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출처 : Volume 5 Archaon


말레키스는 어떻게든 발버둥쳤지만,

그의 아작난 두 다리짝은 거대한 바윗덩어리 아래 제대로 깔려 있었습니다.

고통은 당연히 어마어마했지만,

영혼에서 느껴지는 공허함에 비하면 사실 아무것도 아니였지요.

균열은 그에게서 울구의 마법풍만을 앗아간게 아니라,

그가 물려받았었던 모든 마법들까지 다 앗아가버렸고

덕분에 남겨진 것이라곤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텅 빈 공허함 뿐이였습니다.

오랜 세월간 처음으로, 말레키스는 완전한 무력함을 느꼈습니다.


그러는 순간에도, 의식의 방 중앙에서 균열은 불길하게 빛을 발하고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말레키스는 저 멀리서 붕괴되어가고 있는 나가쉬의 형상을 운 좋게 발견할 수 있었지요.

고대의 리치의 텅 빈 동공들에서 발하는 흐릿한 마녀의 화염들은 으스스한 눈길 아래 공허를 바라보는 듯 보였습니다.

그의 마법 또한 그에게서 완전히 뜯겨나갔을까요?

말레키스는 문득 궁금함을 느꼇습니다.

가장 위대하고 강력한 네크로맨서 나가쉬조차 아마 수천년만에 처음으로 절망을 느끼고 있지는 않을까요?

그런 잡생각이 머리속에 떠오르자 고통 속에도 불구하고, 말레키스는 잠깐이나마 피식 미소지을 수 있었습니다.


알라리엘은 아무 말이나 표정 없이 말레키스 왼쪽에 우두커니 서 있었습니다.

심지어 지금까지도, 영원의 왕은 어째서 자신이 이런 자를 구하기 위해 몸을 내던졌는가에 대해 감조차 잡지 못하고 있었지요.

어쩌면, 그가 예전에 으레 말해왔듯이,

배반자 말레키스의 이타적 행위가 세계의 멸망을 알리는 징조라 그런 건지도요.

그런 쓸데없는 생각 속에, 말레키스는 간만에 시원하게 웃었습니다.

모든 것들의 멸망 마지막 전에 남기는 최후의 농담따먹기라니.


말레키스의 웃음은 티리온이 갑자기 그의 눈 앞에 모습을 드러내며 뚝 끊겼습니다.

왕자의 얼굴은 이전 전투에서 묻은 피들로 범벅이 되어 있었고,

갑주에는 만빡이가 타버리며 남긴 그을음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지요.

아무 말 없이, 심지어는 서로간에 눈길 교환 한 번 없이,

티리온은 알라리엘과 말레키스 사이에 끼어든다음, 

바윗덩어리에 두 다리짝이 깔린 말레키스 옆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그리고선, 자신의 찢긴 망토 일부를 찢어내고서

아무 말 없이, 그 두꺼운 망토 조각들을 접어 묶은 다음,

그것을 에버퀸의 머리 아래 두었습니다.


'참 감동적이구만,' 말레키스가 비꼬았습니다.


'여기서 난 보이지도 않는가보지?'


허나 그가 말하는 와중에, 두 다리를 깔아뭉게고 있었던 파편은 이미 옮겨지고 있었습니다.

말레키스는 옮겨지고 있는 바위가 부셔진 뼈들을 또 서로 마찰시켜가며 부시고 있는 탓에 극악한 고통 속에 뻣뻣하게 굳었지요.

그제서야 티리엘은 말레키스를 향해 고개를 돌렸습니다.


'지금 네놈이 죽길 원하고 있다면, 내가 그건 기꺼히 이루어주마.' 왕자가 답했습니다.

그의 음성은 딱히 분노가 서려 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자비가 있는 것도 아니였지요.


'난 이 세계를 7천년간 걸어온 몸이다,' 목소리에서 느껴질 정도로, 뼈가 갈리는 고통을 참아내면서 말레키스가 중얼거렸습니다.


'정말로 끝날 때까진 악착같이 버틸꺼다.'


