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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Shield of Baal : exterminatus



'응보의 검날' 선의 함교 복도에 선 단테는 행성이 죽어가는 광경을 말 없이 지켜보았습니다.

배틀 바지선의 거대한 내부 비행장을 바깥의 우주 공간으로부터 차단시켜주고 있는 함내 보이드 방어막 너머로 보이는 아스포덱스 행성은 현재 그림자로 덮힌 검게 그슬린 가죽 껍질과도 같이 변해 있었습니다.

단테는 행성을 바라보며 승리의 어떤 감각이라도 느껴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허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결과적으로 수백억의 타이라니드들이 파괴되었을지언정,

그 대가로 바친 것이 한 성계 전체였습니다.


챕터가 대가로 바친 것 또한 위험할 정도로 높았습니다.

커맨더는 한때 행성이였던 것의 외피만 남은 시체로부터 눈을 애써 돌려, 아직도 수송기들에서 하차 중인

2nd 중대의 소수 생존자들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들은 생체 화기들에 의해 파손되고, 궤도 탈출시 발생한 화염에 크게 그슬려 파손된 상태의 스톰레이븐들의 램프 입구들에서부터 

부상자들 및 전사자들의 주검들을 조심스럽게 내리며 함께 하차하고 있었지요.


그러나, 지옥과도 같던 아스포덱스에서의 대 궤멸전에 이어 폐허가 되어버린 도시 속에서 목숨을 걸고 간신히 살아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퇴각하는 블러드 엔젤들에게는 그 어떠한 암울한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지치고 부상당했음에도 그들의 자세는 당당했고

두 눈들은 굳은 목적으로 빛나고 있었습니다.

챕터 마스터에 대한 그들의 신념과 믿음은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습니다.

단테는 이 상태에서 바로 적들에게 돌격하라는 명령을 내린다고 할지라도

이들은 일고의 주저 없이 바로 행하리라는 믿음에 조금의 의심도 가지지 않았습니다.


커맨더 단테는 비행 갑판을 분주히 이동하는 그들의 얼굴 하나하나를 지켜보며,

과연 저들 중 얼마나 많은 자들이 살아서 바알로 귀환할 수 있을지,

그리고 챕터에 현재 남아있는 스페이스 마린들로 충분할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어떤 대가를 또 치루어야만 챕터의 모행성을 구원할 수 있는가?


그리고 만약, 소중한 우리의 모성 바알을 구하는 대가로


우리의 챕터는 파멸을 감수해야만 하는가?


그리고..


우리가 여기에서 타이라니드들에게 입힌 피해는 과연 충분한 것이였는가?


이러한 것들이 멸망한 행성에서 복귀한 그의 형제들을 지켜보며

그들 한명 한명을 바라볼 때마다 단테의 정신을 무겁게 짓누른 생각들이였습니다.


그 순간, 차가운 바람이 복도 끝에서 불어오며 허공에서 찬란한 빛이 출렁였습니다.

아주 잠깐 동안 단테는 그것이 하이브 마인드가 준비해놓은 최후의 공격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고

반사적으로 그의 총집에 들어있던 피스톨에 손을 대었지요.

그러나 빛이 사라진 자리에 나타난 것은 타이라니드 괴물이 아닌 어느 날개달린 신성한 존재였습니다.


그는 생귀노르였습니다.


오랜 세월동안 처음으로, 단테는 바로 앞에서 생귀노르를 마주하게 되었지요.

잘 세공된 황금의 갑주를 영롱히 빛내는, 그 신비로운 전사의 얼굴은 단테의 얼굴을 비출 정도로 매끄러운 황금의 마스크로 가려져 있었습니다.

그 순간 갑판 복도 위에서의 모든 작업은 일시에 정지됬고,

그 한 명의 전투 형제에게 갑판의 모든 블러드 엔젤 마린들이 한쪽 무릎을 꿇으며 머리를 공손히 숙였습니다.

오직 단테만이 초연히 서 있었지만,

그 또한 생귀노르의 갑작스러운 출현에 놀란 상태였지요.

이는 수백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 그 또한 도데체 무슨 일이 일어났고, 무엇 때문에 일어난 것인지 제대로 알 수 없었습니다.

이 고대의 축복받은 전사가 그가 승리라 생각하고 싶었던 '패배'를 꾸짖기 위해 나타난 것일까요?

아니면 이 모든 것이 프라이마크의 의지가 작용하여 일어난 사건들임을 알려주고자 한 징조일까요?


 느리고, 위엄있는 걸음과 함께 생귀노르는 챕터 마스터에게 다가갔고

그의 두 날개는 그가 지나가는 복도 옆에 놓인 블러드 엔젤들의 머리를 축복해주듯 스쳐 지나갔지요.

마침내 두 전설이 서로 얼굴을 정면에서 맞대었습니다.

공기 중으로 무거운 침묵이 흘렀죠.


아무 말 없이 단테는 그의 마스크를 벗었고,

생귀노르에게 자신의 얼굴을 직접 드러내 보였습니다.

그는 지금 이 축복받은 전사를 어떠한 렌즈나 광학 필터 없이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있었죠



그리고는, 단테는 그 누구에게도 물어보지 못했던 질문

그러나 반드시 알아야만 했던 단 하나의 질문을 위해

오직 생귀노르의 두 귀에만 들릴 정도였지만, 마침내 입을 열었죠.


'정녕 충분했나이까 -...바알은 아직 구원받을 수 있는 겁니까?'


꽤 오랜 시간 동안 침묵만이 감돌았습니다.

그리고 단테는 눈 앞의 전설의 존재가 아무런 대답도 주지 않고 사라지리라 확신했죠.


그때였습니다.


블러드 엔젤 챕터의 유구한 모든 역사와 기록을 통틀어, 단 한번.


생귀노르가 최초로 모두의 앞에서 입을 열었습니다.






'아직 희망은 있다There is yet hope.'


ps. 아스포덱스에서 1st 중대 캡틴이 따로 수행한 비밀 작전을 다룬 외전도 하나 있는데,

그건 나중에 올리겠습니다.

아니 그냥 빨리 올리는게 더 나을려나..



Posted by 스틸리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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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떨어지는 거대한 스포어 마인들 중 몇개가 전방 도로에 떨어지며 

도로 한뭉터기를 날려버리자 캡틴 아파엘은 큰 진동을 느꼈습니다.

먼지와 파편들 속에서 주춤거리며, 그는 바로 앞의 지면이 슬래그로 녹아버린 것을 보았지요.

기이한 부글거리는 소리와 함께 결국 그 녹아버린 도로의 슬래그는 저 아래 행성 내핵으로 떨어졌고

그 자리에는 아직도 부글거리는 거대한 구멍이 생겼죠.

아마 이것이 하이브 마인드의 최후의 계략일 것이였습니다.

하이브 마인드의 외계인 무리들은 이제 부유하는 광산 플랫폼 도시를 완전히 파괴할 생각인 듯 보였습니다.


캡틴 아파엘의 전선 후방에서는 그의 컴퍼니 테크마린들이 저 구름층까지 솟은 거대한 가스 컨베이어의 기계령을 위해 기도문들을 읊고 있었습니다.

사방에서 타이라니드들이 증기 파이프들을 갉아대고 있는 순간이였지만,

테크마린들은 기계의 혼을 달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죠.

아파엘은 외계인들이 지금 블러드 엔젤이 무엇을 계획했는지를 알고 움직이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에우로스에 대한 전면적 파괴의 부분적 단계에 해당하는 것인지 확신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어느쪽이든, 하늘에 솟은 거대한 파이프라인들이 파괴되어 누출되는 것은 시간 문제인듯 보였죠.


