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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Volume 5 Archaon


화신들에게서 뺏은 힘을 흡수함으로써,

균열은 더욱 거대하게 팽창하였습니다.

의식의 방은 이미 한계까지 도달하여 무너져내리고 있었습니다.

벽들은 마구 요동치며 균열을 일으키고 있었고,

갈라진 틈들로는 세계수가 흘리는 썩어버린 누런 혈액들이 흘러내리고 있었죠.

세계수 지하의 광활한 구역들 전체가 어둠 속에 잠겨버렸고,

그 어둠 속에서는 저 너머에서 건너온 심술궃은 눈동자들과 으르렁거리는 이빨들이 가득히 울부짖고 있었습니다.

천장에서는 돌들과 종유석들이 마치 비처럼 쏟아져 내렸지요.


티리온은 거대한 돌덩어리 하나가 천장에서 떨어지며 곧 바로 아래의 알라리엘을 덮치려는 것을 보았습니다.

왕자는 경고의 고함을 내질렀으나,

의식의 방 전체가 무너져내리는 소란 속에 묻혀 그녀에게 전달되지 못했지요.

그대로였다면 에버퀸은 돌덩어리에 깔려 쥐포가 되어버렸을 겁니다.

만약 말레키스가, 그 자신조차 앞으로도 영영 모를 이유로 불연간에 몸을 날려, 알라리엘을 밀쳐내지 않았더라면 말이지요.

에버퀸은 묵직한 소리와 함께 나가 떨어지며 머리를 지면에 세게 박았지만,

최소한 무너져내리기 시작한 돌덩어리들의 경로에서 피할 수는 있었습니다.

허나 말레키스는, 그렇게 운이 좋지 못했으니

이터니키 킹은 두 다리가 돌덩어리들에 완전히 깔아뭉게 으깨졌고

결국 날카로운 고통의 비명을 지를 수 밖에 없었지요.


한편 저 아래에서, 거대하게 입을 벌린 심연의 균열로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카온은 끝끝내 소멸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강렬한 악의 의지 아래 마지막 남은 온 힘을 쥐어짜내어 균열의 벽면에 들러붙어있었고,

화신들이 마지막으로 필사의 의식을 거행할 즈음까지도 그 손을 놓지 않은 채로,

오히려 한술 더 떠서 악착같이 고통에 휩싸인 손을 위로 뻗어가며 저 까마득한 위에 보이는 들쭉날쭉한 벼랑 끝까지 기어 올라갔습니다.

그리하여 만프레드가 헛짓을 벌일 즈음엔, 에버쵸즌은 마침내 벼랑 위까지 기어오르는데 성공하였지요.

기어오르는데 성공한 아카온이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은 지그마가 말레키스를 돕기 위해 달려가는 것이였습니다.

그것을 본 아카온은 증오의 울부짖음을 토해내며,

방심한 황제를 등 뒤에서 들이받았습니다.


온 힘을 거진 다 써버린 아카온의 포효성은 가히 이성없는 짐승에 가까웠고 또한 악착같았습니다.

생생한 분노와, 끝없는 모멸감과 영혼을 썩혀들어가는 증오를 지지대 삼아,

그는 다 부셔진 건틀렛 주먹들을 마구 휘둘러 황제를 두들겨 때리며 어떻게든 황제를 무너트리려고 애를 쓰며

그를 균열의 벼랑 끝으로 계속해서 밀어내었습니다.

갈 마라즈가 그를 스치듯이 강타하며,

두꺼운 갑주 판갑들을 찢어버리면서 그 아래의 살까지도 난도질하였지만

심지어 그러한 상처를 입었음에도 에버쵸즌은 악랄한 의지 아래 아주 조금 기세를 늦출 뿐이였습니다.

지그마가 다시 한번 강타를 먹여주기 위해 망치를 드높게 들었지만,

그 순간 아카온은 몸을 내던져 지그마를 다시 한번 들이받았고

지그마가 내리치려던 망치의 자루 부분을 온 힘을 다해 잡아 막았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두 사내는 모든 것을 삼키는 균열의 벼랑 끝에서도 서로 치열하게 싸웠습니다.