균열은 이제 '세라폰'의 시체까지 닿고 있었습니다.

전능한 드래곤의 비늘들과 힘줄들까지모두 먼지 속에 터져 사라지기 시작했고,

이윽고 희미한 액화 방울들이 되어 빨려들어갔지요.

그 가루들은 잠깐이나마 빛나는 균열 위를 떠돌다가,

이내 그 심연 속에 빨려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그 순간 알라리엘의 두 눈꺼풀이 잠깐 떨렸습니다.

의식적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에버퀸은 짧게 한탄했지요.


말레키스가 능글맞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넌 도망갈 수 있을거다,'


'그녀를 데리고 떠나라. 네 말인 말한디르는 충분히 빨라.

어쩌면 이 멸망을 피해서 어디론가 피할 수도 있겠지.'


'갈 수 있다는 말이냐?' 티리온이 음울하게 답했습니다.


'이건 라나 단트라다. 모든 것들의 멸망.

피할 수 있는 은신처 다윈 어디에도 없는거다.'


'멍청하긴,' 말레키스가 쏘아붙였습니다.


'내가 네놈 자리에 있었더라면, 심장 박동 한번 뛰기도 전에 난 바로 이 자리를 떠났을거다.'


'아니, 넌 그러지 않았을거야.'


'왜? 나 같은 정서를 지닌 자에겐 동맹의 곁에서 최후를 맞이한다는 것 따위는 너무 고귀한 일이라고.'


'그렇긴 하지,' 알라리엘이 갑자기 입을 열었습니다.

그건 간신히 꺼낸 말이였지요. 그녀의 힘없이 창백해진 얼굴에 드러나듯이.


'당신이라면 여기 남아 균열의 힘을 취하려 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야.'


말레키스는 에버퀸을 찡그리며 노려봤지만, 딱히 별다른 말은 꺼내지 않았습니다.


'우린 모두 느낄 수 있어.' 에버퀸이 이어 말했습니다.


'이와 같은 힘이라면, 우리가 생각했던 새로운 세상을 창조했을 수도 있었겠지.

릴리아스가 그걸 이해했더라면, 이 모든 것들이 무엇으로든 대체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야.'


티리온은 알라리엘을 부축했습니다.

왕자와 에버퀸은 이제 말레키스에게서 등을 돌려 균열 쪽으로 시선을 돌렸지요.

머리 위에선, 지하 천장을 부축하던 마지막으로 남은 조각들이 불길한 소리를 내며 갈라지고 있었습니다.

그때 알라리엘은 다시 말레키스를 향해 시선을 돌렸습니다. 그리고는, 이번에는 목소리에 제법 힘이 실린 채로 입을 열었지요.


'그건 당신이 다룰 수 없는 힘이야. 우리의 기회는 여기서 끝났고, 우리의 시대도 여기서 끝이야.'


균열이 이제는 코앞까지 다가왔습니다.

알라리엘은 말레키스에게 시선을 거둔 다음 다시 앞을 바라보며, 두 손으로 티리온의 건틀렛 씌워진 한 손을 꼭 잡았습니다.

마지막 순간, 균열의 요동치는 어둠 앞에 왕자와 에버퀸이 실루엣마냥 흐릿하게 비추다가,

이내 어둠 속에 사라졌습니다.


그 안에서 공기는 동시에 불탈 정도로 뜨겁기도 하고 얼어붙을 정도로 차갑기도 했습니다.

말레키스는 그의 머리 속에 악마의 목소리들이 들려오며,

남은 이성 조각을 깎아내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침내 균열의 물결이 말레키스까지도 도달했습니다.

그리고는, 깊고 헤칠 수 없는 어둠이 마침내 그까지도 삼켰지요.


사악한 웃음소리가 말레키스 주변을 떠돌았습니다.

과거의 추억들이 그의 두 눈가 앞에서 마치 유령처럼 어른거렸습니다.

아버지의 냉담함, 어머니의 잔혹한 사랑에 대한 기억들.

그 단 한순간에, 그는 모든 배반, 사악한 행위들, 그리고 실패들을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최후가 다가왔습니다.

