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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warhammer40k.wikia.com/wiki/Battle_of_Helsreach


출처 2 : Helsreach_-_Aaron_Dembski-Bowden


헬스리치 전투 : 황제 승천의 성당에서

스톰헤랄드를 쓰러트린 이후 '신 살해자'는 도시를 돌아다니며 보이는 족족 제국 저항군들을 제거하다가,

마침내는 황제 승천의 성당 쪽으로 걸음을 돌렸습니다.

그 거대한 우상 기계가 지닌 압도적인 화력은 제국 방어자들을 정면에서 수 분만에 제거할 정도로 강력했으며,

도시 내 그 어떤 기계와 병력들도 그 기계 괴수를 이길 수는 없었습니다.


도시 밖에서 오는 것을 제외하고서 말이죠.


도시 밖 황무지에서, 쥬리시안은 오르디나투스 아마게돈을 조종하며 도시를 향해 최고속으로 질주하고 있었습니다.


....

쥬리시안은 도시의 무너진 성벽들 사이를 지나 바깥으로 나가고 있는 기계 거신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은 총 3기로, 레기오 인비길라타의 첫 탈출자들일 터였다.

첫번째로 빠져나온 기체는 리버급 타이탄으로, 중거리형 전투 타이탄으로써 후미에서 매연이 치솟는 것으로 보아 상당한 피해를 입은 상태로 보였다.

그 옆에는 워하운드 타이탄들이 있었는데, 거친 걸음걸이 아래 거대한 상부와 측면 무기들이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그들은 곧 황무지 사막으로 벗어났다.


헬스리치 성벽 외부의 황무지들은 그냥 무덤가라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수천 수만여 오크 시체들이 흐릿한 태양빛 아래 썩어가고 있었다.

아마 전투 초반부 바라사스의 전투기 폭격 혹은 이 짐승들이 모이면 항상 일어나는 일들 중 하나ㅡ내부 부족 전쟁의 희생자들일 터였다.


쥬리시안은 따로 자신과 오베론을 숨기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아마 시도하는 것조차 무리일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 이쪽 방향으로 다가오는 타이탄들이라면 그 강력한 아스펙스 스캐너들을 통해 오베론에서 방출되는 에너지 장막을 읽을 수 있을 테니까.

애초에 그럴 생각도 없었다. 그는 기다렸다. 아니 한술 더 떠서, 모든 시스템들을 풀로 가동시키며,

인비길라타의 타이탄들을 근처로 끌어모으려고 작정했다.

그들이 걸음을 가까이하기 시작하며, 곧 지면이 마구 요동치기 시작했다.

쥬리시안이 보았던 그 온갖 잔해들과 시체들로 가득한 사막 땅이 신 기계들의 묵직한 발걸음 속에 흔들렸다.


오베론의 방어막이 올라갔더라면, 마스터 오브 더 포지는 오디나투스로 리버 타이탄의 주무기가 쏟아내는 화력에서부터 대략 수 분은 버티고도 남았을 것이다.

허나 오베론은 지금 방어막이 없었다.

그러나 방어막들은 쥬리시안이 미쳐 가동하지 못한 여러 부 시스템들 중 하나에 불과할 정도였다.

쥬리시안에게는 기계교인들만큼의 숙련도와 인력이 없었으므로 어쩔 수 없는 일이였지만.


리버 타이탄이 다가왔다. 타이탄은 침묵 속에 오베론과 오베론에 올라타 그것을 조종하는 쥬리시안을 내려보고 있었다.

이 믿을 수 없는 신성모독에 대해 프린캡스들이 어떻게 정했을지는 불보듯 뻔한 일이였다.

곱사등이 형태의 두 워하운드 타이탄은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오디나투스 주변을 사냥개마냥 돌고 있었다.

제법 즐거운 일이야, 포지마스터가 생각했다. 그들은 마치 사냥 중인 늑대들마냥 행동하고 있었다.


'거기 안녕하신가,'


'무슨 불경한 짓거리냐?' 오디나투스의 통제부 모듈에 내장된 스피커들로 타이탄 쪽의 대답이 들려왔다.


'감히 오베론의 신성한 동면을 이딴 식으로 더럽히다니?'


'나는 블랙 템플러의 쥬리시안이다. 이터널 크루세이더호의 마스터 오브 더 포지이자,

화성에서 수 년간 기계교리에 대해 훈련받은 이이다.

그리고 지금은 오르디나투스 아마게돈의 소유자이며,

이는 방어 기제들을 제압하고 기계의 영혼을 각성시켜 내 의지로 묶음으로써 이루어낸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는, 헬스리치로 돌아와 내가 가능한 어디든 도와줄 작정이다.

그러니 말하겠다. 날 따라 돕던가, 아니면 비켜라.'


대답 대신 침묵이 흘렀다. 다른 때였더라면, 그건 제법 모욕적인 일이 되었을 터였다.

하지만 쥬리시안은 아마 자신의 말이 다른 근처 프린캡스들에게 중계되고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아마 이 자리로 남은 모두를 호출하려는 것이겠지.

1.5km 전방으로, 다른 리버 타이탄이 도시 벽들의 균형을 지나 재 황무지로 넘어오고 있었다.


'너는 지금 기계신과 그 시종들을 모욕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 난 지금 위기에 처한 한 제국 도시를 구원하기 위해 무기를 휘두르려는 것일 뿐이다.

다시 말한다. 날 돕던가, 저리 비켜라.'


'오르디나투스 플랫폼을 놓고 가라, 아니면 넌 죽을 것이다.'


'어디 해봐라. 어디 한번 쏴서, 나와 함께 이 신성하기 그지 없는 유물을 그대로 부셔버려봐라.

난 네놈의 말을 들을 이유가 없다. 아무런 명령도 받지 않았기 때문이지.

그러니 최소한 말이라도 나눠보던가. 

더 가치있는 대화를 나누던가 하자. 내키지 않는다면, 난 이대로 무방비한 오베론을 끌고 도시로 진격할 것이다.

충분한 기계교 지원 없이는, 아마 확실히 파괴될테지.'


'네놈의 시체는 오르디나투스 아마게돈의 신성한 옥좌에서 끌려내질 것이다.

그리고 남은 기록들은 역사 전체에서 통째로 지워질거다.'


그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말두스였다.


'리클루시아크. 지금이 딱 그 순간인 겁니까?'


'우리는 황제 승천의 성당에서 전투 중이네. 그래, 여기까지 오는데 얼마나 걸리겠나?'


'2시간 정도?'


'무기 상태는?'


'그냥저냥입니다. 오베론의 보이드 쉴드를 가동시키지 못했고, 부무기들도 가동 못하는 상태입니다.

무반동 리프트기 또한 제한되어서 속도가 좀 제한적입니다.

저 혼자선, 대략 20분마다 한발꼴로 사격 가능합니다.

그리고 연료 셀들을 직접 수동으로 재충전해야 하고, 플라즈마 수용기의 흐름을 다시 재구축해야ㅡ'


'2시간 후에 봅세, 쥬리시안. 돈과 황제 폐하를 위하여.'


'그대 뜻대로, 리클루시아크.'


프린캡스가 급해졌는지 다급히 말하였다.


'그의 마지막 말을 한 번 생각해보게, 포지마스터.

그 무기를 가지고 들어가면 안돼! 성당 구역은 불과 재 밖에는 없네.

설령 들어간다 해도, 우리는 사방에서 포위당할걸쎄. 그냥 이대로 도시에서 나가는게 최선이야.

지금 철수 중인 우리 인비길라타에 합류하게, 합류해서 헴록에서 다른 제국 병력들을 지원하는게 더 나은 선택이야!'


'내가 이대로 등 돌리길 원하나?'


'그냥 헛되게 죽지 않기를 바랄 뿐이야. 그 무기는 제국을 위해서 중요해.'


그때 그리말두스가 끼어들었다. 그의 음성과 함께, 사이로 먼 거리에서 들려오는 총격전 소음이 들려오고 있었다.


'우린 여기서 죽을 작정이네, 쥬리시안. 

그러니 내 솔직히 말하지. 지금 자네가 어딜 가더라도, 거기에 어떠한 불명예나 치욕은 없을 것이네.'


'최우선 목표물이나 불러주시죠, 리클루시아크.'


'...성당 구역에 들어오면 안 말해도 보게 될 걸쎄, '형제'여.

그 개자식은 이른바 '신 살해자'라 불리우는 꼴통 우상이라네.'


곧 4기의 타이탄들이 그의 길을 가로막았다.

그들 중 가장 강한, 그리고 가장 마지막에 도착한 것은 한 기의 워로드 타이탄이였다.

