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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 Liber Xenologis

 

갈그

아두미누스 섹스투스

서쪽 변방 일대에서 갈그족들에 대한 문서들을 읽어보긴 했으나,

'프리시파이스'에서 그것들과 만나고 나서야 나는 이 종족에 대해 얼마나 많은 오해가 있어왔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카마르고의 허접하기 그지없는 삼류 잡지, 데 모르비스 제노리스에서,

카마르고는 코아스프인들과 크룻을 혼동하고 불들과 우르-구울들을 같다고 여겼다.

그는 스스로 제국 이곳저곳을 여행했다고 주장하나,

나 같은 전문가들의 시선에서 보자면, 카마르고가 그의 테라 도서관을 떠났는지조차 의심될 지경이다.

아마 그 도서관에 있는 내용물조차 허접하겠지.

아무튼 그의 허접한 기록 속에서, 갈그들은 녹색의, 개구리-비슷한 생명체들로 수 차례 이상 인용되었는데,

그러한 반복된 내용들과 실제와는 차이가 많았다.

 

나는 프레시파이스의 후미진 술집, '키잡이'에서 갈그들과 실제로 만났다.

이 생명체는 절대로 개구리-같은 생김새가 아니며,

아예 외형 자체가 그런 인간 기준과는 전혀 맞지 않다.

팔들 혹은 다리들이 있어야 할 자리에, 이들은 6개의 촉수들을 지니고 있으며

갈그들이 자리에서 내려올 때마다 촉수들도 꿈틀거린다.

이 생명체들에게는 머리가 없으며,

대신 일종의 시야 부속지들로 보이는 다발들이 튀어나와 있는데

우리들이 그쪽 테이블로 찾아갈 때 그것들을 통해 우리의 접근을 알아차리는 듯 보였다.

용감하고 지적인 이몸은 그들을 인터뷰함으로서 데 모르비스 제노리스가 퍼트린 거짓말들을 교정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내 생각을 듣고 나서, 그렉(내 동료)은 자신이 이 갈그족들과 대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 날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왜냐하면, 그들에게는 실질적으로 입이라 할만한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그들은 촉수들로 기어다닐 때 괴상한 신음 소리같은 것만을 만들어냈는데,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자면 그 소리는 의상하게 듣기좋았다.

비유하자면, 글라스 하모니카 같은 소리랄까?

 

아무튼, 그렉은 뭐 비슷한 방식으로 대화가 가능했다.

그는 먼저 자신의 부리를 가능한 한 최대한 벌리고는, (참고 : 그렉은 크룻임)

자신의 머리를 뒤로 젖히고 머리카락처럼 난 가시 벼슬들을 마구 흔들어대며 비슷한 소리를 만들어냈다.

 

그러자 갈그족들은 그가 자신들의 언어로 대화를 시도하려 한다는 점에 신나서 흥분해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여기에 그렉이 추가로 대충 유머 비슷한 언사들로 보이는 언사를 나눈 끝에,

그는 내가 원하는 질문들을 대신 전해줄 수 있게 되었다.

 

그렉을 통해 말하자면, 갈그들은 본디 아두민이라는,

저 멀리 울티마 세그먼툼의 이스턴 프린지 근처 행성이 고향이라고 한다.

이들은 자신들이 그 행성의 깊은 지하에서 살았으며,

생체발광 포자들을 조명삼아 살아왔다고 말했다.

또한, 일명 '바쓰리'들이라 불리는 의식용 고분들을 지었는데,

그 안에는 '소움'들이라 불리는 장소들이 있었다고 한다.

갈그들 말에 따르면, 이 소움들에는 '마쿠'라 불리는 사악한 종들이 살아가는데,

만약 자신들이 가치있는 삶을 살지 않는다면, 죽어서 '마쿠'의 세계로 끌려간다고 갈그들은 믿고 있었다.

 

갈그들의 말에 따르면, 이들의 행성은 목가적이고 소박한 행성으로

전쟁 혹은 욕구 없이 그렇게 최소 수천 년 이상을 그대로 존재하고 있었다고 하는데,

다음 부분에서 갈그는 큰 흥분을 보이며 그랬던 자신들의 아두민 행성이

타'우 제국의 방문과 함께 어떻게 변하게 되었는지를 몸으로 장황히 설명하려 했다.

그들의 삶을 목가적인 만족과 평화의 추구에 '낭비'하는 대신,

갈그는 이제 '운 좋게도' 타'우의 울티마 세그먼툼 문명화 및 수호라는 거대한 대의에 동참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내 관점에서 보자면, 평화로웠던 그들은 목가적인 행성에서 강제로 끌려나와

그들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전장에 던져진 것이지만,

뭐 어쨌든 갈그족 본인들은 타'우의 대의에 크게 만족하는 모양이었다.

타'우 제국에 대한 내 서술을 보면 알겠지만,

이러한 사기 사례는 뭐 한둘이 아니다.

 

그 외에도 그렉을 통해 묻고 싶은 것들이 한둘이 아니었으나,

갈그의 분위기가 갑자기 험악해졌다.

그들은 갑자기 그렉에게 달려들어 그를 목조르려 했고,

한 명은 아예 총-비슷한 무언가를 꺼내들었으며

그들의 부드럽고, 음악과 같았던 신음소리는 갑자기 무조음의 비명처럼 변해버렸다.

 

프레시파이스 내에서 무기들을 꺼내들어 사격하는 건,

특히 '키잡이'같은 눈에 뻔히 보이는 장소에서 그런다는 건

추방 혹은 심지어는 처형당할 수도 있는 행위었기에

어쩌면 상황이 심각해질 수도 있는 순간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수 명의 근처 선량한 외계인 술꾼들이 그렉을 도와주려 찾아왔고,

다른 한 명은 갈그가 꺼내든 총을 낚아챘다.

갈그는 분노 속에 씩씩거리며 자리를 벗어났고, 그렇게 군중이 흩어지자,

나는 그렉에게 어째서 그들이 화난 것이냐고 물어봤다.

그는 머리를 흔들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중립적인 톤으로 답했다.

 

"그들은 내게 어떻게 언어를 배웠느냐고 물었지.

그래서 나는 그저 이전에 그들의 선장을 잡아먹었을 뿐이라고 답했지.'

 

그 순간, 그의 두 눈에서 새 깨달음이 빛났다.

 

'아마 그가 죽었다는 걸 몰랐나 봐.'

 

 

 

Posted by 스틸리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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