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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devastation of baal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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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째 썬더호크가 묵직하게 하늘로 날아올랐다.

세스의 남은 전사들은 점점 더 이성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들의 정신은 코른 악마들의 지옥에서 올라온 분노 아래 황폐화되고 있었고,

일부는 결국 구원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지옥도 한가운데에 던져넣었다.

카'반다의 악마들 중 선봉대는 요새가 내려다보이는 산 중턱까지 도달한 상태였다.

유황 연기가 피어오르는 악마들의 흑검들은 외계인들을 무참히 도살하고 있었는데,

반대로 그들에게 쏟아지는 생체 산들은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고 있지 못했다.

그들의 존재가 불안정함 속에 명멸할 때마다, 총알들은 그들의 비자연적인 육신을 통과하고 있었다.


세스는 긴장 속에 침을 삼켰다. 이러한 것을 이전에도 본 적이 있었다.

악마의 구현은 점점 약화되고 있었는데, 비록 폭풍이 천상에 머무르고 있음에도 이들의 침략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였다.


마침내 4번째 마지막 건쉽이 착륙했다.

마지막까지 자리를 버티고 있었던 드레드노트들과 후방에 대기 중이던 최후의 전사들이 탑승하기 시작했다.

그들 중에 부상당한 자들은 부축을 받거나, 절뚝거리거나 혹은 혼절한 상태에서 그대로 실렸고,

다른 멀쩡한 전투 형제들은 분노 속에 욕설을 퍼부으면서 건쉽에 올랐다. 용캐 제정신을 붙잡고 있는 모양이였다.


세스는 '피의 약탈자(세스의 에비셔레이터 체인소드. 일반 체인소드의 2배는 넘는 유물 대검)'를 자신의 등에 걸며, 분노는 한 켠으로 치웠다.

두 손이 자유로워지자, 그는 신성한 성골함을 안아들었다. 그리고 머리를 숙이며 침묵의 기도를 올렸다.

수 분이 지났다. 한 손이 그를 건들었다.

세스가 고개를 들자, 채플린 아폴루스가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한 손에는 고기와 피가 켜켜히 쌓인 크로지우스가 쥐어져 있었고, 한 손에는 세스의 헬멧이 쥐어져 있엇다.

채플린의 숨이 거칠어서, 잠깐 동안 세스는 아폴루스가 정신을 잃고 자신을 죽이지는 않을까 생각하였으나

그는 그저 세스의 헬멧을 잡은 채로 챕터 마스터가 그것을 건내받아 다시 착용할 때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였다.


이제 전투는 요새 성벽 바로 바깥까지 가깝게 다가와 있었다.

인간, 악마와 타이라니드 외계인들의 목청에서 쏟아지는 3종류의 비명소리들이 한데 섞여 전장의 화음들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채플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함께, 그들은 마지막 건쉽에 올라탔고

건쉽은 마침내 이륙을 개시하였다.

곧 건쉽은 빠르고 강하게 하늘로 날아올랐다.


센토르 쥴은 그의 마지막 전사들과 함께 지옥도를 누비고 있었다.

타이라니드들은 도살당하는 와중에도 행성을 흡수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었는데,

거대한 다육질 구조물들은 불타는 와중에도 계속해서 하늘 위로 행성이 녹아 만들어진 다양분의 자원들을 올려보내고 있었다.

흡수 싸이클에 스스로 묶여버린 타이라니드 함선들은 점점 확장되어가는 워프 스톰에서 미쳐 벗어날 수가 없었고,

하늘 위에서 그들은 불타올랐다.

생체 함선들의 흡수 튜브 주둥아리들은 무너지고 쓰러지며 묵직한 소리와 함께 지면을 강타했고,

지상에서 올라온 내장 탑들은 폭발과 함께 죽음의 땅 위로 부식성 생체 슬러지들을 토해내며 일대에 쓰나미를 만들어냈다.


대지는 카오스 악마들의 침공 아래 산산조각나고 있었다.

지층들이 쩍쩍 갈라지며 넒게 아가리들을 벌리고 있었고, 그 안에서 마그마가 새빨갛게 빛나고 있었다.

갈라진 틈 사이로 끓어오르는 피가 분출하며 외계인들을 산채로 담가 탕으로 만들었으며,

대지에 난 싱크홀들에서는 해골들의 산맥들이 사방에서 솟구치고 있었다.

특히 뼈로 만들어진 하늘 계단 인근에서 왜곡 현상이 가장 심각하게 일어나고 있었는데,

그 일대는 아예 대지 자체가 비명을 지르는 살덩어리들로 변질되어 있었다.

평원은 이미 악마들로 뒤덮힌 상태였으나,

더 많은 코른 군단들이 끝없이 올라가는 무한 나선의 해골 계단에서 새롭게 등장하여 지상의 바알 프라이무스에 펼쳐진 전장으로 진군하고 있었다.


수천의 하위 악마들이 타이라니드 짐승들과 싸우고 있었다.

으스스한 공포의 검들이 초진화된 공생 무기들과 맞부딛혔다.

괴수들의 비명소리들과 포효성들이 하늘 위로 가득 울리고 있었다.

타이라니드들은 아주 변덕스럽게 행동하고 있었는데,

자신들을 통제하는 지성에서 완전히 분리된 이후로 이들은 완전히 본능적인 행동 패턴들을 보이고 있었고,

이는 피의 신의 타락 앞에서는 완전히 무력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들은 단순히 손쉬운 먹잇감에 지나지 않았으며,

다수는 이미 정신이라 부를만한 것을 잃은 상태였다.

그들은 생각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나마도 다수는 바닥에서 꿈틀거릴 뿐이였다.


불타오르는 전장의 현장 속으로, 최후의 피의 기사들이 돌격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헬멧까지 내던지며, 자신들이 싸워온 악귀들과 다를 바 없이 흉측한 얼굴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옅어진 대기 위로 그들이 자신들을 위해 부르는 장송곡들이 울려 퍼지기 시작한다.

그들에게는 외계인과 태어나지 않은 존재들 모두가 적이오,

고로 감히 그들의 무기 아래 몸을 들이미는 것들은 모두가 무참히 베어져 쓰러졌다.


센토르 쥴은 코른이 불러일으키는 분노가 몸에 들끓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외계인의 정신 에너지가 만들어내던 싸이킥 압박은 그에 비하면 시시한 것으로,

이제는 살육을 갈망하는 간절한 욕망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형제들을 바라보며, 당장이라도 그들을 베고 싶어하는 자신을 깨달았지만

그는 그 욕망을 저항하며 견뎌냈다.

그는 자신 안에 깃든 순수한 분노를 끌어모아,

그것으로 자신의 영혼을 노리는 악마의 영향력을 몰아내고 있었다.


'나는 노예가 되지 않는다! 내겐 생귀니우스의 분노가 있으니!

나는 그 분이 지니신 분노의 신성한 힘이 내게 고함을 느끼고 있노라!' 그가 우렁차게 소리쳤다.

직후 그는 작은 타이라니드 짐승을 그대로 내려찍어, 마치 작은 벌레 한마리 짓밟아 죽이듯 체인소드의 손 강철못 보호대 부분으로 놈을 가볍게 으깨버렸다.

뒤이어 블러드레터 한 마리가 그를 향해 달려들며, 길고 검은 혓바닥을 날름거리면서 거대한 황동 검을 챕터 마스터의 머리에 휘둘렀으나

쥴의 검이 놈의 검을 이미 중간서부터 가로막았고

그대로 한손으로 총을 꺼내어 놈의 초자연적인 육신이 분노의 단말마와 함께 이세계로 추방될 때까지, 그 추악한 악마의 몸뚱아리에 연속해서 십여발의 구멍을 뚫어주었다.

