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해머 판타지/엔드타임 : 아카온 - 마지막 장'에 해당되는 글 7건

  1. 2018.06.26 엔드 타임 : 아카온 中 마지막 장 -에필로그- 4
  2. 2018.06.25 엔드 타임 : 아카온 中 마지막 장 -6- 1
  3. 2018.06.24 엔드 타임 : 아카온 中 마지막 장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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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Volume 5 Archaon



에필로그 :

그리하여 모든 것들은 소멸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껏 지켜온 인류 영토의 심장부에서부터 열린, 만물을 집어삼키는 균열은 현실 그 자체를 흡수해나갔지요.

퍼지는 순간은 처음에는 느렸지만, 곧 모든 것을 불태우는 들판 위 들불처럼 거세게 번져갔습니다.

먼 옛적, 올드 원들이 이 세계를 수호하기 위해 봉인해두었던 양 극지의 균열 포탈들 또한 마침내 그 봉인들에서 해제되어,

이제 막 깨어난 자신들의 어린 형제와 함께 이 세상을 식탁 위에 두고 잔치를 벌였습니다.

세계의 거주자들은 자신들의 멸망을 지켜보며, 절망과 공포 속에 비명과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들 중 단 두명조차도 같은 광경을 본 자가 없을 정도로 멸망 전 세상은 그렇게 혼란스러웠습니다.

일부는 불길로 뒤덮힌 하늘을 보았습니다.

일부는 하늘 위에서 얼음만치 차가운 별들의 휘몰아치는 소용돌이를 볼 수 있었고,

다른 이들은 거대한 촉수들과 카오스의 순수 에너지를 흘리는 송곳니 가득한 아가리들을 볼 수 있었지요.


그 화염 속에서 펼쳐지는 혼돈의 전투들 중에 일부 카오스 투사왕들은 어둠의 신들에 의해 악마의 반열로 승천되었을지도 모릅니다.

허나, 사실 별로 중요한 것은 아니였지요.

왜냐하면, 진실은 그 모든 희망 없는 전쟁이 사실은 의미 없는 헛된 것이기 때문이였습니다.


세월의 떡갈나무가 그 모든 것들 중 마지막으로 무너졌습니다.

아델 로렌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비통한 드리야드의 노랫소리가 자줏빛으로 물든 하늘 아래 울려 퍼졌지요.

떡갈나무의 파괴와 함께, 세계의 시간과 공간을 지탱하던 세계의 그물망 또한 점차 옅어지고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이윽고는 기이한 에너지들에 의해 비틀리다가, 무로 완전히 분해되어 사라졌지요.


그 끔찍한 무로의 회기는 어쩌면 눈 하나 깜빡할 사이 이루어진건지도,

아니면 수천년에 걸쳐 이루어진걸지도 모르는 일이였습니다.

어둠의 신들은 시간에 구속받는 존재들이 아니였으므로,

그냥 그대로 소멸되게끔 나두고 시선을 돌렸지요.

이미 최후의 승리에 질려버린 신들은, 한때 올드 월드였던 폐허에서 눈을 돌려 다른 차원들과 다른 창조물들을 두고 새로운 '위대한 게임'을 준비하거나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덕분에, 그들은 작은 단 하나의 빛.

끝없이 펼쳐진 심연의 어둠 속 작지만 밝게 빛나는 작은 빛 하나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그것은 한때 한 사내였던 자의 빛나는 실체였습니다.


비록 그는 무의 폭풍 속에 떨어져, 억겹의 세월을 무의 해류 속에 포류하고 있었지마는,

곧 작은 별똥별 하나가 그에게 다가왔습니다.

심연만치 차가운, 세계의 마지막 남은 심장이.


그 사내는 필사의 심정으로, 산조차도 뒤흔들만치 강한 힘으로 그 작은 별을 움켜쥐었습니다.

그리고는 공허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끝없는 우주 속에서, 우주가 그를 돌아보았습니다.


사내는 별을 단단히 잡은 채로,  사라졌던 힘을 다시 끌어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는 자신을 돌아봐준 공허에게로 손을 뻗었고, 무언가 기적 하나가 마침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그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가?

미래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질 것인가?

아직 펼쳐지지 않은 이야기들이란 어떤 것이 될 것인가?

별들은 과연 어떻게 순환할 것인가?




그리하여, 진정한 엔드 타임이 이렇게 펼쳐졌습니다.