흙먼지와 매연에서 빠져나오자 새로운 타이라니드 괴수 무리들이 블러드 엔젤의 방어선들을 공격하는 것이 보였습니다.

아파엘은 저주와 함께 그의 플라즈마 피스톨을 꺼내들어 가장 가까이 근접한 건트에게 겨누었고,

곧 눈부신 빛의 폭풍이 괴물을 가스 덩어리로 녹여버렸습니다.

그의 좌측 우측에서는 형제들이 몰려오는 외계인들에게 정교한 볼터건 사격을 가하고 있었고,

규칙적으로 들려오는 볼트 탄환들의 묵직한 폭발음은 그들의 발 밑에 쌓이는 탄피들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섞여 들리고 있었죠.

스페이스 마린만의 전투 교리법에 따른 방어 덕에 단 하나의 생명체도 수십 야드 이상으로는 절대 근접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쏟아지는 괴물들 하나 하나가 모두 볼트 탄환들의 폭발에 의해 산산조각나고 있었고,

그들의 아작난 사지들이 지면에 나뒹굴었지요.


마린들은 빈 탄알집을 아직 연기 피어오르는 볼터들에서 방출한 다음, 새로운 탄알집들을 끼우며

적들의 새 공습에 대비했습니다.

아파엘은 하늘을 살폈고, 더 많은 스포어 마인들이 쏟아지거나

혹은 거대한 비행 괴수들이 다시 돌아오지는 않을까 경계했죠.

그러나, 적들의 새로운 공습이 시작되기도 전에, 플랫폼이 갑자기 블러드 엔젤의 발 밑에서 갈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아파엘은 컨베이어 파이프의 긴 라인을 향해 시선을 올렸고,

얼마 안가 흔들리는 플랫폼 지면에 의해 수 마일 이상으로 구름까지 뻗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긴 파이프라인까지 눈에 보일 정도로 크게 진동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진동이 가라앉았지만,

캡틴 아파엘은 대신 머리 위 구름층이 점차 밝아지는 것을 확인했지요.


이유는 말 안해도 알겠지요.


'전 분대 들어라. 해당 수송편들로 복귀한다!'


아파엘은 음성망 채널을 향해 명령을 하달했고,

점차 커져가는 하늘에서의 찢어지는 소리 때문에 혹여 소리가 묻힐까봐 그는 최대한 음성을 키워 말했습니다.


그의 명령에 따라 블러드 엔젤 측은 이제 후퇴를 위해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전방에 수류탄들을 뽑아 던지고는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각 분대의 스톰레이븐들을 향해 

볼터 탄환들을 쏴제끼며 부셔진 광산 플랫폼의 지면을 질주해갔죠.

탄환들이 그의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가고 있었고,

아파엘 또한 탈출하기 전에 그의 형제들의 발목을 붙잡아 익사시키려는, 어느새 새로 나타난 타이라니드 무리들을 향해 플라즈마 탄구들을 쏘아댔습니다.


캡틴은 탈출 구역에 도달한 마지막 인원이였습니다.

이때쯤 되자 하늘은 그저 환했던 수준에서 이제는 차마 눈 뜨고 올려다보기 힘들 수준까지 치닫아 있었죠.

그는 스톰레이븐의 어썰트 램프 부분에 도약하여 무사히 착지하였습니다.

숨을 고르며 시선을 돌리자 가드맨 한명이 램프 전방의 폐허물 사이에 몸을 웅크리고 있는 것이 보였고,

우연적으로 잠깐 동안 그 둘은 서로에게 시선을 고정시켰습니다.

가드맨이 바라보는 아파엘의 두 눈은 얼음만큼이나 차갑고 단단했습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아파엘이 바라보는 가드맨의 두 눈은 공포로 가득 차 있었으며,

또한 신성한 어뎁투스 아스타르테스의 일원인 자신이 도와주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습니다.


순간의 고민도 없이, 아파엘은 주저 없이 그 가드맨을 향해 달렸습니다.

그리고는 주저앉은 그를 다시 잡아 끌어올린 다음 그대로 스톰레이븐 방향으로 집어다 던졌죠.

그가 몸을 돌려 다시 스톰레이븐으로 뛰려 하자, 뒤편에서 무너진 벽에 오른 호마건트 한마리가 발톱들과 송곳니들을 내밀며 캡틴을 덮쳤지만

아파엘은 자동 반사적으로 괴물의 면상을 후려갈겨 

저 멀리 보이지 않는 곳까지 날려버렸습니다.

직후 그는 다시 어썰트 램프로 복귀하였고, 때마침 가드맨 또한 뒤편의 손잡이 부분으로 기어오르는데 성공했습니다.

스톰레이븐이 마침내 이륙했고, 

겨우 몇 초 전까지만 해도 스톰레이븐이 있던 자리에 수많은 건트 무리들이 쏟아내려와

그들 머리 위에 있는 캡틴을 어떻게든 잡고 물어지려고 메뚜기마냥 도약하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는 램프 손잡이에 한손을 걸치고는, 어떻게 달라붙은 건트들을 발로 차 떨구거나

혹은 정교한 피스톨 사격으로 놈들의 머리통을 자주색 피운무로 증발시켰습니다.


마침내 스톰레이븐이 안전 높이까지 오르는데 성공했고,

아파엘은 전방 어썰트 램프의 전망 지점에서

구름을 뚫고 정제소로 내려오는 화염이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거대한 파이프라인은 내부의 프로메튬이 인화되며 불길에 흡수되어 버렸고, 

마치 화염이 담긴 깔때기마냥 프로메튬 화염은 후퇴하는 스톰레이븐들을 지나쳐 내려갔습니다.

화염이 내려가며 파이프 컨베이어에 붙어있던 타이라니드들은 모조리 타버리거나 혹은 열기를 버티지 못하고 공허한 행성 내핵으로 추락했고,

괴수들이 내지르는 비명소리는 날카로운 풍음과 불타는 프로메슘이 만들어낸 소리에 묻혀 버렸습니다.


 마침내 염화가 정제소 플랫폼을 집어삼켰고

그 순간 행성의 운명도 종말을 맞이했습니다.

행성이 종말을 맞이하며 발산한 빛이 어찌나 강렬하던지 아파엘이 장착한 헬멧의 포토렌즈들이 다시 기능을 회복하기까지 잠깐 시간이 걸렸고,

행성이 눈으로 볼 수조차 없는 강렬한 백색에서 회색빛으로 가라앉을 때까지

꽤 먼 상공까지 올랐음에도 스톰레이븐은 거기에서 발생한 충격파에 크게 동요했습니다.

아파엘조차도 초인의 강인함이 없었다면 우주 밖으로 그대로 던져졌을 것입니다.

스톰레이븐의 아래, 행성의 내부는 그야말로 불타오르며 끔찍한 연쇄 연소 작용이 내핵에서부터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이 가스 행성의 삶은 이제 수 초도 남지 않았음이 분명했죠.


어썰트 램프를 마침내 폐쇄시킨, 아파엘은 그의 조종사에게 최대한 고궤도상까지 도달할 것을 명령했고,

이후 들리는 소리라곤 오직 스톰레이븐의 터빈들이 만들어내는 포효성 뿐이였습니다.

그 굉음 속에서 미약하게 속도에 질려버린 가드맨이 토해내는 비명소리가 들리는 듯 했지만

아파엘은 그냥 씹었습니다.




 


출처 : Shield of Baal : exterminatus



행성들의 종말

마그노비타리움에 의해 에이로스가 종말을 맞이하였고

그것은 크립투스 성계의 파멸을 알리는 신호였습니다.

하이브 마인드가 성계의 도시들을 파괴하고 모든 생명체들을 흡수하고 있던 순간에 가스 행성이 종말을 고하며,

곧 초성계적 규모의 대 격변이 시작되었지요.

