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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ource : Warhammer 40k 9th Rulebook


고요함. 무장실 안에서는 한동안 고요함이 머물렀다.

전사의 귀에는 피의 맥박 소리만이 느리게 들릴 뿐이었다.

죽은 자들의 피. 그의 숨결 끝에 향내, 윤활유, 정전기의 감각이 느껴졌다.

두 눈을 감은 그의 세계는 고요했다. 평화로웠다.

그러나 결코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 곧 끝나리라.


그러나 그는 기다렸다.


그의 주변으로, 시종들이 서 있었다.

각자 장갑판들을 짊어진 시종들은 그 무게 때문에 몸을 숙이고 있었다.

해골-얼굴의 케루빔들은 가짜 날개들로 날아다니며,

그의 맹세들과 업적들이 적힌 두루마리들을 쥐고 있었다.

그들 모두가 전사가 입을 열기만을 기다리고 있었고,

입을 엶으로써 의식을 시작할 것이었다.


그러나 전사는 아직 입을 열지 않았다.

방 안의 모든 인간 시종들은 이대로 시간이 흘러갈 것임을 알고 있었고,

다른 자들 또한 이 고요를 깨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지금 그의 정신은 이미 저 어딘가, 저 멀리 함선의 함교를 지나 그 너머에 서 있었다.

우주의 차가운 함흑이 대기의 피부 사이로 스쳐 지나갔고,

그대로 대기층의 매연과 구름층을 뚫고 내려가, 전란의 화염에 뒤덮힌 행성에 서 있엇다.

전사는 자신이 흡수한 전술 뎅터를 통해 행성이 흘리고 있는 유혈을 느낄 수 있었고,

터져나가는 시체들과 모성의 폐허 위에 쓰러지는 자들의 전사율까지 볼 수 있었다.

심지어는 그들의 손 아래 떨려오는, 생존자들의 군기들까지 느낄 수 있었다.

죽은 자들의 영혼들, 죽어가는 자들, 생명과 살아 있는 자들.

전쟁들이 터지는 우주의 모든 다른 장소들에 존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것들은 여기에도 있음을ㅡ

전사는 전투의 삶 속에서 이미 깨닫고 있었다.


대기권에서의 투하... 드랍 포드가 하늘을 가르며 불길에 휩싸이자,

돌파 가속 압력, 관성이 그의 몸을 타고 흘렀고,

형제들의 음성이 기도문과 함께 올라가는 것이 들려왔다.


지면 충돌. 그리고 전개. 문들이 내부 폭발하며 마치 강철 꽃잎의 잎사귀들마냥 펼쳐졌고,

곧 총알들이 쏟아지며 마치 비처럼 세라밋 장갑판 위로 튕겨졌다.

그의 두번째 심장이 마침내 세차게 뛰며, 피가 혈관을 타고 근육에 골고루 퍼지기 시작했다.


죽은 자들의 심장들... 죽은 자들의 피...


위협 및 목표물을 상징화한 룬들이 헬멧 디스플레이 화면을 통해 전개되어 바쁘게 회전하고 있었다.

탄알들은 그의 총구 끝을 지나 발사될 때마다, 적들의 신체가 폭발했다.

그는 형제들과 함께 전장을 향해 돌진한다. 한 마디의 말도 필요 없었다.

지시조차 없이, 전사들의 정확한 움직임들은 마치 하나로 빚어진 것만 같았고,

사고와 직관 또한 통일되어 있었다.

금속 칼날이 허공에 적들의 피를 뿌리고 고기를 갈아내었으며,

적의 고기와 뼈에 박힌 체인소드를 꺼내기 위해 시체를 발로 차자

자랑스러운 푸른 색 갑주 위로 붉은 얼룩이 튀었다.


모든 것이 그리 될 것이다. 반드시 그리 될 것이었다.


그 순간 그는 떠올렸다.


그는 과거를 떠올렸다. 두 명의 어린아이들이 청색 하늘 아래, 절벽의 벼랑을 가로질러 뛰고 있었다.

그들은 쌍둥이였다. 그 둘의 영혼은 동일했다.

땀이 그들 아래 흘러내렸고, 입에서는 숨이 거칠게 흘러나왔다.

