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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ource : Warhammer 40k 9th Rulebook


사자들 중 한 명은 아직 살아있었다.

물론, 처음에는 그것만으론 별로 흥미가 느껴지지 않았다.

전투는 이미 끝났고, 전쟁이 곧 새롭게 뒤따를 것이었으므로.

그리고 그 안에서, 제라벨도, 그의 군주도 포로들을 만들 필요성을 조금도 느끼고 있지 않았다.

적들에게는 그들을 살려서 고문해야 할 가치가 있는 정보들이 없었다.

-애초에 제라벨은 죽은 적에게서조차 자신이 알아야 할 정보를 캐낼 수 있었다.

때로는, 그 편이 더 쉽기도 했다.

싸이킥 발톱들을 고뇌하는 영혼의 시체에 박아넣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가 원하는 것을 꺼내기만 하면 되었으니까.


그의 형제들 다수는 각자 자신만의 잔인성을 만끽하고 있었다.

일부는 전쟁의 열기 속에서 내면의 잔인함을 풀기도 했고,

일부는 전투가 끝나고 다음 전투가 찾아오기 전까지의 그 고요한 시간에 그것들을 해소하기도 했다.

일부에게는 뭐 카타르시스와 비슷하기도 했고,

일부에게는 기괴한 탐닉이자 방종의 해소이기도 했다.


제라벨은 그러한 욕망들 중 어느 하나도 별로 느끼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속으로 생각했다.


'마주하지 않은 진실은 거짓만큼 좋은 법이야', 피속에 흐르는 괴물이 속삭였다.


그러나 그는 내면 속 짐승의 중얼거림을 잠재웠다. 놈에게 빌미를 주고 싶지 않았다.


대신 그는 저기 시체 더미 속에서 여전히 살아 있는 전사에게 귀를 기울였다.

그는 사그라들어가는 무거운 기도문들을 들을 수 있었다.

그것은 죽어가는 사나이가 내뱉는 저주 같은 단순한 건 아니었다.

그러한 것들은 쉽사리 잊혀지기 마련이니까.

수 세기에 걸친 유혈과 전투 덕에, 자라벨의 고조된 감각들 아래 들려오는 그러한 것들은

ㅡ사실상 허겁지겁 달리는 쥐들의 발걸음 소리 혹은 벌레 해충들의 날개 비비는 작은 노랫-소리들만큼이나 하찮게 들려왔다.

무시해도 그만이고. 금방 잊혀지는 그런 것들. 삶의 백그라운드 사운드랄까.


대신 이 소리들은 무언가 좀 더 가치있었다.

그것들은 한 전사의 청원들이었다.

자신의 망가진 신체가 조금 더 힘을 내기를 원하는 소리.

한 번의 기회를 더 원하는 탄원. 계속 싸울 수 있게 힘을 달라는 애원.


참 즐거웠다. 이러한 즐거움은 희귀하고 귀해서 귀기울일 가치가 충분했다.


자라벨은 소리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전투 이후의 전장은 사실 완전히 조용한 것과는 거리가 있었다.

착용자가 생기 잃은 고깃덩어리로 변한 후에도, 파열된 갑주는 여전히 웅웅거리고 있었다.

적들의 피는 더 이상 흐르지 않고 심장들은 멎었어도,

승리한 약탈자들이 쌓인 고깃덩어리 무더기들 주변을 걷는 소리는 들을 수 있었다.

찬 공기 속에서 냉각되는 무기들이 치이익거리며 연기를 내는 소리도 있었고,

마치 지친 진슴들처럼 꿀꿀거리는 전차 엔진들이 공전되는 소리도 있었다.

그런 식으로, 전투는 금방 사라지지 않는 메아리들을 남기는 법이다.


죽은 랜드 레이더들은 축 처져, 사실상 매연 피어내는 잔해들에 불과했다.

세라밋 전투 판갑 슈트들은, 승자들의 검은 갑주든 패자들의 적색 갑주든 상관없이,

거리들 곳곳에 어지럽게 널부러져 있었다.

이 전쟁은 승리자인 '군단' 측 또한 치명적인 대가를 치루게 만들었다. 


아바돈이 썩 즐거워하진 않겠어, 제라벨이 생각했다.

그리고 그 이름, 속으로 조용히 읊조린 그 이름만으로도 

피 속의 짐승이 동요했다.


이 메아리들의 코러스 속 어딘가에서, 제라벨은 망가진 호흡기가 만들어내는 너덜너덜한 숨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사자들 주변을 지나, 검게 그슬린 바리케이트 덩어리들을 통과하여

락크리트 로드에 널부러진, 재로 범벅된 신성한 건물들의 파편들을 넘어 소리 쪽으로 걸어갔다.