그리고 최후의 순간이 도래했고,

끝내 그들은 소용돌이치는 어둠의 심연 속에 사라졌습니다.



ps. 누가 레슬링했다고 전에 써놨는데,

wrestle on 이걸 그냥 레슬링한다고 써놓은거 같음.

물론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씨름한다는 뜻도 있으니까.)

여기서는 격투라고 해석하는게 당연하므로 싸우는 것으로 번역했다. 

올드 월드 마지막 순간에 뜬금없이 씨름이 뭐냐 씨름이..



Posted by 스틸리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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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codex-Knights 8th


카니스 렉스

사슬파괴자


아이언 워리어 침략자들이 랜도린 알파라는 기사 행성을 침공했을 당시,

그 행성을 지배하던 유력 가문인 세베란 가문은 그들을 막기 위해 전 기사들을 동원하였습니다.

이어진 전투는 치열하고 무자비했고,

전쟁의 화염은 곧 행성의 복잡한 적도성 대륙 전역으로 번져나갔지요.

기사들은 반역자들의 전선들을 몇 번이고 유린하고 파괴하였으니,

그 강력한 돌진력을 앞세워 아이언 워리어 측의 전력을 깎아내리고 그들이 동원한 공성용 기갑 열차들을 몇 번이고 박살내었습니다.

허나 기사들은 하나둘씩 쓰러져나가거나 반파되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세베란 가문의 요새들 또한 포위 공격 속에 무너져내려가기 시작했고,

요새 농노들 또한 수백만 단위로 끌려가버렸지요.


스티기안 요새의 성문들을 두고 펼쳐진 최후의, 전설적인 대결을 끝으로 세베란 가문은 결국 몰락하였습니다.

가문 최후의 기사 기체들은 장렬한 전투 끝에 침투성 전자기악령들의 공격에 의해 마비되었고,

조종사들은 아이언 워리어들에게 잡혀가 고통스러운 재세뇌 과정을 거치게 되었지요.


그렇게 끌려간 기사들 중에는 헥토르 세베란 경도 있었습니다.

가문 내에 유일하게 살아남은 프리셉터이자 거친 노귀족이였던 그는 고문받는 옥중 생활에서조차 다른 동료들을 북돋아주고 격려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아이언 워리어 마린들이 가한 고문이란 상상 이상으로 끔찍한 것이였으며

그들은 포로 기사들의 결의를 점점 깎아내리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렇게 기사들이 하나둘식 굴복하며 영혼이 망가질 때마다,

나이트 슈트들 또한 똑같이 오염되고 변이되어 이단자들의 편으로 넘어갔지만

단 한명, 헥토르 경만은 마지막까지 버텨냈습니다.

그는 암흑으로 둘러싸인 지하 감옥 속에 사슬로 묶인 와중에도 황제께 구원을 바라는 기도를 잊지 않았지요.


일부는 인류의 주인께서 헥토르의 기도들을 들어 그에게 신념의 보상으로 기적을 내렸다고들 합니다.

일부는 헥토르가 그의 기사 기체, 카니스 렉스와 유달리 강한 연결망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이 덕분에 기이한 현상이 우연찮게 일어났다고들 하지요.

어느쪽이 사실이건 간에, 확실한 건은 엑토르가 그의 나이트 기체에 의해 구출되었다는 것입니다.

조종사조차 없이, 순전히 난폭한 기계령 스스로의 지력 아래,

카니스 렉스는 아이언 워리어의 개조자 기계들의 속박에서 벗어나 라스-임펄서를 써가며 제 주인을 향한 길을 뚫어내었습니다.

마침내 사슬들에서 벗어난 그는 간수들이 혼란에 빠진 틈을 타서 나이트 슈트의 메카니쿰 옥좌에 탑승하는데에 성공하였고,

마침내 카니스 렉스와 재결합하는데 성공한 그는 뒤이어 탈출까지 달성하였습니다.


가문의 마지막 충성파 기사로써 프리블레이드의 길을 걷겠노라 맹세한 이후부터,

헥토르 경은 란도리안 저항군의 주축이 되어 그가 가능하다면 어디서든 반역자들과 맞서 싸웠습니다.

