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크점프 드라그스타즈​'에 해당되는 글 23건

  1. 2018.11.26 스페이스 마린 이야기 : 월드 엔진 -4-
  2. 2018.11.26 [8th] 네크론 - 데스마크
  3. 2018.11.25 스페이스 마린 이야기 : 월드 엔진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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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Warhammer 40,000 - the World Engine.



14장. 챕터 마스터 암라드, 현재

암라드는 맞은편 생성기를 향해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가 떨어진 생성기 상부 옥상은 열기 배출용으로 보이는 커다란 구멍들이 가득했고,

구멍들 아래서는 생성기 내부에서 세차게 돌아가는 중인 터빈 칼날들이 보였다.

그것들은 무시무시할 정도로 빨랐으므로, 만약 발을 잘못 놀린다면 암라드의 갑주 세라밋과 뼈 정도는 순식간에 갈아버릴 것이였다.

공동 사방에서, 프레토리안들은 머리 위에 열린 왜곡장을 건너 강하하고 있었다.

일부는 생성기들 사이의 심연으로 그대로 떨어지거나, 일부는 불운하게도 생성기 상부 외피에 가득한 구멍들 사이로 떨어져 안에서 세차게 돌아가는 칼날들에 분쇄되어버렸지만

대부분은 무사히 위에 착지하여 폭탄을 설치 중이던 아스트랄 나이트들과 교전을 개시하기 시작했고,

아스트랄 나이트들은 분명히 져가고 있었다.

간신히 몸을 일으켜세웠지만, 암라드는 아직도 머리가 어지러운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암라드는 어지러운 머리를 간신히 들어올려 다른 형제들을 확인했다.


스카웃 서젼트 파라지는 훨씬 거대한 3마리의 네크론들에게 포위당해 있었다.

접근하는 네크론들을 향해 파라지가 먼저 볼터 사격을 개시하였으나,

그들의 단단한 장갑 상체에는 그저 스파크만이 튈 뿐이였다.

그러자 파라지는 바로 전투 단검을 꺼내들어 가장 가까이서 다가오는 프레토리안의 눈구멍 쪽으로 단검을 내지르며,

놈이 공격하기 전에 선수를 치려고 하였으나

그의 검은 놈의 눈에 닿기도 전에 암흑 에너지 휘광에 가로막혔고

그러는 사이 2마리의 프레토리안들이 그의 키만큼이나 거대한 집행자 창들의 도끼 비슷한 날들을 앞으로 들어올렸다.

그럼에도, 파라지는 일말의 두려움 없이 피하려는 시늉조차 하지 않으며, 남은 한 손을 기꺼히 휘광 속에 집어넣어, 

자신이 검을 꽂으려고 시도했던 네크론의 뒤통수를 앞으로 어떻게든 당겨서 아직도 허공에 막혀 있는 단검에 쑤셔버리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했지만,

그 프레토리안은 그를 너무나도 가볍게 바닥에 빌어 내동댕이쳤고, 

곧 자신의 무기를 파라지에게 내리그었다.

네크론의 검은 파라지의 다리를 허벅지 중간까지 단숨에 잘라버렸다. 암라드는 파라지의 비명을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그러는 사이 남은 두 마리의 네크론들은 창들의 끝 부분을 파라지에게 정확히 겨눈 다음,

근거리에서 입자 광선을 각각 얼굴과 가슴 부위에 발사했다.

곧 파라지의 신체 상부 절반 정도가 흔적도 없이 증발해버렸다.


그 순간, 마침내 메트조이가 암라드의 뒤를 이어 생성기 상부의 아치길로 내려왔는데,

그는 암라드와는 달리 너무나도 우아하고 부드럽게 착지했다.

암라드는 문득 충격 당시에 자신이 잠깐 의식을 잃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의 마음 속에선 아직도 직전에 회상했던, 챕터 마스터의 최후가 선명하게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였다.

마사약의 크로지우스에 의해 쪼개졌던 그의 머리가 지금도 눈 앞에 선명히 보이는 것만 같았다.


이번에는 메트조이가 먼저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암라드는 키헤르도스의 늑대들을 양 손에 하나씩 쥔 채로 들고 있다가,

직전에 쌍도끼를 X자로 교차시켜, 놈의 공격을 가로막는 자세를 취하면서 메트조이가 호를 그리며 내려찍은 검을 가로막았다.

뒤이어 두번째 검이 그의 허리춤을 잘라버리기 위해 날아왔지만,

암라드가 첫번째 공격을 막으면서 놈의 힘을 반동삼아 뒤로 물러난 덕에 그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메트조이가 손등으로 암라드의 머리통을 날려버리려 하였으나,

암라드는 뒤로 물러나면서 주저없이 다음 발전기를 향해 몸을 던졌다.

그는 생성기 사이에 놓인 무저갱으로 떨어지는 일 없이 발전기 끝자락에 아슬아슬하게 몸을 걸치는데 성공했지만,

바닥과 부딛히는 순간 한손에 쥐었던 게스토로를 놓쳤다는 것을 깨달았고,

도끼는 생성기 상부의 구멍들 중 하나에 떨어지며 터빈 칼날들 사이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하지만 암라드는 생성기 상부 표면 위로 몸을 끌어당겨, 간신히 몸을 굴려 다시 올라올 수 있었다.


프레토리안들과 아스트랄 나이트들간의 전투는 겨우 생성기 하나만을 앞에 두고 벌어지고 있었다.

암라드는 앞에서 테크마린 사라코스가 그의 서보 암을 사용하여 프레토리안 한 놈의 머리를 필사적으로 물고 늘어지며 마치 인질처럼 다루면서,

다른 놈들에게 플라즈마 피스톨을 난사하는 모습과,

그 주변의 프레토리안들이 마치 상처입은 사냥감을 서서히 궁지로 몰듯 그를 몰아세우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암라드는 사라코스가 어떻게든 프레토리안들을 한 놈이라도 더 가까이 끌고오려고 발버둥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피스톨의 동력핵이 재충전을 위해 잠깐 마비되는 찰나의 순간, 그와 거리를 두고 있었던 프레토리안들이 마침내 그를 공격했는데,

먼저 한 놈이 창을 내지르자, 사라코스는 자신이 서보 암으로 붙들고 있었던 네크론을 그쪽 방향으로 냅다 집어던졌다.