그 갑주는 검은 색에, 전투의 상흔은 따로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숫자기호적 마킹들이 기계의 상체에 쓰여져 있었으니,

그 이름은 대략 베인-시드레였다.


'나는 인비길라타의 '현' 프린캡스 아마셋이다. 전 프린캡스인 '노파'의 부사령관이며,

그분 사후 그 직책을 이어받았지. 자, 그러면 이제 이 미친 짓에 대해서 설명해주실까?'


그는 도움이 필요한 도시를 바라보았고,

그렇기에 말을 내뱉기 전, 할 수 있는 가장 최대한으로 신중하고 공손한 방식을 동원하여 말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의 말에는 믿음이 가득하였으니, 결국 메카니쿠스 측에게 별다른 방법이 없음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였다.


그리하여 그는 다시 도시로 진입하였고, 기계신의 뜻에 따라 

타이탄들도 그와 함께하였다.


.....

전투를 치루면서도, 그리말두스는 쥬리시안에게 부디 위험을 무릅쓰지 말 것을 당부하였으니

일단 헬스리치 내로 진입하면 단 한발만을 사격하되, 그 목표물을 '신 살해자'에게로 돌리라고 요청하였습니다.

아마셋과 그의 워로드 타이탄, 그리고 두 기의 워하운드급 타이탄들은 그 신성한 기계의 호위에 최선을 다하면서

결국 다시 한번 헬스리치 내로 진입하고야 말았지요.


아마셋은 오디나투스를 보호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길은 바로 오디나투스가 오크 가간트에게 정확한 사격을 날리는 것이라 판단하였습니다.

이를 위해, 아마셋은 두 소형 타이탄들에게는 무기를 호위하라 명령하고서는,

워로드급 타이탄을 몰며 빌딩들을 훌쩍 뛰어넘는 그 거대한 몸체로 훨씬 거대한 외계인의 전쟁 기계의 시선을 끌었지요.

아마셋은 거대한 가간트의 시선을 끄는데 성공하였으나, 곧 가간트의 압도적인 화력 속에..

...


베인-시드레의 보이드 방어막들이 출렁이며 물결치며 스파크들을 쏟아냈다. 쉴새없이 고폭성 탄들이 그 위로 마구 쏟아지고 있었다.

축적 에너지가 잠시 소음을 방출하다, 이내 막강한 에너지 광선이 되어 발사되었다.

그렇게 워로드 타이탄은 헬의 고속도로를 점거한 오크 전차들을 무더기로 파괴하는데 성공하였다.


'오베론을 잘 방어해라.' 그가 말했다. '단 한 발을 날릴 수 있을 때까지 최대한 방어해라. 가간트를 무너트릴 때까지.

그 이후부터 오베론은 네 통제에서 벗어나, 헴록 강가로 향하게 될 것이다.'


'아직 아스펙스상으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군,' 그가 답했다.


'이쪽도,' 워하운드 프린캡스가 답했다.


'이쪽도.' 다른 프린캡스가 말했다.


'계속 찾아. 황제 승천의 성당에 접근하면서 찾아라.'

 

(중략)


베인-시드레, 고대 테라 신화상의 포효하는 괴수에게서 이름을 딴 타이탄은 신 살해자의 주목을 끌기 위해 해야 되는 모든 것을 다하였다.

두 팔 부위의 대포들 및 견부 장착식 부무기 포열들을 마구 쏟아내며 훨씬 거대한 그 기계 괴수의 포스 쉴드들에 무지막지한 화망을 토해내었다.

뿔나팔 사이렌들ㅡ보통은 타이탄 근방의 다른 기계교 보병들에게 경고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조차도 동원해서 놈의 시선을 끌었다.

그러한 모든 것들 덕에 거대한 기계 괴수는 막 황제 승천의 성당을 짓밟아 깔아뭉게기 직전 그 시선을 워로드에게로 돌렸다.

허나, 워로드 타이탄, 33미터에 달하는 대형 장갑 기체. 도시까지도 파괴하는 무기이자 기계신의 이미지를 본따 만든 그 기계조차도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타이탄은 수치스러운 후퇴를 개시할 수 밖에 없었다. 천천히 뒤로 물러나며 타이탄은 가진 모든 포문들을 쏟아내었고,

신 살해자를 하이브의 가장 신성한 구역 내 남은 제국의 마지막 생존자들에게서 최대한 멀리 떨어지게 만들고 있었다.


보이드 방어막들이 전부 사라질 때까지, 워로드 타이탄은 1.5km 정도를 이동할 수 있었다.

전면부에서 보이드 쉴드들이 사라지자 곧 신 살해자들의 무시무시한 대포 포문들의 직접적인 충격이 타이탄 차체 자체를 뒤흔들기 시작했다.

세라밋과 아다만티움 장갑이 얼마나 강력하던, 그러한 압도적인 화력이 베인-시드레에게 그렇게 직접적으로 쏟아진다는 건,

기껏해야 수 분만을 버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더 이상 그러한 압도적인 화력에서 버티지 못한 타이탄은, 결국 접합부 부위에서 화염을 토해내며 

끔찍한 소음과 함께 뒤로 쓰러졌다. 그 거대한 중량은 바로 뒤편의 헬의 고속도로를 지탱하는 락크리트 기둥들까지도 무너트릴 정도였다.

그렇게 베인-시드레와 주 고속도로의 상당 부분이 자갈더미가 되어 무너졌다.

신 살해자는 그 부셔진 도로의 크레이터 바로 위에 올라섰다. 마치 자신이 가장 최근에 죽인 적을 감상하듯이.


14초.


정확히 14초가 걸렸다. 워로드의 파괴된 잔해가 마침내 영면에 들고 나서 14초 후에,

한 줄기 광선이 모든 것을 관통하였으니,

그것은 가히 태양과도 같은 광도에 초융합 열기로 이루어진 에너지 플레어로써,

헬의 고속도로를 그대로 덮쳐버렸다.

그것은 마치 새롭게 태어난 별의 형태였으니,

플라즈마광의 코일들과 눈까지 멀게 만드는 코로나가 그 폭발 반경 위로 꾸물거리며 새어나왔다.

신 살해자의 방어막들은 태양의 손길 아래 완전히 녹아버렸다.

곧 장갑조차도 수초만에 녹아버렸고, 곧이어 조종사들도, 뼈대 구조물도,

그리고 아예 그 존재했던 모든 흔적들이 세상에서 완벽하게 사라져버렸다.


쥬리시안은 이를 갈았다. 신성한 의식의 축복과 정확한 방식들이 동원되지 않은 탓에,

길들여지지 않은 기계령의 분노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는 머리가 버틸 수 없을 정도로 타들어가며 느껴지는 고통을 느끼고 있으면서도,

그는 그리말두스에게 연락을 걸었다. 그리고는 온 힘을 다해, 죽기 직전 두 마디를 남겼다.

단말마의 고통과 그것을 이겨내는 의지가 담긴 두 단어. 

그의 의무를 다하였음을 말하는 단어이자, 곧 사라지기 전 마지막으로 남기는 그의 유언이자 인사로써.


'놈을 죽였습니다.'


그것이 그의 마지막 유언이였다.


.....

신 살해자는 그렇게 처단되었습니다.


허나 이것은 그저 작은 것에 불과하였지요.

일이 끝나자 타이탄들은 오르디나투스와 함께 헬스리치를 떠났고,

얼마 가지 않아 결국 무너진 벽들을 넘어 오크들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마지막 남은 성전사들과 가드맨들은 밀리고 밀린 끝에 결국 성당의 성당문들까지 오게 되었고,

소로리타스들이 그 마지막 투쟁에 힘을 보태기 시작하였으나

남은 소수의 병력들만으로는 이 성역을 지킨다는 것은 불가능하였으니,

결국 안까지 밀리며 방어자들은 마구잡이로 학살당하기 시작했습니다.

한명 한명, 가드맨들과 소로리타스들, 그리고 아스타르테스들은 오크들에게 학살당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젠트 슈라우드의 전투 갑주를 입은 어린 수녀가 눈 앞에서 오크들의 손에 의해 도살당했다.

처절하게 울부짖는 그녀를 오크들은 마치 장난감마냥 오체분시하며 사방에 던져버렸다.

아르타리온의 동력이 나간 두 검들은 이제는 사실상 곤봉에 더 가까웠지만,

아스타리온은 그것으로 어린 소녀를 죽인 살인마들의 면상과 목구멍을 찢어발겨버렸다.

허나 그 자리를 4마리의 짐승들이 다시 채웠고,

결국 그는 쓰러졌다.


'놈들을 모두 죽여라! 단 한 마리도 남기지 마라! 단 한마리의 외계인도 이 성역을 더럽히게 냅두지 말아라!'


수도원장의 우렁찬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그리말두스는 그가 어디까지 밀렸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겨우 수 시간만에 그들은 성당 내부까지 밀리고 만 것이다.