뜨거운 강풍이 허공을 가른다.

세나토르 쥴은 그에 맞서 포효하며, 스스로의 목소리와 의지로 영혼을 노리는 워프의 추악한 분노에 저항했다.


기사들은 투쟁 그 자체를 위해 투쟁하고 있었다.

전투는 이미 이길 수 없었다.

그의 전사들은 이미 조직적 형태에서 벗어난지 오래였다.

전장 위에서 그들은 모든 분대 전술들을 저버렸고,

그저 적들을 처단하다 홀로 쓰러질 뿐이였다.


다만 쥴만이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날카롭게 울부짖는 타이라니드들과 악마 고문자들의 무리들을 헤쳐나가며 전진하고, 또 전진했다.

단 하나의 목표, 거대한 적색의 악마 카'반다를 향해서.

놈은 가장 거대한 외계인 무기 생명체들을 도살하고 있었는데,

놈들의 머리를 그저 심심풀이 삼듯 잘라서 내다던지고 있었다.

그가 취한 거대한 머리통들은 피가 쏟아지는 목들에서 그대로 떨어지는 대신,

괴이하게도 위로 올라가며 해골들이 만들어낸, 하늘까지 치솟은 거대한 기둥의 하늘 부분에서 휘몰아치고 있는 소용돌이로 빨려들어갔다.


'카'반다!' 쥴이 소리쳤다. '카'반다! 네게 도전한다!'


'천사의 혈독(카반다의 별명)'은 그 도발을 듣지 못했고,

따라서 쥴은 3면에서 부딛힌 전투의 현장을 뚫고 더 앞으로 나아갔다.

그는 피에 미친 드레드노트가 온통 비명을 지르는 입들로 가득한 어떤 끔찍한 괴물로 싸우는 현장을 지나,

자신의 전사들 중 한 명을 목조르는 블레드레터를 쓰러트린 다음

자신의 목을 노리고 달려든, 목 주변에 프릴 같은 것이 달린 악마 사냥개를 총으로 쏴서 처단했다.

타이라니드들은 감히 자신에게 달려들기 전까지는 아예 무시하며 그는 카'반다를 향해 전진했다.

비록 악마들이 군단일지언정, 현실 우주에 깃든 그들의 형상은 아직까지 약했다.

1마리를 죽일 때마다 워프의 균열로 3마리가 더 모습을 드러냈으나,

다수는 그저 창백한 윤곽선들을 갖추었을 뿐이였다.

놈들은 현실이라는 캔버스지 위에 증오로 그려진 괴물들에 불과했다.


'카'반다! 나를 보라, 대천사의 이름으로 말하니, 나와 싸우자!'


마침내 대악마가 유인원 같은 얼굴을 돌려 쥴을 발견했다.

놈의 붉은 피부 위에 솟아난 황색 이빨을 보자, 쥴은 소름이 끼치는 자신을 발견했다.

놈의 황색 이빨은 지금 자신의 것들과 유사했고,

그 적색의 피부는 자신의 피부와 똑같은 색이였으며

그 두 눈 또한 지금 자신과 같은 색이였다.


가죽질의 두 날개를 단 한 번 펄럭이는 것으로, 카'반다는 감히 자신을 도발한 사냥감 앞에 한 번에 착지했다.

그는 무릎 꿇는 자세로 쥴의 앞에 착지했고,

그의 묵직한 착지 덕분에 쥴의 주변으로 먼지 바람이 휘몰아쳤다.

착지하면서, 놈의 주먹이 강하게 지면을 강타했다.


으르렁거리는 소리와 함께, 카'반다가 거구를 천천히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는 두 날개와 무기들을 활짝 펼쳐보였다.

그는 증오에 찬 조롱 속에 챕터 마스터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네가 왔노라, 센토르 쥴. 내가 너와 싸우리라, 비록 너 따위는 프라이마크가 아니지만.'


악마가 전투 자세를 취했다.

도끼는 당장이라도 쥴을 덮칠 것 같았고,

채찍은 앞뒤로 어지럽게 꿈틀대고 있었다.

카'반다 주변의 공기가 열기 속에 아른거린다.

짐승의 초자연적 근육들 위로 증기가 피어오르며, 썩어가는 피와 오랜 살인의 악취를 풍긴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것은 놈에게서 흘러나오는 순수한 적의의 파장이였다.

이 악마의 미끼에는 다른 악신들이 건내는 쾌락 혹은 지식이나 고통의 끝에 대한 약속의 유혹 같은 것은 없었지만,

대신 순수하고, 공개적인 폭력과 유혈을 향한 타락이 있었다.

그것이 센토르 쥴의 정신을 괴롭혀 조각내서, 그를 광기의 심연으로 내던지게끔 만들려 하면서 위협하고 있었다.

카'반다의 검은 약속 아래, 쥴은 가장 최악의 극단들을 보고 있었다.


'나와 네가 얼마나 똑같은지 보거라,' 카'반다가 쥴의 끔찍한 외형을 보며 말했다.

쥴은 악마의 목 아래 깃든 근육들과 혈관들을 타고 흘러내리는 피의 흐름을 볼 수 있었다.


'진정 네놈이야말로 코른님의 생명체로 적합하도다.

나와 함께하라,그리고 영광의 학살을 위해 영원토록 나와 함께 싸우자.

너야말로 피에 굶주린 자식이니, 내 너에게 대양들이 차고 넘칠 피를 제공해 주겠노라.'


고통의 신음 속에 쥴은 두 무릎을 꿇었다.

그의 두 심장이 안쪽에서 너무나도 빠르게 뛰고 있었다.

그가 지면에 피를 한움큼 뱉어내자, 그것은 지면 위에서 지글지글거리다가 이내 끓어올랐다.


'한심하군,' 카'반다가 말했다. '너는 네 유전자-애비에 비하자면 아무것도 아니야.'


'그 분의 분노로,' 쥴이 말했다. 그가 한쪽 무릎을 들어올렸다.


'이 어찌나 가엾게 버둥거리는지,' 카'반다가 그 모습을 보며 조롱했다.


'그 분의 분노로 나는 일어난다!' 혹여 이 말조차도 잊어서, 그대로 영원토록 미쳐버리지는 않을까 염려한 쥴이 빠르게 외쳤다.


'아, 분노,' 채찍으로 지면을 후려치며, 카'반다가 말했다.


'분노야말로 코른님께서 주신 은총이노라.

그 분의 은총으로 지금 네가 내 앞에 서있는 것이며, 감히 내게 맞설 수 있는 것이다.

이 광경을 보라. 네 다른 가치없는 종자들이라면 벌써 제 피부를 뜯어버리고도 남았을 거다.

이제 주변을 둘러보거라, 그리고 네 정당한 위치를 차지하거라.

네 모든 자리는 결국 내 곁이 될 것이다.

내 총애를 추구하거라, 그리하여 너희들 중 '첫번째'로 거듭나거라.'


센토르 쥴은 악마의 얼굴을 직시하며 머리를 저었다.


'좋군. 허나 너는 날 이길 수 없다.'


악마의 대답에 쥴이 통쾌하게 웃었다.

피가 그의 목구멍을 타고 올라와, 입 안에서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우린 이미 널 여기 붙잡고 있다, 악마 놈아.

네 힘은 별로 시덥지 않은 모양이구나. 이미 네놈의 군대는 분해되고 있어.

네 시간은 그저 한정적일 뿐이다.'


'그렇다 해도 네놈 목숨 끊는 것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카'반다가 갑작스럽게 분노를 토해내며 소리쳤다.


