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의 수호자들이여, 제국의 섭정을 보호하라!' 콜콴이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성당 구석 구석에서 경계 중이던 어뎁투스 커스토데스들이 일사분란히 다가와 프라이마크 주변에 진형을 형성했다.
그러는 동안 자매들이 형성한 봉인 대형은 점차 좁혀지고 있었으니,
곧 그녀들은 처형자의 대검들을 일제히 들어올렸다.
그런데 길리먼이 그 저주받은 유물에 다가가려는 순간,
교회의 맨 끝자락에서부터 병사들의 외침이 들려왔다. 그리고 굳게 닫혀있던 문이 조금이나마 열렸다.
'무슨 일이냐?' 프라이마크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그의 강력한 목소리가 대성당의 긴 복도 위로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주교께서 당신의 신부가 여기 도착했다 전해달랍니다, 각하,' 빅트리스 가드 보초병들이 통신을 보냈다.
'그가 말하기로는 자신이 각하를 들어보낸 것이라 말합니다.'
'그를 들여보내라.' 길리먼이 허락했다. 그는 시계에서 조금 떨어지고는 검 손잡이를 풀었다.
'다른 것을 떠나서, 이 성당은 그의 소유이니,' 그가 독백했다.
군교회-주교자 마티유가 대성당으로 들어섰다. 그는 이전부터 항상 그러했듯, 아주 차분한 분위기를 시종일관 유지하고 있었는데
그것은 지금 오물이 옷에 묻고 긴 칼자국이 얼굴 위 왼쪽 눈을 가로질러 난 상태에도 여전했다.
길리먼은 그가 가까이 온 순간에야 주교가 시계를 보고 얼굴에 노여움을 띄우고 있음을 인지했다.
길리먼은 그가 방호 의복조차 없이 들어온 것에 놀랐다.
'그대는 여기서 안전하지 못하오, 군교회-주교자여,' 프라이마크가 이어서 말했다.
'역병이 머무르고 있고, 워프의 힘은 강하다오.'
'당신은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지요, 각하.' 마티유가 그의 한손을 심장에 얹고선 공손히 머리를 숙였다.
그의 머리 주변으로 평범한, 장식 없이 수수한 서보 스컬이 엄숙히 멤돌고 있었다.
'그런데 저는 왜 그래야 합니까?' 길리먼이 냉정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야 나는 프라이마크이기 때문이네, 마티유. 그러나 그대는 아니지.'
'허나 우리 둘은 모두 황제 폐하의 가호 아래 있지요. 제 신앙이 악으로부터 저를 보호할 겁니다.'
'그것이 이 자리의 사람들을 '보호'했던마냥?' 길리먼이 냉소적으로 비꼬았다. 그가 가리킨 곳에는 무너진 지붕 아래 깔린 녹색의 뼈무더기가 놓여져 있었다.
마티유가 미소지었다. '그대의 아버지께서는 어디든 위치하실 수 없으신 분입니다, 각하이시여.
그리고 일부의 신앙은 다른 누군가들보다 더 강한 법이지요. 당장은, 당신의 아버지께서 저를 수호하실 겁니다.'
'그것이 참이든 아니든,' 길리먼이 말했다.
'나는 그대가 환경 방호복을 입었기를 더 원했을 것이네.
보게, 이 자리에 있는 자매들과 나의 스페이스 마린 전사들조차도 헬멧들을 제대로 착용하고 밀봉 상태에 있네.
심지어 말도바르 콜콴과 그의 어뎁투스 커스토데스조차도 필요한 여과 장비 없이 여기에 들어서는 위험을 감수하지는 않았을 것이네.
이들은 황제 폐하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자들이며, 가장 뛰어난 기술력으로 창조되었네.
그런데도 이들조차 주의를 기울인다면, 당신 또한 반드시 그래야 하는 것 아니겠나?'
은하계에서 아주 소수의 인간만이 프라이마크의 말에서 나오는 이러한 제안을 무시할 수 있겠지만,
프라터 마티유는 그런 인간들 중에 하나였다. 그가 부정의 의미로 고개를 저었다.
'저는 무사할 겁니다. 저는 제 평생을 싸워왔지만, 언제나 불경에서 안전했습니다.
저는 그분의 축복을 받고 있는 겁니다.' 그가 제단이 놓여있는 공간 주변으로 올라오더니,
이제는 저주받은 시계를 향해 위험해보일 정도로 가까히 다가갔다.