거기다 수도원장 신달의 우렁찬 포효성들은 더 안좋은 효과를 내고 말았다.

그 포효성들 덕에 이 전투와 유혈낭자의 도가니 속에, 지하에서 잠자고 있었던 민간인들이 모두 깨어나서 진실을 목도하게 된 것이다.

이제 성소 내부는 피가 번질거리는 베고, 자르고, 쏴제끼는 인간들과 오크들의 도가니탕이나 다름없었다.

우리들은 여기까지 밀려난 것이였다. 아마 이 방의 그 누구도 수 분 이상을 버티지 못하리라.

이미, 다른 이들은 이걸 직감하고 도망치려고 하고 있었다.

마지막 결의 속에 목숨을 바치는 대신 오크들을 피해 벗어나려 하고 있었다.

민병대. 민간인들. 가드맨들과 심지어는 일부 스톰 트루퍼들까지.

남은 이들 중 절반 이상이 전투에서 벗어나 도망치려 하고 있었다.


나는 오크의 멱살을 잡고는, 그대로 니킥을 꽂아버리고는 주 제단 위에 올려놓고서 나도 그 위로 올라섰다.

놈이 내 발 아래서 버둥거렸지만, 뼈가 다 부셔지고 고통 속에서 발버둥치느라 약해빠질 뿐이였다.

내 플라즈마 피스톨은 오래 전 사라진지 오래였다. 아마 이틀 전일 것이다.

하지만 플라즈마 피스톨의 사슬은 남아 있었다. 나는 그것을 오크 새끼의 멱살에 대고 감았다.

그리고는 벽화가 칠해진 성당 천장을 바라보며, 그 개자식 또한 그것을 볼 수 있을만치 목을 감은 사슬을 그대로 위로 올려버리며 있는 힘껏 소리질렀다.


'마음을 다잡아라, 형제들이여! 황제의 이름 아래 싸워라!' 


놈이 죽어가며 마구 발버둥쳤지만, 내 손상된 아머에조차 흠집 하나 내질 못했다.

내가 힘을 더 세게 가하자, 놈의 두꺼운 척추뼈가 우드득거리며 부러졌다. 그 돼지같은 두 눈이 공포 속에 커져갔다.

이건..이건 제법 웃기는 일이로군.


'나는 여기 내 무덤을 파놓았다...' 폭발성 탄 하나가 내 견갑을 날리며,

견갑에서 파편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나는 멀찍이 황제의 새 챔피언 프라이무스가 그 오크 슈타 놈을 한 손에 쥔 흑검으로 멱을 따버리는걸 볼 수 있었다.


'나는 여기 내 무덤을 마련해 두었으니, 여기서 승리하거나 아니면 그대로 죽을 것이다!!'



이제 남은 기사는 5명이였고, 그들 또한 나를 따라 소리질렀다.




'자비 없이! 연민 없이! 두려움 없이!'



성당의 벽들이 무너져내린다. 그 모습이, 마치 타이탄에게 걷어차인 듯했다.

나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한 순간이였지만, 나는 어쩌면 신 살해자가 다시 돌아온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마침내 최후를 맞이할 때까지, 형제들이여!'


'저 개놈들이 성당 자체를 무너트리려 하고 있습니다!' 프라이무스가 소리질렀다. 그의 목소리에서 무언가 잘못된 것이 느껴졌다.

나는 그제서야 그 어린 형제가 한 팔을 잃었고, 다리에는 3 군데나 뚫린 상처가 있었음을 깨달을 수 있엇다.


그럼에도, 그는 단 한 순간도 고통 속에 신음하지 않았던 것이다.


'네로!' 그가 소리질렀다. '네로바르!'


짐승들은 미개하였으나, 그렇다고 지성과 교활함이 전혀 없는건 아니였다.

네로의 하얀 마킹들은 그가 아포테카리임을 말해주고 있었고,

놈들도 그가 중요한 인물이라는걸 잘 알고 있었다.

프라이무스가 그의 모습을 먼저 발견했지만, 20여미터는 멀리 떨어진 곳에 있었다.

그의 눈 앞에서, 외계인의 창 하나가 그의 복부를 관통했다.

그러자 곧이어 수 마리의 외계인 짐승들이 달려들어 연이어 창을 뚫고는 그대로 그를 지면에서 들어올렸다.

학살의 현장 위에서, 그를 마치 군기처럼 들어올렸다.


허나 그렇게 죽어가면서도, 네로바르는 내가 이때껏 봐온 그 어떤 전사들조차도 해내지 못했던

그런 위대한 죽음을 만들어내었다.

내가 그를 구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길을 뚫으며 오크들을 향해 달려드는 와중에서조차,

그는 두 손으로 창을 쥐어들고선, 창을 더 깊게 몸에 박아넣음으로써

아래의 오크들을 위에서 덮쳤다.

그에겐 볼터 한정도, 체인소드 한 자루도 없었다.

대신하여 그는 칼집에서 글라디우스 단검을 꺼내들고선, 가히 성전사다운 최후의 기개 속에 창을 쥐고 있었던 오크 새끼에게 복수를 베풀었다.

그는 놈을 절대로 놓치지 않기 위해 최대한 가까히 다가갔고, 검을 내리찍는데 있어 실수는 없었다.

외계인 놈은 턱주가리까지 관통되며,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이하였다.

검의 날에 의해 목구멍과, 혓바닥과 두 폐들까지 그대로 갈리면서 놈은 죽어버렸다.

놈이 더 이상 창을 잡지 못하게 되자, 창은 그대로 쓰러졌고

네로는 수많은 오크들 사이로 떨어졌다.


그리고 난 다신 그를 볼 수 없었다.


프라이무스 형제는, 한 손만으로 검을 휘두르며 비틀거리면서도, 길을 뚫고 내게로 다가오는데 성공했다.

그의 헬멧으로 폭발성 탄이 터져나가며, 그가 잠시 주춤거렸다.


'그리말두스,' 무릎을 꿇기 직전 그가 말했다. '형제여...'


화염이 측면에서 쏟아지며 그를 덮쳤다. 그 역겨운 화학성 화염은 그의 갑주를 뒤덮었고,

부드러운 조인트 부분들과 아래 살들을 녹여갔다.

화염 방사기로 무장한 그 오크 놈은 그것을 이리저리 돌리며 가지고 놀면서,

프라이무스를 부식성 화염 속에 담가버렸다.


내가 그의 복수를 위해 고통 속에 다가가는 와중에,

아르테리온의 부러진 검이 뒤에서부터 놈의 가슴팍을 뚫고 앞으로 튀어나왔다.

그는 죽어가는 오크 놈을 부러진 체인소드로 도축해버렸다.

그렇게 복수가 끝나자, 나의 자랑스러운 군기병은 이 더러운 도축장에서조차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우아한 방식으로 등을 돌렸고,

나 또한 마지막을 위해 그와 등을 맞대었다.


'잘 가시길 빌겠습니다, 형제님.' 그가 경쾌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나 또한 따라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이제 천장 블록들이 무너져내리며, 아래를 깔아뭉게고 있었다.

한 사람당 대략 5명 꼴로 목숨을 바치고 있는, 이 자리에 우리들과 함께하고 있는 오크 놈들은

바깥에서 제 동족 놈들이 이 성당을 통째로 무너트리려 하고 있다는 것에 별 신경을 쓰고 있지 않은 모양이였다.

제단에서 멀지 않은 곳에, 나는 익숙한 한 스톰 트루퍼와 항구노동자 대표를 볼 수 있었다.

전자는 아직 버티고 있었고, 후자는 죽어가고 있었다.

복부가 관통당한 마게르누스는 안드레즈의 무릎 위와 아래 바닥에 내장을 쏟아가며,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해하기 위해 어떻게든 정신을 붙잡으면서 그 최후의 순간까지도 어떻게든 무언가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었고

안드레즈는 그런 그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아르테리온,' 난 그를 불렀다. 마지막 인사에 대답하기 위해서. 하지만 대답은 없었다.

내 등 뒤에 기댄 이는 내 형제가 아니였다.

나는 등을 돌렸고, 내 앞에 펼쳐진 광기에 분노 속에 웃었다.

아르테리온은 발치에서 죽어 있었다.

머리가 날아가, 모욕된채로. 


적들이 마침내 내 무릎을 꿇렸지만, 이조차도 기껏해야 썩은 유머에 불과했다.

멍청한 놈들이다. 제 놈들도 나와 마찬가지로 파멸이 확정인 것을.


성당이 마침내 붕괴할 때까지도, 나는 소리내어 껄껄 웃었다.



