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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4.03.11 [10th] 퍼라이어 넥서스 - 나이트 단편 [1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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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10th Crusade: Pariah Nexus Rulebook

 

댐 소로 불커Dam Sorro Vulker는 그녀의 나이트 워든, '디오다무스Diodamus'를 조종하며-

좁은 통로를 지나고 있었고,

사르 클로르 불커가 그의 나이트 팔라딘 기체, 옴톨라를 조종하며-

그녀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두 나이트들은 엔젤루스-알픽 제조벨트의 좁은 통로를 따라 걷느라,

좁은 한 줄 대형으로 전진하고 있었다.

허물어진 건물벽들은 마치 양쪽에서 압축된 것만 같았고,

시야를 기껏해야 수십야드 정도로만 보이게 만드는 거센 눈폭풍이 만들어내는-

어둡고 새파란 색만이 맴돌고 있었다.

댐 소로는 자신의 집중력 일부를 계속해서 그녀의 전략 관측기에 두고 있었는데,

만약 네크론들이 그들 앞에 나타난다면 그것만이 유일한 경고가 될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이 폐허들을 계속 이렇게 다녀야 된다는 것에 짜증을 느끼며,

폭풍이 적들을 저지해주기를 바랬다.

그러나 다음 순간, 그녀는 자신이 지금 체리스트에서 펼쳐지는 전쟁을 수행 중임을 깨달았다.

 

산만해진 정신을 떨쳐내며 그녀는 다시 집중했다.

그녀가 이런 식으로 조용히 정신의 안개에 빠지며,

무감각이 정신 말단에서 꿈틀거리는 것을 느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녀는 기현상이 자신을 집어삼키게 둘 생각이 없었다.

너무나도 많은 옴니시아의 충실한 신도들이 그런 식으로 쓰러졌으니까.

 

그녀는 외부 영상-출력기들에 시선을 집중하며,

경계의 눈으로 눈으로 덮힌 전방 도로를 살폈다.

제조시설들 한복판에서는 항상 망가진 장갑차 잔해들,

얼어붙은 시체 더미들과 눈 아래 당장 주저앉을지도 모르는 자갈밭을 조심해야만 했다.

한 번의 잘못된 발걸음만으로도 그녀의 나이트 슈트는-

어쩌면 어둠 저 아래로 떨어져서 다시는 올라오지 못하게 될 수도 있었다.

소로는 자신의 나이트 슈트가 그런 식으로 어처구니없게 낙사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졌다는 것에,

나이트 슈트에게 미안함을 느꼈지만,

디오다무스의 기계령은 이미 그녀만큼이나 심하게 고통받고 있었으며,

그렇기에 그녀는 나이트의 센서들이 그러한 위험을 사전에 다 파악해줄 수 있을 것이라 낙관할수만은 없었다.

 

그녀의 전략 매니폴드에서, 황색으로 빛나는 옴톨라의 룬이 옥색으로 변했다.

후방 영상피드를 통해, 그녀는 클로르의 나이트 슈트가 무기 사지로 부주의하게 건든 지점에서,

이 거대 건물의 무너진 잔해들이 쏟아져 내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녀는 자신과 자신의 슈트만이 기현상의 정신적 안개 증상에 시달리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기계신께서 이 시체같은 빈민굴을 거둬가셨군,' 클로르가 음성망으로 말했다.

 

'버티게, 사촌,' 소로가 답했다.

 

'우리의 순찰이 거의 다 끝나가네. 게헤노스 소초는 대략 서쪽으로 4마일 정도고,

이 루트를 따라가면 적들의 시선에 노출될 일은 없을 것이네.'

 

'아마도,' 그녀는 이 마지막 단어는 조용히 덧붙였다.

그녀의 시선은 외부 영상-추출기들에 꽂혀있었다.

폐허들과 그 너머, 백색으로 소용돌이치는 눈폭풍 너머를 향해..

 

'이렇게 명예없이 기어다니는 짓이 옴톨라를 빡치게 하고있네,' 클로르가 말했다.

그의 평상시 조용한 성격을 생각해보면 많이 불평하는 것이었는데,

'정체' 현상의 증세 중 또다른 하나가 바로 이런 것으로,

최근 수 일간 그는 더욱 심해졌다.

 

'사촌, 어째서 이러고 있는지는 자네도 나만큼이나 잘 알고 있을 것이네만,'

그녀는 자신이 의도했던 것보다도 더 신랄하게 말했다.

 

'만약 우리가 직접적인 교전 상황에 필요한 탄약과 연료를 가지고 있었다면,

그리고 제정신인 성구관리자Sacristan들이 충분히 많이 있었다면,

내가 직접 자네를 이끌며 저 외계인 오물들에게 돌격했을 것이네.'