에이로스의 파괴와 함께, 한 성계의 모든 행성들은 크게 동요하며 뒤흔들리게 되었고

우주 공간은 영원토록 뒤바뀌었습니다.


마그노비타리움에서부터 시작된 태양 광선은 마치 섬광의 창과 같이 성계를 가로질러, 그 경로에 놓인 모든 것들을 소멸시켰습니다.

그 눈부신 열 광선 속에 사로잡힌 생체 함선들은 순식간에 말라 비틀어져 마치 바람 속에 놓인 잿먼지 마냥 사라졌고,

그보다 작은 짐승들은 흔적조차 없이 사라졌습니다.

아스포덱스와 라이시오스 행성의 행성간 중계기들을 통해 연결된 태양열 광선은 에이로스까지 뻗어나갔고,

빛의 열폭풍으로 궤도를 뚫고 침투하여 상상 불가능할 정도의 연쇄적 대 격변을 창조해냈습니다.

가스 행성이 폭발하며 일으킨 막대한 양의 충격파는 성계의 우주 공역 전체를 뒤흔들어놓았습니다.


그로 인해 발생한 대 재앙은 상상 불가능한 수준이였습니다.

각 행성의 블러드 엔젤 마린들과 동맹군들은 개벽의 대 재앙으로부터 그들이 구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은신처들을 찾아 숨어야만 했지요.

일부는 각자의 행성들 뒤편으로 피신한 함선들로 서둘러 탈출했고,

일부는 크립투스 성계의 도시들 내부에 그나마 안전한 폐허들 속에 피난가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모두들 하늘을 향해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었죠.


그러나 파괴를 완벽하게 피할 수는 없었습니다.


덕분에 전투 형제들과 전투 수녀들, 아스트라 밀리타룸의 병사들 다수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특히 에이로스에 있었던 자들 중에서, 도망칠 기회가 없던 자들이 그러했지요.

그러나, 그 충격파에 의해 성계의 수많은 남자와 여자들이 죽었듯,

수천의 타이라니드 함선들 또한 그렇게 파괴되었습니다.

궤도의 생체 함선들은 마치 진공 속에 놓인 장난감들마냥 산산조각나 찢겨져 분해되었고,

행성 내 지표면의 타이라니드 무리들은 가스 행성의 파괴가 만들어낸 쏟아지는 천벌의 유성우들과 지질학적 대격변 속에서 소멸되었습니다.


오직 네크론들만이 이 대 격변에서 무사했습니다.

아스포덱스에서는, 대 파괴의 충격파가 도달하기 몇 분 전에 안라키르가 보냈던 네크론 군단들이 모두 '위상 도약'하여 퍼디타의 전쟁 동묘들로 사라졌습니다.

그 전장에 마지막까지 남아 있었던 타이라니드들과 블러드 엔젤 마린들의 시선에는, 마치 네크론들이 천상의 바람에 흩날려 먼지가 되어 사라진 것과 같이 보였을 겁니다.

그들의 눈 앞에서 네크론들의 형체는 마치 유령처럼 흐려지다가 모두 일제히 사라졌으며,

자라스투라의 군세 또한 에이로스의 파괴로부터 탈출하여, 성계 어딘가의 수확선 함대로 사라졌습니다.

이후 비관성 엔진들을 가동시켜 상대성 에너지의 힘으로 충격파를 앞질러 피했죠.

툼 월드의 눈과 얼음의 동토 아래 수 마일에 달하는 지하 속으로 피신한 네크론 오버로드는 퍼디타 행성으로 향하고 있었던, 

성계를 가득 뒤덮은 타이라니드 함대의 촉수가 마치 먼지처럼 일시에 소멸된 것을 만족스럽게 확인했습니다.

성계 전역으로 확산된 거대한 충격파는 마지막으로 마그노비타리움까지 닿았습니다.

그 충격파에 의해 마그노비타리움은 수억의 파편들로 산산조각났으며,

그 와중에 '불타는 자'는 자유로히 날아다니며 파괴적인 태양풍을 탐식하였죠.


성계 전체를 뒤흔든 충격파는 그러나 단 몇분만에 사그라들었습니다.

충격파가 가라앉자 단테는 챕터의 모든 중대들에게 퇴각을 명령했죠.

비록 수천 수억 수십억의 타이라니드들이 멸망당했으나,

그보다 더 많은 수가 아직 남아 있었습니다.

단테는 하이브 마인드가 정신을 다시 수습하여 블러드 엔젤을 순식간에 또 덮치게 되는 것은 시간 문제임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이제 이 성계에서 어뎁투스 아스타르테스의 전사들이 거둘 수 있는 더 위대한 승리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도착했던 때만큼이나 신속하게, 블러드 엔젤 마린들은 궤도로 퇴각했습니다.

그러나 그 순간에서조차도, 그들은 수십여번의 유혈낭자한 철수 전투들을 펼쳐야만 했지요.

헬로스 항구의 폐허들에서는 2nd 중대가 전투로 인해 반쯤 무너져내린 항구 성벽들에 굳건히 서서, 

충격에서 슬금슬금 정신을 차리며 다시 덤벼들기 시작한 수많은 괴수들의 물결에 맞서 드로스트 장군의 가드맨 생존자들과 함께 끝까지 저항하며

살아남은 생존자들이 마지막 한 명까지 대형 탈출선들에 오를 수 있게 놈들과 맞서 싸웠습니다.

거의 마지막 순간에, 스톰레이븐의 어썰트 램에 오른 늙은 카디안 장군은 아스포덱스 행성의 폐허 전경을 마지막으로 내려다보며 생각했습니다.

지금 자신이 보는 것은 단순히 폐허가 아니라고,

대신 수백만의 장병들이 각자의 종말을 맞이한 '거대한 공동묘지'라고 말이죠..


가장 마지막에 떠난 것은 단테였습니다.

그는 블러드 엔젤의 살아남은 형제들과 죽은 형제들이 궤도로 안전히 철수 완료했음을 확인하자마자

이제는 산산조각나 불타버린 산업 공단 전장 지역을 미련 없이 떠났습니다.

이별 선물로 챕터 마스터는 지상의 지긋지긋한 외계인 놈들을 대상으로, 궤도의 전 함대가 보유한 모든 대포와 광선 탄환들을 포디아 시로 쏟아부을 것을 명령했습니다.

그의 명령에 따라 초대형 대포 탄환들과 랜스 광선들, 그리고 폭풍 어뢰들까지 

그야말로 막대한 양의 파괴 물자들이 도시로 쏟아졌고

처음에 충격파가 시작했던 작업을 마무리지었습니다.

한때 웅장했던 빌딩들과 첨탑들의 잔해는 궤도 포격 아래 아예 산산조각나 사라졌고,

뒤이어 염화가 폐허 도시를 뒤덮으며 모든 생명체들을 소멸시켰습니다.

단테의 스톰레이븐이 '응보의 검날' 선에 복귀할 때쯤 포디아 시의 대부분은 녹아내려 뒤틀린 플라스틸과 파편화된 페로크리트가 응고된 하나의 거대한 대양으로 녹아 있었습니다.  


최후의 포격들이 떨어진 이후, 귀를 파괴할 것만 같았던 파괴의 소리는 불타는 건물들과 시체들의 갈라지고 무너지는 둔탁한 소리로 바뀌어갔습니다.

그리고 끓어오르던 하늘이 잠잠해지자, 폐허에서는 무언가 여러가지 것들이 기어나오기 시작했지요.


이후, 하나씩 하나씩...


타이라니드들이 잔해들을 떨치며 모습을 드러내었습니다.


