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루스 헤러시'에 해당되는 글 36건

  1. 2019.07.22 1만년 전, 프라이마크의 죽음 -7-
  2. 2019.07.21 1만년 전, 프라이마크의 죽음 -6-
  3. 2019.07.20 1만년 전, 프라이마크의 죽음 -5-
728x90



출처 : Dark Imperium


프라이마크의 죽음.

1만년 전.


3장 : 타락한 피닉스

헬리오폴리스는 표현하자면 폐허가 되어버린 무대라고 할 수 있었는데,

다만 대리석 관람석들이 설치되어 있었던 층계형 관객석은 박살나서 어둠만이 덮혀져 있었다.

과거, 그러니까 그가 어둠에 빠지고 그의 군단 또한 함께 타락해버리기 전에,

펄그림을 따르는 이들은 그의 연설을 듣기 위해 이 극장에 자주 모이곤 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옛 극장 시절의 화려함과 찬란한 빛은 온데간데없고 다만 남은 것은 부패와 황량함 뿐이였다.

돔형 천장의 거대 글라스 창문들 또한 필요보다는 그저 방치에 의한 결과로 환기용 창문들이 전부 닫혀 이제는 완전히 어둠에 잠겨 있었다.

사방에는 두껍게 쌓인 먼지만이 가득했으며,

공기는 짙은 꿀내와 숨 막히는 사향 향기가 은연중에 짙게 흐르고 있었다.


쓰러진 화로들 주변에는 뼈들이 흩어져 있었다.

그 뼈들의 주인은 대체로 보통 인간들이였으나, 그 사이 사이에 그 커다란 규격, 융합된 갈빗대 구조와 너덜너덜한 블랙 카라페이스 잔여물로 보아 스페이스 마린들의 뼈로 보이는 골격들도 흩어져 있었다.

또한 대리석 바닥 이곳 저곳에 탄구들이 흩어져 있는 것으로 보아, 오래 전 여기서 전투가 벌어졌음이 확실했다.

부드러운 대리석 벽에 박힌 탄구의 큰 직경들은 볼트탄 폭발의 특징들로,

이를 통해 여기서 스페이스 마린들이 스페이스 마린들과 싸웠음을 알 수 있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정확히 어느 연대에 발생한 전투인지까지는 길리먼도 알 수 없었지만

길리먼은 그 현명한 판단력을 통해 테라에 충성을 맹세한 엠퍼러스 칠드런 군단원들이 여기서 최후까지 버텼을 것이라 추측했다.

물론, 어쩌면 라이벌 워밴드들끼리 대략 수십년 전에 여기서 충돌했던 것일 가능성도 충분히 있지만,

어느 쪽이든 확실하게 말할 수는 없었다.


천장 벽의 모자이크 인물 벽화들은 사방이 볼트 탄들로 구멍이 숭숭 뚫려 있어, 사실상 그림 내 모든 얼굴들이 박살나 있었다.

그 인물화들 사이 사이에는 고리들이 박혀 있었으며, 고리들 밑으로는 접혀진 군기들이 걸려 있었는데,

일부 승전기들은 찢겨서 함선 진동에 맞추어 따라 흔들리고 있었다.

이전에, 이 군기들은 황제의 이름 아래 거둔 수천의 승리들을 기념하는 용도로 전시되었지만,

이제는 그 승리들을 거둔 전사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완전히 망가져 있었다.

그런데 그 걸레짝들 중 하나는 완벽한 형태로 보존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 군기 주변의 전시용 장치들이 그 주변으로 역겨운 오물을 배출하고 있었으므로,

역으로 다른 망가진 군기들보다도 어떤 면에서는 더 보기 좋지 못한 느낌이였다.


헬리오폴리스 내에는 오직 고요함 뿐이였다.

음성 보고들이 길리먼의 헬멧 안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며, 각 공습 부대들이 거둔 소기의 성과들을 보고하면서

이 죽음의 극장 내에서 길리먼에게 전장의 소음을 계속해서 들려주고 있었지만

그 소음들은 오직 길리먼의 헬멧 안쪽에서만 나는 것에 불과했다.