'내 목슴은 이미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 쥴이 검을 뽑아올리며 말했다.


'생귀니우스께서 네놈을 추방하셨다. 내가 그분과 같을 수는 없겠지.

허나 네놈을 통해 내 본성을 증명할 수는 있으리라, 악마여,' 그가 질식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사람들은 우릴 보고 괴물이라 욕한다, 참으로 맞는 말이야.

그러나 네놈과 네 주인은 우리의 분노 또한 생귀니우스의 분노였음을 알게 될 것이다.

그 분노가 내게 힘을 주지만, 그 신성한 분노는 개자식 코른에게서 오는게 아님을!'


그 말을 끝으로, 거대한 '천사의 혈독'을 향해ㅡ

센토르 쥴은 우렁찬 마지막 기합과 함께 돌격했다.


썬더 호크에서 잠시 정신을 잃은 동안, 세스는 메스꺼운 적색과 흑색의 나선의 환상을 보았다.

그는 아밋의 성골함을 가슴팍에 꽉 안고 있었는데,

만약 그가 그것을 놓치기라도 한다면 결국 정신줄을 놓아버린 다른 형제들에게 공격받게 될 터였다.

정신을 차린 세스가 두 눈을 가느다랗게 떠서 주변 자리의 형제들을 살폈다.

다른 이들 또한 마찬가지로 내면의 투쟁을 겪고 있는 모양이였다.

적색의 뜨거운 증오의 물결들이 행성 아래서 들끓고 있었다.

썬더호크가 비행 도중 무언가에 막혔고, 엔진은 더욱 세차게 불을 뿜으며 굉음을 토해내었다.

무언가 중력 그 이상의 것이 썬더호크를 붙잡고 있었다.

썬더호크의 기계령은 그 분노의 파장들 속에 잡혀 있었다.


'그 분의 피로 내가 만들어졌음을, 그 분의 피로 내가 만들어졌음을, 그 분의 피로 내가 만들어졌음을,' 세스가 계속해서 중얼거리며 간절히 기도했다.


그러자 아폴루스 또한 신성의 찬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곧 다른 이들까지 함께 따라부르며, 광기의 벼랑 끝에서조차 신성한 단어들을 읖조리며 피의 구원을 간청했다.

이제는 정말 소수의 플레시 티어러들만이 남아있었다.

겨우 5대 썬더호크들 분량의 형제들만이. 너무나도 적은 이들만이 살아남았다.

썬더호크가 마침내 바알 프라이무스의 중력권에서 벗어나는데 성공했다. 모든 썬더호크들이 순식간에 벗어났다.

압박이 사라지며, 가속의 압력 또한 감소되기 시작했다.

만약 이게 정상적인 철수 작전이였다면, 이들은 수 분 만에 빅투스 함에 승선했을 것이다.


그러나 정상 상태로 접어들었다는 착각은 세스의 선더호크가 폭풍과 마주하며 바로 깨져버렸다.

워프 내에서 부는 폭풍들 대부분은 그저 이메테리움 안에서만 영향을 끼치지만,

이번은 강력한 소용돌이로 현실 우주에 침입하여 우주의 평행 차원 위에서 거대한 파동들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썬더호크는 그 고통받는 물질 우주 표면의 사이에 끼어 있는 형국이였다.

그 안에서, 플레시 티어러들은 영혼이 육신들에서 산채로 뜯겨나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고 있었다.

과거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세스의 정신을 침범하고 있었다.

그는 프라이마크를 보았다.

그는 대적을 보았다.

최악의 존재들이 그에게 보이고 있었다.

무한한 뼈의 대지, 피의 강들과 지옥에서 태어난 전사들이 폭력의 신의 유흥을 위해 필사적으로, 영원토록 싸우는 무한의 광경이 보이고 있었다.

금속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폭풍 속에서 선체 자체가 밀가루 반죽마냥 굽혀지고 늘어지고 있었다.

끔찍한 고통이 세스의 온 몸 구석 구석을 관통하며, 신체를 구성하는 모든 세포 하나 하나가 끔찍할 정도의 고통을 주입받고 있었다.

그의 헬멧 디스플레이는 미친듯이 끓어오르고 있었고,

시간선상 그래프는 믿을 수 없는 속도로 제멋대로 오르고 있었다.

디스플레이 화면에 펼쳐진 정전기들 사이로 악마의 얼굴들이 노이즈마냥 쉴새없이 깜빡였다.

심술궃은 목소리들이 그의 두 귀를 괴롭히고 있었다.

지금 스페이스 마린들은 고통과 피에 대한 갈증이라는 두 날의 칼 아래 놓여 고통받으며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의식이 나갈 것 같은 순간에, 세스는 결국 고장난 엔진들의 통곡성과 경고 음성들, 다른 이들이 광기 속에 내지르는 도전의 포효성들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모든 지옥의 순간에도 불구하고, 세스는 여전히 두 팔로 성골함을 쥐고 있엇다.

그것은 분노의 대양 한 가운데의 작은 안식의 섬이니,

세스는 믿음의 힘으로 힘을 끌어올리며 버티고 있었고

그의 투쟁으로 말미암아 다른 이들 또한 버틸 수 있었다.


모든 가장 끔찍한 종류의 고통들처럼, 이 고통 또한 영원토록 이어질 것만 같았다.

그러나 항상 그러하듯, 그러한 고통들은 꼭 끝나고 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 마련이다.

인간의 정신이란 고통을 기억하지 못하고, 공포만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허나 스페이스 마린은 그 공포조차도 모른다.


한 순간, 선체의 고통스러운 움직임 또한 갑자기 끝나버렸다.

통제를 잃은 선체는 그대로 이리저리 흔들렸으며,

그와 동시에 운송칸의 조명들이 갑자기 모두 꺼져버렸다.

곧 암흑만이 그들 주위에 감돌았다.


그 순간에, 세스의 숨소리만이 유일한 소리였다.


곧 비상용 조명들이 다시 들어왔다.

세스의 헬멧으로 빛이 잠깐 반짝이며 다색의 화면이 다시 돌아왔다.

1분 후에는 주 조명들 또한 다시 가동되었고,

점화에 실패한 엔진들의 콜록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어진 두번째 점화 소리와 함께, 엔진들은 다시 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썬더호크가 수평으로 돌아왔다.

세스는 끔찍한 화면을 봐야만 했다.

그의 전사들 중 일부가 결국 분노에 잠식되어 서로를 죽이고 말았다.

그들 중 3명은 그들을 붙잡아 제압한 다른 형제들에게 아직도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

수송칸의 소중력 덕분에, 그들이 흘린 피는 핏방울들이 되어 떠다니고 있었다.

그 비참한 광경을 보며, 세스는 무의식적으로 성골함을 다시 움켜쥐었다.


'군주님, 저는...저는...' 조종사가 음성망으로 말했다. 그의 음성은 복잡함이 섞여 있었다.


'외계인 적들의 상태를 보고하라,' 세스가 말했다.


'썬더호크의 촬영 사진을 직접 전송해서 내가 볼 수 있게 하게.

데이터브릿지 네트워크는 내 아머에 내장되어 있지 않으니까.'


'그게 말입니다, 군주이시여. 그들이...그들이 사라졌습니다. 적들이 사라졌습니다.'


'뭐?'


'믿을 수 없습니다만,' 조종사가 이어서 말했다.


'정말 믿을 수 없지만 말입니다.' 분노에 찬 플레시 티어러 마린 특유의 목소리로는 드물게도, 음성이 떨리고 있었다.


'폭풍은?'


'마찬가지로 사라졌습니다.'


부조종사가 끼어들었다. '보고할 것이 더 있습니다, 군주이시여.'