그들의 키틴 껍질은 불길에 타서 그을리고 상처로 가득 도배되어 있었지만

그들의 눈에 어린 허기와 탐식은 블러드 엔젤의 이별 폭격에도 조금도 가려져 있지 않았지요.

그들 중에서 한 하이브 타이런트,

다 뜯기고 헤진 두 날개를 지닌 하이브 타이런트 하나가

신-황제의 반파된 석상 위를 기어 오른 다음 

모두 뒤엉켜 혼란에 휩싸인 하늘을 향해 긴 포효성을 내질렀습니다. 



한편 세스와 전투 수녀들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대 성계 규모의 충격파는 라이시오스 행성에도 도달했고,

그것은 플레시 티어러 마린들과 동맹군들에게는 종말 그 자체나 다름없었습니다.

그러나 살아남은 스페이스 마린들과 전투 수녀들은 종말을 코 앞에 두고서도,

그 수가 조금도 줄 기미 없이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타이라니드의 포위망에 맞서 대성당 방어선을 사수하여야만 했지요.

그들 주변 사방으로는 극악한 스포어 가스가 가득했으며,

그 가스 속을 수많은 송곳니, 발톱 괴수들이 활보하며 제국의 저항자들을 덮치고 있었습니다.

결국 그들은 충격파를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맞아야만 하는 운명에 처하게 되었죠.


마침내, 첫 충격파가 궤도를 지나 행성 표면을 강타하였습니다.

마지막 순간, 세스와 아미티는 충격파 속에 머리 위 하늘의 구름이 산산조각나고, 

자신들이 밟고 있는 대지의 크고 작은 자갈들이 진동하며 통통 튀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종말을 맞이하였습니다.


다만 여기서는 아니였지요.

지면의 모든 것을 파괴할 충격파가 플레시 티어러와 전투 수녀들을 산산조각내기 직전, 겨우 몇 분도 안되는 찰나의 순간에,

대성당의 고대 보이드 방어막 장치가 저절로 가동되며 방어막을 작동시킨 것입니다!


그것은 오래 전에 그들이 잊고 있었던, 성당의 '구원 프로토콜들에 따른 것이였지요.


목숨을 건진 세스는 방어막 바깥에서 파괴되어가는 지면과, 그 위의 외계인 무리들이 분쇄되는 것을 말 없이 지켜보았습니다.

아미티는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다른 자매들과 함께 무릎을 꿇고는, 

이 기적이라고밖에는 할 수 없는 구원을 내려준 신 황제께 감사의 기도문들을 읊조렸지요.

바닷속에 파뭍혀 있던 제국 대성당의 녹슨 발전기들은 겨우 몇 분 지속되고는 동력을 잃었으나,

그걸로도 충분했습니다.

흐릿한 방어 장막이 사라지자 방어자들의 눈 앞에 보인 행성의 지면은 이제 타이라니드들이 완전히 거두어져 있었지요.


 


이후 수 시간만에 블러드 엔젤 챕터와 플레시 티어러 챕터의 전 함대들은 지금은 완전히 폐허가 되어버린 아스포덱스 행성의 궤도에 집합하였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성계의 탈출 함대에 소속된 피난민들과 피난선들을 구조하며 지원해 주었던 6th 중대의 함대까지 무사 복귀에 성공하며,

단테와 세스의 연합 함대에 합류하였지요.

여전히 저항은 존재하여, 소수의 고립된 생존 생체 함선들이 공허를 유영하면서 스페이스 마린 함대들을 공격하였으나

그들은 정교한 마크로 대포 연사와 헬파이어 어뢰들에 의해 순식간에 소멸되었습니다.


마린들 측은 처음 크립투스 성계에 돌입했던 어뎁투스 아스타르테스 인원들 중 절반 조금 못되게 살아남았고,

수천 이상의 군세를 자랑하던 아스트라 밀리타룸 군대는 이제 겨우 파편 정도만이 살아남아 구출되었습니다.

그러나 어찌되었건 승리 비스무리하게 부를 수는 있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행성들을 포식하던 타이라니드들 중 아주 소수만이 살아남았기 때문이였지요.


블러드 엔젤은 제국과 황제를 위한 그들의 의무를 완수하였고,

어쩌면 바알의 방어선들이 쉴드월드들이 있던 자리를 방어하기에 충분한 수준까지 해놓는데 성공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였습니다.

연합 함대를 아스포덱스 행성에서 돌리며, 단테는 이지스 다이아몬도를 관통하는 안전한 해로를 설정하고는 그의 모성으로 다시 복귀를 명했습니다.

이동이 결정된 순간부터 그의 정신은 이미 다음으로 이어질 타이라니드와의 전쟁으로 향해 있었지요.




수일간 타이라니드 함대 내 함선들의 잘려진 사지들과 몸통들은 우주 공역을 떠돌아 다녔습니다.

크립투스 성계 행성들의 잿더미들 속에서는 리퍼들이 죽은 자들과 죽어가는 자들을 탐식하며 배를 채웠고,

마치 굶주린 걸인이 그의 그릇 바닥을 긁어대듯 폐허들 사이와 속의 고기들을 남김없이 긁어갔습니다.

우주에서는, 불구가 된 생체 함선들이 동족의 사체들에 촉수를 뻗어 몸을 고정시키거나

반파된 제국 크루져 선들의 갑판 내부로 탐색 촉수들을 쑤셔넣어

회복을 위해 필요한 영양분들을 얼어붙은 선원들의 시체이든 무엇이든 찾아 다녔습니다.


유독한 대기와 독극물에 찌든 대지는 모든 생명체들을 소거했고,

덕분에 한때 위대했던 도시들에는 방사능에 찌든 황무지들과 무거운 침묵만이 흐르는 폐허들만이 남았습니다.

겨우 1주도 안되어, 하이브 함대 레비아탄은 수천년간 외적의 침입에서 버텨오던 제국의 성계 하나를 완전히 파괴해놓았고,

성계의 수백억 거주민들과 고대 문명들은 마치 먼지처럼 덧없이 사라졌습니다.


얼마 안가, 하이브 마인드의 새로운 싸이킥 신호에 따라 크립투스 촉수 함대의 나머지는 키틴 뱃머리들의 방향을 돌려 깊고, 어두운 우주의 심연을 향해 헤엄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향하는 곳의 끝에는


한 적색 행성이 반짝이고 있었지요.



 


Posted by 스틸리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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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Shield of Baal : exterminatus


죽음의 향연 속에서


이제 전쟁은 아스포덱스, 라이시오스와 에이로스까지 대대적으로 확대되었으며,

그 안에서 블러드 엔젤과 그들의 동맹군들은 가능한 한 최대로 타이라니드의 물결에 저항하며 마그노비타리움이 작동될 때까지 필요힌 시간을 벌어주고 있습니다.

한편 네크론들은 마그노비타룸을 점령하기 위해 타르타로스 행성으로 움직였으니,

마그노타리움을 조작하여 에이로스 행성을 파괴함으로써 성계에 종말을 실현하려는 안라키르의 계획을 실천에 옮기고 있었죠.


현재 단테와 안라키르의 동맹군들은 아스포덱스 행성에서 자신들이 점령한 연산자 첨탑들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으며, 

세스와 그가 이끄는 플레시 티어러와 어뎁타 소로리타스 연합군은 라이시오스 행성 최후의 보루인 대성당에서 솔라리움 기계의 연결망을 유지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었습니다.

에이로스에서는 형언불가 자라투사와 캡틴 아파엘의 연합군들이 에우로스의 증기 컨베이어 와 그 파이프 라인들을 사수하고 있었지요.

그러나, 정작 마그노타리움이 위치한 타르타로스 행성에서 이들의 모든 희생을 모두 무용으로 만들어버릴지도 모르는 재앙이 계획을 위협하고 있었습니다.