Posted by 스틸리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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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warhammer40k.wikia.com/wiki/Battle_of_Helsreach


출처 2 : Helsreach_-_Aaron_Dembski-Bowden




헬스리치 전투 : 황제 승천의 성당에서

헬스리치의 다른 방어 병력들이 최후를 직감하며, 민간인들과 함께 각자 자신들만의 최후의 결사 항전 장소들을 고르는 동안

블랙 템플러 헬스리치 성전단의 마지막 성전사들, 총합 30명하고도 5명의 아스타르테스 기사들은

다른 방어자들에게 최후의 용기를 불어넣어줄 위대한 전설을 위해

헬스리치의 이끌레시아키 소속구에 위치한 황제 승천의 성당을 자신들의 무덤으로 정했습니다.

이 성당은 상당히 뜻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었는데,

먼 옛날, 헬스리치에 첫 발을 디딘 제국의 첫 개척자들이 세운 최초의 제국교 숭배지가 바로 이 성당이였기 때문이였습니다.

따라서, 그 첫 식민세대가 사용했던 선언서 등 고귀한 유물들이 가득하였으므로,

스페이스 마린들은 이 성당을 최후의 전설을 세울 장소로 고른 것이였죠.

성당에는 본디 이 성당을 관리하고 수호하는 임무를 담당하던 아젠트 슈라우드 오더 소속의 전투 수녀들을 비롯하여,

밀리고 밀려 결국 여기까지 오게 된 스틸 리젼 연대의 패잔 부대들이 이미 주둔하고 있었는데,

스페이스 마린들은 이들과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덧붙여, 성당의 단거리성 음성 시스템들을 동원하여 그리말두스는 헬스리치의 병력들 중 길 잃은 자 모두 이 황제 승천의 성당으로 집결하라는 메세지를 송출하였지요.

그리고 그 메세지에 따라, 도시에 흩어졌던 여러 병력들ㅡ심지어는 하이브 갱들과 갈 길 없는 민간인들까지 모여들었습니다.



허나 그들의 수는 턱없이 적고 오합지졸들에 불과했습니다.



....

리클루시아크는 성당 지하로를 홀로 걷고 있엇다.

성당 내 모든 방어 장소들과 지형을 파악하기 위해 걸으면서,

그는 다른 피난민들이 이러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있기를 기원했다.

한 때 웅장하고 엄숙했을 이 지하 공간은,

이제 검은 석관들만이 불규칙적으로 놓인 공가에 불과했다.


기사의 눈에, 여기는 사실상 피난소나 다름없었다.

수많은 인간들로 빽빽히 들어차 있었는데,

전쟁통에 시달린 덕에 하나같이 비루하고 더러운 차림새에 겁에 질린채로 가족들 단위로 모여 있었다.

누군가는 피로 속에 골아떨어져 있었고, 누군가는 조용히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으며,

울먹이는 아낙네들은 우는 아이들을 달래고 있었다.

누군가는 너절한 재산들을 더러운 바구니들에 나누고 있었는데,

아마 이 행성에서 그들이 지닌 전부일 것일 터였다. 그것이 제 집에서 도망치기 전에 마지막으로 챙겨온 가산일 것이였다.

말 없이, 그는 그들 사이를 걸었다.

이제 피난민들은 전부 그가 걷는 길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들 전부는 처음으로 아스타르테스 전사를 본 모양인지, 공공연하게 경이를 표하고 있었다.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이들은 다시 부모들에게 속삭였고.


'안녕하세요오,' 그가 막 대리석 계단들을 오르려는 와중에, 어린 목소리가 뒤편에서 들려왔다. 리클루시아크가 등을 돌렸다.

어린 여자아이가 계단가 아래에 서서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 아이는 분명히 제 부모 혹은 다른 큰 형제들 것이 분명할, 너무 큰 셔츠를 걸치고 있었다.

그 아이의 헝클어진 금발은 너무나도 더러워, 마치 자연스러운 곱슬같이 보일 정도였다.


그리말두스가 천천히 내려왔다. 겁에 질려 제 아이를 부르는 부모들은 무시하며,

그 아이를 불렀다. 그 아이는 기껏해야 7살에서 8살로 보였다.


'환영한다,' 그가 그 아이를 불렀다. 음성망을 통해 들리는 거친 음성에 사람들이 잠깐 주춤했고,

근처의 일부는 숨을 들이켰다.

작은 아이가 눈을 깜빡였다.


'아빠가 그러는데, 아저씨가 영웅이래요. 정말 영웅이세요?'


그리말두스의 시선이 사람들에게로 향했다. 모니터 화면 속 커서들이 얼굴들 사이로 이리저리 움직이며,

그녀의 부모를 탐색했다.

200년간의 전쟁 바닥을 굴렀음에도, 그는 이 질문에 제대로 준비할 수 있었던 적이 없었다.

모인 사람들은 여전히 침묵 속에 그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 밖에는 수많은 영웅들이 모여 있단다,' 채플린이 말했다.


'아저씨 목소리가 엄청 커요,' 아이가 불평했다.


'왜냐면 난 소리지르는데 익숙하거든,' 기사가 음성 볼륨을 낮추었다.


'그래 꼬마야, 더 바라는게 있니?'


'우릴 지켜주실꺼에요?'


그는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가능한 한 가장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그들을 위로했다.


.......

얼마 지나지 않아, 오크 야만인들이 모습을 드러내며 성당을 향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마구잡이로 침투하는 대신, 대성당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차단벽들과 광대한 공동 묘지들을 주로 해서 성당을 포위하였는데,

이는 손쉬운 침투로를 찾기 위한 이유에서였으나 그들이 찾은 것이라곤 사방에 배치되어 있는 제국 방어자들의 날선 저항 뿐이였습니다.

그렇게 한달이라는 시간 동안, 가드맨들은 끝없이 밀려오는 오크 무리들 앞에 라스건 광선들을 쏟아내며 끈질기게 저항했고

아스타르테스들은 볼터건으로, 볼트탄들이 다 떨어졌다면 무자비한 육탄전으로 그들을 맞이하였습니다.

허나 그러한 영웅적인 저항에도 불구하고, 이미 인간 방어자들이 그들과 같이 숫적으로 압도적인 우월세를 자랑하는 그린스킨들에게서 승리를 거둘 가능성은 전혀 없었으니,

실제로 한달여라는 시간이 지나자 이제는 수 분 꼴로 방어자들은 후퇴를 맞이하여야만 했으며

그만큼 오크들은 성당을 향해 더 가까히 접근하고 있었습니다.

소로리타스들은 무덤가와 성벽들에서 벌어지는 전투들에는 일단 직접적으로 참여하지는 않았는데,

이는 본디 이들의 임무가 대성당을 수호하는 것으로,

성당 문에 다다를 즈음에야 참전할 생각이였기 때문이였습니다.


오크들과의 전투 도중, 블랙 템플러 측의 엠퍼러스 챔피언이 전사하는 일이 발생하였는데,

그의 신성한 무구와 갑주가 오크들의 손에 넘어가고야 말았습니다.

허나 그러한 일은 성전사들에게는 절대 있어서는 안될 신성 모독이였으므로,

이들은 그 성유물을 회수하기 위해 가히 열광적으로 전투를 수행하였으니

결국 이를 되찾았으며,

그리하여 그리말두스는 성기사들 중 한 명을 새로운 챔피언으로 임명하는 식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

대령 라이켄은 그의 오토피스톨 방아쇠를 당기고,

잠시 숨을 참고는 다시 겨누었다가 당기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 무기는 퍽 탄탄한 형태이지만, 언더하이브 갱 전투가 아니라면 쓸 일이 없었던 무기였다.

그는 이름 모를 한 성자의 흑석 성소 안에 몸을 웅크리면서 방아쇠를 계속 당겼는데,

그럴 때마다 다 소모된 뜨거운 탄피가 튀어나오며 공동묘지 바닥 근처에 떨어졌다.


'후퇴하셔야 합니다!' 그의 병사들 중 한 명이 소리질렀다. 외계의 짐승들은 마치 멸망의 그 날에 온다던 거대한 해일마냥 공동묘지 전체를 뒤덮고 있었다.

절대로 부실 수 없는, 야만과 소음의 물결들.


'아직은 아냐...'


'지금 당장요, 당장 가라고요, 제발!' 티로가 달려와 그의 어깨를 붙잡고는 그대로 밀쳤다.

덕분에 조준이 흐트러졌지만, 어차피 바다에 침 뱉기에 불과했었다.

그는 우는 석상에서 빠져나왔는데,

그 직후 바로 완전 자동화된 적 기관총 점사에 의해 그것이 산산조각났다.


'그들이 온답니까?' 


'누구?'


'빌어먹을 성전사님들요!'


그들은 오지 않았다.