극장을 감도는 침묵은 그보다도 훨씬 강렬했으며,

마치 압력처럼 그의 세라밋 헬멧판을 누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싸우는 전사들과 길리먼은 지금 이 순간 완전히 분리되어 있었다.


헬리오폴리스 중앙의 무대는 원형으로, 그 한 가운데에는 어떤 검은 왕좌가 세워져 있었다.

길리먼은 그의 형제와 함께 그 자리에 나란히 서서 함께 토론했던, 지금과 같은 광기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옛 나날들을 떠올렸다.

원형의 부드러운 조명이 그 왕좌 위를 비추고 있었는데,

그것은 주변에 가득한 자갈석 파편들을 덮은 어둠을 몰아내며, 흑색 테라조(대리석에 쇄석을 갈은 바닥 포장재) 바닥 위에 왠지 모를 섬뜩한 빛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길리먼은 불사조 문을 지나 마침내 무대를 향해 걸어가며 층계들을 하나씩 밟으며 내려왔다.

그가 내려가는 주 층계들은 한때 섬세하게 빛났지만,

그 때의 빛은 이제와서는 완전히 사라진지 오래였다.


오로라 챕터의 전투 포효성들, 노바마린들의 전투 맹세들과 둠 이글 챕터의 우렁찬 고함들 모두가 그의 헬멧에서 울리고 있었다.

그런 소음들 사이로 갑자기 큰 정전기 소음이 일어나면, 그것은 큰 폭발이 있었음을 말해주는 소음이였다.

길리먼의 헬멧 디스플레이로 출력되는 기호 룬은 녹색으로 깜빡이고 있었다.

이는 오로라 챕터가 함내 네비게이토리움을 점령하는데 성공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곧 오로라 챕터의 캡틴들이 쏟아지는 잡음들이 섞인 보고들을 보내며,

그들이 거둔 힘든 승리에 감격함과 동시에 이제 곧 바로 이 적함에서 텔레포트 철수하겠음을 보고했다.

길리먼는 그들이 승리의 환희 속에 텔레포트 좌표를 송신하는 것까지 들을 수 있었고,

곧 오로라 챕터는 사라졌다.


다른 기호들은 면갑 디스플레이상 위쪽 지점에서 적생으로 출력되고 있었는데,

이 신호들은 다른 공습 팀들의 남은 목표들을 말해주고 있었다.

두 개의 적함 중요 시스템들이 아직 작전 진행 중이였고,

다른 두 개는 녹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어쩌면 이 함선에서 이미 탈출했는지도 모르지만, 어찌되었건 중요한 것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였다.


'아들들아, 각자 임무들에 집중하도록.' 그는 간단명료히 음성 명령을 전송했다.


'임무 완수 후에는 바로 철수할 것. 황제 폐하께서 그대들을 가호하리라.'


직후 그는 음성 통신을 차단했다. 

그것으로 헬리오폴리스의 불길한 고요가 그의 헬멧 안까지 채우기 시작했다.

이제 길리먼은 마지막 하나 남은 계단까지 내려오며 가운데의 원형 무대 바로 앞까지 도달했다.

마지막 수 번의 발걸음 소리가 어둠과 고요에 잠긴 극장에 메아리쳤다.

이 곳에서 빛은 완전히 불확실했는데, 무언가 불확실한 왜곡 현상 때문에 길리먼은 헬리오폴리스의 반대편을 확실히 확인할 수 없었다.

사실상 여기서 그는 위험에 노출된 상태였다.

이 곳은 타락한 형제가 자신과 길리먼과의 마지막 결투를 위해 준비한 무대였다.

펄그림 자신의 옛 잃어버린 영광들을 기리는 이 버려진 장소가 그가 선택한 무대인 것이다.


'펄그림! 내가 여기 왔다. 펄그림! 그대의 형제, 나 로버트 길리먼이, 여기 헬리오폴리스에 다시 왔다.

어찌하여 나를 맞이하지 않는 것이더냐?'


길리먼의 음성은 음성망을 통해 더욱 확대되어 헬리오폴리스 전체에 메아리쳤다.

그런데 소름끼치게도, 그 메아리들은 점점 이상하게 슬픈 음색으로 변질되더니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마치 비꼬는 음성처럼 들리고 있었다.

