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출처 : devastation of baal 中


------------------------------


악마는 등장과 동시에 그 거대한 도끼로 지면을 내리쳤고,

대지는 무시무시한 진동과 함께 크게 갈라졌다.

그 균열을 통해 해골들로 빚어진 기둥이 솟구치기 시작하며, 점점 더 크고 높게 솟아나았다.

기둥 주변의 현실 법칙이 일그러지며 왜곡된다.

그리고 소름끼치게도, 전장에 흩뿌려진 모든 해골들이 저절로 구르기 시작하며 기둥 아래 모이기 시작했다.

사체들에서 뽑혀지고, 먼지 쌓인 평원들 위에서 통통 튀거나 혹은 튀어올라 모여든다.

그렇게 사방에서 모여드는 해골들로 기둥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위로 솟구쳤고,

순식간에 가히 보루 타워에 비견될 정도로 거대해졌다.


마치 회전 나사처럼, 해골의 탑은 거의 하늘에 닿을 때까지 높게 올라갔다.

그 끝은 왜곡된 공간 속에 자취를 감추었으나,

그럼에도 기둥은 끝을 모르고 자라나고 있었다.

그것은 현실 우주에서 솟아나 무언가 다른 차원으로 사라지는 것 같이 보였다.


무시무시한 천둥의 소음이 평원을 강타했다.

세스와 쥴은 무언가 보이지 않는 힘의 압박에 뒤로 나가 떨어졌다.

양 챕터들의 전사들은 블랙 레이지가 코른의 부름에 응하자, 그에 맞서 저항하며 고통의 비명을 질렀으며,

세스는 아예 잠깐 정신을 잃었다.

얼마나 정신을 잃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그가 다시 일어났을 때

그의 머릿속은 비유하자면 암흑에 꽉 찬 그런 느낌으로

사실상 의지로 간신히 정신줄을 붙잡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는 오직 무시무시한 의지의 힘으로 자신의 오감과 정신을 붙잡을 수 있었으나,

다른 스페이스 마린들은 완전히 이성을 잃어 몸을 보루 옥상에서 내던져 아래에서 미쳐 날뛰는 외계인들의 물결 가운데로 뛰어들었다.

사실 세스 또한 먼 과거의 환상들이 자꾸 아른거리며 당장에라도 미쳐버릴 것만 같은 상황이였다.

피의 냄새가 그의 정신을 괴롭히고 있었다.

세스는 지금 그가 가슴 쪽에 품은 '아밋의 성골함(헤러시 당시 블러드 엔젤의 유명한 검사. 플레시 티어러의 초대 챕터 마스터)'을 쥔 손아귀의 힘을 강하게 몰아붙이는 그 무언가 때문에,

자신이 마침내 정신을 놓으며 성골함 내부의 소중한 내용물들까지도 이 피로 더럽혀진 대지 위에 던져버리지는 않을까 염려하고 있었다.

성골함이 지금 그를 그나마 안정시키고 있었고, 생각할 수 있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그는 성골함 실린더를 내려다보며 다시 숨을 골랐다. 그리고는 외쳤다.


"집결! 집결하라!" 피가 그의 입가 사이로 흘러내렸다.


"유물 근처로 집결이다! 유물이 우릴 구원하리라!'


아직 정신을 붙잡고 있는 전사들이 계속해서 저주에 맞서 투쟁하며 비틀비틀 그를 향해 모여들었고,

일단 세스 주변에 모이는데 성공한 이들은 안정화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늘까지 솟은 기둥 위에서부터, 악마 무리들이 죽은 바알 프라이무스의 대지를 향해 비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악마들은 초자연적인 속도로 지옥에서나 볼법한 기둥을 내려와, 모든 방향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는데

그중 선두의 악마들이 가장 먼저 타이라니드들에게 달려들었다.

정신이 나가버린 외계인들은 악마들에게 손쉬운 먹잇감들에 불과했고,

곧 대규모 학살이 시작됬다.


그 적색의 물결은 요새를 향해서 밀려왔다. 그리고 그 순간 타이라니드들의 비명 또한 그쳤다.