마치 칼에 잘리듯, 모든 기억들이 지워졌습니다.

말레키스였던 존재는 잠시 패닉에 휩싸였습니다. 이제는 자신의 이름조차 상기할 수 없었기에.


웃음 소리조차도 사라졌습니다.

그리고는 영원한 암흑만이 남았습니다. 

Posted by 스틸리젼
,
728x90



 


출처 : munitorum - vol.1



점프 팩

점프 팩은 강력한 한 쌍의 제트 터빈 엔진들로 구성된 장비로, 스페이스 마린의 등 부분에 장착됨으로써 스페이스 마린으로 하여금 하늘로 활강하여 공중에서 직접 적 중심부를 강타할 수 있게 해줍니다.

포효하는 엔진들이 지닌 강력한 출력을 통해, 제트 팩은 완벽히 무장된 전투 형제까지도 고고도까지 들어올릴 수 있지요.

덕분에 비록 실제로 나는 것은 아니라고 해도, 장비한 마린은 수차례 이상을 전장을 크게 공중 도약할 수 있으며, 매 번마다 약 수백 미터 이상을 뛰어넘을 수 있습니다.

고로 이 점프 팩들을 장비한 스페이스 마린들은 대부분의 수송 차량들보다도 빠르게 이동 가능하며, 추가로 전장 장애물들과 차단벽들까지 뛰어넘을 수 있습니다.


고대의 STC 기술력에 바탕을 둔 점프 팩은 전사의 파워 아머에 고정식으로 장착되어, 스페이스 마린 파워 슈트 등면에 위치한 파워 팩으로부터 에너지를 직접 공급받아 고속력 모터들을 가동시킵니다.

이를 통해 점프 팩 상부의 흡입구들은 막대한 양의 공기를 흡수하여 제트 엔진들에 공급하고, 내부의 터빈 칼날들은 증기 연기를 배출하는 작용을 수행하는데, 

사실 파워 아머 자체의 에너지 코일들이 제공하는 동력 지원 외에도 점프팩 자체에도 기본적인 연료 공급원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는 어쩌면 당연한 것인데, 왜냐하면 2m 넘는 중무장되고 육중한 전사를 하늘로 날려버린다는 일은 결코 쉬운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점프 팩은 연료를 재보충받거나 혹은 폐기되기 전에 십여 차례 혹은 수차례의 '점프'를 하는 것이 보통인데,

이정도가 스페이스 마린이 적에게 도달하거나, 혹은 하늘에서 강하하여 적 전선들 뒤를 깊숙히 강타하는 데에 적합한 횟수입니다.

일단 다 쓰고 텅 비어버린 점프팩은 사실상 짐덩어리입니다.

스페이스 마린이 지닌 강인한 체력으로도 전투시에 다 쓴 점프팩을 그대로 메다는 것은 여간 귀찮고 피곤한 일이 아닐 수 없기 떄문이지요.

이러한 연유로 점프 팩은 보통 신속 탈부착이 가능한 원리 구조의 부품이 추가로 적용되어 전투 형제의 갑주 흉갑 부분에 적용되게끔 되어 있습니다.

해당 마린의 파워 아머 건틀릿만을 고유 식별하게끔 설계되어 있는 이 메카니즘 장치는 단 한번의 간단한 손짓만으로도 개방 가능하여,

점프 팩을 장비한 스페이스 마린으로 하여금 한순간에 점프 팩을 벗어제낄 수 있게 해줍니다.


점프팩은 어뎁투스 아스타르테스에게 수천년간 사용되어온 오래된 기술 산물에 속하지만, 

스페이스 마린 챕터들은 각 중대의 특정 병과들에게만 점프 팩들의 사용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전투시에, 이 점프팩을 착용한 소위 어썰트 마린들이라 불리는 전사들은 적 측면들을 강타하거나 혹은 적 전선들 후방을 기습하는데 그야말로 이상적인데,

실제로 다수의 이단자들과 역겨운 외계인들이 점프 팩을 장비한 스페이스 마린들의 손끝에 최후를 맞이하였으며 맞이하였으며,

눈부신 증기 연기와 함께 하늘에서 강하한 장갑 전사들이 자신들을 강타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목격하였지요.