가까히 다가간 그는 성스러운 의식의 형태로 아퀼라 성호를 앞에 그었는데,
확실히 시계가 내뿜는 것이 분명한 사악한 에너지의 영향을 받는 것 같지는 않아보였다.
길리먼은 신부를 주의깊게 관찰하며,
광기 혹은 질병의 징조를 예의주시했다.
때때로 마티유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순간에, 길리먼은 지배의 손을 통제하는 손을 빠르게 움직임과 동시에,
전투갑주의 신경 회로를 통해 정신 명령을 보내어 탄들을 쏟아낼 준비를 하였지만
곧 마티유가 바닥의 오물 위로 무릎을 꿇고서는 그의 머리를 조아리며 의식을 계속하는 것을 보며 긴장을 풀었다.
그는 계속해서 조용하게 기도를 올렸다.
침묵의 자매들은 각자 헬멧들에 손을 대며, 마치 그와 의사소통하는듯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는 동안 길리먼은 콜콴과 눈빛을 교환했다.
커스토디안 사령관은 살짝 어깨를 으쓱거렸는데, 그러자 화려한 갑주 위로 황금빛이 잠깐 반짝였다.
마침내 그의 기도가 끝나자, 마티유는 다시 일어서서는 앞에 놓인 그의 신의 부셔진 나무 우상을 향해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는 황제의 마지막 남은 충성스러운 자손을 향해 다시 몸을 돌렸다.
'놈들이 어쩌다가 이와 같은 악의를 가지게 된 겁니까?' 그가 물었다.
'그 어떤 것이 그들로 하여금 이와 같은 불경한 행위를 저지르도록 만든 겁니까? 저들은 스스로를 괴물들로 만들어버렸군요.'
길리먼의 얼굴 위로 복잡한 표정이 올라왔다.
'증오는 모든 인간들의 심장에 존재하는 법이지.' 프라이마크가 이어서 말했다.
'내 심장에도 있다. 나는 데스 가드 놈들을 증오한다.
놈들은 자신들이 거듭난 사악한 혼란을 위해 이성을 황폐화시키므로.
나는 제국을 배반한 내 형제들을 증오한다. 허나 오직 그들을 탓하지만은 않지.
대부분의 증오는 공포, 수치 혹은 절망에서 나온다.
반역자들 또한 절망했겠지, 그 점에 대해서 난 확신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저지른 파괴에 수치를 느꼈을 테고, 그렇기에 이토록 극단적인 증오를 지니게 된 것일게다.'
'그대는 이교도들에 대해 자비롭게 말하시는군요,' 마티유가 부드럽게 말했다.
'허나 그들이 내게서 자비를 찾게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지금의 그들이 그들이니까.
하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그들 대부분은 한 때 고귀한 전사들이였으며,
다른 것들에 의해 그렇게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사랑하는 지도자의 말은 인간의 심장을 비틀어버리기에 충분하다.
그렇기에, 그것은 황제 폐하의 잘못일 것이라고,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만약 그분께서 거짓말을 행하시지 아니하셨더라면...' 길리먼의 목소리가 잠시 흐려졌다.
그는 난색을 표했다. 그리고는 스스로에게 되물었다.
어쩌면, 그 어떤 것도 과거에 일이 그렇게 흘러가는 것을 막을 수 없었을지 모른다고.
그리고는 왕좌의 방을 떠올렸다. 그곳의 빛을. 그 방대함을. 거기에 담긴 비인간적인 영혼을.
'그분께서 진정으로 거짓을 고하였단 말입니까?' 마티유가 침묵 속에 물었다.
그는 그가 섬기는 신에 대한 언급을 반신에게 직접 듣게 됨에 흥분하여 거친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그렇다. 그랬었지. 그분께선 워프의 진정한 본질을 알고 계섰음에도, 그것을 비밀로 감추었다.
나는 그 이유가 황제께선 나와 내 형제들이 그것이 주는 유혹에서부터 지켜지길 원하셨기 때문이라 생각하지만,
결국엔 무지가 우릴 그것에게 취약하게 만들어 주었지.
호루스는 배반하기 전까지는 분명 좋은 인물이였다.
그는 자만하고 오만한 자였다. 그건 분명 사실이지.
허나 그는 우리들의 아버지께서 지녔던 제국에 대한 꿈을 누구보다도 신봉했다.