벼랑 끝이 그들의 발치 아래서 입을 벌리고 있자,

그들은 걸음을 멈추고 절벽면 아래 펼쳐진 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들 뒤편으로 포식자 짐승들의 울부짖음이 바람을 타고 들려왔다.

둘 중 한 명이 고개를 돌려 뒤쪽을 바라보았다.

짐승들은 먼지로-메마른 대지와 같은 회색빛이었으며,

가시들과 비늘들, 모피는 목 뒤편의 누런 눈들이 위치한 지점까지 올라와 있었다.

놈들의 분홍 아가리들에는 백색의 송곳니들이 가득했다.


'뛰어야 해!' 그의 형제가 소리지르며 그를 홱 잡아당겼다.

형제는 절벽을 가리켰다. 짐승들이 다가오는 순간, 그는 근육을 타고 흐르는 긴장감을 느꼈다.


그 둘은 뛰어내렸다.


무장실 안에서, 전사는 양 손에 펼쳐진 흉터들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반대편 절벽의 날카로운 끝자락을 붙잡고 데롱데롱 메달려 있었던 때를 떠올렸다.

그는 짐승들이 반대편 절벽에서 분노에 차 울부짖는 소리를 떠올렸다.

형제가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형제는 손을 버둥거리며 어떻게든 절벽 끝을 잡으려 했지만,

결국 형제는 그날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그렇게 사라진 전사는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마침내 명상에서 깨어난 전사는 머리를 들어올렸다.


'시작한다,' 그가 말했다.


성가들이 울려 퍼진다. 로브를 입은 시종들이 바쁘게 앞으로 다가왔다.

첫번째 장갑판들이 전사의 신체 위에 씌워졌다.

인터페이스 소켓들이 척추 플러그들에 락온되었고,

바늘촉같은 고통이 신경계들을 타고흘렀다.

장갑판들이 장착되며, 아직 가동되지 않은 갑주의 무게가 느껴졌다.


그는 시야 너머에서, 아포테카리의 녹색 렌즈광이 그를 주시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의 백색 갑주는 뚝뚝 흘러내리는 피로 얼룩져 있었으며,

크롬 사지들의 메스날들과 의료 톱들이 그의 개방된 흉곽에 닿는 것이 느껴졌다.

그는 지금 자기 자신이 흘리는 피로 익사 중이었으며,

다만 쿵쿵 삐삐거리는 기계들에 의해 간신히 살아있을 뿐이었다.

금속의 거미손이 그의 시야 위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차갑게 식은 싸늘한 살덩어리가 거기 걸려 있었는데,

그 안에서부터 피와 배양액이 몸으로 주입되고 있었다.

죽은 형제에게서 거둔 죽은 자들의 살덩어리가 산 자를 다시 재구성하기 위해 쓰이고 있었다.

그는 금속 손이 진-시드 기관을 자신의 개방된 흉곽 안쪽에 내려놓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수천 세대의 전사들이 물려받은 선물,

그 또한 시간의 낫이 아닌, 전쟁 속에서 죽으리라는 약속에 대한 보장.


몸에 장착된 장갑이 가동되었다.

서보들과 인공 근육 섬유들로 동력이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그 감각은 곧 가슴 안의 온기로 거듭나고,

힘은 사지들을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비록 그는 웅장함과 경외감 둘 다에 해당하는 존재였으나,

정작 그는 그러한 것들을 전혀 느끼지 않고 있었다.

다만 그가 유일하게 알고 있었던 집으로 다시 돌아왔다는 감각 뿐이었다.


시종이 전사의 헬멧을 전사의 머리 위로 들어올렸다.

그는 늙었기에, 전사는 그가 화염의 구경들과 전쟁의 기도문들을 읊는 동안 기력을 잃어가는 걸 들을 수 있었다.

헬멧은 전사의 머리 위에 장비되었고,

잠시 동안 어둠과 함께 전사의 세계는 다시 침묵과 고요 속에 잠겼다.

곧 헬멧 또한 각성되었다.

타게팅 데이터, 위험물 마커들과 각종 정보들이 그의 시야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전사가 자신의 무기들에 손을 뻗어 그것들을 쥐자,

탄약 카운트 수치들이 빛나며 떠올랐다.


시종과 서비터들이 뒤로 물러나, 다시 입을 다물었다.