곧 창날이 동족을 꿰뚫으며, 이어진 파티클 입자가 가슴팍을 완전히 분해시키며

발전기 상부외피 바닥 위로 검게 녹아버린 잔해들을 흩뿌렸다.

허나 두번째 공격까지 막아낼 수는 없었다.

다른 프레토리안들 중 한 마리가 테크마린의 후방을 공격하며 창으로 단숨에 그를 꿰뚫어버렸고,

곧 창날 끝이 사라코스의 가슴팍쪽으로 튀어나왔다.

네크론은 무자비하게도 관통된 창을 그대로 비틀어버리며 사라코스의 가슴팍을 활짝 열어제꼈고,

한 순간 암라드는 그 안에서 세차게 요동치는 그의 폐들을 볼 수 있었다.

곧 그의 가슴팍에서부터 피가 가득 쏟아져내렸다.

남은 프레토리안들이 다가왔다. 놈들은 그 거대하고 위협적인 금속 신체들로 사라코스가 아예 보이지 않을 정도로 그의 주변을 둘러싸더니,

곧 검들과 창들을 머리 위로 들어올렸다가 그대로 내려찍었다. 


사라코스가 마침내 숨을 거둘 때까지, 놈들은 기계처럼 그 동작을 반복했다.


그 순간 메트조이가 암라드를 덮치며, 그의 목을 향해 양 검을 내질렀다.

암라드는 최후의 시도로 조잔을 있는 힘껏 내질렀으나,

충돌과 함께 고대의 도끼는 목 부분이 산산히 깨지며 파편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도끼날은 생성기 경사면에 부딛힌 다음, 그대로 암흑 속으로 떨어져 사라졌다.

다음 공격은 암라드의 가슴팍을 노리며 날아왔다. 동시에 나머지 검도 같이 날아오며, 그의 왼팔 상부를 깊게 파고들었다.

암라드는 어깨를 축 늘어트렸지만, 그대로 메트조이를 향해 달려들었다. 스페이스 마린의 육중한 무게라면, '심판관'조차도 밀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속에서.

허나 메트조이는 단지 두 걸음 정도 뒤로 물러서며, 양 검을 회전시켰다.

심판관은 그의 적을 가늠하는듯 했는데,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암라드가 비무장 상태였으므로

다음 공격으로 암라드를 완전히 끝장내기로 결정한 모양이였다.


'네크론들이 잠들어있는 동안,' 달려오는 암라드를 주시하며, 메트조이가 간략하면서도 너무나도 완벽한 로우 고딕어로 입을 열었다.


'우리 프레토리안들은 우주를 감시했다. 우리는 인류가 일어나고, 몰락하는 것을 보았다.

우리는 인류가 정체되어 부패하는 것을 보았다.

우리는 너희들의 과거와 그 미래까지도 보았다.

보르시스가 마침내 그 목적지에 다다르면, 거기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될 것이다.

그것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네 죽음이 가장 첫번째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인류의 불완전성에서 너희들이 모두 해방되기 전까지, 중단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더 많은 속임수가 필요했다. 메트조이는 단 한번의 완벽한 베기 혹은 찌르기로 그를 완벽하게 죽일 기회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암라드는 놈에게 그 기회를 주기로 결심했다. 암라드는 놈과 충돌하기 직전 반걸음 뒤로 물러섰다.

마치 긴장한 결투사가 스스로 놀라 무게중심을 바꾸는 것처럼 보이게끔.


그 순간, 메트조이가 암라드의 목을 노리며 검을 내질렀다. 이에 암라드는 왼팔을 들어올렸고, 흑요석 검은 그것을 간단히 잘라버렸다.

암라드의 손을 비롯한 팔뚝이 그대로 지면에 떨어졌다.

그것은 완벽하게 절단되어 버렸지만, 최소한 암라드가 원했던 대로 검날의 경로를 바꾸었기에 최소한 목은 붙어있을 수 있었다.

이어서 반대편 검이 날라왔으나, 암라드는 육중한 견갑을 앞세워 조금의 주저 없이 그대로 밀어붙였다.

날이 견갑을 파고들며 뼈까지 깊게 갈라버렸으나,

검은 두꺼운 세라밋 장갑을 가르고 암라드의 늑골까지 파내버릴 정도의 묵직함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렇게 암라드는 메트조이의 코앞까지 다가올 수 있었다. 최소한 팔 하나는 남긴 채로.


찰나의 순간, 그는 온 힘을 다해 손을 내질렀다.


그는 내지른 손의 검지는 놈의 남은 눈구멍 하나에, 엄지는 놈의 가로로 파인 입구멍에 쑤셔버리고는,

그대로 메트조이를 들어올려 던져버렸다.

물론 네크론 프레토리안의 무게는 육중했으나, 온 힘을 끌어올린 스페이스 마린이 들어올리지 못할 정도까지는 아니였고,

그 상태에서 암라드는 기합과 함께 메트조이를 생성기 저 끝으로 던져버렸다.

메트조이는 그대로 나가 떨어지며 생성기 끝까지 날아갔으나,

마지막 순간 검을 바닥에 박아넣었고

결국 강철 바닥이 크게 갈라졌기는 했지만 떨어지는 것만은 면할 수 있었다.

암라드도 알고 있었다. 이것만으로는, 어차피 심판관을 쓰러트릴 수 없었을 것이라고.

허나 암라드는 놈을 죽일 필요가 없었다.


그 모든 전투 속에서, 그것이 평범한 대결이든 혹은 전면전이든 상관없이,

서로는 서로에 대해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장점은 숫적 우위가 될 수도, 혹은 훈련의 강도와 의지의 차이가 될 수도 있었지만

모든 전투원들은 상대방에게 최소 하나씩의 '죽창'은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고로 승리의 열쇠란 그 죽창이 무엇인가를 먼저 파악하고, 그것을 이용하는 것이니,

그것이 코덱스 아스타르테스가 중요하게 여기는 핵심이였다.