결국 후퇴하는 인간 생존자들에게, 블랙 템플러들은 마치 모든 인지와, 이성을 잃고 그냥 마구잡이로 미친듯이 돌진하는 것 같이 보였다.

자신들이 죽어가며 후퇴하는 동안.


하지만 그 누구도 그 정확한 이유는 알지 못했다.

음성으로 누구도 답해 주지도 않았고.


...


바야드가 전사했다.


프라이무스가 그 위대한 챔피언의 죽음을 눈 앞에서 목격했다.

그의 뛰어난 검술들조차도 심장이 단 한번 뛸 순간에 모두 무로 돌아갔다.

그는 마치 중세 행성의 한 촌구석 산지에서 벌목하는 천민이 휘두를법한 무식한 방식에 의해 전사해버렸다.

그가 이때껏 보여준 그 모든 신의 경지에 달하는 검술이,

치명적인 에너지가 흐르는, 허접한 칼날 달린 곤봉에 의해 끝나버린 것이다.

'네로바르!' 프라이무스가 그의 이름을 부르짖었다. '네로바르!'


다른 성전사들도 그의 이름을 부르짖었다. 아포테카리가 챕터의 영웅의 진 시드를 추출하게끔 해주기 위하여.


오크의 도끼는 그대로 뽑혀져 바닥에 던져졌고,

엠퍼러스 챔피언의 시신은 더 이상 어정쩡하게 설 필요 없이 지면에 곱게 눕혀졌다.


'네로바르!' 프라이무스가 다시 울부짖었다.


영웅의 순교 장소에는, 바스틸란이 가장 먼저 도착했다.

서전트의 헬멧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는데,

그의 얼굴은 오직 하얀 두 눈들을 제외하면 온통 피로 뒤덮혀 있어서 더 이상 사람인지조차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두 뺨에는 살점들이 너덜너덜하게 걸려있어서, 그 안에 뼈가 휜히 드러날 정도였다. 그가 말했다.


'흑검이 없다!'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 프라이무스의 두 심장들이 세차게 요동쳤다.

바야드의 시신을 수거하는 순간, 그가 그 성유물을 함께 가지고 올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였다.

이어서 무언가 말하려던 바스틸란이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너덜너덜한 얼굴은 핏빛 운무 속에 아예 사라졌다.

그 순간에는, 이미 프라이무스는 파워 소드를 찔러넣어,

서젼트의 뒤에 숨어서 몰래 총질을 가한 오크놈의 가슴팍에 그것을 쑤셔넣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머리가 날아간 바스틸란의 주검은 바닥 위에 그대로 무너지며 돌과 부딛히는 묵직한 소리가 튀어나왔다.


'네로바르 형제!!'


바스틸란의 마지막 유언과 함께, 성전사들 사이로 무언가 다른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이제 12명이 남았다. 그리고 그 중 7명만이 이제 나설 것이였다.

남은 기사들은 한데 뭉쳤다.

전진하는 그들의 검들은 모든 것을 베고 가르며 적들을 마구 도륙한다.

그것은 단지 적들을 죽이기 위해서만이 아닌, 바로 옆의 다른 형제들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그것은 수십년간 함께해온 전투를 통해 빚어진 본능적 야성이였다.

그 열기는 지금 검을 수거하기 위해 달려나간 7명의 기사들에게로 번져갔다.


'검을 회수한다!' 그리말두스가 울부짖었다. 의무에 따라, 그는 다른 이들을 앞장서고 있었다.

그의 크로지우스가 무자비한 분노를 선사하며, 프라이무스를 지나 말 그대로 피의 길을 뚫어내고 있었다.


'흑검을 회수하라!'



...


우린 그것을 두고 떠날 수 없었다.

그 성유물은 우리들 중 단 한 명이라도 살아있는 한, 그대로 전장에 버려져서는 아니될 물건이였다.

음성망을 통해, 인간들이 처절한 광기 속에 우리들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자신들과 함께 후퇴하자고 빌고 있다. 

나도 안다. 그들의 눈에, 우리들의 행동은 그저 미친 짓으로 보이리라.

하지만 우리들에게도 선택의 여지는 없음이랴, 가장 신성한 전통을 위반할 수는 없기 때문이였다.

흑검이란 최소 단 한 명의 성전사도 남지 않는 한, 언제까지고 성전사의 검은 장갑 위에 올려져 있어야만 했다.

내겐 한 순간이 있었다. 아주 찰나의 순간.

바야드의 시신에 이어, 곱게 눕혀진 바스틸란의 시신을 보았을 때, 그 비통함을 만끽할 소중한 한 순간이.

챕터를 섬겨온 가장 뛰어난 소드 브리튼 중 두 명이, 그렇게 오늘 영광 속에 전사하였다.

내 눈 앞에 더 많은 외계인들이 쏟아지며 내 시야를 가린다.

더 많은 외계인 개자식들이 쓰러지며, 나와 프라이무스는 더욱 더 가까워졌다.

우리 둘 사이에는 유혈낭자하고도, 차분한 침묵의 감각만이 흐르고 있었다.

전투는 계속해서 이어졌고, 오크들이 휘두르는 무기들이 우리의 갑주를 덮쳤다.

허나 나는 그와 그 혼자만을 위해 짧은 말을 남길 뿐이였다.


'프라이무스.'


'예, 리클루시아크.'


내 몽둥이가 두 마리의 짐승들을 날려버린다. 그리고 단 1초도 안되는 찰나의 순간이지만,

우리들을 막아세우는 외계인들이 잠깐이나마 걷어졌다.

우리 둘은 그 찰나의 순간을 낚아챘고,

다시 다른 적들과 다시 싸우기 전 식을 거행할 수 있었다.


'이제 넌 헬스리치 성전단의 마지막 엠퍼러스 챔피언이다,'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그러니 네 검을 들어올려라.'



....

'성당 외부로 남은 기갑 병력들이 있으면, 제발 응답 바란다..

성당 성벽 남쪽에서 신 살해자가 진격하고 있는 것이 포착되었다.

외부에 있는 기갑 병력들이 있으면, 막아라, 막아...'


부셔진 스테인드 글라스 창문들 중 하나에 자리잡아서,

라이켄 대령은 저 멀리서 가간트의 몸뚱아리가 부셔진 공동묘지 성벽을 넘어 걸어오는 것을 절망 속에 지켜보고 있었다.

그래서 한 순간 들려온 음성을 제대로 알아듣고 답하지 못했다.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그것은 씁쓸한데다가 왠지 비통어린 목소리였지만, 라이켄을 미소짓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교전한다.'


'이봐? 소속이 어딘가?'


'나는 워로드 타이탄 베인-시드헤의 프린캡스, 아마삿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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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warhammer40k.wikia.com/wiki/Battle_of_Helsreach


출처 2 : Helsreach_-_Aaron_Dembski-Bowden




헬스리치 전투 : 타이탄


-헬스리치에서 북쪽, 황무지 어딘가에서-


그 거대한 오크의 우상은 아래 숭배자들의 광기 속에서도 침묵만을 지키고 있었다.

우상의 피부와 뼈는 부셔지고 파괴된 함선들로 만들어졌으니,

그 육신을 이루는 기둥과 기어, 철탑과 대들보들과 장갑판들이 모두 그 버려지고 훔쳐진 것에서 잉태된 것이였다.

비록 그 거신은 살아있는 것이 아닐지언정,

살아있는 생명체들이 스스로 피이자 장기들이 되어 움직이고 있었으니

그것들은 기계 우상신의 표면을 오르고 내려가면서,

직접 장갑 안에 몸을 던져넣거나, 강쳘 뼈대들에 메달리며 스스로 혈관을 타고 내리는 혈액 세포들과 같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 거신병을 만드는 데에는 한달간 총 2천여마리의 오크들이 필요했다.

그리고 3일 전 마침내 그것이 하이브 스티기아의 성벽 너머 황무지에서 탄생하였을 때,

그 누구도 들은 바 없었던 거대한 포효성이 대지를 뒤흔들었다.


그리고 탄생 단 1시간만에, 그 거신은 행성 표면에서 그 도시 하나를 완전히 지워버렸다.

스티기아는 공업 도시로, 스틸리젼 및 자체 민병대로 아스타르테스 및 기계교 지원 없이 그 순간까지 버텨오고 있었으나,

거신이 마침내 각성한 순간 마지막 남은 방어 저항은 완전히 전멸하였으며,

도시는 도합 5시간에 30분만을 버틸 수 있었다.


이제 그 기계가 다시 침묵에 잠겼다.

그리고 나태한 움직임 속에, 남쪽으로의 여행을 준비 중이였다.

