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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 Liber Xenologis

 

조카에로

퐁고 인게니오

조카에로는 쉽게 말해 유인원 천재 외계인들로- 이들은 오래 전에-멸종했다던, 

오렌지-색 털을 지닌 전설의 유인원인 '오랑-우탄'의 묘사와 비슷한 외형이다.

현재, 이들은 이들은 '유해한 외계인Xenos Horrificus'명단에서 제외되어 있는데, 

이는 이들이 무자아적인 동물들 정도에 불과하여, 유해한 점이 없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기술과의 상당한 친화성을 지니고 있는데,

이 점은 사실 어떤 진실된, 그러니까 우리가 통상적으로 이해하는 지식의 이해라기보다는

어떤 신경학적인 예기치않은 부조 같은 것에 가깝다.

에스펀 로카르노에 따르면, 이들은 일부 인퀴지션 요원들에 의해 일종의 애완동물이자 기술자로 사용된다고 하며*,

또한 그가 내게 들려주기로는, 이들은 외형적으로는 단순한 유인원처럼 보이나,

크레이져의 무기들 및 통신 장비들을 놀랍도록 간단히 수리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나 본인은 블랙스톤 포트리스로 찾아올 때까지 이들을 만나본 적이 없었다.

프레시파이스에서 마침내 그들과 만날 수 있었는데, 들었던 것과는 달리 이들은 독립적으로 움직이고 있었으며,

함선 또한 자신들이 직접 만든듯한 기이한 외형의 함선을 가지고 있었고

제국 요원들을 섬긴다던가 하는 모습 또한 보이지 않았다.

누구도 그들이 어째서 여기로 왔는지에 대해서 알고 있지 못했기에, 이는 수상한 일이었으나,

사실 누구도 이에 대해서 토를 달거나 하지는 않았다.

조카에로가 너무나도 가치있는 자들이었기에, 구태여 그런 질문으로 관계를 악화시키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 가치에 대해 말하자면, 이들은 거의 모든 것들을 수리할 수 있었다.

아니 그 이상으로, 이들은 자신들이 손을 얹은 모든 장비들을 정제하고 강화할 수 있었다.

이들의 고유 기술력은 섬세하고 독창적이었기에,

나는 어째서 이 생명체들이 그토록 귀하게 여겨지는지를 마침내 깨달을 수 있었다.

특히 한 조카에로, 프레시파이스의 외계인 주정뱅이들이 '땜장이'라 부르는 친구의 경우

거의 무슨 행운의 마스코트처럼 추앙받고 있었으니-

그가 블랙스톤에서 사라지자, 프레시파이스에서 거의 폭동 가까운 소란이 일어날 정도였다.

 

그러나, 조카에로에 대한 내 첫 인상들에 대해 말하자면-

사실 별로 개운하지 않다고 할 수 있겠다.

포트리스에서 특히 험악했던 여정을 끝마친 이후,

나는 그 여정 동안 수확한, 고대 유물들이 가득 담긴 무거운 상자들 수 개를 나르면서-

나의 착륙선, '뱅가드'로 복귀하려고 했다.

당시 내 수행원, 선원 아이솔라는 나와 함께 살아남았으나,

우리 파티의 대부분은 스핀들 드론 놈들에 의해 살해당한 상태였기에,

결국 우리 둘만이 남아 비참한 꼬라지로 뱅가드로 향하고 있었다.

-당시의 나는 엄청 지쳐서 절뚝거리고, 부상당하고 녹초가 된 상태였다.

그 순간에 내가 버틸 수 있었던 유일한 위안은 어뎁투스 메카니쿠스들에게 엄청난 가치와 흥미를 자아낼 유물들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뱅가드로부터 딱 1시간 떨어진** 자기부상 방까지 도착할 수 있었고,

덕분에 전에 있었던 비극은 잊어버리고 더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힘차게 걷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순간, 툭하면 그랬듯이-블랙스톤이 우리에게 장난을 부리기 시작했다.

내가 수 번 올라다녔던 계단길이 갑자기 사라지고,

대신 좁은 복도가 튀어나온 것이다.

우리 조명들은 그 안의 어둠을 뚫기에는 역부족이었고,

게다가 일전에 드론 놈들에게 습격당한 재앙까지 겪었던 탓에-

우리는 그 미지의 공동으로 들어가기를 꺼려했지만,

일대를 훝어봐도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어디에도 없었기에,

결국 우리는 마지못해 그 미지의 복도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곳은 처음 수 분간은 화살-촉 같은 형태였으나,

곧 우리는 교차로들에 서게 되었다.

일부 길들은 앞으로 향하고 있었고, 일부는 내려가고 있었으며,

다른 일부는 똑같이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우리는 미궁에 들어섰음을 깨닫고는 큰 좌절을 맛보아야만 했다.

그나마 아이솔라가 벽면에 읽을 수 없는 문자들, 어떤 상형문자 같은 것들을 발견하고는 그것들을 가리켰으나,

기대심에 찬 나는 곧 그녀가 '읽을 수 없는' 문자들을 발견했다고 말했던 것을 깨닫고는 다시 좌절하고 말았다.