거의 1만년 전부터, 프라이마크 길리먼이 스페이스 마린의 전투 교리를 창설할 그 당시부터 말이다.

암라드 또한 지금 이 순간 자신의 '책임'을 다른 그 무엇보다 최고로 두며,

은하계 속에서 인류가 생존할 권리와 챕터의 명예를 믿었으므로,

그 또한 코덱스의 이 가르침을 신봉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 싸움에서 암라드가 가진 장점들은 적을 수 밖에 없었지만,

최소한 하나만큼은 확실했다.

그것은 무구의 기술력이나 숫적 우위와 같은 것들, 하다못해 속세의 다른 지휘관들이 강조하는 여러 요소들과 같은 것들이 아니였기에,

알아채기 정말 어려울만치 작은 것이었지만 말이다.


심판관 메트조이는 승리를 위해서 단지 살아남기만 하면 그만이였다.

챕터 마스터 암라드는 달랐다. 암라드는 급속도로 약해지고 있었다.

그의 신체는 팔을 잃은 충격을 막아냈지만, 부상은 이미 그를 무너트리고 있었다.

허나 그의 두 심장은 세차게 뛰며 그를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게 붙잡고 있었고,

이미 심각한 혈액 상실을 겪었을지언정 신체는 어떻게든 반응하고 있었다.

피의 응고 또한 잘린 팔 부위에서 일어날 터였으나,

이미 바닥 위에는 피가 흥건히 터져나온 후였다.

암라드는 다음번 생성기를 향해 몸을 날렸고, 이번에는 거의 떨어질뻔했다.

허나 그는 남은 팔로 어떻게든 다시 생성기 옥상으로 기어 올라왔다.


생전, 파라지는 멜타 폭탄들을 설치하기 직전에 최후를 맞이했다.

그가 전사한 자리 옆에는 3개의 멜타 폭탄들이 모여 있었으나, 아직 와이어선이 연결되지 않은 상태였다.

암라드는 곧장 그곳으로 달려가, 3개 중 2개의 선을 열결하고, 안전 잠금용 핸들들을 모두 제거했다.

이제 어떤 충격이라도 받게 되면, 폭탄들은 즉각 폭발을 일으킬 터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남은 3번째 폭탄을 품은 채로 발전기 끝자락으로 비틀거리며 걸어간 다음,

마지막 발전기를 향해 또다시 몸을 날렸다.


그의 머리 위로는 은하계 지도가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마치 은하계의 별들이 빠른 속도로 공전하는 것처럼 보였다.

은하계의 나선 팔들이 소용돌이치며, 지도를 통해 우주의 수백만년 세월이 빠르게 재생되고 있었다.

지도 중앙의 크리스탈라인 조각은 더 검게 물들며, 이제는 흑자주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생성기 끝자락에서 마사약은 여전히 우고 있었으며, 그의 옆에는 할히가 버티고 있었다. 

마사약은 대략 6놈의 프레토리안들을 처리한 상태였으며,

채플린이 휘두르는 크로지우스 몽둥이에 맞는 족족 놈들의 해골들은 몸들에서 뜯겨나갔다.

그의 무기는 노련한 적에게 특히 유용한 무기로, 적의 막기와 패링 시도를 모두 분쇄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했다.

할히는 항상 그러했듯 그의 포스 스태프를 휘둘러 싸우고 있었는데,

그것을 마치 춤추듯이 다루며, 일반 전사는 결코 막을 수 없는 우아하고 완벽한 움직임 속에 적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그들의 기세에, 그들을 포위하려던 프레토리안들은 잠시 물러나며, 다시 그들을 덮칠 기회만을 탐색했다.


'할히!' 암라드가 음성 통신을 날렸다. '시간이 됬네. 어서 가게!'


할히가 암라드를 바라보았다. 크게 당황한 모양이였다.

ㅡ그럴만도 했다. 그의 챕터 마스터가 양 무기들을 무장해제 당하고 본인 팔도 문자 그대로 '무장해제' 당했으니까.

(disarmed가 무장 해제라는 뜻인데, 단어 직역하면 dis+arm이라 사지 없다 뜻으로 씀. 언어유희.)


'가!' 암라드가 재차 소리쳤다. '자네는 반드시 모든 일을 기억해야만 해!'


마사약이 치프 라이브러리안을 힐끗 보고선, 유쾌한 마지막 목례를 그에게 건냈다.

그 순간 할히는 전투에서 빠지며, 생성기들 위 복도길들로 올라가는 기둥들 중 하나를 잡고 오르기 시작했다.

그는 순식간에 올라가며 난간까지 잡고선 그대로 몸을 일으켜세워 복도 위에 올라왔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프레토리안들이 마사약을 향해 다시 다가오기 시작했다.

채플린은 조금의 두려움조차 없이, 다가오는 놈들 중 가장 가까운 한 마리의 다리를 몽둥이로 후려쳤고,

상체를 수비하고 있었던 놈은 이 예측못한 공격에 크게 고꾸라지며 뒤편의 어둠으로 추락했다.

그러는 사이 암라드는 테크마린 사라코스가 이쪽 생성기에 설치해둔 3개의 멜타 폭탄들의 안전 잠금들을 해제했다.

그가 다음번 발전기를 향해 몸을 옮기는 동안, 헬멧 비젼 위로 시한 시간을 알리는 문자가 출력되었다. ㅡ할히에게도 마찬가지로.

마사약 또한 암라드의 뒤를 따르려했다. 암라드는 채플린의 갑주가 온통 타고 패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심지어 크로지우스조차도 동력장을 방출하는 부위가 검게 탄 자국들로 얼룩져 있었다.

자신을 애워싸려는 프레토리안들을 피해, 마사약이 암라드 쪽으로 몸을 날렸다.


'이쪽은 준비 완료네,' 마사약이 말했다.


'할히, 자넨 빠져나갔나?' 암라드가 물었다.