그것의 얼굴은 돼지와 같고 눈은 완전한 원을 그리고 있었으며,

하나 하나가 거대한 송곳니들과 마치 피와 같은 적색의 강철 상아들이 그 얼굴을 장식하고 있었는데,

눈을 이루는 금간 유리창들 안쪽으로는 굽은 유인원과 같은 오크 조종수들이 특유의 어정쩡한 걸음으로 바쁘게 움직이며,

제국 타이탄 조종사들을 야만스럽고 원시적인 방법으로 흉내내고 있었다.


그 거신병의 이름은, 그 추잡한 돼지와 같은 배불뚝이 몸뚱아리에 조잡한 오크식 알파벳으로 크게 도색되어 있었다.

'신 살해자'라고.


대지가 뒤흔들리는 묵직한 충격과 함께, 신 살해자가 이제 남쪽으로 내려간다. 해안가로 걷기 시작한다.


헬스리치를 향해.


......






항구 전투가 거진 끝나갈 무렵, 헬스리치 하이브에 주둔 중인 레기오 인비길라타의 타이탄 전투병단은 스틸 리젼 병력들과 함께 황폐화된 '로스토릭 제련소' 구역에서 오크들과 전투를 벌이고 있엇습니다.

타이탄들은 이 구역에서 나흘간의 전투를 수행하였는데,

그 전투를 비롯하여 총 7기의 전쟁 기계들의 손실을 겪은 후였지요.

더욱이 남은 타이탄 조종사들과 신 기계들 자체도 끝없이 이어진 전투에 상당히 소모된 터라,

재무장 및 정비가 필요한 상태였으니,

그런 상태에서조차 계속 전투를 무리하게 수행한 터라 이미 성능 면에서 많이 저하된 바였으며

특히 프린캡스의 상태가 영 거시기한 임페라토르급 타이탄 스톰헤랄드의 경우 상당한 불안정 상태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결국 타이탄들은 거대 수송선들을 동원하여 잠시 도시를 벗어나 재정비할 방법을 강구하려 하였는데,

그러는 와중에 프린캡스 메이져리스 만션은 도시를 뒤덮은 화염조차도 가리지 못할 정도로 강력한 열 신호가 외부에서 감지되고 있다는 것을 식별하였으니,

이에 따라 두 기의 워하운드급 타이탄들을 정찰 용도로 파견하였습니다.

이 두 기계들의 프린캡스들이 목표로 접근하는 와중,

한 대가 갑작스러운 폭발과 함께 소멸되었으니 그 기습적인 죽음의 원인조차 처음에는 알 수 없었으며,

그 다음에 연이어 두번째 워하운드가 소멸되고 나서야 그 이유가 마침내 확인되었으니,

그것은 '신 살해자'라 알려진 초거대한 크기의 메가 가간트로,

심지어 그 크기만으로 임페라토르급 타이탄인 스톰헤랄드를 위축시킬 정도로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하는 오크의 기계신 괴수이였습니다.


본디 이 신 살해자라는 기계는 아마게돈의 표면에서 직접 건조되었는데,

헬스리치 북단에 소형 공업 하이브인 스티기아 근처가 그 출산지로,

침략 초기 스티기아에는 오직 소규모 스틸 리젼 방어병력과 민방위 부대들만이 주둔 중이였으며

기계교 혹은 아스타르테스 지원 병력은 전무한 상태였습니다.

허나 이에 불구하고, 스티기아는 오크의 포위 공격 속에서도 꼬박 1달을 버텨내었는데,

신 살해자의 건조가 마침내 완료되어, 이 거대한 기계 괴수가 방어자들을 덮친 그 순간

스티기아는 멸망의 날을 맞이하였습니다.

그 탄생과 함께 단 5시간하고도 30분만에 오크들의 전면 포위 속에서도 한달을 버텨온 도시와 그 방어병력들을 완전히 재로 만들어버린 이 기계 괴수는,

곧 그 무시무시한 걸음을 근방에서 가장 단단한 방어 중심지, 즉 헬스리치 쪽으로 돌려 마침내 이렇게 도착한 것이였지요.


스톰헤랄드는 곧 이 거대한 기계 괴수를 맞이하게 되었으니,

가간트의 조종사 오크들 또한 다른 무엇도 아니라 자신들 앞에 놓인 이 가장 거대한 적수를 상대하고픈 욕망 뿐에 없었습니다.

놈은 단 한발의 공격으로 스톰헤랄드의 호위를 담당하는 다른 타이탄들을 너무나도 간단히 격파하였으며,

곧 약화된 임페라토르 타이탄을 무시무시한 기세로 덮치며

빌딩 수 개를 합친 크기의 거대한 근접 무기들을 스톰헤랄드의 선체를 향해 들이밀었습니다.

타이탄 자체가 가한 정신적 피해와 정신체강적 고통 및 부상들에서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못했는고로,

만숀은 사실상 이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는 상태였기에

전쟁 기계는 부득이하게 그녀의 두 모데라티들, 론과 발리안 카소미르가 대리로 조종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들은 이 거대한 흉괴를 처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단 한 발의 정확한 플라즈마 에니힐레이터 대포 사격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허나 마지막 순간 두 명의 조종사들은 서로 의견이 갈리게 되었으니,

가간트의 근접 무기들이 타이탄의 차체를 가르기 직전의 순간,

카소미르는 타이탄의 기계공들이 기계의 안정화 장치들을 온라인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모데라투스 론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플라즈마 에니힐레이터를 점화하였습니다.

덕분에 일어난 막대한 반동에 의해, 총열은 처음 조준했던 방향에서 엇나가 버렸고,

눈부신 방출 에너지는 그대로 멀리 사라지며 외계의 거신병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것으로 스톰헤랄드의 운명은 정해졌지요.


타이탄은 무너졌습니다.


다른 모든 타이탄 조종사들 중에서 오직 프린캡스 만션만이 레기오 인비길라타 전투병단이 헬스리치 방어에 참전해야 한다 주장하고 있었으므로,

그녀가 타이탄과 함께 쓰러지자 새롭게 등극한 사령관인 프린캡스 아마삿은 즉시 남은 신 기계들을 이끌고 도시를 떠나,

헴록 강변에서 전투 중인 본대를 향해 철수하였습니다.


이제 도시를 지킬 수 있는 것은 임페리얼 가드들과 민병대들,

그리고 겨우 35명 남짓한 성전사들 뿐이였습니다.


.....


'그럴 수는 없는 일이였단 말입니다.' 기도실을 걸어다니며 프라이무스 형제가 입을 열었다.


'그들은 방어하려고 여기 왔었습니다, 순전히 그런 목적으로요. 그들은 순전히 속세적인 이유에만 헌신하고 있었던 겁니다.'


한편 바스틸란은 그의 전투용 단검을 손질하고 있었다. 글라디우스 검의 양 날을 숫돌에 날카롭게 갈고 있었는데,

그러는 동안에도 프라이무스의 군홧발 소리가 작은 기도실을 채우고 있었고,

그 사이로 스윽, 스윽하고 칼 갈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건 잘못된 겁니다.' 


'그, 그렇다고 그게 그 친구들이 잘못됬다 그러는거 아닙니다.

하지만 민간인들 보호하겠다고 드랍 포드를 감행해요? 그건 웃기는 소리란 겁니다.'


ㅡ스윽, 스윽


'아니 별 말 없으십니까 선임 형제님?'


'뭐라 할 말이 있겠나,' ㅡ스윽, 스윽


'아 진짜 이렇게 나가실 껍니까? 바스틸란, 제발요. 형제님도 제가 맞다는걸 잘 알잖습니까?'


'내가 아는 거라곤 곧 꺼질지도 모르는 바닥을 자네가 자꾸 쿵쾅거리며 걷고 있다는 것 뿐이네.

우리의 형제 챕터의 명예를 더럽히지 말게. 샐러맨더는 전 주간 그들이 흘릴 수 있는 최대한의 피를 흘려주었어.'


'아니 요점이 그게 아니잖습니까.'


ㅡ스윽, 스윽. '그게 자네와 내가 불일치하는 부분이라네, 형제여.

그래서 자네가 배워야 될게 많다는거야. 자네는 아직 어려. 그리고 앞으로 더 배우게 될꺼야.'


'아 진짜 꼰대처럼 굴지 마시죠, 늙은 형제님. 제가 뭘 말하고 싶은건지 잘 알잖습니까.

아니 세월이 갈수록 자꾸 말수만 줄어드시고 뭔 한번을 제대로 소리내실 생각을 안하시는겁니까 진짜.'


'나 그렇게 안 늙었네,' 바스틸란이 웃었다. 참 시끄러운 소년이야.

하지만 그런 그조차도 잘못된 혈기로 바스틸란의 미소를 싹 가시게 만들 수 있었다.


'비웃지 마시죠.'