센서들과 감지기들은 분명 이 행성의 보이드 돔 거주지들이 모두 파괴되었고

그 거주자들과 방어자들은 단 한명도 남김없이 흡수당했음을 말해주었기에

안라키르는 이제 영양가 없어진 이 행성에서 하이브 마인드가 자신의 괴수들을 모두 회수하여 행성을 떠나리라 판단하였죠.

그래도 혹시 몰라 일부 네크론 워리어들을 배속시켜 자신이 행성에 파견한 크립텍, 자이코가 마그노비타리움을 재가동 시킬때까지 그를 보호하도록 통제했습니다.


안라키르는 이를 위해 퍼디타와 타르타로스를 잇는 고대의 돌멘 게이트들을 사용하였고, 덕분에 행성 근처 우주의 공역까지 단 수 초만에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네크론들은 행성이 자신들이 예측하고 기대했던 데로 텅 빈 상태가 아니라, 대신 파멸의 구렁텅이에 빠져 있음을 깨닫게 되었죠.

카니펙스 종들을 비롯하여 심지어 더욱 거대한 괴수종들이 검게 타버린 대지 위를 배회하고 있었으며, 괴수들은 수백년간 세워진 제국 돔 식민지들의 잔해들을 짓밟고 파괴하며

열기 아지랑이 속에서 그들의 검게 그슬린 등껍질들을 빛내고 있었습니다.

보이드 돔들의 파괴와 함께, 내부의 고대 구조물들의 손실은

현재 마그노비타리움의 동력 흐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었으며,

타르타로스 행성은 표면에서부터 궤도상까지 타이라니드들에 의해 오염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자이코는 안라키르의 수석 크립텍이 되기 위해선 자신이 맡은 임무들의 대성공이 크게 중요함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심각한 상황에도 지원을 부르는 대신, 곧바로 마그노비타리움의 통제권을 확립하려 하였죠.

여기에 필요한 시스템들은 제국 측의 보이드 돔들의 잔해들 내에 위치했고, 이 지역에 불가사의한 기술들을 통해 네크론의 통제 첨탑이 궤도의 태양 에너지 거울과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허나 지원을 부르지 않았던 것은 너무나도 큰 실수였습니다.


네크론 군대는 매 순간마다 끔찍한 손실을 겪어야 했죠.

네크론 워리어들은 발 밑에서 갈라지는 대지에 추락하여 파괴되고 망가지기 일수였으며

혹은 타이라니드 짐승들의 폭동에 파괴되어 망가져 산산조각났습니다.

자코르는 간간히 불가사의한 기술력으로 그들에게 살아있는 번개의 방어막들을 씌워주거나, 강력한 염화의 폭풍으로 타이라니드 괴수들을 삼켜 버리는 식으로 지원을 해주었죠

그러나 자코르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목표로 했던 돔 거주지 폐허 지점의 등줄기 지점으로 도착할 때쯤 되자

남은 보디가드들은 아주 소수에 불과했습니다.


크립텍은 지금은 폐허가 되어버린 돔 지역의 등줄기 부분에 도착하자마자 지면의 자갈로 뒤덮힌 땅을 스캔했습니다.

그리고 통제 기계가 아직 건재함을 확인하였죠.

허나 그 근처에는 타이라니드 괴수들도 방황하고 있었습니다.

 

괴수들이 가득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이코르는 묘사 불가능할 정도로 오만하고 집착스러운 자였습니다.

따라서 자신의 무능함을 인정하기를 거부했지요.

크립텍은 주변에 마지막으로 남은 네크론 전사들을 모아 원형의 진을 형성했고,

그것을 본 생물 괴수들은 잿먼지 뒤덮힌 등줄기 지역을 향해 오르기 시작하며

뒤편에 재와 파편들을 가득 흩뿌렸습니다.


자이코와 그의 병사들은 달려드는 괴수들을 향해 사격을 개시하였으나

첫 카니펙스가 그들의 진형까지 도달하자 네크론들은 거대 괴수들의 돌진 앞에 박살나갔습니다.

자이코가 볼 수 있는 것이라곤 카니펙스들이 광란적으로 날뛰면서 워리어들을 찢고 날려가며 자신에게로 달려드는 것 뿐이였습니다.

부셔진 워리어들의 금속 사지 부품들과 머리통들이 이젠 발밑까지 떨어지자, 그제서야 크립텍은 어쩌면 자신의 계산 중 일부분이 잘못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좀 했습니다.

마지막 순간, 포효하는 괴수들이 사방에서 몰려와 자신의 바로 코앞에 몸을 들이밀자, 크립텍은 위기감을 느끼고는 사전 기계획된 정보 데이타를 우주로 송신했습니다.


그것은 안라키르에게 자신의 실수와, 예측못한 타르타로스의 악화된 상황을 보고한 것이였죠.

보고 직후, 크립텍은 자신의 오만함에 대한 대가를 치루었습니다.

단 수 초만에, 마법과도 같은 불가사의한 과학을 지니고 있었던 크립텍의 매끄러운 금속 신체는 산산조각나 찢겨졌지요.


실패를 보고받았을 때, 만약 그럴 수 있는 살아있는 필멸자의 얼굴을 지니고 있었다면

안라키르는 있는 그대로 얼굴을 일그러트렸을 것이였습니다.

마그노비타리움의 통제권 없이는 오버로드의 계획은 그야말로 무용이였고, 현재 하이브 마인드와의 대결 속에서 이루고 있는 우세함 또한 순간적인 것에 불과할 뿐이였습니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것은 따로 있었습니다.

만약 이대로 마그노비타룸의 동력 공급이 방치된다면, 얼마 안가 이 거대한 별 거울이 궤도에서 행성 표면으로 추락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였죠.

안라키르는 가능한 모든 경우들을 일초도 안되어 계산해 보았습니다.

일단 현재 아스포덱스 행성에서는 그가 지휘하는 네크론 군대 상당수가 연산자 첨탑들을 방어히기 위해 싸우고 있었고

따라서 계산에서 제외되어야 했습니다.

퍼디타에서 징수한 네크론 워리어들은 자이코의 자만심 덕에 막 파괴되었고

그들과, 오만한 크립텍 부하놈이 전장에서 어떤 쓸모라도 있게 다시 복구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이였습니다.


결국 마그노비타룸의 추락이라는 임박한 대비극을 앞두고 쓸 예비 병력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깨닫자, 안라키르는 자리에서 얼어붙었습니다.

그러나, 네크론의 대군주는 모르게,

그의 동맹군들은 이미 자신들만의 파병 계획들을 한시바삐 실행에 옮기고 있었습니다.

커맨더 단테는 타르타로스 행성을 쥐고 있는 하이브 마인드의 영향력을 결코 간과하지 않고 있었고, 그렇다고 자신들의 동맹군인 네크론들이 순전히 자신들만의 힘으로 마그노비타룸을 완벽히 확보하리라는 것도 믿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처음 계획을 모두 전송받은 이후,

아스포덱스의 공장 구역을 재탈환하기 직전에

챕터 마스터는 블랙 레이지에 걸린 형제들의 컴퍼니를 몰래 스트라이크 크루져에 태워 타르타로스로 보냈죠.


예. 맞습니다.

바로 그 유명한 데스 컴퍼니였죠.


 

....

현재 데스컴퍼니의 크루져 선은 타르타로스 행성의 궤도에서 출격 대기중이였습니다.

자이코가 산산조각난 순간에, 데스 컴퍼니의 첫 드랍 포드들과스톰 레이븐들의 공습이 개시되고 있었고

대기를 통과하며 생긴 그들의 검게 칠해진 장갑에 붙은 불길의 꼬리는 우주의 암흑과 완전히 대조되었습니다.