그는 행성에 건설된 아이언 워리어 수용소들에서 수많은 농노들을 다시 구출해내어 행성 바깥의 안전한 외지로 탈출시켰으니,

덕분에 그의 프리블레이드는 사슬 파괴자라는 별칭을 얻게 되었지요.

허나 설령 굳은 결의의 헥토르 경이라 할지라도 그의 행성이 이미 가망이 없음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엇습니다.

그의 삶을 그렇게 헛되히 바치는 대신,

헥토르는 카니스 렉스와 그가 구해내는데 성공한, 충성스러운 소수의 성구 보관자들과 함께 나포된 제국 프리깃함 하나를 훔쳐내어,

제국을 위해 더 큰 전장에 나섰습니다.

이후로 그는 수많은 별들을 탐험하며, 사악한 침략자들로부터 수많은 제국 시민들을 구원하면서

격렬한 분노 아래 카오스의 종자들을 무자비하게 처단하고 있는 중입니다.

 

'인류를 침공하는 악의 세력들은 그 공격을 멈추지 않을 것이며,

그렇기에 나 또한 전투를 멈추지 아니하겠다.

반역자들, 이교도들과 외계인들이 이 싸움을 시작하였으나,

그 싸움을 끝내는 자들은 바로 우리들이 될 것이다.

황제께서 바라시는 일 또한 그러할지어다.

우리들의 적은 공포와 잔인함을 제 무기들로 사용하며,

그들이 우리들을 억압 속에 복종케 할 수 있으리라 믿고 있다.

허나 나는 무자비한 철권과 빌어먹게 거대한 레이져 무기를 휘둘러 맞설 것이며,

절대 복종하지 않을 것이다.

나의 폐하이시여, 제가 도박사라고 한다면,

저는 제가 어디에 제 동전을 걸어야 할지 잘 알고 있나이다.'

-사슬 파괴자 헥토르, 나르술 사운드에서의 전투 전 행성 통치자 도슬린에게- 



Posted by 스틸리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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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Volume 5 Archaon


균열은 자신을 가두려던 필멸자들과 접촉함으로써 그 힘을 맛보았고,

이제는 '어쩌면 정말로 자신을 가뒀을지도 모르는 이들'을 향해 제대로 마수를 뻗기 시작했습니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5명의 화신들은 균열이 그 영혼을 묶는 마법적 손길들을 뻗기 시작하자 고통 속에 비명을 질렀는데, 

심지어 신적 존재로 거듭난 나가쉬조차 이를 이겨낼 수 없어 필멸적인 고통 속에 울부짖었습니다.

화신들의 두 눈과 입들에서는 마법적 정수가 마구 흘러나와 균열로 빨려들어가기 시작했으니,

눈부신 백색과 음침한 회색빛, 선명한 옥빛과 역한 자주빛 등이 한데 모여 소용돌이치며 균열에 먹혀들어갔습니다.

마법풍들은 어둠 주변을 소용돌이치다가 이내 그 안으로 완전히 사라졌지요.


자신들의 마법 에너지들을 기습적으로 뺐겨버리자, 화신들은 하나둘씩 무너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말레키스와 나가쉬는 그 중에서도 가장 악영향을 크게 받았는데,

그림자와 죽음의 마법풍이 이미 오랜 기간 그들의 몸 일부가 되어버린 탓이였지요.

'불멸의 왕'은 자신의 머리를 두 손으로 감싸고는 그대로 쓰러졌고,

리치는 엄청난 당혹감과 공포 속에 자신의 불멸해야될 육신이 점점 풀리며, 처음 비롯되었던 것처럼 먼지로 돌아가는 것을 직접 목격하고 있었습니다.

그나마 지그마가 아지르의 마법풍을 가지고 버텼지만 이것도 겨우 수 시간에 불과했고,

이내 더한 고통 속에 강제로 분열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심지어 히쉬의 힘을 받아들인지 겨우 수 일 밖에 안된 티리온조차도 마치 끈들이 잘린 꼭두각시마냥 땅바닥에 쓰러졌을 정도였지요.