허나, 끝은 곧 시작인 법이지요.




ps. 이렇게 해서 올드 월드는 (만빡이의 통수로 인해) 종말을 맞이하게 됩니다.

한 세계가 완전히 사라졌고,

그리고 새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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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Volume 5 Archaon


말레키스는 어떻게든 발버둥쳤지만,

그의 아작난 두 다리짝은 거대한 바윗덩어리 아래 제대로 깔려 있었습니다.

고통은 당연히 어마어마했지만,

영혼에서 느껴지는 공허함에 비하면 사실 아무것도 아니였지요.

균열은 그에게서 울구의 마법풍만을 앗아간게 아니라,

그가 물려받았었던 모든 마법들까지 다 앗아가버렸고

덕분에 남겨진 것이라곤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텅 빈 공허함 뿐이였습니다.

오랜 세월간 처음으로, 말레키스는 완전한 무력함을 느꼈습니다.


그러는 순간에도, 의식의 방 중앙에서 균열은 불길하게 빛을 발하고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말레키스는 저 멀리서 붕괴되어가고 있는 나가쉬의 형상을 운 좋게 발견할 수 있었지요.

고대의 리치의 텅 빈 동공들에서 발하는 흐릿한 마녀의 화염들은 으스스한 눈길 아래 공허를 바라보는 듯 보였습니다.

그의 마법 또한 그에게서 완전히 뜯겨나갔을까요?

말레키스는 문득 궁금함을 느꼇습니다.

가장 위대하고 강력한 네크로맨서 나가쉬조차 아마 수천년만에 처음으로 절망을 느끼고 있지는 않을까요?

그런 잡생각이 머리속에 떠오르자 고통 속에도 불구하고, 말레키스는 잠깐이나마 피식 미소지을 수 있었습니다.


알라리엘은 아무 말이나 표정 없이 말레키스 왼쪽에 우두커니 서 있었습니다.

심지어 지금까지도, 영원의 왕은 어째서 자신이 이런 자를 구하기 위해 몸을 내던졌는가에 대해 감조차 잡지 못하고 있었지요.

어쩌면, 그가 예전에 으레 말해왔듯이,

배반자 말레키스의 이타적 행위가 세계의 멸망을 알리는 징조라 그런 건지도요.

그런 쓸데없는 생각 속에, 말레키스는 간만에 시원하게 웃었습니다.

모든 것들의 멸망 마지막 전에 남기는 최후의 농담따먹기라니.


말레키스의 웃음은 티리온이 갑자기 그의 눈 앞에 모습을 드러내며 뚝 끊겼습니다.

왕자의 얼굴은 이전 전투에서 묻은 피들로 범벅이 되어 있었고,

갑주에는 만빡이가 타버리며 남긴 그을음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지요.

아무 말 없이, 심지어는 서로간에 눈길 교환 한 번 없이,

티리온은 알라리엘과 말레키스 사이에 끼어든다음, 

바윗덩어리에 두 다리짝이 깔린 말레키스 옆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그리고선, 자신의 찢긴 망토 일부를 찢어내고서

아무 말 없이, 그 두꺼운 망토 조각들을 접어 묶은 다음,

그것을 에버퀸의 머리 아래 두었습니다.


'참 감동적이구만,' 말레키스가 비꼬았습니다.


'여기서 난 보이지도 않는가보지?'


허나 그가 말하는 와중에, 두 다리를 깔아뭉게고 있었던 파편은 이미 옮겨지고 있었습니다.

말레키스는 옮겨지고 있는 바위가 부셔진 뼈들을 또 서로 마찰시켜가며 부시고 있는 탓에 극악한 고통 속에 뻣뻣하게 굳었지요.

그제서야 티리엘은 말레키스를 향해 고개를 돌렸습니다.


'지금 네놈이 죽길 원하고 있다면, 내가 그건 기꺼히 이루어주마.' 왕자가 답했습니다.

그의 음성은 딱히 분노가 서려 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자비가 있는 것도 아니였지요.


'난 이 세계를 7천년간 걸어온 몸이다,' 목소리에서 느껴질 정도로, 뼈가 갈리는 고통을 참아내면서 말레키스가 중얼거렸습니다.


'정말로 끝날 때까진 악착같이 버틸꺼다.'


균열은 이제 '세라폰'의 시체까지 닿고 있었습니다.

전능한 드래곤의 비늘들과 힘줄들까지모두 먼지 속에 터져 사라지기 시작했고,

이윽고 희미한 액화 방울들이 되어 빨려들어갔지요.