'뭔가?' 세스가 물었다, 차가운 호기심 같은 것이 지금 그의 두 심장을 타고 흐르고 있었다.


'이 말은 정말 믿기 힘드실 겁니다.'


세스는 부츠의 전자기 락을 풀며 다시 걸을 수 있게 준비하였다.


'그렇다면 내가 직접 가서 보지.'


그는 선체 화물칸을 건너, 조종석 부분으로 향하는 출입 층계들을 올라갔다. 물론 여전히 성골함을 지닌 채로.

천장 캐노피를 통해 본 하늘에는 폭풍이 사라지고 없었고, 마찬가지로 타이라니드의 함대 또한 사라진 상태였다.

바알은 아직 기이한 에너지들이 끓어오르고 있었으나,

별들은 벨멧 암흑 속에 다시금 그 아름다운 빛을 찾아 반짝이고 있었다.

그리고 바알 행성으로 향하는 길에, 가브리엘 세스는 지금껏 보아온 것들 중 가장 거대한 수준의 제국 함대를 두 눈으로 볼 수 있었다.


'군주이시여,' 테크마린 조종사가 세스에게 말했다.


'우리는 구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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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길리먼의 성전 함대 덕분에 바알 행성은 기사회생하게 되며,

추가로 프라이머리스 마린도 받음.

그리고 이건 그 이후 성골함을 바알 행성에 반납하러 온 세스가,

챕터 요새 수도원의 지하 공동묘지에서 단테와 함께 나눈 대화의 일부.


'가브리엘,' 단테가 말했다. '자네가 살아있는걸 보니 기쁘군.' 그의 순수한 반가움의 목소리가 텅 비고, 공허한 지하 공동묘지로 울려 퍼졌다.


'커맨더,' 플레시 티어러의 군주가 말했다. 그는 성골함 튜브를 그에게 건냈다.


'그대에게 이를 돌려주고자 하네.'


단테가 유물을 내려다보았다. '나는 그것을 자네에게 주었네만,' 그가 답했다.


'이건 자네가 주고 말고 할 물건이 아니야,' 세스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더욱이, 이 가치있고 아름다운 물건은 우리들에겐 어울리지도 않지.

여기 자네와 함께 있는게 더 나아.

나는 내 챕터의 운명을 센토르 쥴에게서 보았다네.

생귀니우스의 미덕이 우리들에게도 남아 있다면, 곧 사라지겠지.'


'잘 알겠네.' 단테가 유물을 건내받으며 말했다.


'자네가 무슨 말하려는지 잘 알겠네만,' 세스는 그가 이제 무슨 말을 하려는지 눈치챘다.


'내 형제여, 자네는 살아남았네.

자네 챕터는 분노의 발현에 맞섰고, 쓰러지지 않았어.

피의 기사들은 그 싸움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결국 결함에 사로잡혔지.

그러나 자네는 그들이 아니야, 자네 스스로가 증명했잖은가?

자네의 운명은 그들과 다르다네.'


'그렇지 않아,' 세스가 머리를 저으며ㅡ눈살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아니지. 우리들은 그들과 같이 고귀할 수가 없다네.

피의 기사들은 스스로를 바알로 돌아오기에는 너무 끔찍한 괴물들이라 여겼어.

그렇기에 스스로를 희생했지.

그들은 제 죽을 자리를 스스로 선택하고, 분노의 화신과 싸웠으며, 패배하지 않았어.

타락한 혈통에 있어서는 그야말로 아름다운 최후인 것이네.

내 전사들에게는 그와 같은 축복은 아마 없을 것이네.

유물이 없었더라면, 아마 지금 이 결과 또한 달랐을지 모르지.

난 그저 그들이 맞이한 최후와 조금이라도 비슷하게, 우리에게도 언젠가 안식이 찾아오기를..

들어줄 수 있는 아무에게나 기도할 뿐이네.'


'그러한 최후는 없을 것이네,' 단테가 놀라며 말했다.


'길리먼 각하께서 모든 '피'의 챕터들이 각자 다 재건하기에 차고 넘칠 새로운 전사들을 전해주지 않았나?'


'거기에 피의 기사들 챕터는 없지.'


'그들은 아니지,' 단테가 인정했다.


'그 이름은 부활하기에는 너무 저주받았다네.

그들은 그 마지막 영웅적 행보로써 기억해주도록 합세.

허나 플레시 티어러 챕터는 이제 다시 태어난 것이 아니겠는가?

길리먼께서는 부활한 프라이마크야.

그분은 이제 제국을 구원할 것이라네.

그 분은 지원군 이상을 우리들에게 건내주셨네.

내로운 전사들은 우리들의 핏줄을 구원하여 이어받을 것이라네.

우리들은 결함적이지만, 그들은 아니지.

프라이머리스 스페이스 마린들에게는, 설령 있다손 치더라도 조금의 결함의 흔적만이 있을 뿐이네.

코르불로가 직접 말했다네. 자신이 실패한 것을, 벨리사리우스 카울이 성공하였노라고.

원천의 불안정성을 제거하는데 성공했노라고 말이네.

실제로 그 길고, 고되었던 인도미투스 성전 기간 동안 그들 중 단 한 명도 블랙 레이지에 잠식되지 않아어.

상담 중에 언급한 갈증에 대해서도, 대부분은 당황할 뿐이였네. 그들은 아예 그런 것 자체를 모르고 있었으니까.

코르불로는 놀라워했다네.'


'그게 구원이라고? 그딴게?' 세스가 말했다.


'그렇다면 난 다르게 말해야겠네. 난 그걸 고의적인 개짓이라고 말해주겠네.

우리들의 주군의 유산에 가해진 개짓. 황제 폐하의 작품에 가해진 개짓이라고 말이네.'


'어찌 감히 그렇게 말하는 것인가?' 단테가 기겁하며 물었다.


'자넨 이걸 이해하기에는 너무 고귀해.' 세스가 단테 주변을 멤돌며 말했다.


'그건 구원이 아니야, 대신 '교체'지.

이 새로운 전사들은 플레시 티어러의 색상을 취하겠지만, 생귀니우스의 분노는 없네. 그냥 이름만 플레시 티어러가 될 뿐인거야.

챕터 마스터로의 모든 생애 동안, 나는 분노 속에 전투를 치루면서

그것을 잠재우고 그것으로 적들을 벨 힘을 끌어올려 사용했다네.

우리가 바로 그 분의 분노인 것이네!

잔혹의 군주, 아밋의 시대 이후로 오늘날까지, 우리는 생귀니우스의 백열 분노를 항상 그 안에 지켜왔었네.

그 분노는 생귀니우스께서 우리들에게 내려주신 선물이자 짐인 것이야.

그 결함이 오늘 우리가 우리일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그가 단테의 얼굴 앞에서 주먹을 쥐며 말에 힘을 주었다.

어조를 떨구며, 그가 이어서 말했다.


'분노에 대한 투쟁 없이,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네.

그 작자는 우리 모두를 그냥 붉은 갑옷이나 입은 울트라마린들로 만들려는 거야.' 그가 등을 돌리며, 역대 블러드 엔젤들이 묻힌 공동묘지들을 바라보았다.


'이제는 소수의 전사들만이 남았어, 소수의 진정한 플레시 티어러들만이.

우리들은 언젠가 모두 죽겠지. 그러면 플레시 티어러는 다시는 없을 것이네.

저 혐오스런 것들이 우리들의 이름을 계속 유지하든 말든 그건 아무 상관이 없어지는거야.

이건 혜택이 아니야, 그냥 배신일 뿐이지.

