한 생김새였어.
난 빛 사이로 볼 수 있었어. 어쩌면 눈 하나가 있었는지도? 입도 하나 있었던 거 같아.
촉수들은 머리들 아래 줄지어 늘어서 있었지.
그것들은 빛으로 만들어진 생명체들 같았는데, 진짜 무서웠던 것은
놈들이 갱들을 어떤 식으로든 먹고 있었다는 거야.
그 빛나는 부댓자루들은 둥둥 떠다니면서 때때로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고,
그 아래 서 있는 갱들 또한 그것들을 따라 움직이고 있었어. 마치 그들에게 종속된 것처럼.
그건 죽음이었어. 나는 죽음을 보고 있었지. 나는 그걸 분명히 알 수 있었어.
그것처럼 확실한 걸 본 적이 없었지. 그 괴물들은 어둠 속에서 우릴 기다리는 악마들이었어.
죽을 때가 되면 우릴 찾아와서는 삶 이후로 우릴 끌고가는 것들 말야.
나는 그대로 도망치고 싶었지만, 그 광경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어.
느린, 기괴한 춤사위마냥 라르고와 다른 갱들은 그 귀신들과 함께 비틀거리고 꿈틀거렸지.
그 순간, 내가 그 광경을 계속 바라보는 와중에
상황은 더 무시무시하게 흘러갔어.
라르고와 다른 갱들이 갑자기 산산조각나기 시작한 거야.
마치 녹아내리는 것처럼 보였지.
아니 그들 뿐만이 아니었어. 아예 공기 자체가 찢겨나가고 있었지.
그리고 그 균열 속에서 나는 더 많은 창백한 부댓자루들이 나오는 걸 볼 수 있었어.
그리고 더 많은 놈들이, 더 많이 나타났지. 금방 수백이 나타났어.
수 초가 지난 후에야, 나는 내가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고 있다는 걸 간신히 인지할 수 있었지.
귀신들은 내 쪽으로 몸을 돌렸고, 그들 중 하나가 성당 폐허를 지나 내 쪽으로 다가왔어.
나는 몸을 돌려 어둠 속으로 달아났어.
그러나 내가 달리는 동안, 나는 빛이 내 머리 속에 침투하는 걸 느낄 수 있었지.
그건 마치 불과 같이, 내 두개골 속을 가득 채워버렸어.
나는 그 빛이 내 사지들을 잠식하고, 나를 천천히 끌어내리면서 멈추려고 하는 걸 느낄 수 있었어.
그리고 그 순간, 멍청이의 행운처럼 나는 넘어졌지.
어둠 속의 한 기중기에서 떨어져서 한 30, 어쩌면 40피트 정도 아래로 떨어졌어.
물론 그 정도라면 죽는 게 당연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잿더미 아래 떨어졌지.
나는 저 위에서, 그 귀신이 날 똑바로 주시하는 걸 볼 수 있었어.
하지만 놈은 더 이상 내 정신 속에 들어오지 않았지.
나는 서둘러 놈의 사정거리에서 벗어나야만 했어.
그래서 다시 뛰었지. 그러면서 절대 뒤를 돌아보지 않았어.
나는 그날로 행성-이탈권을 사서는 우주 서쪽으로 떠났지.'
드루민은 이야기를 마치고 날 바라보았다. 마치 내가 그녀의 말을 무언가 부정하기를 기다렸던 것 같았지만,
나는 다만 그녀에게 이 블랙스톤 안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만을 물어봤을 뿐이었다.
그러자 그녀는 죽음에서 벗어나, 그 어떤 것도 자신의 마음 속에 침투하지 못하게 하기를 원한다고 말해주었다.
그녀는 블랙스톤 포트리스에서 엄청난 부를 쌓은 다음 테라로 돌아가서, 거기서 마치 여왕처럼 살기를 원하고 있었다.
나는 좀 더 물어보려고 했으나, 그녀는 어둠 속으로 그대로 사라졌고
잠깐 기다려달라는 내 요청을 그대로 무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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