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출처 : Volume 5 Archaon


(앞부분 : 세계 ㅈ망 직전. 아카온은 올드 원들이 예전에 만들어뒀던 기계를 역으로 돌려서 세상을 망가트릴 대균열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함.

세계수가 박살나기 시작하며 올드 월드 전체를 빨아들일 균열이 일어나서 다 빨려 들어가는 중이고,

모든 카오스 세력들과 모든 화신들이 모인 최후의 전장에서 아카온과 지그마 또한 마지막 대결을 펼침.)



그리하여, 마침내 황제와 에버쵸즌간에 최후의 전투가 펼쳐졌습니다.

둘 다 이전 전투들로 인하여 깊은 부상을 당한 상태였고,

육신은 모두 피에 절고 그슬려 있었으나

최후에 그 승패를 가르기에는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둘의 승부에서, 아카온이 조금 더 빨랐습니다.

그는 왕들의 살해자를 이리저리 휘두르며 수 차례에 걸쳐 황제의 살을 베어내고 또 배어내었지요.

허나 이 순간엔, 갈 마라즈는 사실상의 신의 무기였으니,

악마의 검 혹은 북방인의 방패 따위가 그 분노에 비길 바 되지 못하였습니다.


거대한 세계 균열의 바로 위에서 엎치락 뒤치락 치열한 전투가 이어졌습니다.

허나 그 전투 속에서 단 한 명만이 이길 것이라는건 분명한 사실이였지요.

허나 지그마가 자신만의 힘을 쥐어짜내 아카온에 대적하고 있는 와중에,

아카온은 검 속에 깃든 코른의 악마 우'주울의 힘을 끌어내어 사실상 둘이서 지그마에 맞서는 형국이였습니다.

결국 힘에서 밀린 황제의 힘은 사그라들기 시작하였고,

마지막 순간 갈 마라즈는 그의 두 손에서 벗어났습니다.


쓰러진 황제를 향해, 아카온은 천천히 걸음을 옮겼습니다.

쓰러진 황제를 보며, 승리의 순간을 마음껏 음미하면서 말이지요.

오랜 원수인 지그마를 직접 죽이지 못해 좌절한 우'줄의 혐오스런 목소리가 에버쵸즌의 정신 속에서 날뛰었지만,

그깟 악마의 옹졸함 따위야 승리의 즐거움에 비하자면 아무것도 아니였지요.


'네 동맹들 중 인간 쪽은 너 따위를 신이라 믿었겠지,' 아카온이 조롱했습니다.


'여기엔 네놈이 거둘 승리 따윈 없다.'


황제의 목소리는 마치 노인처럼 사그라들어서,

피로와 목쉰 소리가 가득했기에

아카온이 그가 한때 자신이 유일한 위협이라 믿었던 자였음을 간신히 납득할 수 있었을 정도였습니다.


'아카온, 너는 우리들 중에 최선이 될 수도 있었다

카오스의 악으로부터 제국을 정화할 성검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 보거라. 넌 아무것도 아니야.

제 오만에 취해 사로잡혀버린 한심한 악의 우두머리에 지나지 않잖느냐.'


그 말에 갑작스럽게 분노가 치밀어 오른 아카온은 방패를 들어올려 황제의 머리를 가격하고는 

몸을 사정없이 때렸습니다.

그 공격에 지그마는 휘청거렸으나, 그것만으로 뒤편의 균열로 떨어지지는 않았지요.


'물론 예언이 널 이 길로 인도했겠지, 그렇지 않나?' 입가로 피와 부러진 뼈를 흘리며, 황제가 물었습니다.


'너는 거기에 담긴 힘들을 취하기 위해 그 예언들을 받아들였지만,

결국엔 그리함으로써 네 스스로 이딴 최후를 써내어버린거다.'


다 쉬어빠진 그의 목소리는 흐릿하기 그지없었음에도, 아카온은 황제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습니다.