전사는 고요했다. 전쟁의 반신, 여름 하늘의 청량한 하늘색을 품은 죽음의 천사.

분노가 살로 빚어져, 갑주를 드리운 존재.

바로 여기서 그는 자신이 탄생한 목적이 담긴 삶의 현장을 향해 투입될 것이었다.

어쩌면 이것이 그의 마지막일 수도 있고,

혹은 여기에서 좀 더 멀리 떨어진 곳으로 귀결될 길을 향한 단순한 한 걸음이 될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러한 것들은 중요치 않았다.

그가 전사이자 죽음이라는 것만이 유일한 진실이었다.

그가 설령 쓰러지더라도, 다른 자가 그가 있었던 자리에 다시 올라와

혈관들을 타고 흐르는 '죽은 자들'의 맥박을 느낄 것이었다.


마침내 그가 앞으로 걸어갔다.



ps. 아 신나게 싸우는 단편인 줄 알고 했더니,

뇌내망상 시뮬레이터 돌리는 내용이었네..

갠적으로 가장 싫어하는 스타일의 단편.

그나저나, man 단수가 아니라 men 복수로 쓰여 있었는데,

그게 세심한 뜻이 담겨져 있었던..


Posted by 스틸리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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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ource : Warhammer 40k 9th Rulebook


참호 위로 쏟아지는 볼트 탄들을 피해, 설교사 케임은 몸을 최대한 웅크렸다.

탄들은 참호선 방어 보강을 위해 개활지에서 달려오던 토리아의 분대에 직격으로 꽂혔다.

끔찍한 비명과 묵직한, 고기 터지는 폭발음들이 들려왔고

그것으로 케임은 아, 이번 지원군들도 도착하지 못하겠구나 라고 직감했다.


식은땀 속에 몸을 떨며, 프리스트는 참호선 한구석에 웅크려 앉아 기도문들을 중얼거렸다.

그때 누군가가 거칠게 미는 바람에 그는 참호 진창에 쓰러졌다.

그를 친 사람은 크랸 중사였는데, 그는 설교사는 아랑곳않고 진작에 사격선에 서서 대응 사격 중이었다.

그레이브즈와 칼로가 곧 그를 뒤따라 나타났다.

그레이브즈는 분대 수류탄 발사기로 무장하고 있었으며,

칼로는 한쪽 몸에 붕대를 칭칭 감고 있었는데 그래도 중사를 따라 전투에 참전했다.


'어이 목사, 여기서 할 일이 없다면 좀 지나가게 비키기라도 하쇼,' 크랸이 거칠게 내뱉었다.


다시 시선을 돌린 그는 다가오는 적들에게 대응 사격을 가했다.

적 오토건 탄환들과 그가 발사하는 라스 광선들이 사격선 앞의 플레이크보드와 땅을 헤짚었다.

그럼에도 중사는 몸을 조금 움찔할 뿐이었다.


케임은 이 광경에 수치심을 느꼈다.


설교사는 신념을 굳게 다지며 그것을 원동력으로 다시 일어섰다.

아톤 케임은 황제 폐하의 시선 아래 스스로를 수치스럽게 만들 생각이 없었다.

다른 걸 떠나서, 신-황제께서 그의 신앙찬 마음을 높이 사셔서 은총을 내리실 것이라고,

케임은 그런 희망을 떠올렸다.

어쩌면, 자신의 충분한 신념의 열의가 이 무자비한 반역자들의 공세 앞에 이들을 살려줄 기적을 내려줄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통신병!' 쏟아지는 적병들을 향해 사격을 계속하며, 크랸이 소리쳤다. 

케임은 서전트의 옆에 서서 이쪽으로 몰려오는 적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컬티스트들로, 너덜너덜한 로브를 입고 값싼 사제 오토건들을 쏘아대고 있었다.

그들 뒤편으로 커다란 중장갑 전사들이 전진하고 있었는데,

전쟁 매연 때문에 제대로 식별하기는 어려웠지만

그래도 그 두려움만큼은 제대로 전해지고 있었다.

그들의 아이 렌즈들에서는 지옥의 핏빛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볼터들은 불을 뿜고 있었다.


이참호선 앞, 크레이터들로 얼룩진 무인 지대 진창 위로는 벌써 수천의 시체들이 널부러져 있었다.