소리를 찾아가는 동안, 그는 그의 발걸음 아래 갈려나가는 귀한 세라밋 조각들 박살나는 것에는 조금도 신경쓰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나중에 난자당한 적 스페이스 마린 시체에서 갑주판을 뜯어내어 그것으로 자신의 전투 갑주가 받은 파손을 보강할 생각이었다.

나중에, 이 전쟁 전리품들은 이 사자들에게서 떨어져 나가 산 자들을 위해 쓰일 것이다.


뭐 그건 나중의 일이다. 지금은, 사냥에 집중하자.


그가 움직이는 동안, 그의 혈관 속에 살아가는 생명체는 전율하며,

각성할 생각에 몸부림쳤다.


잠들어라, 그는 짐승에게 말했다.


놈은 말 없이, 나태하게 이를 받아들였다.

그는 직관으로 이를 인식했다.


마침내 발견한 생존자는 간신히 자신의 '명칭'을 유지할 수 있는 꼬라지였다.

그는 아작난 아머와 박살난 육신에 불과했고,

다만 스스로 이미 죽었음을 인정하기에는 너무 고집스러운 불쌍한 영혼의 박살난 잔해에 불과했다.

아름답게 분열된 하늘과 마주보고 있는 전사의 견갑에는,

제라벨이 오늘 쓰러트린 무리의 상징이 새겨져 있었다.

그것은 빛나는, 루비 크리스탈 핏방울에 타오르는 아이보리색 날개들이 새겨진 상징이었는데,

하늘에서 빛나는 냉정한 별들 아래 지금은 박살나 있었다.


그 상징은 이 죽어가는 전사가 한때 유구한 역사를 지닌 위대한 군단의 군기 아래 싸우는,

희석된-피의 잔재들에 속한 자식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제 실패한 유전자-애비마냥 똑같이 죽는 또다른 하급 전사들 무리에 불과한 것이다.


제라벨은 그 상징을 잘 알고 있었다.

전장에서 그것들을 부셔봤을 뿐만 아니라,


사실은, 이전 시대에, 이전 전장에서 자신이 입었던 것이었으니까.


그는 이를 갈며 애를 쓰는 사자에게 끼어들었다.

한때 자라벨의 왼팔이였던, 발톱 달린 흉물이 생존자의 목을 감싸쥐며

전사의 기도문 음성을 틀어막았다.

신음과 함께, 그가 다른 사자의 흉갑을 쥐며 버티자,

제라벨은 시체 더미에서 그대로 죽어가는 전사를 끌어내렸다.

그의 난도질당한 갑주에서 스파크들이 튀었다.


'반갑군,' 제라벨이 말했다, '피'흘리는' 천사여.'


제라벨의 말투는 기이하리만치 고풍적이었다.

-그것은 바알 행성의 방언 중 하나로, 4백년 전을 끝으로 지금은 쓰이지 않는 언어였다.

그러나 언어의 기본 뿌리들 자체는 오늘날 바알의 후손들이 사용하는 파생어들 속에 잔재되어 있었고,

그렇기에 부상당한 전사의 두 눈이 화들짝 놀라는 것이 보였다.

1만년 전에 사용되었던 어휘임에도 불구하고,

승리자가 말하는 단어들은 죽어가는 전사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장막 너머에 무엇이 도사리고 있는지 아나?' 제라벨이 고대 방언으로 물었다.


'그 공허 속에 어떤 존재가 도사리고 있으며,

어떤 존재가 자신의 광기에 취해서, 너와 같은 신자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지 아느냐?'


블러드 엔젤은 가치 없는 증오 속에 송곳니들을 드러내고 있었다.

자라벨은 그것을 그대로 따라하며 쉬이익 소리를 내었지만,

대신 그의 창백한 두 눈에는 비웃음이 차 있었다.

증오는 그저 무가치한 것이었다.


'날 보아라,' 자라벨이 죽어가는 천사에게 명령했다.


'날 보란 말이다.'


두 눈이 서로 마주쳤다. 

이 두 천사 형제들은 서로 갈라진 1만년간의 충성심 아래 서로 떨어져 있었다.

한명은 전투 흔적으로-가득한 흑과 황금의 갑주를 입고 있었고,

한 명은 난자당한 적색 갑주를 입고 있었다.

둘 다 젊어보였으나, 한 명은 먼 고대의 불로의 존재였고,

한 명은 그저 어리고 죽어가는 자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라벨은 그 천사의 피로 얼룩진 두 눈의 보석들 속에서, 작은 단서를 찾아낼 수 있었다.

무언가 진짜 존재하는, 피로 이어지는 유대의 증거를.