그 가루들은 잠깐이나마 빛나는 균열 위를 떠돌다가,

이내 그 심연 속에 빨려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그 순간 알라리엘의 두 눈꺼풀이 잠깐 떨렸습니다.

의식적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에버퀸은 짧게 한탄했지요.


말레키스가 능글맞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넌 도망갈 수 있을거다,'


'그녀를 데리고 떠나라. 네 말인 말한디르는 충분히 빨라.

어쩌면 이 멸망을 피해서 어디론가 피할 수도 있겠지.'


'갈 수 있다는 말이냐?' 티리온이 음울하게 답했습니다.


'이건 라나 단트라다. 모든 것들의 멸망.

피할 수 있는 은신처 다윈 어디에도 없는거다.'


'멍청하긴,' 말레키스가 쏘아붙였습니다.


'내가 네놈 자리에 있었더라면, 심장 박동 한번 뛰기도 전에 난 바로 이 자리를 떠났을거다.'


'아니, 넌 그러지 않았을거야.'


'왜? 나 같은 정서를 지닌 자에겐 동맹의 곁에서 최후를 맞이한다는 것 따위는 너무 고귀한 일이라고.'


'그렇긴 하지,' 알라리엘이 갑자기 입을 열었습니다.

그건 간신히 꺼낸 말이였지요. 그녀의 힘없이 창백해진 얼굴에 드러나듯이.


'당신이라면 여기 남아 균열의 힘을 취하려 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야.'


말레키스는 에버퀸을 찡그리며 노려봤지만, 딱히 별다른 말은 꺼내지 않았습니다.


'우린 모두 느낄 수 있어.' 에버퀸이 이어 말했습니다.


'이와 같은 힘이라면, 우리가 생각했던 새로운 세상을 창조했을 수도 있었겠지.

릴리아스가 그걸 이해했더라면, 이 모든 것들이 무엇으로든 대체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야.'


티리온은 알라리엘을 부축했습니다.

왕자와 에버퀸은 이제 말레키스에게서 등을 돌려 균열 쪽으로 시선을 돌렸지요.

머리 위에선, 지하 천장을 부축하던 마지막으로 남은 조각들이 불길한 소리를 내며 갈라지고 있었습니다.

그때 알라리엘은 다시 말레키스를 향해 시선을 돌렸습니다. 그리고는, 이번에는 목소리에 제법 힘이 실린 채로 입을 열었지요.


'그건 당신이 다룰 수 없는 힘이야. 우리의 기회는 여기서 끝났고, 우리의 시대도 여기서 끝이야.'


균열이 이제는 코앞까지 다가왔습니다.

알라리엘은 말레키스에게 시선을 거둔 다음 다시 앞을 바라보며, 두 손으로 티리온의 건틀렛 씌워진 한 손을 꼭 잡았습니다.

마지막 순간, 균열의 요동치는 어둠 앞에 왕자와 에버퀸이 실루엣마냥 흐릿하게 비추다가,

이내 어둠 속에 사라졌습니다.


그 안에서 공기는 동시에 불탈 정도로 뜨겁기도 하고 얼어붙을 정도로 차갑기도 했습니다.

말레키스는 그의 머리 속에 악마의 목소리들이 들려오며,

남은 이성 조각을 깎아내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침내 균열의 물결이 말레키스까지도 도달했습니다.

그리고는, 깊고 헤칠 수 없는 어둠이 마침내 그까지도 삼켰지요.


사악한 웃음소리가 말레키스 주변을 떠돌았습니다.

과거의 추억들이 그의 두 눈가 앞에서 마치 유령처럼 어른거렸습니다.

아버지의 냉담함, 어머니의 잔혹한 사랑에 대한 기억들.

그 단 한순간에, 그는 모든 배반, 사악한 행위들, 그리고 실패들을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최후가 다가왔습니다.

마치 칼에 잘리듯, 모든 기억들이 지워졌습니다.

말레키스였던 존재는 잠시 패닉에 휩싸였습니다. 이제는 자신의 이름조차 상기할 수 없었기에.


웃음 소리조차도 사라졌습니다.

그리고는 영원한 암흑만이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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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Volume 5 Archaon


화신들에게서 뺏은 힘을 흡수함으로써,

균열은 더욱 거대하게 팽창하였습니다.

의식의 방은 이미 한계까지 도달하여 무너져내리고 있었습니다.