그나마 그는 다른 이들에 비하면 더 빨리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오직 알라리엘만이 물질적 고통을 감수하지 않을 수 있엇습니다.

기란의 힘이 떨어져나가며, 그녀의 세계수 연결망과의 연결고리 또한 그대로 잘려나갔지요.

아델 로렌의 여왕으로 등극한 이래로 처음으로,

알라리엘은 이때껏 불균형을 유지해왔던 세계가 질러오던 고통의 신음성을 더 이상 듣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그건 조금 위안이 되는 사실이였지만,

이 급작스러운 분리와 함께 그녀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고독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와중에 만프레드는 남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알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그의 두 눈을 앗아간 어둠의 대폭발은 덤으로 그의 지혜와 인지능력까지도 완전히 날려버린 덕이였습니다.

그리고 이건 마지막 순간 자신들을 택해준 이 멍청이에게 베푸는 카오스 신들의 마지막 작은 선물이였지요.

만프레드는 마치 폭풍우 몰아치는 바다 위 둥둥 떠다니는 작은 유람선마냥 의식이 거행되던 방을 이리저리 비틀비틀 걸어다니며,

마치 어린애마냥 그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옹알거리며 폭언과 욕설을 마구 지껄여댔습니다.


앞서 말했듯, 화신들 중에서는 티리온이 가장 먼저 회복해서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다른 무엇보다도, 의식이 망가졌다는 사실이 고통조차도 이겨낼 수 있는 강렬한 분노로 그의 심장을 지폈기 때문이였지요.

사실 왕자는 겔트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잘 몰랐으므로 그에 대해서는 별로 딱히 애도할 것도 없었지만,

그의 형제가 겔트의 짐을 옮겨지려다 결국 최후를 맞이했다는 사실은 끔찍한 마음의 짐으로 다가왔고,

덕분에 세계가 멸망하기 전 마지막 일이 될지언정,

그의 형제를 그토록 비참하게 사라지게끔 만든 단 한 놈에게 복수해야겠다는 결의가 그를 가득 채웠습니다.

만프레드의 갑주가 바윗벽에 이리저리 난잡하게 새겨놓은 긁힌 자국들을 따라,

왕자는 고통조차 감수하며 발걸음을 옮겨 만프레드를 추격해 들어갔습니다.


눈이 멀어있었기에, 뱀파이어는 티리온이 다가오는지조차 몰랐습니다.

만프레드의 견갑을 꼬나쥔 티리온은 그의 몸을 돌린 다음 선팽을 그대로 대머리의 복부에 쑤셔넣고는

그대로 검은 심장이 있는 부위까지 쭉 찢어 올렸습니다.

검이 그대로 쭉 올라와 심장을 가르자, 만프레드는 맥 빠지는듯한 칭얼거리는(rattling) 쉿소리를 토해냈는데,

선팽의 이글거리는 화염이 그의 생살을 태워버리기 시작하자 그 소리는 비참하게 울부짖는 비명소리로 변했습니다.

뱀파이어는 필사적으로 발버둥치며 티리온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떼썼지만,

그의 견갑을 잡고선 검을 배에 쑤셔넣은 왕자의 두 손의 손가락들은 풀릴 줄을 몰랐습니다.

곧 만프레드의 몸 전체가 불타올랐고,

그를 완전히 태워버리고 있는 화염은 티리온의 갑옷 위로 계속해서 무의미하게 흘러내렸습니다.


마치 영원과도 같은, 하지만 실제로는 겨우 수 분도 안되는 순간이 그렇게 지나가며

뱀파이어의 비명도 점점 잦아들었고

화염도 사그라들기 시작했습니다.

티리온은 그제서야 그의 손을 풀었고,

남은 자리에는 불에 타 검게 타들어버려 숯덩어리가 되어버린, 시들어버린 초라한 송장 하나만이 남았습니다.

한때 만프레드 본 칼슈타인이였던 그것은 그나마도 얼마 되지 않아 동굴 바닥에 무너지며 산산조각났지요.

Posted by 스틸리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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