그러나 그가 답변을 채 듣기도 전에, 심판관 메트조이가 그들을 덮쳤다.

그는 채플린 마사약 뒤로 불쑥 모습을 드러내고는 마치 한 쌍의 가위 다루듯 두 검을 교차시켰다.

놈의 쌍검은 순식간에 그를 베어버렸고, 마사약의 머리를 잘라버렸다.

마사약의 해골 헬멧이 허무하게 바닥에 떨어져, 생성기 끝자락까지 그대로 굴러갔다.

마사약의 남은 몸은 한 쪽으로 쓰러졌다.

암라드는 아주 단편일지언정, 마사약을 기리며 그의 생전을 떠올렸다.

그와 같이 진실된 채플린이 없었더라면, 아스트랄 나이트 챕터는 바르벤카스트에서 그대로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가 되어버렸을 것이다.

완전히 무너져서, 불명예 속에 분열되어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마사약이 그것을 막았다. 왜냐하면, 그는 아스트랄 나이트들이 진정으로 되어야할 이상 그 자체였기 때문이였으니까.


'...우리는 폭군의 손이다. 우리는 압제자들이자 파괴자들이다.

우리는 타인들에게 고통을 가하면서도, 그 고통을 절대 이해하지 못하는 도구들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개자식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약속들을 목숨처럼 여기며ㅡ'



'ㅡ한번 내뱉은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



그 순간, 심판관 메트조이는 검으로 암라드의 가슴팍을 그대로 관통해버렸다.

그의 검날은 완벽한 계산에 따라, 암라드의 2번째 심장을 관통하고 순식간에 다시 들어올려져,

이어진 두번째 일격으로 암라드의 1번째 심장까지 완전히 파괴했다.


이 네크론은 그의 적에 대해 완벽히 인지하고 있었다.

그는 스페이스 마린의 신체 모든 부분과 구석을 완벽하게 분석하여 인식하고 있었으며,

완벽한 처형인이였으므로, 항상 단 한번의 오류도 없이 적들을 완벽하게 죽여왔다.


멜타 폭탄은 잘린 팔의 접히는 부분으로 고정되어 있었고,

암라드의 남은 손은 폭탄의 손잡이 부분을 꽉 쥐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네크론은 승리를 확신했다. 적은 절대 움직일 수 없었다. 계산상 불가능한 일이였다.


허나, 자신의 두 심장이 완전히 멎어가는 그 순간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암라드는 불굴의 의지를 다하여, 마지막 순간 폭탄 손잡이를 쥔 손목을 돌렸다.


마침내, 어둠이 그를 감싸안았고,

그는 마지막으로 생각했다. '아, 이것이 바로 나의 죽음이구나.' 라고ㅡ


그것을 끝으로, 그의 세상은 불타는 빛의 수천 파편들 속에 완전히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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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Warhammer 40,000 - Codex -  Necrons[8th]


데스마크

아주 먼 고대서부터, 데스마크 분대들은 네크론 귀족들을 위한 저격수들이자 암살자들로 활약해왔습니다.

심지어 살과 피로 이루어진 존재였을 당시에도,

데스마크들은 냉혈적인 정확성과 인내로 명성이 높았지요.

이제, 피로를 모르는 강철 신체들을 얻게 된 데스마크들은 육신의 시대였을 적보다 더 무시무시한 존재들로 거듭났습니다.


데스마크들은 이모탈들이나 네크론 워리어들과 같이 툼월드 군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병종이나,

고대의 네크론 전통은 이들의 사용에 대해 엄격한 기준들을 정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암살 및 매복에 특화된 특수병들이므로,

귀족들 간의 분쟁들에 데스마크들을 투입하는 것은 고대 네크론티르의 지엄한 법률들에 의거 철저히 금지되어 있으며,

'명예로운'적들에게도 이들을 사용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실제로도 네크론 왕조들 중에서 오직 네시스트 왕조만이 이 법률을 수시로 무시하며,

자신들의 의심 많은 명성을 더욱 더 굳히고 있지요.

다행스럽게도, 대부분의 외계인 적들은 전장에서 어떤 가치를 증명하기 전까지 사실상 무가치한 존재들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또한 오직 소수의 적 사령관들만이 데스마크들을 조우하고 살아남아 이야기를 전할 수 있으므로,

아주 전통적이고 편협한 네메소르들을 제외하면 실상 이 암살자들은 적당한 외계인들 모두에게 실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할 수 있습니다.


대체로, 데스마크들은 전투가 시작되면 대부분의 네크론 병사들과 따로 움직이는데,

전투 시작과 함께 현실에서 우회하여 초차원 공간, 즉 과거와 현재 사이에 놓인 포켓 차원으로 이동한 다음 거기서 진행되는 전투를 계속 주시합니다.

이들은 여기서 수 일간을 대기하면서, 적절한 행동에 나설 순간만을 인내심있게 기다리지요.

데스마크들은 개입 순간을 아주 신중하게 선택합니다.

물론 네크론 군단 지휘관의 명에 따라 적들 앞에 소환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자신들의 판단에 따라 행동하도록 설정되어 있지요.

생체 변환조차도 데스마크의 약탈자적인 본능들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했으므로,

대부분의 네메소르들은 이들의 능력을 신임하기 때문입니다.

이 초차원 공간에서부터, 데스마크들은 적들의 행동 및 적 통신 채널들 내에 흐르는 목표물의 흔적들을 추적할 수 있으며,

심지어는 목표물이 사용한 텔레포트 광선들 및 목표물의 궤도 강하들까지 너무나도 손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적 사령관들이 신중하게 선정한 배치 지역들과 지원 병력들이 모두 노출되는 것입니다.


목표물의 추격이 완료되고 완벽한 순간이 확립되면,

데스마크들은 마침내 공간에서 나와 산등성이 혹은 폐허와 같이 목표물을 문제 없이 볼 수 있는 지점들에 조용히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 지점들에서, 데스마크들은 이들의 이름과도 같은 사냥꾼의 마킹 능력을 사용하는데,

그것은 으스스한 녹색 에너지의 후광이 목표물의 머리 주변에 어른거리게 하는 것이지요.