이제 성계의 운명은, 그리고 가장 위대한 챕터들 중 하나의 모성의 최후는

이 이미 사형 선고받은 자들의 손에 모두 걸려 있었습니다.


한편 그의 미개한 인간들에게서 음성 메세지들을 전송받은 안라키르는 이제 저급한 인간 종족의 손에 타르타로스 전투와 더불어, 성계 전체의 운명이 걸려 있음을 어쩔 수 없이 인정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마그노비타룸 통제기기들을 확보하기 위한 군대를 지원해줄 수는 없을지 몰라도,

장치를 구제하기 위한 다른 방법은 무엇이라도 할 수 있었죠.


찰나의 계산을 마친 그는 씨'탄의 조각을 동원하라 명하였습니다.


그러자 저 멀리, 아스포덱스 행성의 전장에서

공장 구획을 모두 불태우고도 모자라 그 지옥의 열기로 아예 모래로 말려버린 폐허들 한 가운데서 불타는 자'가 몸을 떠올렸고

쫙 뻗은 그 존재의 사지 주변으로 염화의 코로나가 번쩍이기 시작했습니다.


직후, 거대한 화염의 폭발과 함께

씨'탄은 마치 로켓마냥 포디아 위의 대기 위로 날아 타르타로스를 향해 별들 사이로 사라졌습니다.


 


...

데스 컴퍼니의 첫 공습 대원들을 태운 스톰 레이븐들이 타르타로스의 옅은 대기를 뚫고 강하하였습니다.

대기를 통과한 그들은 스톰 레이븐의 전면부 하강 램프가 개방되자 주저없이 그대로 수 마일 상공에서 몸을 날려

저 아래의 지금은 폐허가 되어버린 마그노비타리움 통제 돔 시설을 향해 내려갔죠.

그들은 점프 팩을 가동시키지 않은 채 침묵을 유지했고,

하늘에서 곤두박질치는 흑빛 갑주의 전사들의 헬멧 렌즈들에는 곧 디디게 될 불타버린 대지의 풍경이 반사되어 비추어졌습니다.

마린들은 지면에 아예 처박기 직전에야 점프팩 터빈들을 작동시켰고, 점프 팩의 강렬한 화염과 연기를 통해 균형을 잡아 돌렸습니다.

얼마 안가 마린들의 무자비한 군화가 지면에 가득한 타이라니드 무리 짐승들의 소굴 한가운데에 내리박혔고,

충돌 이후 무자비한 볼트 피스톨들의 탄환들과 체인블레이드들이 쏟아지며 괴수들의 두꺼운 키틴 껍질들을 찢고 발랐습니다.


데스 컴퍼니의 두번째 공습은 지상에서부터 이루어졌죠.

통제 돔의 폐허로부터 꽤 떨어진 불타는 평원에서부터, 괴수 무리들을 향해 전차들이 불길의 저주를 받은 타르타로스의 불타는 대지 위를 가르며 전진하고 있었죠.

검은 라이노들은 내부의 광적인 전사들을 적들에게 배달하기 위해 잿먼지를 일으키며 질주하고 있었고

그들을 이끄는 자는 가장 선두 라이노에 탑승한 브라더 채플린 아로판이였습니다.

현재 그의 심정은 파멸을 향해 달려가는 그의 형제들을 책임져야 하는 자신의 의무와

챕터 마스터가 자신에게 위임한 중요한 임무, 즉 마그노비타룸을 작동시키는 것 사이에서 복잡한 기로에 놓여 있었죠.


뜨거운 열기 아래 보이드 돔의 남은 잔해들을 물고 찍어 뜯고 있던 카니펙스들이 

자신들에게 접근하는 마린들을 감지채고는 얼굴을 그쪽 방향으로 돌렸고

자신들의 구역에 침입한 침입자들이라는 것을 감시하자 분노로 으르렁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마침내 스페이스 마린들과 생체 괴수들이 충돌하자

유혈이 낭자하기 시작했죠.

강하게 휘두른 썬더 해머가 티라노펙스 한마리의 흉곽을 으깨어 주저앉히고,

체인소드가 카니펙스의 목구멍을 따서 자주빛 혈액을 사방에 뿌린 것을 시작으로

데스 컴퍼니는 강력한 짐승들을 쓰러트려 처단해나갔습니다.

물론 일방적인 전투는 절대 아니였습니다.

일부 전사들은 피를 한가득 지면에 쏟으며 쓰러져갔지요.

카니펙스의 4개의 낫 가득한 사지가 스페이스 마린을 관통하여, 공중으로 끌어올려

피 토하는 와중에서도 저주와 함께 발악하며 싸우려는 마린을 허공에서 잡아찢어 토막내버리기도 하였으며

엑소크린이 보이드 돔 파편을 밟고 서서, 끔찍한 바이오 플라즈마를 전방의 데스 컴퍼니 분대에게 토해내어

역겨운 산성액으로 세라밋과 살을 모두 태워버려

일부 마린들을 불타는 대지 위에서 고통스럽게 녹여버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더 많은 데스 컴퍼니 마린들이 맹렬히 싸워나갔습니다.

심지어 팔 다리가 없어지거나

화상으로 얼굴을 잃게 되어도 말이죠.


그 순간 유혈낭자한 전장 위에서, 그 어느 제국의 함선보다도 빠른 속도로 무엇인가가 궤도를 뚫고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바로 씨'탄의 조각이였죠.

궤도를 통과하며 발생한 막대한 양의 화염과 함께, 불타는 자'는 타르타로스의 대지를 강타하였고

지면과 충돌하며 지옥과도 같은 불길과 죽음의 충격파를 발생시켰습니다.

강력한 키틴 껍질로 무장한 생체 괴수들조차도 존재의 파괴적인 등장 앞에는

초고열의 피안개로 분해되거나 아예 다 타버린 재로 산화되어 버릴 뿐이였지요.

그렇게 주변 평원 일대를 모두 쓸어버린 별의 신은 파괴된 보이드 돔 주변에서 데스 컴퍼니와 함께 싸움을 개시하기 시작했고,

아로판은 이 초자연적인 존재의 지원 아래 데스 컴퍼니를 다시금 세찬 공습으로 이끌었습니다.

다만 이제는 자신들 한복판에서 걷고 있는 이 불타는 거인으로부터 거리를 둘 것을 지시하였지요.




합세한 두 '세력'은 적들에게 그야말로 끔찍한 파괴를 가하고 있었으나,

불타는 자'의 지원은 그야말로 짧았습니다.

씨'탄이 등장하여 사방의 황무지들에서부터 이어진 타이라니드 지원 세력들을 차단하고 둔화시킨 것은 순전히 안라키르의 의지에 따른 것이였고,

별의 신의 조각이 끝없이 이어지던 키틴의 물결을 둔화시키는데 성공하여 데스 컴퍼니에게 지금 이순간 가장 귀중한 '시간'을 벌어주는데 성공하자

씨'탄은 처음에 도착했던 것 만큼이나 갑작스럽게, 

이번에는 타르타로스 행성의 궤도를 배회하는 태양 거울을 향해 날아갔습니다.


현재 타르타로스의 궤도를 떠다니는 거대한 태양 거울 구조물은 수 겹의 외계인 포자들로 뒤덮혀 있었고,

제국이 설치해놓은 복잡한 기계망들은 태양 거울을 유지시킬 동력을 제공받지 못한 채 점차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이곳에 나타난 불타는 자는 눈부신 자신의 손가락들을 뻗었고,

하나하나가 별의 온도를 지닌 손가락들을 사용하여 마그노비타리움을 향해 에너지를 쏟아부었습니다.

