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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리먼 각하!' 막심이 소리쳤다. '놈을 몰아내야 합니다! 지금이 아니면 앞으로는 불가능합니다. 놈을 워프로 보내버리셔야 합니다!'


길리먼은 이제는 한층 더 거대해진 콰라마르가 무자비하게 전진하며 대성당의 통로 복도를 아예 쓸어내려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제 놈의 양 날개는 대성당의 양쪽 벽들 끝에 닿을 정도로 거대해져 있었으며,

놈의 용처럼 길게 자라난 머리는 이제 완전한 살로 뒤덮혀 핏기가 서려 있었다.

말해골에 불과했던 대가리의 눈구멍들에는 꾸물거리며 돌아가는 황색 눈들이 자라나,

자신의 힘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인류의 전사들을 틱틱거리며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순간 대성당의 문이 활짝 열리며, 테트라크 펠릭스*가 들어왔고,

그의 뒤를 따라 휘하 프라이머리스 스페이스 마린들 또한 난입하며 플라즈마와 볼트 탄막을 전방의 악마를 향해 집중적으로 쏟아냈다.

허나 악마는 쉴새없이 쏟아지는 탄막조차 비웃으며, 거대한 날개로 공격들을 전부 무로 흩어버리고는,

곧장 그들을 덮쳐 프라이머리스 마린들 중 3명을 순식간에 참살해버렸다.

[*테트라크 : 역병 전쟁 당시, 길리먼이 최측근으로 뽑은 4명의 마린들. 펠릭스는 프라이머리스 출신 테트라크로 울트라마린 11th 중대 소속.)


'그렇다. 내가 놈을 끝장낼 것이다,' 프라이마크가 다짐했다.

길리먼은 놈을 처리할 방법을 구상하며 주변을 곁눈질하던 도중,

문득 대성당 2층에 위치한 파손된 갤러리로 올라가기 위한 용도의, 끝자락에서 끊어져버린 부셔진 층계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가 층계의 꼭대기를 향해 질주하기 시작하자, 잡석들이 아래로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으며,

길리먼은 중간에 끊긴 지점에 이르러서야 멈추었다.


거대한 악마 용은 두 날개를 접었다. 그리고는 뭔가를 눈치채기라도 했는지, 몸을 돌리고서는 다시 복도를 거슬러가기 시작했다.

놈은 부셔진 시계와 프라이마크 방향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너는 죽어 없어지리라, 하찮은 꼬맹이 황제여,' 콰라마르가 말했다. '제국 또한 너와 함께하리라.'


'별로 그렇게 생각들진 않는데.' 길리먼이 대응했다.


로버트 길리먼은 콰라마르가 무시무시한 굉음과 함께 그를 향해 달려오는 순간까지도 기다렸고,

마지막 순간 계단 위에서 크게 뛰어올랐다.

그는 제자리에 선 상태에서 대략 6미터 가량을 뛰어올라,

악마의 넒직한 등 위에 묵직하게 착지했다.

콰라마르는 살점 덮힌 해골을 돌려 자신의 등에 올라탄 제국의 섭정을 그 거대한 아가리로 덥썩 물어버리려 했지만,

아주 간발의 차, 거진 1초 차이로 길리먼이 먼저 황제의 검을 두 손으로 들어올리고는

그것을 괴수의 등허리 부분에 깊숙하게 꽂아버렸다.


검은 그대로 등허리를 깊숙히 파고들어가며,

놈의 기계 심장까지 꿰뚫어버렸다.


콰라마르가 굉음을 지르며 두 날개를 퍼덕여 길리먼을 후려쳤다.

길리먼은 검을 뒤로 잡아 누름으로써 악마가 몸을 뒤로 기울어 서게끔 만들었다.

내장된 힘이 빛을 발하며, 검이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렬한 백열로 타오르기 시작했고,

곧 악마의 몸뚱아리에 뚫린 모든 균열과 구멍들을 통해 빛이 새어나왔다.


'지금입니다, 각하, 어서 뛰셔야 합니다!' 티그리우스가 외쳤다.


길리먼은 괴물의 등허리를 세차게 차며 몸을 날렸다.

놈은 이제 온 몸이 화염에 붙어, 공간과 시간을 가로질러 찢어지고 있었다.


'균열을 닫아라!' 티그리우스가 외쳤다.


곧 거대한 폭발의 충격이 대성당을 뒤흔들며, 그나마 남아 있던 창문들까지 모조리 날려버리고

사방의 약화된 벽들을 날려버렸다.

남은 저급한 워프 괴물들은 마치 신기루들이였던 마냥 흔들리다 이내 사라졌고,

놈들의 거슬리는 숫자 세는 소리들 또한 곧 사라졌다.

전투의 소리가 사라지고 남은 자리에는, 부상당한 이들이 도움을 요청하며 내는 소리 뿐이였고

곧 더 많은 전사들이 대성당 안으로 진입했다.