이 후광은 5겹 차원들을 관통하여 선명하게 빛나며,

그 거리가 얼마나 멀던 혹은 어떤 식으로 목표물이 도망치든 상관없이

데스마크들이 목표물들을 절대로 놓치지 않게 보장해줍니다.

이러한 마킹은 결코 오래 지속되지 않는데,

기껏해야 1시간 혹은 조금 더 이상 지속될 뿐이지만

1시간조차도 사냥에 돌입한 데스마크 분대에게는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긴 시간입니다.

목표물이 설령 수 초 이상을 운 좋게 살아남는다 할지라도,

결국엔 긴 총열을 자랑하는 데스마크들의 '신경 붕괴자' 저격총들에 의해 산산조각나게 될 것입니다.


데스마크들의 무기들은 정신과 육체를 동시에 파괴합니다.

이 기이한 빛을 발하는 장총들이 발사하는 에너지 펄스는 적의 살을 재로 태우는 것 뿐만 아니라,

지각 생명체들이 생각하고, 행동하고 숨쉴 수 있게 해주는 신경계 통로들을 완전히 말소해 버리지요.

또한, 그 어디에서 맞던 간에, 매 사격은 적의 뇌를 본질적으로 잘라버립니다.

신체 어느 부위가 맞았던지 상관없이,

그 해로운 방사선들은 목표물의 뇌까지 도달하여 그들의 모든 사고들을 절단하여,

지성 자체를 지워버림으로써 희생자를 회복 불능의 상태로 만들어버립니다.

그나마 이 불사의 전사들이 기계화되는 퇴행이라도 겪었다는 것이 참으로 다행인게,

그렇지 않았더라면 아마 절대로 적을 놓치는 일도 없었을 것입니다.


'일단 찍히면, 살아날 길은 없다.'

-일릭 나이트스피어, 패스파인더들 중 최고의 패스파인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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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Warhammer 40,000 - the World Engine.



캡틴 암라드

-과거-

바르벤카스트의 행성 총독 리돌마르는 직책에 따라, 예술을 사랑했다.

비록 예술에 대한 조예는 없었고, 본인조차 거기에 딱히 즐거움을 느끼지는 않았으나,

바르벤카스트 행성의 총독 관료로서 섹터의 가장 뛰어난 예술 모음집을 유지하는 일은 어쨌든 필요한 일이였다.

그리하여 그의 왕궁은 항상 그 예술로 가득했다.

정교하고 아름다운 복장의 여인이 그려진 거대한 그림 작품들이라던가,

고풍적인 갑주 슈트들이라던가 제국 영웅들의 흉상들 따위가 왕궁의 모든 벽과 구석에 전시되어 있엇다.

또한 이 장소는 바르벤카스트에서 환경 오염에 노출되지 않은 장소들도 마련되어 있었는데,

그 장소들은 행성의 아름다웠던 과거의 자연 환경의 가치를 하이브 도시들의 필요성이 마침내 넘어서기 전까지 이 행성이 얼마나 아름다웠는가를 고의적으로 상기시켜주려는 듯이 마련되어 있었다.

뿐만 아니라, 값을 메길 수 없을 정도로 진귀한 문학 작품들과 기도문들이 전시 유리 안에 보관되어 있었으며,

천장들조차도 천사들이 가득한 하늘들이 그려진 다중 색조의 프레스코들로 뒤덮혀

바르벤카스트 행성 본래의 적갈색 하늘과 대조되고 있었다.

바로 이 왕궁에서, 총독 거처 내의 청원실에서, 암라드는 챕터 마스터 데렐한을 마침내 잡았다.


데렐한이 두 손에 쥔 볼터는 여전히 매케한 매연을 발산하고 있었는데,

수 분 전에, 그는 하이브 터티우스 도시의 돌연변이들을 통제하라는 제국법을 준수하지 못했다는 죄명으로 총독 레이돌마르를 처형했다.


'캡틴 암라드, 자네의 배치 위치는 공업지구 슬럼가일텐데,' 데렐한이 이어서 말했다.


'ㅡ어째서 자리를 이탈한거지?'


'왜냐하면, 오늘 그분께 바쳐야 할 의무를 어긴 자가 저 혼자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암라드가 답했다.


델레한의 표정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그는 암라드와 그의 옆에 선 채플린 마사약을 바라보았다.

그래, 마사약의 의심이 암라드를 여기까지 끌고 왔구나.

심지어 같은 스페이스 마린들이라 할지라도 드렐한의 시선 앞에서는 위축될만했는데,

그것은 그가 옵시디아 행성의 대가문들이 배출한 자들 중에서도 가장 엄격하고 날카로운 자였기 때문이였다.

스페이스 마린이 되기 이전에도,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그를 두려워했다.

이제 그는 챕터 마스터를 상징하는 휘황찬란한 백색 갑주를 착용하고 있었고,

양 견갑에는 아우구스타르의 백색 비늘 망토를 두르고 있었으며

이마에는 명예 못들이 줄지어 박혀 있었다.

죽기 직전에, 레돌마르는 아마 죽음 자체가 그의 거처에 찾아왔노라고 생각했겠지.


'해명해라!' 데렐한이 꾸짖었다. 그의 무시무시한 목소리에, 챕터 마스터와 동행한 아스트랄 나이트 마린들이 청원실로 들어왔다.

암라드는 그들 중에서 라이브러리안 할히를 알아보았다. 암라드와 함께한 아스트랄 나이트 동기이자, 그가 친구라 여기는 자였다.

그를 보며, 이 자리에서 전투 형제들이 서로간에 총을 겨누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생각이 그의 마음 한켠에 피어올랐다.


'먼저, 이것부터 설명하셔야겠습니다,' 암라드가 말했다.

직후 그는 작은 금속제 물건을 앞의 바닥에 떨구었다.

그것은 암라드와 마린들이 공업 지구에서 벌인 대학살이 끝나고, 그 피가 채 마르기도 전에

채플린 마사약이 암라드에게 건냈던 물건이였다.