이곳이 한때 남쪽의 농업-벨트 5-5-4 구역이였다는 건 어디서도 알아볼 수 없었다.

아군 폭격이 계속해서 떨어지던 동안에는, 적들이 돌격 와중에 죽어나갔기에

케인 또한 이 이단 오물들이 절대로 이 제국 참호선들을 침범하지 못할 것이라 확신할 수 있었지만

이제 후방 야포 사격이 침묵에 잠겼기에,

ㅡ그것이 어째서인지는 오직 황제 폐하만이 아시겠지만

실시간으로 이 행성 방위군의 얇은 방어선이 부식되고 있음을 케인 또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저 거대한 악마들이 여기까지 도달한다면...


'통신병!' 크랸이 또 소리질렀다.

그 목소리가 워낙 컸기에, 케임은 화들짝 놀라며 망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자르커는 죽었슴돠, 분대장님,' 숨찬 목소리로 트린이 보고했다.


그와 동시에 파우스텐, 프레이스트가 아래쪽 참호에서 이쪽 사격선으로 올라왔다.

곧 그들의 라스건들 또한 불을 뿜었고, 에너지 광선들이 적들에게로 쏟아졌다.


'그렇다면 그 자식 통신 장비도 작살났겠군, 그치?' 크랸이 심기 불편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트렌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레이브즈 병사가 발사한 수류탄 발사기의 폭발 파열음 때문에 대답은 들을 수 없었지만,

고개를 끄덕이는 것은 볼 수 있었다.


'젠장할 신성 옥좌이시여, 이제 뭘 해야 하는 겁니까?' 파우스텐이 패닉 직전에 휩싸여 물었다.

프레이스트는 이미 전쟁 쇼크에 눈에 혼이 나가있었고, 나머지 병사들도 딱히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만약 이들의 사기가 무너진다면, 생존 희망은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라고 생각하며, 케임은 스스로의 각오를 세웠다.


'오오 신성 황제이시여, 당신의 신념어린 종들을 굽어살피소사,' 그가 떨리는 음성으로 목소리 높여 기도를 읊기 시작했다.


'오늘 이 자리에서 당신의 근엄한 은총으로 저희에게 축복을 내려주시옵소서,

우리는 여기서 당신의 이름 아래 싸우며 당신의 뜻 아래 모든 것을 바치고 있나이다.'


설교사 주변의, 크랸의 분대원들은 분대에 속한 목사의 설교에 다시금 용기를 얻었다.

일부는 그를 따라 기도를 읊으며 다시 다가오는 이단들을 향해 사격을 가했다.

자신 덕분에 병사들이 조금이나마 힘을 얻자,

케임은 그 모습에 힘이 올랐다.

그의 목소리는 더 굳세지고, 커지기 시작했다.


'아아 전능하신 신-황제이시여!

당신께, 우리 눈 앞의 저 이단들을 파괴할 힘을 요청하옵니다!

이 부정한 적들을 정화하기 위해, 당신의 도움을 감히 갈구하옵니다!'


케임은 참호선 위, 아래에서 다른 겁먹은 병사 무리들이 

자신의 설교가 커짐에 따라 조금씩 힘을 내며 다시 일어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제발, 신-황제 폐하님, 만약 당신의 기적적인 개입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지금이옵니다. 제발, 제발!


그리고 그 순간, 케임은 화들짝 놀랐다. 마침내 발견한 것이다.

여전히 그는 마치 자신에게만 들리는 성가라도 있는 마냥, 저 중간 어딘가를 뚱하게 응시하고 있었지만

그의 머리와 양 어깨 위로 찬란한 빛의 휘광이 밝게 타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케임은 깜짝 놀라 눈을 껌뻑거렸고,

그 빛이 더 강해짐에 따라 읊던 기도문 또한 더듬거리기 시작했다.


'황제의 이름에 걸고 이건 또 뭐야?' 크랸이 깜짝 놀라 말을 내뱉었다.

그러나 지친 중사조차도 목소리 안에 경외심을 가득 담을 정도였다.

프레이스트 병사는 그대로 몸을 떠올리더니, 

그대로 참호선을 넘어 무인지대로 향했다.

