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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Volume 5 Archaon


화신들이 세계의 운명을 걸고 균열을 잠재우기 위해 목숨을 건 의식을 거행하는 와중에,

뜬금없이 그림자 속에서 만프레드가 튀어나왔습니다.

그는 검을 꼬나쥐고는 다짜고짜 겔트에게 그것을 꽂아넣었으니,

의식에 온통 신경을 뺐겨 무방비 상태였던 겔트의 심장에 별다른 힘도 들이지 않고 그대로 검을 집어넣어 흉갑뼈 바깥까지 관통시켰지요.

그 힘에 지친 마법사의 육신이 허공에 붕 떠오를 정도였습니다.

겔트는 잠시 허공에 메달린채로 사지를 부르르르 떨다가,

마치 그의 가슴팍에 튀어나온 검에 호기심이라도 느껴 살펴보겠다는듯이 머리를 푹 숙였지요.

허나 실은, 겔트는 검이 심장을 찌른 순간에 이미 생명을 잃어버렸습니다.

그리고 그것으로, 균열을 억제하여 세계를 다시 지키겠노라는 화신들의 꿈도 영영 물거품이 되버렸지요.

그의 생명이 사라진지 단 수 분도 안 되어,

황금색의 한줄기 빛이 겔트의 시신에서 폭발하듯 뿜어져 나오며 탐욕스러운 균열에게 빨려들어가버렸습니다.


겔트의 정신력이 사라지자, 챠몬(Chamon, 금속의 마법풍)은 완전히 자유롭게 날뛰기 시작했습니다.

테클리스는, 그가 지키기 위해 투쟁했던 모든 것이 누군가의 헛짓에 의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을 목전에 두게 되자

이미 구르와 아퀴시의 마법풍을 그리하려 했던 것처럼 챠몬의 마법풍에도 손을 대어 통제하려 하였습니다.

허나 이미 부담은 너무나도 거대했습니다. 그조차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요.

엔트로픽적 압력은 마법사의 육신을 더욱 가열차게 붕괴시키기 시작했고,

결국 그조차도 재로 산화되어 장렬한 최후를 맞이하였습니다.


테클리스의 죽음은 화신들이 지키고자 하였던 모든 것들의 종말을 알리는 신호였습니다.

귀청을 찢는듯한 소음과 찬란한 잉크검정색 광빛의 향연 속에,

균열은 마침내 통제에서 벗어나 마음껏 활개치기 시작하였습니다.

화신들은 그 재앙이 일어나기 직전 의식에 묶였던 손이 풀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그 즉시 손들을 빼버리거나 혹은 끔찍한 균열의 해방으로부터 눈을 가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만프레드의 경우, 당연하게도 그 누구도 그에게 그런 경고를 해줄 리 없었습니다.

만프레드는 겔트의 시체를 방패처럼 내던지며 추잡하게 발악했지만,

해방된 균열이 폭발하며 쏟아낸 암흑빛의 물결은 그 (대머리) 뱀파이어를 삼켜버리며,

이윽고 암흑의 섬광으로 그의 눈을 멀게 만들었습니다.


Posted by 스틸리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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