'그렇다면 어디 한번 못 비웃게 만들어보게. 두 챕터가 같은 목표를 두고 싸웠었나?

아니면 두 챕터가 같은 교리와 규율 속에 싸웠었나?

우리와 그들은 서로 다른 행성들에서 태어나 서로 다른 스승들 밑에서 훈련 받았네.

그 차이들을 인정하고 동맹으로써 서로 같은 자리에 설 줄 알아야지.'


'아니 그래도 그들은 틀렸단 말입니다..' 프라이무스가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선임을 바라보았다.

어찌 이리도 둔하실 수 있는거지?


'그들은 그냥 원한다면 도시 어디든 착륙 가능했어요. 그리고 외계인 사령관들 중 한 놈을 잡아 죽여버릴 수 있었단 말입니다.

대신, 그들은 저희가 위치한 항구들에 떨어져서는 인간들을 보호하는데 더 집중했어요.'


'왜냐면 그럴려고 온 것이잖나..그들이 지닌 연민을 전술적 멍청함과 혼동하지 말게.'


'그게 바로 제 말이라니까요.' 답답함에 프라이무스는 칼을 빼들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물론 가를 것이라곤 공기 뿐이니 그러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그냥 칼을 뽑아 휘두르고 싶을 지경이였다.


'그들은 사람들을 보호하고, 방어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아스타르테스 아닙니까?

그건 임페리얼 가드의 일이죠. 우리는 목구녕을 쑤셔버리는 창날입니다. 그냥 두들겨 처맞는 모루가 아니라고요.

우리는 위대한 성전의 후예입니다, 바스틸란 형제님. 1만년간, 우리와 그리고 우리들만이 황제의 행성들을 복종시키는 성전을 계속 이어나갔어요.

우리는 제국 그 자체를 위해 싸우는 존재들이지 않습니까. 우리는 공격이에요. 공격!'


ㅡ스륵, 스륵. '여기선 아닌데. 여긴 헬스리치잖나.'


프라이무스 형제가 고개를 떨궜다. 비록 자신이 언쟁에서 졌다는 걸 깨달았지만, 그걸 인정하고 싶진 않았다.

빌어먹을 바스틸란 곰탱이는 언제나 이런 식이였다.

항상 이런 식으로 조곤조곤한 몇마디 말로 프라이무스가 말하는 모든 것들을 격파해왔다.

참 짜증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헬스리치는...' 어린 검술사의 음성이 다시 낮아졌다. 좀 더 부드럽지만, 자신감은 팍 줄은 채로.


'그냥, 이번 전쟁에서는 제대로 되먹은게 없는 것 같습니다.'


....


네로바르 형제는 다른 형제들이 있는 곳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찾아가지 못할 정도로 멀리는 아니였다.


'형제여,' 그리말두스가 따라왔고, 그를 발견한 네로가 목례를 올렸다.


'사령부 회의는 어땠습니까?'


'최후의 결사에 대한 지루하기 짝에 없는 토론이였네. 솔직히, 다른 때랑 별 차이가 없었지만.

샐러맨더들은 이미 떠나버렸으니.'


'그렇다면 이제 프라이무스가 좀 입을 닥치고 앉아 있겠군요.'


'아닐 것 같네만.'


그리말두스는 헬멧을 벗었다. 네로바르는 그가 벽화를 감상하는 것을 살피며, 리클루시아크의 흉터 가득한 얼굴이 고뇌어린 표정으로 그것을 살피는 것을 바라보았다.


'부상은 어떻나?' 그리말두스가 물었다.


'뭐 살았습니다.'


'아픈가?'


'그게 뭔 상관이랍니까? 살았으면 됬죠.'


'나는 카도르 형제와 함께였네,' 이제는 천장 부분을 바라보며, 그가 이어 말했다. '마지막에 그와 함께 했었어.'


'압니다.'


'그렇다면, 내가 자넨 그 순간에 아무것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노라고, 그건 불가피한 일이였다고 지금 말해주면 잘 알아들을 수 있겠군.

 그는 괴수 놈이 그를 강타한 순간 즉사하였네.'


'저도 눈 앞에서 그걸 봤습니다, 아닙니까? 이미 뻔히 아는 사실을 말하시는군요.'


'그렇다면 어째서 아직도 그의 죽음에 이토록 음울해하고 있는건가?

그건 실로 위대한 죽음이였어. 영원의 성전'의 볼트 회랑 안에 기록될만한 죽음이였네.

그는 부러진 검과 맨손만으로 9놈의 적을 죽이고 죽었네, 네로. 돈의 피에 대고,

만약 우리 모두가 그와 같은 업적을 해낼 수 있노라면,

인류는 분명히 모든 별들을 정화하고도 남았을 정도였네.'


'그는 볼트 회랑에 안치되지 못할 겁니다. 그것도 알잖습니까.'


'그건 잘못된 애도 방식이로군. 그건 단지 유감스러운 사실일 뿐이야.

이제껏 챕터의 수백여 영웅들이 아무도 모르고 몰라주는 곳에서 쓰러지고 잊혀졌네.

그렇기에 자네는 카도르의 진정한 유산인거야.

그것만으로도 부족한가? 난 자네를 돕고 싶네, 형제여. 하지만 지금 자네는 그걸 좀처럼 말하질 않는구먼.'


'그가 저를 가르쳤습니다. 저는 그에게서 검술과 볼터건을 배웠어요.

..그분은 저를 도둑질맞으신 친부 친모를 대신해주신 새 아버지셨습니다.'


그리말두스는 그를 직시하는 대신 하늘을 바라보았다. 한 기의 제국 전투기가 하늘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헬리우스, 전전임 바라사스와 전임 젠젠을 뒤를 이은 후임의 것이 아닌가 하고 잠깐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바로 전사의 운명일세,' 그가 말했다.


'우릴 길러준 이들을 먼저 떠나보내는 것. 우리는 그들의 가르침들을 받고,

그 가르침을 빌어 무기를 휘두름으로 인류의 적들을 처단해야 하는 것이네.'


네로가 막 웃으려는 듯이 숨을 들이마쉬었다.


'내가 무언가 즐거운 소리라도 했나, 아포테카리?'


'예. 위선이란 언제나 즐거우니까요.' 아포테카리가 헬멧을 벗었다.

헬멧을 벗으며, 그는 문득 자신의 팔에 달린 기기의 창고 포드 안에 안치된 냉동 보관식 진-시드의 무게가 느껴지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위선?'


'예 압니다. 그게 당신께는 별로 답갑잖고 썩 좋은 기분이 드는게 아니라는걸요, 리클루시아크.

이렇게 말해서 죄송합니다.'


'...왜 진실을 말했는데 내게 용서를 구하나?'


'..당신은 그런 대답을 참 간단명료하게도 하시는군요. 사실 우리들 중 단 한명도...여기 온 이래로 당신을 신뢰했던 적이 없었다는 것도 압니까?'


'자넨 '우리가 여기 온 이래로'라고 했지만, 다른 거짓말도 느껴지는데?'


'예 인정하죠. 여기 오기 전부터도요. 아니, 모드레드 경께서 죽은 이후부터라고 해드리죠.

솔직히 당신 곁에 서는게 불편했습니다, 리클루시아크.

당신은 우리들께 용기를 불어넣어줘야 할 때 자리를 피했습니다.

당신께선 분노해야 될 때 항상 멀리 계셨습니다.

당신은 카도르의 죽음으로 절 가르치려 들었지만 결국 실패했어요. 모드레드의 죽음 이후 새롭게 그 자리에 오른 이후서부터요.

다들 외면하고 있지만 그 아래에는 불이 반짝이고 있단 말입니다.

우리들은 그걸 누누히 당신께 경고해왔지만, 별로 먹히지도 않았죠.'


그리말두스가 웃었다. 그것은 마지못해 만든 미소 사이로 기어나오듯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는 그분의 두 눈을 빌어 이 세상을 보고 있네,'


'그리고 매일 밤이 지날 때마다, 나는 새롭게 알아가고 있네. 내가 진정으로 그분을 이을 수는 없다는 걸.

그래 솔직히 말하겠네. 나는 사실 이와 같은 영광을 지닐 몸도 아니였어.

난 사람들의 지도자가 아니야, 더욱이, 사람들을 가르치고 상대하는 일에도 서툴러.

어쩌면 리클루시아크의 망토를 애초부터 두르지 말았어야 했는지도 모르지.

하지만 최소한 전쟁이 시작되면, 나는 그 영광을 통해 이 짐들과 불편함들이 모두 사라질거라 믿었네.'


'하지만 여기 떨어짐으로, 결국 그러지 못하게 됬군요.'