길리먼 그 작자는 우리가 빨리 사라지길 원하고 있네. 그리고 그 작자의 전사들이 우리들의 자리를 차지하겠지.'


'가브리엘!' 세스가 손을 흔들며 말했다.


'두 눈을 뜨게, 단테. 이 '숫자 매겨지지 않은 놈들'은, 이 놈들의 군단들은 그저 이름뿐이야.

나는 이미 신입 놈들과 대화를 나눠보았네.

이 놈들은 내게 '복수하는 아들'의 계획들에 대해서 떠벌리기만을 장황히도 좋아하더군.

길리먼 그 작자는 어딜 가던 간에, 그 자리에 자신의 전사들을 뿌리고 있네.

코덱스를 통해, 그는 어뎁투스 아스타르테스에게 개성을 주었지만

이제 그는 그것을 우리들에게서 지워버리고 싶어하는 것이네.

곧, 챕터는 그저 이름뿐인 챕터들로 변질되겠지.

그리고 이 새로운 스페이스 마린들을 통해, 그 작자는 황제 폐하의 대업에 감히 간섭한거야.

만약 그 작자가 이걸 정말 원해서 실행한 거라면...' 세스가 말을 멈추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건가?' 단테가 조용히 물었다.


세스는 분노 속에 말을 하고 싶어 꿈틀거렸지만, 차마 그 말을 내뱉지는 않았다.

분노가 치밀었지만 그는 아무렇게나 말하지 않았고, 대신 차분히 말하기로 결정했다.

그 말은 차분하게 말해야만 했으니까.


'만약 섭정이 그런 생각이라면, 그가 황제가 되고 싶어하지 말라는 법도 없잖은가?'


'그건 반역이네!'


'내 말이, 아니면 내 지금 행동이?' 세스가 으르렁거렸다. 그는 어깨를 당당히 피면서 말했다.


'부디 조심하게, 바알의 군주여. 부디 정말 조심하게.'


답변을 기다릴 것도 없이, 세스는 그대로 암흑 속으로 사라졌다.



 


ps. 마지막은 이러니 저러니 해도 피의 챕터들(블엔과 블엔 후계 챕터들)이 다 프마린들을 받고,

단테는 세스와는 달리 변화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함.

마지막에 길리먼이 단테에게 좀 부탁한다 하고 떠나고,

배웅하는 단테와 그의 뒤에 펼쳐진 수천의 프라이머리스 마린들을 끝으로 이야기는 끝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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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devastation of baal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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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등장과 동시에 그 거대한 도끼로 지면을 내리쳤고,

대지는 무시무시한 진동과 함께 크게 갈라졌다.

그 균열을 통해 해골들로 빚어진 기둥이 솟구치기 시작하며, 점점 더 크고 높게 솟아나았다.

기둥 주변의 현실 법칙이 일그러지며 왜곡된다.

그리고 소름끼치게도, 전장에 흩뿌려진 모든 해골들이 저절로 구르기 시작하며 기둥 아래 모이기 시작했다.

사체들에서 뽑혀지고, 먼지 쌓인 평원들 위에서 통통 튀거나 혹은 튀어올라 모여든다.

그렇게 사방에서 모여드는 해골들로 기둥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위로 솟구쳤고,

순식간에 가히 보루 타워에 비견될 정도로 거대해졌다.


마치 회전 나사처럼, 해골의 탑은 거의 하늘에 닿을 때까지 높게 올라갔다.

그 끝은 왜곡된 공간 속에 자취를 감추었으나,

그럼에도 기둥은 끝을 모르고 자라나고 있었다.

그것은 현실 우주에서 솟아나 무언가 다른 차원으로 사라지는 것 같이 보였다.


무시무시한 천둥의 소음이 평원을 강타했다.

세스와 쥴은 무언가 보이지 않는 힘의 압박에 뒤로 나가 떨어졌다.

양 챕터들의 전사들은 블랙 레이지가 코른의 부름에 응하자, 그에 맞서 저항하며 고통의 비명을 질렀으며,

세스는 아예 잠깐 정신을 잃었다.

얼마나 정신을 잃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그가 다시 일어났을 때

그의 머릿속은 비유하자면 암흑에 꽉 찬 그런 느낌으로

사실상 의지로 간신히 정신줄을 붙잡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는 오직 무시무시한 의지의 힘으로 자신의 오감과 정신을 붙잡을 수 있었으나,

다른 스페이스 마린들은 완전히 이성을 잃어 몸을 보루 옥상에서 내던져 아래에서 미쳐 날뛰는 외계인들의 물결 가운데로 뛰어들었다.

사실 세스 또한 먼 과거의 환상들이 자꾸 아른거리며 당장에라도 미쳐버릴 것만 같은 상황이였다.

피의 냄새가 그의 정신을 괴롭히고 있었다.

세스는 지금 그가 가슴 쪽에 품은 '아밋의 성골함(헤러시 당시 블러드 엔젤의 유명한 검사. 플레시 티어러의 초대 챕터 마스터)'을 쥔 손아귀의 힘을 강하게 몰아붙이는 그 무언가 때문에,

자신이 마침내 정신을 놓으며 성골함 내부의 소중한 내용물들까지도 이 피로 더럽혀진 대지 위에 던져버리지는 않을까 염려하고 있었다.

성골함이 지금 그를 그나마 안정시키고 있었고, 생각할 수 있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그는 성골함 실린더를 내려다보며 다시 숨을 골랐다. 그리고는 외쳤다.


"집결! 집결하라!" 피가 그의 입가 사이로 흘러내렸다.


"유물 근처로 집결이다! 유물이 우릴 구원하리라!'


아직 정신을 붙잡고 있는 전사들이 계속해서 저주에 맞서 투쟁하며 비틀비틀 그를 향해 모여들었고,

일단 세스 주변에 모이는데 성공한 이들은 안정화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늘까지 솟은 기둥 위에서부터, 악마 무리들이 죽은 바알 프라이무스의 대지를 향해 비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악마들은 초자연적인 속도로 지옥에서나 볼법한 기둥을 내려와, 모든 방향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는데

그중 선두의 악마들이 가장 먼저 타이라니드들에게 달려들었다.

정신이 나가버린 외계인들은 악마들에게 손쉬운 먹잇감들에 불과했고,

곧 대규모 학살이 시작됬다.


그 적색의 물결은 요새를 향해서 밀려왔다. 그리고 그 순간 타이라니드들의 비명 또한 그쳤다.

그들은 정신 착란 증세에서 벗어났지만, 질서 같은 것은 어디에도 없었다.

일부는 악마와 싸우기도 했고, 혹은 도망치거나 아예 단순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저 무작위적으로 행동하고 있었다.

그들은 더 크게 포효하고 울부짖고 있었다. 이제는 그저 짐승에 불과할 뿐이였다.

하이브 마인드의 의지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도대체 뭔 일이야?' 세스가 말했다.

머리는 분노로 고동치고 있었고, 피에 대한 갈증이 계속해서 정신을 괴롭히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뛰쳐나가서 살인을 저지르고 싶었다.


우렁찬 엔진들의 포효성과 함께, 썬더호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예정된 썬더호크 6대들 전부가 무사히 도착했지만,

보루 옥상에 착륙할만한 장소가 협소하여 한번에 1대만 착륙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한대가 육중한 무게 아래 착지하는 동안,

나머지 5대는 주변을 비행하며 보루 아래서 끓어오르는 타이라니드 외계인들과 악마들을 향해 기총소사를 쏟아냈다.

착륙한 한 기의 전방 어썰트 램프문이 개방되며, 조종사가 음성 통신을 보냈다.