'마침내 끝났구나,' 프라이마크가 말했다.


'에스판도르는 이제 모타리온의 오컬트 짓거리에서 해방되었다.

정화 작업은 이제 시작일지 모르지만.'


길리먼이 검을 다시 검집에 넣었다.

그러자 화염 또한 사그라들며, 곧 대성당은 다시 어둠에 잠겼지만

전과는 달리 무언가 신성한 느낌이 이제 돌고 있었다.

황제의 검에 힘을 빌어, 길리먼이 카오스의 사악한 영향력을 몰아내었다.

이제는 길리먼조차도 검이 지닌 효력을 감히 부정할 수 없었다.

이와 같이 끔찍하고 상상을 초월하는 적 앞에서, 이 무기가 없었더라면 승리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정말로 신과 같으신 분이야,' 그가 생각했다.


마티유가 두 무릎을 꿇으며 찬양했다.


'찬양할지어다!' 두 눈으로 눈물을 뚝뚝 흘리며 그가 속삭였다.


'아직도 살아 있었나?' 길리먼이 살짝 놀라며 물었다.


'황제께서 저를 가호하십니다. 황제께서 보호하실지니!' 약간은 종교적인 성가를 부르듯, 마티유가 소리쳤다.


'당신께서 싸우시고 다른 이들이 죽어나갔지만, 저는 아무런 해도 입지 않았습니다.

기도하라, 기도하라! 황제께서 이 장소를 어루만져 주셨으니.'


길리먼이 어깨를 으쓱였다. 전투는 끝났고, 그는 치쳐 있었다.

악마를 만난 이래로 그 안의 공허함이 한층 더 깊어진 기분이였다.

허나 그의 두 심장은 아직 잘 뛰고 있었고,

긴장이 풀리자 상처가 가려워졌다.


'황제께선 여전히 남아계시지, 심지어 지금까지도.'


'저는 그 분께서 인류를 사랑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마티유가 이어서 말했다.


'그 분의 사랑을 사방에서 느낄 수 있단 말입니다!'


그가 황홀감에 젖어 무언가를 말하려다 잠깐 주저했다.


'자 이제 말해보시죠, 섭정 각하. 

이래도 황제께서 우리를 사랑하지 않는 겁니까, 각하? 이젠 제가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겁니다!'


황제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다, 라고 길리먼은 속으로 고백했다.

그분은 애정을 가질 여유가 없는 자였다. 인류의 절대 군주가 직면한 불가능한 임무 앞에서, 그것이 가장 실용적인 태도였으므로.

그는 제 자손들을 사랑하지 아니하셨고, 개인을 사랑한 적도 없었다.

단지 인간 전체를 사랑했을 뿐. 

그럼에도 나는 그 사실을 결코 용서할 수가 없었다.

그의 해결책은 반드시 거짓 위에 세워졌어야만 했는가? 거짓말들 위에 거짓말들로?


마티유가 던진 질문은 길리먼을 더욱 우울하게 만들었다.

다른 그 어느때보다도, 길리먼은 그의 양아버지 코너와 다시 한 번 대화를 나누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었다.

그는 고귀한 영혼을 지닌 이였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이였다.

그 분은 진정한 아버지이셨다.


만약 당신께서 황제 폐하가 울트라마에 당도하시기 전에 돌아가지 않으셨다면,

저는 제 형제들이 자신들을 받아준 가족들을 버렸듯이 그렇게 손쉽게 당신을 저버릴 수 있었을까요?

그가 속으로 되뇌였다.

그는 거기에 대한 답을 이미 알고 있었고, 그 때문에 괴로워졌다.

황제 같은 존재의 힘들에 영향을 받지 않을 이는 없을거라고, 그는 생각했지만

그렇다고해서 그 사실이 달가운 것은 아니였다.


그는 이해했었다. 그는 황제 폐하가 이루고자 했던 야망을 알고 있었고, 그 이유 또한 알고 있었다.

콰라마르 같은 초자연적이고 정복불가한 적들을 상대할 때마다 그는 황제의 의도에 대해서 어쩔 수 없이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어떤 것들이 인류에 대적하는지를 알고 있었기에, 그분은 거짓말들을 도구로 삼으실 수 밖에 없었다.

과연 길리먼 자신은 스스로를 길리먼의 아들들이라 부르는 자들을 황제처럼 사랑한다고 거짓말할 수 있었을까?

사실 길리먼 또한 그의 자식들을 잘 알지 못했다. 특히 이제 새로 탄생한 이들,

카울이 만들어낸 소위 '신성모독적인' 전사들에 대해서는 더더욱.

허나 그들 또한 결국엔 수단에 불과했다.

길리먼과 그의 '아버지' 가 그런 수단들을 가지고 있었다는 건 둘 사이의 공통점이였다.