그것은 자니악 가문의 상징이였다. 옵시디아의 모든 자손들은 그것이 뭔지 알고 있었다.

자니악은 행성의 배반자로, 불가촉들이였다. 그들은 행성의 반역자들로, 큰 범죄를 저지르고 오래 전 행성에서 도망쳤다.


'이것을 공업 지구 전장의 한 시체에게서 발견했습니다,' 채플린 마사약이 말했다.


'한두개가 아니더군요.'


드렐한이 그것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는 그것을 주어서, 표면 위에 침을 뱉고는 방 구석에 던져버렸다.


'그래서 이것 때문에 날 고발하겠다?' 그가 말했다.


'나는 옵시디아의 모든 이들에게 묻었던 오점을 지워냈다.

오히려, 네놈은 날 떠받들고 내게 감사를 보내야 한단 말이다! 자니악 천민들은 죽어야 해!'


'그렇다면 어째서 저희를 여기로 데려오기 위해 거짓말을 했던 겁니까?' 암라드가 반박했다. 그리고 몇 걸음 걸어서,

데렐한 앞에 위험할 정도로 가까히 서서, 그를 노려보았다.

만약 상황이 폭력적으로 변한다고 해도, 이 개인 간격은 반드시 유지해야될 터였다.

그 누구도 오늘 밤 하이브 터티우스에서 죽을 이유는 없었다.


'당신은 숨겨진 돌연변이들이 행성에 숨어있다는 이야기를 창작한 다음, 인퀴지터가 우리들에게 명령을 내려 여길 정화하라 했다고 거짓말을 꾸몄습니다.

그 숨겨진 진의가 다른 전투 형제들이 동의할만한 정당한 것이였다면, 애초에 꾸밀 이유도 없었을 겁니다!'


'네놈이 감히 내게 반박을 해?' 데렐한이 암라드를 향해 으르렁거렸다.


'자니악 가문 놈들은 옵시디언의 각 가문 원로들을 암살하고선,

행성 적도 정글에서 마치 두들겨맞은 개들마냥 도망쳤다.

결국 놈들은 이 행성의 하이브까지 도망쳐서 마치 제국의 건실한 시민들마냥 몸을 숨겼다.

마치 자신들의 죄악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라도 한 마냥 말이다!

이게 명예가 아니면 뭐란 말이더냐, 그들을 사냥하고 처형하는 것이야말로 명예 아니더냐?'


'그것 때문에 얼마나 많은 무고한 이들이 우리들 손에 죽어야 했는지 아시는 겁니까?' 이번에는 암라드가 참지 못하고 일갈했다.

그는 분노를 끝까지 억누르기 위해 애쓰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그것은 머리끝까지 치솟아 오르고 있었다.

명령이 떨어졌던 그 날, 하이브 터티우스에서 자신과 자신의 형제들에 의해 무고하게 죽었던 남녀노소의 무고한 얼굴들이 아직도 아른거려서,

죄책감 속에 암라드는 데렐한의 얼굴을 간신히 바라볼 수 있었다.

그들은 마치 동물들처럼 학살당했다. 그날, 그의 검과 볼터에 목숨을 잃은게 한두명이 아니였다.


'수천명, 데렐한! 수만명이 그 날 죽었다!'


'애초부터 놈들은 이 행성의 사람들 사이에 몸을 숨기려 했었다,' 데렐한이 답했다.


'자니악 가문의 모든 일원들이 죽었다 어떻게 보장할 수 있겠나? 우린 놈들 모두를 죽여야 했네.'


'무엇을 위해서?' 암라드가 물었다.


'내 선조들에 대한 나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지,' 데렐한이 말했다.

그의 얼굴과 목소리는 이미 완전한 확신이 가득했다.


'나는 술키야 데렐한 반 벤 타르게리스다. 나는 내 살해당한 동포의 복수자다.'


'우린 아스트랄 나이트로 거듭나며, 이전의 우리들이였던 가문들을 완전히 떠났습니다,' 암라드가 말했다.


'그걸 믿는건가?' 데렐한이 차갑게 웃었다.


'제 가문에 대한 충성심을 버린 아스트랄 나이트는 어디에도 없다!

라히자르 가문의 아들아, 너 또한 그렇다고 말하지는 못할텐데. 거짓으로 꾸며낼 생각은 말아라!'


'나는 피라자르 암라드 반 라히자가 아니다,' 암라드가 어떻게든 목소리를 차분하게 가라앉히려 노력하며 당당하게 말했다.


'나는 아스트랄 나이트 챕터의 캡틴 암라드다. 내가 섬기는 황제 폐하의 눈에 따라, 나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리고 네놈에겐 내가 지금 고백한 이 다짐을 따라할 용기와 힘이 없었기에,

우리들로 하여금 수천명의 무고한 영혼들을 억지로 앗아가도록 역겨운 거짓말을 꾸며냈다.

네놈은 아스트랄 나이트 챕터의 색을 입을 자격조차 없어.

챕터 마스터 자리에서 물러나라.'


'그리고 날 죽일꺼냐? 라히자르의 아들이여?' 데렐한은 암라드가 그와 같은 일을 벌이지 않을거라 믿는듯이 시늉하면서,

조용히 그의 파워 소드 손잡이를 향해 손을 가까히 대었다.


'네놈은 모두를 배반했다,' 암라드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으나,

그의 근육들은 이미 전투를 예상하며 팽팽하게 당겨져 있었다.


'그러니 다른 처벌이 또 있던가. 나는 코덱스 아스타르테스의 지엄한 법률에 의거할 뿐이다.'


'나는 내 아버지들이 원하시는 명예에 따르겠으니,' 데렐한이 이어서 답했다.


'네놈이 내 머리를 원한다면, 어디 한번 가져가보거라!'


당연하게도, 드렐한의 움직임이 훨씬 빨랐다.

그는 자신의 고발자보다 수십년은 더 앞선 전투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암라드보다 더 강하고 더 능숙한 적들을 수없이 쓰려트렸다.