'반역자 놈,' 블러드 엔젤이 끓는 목소리로 쏘아붙였다. '배반자 놈.'


그러나 그건 다른 놈들도 항상 떠드는 것에 불과했다.

이전 삶에서, 제라벨은 그 단어를 매우 부끄럽게 여겼다.

단지 수치심 때문만이 아니라, 분노와 혐오 때문이었다.

그 단어를 사용하는 형제들이, 자신이 보는 것을 보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시간은 모든 것들을 변하게 만드는 법이다.

그는 이제는 더 이상 형제들의 수호자들이 아니었다.

영원한 착각에 계몽을 주는 것은 더 이상 그의 임무가 아니었다.


내면의 악마는 깨어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었다.

제라벨은 그것에 저항했다.

이것은 내가 죽일 것이다, 그는 깨어나려는 존재에게 경고했다.

그리고는 발톱을 조이기 시작했다.

이미 파열된, 세라밋 장갑판이 망가지며 더 찌그러지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블러드 엔젤은 신음조차 내지 않았다.


'넌 누구냐?' 죽어가는 숨결과 함께, 죽어가는 블러드 엔젤이 물었다.


잠시 동안, 심장 박동 하나 흘러가는 순간 동안, 제라벨의 손아귀가 느슨해졌다.

허나 다음 순간 그는 발톱 달린 손가락들을 더 죄며,

죽어가는 전사를 떨구지 않고 붙잡아 두었다.

송곳니들이 스치며, 에나멜과 에나멜이 마찰했다.

그는 천사의 찢겨나간 외형을 통해 무언가 승리감,

적에게 불쾌한 부조화의 순간을 선사하며, 무언가 음울한 승리감 같은 것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그에게 그런 것들은 없었고, 다만 동정심만이 있을 뿐이었다.

피를 흘리는 패자의 고뇌하는 육신의 두 눈에는 다만 반항과 인내의 연민 뿐이었다.


나는 세라펠이었다, 자라벨이 떠올렸다.

이것은 그만의 생각이었다. 그의 피와 영혼 속에 기거하는 생명체의 것이 아니었다.

나는 한 명의 피의 천사였다. 진홍-갑주와 백색-날개를 입었던.


'나는 세라펠이었다,' 자라벨이 고통어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만! 심장에 숨은 생명체가 반항했다.


천사는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숨이 멎어 있었다.

심장은 멈춰져 있었고, 생기는 두 눈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다만 두 눈만이 무언의 감정 속에 빛나고 있을 뿐이었다.

죽은 형제의 생애 마지막 행동은 타락한 형제를 동정하는 것이었다.


일어나라, 자라벨은 내면의 악마를 자극했다.

그는 더 이상 다투고 싶지 않았다.

놈을 놓아주는 것은 곧 해방이고, 구원이자 아드레날린의 폭주였다.

일어나라, 일어나.


짐승이 마침내 풀려났다.

세포와 육신과 혈관과 금육이 서로 융합되기 시작했다.

세라밋이 갈라지고 왜곡되었다.

죄악들의 구현, 영혼의 범죄들이 자라벨의 갑주를 타고 꿈틀댔다.

: 증오와 수치가 돌출되어 튀어나오고,

저주받은 강철과 생체금속화된 뼈로 이루어진 고통의 형상이 만들어졌다.


이제 난 자라벨이다,' 빙의된 전사가 두 개의 음성으로 말했다.

그는 숨 멎은 천사의 얼굴을 내려보며,

그의 마지막 삶의 명멸을 떠올렸다.


'나는 계몽의 반대편에서 널 기다리는 존재다.'


그는 잡아당겼다. 그는 찢어발겼다. 그는 젖은, 육체 쓰레기를 던져버렸다.

그리고는 발톱들 끝에 묻은 젖은 살점의 냄새를 음미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그가 만들어낸 도살자의 광경을 구경했다.

한때 천사였던 것은, 이제 쓰레기이자 도축된 고깃덩어리, 실패작이 되어 있었다.


'나는 신들이 네 기도들에 귀를 대답했을 때 탄생하는 존재이다.'


Posted by 스틸리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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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함. 무장실 안에서는 한동안 고요함이 머물렀다.

전사의 귀에는 피의 맥박 소리만이 느리게 들릴 뿐이었다.

죽은 자들의 피. 그의 숨결 끝에 향내, 윤활유, 정전기의 감각이 느껴졌다.

두 눈을 감은 그의 세계는 고요했다. 평화로웠다.

그러나 결코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 곧 끝나리라.


그러나 그는 기다렸다.


그의 주변으로, 시종들이 서 있었다.