씨'탄의 에너지가 고대의 태양 거울에 쏟아지자, 주변과 내부를 뒤덮고 있던 타이라니드와 인간이 설치해놓은 장식물들 모두를 깨끗하게 연소시켰죠.

스포어 무리들은 마치 팝콘처럼 튀겨져 터져나가거나 안개로 산화되어 사라졌고,

인간이 만든 복잡한 기중기 연결망들 또한 무너지거나 우주로 무너져 사라졌습니다.

그렇게 단 몇 분만에 태양 거울은 네크론이 최초에 그것을 만들었던 때의 모습 그대로 복구되었습니다.

단순하지만, 강대한 힘을 지닌 본래의 설계 그대로 말이죠.




한편 지상의 데스 컴퍼니 마린들은 모든 분노를 쏟아부음에도 점차 밀리기 시작했습니다.

궤도에서, 전장을 연신 주시하는 위성 렌즈들은 전장-사진들을 '복수의 검날' 선을 경유하여 단테에게 전송해 주었고

이 사진들은 현재 데스 컴퍼니가 계속해서 밀려나가고 있으며, 적들의 세력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었죠.

타르타로스의 모든 불타는 지면에서부터, 거대한 외계 짐승들이 데스 컴퍼니가 집결한 보이드 돔의 폐허로 집결하며 생기는 먼지 흔적들이 관측될 정도였습니다.

현재 폐허의 한복판에서 아로판과 얼마 남지 않은 수십의 형제들은 그야말로 사투를 벌이고 있었죠.

그들이 타고온 라이노 대부분은 연기 피어오르는 잔해 덩어리가 되어버린지 오래였으며,

부셔진 대지에서는 유황 연기와 함께 짙은 매연이 섞여 피어오르고 있었습니다.

방사능에 절어 변이된 데다가, 임페리얼 가드와의 첫 교전시에 입었던 여러 상처들을 그대로 지니고 있는 이 괴수 무리의 괴수들은 대부분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끔찍한 외형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으르렁거리거나 포효하며 달려드는 이 생체 짐승들을 제압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이였으니,

그들은 계속해서 스페이스 마린들을 향해 달려들어 산성 구토물을 그들에게 토해내거나 혹은 거대한 생체 대포들로 그들을 공격했습니다.


채플린은 처음 전장에 발을 디뎠을 때, 형제들과 함께 이 행성에서 외계인들을 모두 몰아내리란 각오를 천명하였으나,

이제는 그것이 불가능함을 깨달았습니다.

운명을 담담히 받아들인, 그는 형제들을 이끌고 폐허의 최 중심부로 향하였고

최후의 방어 지점에 도착하자 형제들에게 타이라니드 무리들을 막아낼 것을 부탁하였습니다.

동시에, 그는 임무의 완수를 착수하기 위해 홀로 마그노비타룸의 작동 기계를 찾아 폐허 안으로 더 깊숙히 들어갔지요.




가장 어두운 분노

제1 보이드 돔의 폐허 바깥쪽에서 전투를 이어가고 있는 데스 컴퍼니 마린들은 현재 열세에 놓여 있는 상황이였습니다.

블러드 엔젤의 공습이 선사한 충격의 이점은 이제 끝났고,

공습이 성공적으로 완료되어 공성 괴수들의 물결 한가운데에 커다란 공백을 만들어놓았다고 해도

행성 내에 타이라니드들은 그보다 더 많이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온갖 형태의 거대한 괴수들 다수가 지면 위로 쓰러져도, 그 이상으로 많은 수십의 괴수들이 황무지 수평선에서 모습을 드러내었고

그들은 전투의 소리와 진동, 피냄새를 감지하고 다른 폐허 돔들에서의 방랑을 끝내고 블러드 엔젤들을 향해 끝없이 다가가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조차도,

파편 돌무더기들과 전사한 검은 갑주의 형제들의 주검들로 이루어진 처절한 급조 바리케이트 뒤편에서, 

최후에 최후로 살아남은 데스 컴퍼니 전투 형제들은 계속해서 싸움을 이어나갔습니다.

그들 중에서, 서젼트 베터루스라 알려진 형제가 특히 굳세게 적들에게 저항하며

근거리에서 적들을 볼터건으로 강타하고 있었죠.

그의 두 눈에 보이는 적들은 하이브 마인드의 생체공학 짐승들이 아니라,

대신 배반자 군단의 전쟁 기계들이였습니다.

그의 기억이 아닌 기억은 그가 서 있는 보이드 돔의 폐허조차도 테라의 황폐화된 전장으로 뒤바꾸어 놓았고,

그 위에서 베터루스는 인류의 운명을 걸고 싸우고 있었습니다.


그의 전투 형제들 또한 광기어린 것은 그와 별 차이 없었죠.

그들은 사지가 아작나고 뼈마디까지 으깨져서 가루가 된 상태에서도 미친듯이 싸웠습니다.

그러나 죽음만큼은 피할 수 없어서,

한명 한명씩 전사해가고 있었지요.

크락 수류탄들과 번쩍이는 파워 피스트들의 다굴에 의해 거대한 괴수들조차도 무너졌지만,

그 때마다 한명 혹은 두명 정도의 전투 형제가 괴물의 공격에 의해 분쇄되거나, 해체되거나 찢겨저 죽었습니다.

적들의 숫자는 매 분마다 늘어나는 듯 보였고 실제로도 그러했지만,

베터루스와 그의 형제들은 블러드 엔젤이였습니다.

생귀니우스의 아들들로써, 그들이 두려워하는 유일한 것은 패배에서 오는 치욕과 완수되지 못한 임무에 대한 죄값 뿐이였지요.


데스 컴퍼니가 최후의 방어선을 사수하고 있을 때, 브라더 채플린 아로판은 마그노비타리움 통제 기계들을 찾기 위해 홀로 폐허 깊숙히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파편들 사이에서 정확이 어느 지점에 자신이 있는지 분간하기도 힘들 뿐만 아니라,

타르타로스의 보이드 돔들이 담긴 지도 데이터들 또한 괴수들에 의해 완전히 돔들이 가루가 된 현 시점에서는 별 쓸모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아로판이 완수해야 될 임무는 간단명료했고,

설령 죽는다고 할지라도 그는 그 임무를 반드시 수행하겠노라는 의지로 불타오르고 있었습니다.


한편 저 위 궤도에서, 씨'탄의 조각은 마그노비타리움의 번쩍이는 거울들 내에서 대기 중에 있었습니다.

씨'탄의 몸에서 발산되는 힘은 마그노비타리움의 바닥에 부딛히며 탁탁거리는 소리와 함께 타오르고 있었고,

그의 네크로더미스 몸체는 매끄러운 바닥의 평면에 붙어 있었습니다.

현재 '불타는 존재'는 마그노비타리움의 조금씩 추락중이던 궤도 경로를 정확히 수정했고,

거기에 더하여 이 강력한 기계를 자신이 지닌 신적인 힘의 일부를 사용하여 강화시켜 놓은 상태였지요.

그러나 씨'탄의 조각은 한때 위대했던 신적 존재의 일부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씨'탄의 조각은 주인의 명들을 충실히 수행할 수도, 마그노비타리움이 작동되었을 때 

마그노비타리움에 자신의 힘을 추가로 토해낼 수도 있었으나,

마그노비타리움의 안전 장치들을 해제하거나, 혹은 광선 발산 프로토콜들을 임의대로 수정하는 것만큼은 절대 불가능했습니다.

그러한 일들은 신의 조각에게 허용된 판단 능력을 벗어나는 것이였죠.

씨'탄의 조각은 우주를 여행할 수도, 승리의 큰 요소중에 하나가 될 수도 있었으나

혼자서는 승리를 거머쥘 수 없는 그런 존재였습니다.