암라드가 할 수 있었던 것이라곤 볼터를 들어올려 드렐한이 내지르는 검의 경로에 거의 반사적으로 겨냥하는 것 뿐이였고,

검집에서 매끄럽게 흘러내린 검은 암라드의 사고보다 더 빠른 속력으로 그의 목을 노리고 있었다.

방아쇠를 당기기도 전에, 그의 볼터는 파워 블레이드에 의해 반으로 쪼개졌다.

그렇게 잘려나간 볼터의 최후가 자신의 목에 똑같이 일어날 것은 겨우 시간문제에 불과했다.

암라드는 검을 피하려다가 뒤로 기울어지며 넘어졌고, 

아마 바르벤카스트의 하이브 노동자들 중 한 명이 일생토록 일한 대가보다 더 비쌀 재목으로 만들어진 화장대와 그대로 부딛혔다.

화장대는 그의 무게 아래 산산조각났고, 암라드는 화장대 뒷벽에 부딛혔다.

그는 곧 드렐한이 다가올 것임을 예상했다.

예상대로, 그는 암라드에게 최후를 선사하기 위해 검으로 은빛 선회류를 그리며 그에게 다가왔다.


허나, 그 순간 라이브러리안 할히가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는 암라드와 그의 챕터 마스터 사이를 완벽한 움직임 속에 차단했다.


할히는 드렐한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지 않았으나, 그가 보여준 실용적이고 정확한 움직임은

그가 앞으로 나서는 순간에 이미 놀라운 예지 능력들을 통해 모든 발걸음과 반격을 계획하고 나왔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암라드는 할히의 '특수한 능력들'이 뛰어남을 알고 있었지만,

그것을 지금처럼 가까히서 직접적으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였다.

할히는 암라드를 찌르려는 데렐한의 파워 소드를 가로막으며, 동시에 팔꿈치로 챕터 마스터의 면상을 갈겼다.

뼈가 부러지고 피부가 찢겼다. 데렐한의 눈구멍 하나는 반쯤 함몰해버렸다.

할히는 포스 스테프를 휘둘러 그의 파워 소드를 강제로 끌어내렸다.

평범한 무기라면 동력 장막에 의해 산산조각났겠지만,

포스 스테프는 드렐한의 무기를 견뎌내기 충분했고

결국 드렐한은 한발자국 물러날 수 밖에 없었다.


'이제보니 내가 반역자들에 둘러싸여 있었구나!' 챕터 마스터가 분노 속에 으르렁거렸다.


'그렇다면 약자들을 숙청해야겠다! 네놈들은 전부ㅡ'


그의 마지막 말은 적남색 에너지의 섬광 속에 끊겨버렸다.

암라드는 맹맹해진 두 눈이 다시 돌아올때쯤, 채플린 마사약이 데렐한의 뒤편에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곧 데렐한의 손가락들에서 파워 소드가 떨어졌다.

카펫 위로, 파워 소드의 장막이 번지며 연기와 함께 탁탁거리는 소리가 발생했다.


마사약의 크로지우스 아카넘은 챕터 마스터 데렐한의 두개골 뒤편에 깊숙히 파묻혀 있었다.

그의 몽둥이류 무기의 끝날은 독수리의 형상을 띄고 있었는데,

독수리의 양 날개는 마치 검날과 같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날개들 중 하나는 드렐한의 머리에 제대로 꽂혀 있었다. 뇌까지 그대로 잘라버릴 정도로 깊게.

데렐한의 온전한 남은 눈이 뒤로 넘어갔고,

곧 코에서 피가 쏟아져 나왔다.

마사약은 데렐한의 허리 아래춤에 그의 다리를 올려두곤, 그것을 마치 지렛대삼아 크로지우스를 다시 머리통에서 뽀아냈다.

데렐한의 머리통이 다시 바닥에 떨어졌다.

그는 완전히 사망하였는데, 그 무게는 사실상 쓰러진 나무 수준이였다.

그제서야 암라드는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

마사약을 포함하여, 할히와 그 본인, 그리고 드렐한의 분대 내 소수만이 이 암라드의 고발 장면과 살인 장면을 목격했다.


'그게 당신이였으니 참 다행이구려,' 암라드가 말했다. '그것은 채플린의 임무에 따른 정당방위였소.'


'나와 같은 부류 입장에서 이런 일은 별로 내키는건 아니지만,' 마사약이 이어서 말했다. '때때로, 이런 개자식에겐 꼭 몽둥이가 필요한 법이지.'


'옵시디아의 대가문들에 소식이 닿는다면,' 할히가 이어서 말했다. 


'그것은 행성을 다시 분열시킬지도 모르네. 일부는 우리에게서 등을 돌리고, 일부는 우리를 지지하겠지.

행성 내전이 일어날 것이네. 그러니 오늘 이 자리에서 일어난 일을 본 것은 오직 우리들뿐이여야 하네.

우리들은 반드시 침묵을 지켜야 한다네, 형제들이여.'


'그렇다면 이렇게 하지. 이것은 레이돌마르의 작품이였다, 라고 칩세,' 마사약이 말했다.


'그는 우리들이 자신의 주거실에 올 것을 미리 예측했고, 함정들을 파두었다.

그리고 드렐한은 총독을 처형하는 도중 함정 중 하나에 걸려 사망했다고 합세.

그리고 우린 쓰러진 형제를 온 명예를 담아 요새 수도원으로 운구했다고.

최후에, 그는 전투 속에서 자신의 명예를 다하였노라 말이네.

여기 혹시 이견 있는 사람 있다면, 왠만하면 지금 말해주게나.'


허나 이견은 없었다. 총독의 주거실에는 10명 이하의 아스트랄 나이트들이 모여 있었지만,

모두 이견을 말하지는 않았다. 

그들이 입을 다문다면, 그리고 그들만이 데렐한이 저지른 챕터에 대한 배반이 사실 무엇 때문이였는가에 대해 잊지 않으며 비밀을 지킨다면,

옵시디아와 아스트랄 나이트들은 영향을 받지 않아도 될 것이였다.