벽들은 마구 요동치며 균열을 일으키고 있었고,

갈라진 틈들로는 세계수가 흘리는 썩어버린 누런 혈액들이 흘러내리고 있었죠.

세계수 지하의 광활한 구역들 전체가 어둠 속에 잠겨버렸고,

그 어둠 속에서는 저 너머에서 건너온 심술궃은 눈동자들과 으르렁거리는 이빨들이 가득히 울부짖고 있었습니다.

천장에서는 돌들과 종유석들이 마치 비처럼 쏟아져 내렸지요.


티리온은 거대한 돌덩어리 하나가 천장에서 떨어지며 곧 바로 아래의 알라리엘을 덮치려는 것을 보았습니다.

왕자는 경고의 고함을 내질렀으나,

의식의 방 전체가 무너져내리는 소란 속에 묻혀 그녀에게 전달되지 못했지요.

그대로였다면 에버퀸은 돌덩어리에 깔려 쥐포가 되어버렸을 겁니다.

만약 말레키스가, 그 자신조차 앞으로도 영영 모를 이유로 불연간에 몸을 날려, 알라리엘을 밀쳐내지 않았더라면 말이지요.

에버퀸은 묵직한 소리와 함께 나가 떨어지며 머리를 지면에 세게 박았지만,

최소한 무너져내리기 시작한 돌덩어리들의 경로에서 피할 수는 있었습니다.

허나 말레키스는, 그렇게 운이 좋지 못했으니

이터니키 킹은 두 다리가 돌덩어리들에 완전히 깔아뭉게 으깨졌고

결국 날카로운 고통의 비명을 지를 수 밖에 없었지요.


한편 저 아래에서, 거대하게 입을 벌린 심연의 균열로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카온은 끝끝내 소멸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강렬한 악의 의지 아래 마지막 남은 온 힘을 쥐어짜내어 균열의 벽면에 들러붙어있었고,

화신들이 마지막으로 필사의 의식을 거행할 즈음까지도 그 손을 놓지 않은 채로,

오히려 한술 더 떠서 악착같이 고통에 휩싸인 손을 위로 뻗어가며 저 까마득한 위에 보이는 들쭉날쭉한 벼랑 끝까지 기어 올라갔습니다.

그리하여 만프레드가 헛짓을 벌일 즈음엔, 에버쵸즌은 마침내 벼랑 위까지 기어오르는데 성공하였지요.

기어오르는데 성공한 아카온이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은 지그마가 말레키스를 돕기 위해 달려가는 것이였습니다.

그것을 본 아카온은 증오의 울부짖음을 토해내며,

방심한 황제를 등 뒤에서 들이받았습니다.


온 힘을 거진 다 써버린 아카온의 포효성은 가히 이성없는 짐승에 가까웠고 또한 악착같았습니다.

생생한 분노와, 끝없는 모멸감과 영혼을 썩혀들어가는 증오를 지지대 삼아,

그는 다 부셔진 건틀렛 주먹들을 마구 휘둘러 황제를 두들겨 때리며 어떻게든 황제를 무너트리려고 애를 쓰며

그를 균열의 벼랑 끝으로 계속해서 밀어내었습니다.

갈 마라즈가 그를 스치듯이 강타하며,

두꺼운 갑주 판갑들을 찢어버리면서 그 아래의 살까지도 난도질하였지만

심지어 그러한 상처를 입었음에도 에버쵸즌은 악랄한 의지 아래 아주 조금 기세를 늦출 뿐이였습니다.

지그마가 다시 한번 강타를 먹여주기 위해 망치를 드높게 들었지만,

그 순간 아카온은 몸을 내던져 지그마를 다시 한번 들이받았고

지그마가 내리치려던 망치의 자루 부분을 온 힘을 다해 잡아 막았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두 사내는 모든 것을 삼키는 균열의 벼랑 끝에서도 서로 치열하게 싸웠습니다.

그리고 최후의 순간이 도래했고,

끝내 그들은 소용돌이치는 어둠의 심연 속에 사라졌습니다.



ps. 누가 레슬링했다고 전에 써놨는데,

wrestle on 이걸 그냥 레슬링한다고 써놓은거 같음.

물론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씨름한다는 뜻도 있으니까.)

여기서는 격투라고 해석하는게 당연하므로 싸우는 것으로 번역했다. 

올드 월드 마지막 순간에 뜬금없이 씨름이 뭐냐 씨름이..



Posted by 스틸리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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