각자 장갑판들을 짊어진 시종들은 그 무게 때문에 몸을 숙이고 있었다.

해골-얼굴의 케루빔들은 가짜 날개들로 날아다니며,

그의 맹세들과 업적들이 적힌 두루마리들을 쥐고 있었다.

그들 모두가 전사가 입을 열기만을 기다리고 있었고,

입을 엶으로써 의식을 시작할 것이었다.


그러나 전사는 아직 입을 열지 않았다.

방 안의 모든 인간 시종들은 이대로 시간이 흘러갈 것임을 알고 있었고,

다른 자들 또한 이 고요를 깨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지금 그의 정신은 이미 저 어딘가, 저 멀리 함선의 함교를 지나 그 너머에 서 있었다.

우주의 차가운 함흑이 대기의 피부 사이로 스쳐 지나갔고,

그대로 대기층의 매연과 구름층을 뚫고 내려가, 전란의 화염에 뒤덮힌 행성에 서 있엇다.

전사는 자신이 흡수한 전술 뎅터를 통해 행성이 흘리고 있는 유혈을 느낄 수 있었고,

터져나가는 시체들과 모성의 폐허 위에 쓰러지는 자들의 전사율까지 볼 수 있었다.

심지어는 그들의 손 아래 떨려오는, 생존자들의 군기들까지 느낄 수 있었다.

죽은 자들의 영혼들, 죽어가는 자들, 생명과 살아 있는 자들.

전쟁들이 터지는 우주의 모든 다른 장소들에 존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것들은 여기에도 있음을ㅡ

전사는 전투의 삶 속에서 이미 깨닫고 있었다.


대기권에서의 투하... 드랍 포드가 하늘을 가르며 불길에 휩싸이자,

돌파 가속 압력, 관성이 그의 몸을 타고 흘렀고,

형제들의 음성이 기도문과 함께 올라가는 것이 들려왔다.


지면 충돌. 그리고 전개. 문들이 내부 폭발하며 마치 강철 꽃잎의 잎사귀들마냥 펼쳐졌고,

곧 총알들이 쏟아지며 마치 비처럼 세라밋 장갑판 위로 튕겨졌다.

그의 두번째 심장이 마침내 세차게 뛰며, 피가 혈관을 타고 근육에 골고루 퍼지기 시작했다.


죽은 자들의 심장들... 죽은 자들의 피...


위협 및 목표물을 상징화한 룬들이 헬멧 디스플레이 화면을 통해 전개되어 바쁘게 회전하고 있었다.

탄알들은 그의 총구 끝을 지나 발사될 때마다, 적들의 신체가 폭발했다.

그는 형제들과 함께 전장을 향해 돌진한다. 한 마디의 말도 필요 없었다.

지시조차 없이, 전사들의 정확한 움직임들은 마치 하나로 빚어진 것만 같았고,

사고와 직관 또한 통일되어 있었다.

금속 칼날이 허공에 적들의 피를 뿌리고 고기를 갈아내었으며,

적의 고기와 뼈에 박힌 체인소드를 꺼내기 위해 시체를 발로 차자

자랑스러운 푸른 색 갑주 위로 붉은 얼룩이 튀었다.


모든 것이 그리 될 것이다. 반드시 그리 될 것이었다.


그 순간 그는 떠올렸다.


그는 과거를 떠올렸다. 두 명의 어린아이들이 청색 하늘 아래, 절벽의 벼랑을 가로질러 뛰고 있었다.

그들은 쌍둥이였다. 그 둘의 영혼은 동일했다.

땀이 그들 아래 흘러내렸고, 입에서는 숨이 거칠게 흘러나왔다.

벼랑 끝이 그들의 발치 아래서 입을 벌리고 있자,

그들은 걸음을 멈추고 절벽면 아래 펼쳐진 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들 뒤편으로 포식자 짐승들의 울부짖음이 바람을 타고 들려왔다.

둘 중 한 명이 고개를 돌려 뒤쪽을 바라보았다.

짐승들은 먼지로-메마른 대지와 같은 회색빛이었으며,

가시들과 비늘들, 모피는 목 뒤편의 누런 눈들이 위치한 지점까지 올라와 있었다.

놈들의 분홍 아가리들에는 백색의 송곳니들이 가득했다.


'뛰어야 해!' 그의 형제가 소리지르며 그를 홱 잡아당겼다.

형제는 절벽을 가리켰다. 짐승들이 다가오는 순간, 그는 근육을 타고 흐르는 긴장감을 느꼈다.


그 둘은 뛰어내렸다.


무장실 안에서, 전사는 양 손에 펼쳐진 흉터들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반대편 절벽의 날카로운 끝자락을 붙잡고 데롱데롱 메달려 있었던 때를 떠올렸다.