'하지만 정의는 바로세워야겠네,' 암라드가 말했다.


'오는 나는 내 자신의 손으로 수많은 무고한 이들을 죽여버렸네.

우린 결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이 행성에 지워버린 것이네.

데렐한이 거짓말로 우릴 속였다고는 하나, 결국 방아쇠를 당긴 것은 우리들 본인이네.

그러니 정의를 세워야 되는 것도 바로 우리들이고.'


'우리는 그럴 것이오,' 마사약이 말했다.


'하지만 당장은 아니지. 그럴 방법을 찾아야 되겠지만, 캡틴 형제, 일단 지금은 이 행성을 떠나는게 먼저네.

새로운 챕터 마스터가 당장 임명되는게 시급하네. 아스트랄 나이트는 이후 다시 싸워나갈 것이고.'


'우리들 중 한 명이 되야될 것이네,' 할히가 말했다.


'챕터 마스터의 왕좌라면 혹시 일어나게 될 불상사들을 방지할 수 있을테니.'


'리클루지아즘이 이런 문제들에 있어서는 정통하지,' 마사약이 말했다.


'먼저, 나 같은 채플린은 챕터 마스터가 될 수 없네.

라이브러리안 챕터 마스터 또한 코덱스의 교리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하긴 좀 그렇지.

캡틴 암라드?'


한순간, 암라드는 마사약이 무엇을 묻고 싶은건지 알 수 없었다.

한 순간, 암라드는 자신의 검지를 가슴에 가리킨 다음 이렇게 되묻고 싶었다. '나를 왜?'

암라드는 데렐한의 시체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뒤통수는 완전히 헤집어져 있었고,

피와 이런저런 찌꺼기들이 그의 머리통 주변에 흩어져 있었다.

거기에는 피와 뇌수가 섞여서, 아우구스타르의 망토 뒤편에 묻어 있었다.


마침내 결정을 내린 암라드가 말했다. '나는 자격이 안 되네.'


'나는 단 한 순간도, 그런 자격을 갖추었던 적이 없었다고 생각하네.'


그러자 채플린 마사약이 말했다.


'하지만 그건 자네여야만 하네.'


'그렇다면 책임을 받아들겠네,' 암라드가 말했다. 하지만 말하는 순간에도,

그는 자신의 말의 무게가 말 그대로 그를 압눌러 짓밟는 것만 같은 기분을 받았다.

전투 형제들이 사망할 때마다, 그것은 모두 자신의 책임이 될 것이였다.

그의 중대 뿐만 아니라, 그 이상으로, 전 챕터가 그의 책임이 될 것이였다.


이제 모든 패배 또한 그가 책임질 무게가 될 것이였다.


'데렐한은 항상 자신이 챕터 마스터가 되길 원했었네,' 할히가 말했다.


'그는 그것을 위해 싸워왔지. 결국 권력욕 속에 그는 일생의 목표를 완성했네.

그러니, 아스트랄 나이트 챕터도 이젠 권력욕 없는 인물한테 좀 힘을 줄 때도 됐지.'


암라드는 다시 한번 데렐한의 시체를 내려다보고, 음성채널을 켜서 말했다.


'캡틴 암라드다. 챕터 마스터 데렐한이 사망했다. 우리들의 임무는 완수되었고, 더 이상의 손실은 불허한다.

모든 분대들은, 철수 지점들로 이동하여 철수를 준비하라.

우리들은 복귀하여, 주군의 전사를 애도할 것이다.

일단 현재는, 즉시 철수한다.'


'그를 들어올리게.' 채플린 마사약이 말했다. '마치 영웅처럼 대접해줘야겠지.'


아스트랄 나이트들이 데렐한의 시신을 천천히 들어올렸다. 암라드가 그들을 앞장섰다.

마린들은 그를 나르며 총독 거처의 기이한 장관을 지나 하이브 첨탑까지 나왔다.

밖으로 나오자, 바르벤카스트의 오염된 공기가 첨탑들 주변을 돌고 있었고,

그 아래로 끝없이 펼쳐진 하이브 전경이 보였다.

건쉽들과 장갑 수송기들이 하이브의 최상부에 착륙하여 아스트랄 나이트들을 태워 궤도의 함선들로 나를 준비가 이미 완료되어 있었다.


'이 행성을 떠나게 되어 속이 편하군,' 아스트랄 나이트들이 데렐한의 시신을 총독 거주실 근처에 위치한 착륙 지점으로 옮기는 동안 할히가 말했다. 

이제 곧 건쉽이 간단하게 착륙하여 그들을 수송해 나를 것이였다.


'너무 편하게 생각하지 말게,' 암라드가 엄숙하게 말했다.


'언젠가, 우린 이 행성에 진 빚을 갚기 위해 다시 돌아오게 될 것이니.'


​ps. 추가로 설명하자면, 아스트랄 나이트는 모성과 깊은 관계를 유지하는 챕터들 중에 하나였음.

물론 샐러맨더 챕터의 예와 같이 모성과 관계를 유지하는 스페이스 마린 챕터가 아주 없는건 아니지만,

아스트랄 나이트는 좀 더 심해서, 스페이스 마린으로 거듭나도 출신 가문 같은 것을 여전히 신경썼는데

어느날 모성에서 자니악 가문이 가문들의 공동체 원로회에 불만을 품고 원로회 일원들을 전부 죽이고 반란을 일으킴.

아스트랄 나이트 마린들이 개입해서 이들을 모두 학살하고, 남은 소수는 바르벤카스트로 도망가서 조용히 살아갔는데,

드렐한은 자신의 가문 일원들이 죽은 것에 분개해서 원수를 갚겠다고 공연히 거짓말을 쳐서 바르벤카스트의 하이브 하나를 들쑤셔버린 것.

그래서 이날 이후, 암라드는 언젠가 반드시 바르벤카스트 행성을 수호해주겠다고 선언했고,

수십년 후, 월드 엔진이 바르벤카스트 행성을 위협하게 되자 그 약속을 지키겠다고 나섬.

오직 일부만이 아는 그 약속을..



Posted by 스틸리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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