지배자라는 자리의 무게는 무겁고, 사람을 거기에 맞추어 행동할 수 밖에 없게끔 만들었다.


난 폭군이 되기를 원하지 않았다, 프라이마크가 생각했다.

어쩌면 나의 아버지 또한 그렇게 되길 원하시지 않았는지도 모르지.

다만 역사가 우리들로 하여금 결코 거부할 수 없는 역할을 맡겼는지도.

우리는 영원이라는 판 위에 단지 조각들에 불과하니까.


'각하이시여,' 마티유가 침묵에 잠긴 프라이마크를 다시 불렀다.


'제발 말해주세요, 황제께서 우릴 사랑하노라고.'


아아, 우리는 당신을 너무나도 사랑했습니다. 당신이 의도했던 것보다도 더, 길리먼은 생각했다.

당신은 너무나도 많은 것들을 우리에게 주셨습니다.

이해 없이, 그저 오만함 속에, 모든 면에서 당신은 스스로를 만인의 아버지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그 결과가 지금 보이시나이까?


'각하?' 마티유가 말했다.


'그래, 황제 폐하께선 우리 모두를 사랑하신다,' 길리먼이 마침내 거짓을 말하였다.

그는 부셔진 석상과 얼마 남지 않은 시계의 잔해들 쪽으로 시선을 회피했다.


'이제 나를 그만 따라와라, 마티유. 이제 트리뷴 및 테트라크의 울트라마린 장교들과 향후 작전에 관련된 회의를 해야되겠으니 말이다.'

(트리뷴 : 커스토디안 중 쉴드-캡틴 중 한 명을 칭하는 호칭.)


길리먼은 먼지구덩이 아래 무릎꿇고 기도하는 마티유를 내버려둔채로 대성당의 문 쪽으로 향했다.

트리뷴 콜콴, 테트라크 펠릭스와 다른 전사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내 대성당 밖으로 나오자, 그는 헬멧의 잠금을 풀고 에스판도리아 테티오 도시의 후덥지근한 날씨를 직접 만끽하며,

이제 오염이 사라진 공기를 마음껏 음미하였다.

이제 역병 신의 영향력은 사라졌다. 그는 두 눈들을 감으며,

찬란한 태양빛이 그의 피부 위로 흐르는 땀을 말려주게끔 냅두었다.


'이제 해결됬다,' 길리먼이 말했다. '우리는 에스판도르를 오늘 밤 떠난다.'


'우리들이 해야될 계획들은 무엇입니까, 각하?' 콜콴이 물었다.


'제네시스 챕터, 오로라 챕터, 나이트 세룰리안, 모티팩터 챕터들 및 기타 다른 군대들은 여기 남아 서쪽 구역의 악마 오염을 정화하고,

데스 가드의 잔존병들을 모두 제거해라.

남은 병력들은 철수하여 재배치될 것이다.

모타리온은 여기 없다. 여기 드리워졌던 놈의 사악한 그물망은 이제 끊어졌다.

남은 잔존들은 그저 지연용일 뿐, 아무 의미가 없을 테지.

그러니 내가 여기 남을 이유도 없다.'


'그렇다면 그는 어디에 있겠습니까?' 콜퀸이 차분하게 물었다.


'파메르니오 행성,' 길리먼이 곧바로 답했다. 머리 속으로 모든 자료들과 정보들을 체를 걸러 분석한 결과,

에스판도르 혹은 파르메니오 행성이 모타리온의 작전 본부일 것이 분명했다.

이 에스판도르 행성에 모타리온이 없다면, 놈은 남은 한 행성에 있을 터였다.


'모타리온은 파르메니오 행성에 있다.'


'확실한 것인지요?' 펠릭스가 물었다.


'확실하다. 여기서의 활약들이 진정한 승리라 보기엔 어렵지만, 대신 우리가 이길 수 있는 첫 도약들을 한 셈이다.

모타리온 놈이 편안히 기다리게 냅두거라. 내가 자신을 찾지 못하였노라고 믿게끔 해둬라.

놈에게 앞으로도 울트라마에 돌아다닐 수 있을 거라 믿게 해주거라.

곧 놈은 그 어리석은 생각을 내게 직접 교정받게 받게 될 테니까.'


길리먼이 잔혹하게 웃었다.


'파르메니오에서, 나는 놈에게 참교육을 실현해 주겠다.'


그 말들을 끝으로, 프라이마크는 대성당을 떠나 에스판도리아 테티오 도시의 폐허들 사이로 홀로 걸어갔다.

슬픔의 무게를 홀로 짊어진 채로.


ps. 뭔가 싱겁지만,

그래도 마지막에 황제에 대한 부분을 타의적이든 뭐든 어쨌거나 저런 식으로 말했다는건

드디어 길리먼도 이 4만년대에 적응하기 시작했다..이런 의미가 아닐까 싶네요.



Posted by 스틸리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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