탄들이 그의 주변에서 튀었지만,

단 하나도 그 은총받은 전사를 건들지 못하였다.

볼트 탄조차도 그의 얼굴 바로 앞에서 터졌고,

매연과 파편조차도 그의 주변에서 무의미하게 꺾일 뿐이었다.


'그는 축복받았네...' 설교사 케임이 감격에 헐떡이며 말했다.

허공에서 부드러운 합창 음조가 은은하게 들려오자, 그는 이제 감격에 차 들뜨고 있었다.

다시 한번, 소리높여 그가 외쳤다.


'그는 축복받았다! 황제께서 디에터 프레이스트 이병을 축복하셨다!'


크랸의 분대 수 명이 감격에 차 흐느껴 우는 소리와 함께,

케임은 아군 전선에서 터져나오는 환호성을 들을 수 있었다.

설교사의 심장은 이제 흥분에 마구 요동치고 있었다.


프레이스트가 느릿하게 한 손을 털며 신성한 빛의 물결을 적 한가운데에 쏟아내자, 그 환호성은 더욱 커졌다.

그 공격에 카오스 컬티스트들이 닿자마자 불길 속에 터져죽었다.

산 채로 불타 오르며 비명을 지르다, 이내 재가 되며 흩어졌다.


케임은 충격에 움찔하다가, 이내 의기양양함에 사로잡혀 

주변의 병사들과 함께 미친듯이 환호했다.


'우리는 구원받았다! 황제께서 우리에게 성자를 내려주셨다!'


프레이스트는 계속해서 손을 겨누고, 또 겨누었다.

그가 느릿하게 손을 들어올릴 때마다, 한 무더기의 이단들이 화염에 타올랐다.

이제 적 진형 전방은 완전히 분쇄되어 있었고, 기세는 진작에 꺾여 없어진 뒤였다.

그들은 서로 짓밟으며 패주하고 있었다.

우리 제국 신앙이 만들어낸, 불타는 화신 앞에서 적들은 어떻게든 도망치기 위해 발버둥쳤다.


칼로 병사가 갑자기 나가 떨어지며 참호 뒤편 벽에 내다꽂혔을 때, 케임은 화들짝 놀라 뛰어올랐다.

그의 머리 속으로 그녀가 아마 총탄에 맞았을 거라는 생각이 떠올랐으나,

그 순간 그녀의 몸으로 백색 화염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목사는 주춤거리며 물러섰고, 곧 그녀의 잿맛이 혀 끝에서 느껴졌다.

그는 미친듯이 눈 앞을 휘저으며 재를 흩어냈다.


말도 안 돼! 그 생각이 그의 머리 속에 계속해서 떠올랐다. 그러나 그것은 어리석은 바램에 불과했다.

말도 안 돼! 말도 안 된다고!


빛이 번쩍였다. 허공의 성가는 더욱 더 커지더니, 곧 끔찍한 비명소리로 바뀌었다.

비록 빛에 싸여 있었으나, 케임은 분명히 볼 수 있었다.

프레이스트 이병이 계속해서 손을 뻗고 또 뻗으며, 불길로 아군과 적 모두를 태워죽이는 것을.

그러나, 이제는 케임의 '잠정' 성자 본인 또한 불타오르고 있었다.

천상계의 화염이 그의 몸 주변을 뒤덮고 있었다.

기겁한 케임의 시선 앞에서, 병사의 모습은 마치 두 이미지가 허접하게 하나로 붙여져,

현실의 피부 위에서 서로 충돌하듯이 초점 없이 뿌연 모습이었다.

하나는 아름다운 성자의 모습이었으나,

하나는 불타오르며 그 살이 녹아내리고 있는, 비명을 지르는 괴물의 모습이었다.


케임은 그 불타는 살덩어리에서 또아리치는 촉수들이 튀어나오며 크랸 중사를 휘감자, 몸을 돌려 도망쳤다.

중사의 끔찍한 비명소리는 곧 그의 뼈가 분쇄되고 백색 불길이 그의 온 몸을 휘감자, 피 끓는 가글 소리로 바뀌었다.


심장이 요동치고, 패닉에 휩싸인 상태에서 

정신은 백색 소음에 가득 차버린 케임은 참호선의 뒤쪽 벽을 타고 개활지 쪽으로 기어올라갔다.