그것에 길리먼은 실망했다.


'한때 나의 형제였던 자여, 네놈의 같잖은 요술 짓거리로는 나를 화나게 만들지 못한다!

어서 나와 나와 마주하거라,  그럴 용기가 있다면 어서 썩 나와라!

아니면, 네놈이 타락한 수준만큼이나 이제는 겁쟁이가 되어버린 것이더냐?'


그러자, 어둠 속에서 무언가 금속이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곧, 무언가 비늘진 피부가 돌바닥을 긁는 듯한 소음이 어둠에 잠긴 길리먼 반대편의 관중석들 위쪽에서부터 들려왔다.

길리먼은 소리가 나는 방향을 집중해서 바라보았으나,

그의 앞에서 비추는 조명 때문에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고,

덕분에 지금 그가 볼 수 있는 것이라곤 원형 무대 위 뿐이였다.


'네가 오는 것이 들린다, 펄그림!' 그가 포효했다. '어서 썩 빛 위로 나오거라!'


이번에는, 마침내 펄그림이 답했다. 그의 음성은 그 옛날과 다름없이 그야말로 감미로웠으나,

언제나 그리했듯 그가 내뱉는 말 뒤편으로 '결핍'이 뒤따랐다.

마치 구밀복검한 악의어린 의도처럼.


'어째서 그리도 서두르는 것일려나?' 그가 답했다. 그의 목소리는 순식간에 헬리오폴리스 전체를 휘감았다.


'네 전술은 시간이 참으로 중요하니까, 그렇지?

알록달록 이쁜 색깔들로 새롭게 칠해진 네 자식들이 이 함선을 침몰시킬 시간을 벌어줘야 하니까. 그렇지 않나?

아아, 그들은 참으로 알록달록 이쁘더군, 길리먼아.

원래의 청색 ,청색, 청색보다 훨씬 보기 좋잖은가?

그것 때문에 네 군단을 부셔놓은 것이더냐, 길리먼?

아, 혹시 이 질문은 언짢을려나?'


'어서 썩 나와서 내 앞으로 나오거라. 나와 네놈이 가진 의견차들에 대해서 명예롭게 결착짓자.'


'대화라도 나누자는 것이더냐?' 펄그림의 모습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지만, 어둠 속에서 그는 분명한 조롱의 웃음소리를 피워내고 있었다.


'어떤 주제로 대화를 나눌까?

아, 형제들간의 재결합?

하지만 너와 나는 아무런 공통점이 없지.

우리는 그런 적도 없었지만, 이제는 훨씬 더 그렇지 않아.

네가 우리들의 죽어 썩어가는 아버지의 손 아래 놀려지며 쇠약해져가는 동안,

이 몸께서는 이 우주를 관장하는 진정한 힘들을 섬기고 있단다.

너는 너무 뻔해서 재미없어, 로버트.'


펄그림이 소름끼치는 웃음을 토해냈다.


'너무나도 둔해, 너무나도 무감각해.

지루한 우리의 옛 친구 로버트라니!

너는 사랑 받아본 적 없는 아이에 불과해,

다른 아이들은 제 아비의 모든 시선들을 한몸에 받았는데 말이야.

우리의 길리먼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소외받았지만,

정작 필요한 순간이 찾아오자 그 자리에는 없었다지?

오 형제여, 좀 상처받았을려나?

하지만 빛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법이라네.

예전에, 페투라보는 이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그대는 어떨려나?'


ps. 뜬금없게 페투라보는 왜 언급한걸까요?

어쨌거나 이제서야 등장하는 펄그림

Posted by 스틸리젼
,
728x90



출처 : Dark Imperium


프라이마크의 죽음.

1만년 전.


2장 : 황제의 자존심 호

'군주이시여,' 티엘이 이어서 말했다.


'당신께서 말씀하신대로, 그는 저 안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게 바로 그가 원하는 것입니다. 

이 모든 헛짓거리는 보기에는 유치하기 그지없지만, 펄그림은 위험한 존재입니다.

저 또한 그가 어떤 인물인지 기억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대로 홀로 들어간다면, 그의 손 위에서 놀게 되는 겁니다.