게다가, 본디 이몸은 뛰어난 판단력과 결정력을 가지고 있었으나,

안타깝게도 내 감수성 덕에 동료들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과 절망 때문에 판단력에 사소한 문제가 좀 있었고,

그리하여 그 순간, 나는 길을 아무렇게나 하나를 무작위로 택해버리고는,

소중한 보물들이 담긴 상자들을 끌고 낑낑거리며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우리는 수 시간, 그리고 수 일간을 절뚝거리며 걸어야 했고

거기서 길을 짚는 것은 더 이상 무의미해졌다.

게다가 더욱 심각한 것은, 아이솔라가 메고 다니던 연산기의 아스펙스 신호기열들에 따르면

우리가 무엇인가에 의해 스토킹당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또다른 드론 악귀일 확률이 높은 상황이었다.

내가 아까 언급한대로, 당시의 나는 본연의 천재성과 지혜로움을 완전히 발휘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그대로 등을 돌려 추적자와 대면하기로 결정했다.

 

놈은 그림자 속에서 몰래 다가왔고, 나는 바로 총을 쏘려 하였으나-

그것이 사람의 그림자라는 것을 깨닫고는 바로 멈추었다. 

우리의 조명들이 그쪽으로 향했고, 곧 나는 그것이 조카에로임을 알아차렸다.

그 생명체는 혼자였는데, 그 순간 나는 어쩌면 그것이 프레시파이스에서 모두가 그토록 걱정하며 기다리고 있었던,

일명 '땜장이'라는 친구일지도 모른다는 걸 깨달았다.

그것은 이를 환히 드러내며 일련의 앞구르기 행위를 보여주고 있었는데,

내가 보기에는 반가움에 신나서 일종의 재롱을 부리는 것 같았다. 

 

아무튼, 나와 선원은 어떻게든 그 동물과 의사소통해보려 하였으나,

곧 그놈이 짜증날 정도로 멍청하다는 것을 깨닫고는 답답해서 집어치웠다.

그 유인원 놈은 계속해서 앞뒤로 구르고, 이를 환히 드러내고는 웃어 재낄 뿐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비틀거리면서, 거의 쓰러지기 직전의 상황에서 그냥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었는데,

그러는 동안 그 유인원은 계속 우리 뒤를 깡충깡충 뛰어다니며 얼굴로 인상이나 찌푸리고 있었다.

 

마침내, 우리는 너무 약해진 나머지 보물들을 하나둘씩 버릴 수밖에 없었으니,

계속해서 걷기 위해 가치없는 유물 순으로 계속해서 흘려냈다.

그러나 수 시간 후, 가능한 모든 것들을 버렸음에도 불구하고-

아이솔라와 나는 또다른 교차로들 앞에서 결국 주저앉으며 더 이상 걸을 엄두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버렸다.

아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나 또한 이 어둠 속에서 이들과  같이 죽겠구나, 라고- 

그때의 나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어둠 속에 주저앉아, 포트리스에게 이제 좀 함선에 돌아가게 해달라고 욕설을 퍼부었다.

물론, 어둠은 아무런 답도 보내주지 않았으나,

내 욕설을 들은 조카에로는 잠깐 혼란스럽다는 표정을 보인 후 곧 진지하게 우끼끼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그것은 가장 가까운 벽쪽으로 향했고,

긴 손가락 하나로 벽면의 룬들을 훝더니 곧 고개를 끄덕거리기 시작했다.

곧 그것은 아주 작은, 은색 보물을 자신의 모피 속에서 꺼냈고

그것을 룬들 쪽에 가져다 대었다.

 

그 순간 놀랍게도, 미궁이 형태를 바꾸기 시작했다.

벽들은 마치 잘-기름칠된 엔진 부품들처럼 스르륵 열리기 시작했다.

움직임들이 멈추자, 우리 앞에는 단 하나의 길만이 펼쳐져 있었고,

저 멀리 나는 '뱅가드'를 볼 수 있었다. 겨우 30피트 앞에 말이다.

 

그 순간 나는 뒤편에 버렸던 보물들이 생각났고,

분노가 확 치밀어 어째서 보물들을 버리기 전에 진작 돕지 않았느냐고 그 유인원 놈에게 따졌으나,

유인원은 이미 내게 흥미를 잃어 날 무시하고는 우끼끼거리며 그냥 앞으로 굴러가고 있었다.

여기서 고백하노니, 아이솔라의 자제해달라는 말이 없었더라면,

나는 엄청난 분노 아래 그 '구원자' 놈을 총으로 쏴버렸을 것이다.

 

 

*로카르노의 말에 따르면, 자신이 시메쓰루스로 떠나기 전 수 년간-

인퀴지터 크레우져가 이 생명체들 중 하나를 그런 식으로 데리고 다녔다고 말해주었다.

 

 

** 블랙스톤 포트리스의 여정 속에서 겪었던 이 일은 시간 등이 정확히 맞다고 하기 어렵다. 

다른 이야기들도 마찬가지고.

 

 

 

 

 

조카에로는 기술적 걸작들을 만드는 걸 좋아하는데,

예를 들면 이 크리스탈라인 스파이-파리들처럼 미세한 걸 만드는 성향이 있다.

 

미니어쳐화에 집착하는 조카에로 특성 덕에,

이들의 디지털 웨폰들 중 일부는 보석 반지류로 위장할 수 있다.

 

 

 

Posted by 스틸리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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