그는 짐승들이 반대편 절벽에서 분노에 차 울부짖는 소리를 떠올렸다.

형제가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형제는 손을 버둥거리며 어떻게든 절벽 끝을 잡으려 했지만,

결국 형제는 그날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그렇게 사라진 전사는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마침내 명상에서 깨어난 전사는 머리를 들어올렸다.


'시작한다,' 그가 말했다.


성가들이 울려 퍼진다. 로브를 입은 시종들이 바쁘게 앞으로 다가왔다.

첫번째 장갑판들이 전사의 신체 위에 씌워졌다.

인터페이스 소켓들이 척추 플러그들에 락온되었고,

바늘촉같은 고통이 신경계들을 타고흘렀다.

장갑판들이 장착되며, 아직 가동되지 않은 갑주의 무게가 느껴졌다.


그는 시야 너머에서, 아포테카리의 녹색 렌즈광이 그를 주시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의 백색 갑주는 뚝뚝 흘러내리는 피로 얼룩져 있었으며,

크롬 사지들의 메스날들과 의료 톱들이 그의 개방된 흉곽에 닿는 것이 느껴졌다.

그는 지금 자기 자신이 흘리는 피로 익사 중이었으며,

다만 쿵쿵 삐삐거리는 기계들에 의해 간신히 살아있을 뿐이었다.

금속의 거미손이 그의 시야 위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차갑게 식은 싸늘한 살덩어리가 거기 걸려 있었는데,

그 안에서부터 피와 배양액이 몸으로 주입되고 있었다.

죽은 형제에게서 거둔 죽은 자들의 살덩어리가 산 자를 다시 재구성하기 위해 쓰이고 있었다.

그는 금속 손이 진-시드 기관을 자신의 개방된 흉곽 안쪽에 내려놓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수천 세대의 전사들이 물려받은 선물,

그 또한 시간의 낫이 아닌, 전쟁 속에서 죽으리라는 약속에 대한 보장.


몸에 장착된 장갑이 가동되었다.

서보들과 인공 근육 섬유들로 동력이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그 감각은 곧 가슴 안의 온기로 거듭나고,

힘은 사지들을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비록 그는 웅장함과 경외감 둘 다에 해당하는 존재였으나,

정작 그는 그러한 것들을 전혀 느끼지 않고 있었다.

다만 그가 유일하게 알고 있었던 집으로 다시 돌아왔다는 감각 뿐이었다.


시종이 전사의 헬멧을 전사의 머리 위로 들어올렸다.

그는 늙었기에, 전사는 그가 화염의 구경들과 전쟁의 기도문들을 읊는 동안 기력을 잃어가는 걸 들을 수 있었다.

헬멧은 전사의 머리 위에 장비되었고,

잠시 동안 어둠과 함께 전사의 세계는 다시 침묵과 고요 속에 잠겼다.

곧 헬멧 또한 각성되었다.

타게팅 데이터, 위험물 마커들과 각종 정보들이 그의 시야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전사가 자신의 무기들에 손을 뻗어 그것들을 쥐자,

탄약 카운트 수치들이 빛나며 떠올랐다.


시종과 서비터들이 뒤로 물러나, 다시 입을 다물었다.


전사는 고요했다. 전쟁의 반신, 여름 하늘의 청량한 하늘색을 품은 죽음의 천사.

분노가 살로 빚어져, 갑주를 드리운 존재.

바로 여기서 그는 자신이 탄생한 목적이 담긴 삶의 현장을 향해 투입될 것이었다.

어쩌면 이것이 그의 마지막일 수도 있고,

혹은 여기에서 좀 더 멀리 떨어진 곳으로 귀결될 길을 향한 단순한 한 걸음이 될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러한 것들은 중요치 않았다.

그가 전사이자 죽음이라는 것만이 유일한 진실이었다.

그가 설령 쓰러지더라도, 다른 자가 그가 있었던 자리에 다시 올라와

혈관들을 타고 흐르는 '죽은 자들'의 맥박을 느낄 것이었다.


마침내 그가 앞으로 걸어갔다.



ps. 아 신나게 싸우는 단편인 줄 알고 했더니,

뇌내망상 시뮬레이터 돌리는 내용이었네..

갠적으로 가장 싫어하는 스타일의 단편.

그나저나, man 단수가 아니라 men 복수로 쓰여 있었는데,

그게 세심한 뜻이 담겨져 있었던..


Posted by 스틸리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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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호 위로 쏟아지는 볼트 탄들을 피해, 설교사 케임은 몸을 최대한 웅크렸다.