이와 같은 놈의 헛짓거리에 놀아나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반드시 함께 들어가서, 그를 토벌해야 합니다.'


'나는 홀로 들어가겠다,' 그러나 길리먼의 목소리는 확고했다.


'만약 우리가 함께 들어선다면, 그는 이미 그것을 예측하고 거기에 대한 대응을 세운 상태일 것이다.

결국 우리는 후퇴할 수 밖에 없게 되거나, 아니면 다른 공습 부대들이 임무를 성사시키기도 전에 전멸해버리며 모든 것이 실패로 돌아가버릴게다.

그러니 이번만큼은 내가 놈을 홀로 상대하게 해주거라.

그는 분명히 자만심에 가득 차 있을 것이고, 실용적인 전투 대신 허례허식에 치중하면서 집중력이 떨어질 것이다.

내가 시간을 버는 동안 우리의 다른 형제들이 분명 이 함선을 파괴하는데 성공할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그는 당신과 싸우기만을 바라고 있는 겁니다!' 티엘이 말했다.


'조금 다르단다.' 길리먼이 이어서 말했다. '그는 힘에서 자신이 '월등'하다고 증명하고 싶은 거란다.'


'그는 당신을 죽이고 말 겁니다, 군주이시여. 부디 선택을 재고해 주십시오!' 티엘이 간곡히 청했다.


허나 길리먼은 아예 고개를 돌리며, 떠오르는 감정을 헬멧 속에 감추었다.


'나는 반드시 놈과 맞서야만 한다.'


'정녕 혼자서 놈을 이길 수 있으리라 믿으시는 겁니까?' 티엘이 물었다. 


'그것은 나도 모르겠구나,' 길리먼이 잠깐 멈춰선 다음 답했다.


티엘은 한탄했다. 그의 헬멧으로부터 탄성이 흘러나왔다.


'실용적인 이유 대신 혹여 배반자 형제와 직접 만나 싸우려는 개인적 욕망이 더 앞선 것은 아닌지 심히 염려스럽습니다, 각하.'


'무슨 의미더냐?'


그 순간 배 외부가 큰 타격이라도 입었는지 크게 요동쳤고, 함내를 감싸던 초자연적인 고요함도 잠깐이나마 깨졌다.


'자부심이 각하의 형제에게 파멸을 안겨주었습니다,' 티엘은 꿋꿋하게 간언했다.


'그와 같이, 자부심은 가장 강한 존재조차도 무너트립니다.

부디 자부심에 빠지지 마시옵소서, 각하.'


'너는 자부심이 없느냐, 나의 아들아?'


'저 또한 자부심이 있습니다,' 티엘이 답했다.


'저는 제가 한 명의 울트라마린일 수 있음에, 

그리고 당신이라는 유전적 아버지를 두고 모실 수 있음에, 

그리고 그러한 당신의 곁에서 이토록 오래간 함께 싸울 수 있었음에, 자부심을 가집니다.

허나 저는 감히 당신을 사지로 가게끔 허락할 정도로 자부심에 빠질 수는 없었나이다.'


길리먼이 헬멧 아래서 미소지었다. 


'너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 에오니드. 언제나 강직하구나.

그래, 나는 네 말대로 자부심이 날 파멸에 빠트리게 만들지 않으마.

여기서 대기하라. 그러나 약속하거니와, 잠시뿐이다.

여기서 내 뒤를 지켜주거라.

그리고 내가 홀로 펄그림을 쓰러트릴 수 없다면,

그 때에는 내 도움 요청에 응하거라. 

그리하여 우리는 놈이 받아 마땅한 불명예스러운 죽음을 안겨줄 것이다.'


'각하,' 티엘이 안도하며 말했다.


'반드시 그리될 것입니다,' 안드로스가 답했다.


그제서야 여전히 내키지 않는 듯했지만, 로버트 길리먼의 아들들은 문들 근처에서 자리를 잡고는 매복 대기 태세를 취하였다.

그리고 프라이마크는 손을 내밀어 양 손바닥을 문짝의 변이된 금속 표면에 대고는 힘있게 밀었다.