"군주이시여, 지금 떠나야 합니다,' 그의 음성과 함께 채널망으로 악마 놈들이 지껄이는 저주가 섞여 들려왔다.


'지금 당장 떠난다,' 세스가 그의 전사들에게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여기서 전부 저주받아 죽어버리던가.' 그가 두통 속에 면도된 머리를 손가락들로 꾹꾹 눌렀다.

마치 저항할 수 없는 전쟁의 북소리들이 그의 머리 속에서 마구 울리는 것만 같은 기분이였다.


쥴은 이를 갈며 경련하고 있었다.

악마의 등장 이후 일어난 싸이킥 여파 이후부터, 줄곧 무릎을 꿇은 상태로 괴로워하고 있었지만

마침내 천천히 머리를 흔들면서 일어나 세스 곁에 섰다.

만약 쥴이 마침내 굴복해버렸을 경우에 대비하여, 그를 구원할 생각으로 세스는 두 손을 쥴의 면갑 주면에 가져다 대었다.

허나, 어쩌면 그가 지닌 생귀니우스의 깃털 덕분인지는 몰라도

쥴은 아직 제정신을 잃지 않고 있었다.

의지 아래, 비록 부자연스러울지언정 그는 세스 앞에 서서 헬멧을 벗었다.

그리고 세스에게 말했다.


'우린 돌아갈 수 없네,' 그것이 나이트 오브 블러드의 군주가 건낸 대답이였다.


'알겠네,' 세스가 말했다. 세스는 지금 그가 무슨 뜻으로 말하는지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다.


쥴의 얼굴은 인류의 범주를 분류하는 모든 관용적 기준들로도 허용할 수 없을 정도로 일그러져 있었다.

그의 근육들은 피부 아래서 크게 변형되어, 새빨간 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두 눈은 황색으로 빛나고 있었으며,

이빨들은 연장되어 입 바깥쪽으로 튀어나와 입술들을 밀어내고 있을 정도였다.


''분노'가 우릴 휘감았네. 그것이 우리에게 천벌을 내렸어. 나의 챕터는 여기서 끝이네.'


'..언제부터 이런 것인가?'


'1년 됐군. 자네들과 비슷했네. '갈증' 증상이 발생하고, 챕터의 형제들은 점점 블랙 레이지에 빠져들기 시작했네.

우린 필사의 심정 아래 그 '갈증'을 해소하려 하였다네.

잠시동안 그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 듯 보였고,

그렇기에 무구한 이들의 피로써 우린 스스로를 통제하려 들었다네.

하지만 오래가진 못했어.

곧, 이 변화들이 우릴 덮쳤지.

우린 피가 우리들을 구원할 거라 믿었네.

하지만 사실 그게 우릴 저주로 몰아넣었던거야.

날 보게, 세스.

나와 같은 괴물들이 바알 행성의 아마레오의 탑에 갇혀있지 않던가?

만약 이 정체가 그대로 드러난다면, 우린 그 순간 박멸되겠지.

이제는 오직 피만이 블랙 레이지를 잠시 막아낼 수 있을 뿐이라네, 오직 피만이.

바로 이것 때문에 우리가 홀로 싸웠던 것이네.

그리고 내가 자네와 함께 싸운 것 또한 바로 이것 때문이였네.

모든 우리 형제 챕터들 중에서, 우릴 이해해줄 수 있는건 자네뿐일 테니까.'


쥴이 전장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챕터 전사들 대부분은 이미 요새에서 벗어나, 성벽들 바깥쪽에서 싸우고 있었다.


'짐승의 분노가 우리들의 갈증을 일깨웠어. 코른의 악마 놈들은 우리와 같은 자들을 탐내지.

놈들은 우리들의 분노가 자신들의 분노와 같은 것이라 보고 있어.

하지만 놈들은 틀렸네. 우리들이 품은 분노는 신성한 것이니까.

저 짐승이 우리들의 힘을 자신의 손으로 거두어, 우리들을 피의 신의 노예들로 만들고자 하는 것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겠지.

하지만 놈들은 결국 실패할 것이다!'


그는 헬멧을 집어던지고, 검을 뽑아들었다.


'이제 떠나게, 가브리엘 세스. 그대의 남은 전사들과 함께 여기서 떠나.'


'부디 우리를 기억해 줘!'


'그리고 부디 끝까지 싸우고 또 싸워서, 우리들에게 일어났던 일이 절대 그대들에게 일어나지 않게 만들어!

속죄의 참회 속에, 우린 오늘 스스로를 희생하여 우리들이 치루어야 할 죄의 값을 치루겠지만,

태어난 적 없는 놈들이, 제깟 놈들의 더러운 분노가 우리가 지닌 분노와 같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우린 그들에게 결코 같지 않음을 보여줄 거다.

왜냐하면 우린 고결하므로, 순수하므로, 우리는 그 분의 자식들이므...'


악마가 무시무시한 포효성을 질렀다.

분노와 살인의 욕망이 다시 새롭게 쏟아져서, 그나마 제정신이 세스의 결의까지도 크게 흔들 지경이였다.

쥴이 세스에게 소리쳤다.


'이제 떠나!' 그의 음성은 인간성을 잃어가며, 점점 거칠고 동물적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유물과 함께 바알로 떠나는거다. 도와..단테를 돕는거다!'



'그대 가는 길 우리가 끝까지 지켜낼 터이니.'



'군주이시여...' 조종사가 말했다.


세스는 머리를 세차게 흔들어, 눈 앞에 드리운 붉은 안개를 거둬냈다.

마치 백일몽마냥 모든게 너무나도 이상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만약 여기서 자신을 통제하는데 실패한다면, 그는 피의 악몽 속에 끝나버리리라.


'우린 떠난다,' 그가 음성 통신망으로 말했다. 그의 두 손에는, 성골함이 쥐어져 있었다.


'저기 대천사의 정신이 살아있음을 보라, 그리고 스스로를 구원해라!'


아직 정신이 남아있는 자들은 즉시 명령에 복종하여, 첫번째 썬더 호크에 오르기 시작했다.

인원이 가득 차자, 첫번째 썬더호크가 이륙했다.

곧 두번째가 하강하며, 벨티엘이 탑승했다.

다른 형제들에게 부축받으며, 분노 속에 폭언을 쏟아붓는 하라헬 형제 또한 탑승했다.

세스는 살아남은 모든 이들이 탑승한 것을 확인했다.


쥴은 그것을 끝으로 별다른 말 없이 앞으로 걸어나갔다.

그리고 그의 마지막 전사들 또한, 챕터 마스터의 뒤를 따랐다.


마지막에는 단 한 명의, 이름모를 전사만이 남아 있었다.

세스의 시선과, 그의 두 눈 렌즈가 서로를 잠시 마주보았고,

이내 마지막 전사 또한 그가 섬기는 군주의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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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더호크들이 경로 재진입 중이며, 20분 내 철수 지점에 도착할 것입니다, 챕터 마스터.'


세스는 다시 차오른 분노 속에 싸움에 임했다.

지금 그의 형제들과 나이트 오브 블러드측 형제들은 지금 어깨와 어깨를 맞대며 싸우고 있었다.

철수 시간이 너무 오래 소모되고 있었다.

'빅투스'함이 바알 행성을 떠나 바알 세컨두스로 향하는 동안 길을 뚫기 위해 타이라니드 함대와 싸우느라 시간이 지연된 것이리라.

그렇게 지연된 시간은 지금 그의 전사들의 피가 되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와 쥴은 '분노어린 경계' 요새에서 항전 중이였다.

이 금속 산맥의 반대편에 위치한 '분노의 파수' 요새는 이미 불타버린지 오래였다.