병사 파우스텐과 트린 또한 곧 재가 되어 터져버렸고,

그 잿가루가 케임에게 닿았다.


황제이시여, 그는 생각했다. 이해가 안 됩니다. 황제이시여, 황제이시여 제발...


성가 비명은 이제는 완전히 절정에 도달했다.


개활지 위로 도망치던 케임의 뒤편에서, 오싹한 낮은 폭발음이 느껴졌다.

그 순간 그는 통째로 나가 떨어지며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뜨거운 액체와 백색 화염의 불길들이 그의 주변을 휘감았고,

눈 앞에서 지면이 마구 흔들리며 별들이 터져나왔다.


곧, 그는 충격 속에 눈이 핑핑 도는 것을 느끼며 정신을 되찾았다.

고통이 케임의 오감을 다시 날카롭게 했고,

그 통증을 따라 시선을 내리자 두 다리가 난자당해 잘려있는 것이 보였다.

피가, 밝은 적색의 피가 선명하게 잘려나간 부위에서 흘러내리며 메마른 진창을 적시고 있었다.


케임은 머리를 들어올려 크랸의 분대가 있었던, 이제는 피에-젖은 크레이터 웅덩이를 경악 속에 바라보며 신음했다.

단 한 명의 병사의 흔적도 남아있지 않았다.

대신, 그 거대한, 중장갑의 적 전사들만이 사방에 넘치는 재들을 헤치며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두 눈 렌즈들을 불태우면서.


'황...ㅈ...제...' 케임이 간신히 몇 마디를 개골거렸다.

그는 공포와, 경악과 끔찍한 고통을 느끼고 있었다.

그것은 기적이 아니었다. 이제는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그것은 기만으로, 기만 그 자체였다.

결국 병사들은 허무하게 목숨만 잃은 셈이었다.


'황...제...'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것이 탄원인지 비난인지는 그 본인도 알 수 없었지만.

이제 중장갑 거인들 중 한 명이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괴물의 헬멧에 올라온 뿔들이 하늘 아래서 불타오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깊은 진홍색 견갑을 장식하는 불타는 해골이 소리 없는 아우성을 지르는 것이 보였는데,

케임은 그것이 프레이스트 병사의 소름끼치는 마지막 흔적임을 깨달았다.


'네 황제는 여기 없다, 작은 구더기야.' 거대한 전사가 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금속음에는 경멸이 가득했다.


'그는 단 한 번도 그러지 않았어.'


전사는 마침내 한쪽 발을 들어올렸고,

군화 밑창을 케임 목사의 머리 위에 올려놓았다.

목사는 잠시 동안 자신의 머리통이 으스러지는 고통을 느꼈고,

그 뒤로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Posted by 스틸리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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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페리움 니힐루스

대균열을 구성하는, 휘몰아치는 워프 폭풍들 너머에는 광활한 제국령 지역들이 펼쳐져 있습니다.

가장 단호한 지원들을 제외하면 사실상 완전히 고립되고, 아스트로노미컨의 빛조차 보이지 않으며

악몽과 같은 적들의 군단들에게 포위당한 상태인 이 임페리움 니힐루스의 행성들은 

현재 필요한 모든 끔찍한 수단들을 동원해서 생존을 추구해야만 하는 상황입니다.


임페리움 니힐루스라 알려진 우주 지역은 대균열의 워프 폭풍들로 인해 테라의 광휘에서 차단된 지역입니다.

이 날뛰는 폭풍들에 의해 아스트로노미컨의 빛까지 삼켜져 버렸지만,

그나마 안정화된 2개의 통로들이 있어 이곳들을 통해 제국 함대들이 폭풍 전선을 건널 수 있죠.

이 두 개의 위태로운 통로들은 엠피릭 망령들과 약탈자 늑대 무리들에게 시달리고 있지만,

폭풍의 띠들 사이에서 산발적으로 나타났다가, 자신들을 통해 반대편으로 건너려는 그런 용감하거나 혹은 필사적인 자들을 

괴물처럼 집어삼켜버리는 좁은 임시 통로들에 비하면 그래도 안전한 편입니다.


황제의 영토 나머지에서 절단되어버린 

임페리움 니힐루스의 행성들 각각은 어둠 속에서 혼자 버텨야 하는 형국입니다.