프라이마크는 분명 바닥 긁히는 그런 시끄러운 소음이 들릴 것이라 예상했지만,

놀랍고 소름끼치게도 문은 무음으로 공허하게 열렸으며

다만 문이 열릴 때마다 안에서부터 혐오스런 냄새의 돌풍이 밀려나올 뿐이였다.


문 안쪽으로 보이는 것은 다만 어둠 뿐이였으며,

사실상 '승리자의 길'과 별반 다를 게 없는 광경이였다.


마침내 길리먼은 헬리오폴리스 내부로 발을 떼었다.

그가 들어서자, 거대한 문은 곧 다시 닫혔다.

Posted by 스틸리젼
,
728x90




출처 : Dark Imperium


프라이마크의 죽음.

1만년 전.


2장 : 황제의 자존심 호

스페이스 마린의 정신은 강건하다.

인간에서 초인으로의 변신 과정 간에 개조되어, 수 년간의 훈련 속에 그 어떤 공포에도 버틸 수 있게 단련된다.

또한, 길리먼의 베테랑 전사들은 그들의 프라이마크가 보았던 것들 상당수를 함께 보아왔기에,

그들의 걸음걸이에 불안감이나 공포 따위는 없었다.

마린들의 대형은 이미 전투 대형이였다.

쉴드를 들고 있는 브리쳐 팀들은 진입 지점들 근처에 자리잡고 있었으며,

터미네이터 마린들은 분대 단위로 집결해 있었다.

길리먼의 인빅타루스 스제리안 아너 가드 또한 자신들의 주군을 지키기 위한 최적 최효율의 대형을 유지하며 슬랩 방패들을 단단히 쥐고 있었으며,

그들의 도끼들에서 방출되는 분열장들은 어둠 속에서도 은은히 빛을 발하고 있었다.


길리먼은 음성 신호를 암호화된 광역망으로 바꾸고 말했다.


'우리 쪽은 도착했다. 함내 침투 성공한 각 부대들은 각자 상황 보고를 실시하라.'


처음에 그의 귀에 들리는 것은 함내 각 부분들에 침투한 부하들이 보내는 보고들 대신 소름끼치는 웃음 소리와 비명 소리 뿐이였다.

그러나 곧 그 불협화음 속에서 간신히 쥐어짜듯 말하는 듯한 음성이 들려왔다.


'프라이마크이시여, 제 목소리가 들리십니까?'


'확인했다, 챕터 마스터 루돈,' 길리먼이 말했다.


'수 분간 당신께 신호를 보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프라이마크이시여. 현재 오로라 챕터는 문제 없습니다.

저희는 예측보다 최소 수준의 적 저항과 접촉했습니다. 현재 이 지점에는ㅡ' 챕터 마스터의 음성은 대략 1분간 끊겼는데, 끊긴 동안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음성망을 채웠다.


'ㅡ14명을 발견했습니다. 대부분은 시신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그들 전부는 사지가 절단된 형태로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저희는 현재 목표 지점을 향해 접근 중에 있습니다.'


'공습부대 '분노'입니다, 프라이마크시여.'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길리먼의 디스플레이 창으로 룬 문자가 떠올랐는데, 그 문자는 디스플레이창의 3D 지도 위에서 20층 갑판 아래 지점에서 표시되고 있었다.

20층 갑판 아래에 위치한 공습부대 '분노'의 음성망 사이로 묵직한 볼터건들의 사격음들과 멜타 무기들 특유의 대기 태우는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왔다.


'챕터 마스터 코르보,' 길리먼이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는 이 시대까지 살아남은 '옛 시절'의 소수 베테랑들 중 한 명이였다.


'노바마린 챕터는 3개 지점에서 교전을 수행했습니다, 프라이마크이시여,' 챕터 마스터의 목소리는 다급했다.


'적들의 수는 예상보다 더 많았습니다. 목표 지점까지의 도착 시간은 예상 시간보다 대략 12분 더 늦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차후에도 계속해서 보고하게,' 길리먼이 말했다.


현재 길리먼이 지휘하는 부대는 여전히 신중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부하들이 경계 태세를 유지하는 동안, 길리먼은 디스플레이 지도를 통해 다른 나머지 공습 부대들을 확인했다.

현재 오로라 챕터를 제외한 모든 공습 부대들이 대규모 적 병력들과 교전 중이였다.