탄들은 참호선 방어 보강을 위해 개활지에서 달려오던 토리아의 분대에 직격으로 꽂혔다.

끔찍한 비명과 묵직한, 고기 터지는 폭발음들이 들려왔고

그것으로 케임은 아, 이번 지원군들도 도착하지 못하겠구나 라고 직감했다.


식은땀 속에 몸을 떨며, 프리스트는 참호선 한구석에 웅크려 앉아 기도문들을 중얼거렸다.

그때 누군가가 거칠게 미는 바람에 그는 참호 진창에 쓰러졌다.

그를 친 사람은 크랸 중사였는데, 그는 설교사는 아랑곳않고 진작에 사격선에 서서 대응 사격 중이었다.

그레이브즈와 칼로가 곧 그를 뒤따라 나타났다.

그레이브즈는 분대 수류탄 발사기로 무장하고 있었으며,

칼로는 한쪽 몸에 붕대를 칭칭 감고 있었는데 그래도 중사를 따라 전투에 참전했다.


'어이 목사, 여기서 할 일이 없다면 좀 지나가게 비키기라도 하쇼,' 크랸이 거칠게 내뱉었다.


다시 시선을 돌린 그는 다가오는 적들에게 대응 사격을 가했다.

적 오토건 탄환들과 그가 발사하는 라스 광선들이 사격선 앞의 플레이크보드와 땅을 헤짚었다.

그럼에도 중사는 몸을 조금 움찔할 뿐이었다.


케임은 이 광경에 수치심을 느꼈다.


설교사는 신념을 굳게 다지며 그것을 원동력으로 다시 일어섰다.

아톤 케임은 황제 폐하의 시선 아래 스스로를 수치스럽게 만들 생각이 없었다.

다른 걸 떠나서, 신-황제께서 그의 신앙찬 마음을 높이 사셔서 은총을 내리실 것이라고,

케임은 그런 희망을 떠올렸다.

어쩌면, 자신의 충분한 신념의 열의가 이 무자비한 반역자들의 공세 앞에 이들을 살려줄 기적을 내려줄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통신병!' 쏟아지는 적병들을 향해 사격을 계속하며, 크랸이 소리쳤다. 

케임은 서전트의 옆에 서서 이쪽으로 몰려오는 적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컬티스트들로, 너덜너덜한 로브를 입고 값싼 사제 오토건들을 쏘아대고 있었다.

그들 뒤편으로 커다란 중장갑 전사들이 전진하고 있었는데,

전쟁 매연 때문에 제대로 식별하기는 어려웠지만

그래도 그 두려움만큼은 제대로 전해지고 있었다.

그들의 아이 렌즈들에서는 지옥의 핏빛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볼터들은 불을 뿜고 있었다.


이참호선 앞, 크레이터들로 얼룩진 무인 지대 진창 위로는 벌써 수천의 시체들이 널부러져 있었다.

이곳이 한때 남쪽의 농업-벨트 5-5-4 구역이였다는 건 어디서도 알아볼 수 없었다.

아군 폭격이 계속해서 떨어지던 동안에는, 적들이 돌격 와중에 죽어나갔기에

케인 또한 이 이단 오물들이 절대로 이 제국 참호선들을 침범하지 못할 것이라 확신할 수 있었지만

이제 후방 야포 사격이 침묵에 잠겼기에,

ㅡ그것이 어째서인지는 오직 황제 폐하만이 아시겠지만

실시간으로 이 행성 방위군의 얇은 방어선이 부식되고 있음을 케인 또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저 거대한 악마들이 여기까지 도달한다면...


'통신병!' 크랸이 또 소리질렀다.

그 목소리가 워낙 컸기에, 케임은 화들짝 놀라며 망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자르커는 죽었슴돠, 분대장님,' 숨찬 목소리로 트린이 보고했다.


그와 동시에 파우스텐, 프레이스트가 아래쪽 참호에서 이쪽 사격선으로 올라왔다.

곧 그들의 라스건들 또한 불을 뿜었고, 에너지 광선들이 적들에게로 쏟아졌다.


'그렇다면 그 자식 통신 장비도 작살났겠군, 그치?' 크랸이 심기 불편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트렌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레이브즈 병사가 발사한 수류탄 발사기의 폭발 파열음 때문에 대답은 들을 수 없었지만,

고개를 끄덕이는 것은 볼 수 있었다.


'젠장할 신성 옥좌이시여, 이제 뭘 해야 하는 겁니까?' 파우스텐이 패닉 직전에 휩싸여 물었다.

프레이스트는 이미 전쟁 쇼크에 눈에 혼이 나가있었고, 나머지 병사들도 딱히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만약 이들의 사기가 무너진다면, 생존 희망은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라고 생각하며, 케임은 스스로의 각오를 세웠다.