그 시각 보이드 돔의 폐허 중심부에서, 채플린 아로판은 네크론이 만들었다던 마그노비타리움의 통제 기둥을 찾아다니고 있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 수많은 생명들의 무게가 그의 두 어깨 위에 메달려 있었으나,

수백년에 걸친 정신 감응과 한계없는 신앙이 그 부담감과 멘탈 붕괴를 억눌러주고 있었죠.

채플린은 그의 임무를 반드시 완수할 것이였습니다.


설령 어떤 대가를 치루더라도 말이죠..


아로판이 임무에 매진하는 동안, 현재 베터루스와 그의 형제들은 최후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서젼트의 볼터는 탄이 모두 소진되었고,

이제 그는 가까이 접근해오는 괴물들에게 그것을 마치 몽둥이처럼 휘두르며 싸우고 있었죠.

순간 베터루스는 측면에서 날아온 집게발을 보지 못했고,

상처에서 쏟아지는 뜨거운 피분수만이 그에게 지금 막 자신이 공격당했고, 치명상을 입었음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그의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기 시작했습니다.

허나 그는 있는 힘을 다하여 투쟁을 이어나갔습니다.

그의 눈앞에 펼쳐진, 황제에게 등을 돌린 반역자들을 연진 저주하며 말이죠.


그 순간, 그의 눈 앞에 상상조차 하지 못한 광경이 눈 앞에 펼쳐졌습니다.



 

...

아로판은 자갈, 비틀린 금속과 시체들이 한데 뒤엉켜 섞인 파편들의 언덕을 오르고 있었습니다.

대충 이 어딘가에 마그노비타리움의 제어 장치가 숨어 있었습니다.

이 잡석과 파편들의 언덕 어딘가에 말이죠.

잠시 어깨 너머로 눈을 내린, 채플린은 전투 형제 한명이 거대한 게 발톱 비슷한 생체 근접 무기에 산산조각나,

찢겨진 두 사체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내동댕이쳐지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데스 컴퍼니가 오늘 겪은 손실은 너무나도 끔찍한 것이였으나,

아로판은 그의 책임을 잘 알고 있었고,

무엇보다도 그들이 조금이나마 더 버텨줄 수 있으리란 것을 마음 깊숙히 믿고 있었습니다.

다시 시선을 돌린, 그는 파괴된 보이드 돔 시설 내부로 발걸음을 향했습니다.


그 순간 그는 보았습니다.

어떤 기괴한 형태의 검은 금속 기둥을 말이죠.

주변 구조물들의 잔해 속에서도 아무런 해 없이 솟아있는 그것이 제국의 것이 아님은 너무나도 명백했습니다.

그의 볼트 피스톨을 집어넣은, 아로판은 그 장치를 향해 뛰어갔고

그러면서도 주변에 있을 지 모르는 괴수들의 흔적을 면밀히 살폈습니다.

허나 무엇인가 접근하는 것을 감지한 그는 세걸음 정도 걷자마자 바로 자리에 멈춰 섰고,

그 순간 거대한 짐승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괴수는 이때껏 아로판이 본 카니펙스들 중에서도 가장 거대한 크기의 괴물이였습니다.

동크기의 괴수들 중에서도 흉측하고, 등껍질에 격자 형태의 흉터들이 가득한

그 괴물의 차가운 존재 목적을 채플린은 놈의 영혼없는 두 눈동자에서 확인할 수 있었죠.

이 끔찍한 괴수가 하필 여기에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그는 생각했습니다.


놈은 분명 여기서 자신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범인이라면 그대로 절망하거나 도주했겠으나, 아로판은 그러한 자들과는 격이 달랐습니다.

한줌 공포도 없이 아로판은 그대로 적에게 돌격했고,

돌격하며 볼터 피스톨을 몇방 갈겼습니다.

강력한 반작용 볼트 탄환들은 괴수의 등껍질 부분에서 폭발하며 상당수 껍질들을 흩뿌렸으나,

괴수에게 딱히 통하지는 않았죠.

대신 묵직한 으르렁거림과 함께 괴수 또한 거대한 4 쌍의 발톱들을 들어올리며 흉악한 이빨들이 가득한 아가리를 벌린 채로

앞으로 달려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어느정도 가까워지자 아로판은 크로지우스 아카넘을 높게 들어올렸으나

순간 갑작스레 괴수의 생체 대포가 격발되며 탄환 하나가 그의 흉갑을 그대로 강타하였습니다.

충격에 멀리 나가떨어지고 

끔찍한 고통에 휩싸인 채플린은 지면에 추락함과 동시에 잡고 있던 볼트 피스톨을 그만 놓쳤지요.


그의 눈 앞에서 여러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습니다.

아로판은 어떻게든 일어나려 애를 썼으나, 그의 흉갑에 박힌 탄환 덩어리는 이미 뒤엉키는, 가시달린 촉수들로 퍼져나가기 시작했지요.

그가 가슴팍에 꽂힌 포드를 내려다볼 때 쯤엔 이미 촉수들이 그의 양 두 손까지 뻗어 묶은 상태였고

다른 하나가 지금 그의 목을 휘감기 위해 덩쿨처럼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이미 괴물은 그의 코앞까지 온 상태였고,

놈의 거대한 낫들은 그를 단숨에 꿰뚫기 위해 들어올려지고 있었죠.


아로판은 죽음을 직감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이때껏 본 적 없는 찬란한 광휘가 그가 있는 어둠에 잠긴 돔 시설 폐허를 가득 메웠습니다.

아로판은 그의 고통과, 눈 앞의 짐승조차도 

그리고 자신의 임무조차도 눈 앞을 덮은 찬란한 빛 속에서 일순간 잊어버렸지요.

그 빛 속에서, 채플린은 어떤 날개달린 인영이 하늘에서부터 강림하는 것을 보았으니,

처음에는 프라이마크께서 직접 그의 영혼을 거두러 온 것으로 착각할 정도였습니다.

허나 그 와중에서도 느껴지는 외계인의 꿈틀대는 씨앗이 풍겨대는 악취는 이것이 모두 현실임을 일깨워 주었지요.

천사와 같은 형상이 지면에 착지하자, 아로판은 그자가 그의 프라이마크가 아니라, 

대신 생귀노르였음을 깨달았습니다.


괴수는 시선을 이 새로운 위협에게로 돌렸고,

생귀노르의 은빛 검은 카니펙스가 날린 난폭한 공격을 막기 위해 순간 번쩍였습니다.


짐승과 전설이 서로 쏜살같은 강철의 검무와 무자비한 발톱의 공격으로 서로 전투를 벌이고 있을 때,

아로판은 부셔진 땅바닥을 두 손으로 기어가고 있었습니다.

온 몸의 뼈가 부러져, 약간씩만 움직여도 곧바로 끔찍한 고통이 뒤따랐으나, 그는 그냥 참았습니다.

그는 네크론의 검은 기둥에 가까워졌을 때쯤 생귀노르 쪽을 힐끗 바라보았고,

생귀노르가 이제는 3마리의 카니펙스들과 싸우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신화적인 전사는 괴수들의 난폭한 공격들 속에서도 유연하고 손쉽게 피해다니며 

그들의 단단한 껍질에 무자비하고 유혈낭자한 도랑 상처를 파내고 있었지요.


다시 시선을 정면으로 거둔 아로판은 그의 온 의지와 정신을 다하여 두 팔로 기둥을 향해 몸을 있는 힘껏 끌어당겼고,

그 기둥의 알수 없는 의미가 담긴 가동 룬 문자에 손을 뻗었습니다.


그 순간, 저 멀리 하늘 위 궤도에서, 

마침내 마그노비타리움이 빛의 염화를 분출하기 시작했습니다.



Posted by 스틸리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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