점프 팩들은 고고도에서의 전장 침투 작전시에도 사용됩니다.

이러한 작전 시에 어썰트 마린들은 스톰레이븐 건쉽들이나 혹은 다른 스페이스 마린 항공기에서 그대로 도약한 다음, 착륙 직전 마지막 순간에 자신들의 점프 팩들을 가동하여 추락 속도를 줄이지요.

또한 전장을 떠날 때에도 비슷한 방식을 동원하여 점프 팩들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예를 들면 전장 한복판에서 하늘로 그대로 도약한 다음, 하늘을 비행 중인 아군 수송기들에 탑승하거나,

혹은 아예 지나가던 랜드스피더 혹은 스톰레이븐의 개폐부 측면 램프를 쥐고 그대로 전장을 떠나는 식이지요.

이런 식으로, 점프팩을 지닌 스페이스 마린은 행성의 대기 상층권에서 스스로를 투척하여 휘몰아치는 구름들과 적 화망을 뚫고 높은 우선도의 목표와 근방 일대를 말 그대로 강타할 수도 있습니다.

잘-설치된 멜타 폭탄 혹은 무자비한 체인소드를 사용하여 해당 목표물을 처리한 후엔 다시 하늘로 도약하여 적이 이 기습에 제대로 반응하기도 전에 전장에서 멀리 벗어날 수도 있지요.


다수의 스페이스 마린 사령관들은 이 점프팩을 직접 사용하는 쪽을 선호합니다.

특히 적들과 직접적인 전투를 치루길 원하는 그런 피곤한 스타일의 사령관들이 말이죠.

점프 팩은 그런 부류의 영웅이 직접 맨발로 뛰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전장을 도약할 수 있게 해주며, 그로 하여금 언제나 전장의 심장부에 있을 수 있게 해주므로,

점프 팩을 장착한 스페이스 마린 영웅으로부터 안전한 곳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이 영웅들은 자신의 점프 팩을 사용하여 흉벽들을 넘어 그대로 도약할 수도 있고, 밀집한 적 진영들을 간단히 뛰어넘을 수도 있으며

강력한 방어력의 참호 전선들조차도 손쉽게 지나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이 선정했던 적을 발견하고 그들에게 바로 닿을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면, 도전의 포효성과 함께 연기와 화염의 날개들을 그리며 달려들 수 있겠지요.


점프 팩은 어뎁투스 아스타르테스가 지닌 전능한 힘의 상징입니다.

따라서 점프 팩들 다수는 복잡한 도금 작업 혹은 펼쳐진 날개 장식들 등으로 화려하게 제작되지요.

파워 아머를 장비한 거인들이 전장을 강타하는 장관은 경이심을 불러일으키는 장면입니다.

심지어는 그들에게서 날개들이 돋아나거나, 화염 끝에서 생겨난 굽이치는 연기 구름을 통해 전사들이 하늘을 직접 걷는 것과 같은 착시를 불러일으키기도 하지요.

이러한 웅장하고 무시무시한 장면을 목격한 적들은 자신이 진정 죽음의 천사들과 조우하였음에 어떠한 의구심도 가질 수 없게 됩니다.



Posted by 스틸리젼
,
728x90



출처 : Volume 5 Archaon


화신들에게서 뺏은 힘을 흡수함으로써,

균열은 더욱 거대하게 팽창하였습니다.

의식의 방은 이미 한계까지 도달하여 무너져내리고 있었습니다.

벽들은 마구 요동치며 균열을 일으키고 있었고,

갈라진 틈들로는 세계수가 흘리는 썩어버린 누런 혈액들이 흘러내리고 있었죠.

세계수 지하의 광활한 구역들 전체가 어둠 속에 잠겨버렸고,

그 어둠 속에서는 저 너머에서 건너온 심술궃은 눈동자들과 으르렁거리는 이빨들이 가득히 울부짖고 있었습니다.