'오오 신성 황제이시여, 당신의 신념어린 종들을 굽어살피소사,' 그가 떨리는 음성으로 목소리 높여 기도를 읊기 시작했다.


'오늘 이 자리에서 당신의 근엄한 은총으로 저희에게 축복을 내려주시옵소서,

우리는 여기서 당신의 이름 아래 싸우며 당신의 뜻 아래 모든 것을 바치고 있나이다.'


설교사 주변의, 크랸의 분대원들은 분대에 속한 목사의 설교에 다시금 용기를 얻었다.

일부는 그를 따라 기도를 읊으며 다시 다가오는 이단들을 향해 사격을 가했다.

자신 덕분에 병사들이 조금이나마 힘을 얻자,

케임은 그 모습에 힘이 올랐다.

그의 목소리는 더 굳세지고, 커지기 시작했다.


'아아 전능하신 신-황제이시여!

당신께, 우리 눈 앞의 저 이단들을 파괴할 힘을 요청하옵니다!

이 부정한 적들을 정화하기 위해, 당신의 도움을 감히 갈구하옵니다!'


케임은 참호선 위, 아래에서 다른 겁먹은 병사 무리들이 

자신의 설교가 커짐에 따라 조금씩 힘을 내며 다시 일어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제발, 신-황제 폐하님, 만약 당신의 기적적인 개입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지금이옵니다. 제발, 제발!


그리고 그 순간, 케임은 화들짝 놀랐다. 마침내 발견한 것이다.

여전히 그는 마치 자신에게만 들리는 성가라도 있는 마냥, 저 중간 어딘가를 뚱하게 응시하고 있었지만

그의 머리와 양 어깨 위로 찬란한 빛의 휘광이 밝게 타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케임은 깜짝 놀라 눈을 껌뻑거렸고,

그 빛이 더 강해짐에 따라 읊던 기도문 또한 더듬거리기 시작했다.


'황제의 이름에 걸고 이건 또 뭐야?' 크랸이 깜짝 놀라 말을 내뱉었다.

그러나 지친 중사조차도 목소리 안에 경외심을 가득 담을 정도였다.

프레이스트 병사는 그대로 몸을 떠올리더니, 

그대로 참호선을 넘어 무인지대로 향했다.

탄들이 그의 주변에서 튀었지만,

단 하나도 그 은총받은 전사를 건들지 못하였다.

볼트 탄조차도 그의 얼굴 바로 앞에서 터졌고,

매연과 파편조차도 그의 주변에서 무의미하게 꺾일 뿐이었다.


'그는 축복받았네...' 설교사 케임이 감격에 헐떡이며 말했다.

허공에서 부드러운 합창 음조가 은은하게 들려오자, 그는 이제 감격에 차 들뜨고 있었다.

다시 한번, 소리높여 그가 외쳤다.


'그는 축복받았다! 황제께서 디에터 프레이스트 이병을 축복하셨다!'


크랸의 분대 수 명이 감격에 차 흐느껴 우는 소리와 함께,

케임은 아군 전선에서 터져나오는 환호성을 들을 수 있었다.

설교사의 심장은 이제 흥분에 마구 요동치고 있었다.


프레이스트가 느릿하게 한 손을 털며 신성한 빛의 물결을 적 한가운데에 쏟아내자, 그 환호성은 더욱 커졌다.

그 공격에 카오스 컬티스트들이 닿자마자 불길 속에 터져죽었다.

산 채로 불타 오르며 비명을 지르다, 이내 재가 되며 흩어졌다.


케임은 충격에 움찔하다가, 이내 의기양양함에 사로잡혀 

주변의 병사들과 함께 미친듯이 환호했다.


'우리는 구원받았다! 황제께서 우리에게 성자를 내려주셨다!'


프레이스트는 계속해서 손을 겨누고, 또 겨누었다.

그가 느릿하게 손을 들어올릴 때마다, 한 무더기의 이단들이 화염에 타올랐다.

이제 적 진형 전방은 완전히 분쇄되어 있었고, 기세는 진작에 꺾여 없어진 뒤였다.

그들은 서로 짓밟으며 패주하고 있었다.

우리 제국 신앙이 만들어낸, 불타는 화신 앞에서 적들은 어떻게든 도망치기 위해 발버둥쳤다.


칼로 병사가 갑자기 나가 떨어지며 참호 뒤편 벽에 내다꽂혔을 때, 케임은 화들짝 놀라 뛰어올랐다.

그의 머리 속으로 그녀가 아마 총탄에 맞았을 거라는 생각이 떠올랐으나,

그 순간 그녀의 몸으로 백색 화염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목사는 주춤거리며 물러섰고, 곧 그녀의 잿맛이 혀 끝에서 느껴졌다.