사실상 함내에는 엠퍼러스 칠드런 병력이 사방에 있다 해도 무방했다. 단 한 군데, 이곳 '승리의 길'만을 제외하고.


'전진한다!' 길리먼이 마침내 명령을 내렸다.

그의 아너 가드 또한 곧바로 방어 대형을 풀고 길리먼과 동일한 보폭으로 전진하며 '황제의 자존심'호를 감싼 어둠 속으로 진입했다.


'아마 이 안에는 아무런 적도 없을 것이다.'


'들키지 않았을 리가 없습니다. 이건 분명한 함정입니다,' 안드로스가 말했다.


'내 형제는 지금 나를 도발하는 것이다,' 길리먼이 말했다.


'펄그림은 언제나 극적인 연출에 집착했었지,'


'그렇다 하더라도 매복에 항시 대비해야 합니다,' 안드로스가 말했다.


'그럴 필요도 없겠어, 형제,' 티엘이 이어서 말했다.


'이 음울해 빠진 복도는 펄그림의 성격에 맞지 않아.

가장 웅장한 무대가 아니라면 그가 과연 어디에 있을 수 있겠나?

그러니 아마 그는 '헬리오폴리스'에서 우릴 기다리고 있을 것이네.'


전투 보고들은 계속해서 올라왔으며, 길리먼은 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있었다.

길리먼은 그가 통솔하는 부하 사령관들의 직속 음성 명령들을 차례대로 계속해서 수신하고 있엇다.

길리먼의 함대가 이 함선을 향해 수많은 포격들을 쏫아붓고 있음이 분명한데도,

여전히 '황제의 자존심' 호는 아주 적은 미동만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힘의 철권'호에서 들려오는 보고들에 따르면 이 적함은 상당한 피해를 받았지만,

펄그림의 기함에 과연 무엇이 있는가에 대해서는 별다른 정보가 없었다.

또다시 보고가 들어왔다.두 척의 함선이 현재 서로 교차해서 지나쳤으며,

각 기함들의 호위함들이 서로간에 교전을 펼치면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였다.

와중에 소형선들 중 일부가 결국 격침되었다는 보고가 들어왔지만,

길리먼의 함대는 여전히 잘 싸우고 있었다. 

문제는 숫적 우위에서 밀린다는 것이였고, 이는 길리먼에게 시간이 별로 많지 않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어느덧 눈 앞에 언덕만한 크기의 계단이 펼쳐졌고, 2nd와 1st 중대의 전사들은 조심스레 계단들을 올라갔다.

어느덧 대기 중으로 색다른 냄새가 풍기고 있었는데, 그것은 무언가 달콤한 꿀과 향수, 그리고 피가 섞인 그러한 냄새였다.

결코 평범하지 않은 기묘하고도 압도적인 사향 향기가 스페이스 마린의 호흡기 그릴들까지 통과하여 흘러들어왔는데,

소름끼치게도 지금 마린들은 모든 호흡 그릴망들을 초진공 대비 상태로 차단해둔 상태였다.


로버트 길리먼이 '승리의 길'을 마지막으로 걸었을 때, 그는 명예로운 손님 신분으로 들어왔었다.

당시 엠퍼러스 칠드런 군단은 이 계단들과 착륙장들에 수백명 단위로 정렬해 있었으며,

찬란한 빛 아래 그들은 길리먼에게 환호성을 보냈었다.

그리고 그의 형제는 길리먼을 따뜻하게 환영했었다.


회상이 끝나자, 약간의 슬픔이 길리먼을 찾아왔다. 어쩌면 이것보다는 나은 상황이 펼쳐졌을지도 모르는데..

하지만, 결국 회상이 끝나자 그는 어둠 속에 도둑마냥 남겨져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계단 위를 올라 몇 걸음 더 걷자, 초자연적인 어둠 속에서 헬리오폴리스로 진입하는 심실이 불연듯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심실 뒤편으로 일명 '불사조의 문'이라 불리는 거대한 문이 마치 동굴 바깥으로 걸어나온 도깨비마냥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길리먼은 잠시 전진을 멈추고 대형을 산개할 것을 지시하였다.