그들은 정신 착란 증세에서 벗어났지만, 질서 같은 것은 어디에도 없었다.

일부는 악마와 싸우기도 했고, 혹은 도망치거나 아예 단순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저 무작위적으로 행동하고 있었다.

그들은 더 크게 포효하고 울부짖고 있었다. 이제는 그저 짐승에 불과할 뿐이였다.

하이브 마인드의 의지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도대체 뭔 일이야?' 세스가 말했다.

머리는 분노로 고동치고 있었고, 피에 대한 갈증이 계속해서 정신을 괴롭히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뛰쳐나가서 살인을 저지르고 싶었다.


우렁찬 엔진들의 포효성과 함께, 썬더호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예정된 썬더호크 6대들 전부가 무사히 도착했지만,

보루 옥상에 착륙할만한 장소가 협소하여 한번에 1대만 착륙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한대가 육중한 무게 아래 착지하는 동안,

나머지 5대는 주변을 비행하며 보루 아래서 끓어오르는 타이라니드 외계인들과 악마들을 향해 기총소사를 쏟아냈다.

착륙한 한 기의 전방 어썰트 램프문이 개방되며, 조종사가 음성 통신을 보냈다.


"군주이시여, 지금 떠나야 합니다,' 그의 음성과 함께 채널망으로 악마 놈들이 지껄이는 저주가 섞여 들려왔다.


'지금 당장 떠난다,' 세스가 그의 전사들에게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여기서 전부 저주받아 죽어버리던가.' 그가 두통 속에 면도된 머리를 손가락들로 꾹꾹 눌렀다.

마치 저항할 수 없는 전쟁의 북소리들이 그의 머리 속에서 마구 울리는 것만 같은 기분이였다.


쥴은 이를 갈며 경련하고 있었다.

악마의 등장 이후 일어난 싸이킥 여파 이후부터, 줄곧 무릎을 꿇은 상태로 괴로워하고 있었지만

마침내 천천히 머리를 흔들면서 일어나 세스 곁에 섰다.

만약 쥴이 마침내 굴복해버렸을 경우에 대비하여, 그를 구원할 생각으로 세스는 두 손을 쥴의 면갑 주면에 가져다 대었다.

허나, 어쩌면 그가 지닌 생귀니우스의 깃털 덕분인지는 몰라도

쥴은 아직 제정신을 잃지 않고 있었다.

의지 아래, 비록 부자연스러울지언정 그는 세스 앞에 서서 헬멧을 벗었다.

그리고 세스에게 말했다.


'우린 돌아갈 수 없네,' 그것이 나이트 오브 블러드의 군주가 건낸 대답이였다.


'알겠네,' 세스가 말했다. 세스는 지금 그가 무슨 뜻으로 말하는지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다.


쥴의 얼굴은 인류의 범주를 분류하는 모든 관용적 기준들로도 허용할 수 없을 정도로 일그러져 있었다.

그의 근육들은 피부 아래서 크게 변형되어, 새빨간 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두 눈은 황색으로 빛나고 있었으며,

이빨들은 연장되어 입 바깥쪽으로 튀어나와 입술들을 밀어내고 있을 정도였다.


''분노'가 우릴 휘감았네. 그것이 우리에게 천벌을 내렸어. 나의 챕터는 여기서 끝이네.'


'..언제부터 이런 것인가?'


'1년 됐군. 자네들과 비슷했네. '갈증' 증상이 발생하고, 챕터의 형제들은 점점 블랙 레이지에 빠져들기 시작했네.

우린 필사의 심정 아래 그 '갈증'을 해소하려 하였다네.

잠시동안 그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 듯 보였고,

그렇기에 무구한 이들의 피로써 우린 스스로를 통제하려 들었다네.

하지만 오래가진 못했어.

곧, 이 변화들이 우릴 덮쳤지.

우린 피가 우리들을 구원할 거라 믿었네.

하지만 사실 그게 우릴 저주로 몰아넣었던거야.

날 보게, 세스.

나와 같은 괴물들이 바알 행성의 아마레오의 탑에 갇혀있지 않던가?