 

'그 편이 차라리 영광스러웠을 것이네,' 클로르는 실망했다는 듯이 쏘아붙였다.

 

'기사도와 옴니시아를 위한 최후의 돌격.

사그라드는 희망 속에 녹슬다가, 마치 송장에 이끌리는 시체 청소부들 같은-

저 외계인 놈들에게 하나둘씩 죽어가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네.'

 

댐 소로는 그녀의 옥좌에 깃든 정신들의 속삭임을 들었다.

일부는 신앙, 희망과 인내를 조언하고 있었고,

최근 수 일간 늘어나고 있는 소수는 클로르의 말에 동감하고 있었다.

디오다무스의 반응로가 반항적으로 진동하자,

그녀는 옥좌에서 진동을 느꼈다.

 

'너까지 이러냐,' 그녀가 중얼거렸다.

 

정신들은 그녀의 생각이 그들과는 다르다는 걸 알고 있을까?

오직 그녀만이 충분한 자기-인내 아래 그들이 시험받고 있음을 볼 수 있고,

이 시험에 쉽사리 굴복하지 않는 것일까?

 

'사촌, 우리는 믿음을 가져야 하네,' 그녀가 차분하게 숨을 고르고는 말했다.

 

'옴니시아는 이러한 불명예스러운 운명에 우릴 버려두지 않으실 것이네.

우리는-'

 

가우스 광선이 만들어내는 창백한 녹색 플레어가 기습적으로 날아오자,

댐 소로는 헛숨을 들이키며 말을 잘랐다.

그녀의 외부 영상-추출기들 모니터들 위로 에메랄드색이 가득했다.

그녀는 연소성 에너지들이 옴톨라의 우측 견갑을 난타하며,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기사 슈트의 자랑스러운 상징을 태워버리는 것을 보았다.

아다만팀과 플라스틸 겹들이 벗겨지며,

휘몰아치는 바람 속으로 원자화되면서 흩어졌다.

 

나이트 팔라딘이 한쪽으로 비틀거렸고, 덩치 덕분에 막사 건물 하나를 무너트렸다.

음성망을 통해, 소로는 기체의 몸을 돌리며 이온 방어막을 공격자 방향으로 전환하면서-

그녀의 사촌이 고통섞인 욕설을 내뱉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반대편에서 적의 공격이 날아왔다.

하지만 정신적으로 지친 상태였다고 해도,

첫번째 기습만으로도 댐 소로가 이번 공격에 대응하기엔 충분했다.

그녀는 기체의 이온 방어막을 신속히 기울였고,

곧 가우스 공격은 청옥 위에 터져나오는 에메랄드 섬광과 함께 흡수되었다.

디오다무스의 깜박이는 관측기가 뒤늦은 경고를 보였고,

다수의 목표물 룬들이 외부 모니터로 출력되었다.

 

소로의 손가락들이 춤추며, 촉각 인지 기능을 통해-

목표물 조준 해법들과 위협 반경들을 계산해냈다.

최소 수십의 네크론들이 현 통로에서부터 남쪽 방향에,

그리고 알 수 없는 규모의 적들이 북쪽에 위치하고 있었다.

데이터 수치들에 따르면 반중력 기갑들이 적들 사이에 있었지만,

휘몰아치는 눈폭풍들 때문에 육안 인식은 힘들었다.

소로는 에너지-스캔만으로 적들을 사냥하고 있었다.

 

'사촌?' 그녀가 음성망으로 외쳤다.

 

'우리는 살아남을 것이다,' 사르 클로르가 답했다.

그의 목소리는 심적인 고통에 휩싸여 있었다. '저들은 죽으리라.'

 

디오다무스의 목표 계산이 끝나고 사격 락이 걸린 순간,

댐 소로는 무기들을 작동시켰다.

그녀는 최대한 탄약을 보존하기 위해 화력을 조절했고,

그녀의 나이트 슈트의 어벤져 개틀링 캐논에서 저 밖 백색 아지랑이를 향해-

한 차례의 탄막이 쏟아졌다.

슈트 위의 스톰스피어 포드로 두 개의 탄두들이 발사되었고,

이제 남은 건 3발이 전부였다.

 

휘몰아치는 눈폭풍 속에서도 폭발은 흐릿하게나마 반짝였다.

그녀는 관측기 모니터를 통해 적 룬들이 무더기 사라진 것을 볼 수 있었다.

 

사르 클로르의 반응은 그녀보다는 덜 조절되어 있었다.

그녀는 그가 분노했다고 생각했다.