행성들 다수가 악몽과 같았던 녹티스 아테나 시기 초반에 멸망했습니다.

대균열 탄생 직후, 싸이킥 대격변의 충격파들이 만들어낸 충격파들에 의해

행성들과 그 거주민들이 워프 스톰들에 휩쓸려 완전히 소멸되거나 혹은 다시는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뒤틀리고 말았습니다.

악마들의 무리들이 현실 장막의 틈들에서부터 기어 나와 닥치는 대로 학살을 벌이고, 자신들 앞의 모든 것들을 고문했고,

이단 사이비들 또한 사방에서 준동하여, 만물의 종말을 예언해가면서 이전까지 충성스러웠던 거주민들을 살인적인 광기로 몰아세웠습니다.

극심한 돌연변이가 마구잡이로 일어나니, 인간 정신의 가장 깊은 악몽들에서나 나올 법한 흉물들이 태어났으며,

그렇게 전 인구들이 서로를 자기-파멸적인 폭력과 식인의 광풍 속에 몰아넣었죠.


임페리움 니힐루스의 다른 제국 행성들은 그래도 버텨냈습니다.

요새들은 각자 주둔군들을 징병하고, 무기들을 준비시키고 내부와 외부의 공격자들을 몰아내며 버텨냈습니다.

거친 농업-행성 식민지인들 또한 각자 민병대들을 징발하고,

황야로 숨어들어가 외계인 침략자들에 맞서 게릴라 전쟁들을 치루었습니다.

공업 행성들에서는 모든 남녀노소들을 징발하여 끝 없는 물적 자원들을 뽑아내어,

그것으로 별들 너머에 펼쳐진 공포의 아가리들을 향해 징집병들의 물결을 계속해서 내보냈지요.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은 행성들 다수에게는

어쩌면 죽음이야말로 더 친절한 운명일지도 모릅니다.

이 지역 안에서 이메테리움은 휘몰아치고 계속해서 동요하고 있으며,

덕분에 워프 여행은 극도로 위험해졌습니다.

악랄한 엠피릭적 조류들, 극도로 변덕스러워진 항로 유동 및 매우 심각한 시간적 왜곡 현상 때문에,

제국 함선들은 오직 최단거리 워프 점프들만 감당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는 임페리움 니힐루스 내의 공간들을 여행하는 것이 단순히 위험할 뿐만 아니라,

극도로 느려졌음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게다가 행성 간 통신 또한 마찬가지라, 이 안에서는 거의 들리지 않을 지경입니다.

;임페리움 니힐루스에서 메세지 하나를 보낼려면 매우 강력한 싸이커가 필요하고,

그조차도 수시로 치명적인 희생이 필요하며,

그나마 보낸 메세지들조차 수신자들에게 도착했을 땐 변질되서 반복되는 악몽들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 지역 내 다수의 행성들이 완전히 고립된 상황입니다.

그들 중 적지 않은 수의 인간들이 자신들이 이 은하계의 마지막 인류 문명이라 믿고 있죠.

이러한 상황에서, 다수의 행성 통치자들, 군 사령관들과 종교 지도자들은 

문명의 빛이 자신들이 지배하는 행성들에서 계속해서 피어날 수 있게 하기 위해 

끔찍한 선택들을 내리고 잔혹한 행위들을 저르고 있었습니다.

돌연변이 역병들, 광기와 초자연적 질병들이 꽃피고,

또한 끔찍한 하늘 아래 대지는 변이되고 뒤틀리고 있으며

사악한 존재들이 무방비한 자들을 포식하기 위해, 마치 자유자재인 마냥 나타나고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모든 인간들의 영혼 속에 절망이 멤돌고 있습니다.

대균열은 언제나 창공 위에서 불타오르고 있으며,

그 해로운 빛이 닿는 모든 것들을 오염시키고 있죠.


임페리움 니힐루스 내 인류 영토들은 큰 피해를 보았으나,

인류의 적들 또한 같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일부 외계인들에게는 다른 방법들이 있었고ㅡ기술적이든, 생체적이든 혹은 외형면에서 마법적이든

이것으로 그들은 별들을 항해하고 워프를 우회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른 세력들은 아예 풀려난 광기를 음미하면서,

엠피릭적 광기의 해류에 기꺼이 몸을 내던지고는 운명에 몸을 맡기고는

울부짖는 침략자들의 물결이 되어 자신들의 길 안에 놓인 모든 행성들을 덮쳤습니다.