만약 이 정체가 그대로 드러난다면, 우린 그 순간 박멸되겠지.

이제는 오직 피만이 블랙 레이지를 잠시 막아낼 수 있을 뿐이라네, 오직 피만이.

바로 이것 때문에 우리가 홀로 싸웠던 것이네.

그리고 내가 자네와 함께 싸운 것 또한 바로 이것 때문이였네.

모든 우리 형제 챕터들 중에서, 우릴 이해해줄 수 있는건 자네뿐일 테니까.'


쥴이 전장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챕터 전사들 대부분은 이미 요새에서 벗어나, 성벽들 바깥쪽에서 싸우고 있었다.


'짐승의 분노가 우리들의 갈증을 일깨웠어. 코른의 악마 놈들은 우리와 같은 자들을 탐내지.

놈들은 우리들의 분노가 자신들의 분노와 같은 것이라 보고 있어.

하지만 놈들은 틀렸네. 우리들이 품은 분노는 신성한 것이니까.

저 짐승이 우리들의 힘을 자신의 손으로 거두어, 우리들을 피의 신의 노예들로 만들고자 하는 것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겠지.

하지만 놈들은 결국 실패할 것이다!'


그는 헬멧을 집어던지고, 검을 뽑아들었다.


'이제 떠나게, 가브리엘 세스. 그대의 남은 전사들과 함께 여기서 떠나.'


'부디 우리를 기억해 줘!'


'그리고 부디 끝까지 싸우고 또 싸워서, 우리들에게 일어났던 일이 절대 그대들에게 일어나지 않게 만들어!

속죄의 참회 속에, 우린 오늘 스스로를 희생하여 우리들이 치루어야 할 죄의 값을 치루겠지만,

태어난 적 없는 놈들이, 제깟 놈들의 더러운 분노가 우리가 지닌 분노와 같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우린 그들에게 결코 같지 않음을 보여줄 거다.

왜냐하면 우린 고결하므로, 순수하므로, 우리는 그 분의 자식들이므...'


악마가 무시무시한 포효성을 질렀다.

분노와 살인의 욕망이 다시 새롭게 쏟아져서, 그나마 제정신이 세스의 결의까지도 크게 흔들 지경이였다.

쥴이 세스에게 소리쳤다.


'이제 떠나!' 그의 음성은 인간성을 잃어가며, 점점 거칠고 동물적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유물과 함께 바알로 떠나는거다. 도와..단테를 돕는거다!'



'그대 가는 길 우리가 끝까지 지켜낼 터이니.'



'군주이시여...' 조종사가 말했다.


세스는 머리를 세차게 흔들어, 눈 앞에 드리운 붉은 안개를 거둬냈다.

마치 백일몽마냥 모든게 너무나도 이상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만약 여기서 자신을 통제하는데 실패한다면, 그는 피의 악몽 속에 끝나버리리라.


'우린 떠난다,' 그가 음성 통신망으로 말했다. 그의 두 손에는, 성골함이 쥐어져 있었다.


'저기 대천사의 정신이 살아있음을 보라, 그리고 스스로를 구원해라!'


아직 정신이 남아있는 자들은 즉시 명령에 복종하여, 첫번째 썬더 호크에 오르기 시작했다.

인원이 가득 차자, 첫번째 썬더호크가 이륙했다.

곧 두번째가 하강하며, 벨티엘이 탑승했다.

다른 형제들에게 부축받으며, 분노 속에 폭언을 쏟아붓는 하라헬 형제 또한 탑승했다.

세스는 살아남은 모든 이들이 탑승한 것을 확인했다.


쥴은 그것을 끝으로 별다른 말 없이 앞으로 걸어나갔다.

그리고 그의 마지막 전사들 또한, 챕터 마스터의 뒤를 따랐다.


마지막에는 단 한 명의, 이름모를 전사만이 남아 있었다.

세스의 시선과, 그의 두 눈 렌즈가 서로를 잠시 마주보았고,

이내 마지막 전사 또한 그가 섬기는 군주의 뒤를 따랐다.




Posted by 스틸리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