아카온은, 아직도 자신 앞에 무릎 꿇지 않은 여기 이 사내를 떨어트리기 위해 여기까지 온 힘을 다해왔던 것이였습니다.


'여기 빛의 투사가 세눈의 왕 앞에 홀로 대적할 것이니...'


황제가 깊게 숨을 들이마셨습니다.

그즈음엔, 아카온은 황제의 헛소리를 더 이상 참을 수 없었지요.

그는 심지어 승리의 즐거움조차도 지그마가 초인적인 결의 아래 계속해서 굽히지 않는 것을 보며 점점 사그라들고 있는 것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허나 아카온은 분노와 함께 그의 피라면 다시 채워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에게 설령 단 한 자루의 무기조차 없더라도,

대신 그에게는 제 의지가 있을지어니,

그 의지로 다시 강렬한 불길이 되어 일어날 것이다!'


마침내 무시무시한 포효성과 함께, 아카온은 왕들의 살해자를 높게 들어올렸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날카롭게 아래로 내질렀습니다.


허나 왕들의 살해자가 목전에 떨어지려는 순간,

지그마가 손 하나를 주먹쥐어 들어올린 다음, 두 손가락을 펼쳐 쌍꼬리 혜성의 싸인을 그렸습니다.

직후 그 주먹을 내리고선, 정권을 찌르듯 손을 앞으로 내질렀지요.

그러자 천둥번개가 황제의 주먹에서 내뿜어지더니,

아카온이 막 내려쳤던 악마의 검을 그대로 강타하였습니다.


이번만큼은 이전까지 지그마가 휘두르던 에너지 폭발 정도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였습니다.

대신 지속적인 에너지의 천둥 격류로써, 번개가 사방에서 맹렬하게 날뛰고 튀었지요.

아카온은 온 근육이 감당할 수 없는 번개 에너지의 격류로 인해 마비되는 것을 실시간으로 느끼고 있었고,

심지어는 움직일 수조차도 없었습니다.

그는 황제가 남은 모든 힘을 눈부신 천둥 번개로 쏟아내고 있는 동안 손가락 하나 깜빡일 수도 없었습니다.


번개로 인해 뒤틀리기 시작한 왕들의 살해자는 금속 찢어지는 날카로운 소리를 지르다 이내 터져버렸습니다.

무시무시한 검이 사멸하며, 악마 강철의 파편들이 아카온의 갑주 사방에 튀었고,

우'줄의 영혼 또한 마침내 해방되어 카오스의 세계 아래로 추방되었지요.

그를 보조하던 악마의 힘이 갑자기 그를 떠나버리자, 아카온은 축 늘어졌습니다.

에버쵸즌이 다시 회복하기도 전에,

두 주먹을 불끈 쥔 황제가 소리 없는 포효성과 함께 몸을 내던져서는,

아카온의 표정 보이지 않는 헬멧을 두 주먹으로 마구 두들겼습니다.

아카온은 큰 충격 속에 한 걸음, 이내 두 걸음 물러섰고,

다음째 걸음에서는, 그의 발은 단단한 지면이 아닌 

다만 깊게 파인 세계 균열의 빈 허공만을 밟았습니다.


떨어지는 최후의 순간까지도, 아카온은 몸을 내던지며 건틀렛 손가락들로 바위를 붙잡아 어떻게든 악착같이 버티려 하였습니다.

허나 그가 잡은 경사면 바위는 허무하게 무너져버렸고,

그리하여 아카온 에버쵸즌, 종말의 군주는 그가 만들어낸 어둠의 심연 속으로 추락해버렸습니다.




ps. 참고로 지그마가 죽기 직전 취한 싸인은..



이거.

아카온 앞에서 갑자기 이거 하는 피떡된 지그마를 상상하니 묘하게 웃기다.


물론 여기서 끝은 아니다.

참고로 볼륨 5책 자체가 242페이지라 다한다는건 애바고,

사실상 마지막 단원 부분임.



Posted by 스틸리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