무방비한 상태에서 공격당했다는 것이 그의 자존심을 건든 모양이었다.

소로는 옴톨라의 전투 대포가 포효하는 소리를 희미하게 들을 수 있었고,

도로에서 북쪽으로 탄이 전면을 향해 쏟아지는 것이 보였다.

그러나 탄약 낭비에 대한 훈계는 나중에 해도 충분했다.

일단 지금은, 소로의 피 또한 끓어오른 상태였고,

그녀의 사촌이 다수의 적들을 처치했다는 사실에 만족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피어나는 폭발들 속에 검게 그슬린 장갑 보루 잔해가 무너지며,

더 많은 외계인 공격자들이 그 아래 깔려 사라졌다.

 

'3포인트 밖 남쪽에서 무언가 육중한 것이 접근하고 있다.' 클로르가 말했다.

 

소로는 자신의 관측기를 확인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보게 오랜 친구여,' 그녀가 디오다무스에게 중얼거렸다.

 

'좀 더 정확해보려고 노력해보게, 그리고 더 빠르게 좀 봐주게 가능하다면.'

 

그러자 동력이 오르며 모니터가 반짝였다.

저것이 무엇이든, 목표물은 그녀를 향해 빠르게 접근하고 있었다.

댐 소로는 촉각 인지 조종법으로 메카니쿰 옥좌에서 조종을 보내며,

디오메데스의 자세를 교정하고 무기류를 재조정하고 이온-방어막의 방향을 수정했다.

그리고 잠깐의 순간이 지나자,

또다른 가우스 사격 광선이 눈밭에서 날아와-

디오다무스를 강타했다.

그녀는 그것이 한 발이 아니고, 세 발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한 발은 방패로 막았다. 두 번째 공격은 빗나갔다.

세 번째 공격은 디오다무스의 상부 몸통 장갑을 파버렸다.

마치 검이 갈빗대를 파버리듯이 말이다.

기체와의 교감 고통이 소로의 측면에서 터져나왔고,

그녀는 몸부림치며 무의식적으로 디오메데스를 한 걸음 뒤로 물러나게 만들었다.

곧 3기의 장갑 적들이 눈밭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중화기 대포들을 팔에 대신 달고 있는 기괴한 금속 휴머노이드 외계인들로,

소로의 생각으로는 다리가 있어야 할 부분에 벌레같은 반중력 썰매들이 대체되어 있었다.

그녀가 저것들이 로커스트 헤비 디스트로이어들이라 불리는 적들임을 떠올리는 순간에도,

놈들은 계속해서 그녀에게 다가오며 그녀의 방어막 측면을 노리고 있었다.

 

비록 부상당했고, 그녀가 스스로에게 솔직히 말하자면-

반쯤 '정체'되긴 했지만, 댐 소로는 분노 아래 즉각 반응에 나섰다.

그녀는 어벤져 캐논을 휘둘러-

반중력으로 떠다니는 안드로이드 대포 전사들 중 하나를 벌집핏자로 만들었다.

 

그리고 찰나의 순간만에 그녀는 디오다무스의 썬더스트라이크 건틀렛으로-

노련한 백핸드 공격을 날렸다.

그 공격은 로커스트 하나를 강타했는데,

그 크기에도 불구하고 로커스트는 그대로 나가떨어져-

거주구역-벽 한쪽에 아예 박혀버렸다.

아작난 외계인은 점차 흐려지며 녹색 아지랑이 속에 사라졌다.

 

3번째 헤비 디스트로이어는 그녀를 스쳐 지나갔고,

소로는 안드로이드가 허공에서 몸을 돌려 그녀의 방비되지 않은 측면을 향해-

무기를 들어올리는 것을 보며 한순간 무력함의 분노를 느꼈다.

그러나 네크론은 사격하지 못했다.

옴톨라의 리퍼 체인소드가 마치 옴니시아의 심판 그 자체인마냥 떨어져,

로커스트를 반으로 갈라버렸기 때문이었다.

그 잔해는 눈밭 위에서 반짝였고,

죽어가는 놈의 열기가 흐릿한 연기 증기로 피어올랐다.

 

댐 소로는 아주 길고, 느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관측기는 저놈이 마지막 매복자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고맙네 사촌,' 그녀가 말했다.

 

'자네가 맞네,' 그가 답했다. '우리는 버틸 것이네.

옴니시아는 그것을 바라고 계시지. 어서 길을 헤쳐나갑세.'

 

그들이 다시 눈 덮힌 폐허들로 걸어가는 동안,

소로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곧, 옴니시아가 답하며-

우리는 구원받으리라.

 

Posted by 스틸리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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