그리고 아버지와의 유대 관계 또한 그 누구보다도 강했지.'
길리먼이 마티유를 엄숙하게 바라보았다.
아마 그 또한 거짓을 진실이라 믿었을 것이다. 진심으로 믿었겠지.
그렇기에 이제 그는 길리먼의 아비가 그러했듯이, 다른 이들에게 거짓을 설파하고 있었다.
'카오스는 호루스의 사랑을 변질시킬 방법을 찾아내는데 성공했다.
내 아버지는 잘못 판단했고, 그 대가는 치명적이였다.'
마티유가 마침내 참았던 숨을 토해냈다.
'당신께서 고대에 신성 황제 그분과 함께 걸었다는 사실에 경탄합니다.
그분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듣는다는 사실이 영광스럽군요.'
'그랬었지.' 길리먼이 슬프게 말했다.
'그 날이 다시 올 수 있었으면 좋겠군.' 그는 그렇게 바라는 이유가 따로 있었다.
다만 그것만큼은 따로 마티유에게 말하지 않았다.
이제 마티유는 자신이 들은 것에 대해 자신의 상식에 따라 합당한 대답을 찾아 말하려 하고 있었다.
'무릇 신들이라함은 필멸 인간들과 같은 이치로는 볼 수 없지요, 각하.
더욱이 그 분의 이치라 함은 우리들의 시야 바깥에 존재하니,
심지어 당신조차 이해할 수 없는 법 아니겠습니까?'
그 말에 길리먼이 마티유에게 다가갔다.
'마티유, 계속해서 나에게 황제 폐하를 신이라 확신시키려 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셀 수조차 없이 많이, 그 분께서는 내게 직접 말했단 말이다.
그 시절에, 나는 지금 네가 나와 대화하듯이 그분과 대화를 나누었었다.
하지만 언제나 대답은 같았지. 황제 폐하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인류의 진화상 최정점에 놓인 존재이며 그 분의 힘은 너와 내가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이다.
허나 확실히, 그 분은 신이 아니다.
그는 인간이다.
그저 뛰어난 인간. 그렇기에 아무리 뛰어나도, 그 분은 분명한 인간이다.
인간으로써, 그는 실수를 저질렀다.
인간으로써, 그 분은 그분만의 결함들을 지니고 있었던 거다.'
'당신께선 그 분의 자손입니다,' 마티유가 이어서 말했다.
'당신은 스스로 인간이 아니라고 방금 전에 말하지 않았습니까?'
'그렇다. 난 보통 인간은 아니지,' 프라이마크가 이어서 말했다,
'허나 황제께서 내게 주신 그 수많은 재능들에도 불구하고, 난 여전히 인간이다.
그리고 황제 본인 또한 마찬가지다.'
마티유가 제단의 어둠 주변을 서성였다.
그는 앞의 거대한 시계를 올려다보며 대리석 바닥에 고인 얕은 물웅덩이를 밟았고
그의 샌달 신발들 주변으로 물이 살짝 튀었다.
'만약 그대의 아버지께서 신의 힘을 가지고 계신다 하면,
설령 그분께서 그렇든 그렇지 않다고 믿든 상관없이, 그분은 신인 것이 아닙니까?' 그가 이어서 말했다.
'황제 폐하께서는 저희를 보호하십니다. 그 증거로, 그분의 신성한 성자들이자,
희망이 사라진 전투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이들, 황제 그 분의 의지가 발현된 증거들인 리젼 오브 더 댐드가 있지 않습니까?
또한 황제의 타롯이 있습니다. 그것들로 범인들은 매일 매일을 인도받지 않습니까?'
'그는 신이 아니다,' 그가 말했다.
'그 분께서는 제게 그렇습니다. 그 분께서는 다른 수백억조 사람들에게도 신이십니다.
어째서 진실을 거부하시는 겁니까?'
'내게 있어, 그는 단지 아버지일 뿐이다.'
이해 불가하고, 냉혈적이며, 차갑고, 조작적인 아버지. 그는 이 말들만큼은 속으로만 생각했다.
'그리고 섬겨야 될 군주이지. 나는 그 분을 위해서 한 번 죽었었고, 다시 한 번 그리할 것이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그분이 신성이 되는 것은 아니다.'
냉혈적인. 황제와 만날 대마다 그에게 다가왔던 감각이 바로 그것이였다.
끝없고, 무시무시한 냉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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