'그래. 그렇지 못했어. 그래서 난 이 행성 위에서 그냥 죽을 생각을 품고 있었다네.' 그리말두스가 아포테카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 스승께서 전사하신 이래로 겨우 수 일 만에 나는 내 부족함을 깨달아버렸고,

그래서 이 행성에 곧 더러운 전쟁이 도래해서 그 누구도 살 수 없게될 것이라는걸 깨달았을 때, 

그리고 헬스리치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난 그냥 여기서 죽기로 마음을 정해버렸다네.

내가 200년간 섬겨온 형제들과 챕터에서 멀리 떨어졌음에도 말이네.

솔직히 고백하겠네. 설령 우리가 이기더라도, 승리가 우리들에게 무얼 빌어다주겠나?

우리들은 폐허가 된 공장 지대만이 남은 황량한 행성 위의 거지 왕들로나 서 있겠지.'


'그리고 바로 여기가 우리 죽을 장소네. 죽음은 가치없을 것이란 말이네. 미안하군.'


'아닙니다, 이것은 나름대로 명예로운 일 아닙니까? 

헬스리치 성전단은.. 우리의 형제들과 이 행성의 사람들은 우리의 희생을 언제까지고 기억해줄 겁니다.

당신도 나만큼이나 이 사실에 대해 잘 알잖습니까.'


'아, 물론이네. 그건 부정할 수 없겠군. 하지만 난 그런 영광에 대해서는 생각치 않네.

영광은 옥좌를 향해 봉사한 이들에게나 주어지는 것이지.

그건 패자를 위한 선물이라던가, 굶주린 이들을 위한 그런 것 따위가 아니란 말이네.

나는 내 형제들께 가치있는 삶을 원했고,

내 삶이 제국에 더 가치있는 방향이 되는 최후를 원했었네.

자넨 내 스승 모드레드경께서 남기셨던 유언이 잘 기억나지 않는건가?

그분을 기리는 석상 기둥에 황금으로 새겨져 있는데도'


'..전 기억합니다, 리클루시아크. 그 분께서는 이렇게 말하셨죠.

"우리는 우리가 파괴한 악들을 통해 삶을 심판받으리라."

그리고 우리는 분명히 훌륭한 판정을 받을 겁니다.

수많은 적들이 이미 우리 앞에 처단되지 않았습니까?'


'아니. 우리의 죽음은 그 누구도 일꺠울 수 없네.

아무런 혜택 유산도도 남길 수 없어. 쉐도우 울브즈의 최후 기억하나?

그들 챕터의 마지막 남은 전사들이 죽어가는 걸 보았던 그 날에,

나는 내 심장이 울리는 것을 느꼈었네.

그 날 이후로 다시는 그 날만치 열광할 수 있었던 적이 없었어.

그 순간에, 그들의 죽음이 내 마음을 진심으로 울렸던거야.

은빛 갑주를 두른 전사들은 그 날 진정한 영광 속에 죽었던 거라고.

헬스리치는 어떤가?

이 무너져내리는 빌어먹을 도시 어디에서 우리가 다른 누군가에게 그런 용기를 전달해줄 수 있단 말인가?'


그리말두스가 회한 속에 눈을 감았다. 심지어 네로바르가 다가오는데도.

그의 주먹이 그리말두스의 턱을 갈겨서, 그를 땅에 떨궈버렸다. 그리말두스는 웃었다.

사실 지금까지 이런 식으로 그가 행동할 거라곤 생각한 적이 없었으니까.


'어떻게 그리 말하실 수 있는 겁니까?' 네로가 이를 갈며 꾸짖었다. 주먹은 여전히 힘으로 팽팽히 떨리고 있었다.


'어떻게 감히? 당신은 지금 이 자리에서 우리의 명예에 먹칠을 해놓고선,

그런 주제에 위선적이게도 카도르의 죽음이 의미 있다 말한 겁니까?

그런 식이면ㅡ결국 의미가 없는 겁니다. 우리 모두가 죽을 것과 마찬가지로 그런 식으로 그 또한 죽었단 말입니다.

당신 말대로라면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고 잊혀질 것 아닙니까?

당신은 제 리클루시아크입니다, 그리말두스, 그러니 이제 제발 그런 거짓말들은 그만 두십쇼.

말해보시죠. 우리들의 명예가 그 누구의 심장도 울릴 수 없다면,

결국 카도르의 죽음 또한 아무 의미 없으니 최소한 저라도 그를 애도할 권리가 있는 것 아닙니까?

당신이 우리 모두를 위해 그리하듯이 말입니다!'


그가 입술을 햩았다. 화학 성분이 풍부한 피맛이 느껴졌다.

침묵 속에 그가 일어섰다. 네로바르는 더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선 그의 손목에 장착된 브레이서의 스토리지 포드를 조작했다.

곧 작은 플라스텍 유리병이 출력되었고, 네로바르는 그것을 그리말두스에게 던졌다.

리클루시아크가 그것을 두 손으로 받았다. 

'나클리데스,' 그 병에는 그렇게 적혀 있었다. 이 형제의 진 시드는 수 일전 수거되었다.


'네로...'


네로는 말 없이 계속해서 튜브를 출력해서 그것을 리클루시아크에게 던졌다.

그의 건틀렛이 계속해서 그것들을 조심스레 받아들었다. 마지막으로 네로의 손가락 위에 남은 것은 카도르의 것이였다.


'말해주십쇼,' 아포테카리가 요구했다.


'우리가 여기 한 일이 정말로 가치 없었던 겁니까?

우리들의 희생에 자부심을 느낄만한건 단 하나도 없었던 겁니까?'


'도시는 지금 함락되고 있네, 형제여. 사렌과 그의 병사들은 그 사실을 오늘 깨달았지.

우리에게도 이젠 죽음을 맞이할 자리를 골라야 할 시간이 왔네.'


'그렇다면 그 장소는 반드시 우리가 기억될 수 있는 곳이어야만 할 겁니다.'


네로바르가 경건하게 카도르의 동면냉각된 진-시드 장기들이 담긴 유리병을 채플린에게 건네며 말했다.


'부탁드립니다. 우리들의 죽음이 누군가를 울릴 수 있는 장소를,

그리하여 인류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가치가 있는 그런 전설들이 만들어질 그런 장소를 골라주십쇼.'


'좋은 장소를 아네,'


'여기서는 제법 멀지만, 이 행성 전체 어디를 둘러봐도 그와 같은 신성한 장소는 없지.

거기에서, 우리는 우리들의 무덤을 팔 것이네.

그리고 거기서, 우리는 대적 놈들이 블랙 템플러 성전사들의 이름을 길이길이 기억하고 두려워하게 만들 것이네.'


'어째서 그 장소를 선택하신 겁니까. 그 이유도 들어야겠습니다.'


그리말두스가 그에게 말해준 진실은 제법...놀라웠다. 허나 그가 그 이유를 설명해주었을 때,

더 이상의 반박은 없었다. 그는 납득했다.


'거기라면 우리의 죽음도 누군가를 울릴 것이네. 거기라면 우리도 마지막 숨결로 적들에게 모욕을 줄 수 있을 것이고,

이 도시의 전사들을 울릴 수 있을 것이네.'


'그렇다면 이것이,' 네로가 이어 말했다, '마침내 진정한 리클루시아크다운 선택이 되겠군요.'


'나는 퍽 느린 학생이라네,' 그의 말에, 네로바르가 마침내 미소를 지었다.


'모드레드는 죽었어요,' 네로가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그는 죽기 전 다른 누구보다도 당신을 후계로 택했습니다. 그는 당신이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믿은 겁니다.'


그리말두스는 더 말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그에 부끄럽지 않게 살며 최후를 맞이해야 하는 겁니다, 그리말두스.' 




ps. 사실상 그리말두스는 아마게돈 전쟁 발발 직전에야 겨우 채플린이 된 신참 채플린입니다.

하지만 전 스승에 비하면 한참 부족한 자신을 깨닫고는 자괴감 속에, 

아마게돈 전쟁 시작과 함께 다른 형제들에게 뭔가 남길만한 명예로운 죽음을 맞고 죽으려고 했지만

그렇게 일이 안 풀리고 헬스리치에 떨어져서 초반에 그렇게 화를 냈던 것이고,

나중에는 자포자기해서 그냥 헬스리치에서 끝까지 싸우다 죽을 생각이였는듯 하네요.

물론 채플린이라서 처음부터 끝까지 모범적인 모습만 보여주었지만,

그게 개죽음이라는 생각은 끝까지 가지고 있었고

결국 여기서 이렇게 속마음을 드러내는군요.

하지만 그래도, 마지막에는 다른 형제들을 위해서 진정한 스페이스 마린의 리클루시아크다운 선택을 하게 되네요.

전설로 남을만큼 명예롭게 죽는 것.



Posted by 스틸리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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