넥레이스 동굴에서 기어나오는 타이라니드들의 모습은 비유하자면 옛 고대 지구에 살았다던 멸종된 동물인 '개미'들에 대한 묘사와 유사했다.

그들은 지하 공동들과 연결된 굴들을 통해 솟구치고 있었고,

대지는 이미 백만 외계인들이 발굽들로 기어오르며 만들어내는 진동으로 전율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었다.

그저 타이라니드들과 세스만이 서로 마주하고 있을 뿐.

거대 섬유소들로 이루어진 흡수 튜브들이 이미 요새 너머의 사면 일대에서 올라와 하늘 위까지 자라고 있었으며,

달려오는 타이라니드 무리들은 다른 전투들에서 승리해서 합류한 무리들로 강화되고 있었다.

그것이 이 외계인들의 질서였다. 이들은 완벽한 패턴들 아래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모래의 낱알들이 모여 만든 거대한 소용돌이처럼, 놈들은 바알 프라이무스의 마지막 요새를 둘러싸며 거대한 원을 그리고 있었고

요새의 지평선 전체를 가득 메우면서 달려들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대형 대포들은 침묵에 잠겨 있었다. 전차들 또한 모두 손실되었다.

소수의 드레드노트 형제들만이 간신히 수백여명 조금 되는 스페이스 마린들 곁을 지키고 있을 뿐이였다.

어떻게든 건져낸 고대 고철들로 만들어낸 급조된 방벽들은 이미 외계인 시체들의 무게 아래 신음하고 있었다.


'건트들, 진스틸러들과 전사 개체들이 다중으로 발생한 누출구들을 통해 기어오고 있었다.

지금 하이브 마인드는 생물학적 절약 법칙 아래 오직 큰 개체들은 내보내지 않고 있었고,

세스는 거기에 대해 모욕감을 느끼고 있었지만 실상 그 이면에는 그저 단순하고, 냉혹한 경제적 논리만이 작용하고 있을 뿐이였다.

거대 개체들은 자원과 생장 면에서 더 많은 것들을 요구하며,

반대로 작은 개체들은 그에 비하자면 경제적 면에선 아무래도 좋을 터였다.


허나 가브리엘 세스는 맹세하고 있었다. 만약 하이브 마인드가 플레시 티어러가 여기 그 끝을 맞이하였노라고 판단하고 있다면,

여기서 우린 반드시 다른 결과를 보여주겠노라고.


'중앙 보루 '탑'으로 후퇴한다,' 그가 통신망으로 전파했다.

그는 몸을 날려 자신을 덮치려는 쉬라이크 워리어 개체의 공격을 회피한 다음,

놈이 가죽질 날개들을 펄럭이며 다시 날아오르려는 순간에 총을 쏴서 놈을 떨어트렸다.

직후 거대한 에비서레이터를 한손으로 잡아 돌리며, 완벽한 동작으로 그 무거운 전기톱을 크게 휘둘렀다.

그가 만들어내는 매 궤적마다, 타이라니드들은 피와 사지들을 흩뿌리며 사방으로 나가 떨어졌다.

그는 자신이 참수한 괴물들에게 두번 다시 신경쓰지 않으며, 다만 남은 형제들이 대피해있을 요새의 심장부를 향해 거침없이 전진하고 있었다.


요새들은 고대의 성벽 보루들 주변을 따라 건설되어 있었고,

그의 테크마린들은 그 중 두 개를 사실상 온전한 상태에서 건져내어 복구해냈다.

여기에 추가 보강 작업이 들어가고, 경계용 차단벽까지 세워짐으로서 두 요새들은 지금까지 요충지들로서 충분히 그 역할을 다했다.


세스는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건트들 사이를 헤치며 전속력으로 질주했고,

보루탑으로 향하는 경사로로 오르는 동안 족히 수십은 되는 외계인들을 참수하거나 총으로 쏴서 죽였다.


'나를 따르라! 피에 맹세코, 나를 따라 퇴각하라! 바알을 위해! 바알을 위해! 여기는 무너졌다!' 그가 소리쳤다.


그가 가는 길로, 다른 전사들 또한 각자의 방어 지점들에서 벗어나 일부가 후방으로 엄호 사격하는 동안 퇴각하기 시작했다.

세스는 성벽들을 지키는 마지막 필멸자들의 운명에 대해서는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그들 중 일부는 도망쳤고, 일부는 남아 용감히 각자의 대포들을 사수하고 있었다.

일부는 도망치거나, 혹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그러나 결국엔 누구도 그들의 용맹함 혹은 비겁함을 기억해주지 못하게 되리라.


필멸자들이 빠져나감에 따라, 성벽들에 발생한 구멍들은 점차 거대해지고 있었다.

이미 성벽들과 이 마지막 보루 사이의 10야드 정도 거리는 수많은 외계인 전쟁 괴수들이 가득히 메우고 있었다.

화기들이 불을 뿜으며, 수백의 생명체들이 폭발들 속에 산산조각나 사라졌다.

그러나 놈들의 수는 너무나도 많았다. 

세스는 랜스 포격을 요청할 수 있었고, 크레이터 위로 새로운 외계 괴물들의 시체가 쌓이는 것을 확인했다.


모든 이들이 그를 따르지는 않았다.

'갈증'이 그들에게 작용하여, 그들을 미치게 만들었으리라.

오직 세스와 신성한 유물함 주변에 있는 이들만이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들 중 다수는 블랙 레이지에 휩싸여 스스로를 적들 사이로 무모하게 내던졌다.

그들은 자신들의 자리에서 버티며 무기들까지 버리고는 난폭한 주먹질로 외계인들을 마구 때려죽이고 있었다.


플레시 티어러의 블랙 레이지는 보기에 끔찍한 것으로,

다른 형제 챕터들의 그것보다 더욱 야만스럽고 파괴적이였다.

순식간에 치솟고, 끊어내기에는 훨씬 더 어려웠다.

세스는 그 전사들 또한 놓아줄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살았던 대로 최후를 맞이하리라.

인류의 황제 폐하를 위한 봉사 속에 맞이하는 최후. 그것만으로 충분한 끝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생체 탄환들이 날카로운 비명 소리와 함께 허공을 갈랐다.

일부 탄들의 경우 정말 말 그대로 비명 소리를 내고 있었는데,

탄환에 달린 일종의 퇴화된 형태의 구강 흔적 기관들이 믿을 수 없는 고통의 소음을 만들어내고 있었기 때문이였다.

퇴각 중인 세스의 무리 바로 근처의 보루 차단벽으로 인간 머리통만한 크기의 탄환이 날아와 폭발했다.

충돌 지점에서부터 꿈틀거리는 촉수 덩쿨들이 빠르게 성장하며 순식간에 2명의 플레시 티어러 형제들과 1명의 나이트 오브 블러드 형제를 휘감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날카로운 덩쿨의 가시들로 갈갈히 찢어버렸다.


이제 중앙 보루탑이 눈 앞에 보이고 있었다.


'문 열어!' 세스가 소리쳤다.


보루탑의 장갑화 폐쇄벽은 이미 제거되어 있었고, 전장에서 수거한 플라스틸 강철판들로 만들어진 조잡하지만 단단한 철문들로 대체되어 있었다.

세스의 명령에, 거의 중세 행성의 요새문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문을 지탱하는 강화된 경첩들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마침 다른 방향의 통로로 2번째 플레시 티어러 무리들이 나타나, 세스의 무리에 합류했고

세스와 그들은 함께 문으로 향하는 경사로를 질주했다.


급조된 방벽들에서는 계속해서 중화기들이 불을 뿜으며, 쫓아오는 괴물들로부터 성문 집입로 일대를 확보하고 있었다.