제국 행성들, 함대들과 군대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들은

어둠 신들의 숭배자들에게는 도움 그 자체입니다.

광기 속에 휘몰아치는 와중에도, 워프는 이 이단들과 배신자들을 호의적인 해류들에 태워 저 멀리 내보내고 있습니다.

신속하게, 혹은 안전하게 그들을 그들이 원하는 목적지들로 전달해주고 있는데,

그런 경우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더 많죠.

또한 이메테리움적 에너지들의 쇄도는 레니게이드 싸이커들이 형언할 수 없는 의식들을 벌여,

그들의 행성들을 저주 혹은 워프의 저주받을 심장부 한가운데에 전송해버릴 수 있게끔 만들고 있습니다.

또한 수천 년간 감히 빛 아래 나타날 생각조차 못했던, 고대의 끔찍한 존재들이 고삐 풀린 카오스의 에너지들을 먹어치우며,

환희의 울부짖음 아래 장막을 뚫고 인류를 덮치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죠.

이곳에서는, 어디서든 희망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임페리움 니힐루스의 충성파 행성들은 계속해서 투쟁하고 있습니다.

구속 없는 증오 아래 흐려져가는 희망을 어떻게든 지탱하고 있죠.어둠 속에 잠긴 모든 성계들을 향해,

성전이 별들을 따라 불타오르며 어떻게든 방어 전선을 해소시키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스페이스 마린 챕터 모성들, 인퀴지션 요새들과 어뎁타 소로리타스 영유지들은 그림자 한가운데 결의의 빛나는 등대들로 반짝이고 있으며,

나이트 행성들 또한 자신들의 자경단 횃불들을 들어올리며 폭풍을 견뎌내고 있습니다.

마치 옛 밤의 공포의 천년기 동안 그들의 선조들이 그리했던 것처럼 말이죠.


그밖에도, 무모한 로그 트레이더들, 완고한 어뎁투스 메카니쿠스 원정 함대들과 용감한 임페리얼 네이비 대함대들이 이메테리움의 소란조차 감수하며,

잃어버린 행성들에게 희망을 전달하고 인류에게 새로운 식민 행성들을 안겨주기 위해 분투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은하계의 최후가 가까워졌는지도 모르고,

이 모든 인류의 시도들에도 불구하고 임페리움 니힐루스의 암흑은 결국 장례식 수의마냥 모든 것을 덮어버릴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믿음이 계속해서 강하게 타오르는 한, 인류의 방어자들은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대균열

카디아 행성과 고대 파일런들이 파괴,

크래프트월드 비엘-탄의 분열, 아메탈 악마 우리의 파열,

펜리스에 쏟아진 마그누스의 복수ㅡ

이것들과 다른 수십여 중요한 사건들에 의해, 

41st 천년기가 그 유혈낭자한 끝을 고할 무렵 현실의 장막이 찢기게 되었습니다.

그들 중 어떤 사건 혹은 그들 전부가 최후의 한방이 되어

마지막 경계선들을 허물고 대균열이 이 은하계에 풀려나게 만들었죠.

대균열은 제국에는 시카트릭스 말레딕툼,

오크들에게는 고크의 썩소, 아엘다리에게는 다세다인이라 불리며,

그밖에도 무시무시하고 신화적인 상징 아래 다른 수많은 이름들로 불리고 있습니다.

대균열은 은하계 전쟁 양상을 완전히 뒤바꾸어놓았습니다.

그 시작과 함께 대균열은 흉폭한 엠피릭 에너지의 쓰나미를 풀어놓으며

제국에는 일명 녹티스 아테나라 불리우는 초자연적 어둠을 풀어놓았고,

이것만으로 추기 수많은 행성들, 함대들과 군대들이 삼켜져 사라졌습니다.

비록 그 어둠은 이제 줄어들었으나,

대균열은 여전히 휘몰아치며 퍼져나가고 있으며,

그 초자연적 분노로 여러 종족들을 포식하고 있습니다.



Posted by 스틸리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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