그는 미친듯이 눈 앞을 휘저으며 재를 흩어냈다.


말도 안 돼! 그 생각이 그의 머리 속에 계속해서 떠올랐다. 그러나 그것은 어리석은 바램에 불과했다.

말도 안 돼! 말도 안 된다고!


빛이 번쩍였다. 허공의 성가는 더욱 더 커지더니, 곧 끔찍한 비명소리로 바뀌었다.

비록 빛에 싸여 있었으나, 케임은 분명히 볼 수 있었다.

프레이스트 이병이 계속해서 손을 뻗고 또 뻗으며, 불길로 아군과 적 모두를 태워죽이는 것을.

그러나, 이제는 케임의 '잠정' 성자 본인 또한 불타오르고 있었다.

천상계의 화염이 그의 몸 주변을 뒤덮고 있었다.

기겁한 케임의 시선 앞에서, 병사의 모습은 마치 두 이미지가 허접하게 하나로 붙여져,

현실의 피부 위에서 서로 충돌하듯이 초점 없이 뿌연 모습이었다.

하나는 아름다운 성자의 모습이었으나,

하나는 불타오르며 그 살이 녹아내리고 있는, 비명을 지르는 괴물의 모습이었다.


케임은 그 불타는 살덩어리에서 또아리치는 촉수들이 튀어나오며 크랸 중사를 휘감자, 몸을 돌려 도망쳤다.

중사의 끔찍한 비명소리는 곧 그의 뼈가 분쇄되고 백색 불길이 그의 온 몸을 휘감자, 피 끓는 가글 소리로 바뀌었다.


심장이 요동치고, 패닉에 휩싸인 상태에서 

정신은 백색 소음에 가득 차버린 케임은 참호선의 뒤쪽 벽을 타고 개활지 쪽으로 기어올라갔다.

병사 파우스텐과 트린 또한 곧 재가 되어 터져버렸고,

그 잿가루가 케임에게 닿았다.


황제이시여, 그는 생각했다. 이해가 안 됩니다. 황제이시여, 황제이시여 제발...


성가 비명은 이제는 완전히 절정에 도달했다.


개활지 위로 도망치던 케임의 뒤편에서, 오싹한 낮은 폭발음이 느껴졌다.

그 순간 그는 통째로 나가 떨어지며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뜨거운 액체와 백색 화염의 불길들이 그의 주변을 휘감았고,

눈 앞에서 지면이 마구 흔들리며 별들이 터져나왔다.


곧, 그는 충격 속에 눈이 핑핑 도는 것을 느끼며 정신을 되찾았다.

고통이 케임의 오감을 다시 날카롭게 했고,

그 통증을 따라 시선을 내리자 두 다리가 난자당해 잘려있는 것이 보였다.

피가, 밝은 적색의 피가 선명하게 잘려나간 부위에서 흘러내리며 메마른 진창을 적시고 있었다.


케임은 머리를 들어올려 크랸의 분대가 있었던, 이제는 피에-젖은 크레이터 웅덩이를 경악 속에 바라보며 신음했다.

단 한 명의 병사의 흔적도 남아있지 않았다.

대신, 그 거대한, 중장갑의 적 전사들만이 사방에 넘치는 재들을 헤치며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두 눈 렌즈들을 불태우면서.


'황...ㅈ...제...' 케임이 간신히 몇 마디를 개골거렸다.

그는 공포와, 경악과 끔찍한 고통을 느끼고 있었다.

그것은 기적이 아니었다. 이제는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그것은 기만으로, 기만 그 자체였다.

결국 병사들은 허무하게 목숨만 잃은 셈이었다.


'황...제...'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것이 탄원인지 비난인지는 그 본인도 알 수 없었지만.

이제 중장갑 거인들 중 한 명이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괴물의 헬멧에 올라온 뿔들이 하늘 아래서 불타오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깊은 진홍색 견갑을 장식하는 불타는 해골이 소리 없는 아우성을 지르는 것이 보였는데,

케임은 그것이 프레이스트 병사의 소름끼치는 마지막 흔적임을 깨달았다.


'네 황제는 여기 없다, 작은 구더기야.' 거대한 전사가 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금속음에는 경멸이 가득했다.


'그는 단 한 번도 그러지 않았어.'


전사는 마침내 한쪽 발을 들어올렸고,

군화 밑창을 케임 목사의 머리 위에 올려놓았다.

목사는 잠시 동안 자신의 머리통이 으스러지는 고통을 느꼈고,

그 뒤로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Posted by 스틸리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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