다른 공습 부대들에게서 들려오는 보고들은 계속해서 헬멧을 통해 전송되고 있었는데,

지옥에서나 들을 법한 비명소리들과 통곡성들이 제대로 된 전송을 방해하고 있었다.

길리먼은 보고들을 접수함과 동시에 슬픈 감정 속에 펄그림이 '불사조의 문'에 저지른 짓을 천천히 살펴보았다.


전쟁 이전의 시절에, 불사조의 문은 예술가가 만든 최고의 걸작으로

그 당시 이 거대한 문을 구성하는 2개의 황동 문짝들에는 펄그림이 왕관을 수여받는 그 순간이 묘사되어 있었었다.

문 위로는 먼저 황제가 서 있는 장면이 조각되어 있었으며,

그는 조각 속에서 펄그림에게 팔라틴 아퀼라를 수여하고 있었었다.

그 명예를 수여하는 것은 아버지가 아들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최고의 존중으로,

이 문 또한 과거에는 그의 아들이 그에게 바치는 헌신의 장면을 함께 묘사하고 있었으며

마지막으로 그 뒷배경으로 그들을 환호하는 수많은 관중들이 조각되어 있었었다.

 

그러나 이제는 모든 면에서 완전히 뒤바뀌어 있었다.


먼저 웅장했던 조각 예술이 상당 부분 바뀌어 있었다.

매끈했던 황동은 이제 온갖 천박한 상징들을 표현하기 위해 마구 조각되어 있었다.

먼저 황제와 프라이마크, 두 명의 주요 인물상 뒤편에 묘사된 관중들은 미쳐 날뛰는, 그런 추잡하면서 무언가 기원을 알 수 없는 인간 아닌 존재들로 변이되어 있었다.

그리고 작품 또한 전체적으로 들쭉날쭉한 상태로 변해버렸는데,

일부분은 노련한 기술 속에 수정 조각된 반면, 어떤 부분은 그야말로 조잡하기 그지없었으며

그러한 불일치와 무절조가 원래의 조각가가 창조했던 그 심도 있는 예술성을 완전히 망쳐놓고 있었다.


원래 관중들의 눈들은 황제와 프라이마크에게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섬세히 조각되어 있었지만,

이제 뒤편의 인물들은 그 눈 방향을 현란하게 이리저리 돌리면서 황제와 그의 아들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었다.

오직 펄그림의 군단만이 황제의 개인 상징을 몸에 지닐 수 있는 허락을 얻을 수 있었다.

그 아이러니함이 길리먼의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다.

펄그림은 오만스럽고, 허식이 심했으며 자만심과 자존심이 강한 인물이였으나,

그의 자질들은 그러한 결점들을 상회하고도 남는 그런 것이였었다.


원래는 예술 작품이였던 문을 계속 살펴볼 수록 길리먼의 마음은 더욱 더 굳어져갔다.

독수리의 눈들은 완전히 파여져 있엇다.

황제의 머리 부분은 완전히 파여져 있었으며, 

그 자리에는 대신 뼈들과 검게 물든 힘줄들이 마구 섞인 괴상한 무언가가 접착되어 있었다.

펄그림의 얼굴은 스스로 움직이는 은색 마스크가 씌워져 있었는데,

이 마스크 위로는 온갖 표정들이 미묘하게 떠오르고 있었으며

그 표정들이란 하나같이 냉소어린 오만함이 가득한 혐오성 표정들 뿐이였다.

그의 몸 부분 또한 완전히 바뀌어 있었는데,

마치 원래 그런 식으로 조각된 것처럼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사지가 여럿 달린 뱀신의 형상으로 변해져 있었다.

문 위에 조각된 그의 형상이란, 그야말로 야만스러운 신의 모습으로 조각만으로 무시무시한 위압감을 보여주고 있었지만,

완전히 변해버린 지금의 펄그림에 비하자면 이 조각은 분명 아무것도 아닐 터였다.

 

'놈은 저 안에 있을 것이다, 기다려라,' 길리먼이 문에 펼쳐진 반달리즘을 마지막으로 확인하면서 말했다.

직후 그는 문에서 몸을 돌려 티엘과 안드로스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여기서 나를 기다려라.'



 

Posted by 스틸리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