세스와 그의 전사들은 최대한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었다. 보루 안에서 전사들이 지원 사격을 가하는 동안, 그는 뒤를 돌아보았다.

또다른 소수의 형제들과 나이트 오브 블러드 전사들이 철수 지점을 향해 접근하고 있었지만,

이미 타이라니드들이 그들의 뒤를 쫓고 있었고

놈들은 마치 쇄도하는 눈사태가 건물을 삼켜버리듯 그들을 순식간에 집어삼켜버렸다.


'이제 문 닫아라,' 그가 명령했다.


'하지만 군주이시여, 아직 전사들이ㅡ'


'저들은 이미 끝났어,' 세스가 거듭 말했다. '문 닫아!'


'철수선이 출발했습니다. 철수 준비를 완료하셔야 합니다. 예상 도착시간 10분.'


세스는 하늘 위를 올려다보았다. 하늘 위로는 '빅투스'함의 찬란한 모습이 아침의 하늘 위를 떠다니고 있었다.

보루탑의 하늘 위는 일단은 확보된 상태였으나, 지평선 일대는 아직도 수많은 타이라니드 날벌레 떼들이 가득했다.

그렇기에 보루 탑에 장착된 대공화포들은 계속해서 단발식 사격을 토해내고 있었는데,

세스는 탄을 최대한 아끼라고 지시했다. 물론 이제 곧 필요없어지겠지만.


그때 하늘을 관통하는 거대 타이라니드 캐필러리 타워들 방향으로 무시무시한 돌풍이 불었다.

공기가 전율하고 있었다. 그것은 캐필러리 타워가 모든 것을 빨아들이며 만들어내는 돌풍이였고,

흡수의 마지막 단계들이 진행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였다.

세스는 전투의 분노 속에 어떻게든 간신히 생각을 유지하기 위해 투쟁하고 있는 중이였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기가 곧 완전히 빨려서 앞으로 수 시간 후면 대공 수송기조차 뜨기 어려울 정도가 되어버릴 것이라는건 잘 알 수 있었다.

보루탑의 옥상에 올라선 그는 행성이 종말을 고하는 순간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결의의 작은 섬 너머에서, 흡수선들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서로를 밀치고 있었고,

대지 위로는 보석처럼 눈부신 소화액 웅덩이들이 거대한 골질 촉수탑들 주변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그는 강화된 눈을 통해 시체들로 뒤룩뒤룩하게 살찐 흡수자 생명체들이 용해되기 위해 스스로 그 소화액 웅덩이들로 몸을 던지는 것과,

그들의 정수가 골질 튜브탑들을 타고 올라가며 저 위의 거대한 타이라니드 함선들에게 흡수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마지막 요새를 기준으로 주변 수 마일 반경 일대는 타이라니드 무리들로 출렁이고 있었으며,

그 너머는 완전히 황폐화되어 모든 유용한 생물 및 광물 자원들이 완전히 지워진 상태였다.

이처럼 끔찍한 결과가 이토록이나 빨리 완료되었다는 것에, 세스는 오싹함을 느꼈다.


바알 프라이무스는 말 그대로 산채로 흡수되어버렸다.


그때 긴급 통신 요청이 다시 그의 신경을 돌렸다. 세스는 통신을 허락했다.


'벨티엘, 무슨 일이지' 그가 물었다.


'군주이시여, 무언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라이브러리안이 말했다. 그의 음성은 떨리고 있었다.


'워프의 파동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아..' 벨티엘이 고통의 신음을 내뱉었다.


'벨티엘? 벨티엘!' 세스가 그의 이름을 부른 순간, 누군가가 외쳤다.


'저기 하늘!'


그리고 세스 또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무언가 불타는 유성 같은 것이 줄어든 하늘의 타이라니드 무리를 뚫으며 추락하고 있었다.

그것은 보통의 파편이 그리는 추락 곡선을 보이는 대신 발포된 무기처럼 일직선을 그리며 추락하고 있었기에, 

세스는 그것을 일종의 무기 같은 것이라고 짐작하였다.

그것은 곧 묵직한 진동과 함께 대지 위로 떨어지며, 주변에 먼지 버섯구름을 피어올렸다.

그것으로 별달리 관심을 가질 필요도 없을 터였다. 하늘도 여전히 그대로였다.


'하늘! 하늘을 보셔야!' 그러나 더 많은 스페이스 마린들이 경고하며 하늘을 가리켰다.

세스가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은, 하늘의 타이라니드 무리들 사이로 퍼지고 있는 거대한 동요였다.

놈들의 일사분란한 단체 비행 패턴들이 뒤바뀌어, 순식간에 와해되고 있었다.

무언가 질서를 되찾으려다가도 순식간에 와해되며 그렇게 전체가 혼란에 빠져들고 있었다.


어느새부턴가, 세스의 두 눈에 무거운 압박이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혀 끝으로 금속맛이 느껴졌다.


센토르 쥴(나이트 오브 블러드의 챕터 마스터)도 보루탑의 천장으로 올라왔다. 그의 아머는 외계인들의 내장과 살점으로 완전히 더럽혀져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건가?' 그가 물었다.

세스는 그가 말을 억눌러서 발음하고 있음을 눈치채었는데, 

곧 '갈증'을 참느라 그런 것임을 알아챌 수 있었다.


'워프의 요술이다,' 세스가 말했다. '확실히 느낄 수 있어.'


허나 그것은 단순한 마녀의 수작 이상의 것이였다.


운석이 관통하며 만들어낸 타이라니드 날벌레 떼들 사이의 구멍으로, 적색 빛이 새어나오는 것이 보였다.

그것은 곧 빠르게 확산되며, 이윽고 천구를 진하고 흉측한 적색으로 물들었다.

피의 밤이 찾아왔고, 지평선은 창백한 분홍색에서 이윽고 진한 적색으로 물들었다.


타이라니드들은 혼란에 빠져 있었다. 요새 성벽들을 조직적으로 공격하던 괴물들은 그대로 멈춰서거나,

혹은 죽은 채로 나자빠지며 안쪽으로 사지 수축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다른 놈들은 목표를 상실했다는 듯이 앞으로 무모하게 돌진하거나, 혹은 다른 혈족들을 물어뜯었다.

평원 일대를 뒤덮고 있었던, 일사분란한 놈들의 공격 패턴이 완전히 산산조각나 부셔졌다.

놈들은 끔찍한 비명 소리들을 지르기 시작했다.


세스와 쥴은 하늘 위 흡수선들까지도 연결된 파이프관들에서 억지로 벗어나며 하늘 높게 솟은 캐필러리 타워들을 무너트리고,

휘발성 가스들로 가득찬 생체 함선들의 측면들에서 폭발들이 일어나는 광경을 경악 속에 지켜보았다.


그 순간 하늘에 뚫린 구멍으로 거대한 천둥이 번쩍였다.

하늘을 가로지른 그 천둥은 주변을 왜곡시키며,

마치 왜곡된 렌즈들로 그것을 보듯 닿은 모든 것들을 비틀어버렸다.


그리고 대지 위로 귀청을 뜯는 듯한 포효성이 울려 퍼졌다.

거대한 무언가가 운석이 만들어낸 구덩이 위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악마다!' 세스가 외쳤다.


'태어난 적 없는 것'의 등장에, 그의 내면에 무언가가 반응하고 있다는 듯이, 쥴이 고통 속에 이를 갈며 물었다.


'그쪽 탈출선이 도착하기까지 얼마나 걸리겠나?'


세스가 정밀 시계를 확인했다. '6분. 만약 진입에 성공한다면.'

Posted by 스틸리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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