천장에서는 돌들과 종유석들이 마치 비처럼 쏟아져 내렸지요.


티리온은 거대한 돌덩어리 하나가 천장에서 떨어지며 곧 바로 아래의 알라리엘을 덮치려는 것을 보았습니다.

왕자는 경고의 고함을 내질렀으나,

의식의 방 전체가 무너져내리는 소란 속에 묻혀 그녀에게 전달되지 못했지요.

그대로였다면 에버퀸은 돌덩어리에 깔려 쥐포가 되어버렸을 겁니다.

만약 말레키스가, 그 자신조차 앞으로도 영영 모를 이유로 불연간에 몸을 날려, 알라리엘을 밀쳐내지 않았더라면 말이지요.

에버퀸은 묵직한 소리와 함께 나가 떨어지며 머리를 지면에 세게 박았지만,

최소한 무너져내리기 시작한 돌덩어리들의 경로에서 피할 수는 있었습니다.

허나 말레키스는, 그렇게 운이 좋지 못했으니

이터니키 킹은 두 다리가 돌덩어리들에 완전히 깔아뭉게 으깨졌고

결국 날카로운 고통의 비명을 지를 수 밖에 없었지요.


한편 저 아래에서, 거대하게 입을 벌린 심연의 균열로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카온은 끝끝내 소멸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강렬한 악의 의지 아래 마지막 남은 온 힘을 쥐어짜내어 균열의 벽면에 들러붙어있었고,

화신들이 마지막으로 필사의 의식을 거행할 즈음까지도 그 손을 놓지 않은 채로,

오히려 한술 더 떠서 악착같이 고통에 휩싸인 손을 위로 뻗어가며 저 까마득한 위에 보이는 들쭉날쭉한 벼랑 끝까지 기어 올라갔습니다.

그리하여 만프레드가 헛짓을 벌일 즈음엔, 에버쵸즌은 마침내 벼랑 위까지 기어오르는데 성공하였지요.

기어오르는데 성공한 아카온이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은 지그마가 말레키스를 돕기 위해 달려가는 것이였습니다.

그것을 본 아카온은 증오의 울부짖음을 토해내며,

방심한 황제를 등 뒤에서 들이받았습니다.


온 힘을 거진 다 써버린 아카온의 포효성은 가히 이성없는 짐승에 가까웠고 또한 악착같았습니다.

생생한 분노와, 끝없는 모멸감과 영혼을 썩혀들어가는 증오를 지지대 삼아,

그는 다 부셔진 건틀렛 주먹들을 마구 휘둘러 황제를 두들겨 때리며 어떻게든 황제를 무너트리려고 애를 쓰며

그를 균열의 벼랑 끝으로 계속해서 밀어내었습니다.

갈 마라즈가 그를 스치듯이 강타하며,

두꺼운 갑주 판갑들을 찢어버리면서 그 아래의 살까지도 난도질하였지만

심지어 그러한 상처를 입었음에도 에버쵸즌은 악랄한 의지 아래 아주 조금 기세를 늦출 뿐이였습니다.

지그마가 다시 한번 강타를 먹여주기 위해 망치를 드높게 들었지만,

그 순간 아카온은 몸을 내던져 지그마를 다시 한번 들이받았고

지그마가 내리치려던 망치의 자루 부분을 온 힘을 다해 잡아 막았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두 사내는 모든 것을 삼키는 균열의 벼랑 끝에서도 서로 치열하게 싸웠습니다.

그리고 최후의 순간이 도래했고,

끝내 그들은 소용돌이치는 어둠의 심연 속에 사라졌습니다.



ps. 누가 레슬링했다고 전에 써놨는데,

wrestle on 이걸 그냥 레슬링한다고 써놓은거 같음.

물론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씨름한다는 뜻도 있으니까.)

여기서는 격투라고 해석하는게 당연하므로 싸우는 것으로 번역했다. 

올드 월드 마지막 순간에 뜬금없이 씨름이 뭐냐 씨름이..



Posted by 스틸리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