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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Dark Imperium


프라이마크의 죽음.

1만년 전.


1장, 테살라

'프라이마크이시여, 모두 준비 완료되었습니다,' 그러나 안드로스는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다만 적의 상태가 아군을 크게 압도합니다.

전 이번 작전의 성공 여부가 다소 걱정됩니다.

반격이 다소 제한되는 상황에서 실제적인 선택은 무엇이겠습니까?

2중대장 티리엘과 제 의견은 여기 남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힘의 철권'호를 퇴각시키더라도 적의 발목을 계속 붙잡아 둘 수 있다고 판단됩니다.

저희 상태로는 절대로ㅡ'


복수하는 아들은 안드로스의 뒷말을 시선만으로 잘랐다.


'내 아래서 너무나도 많은 이들이 피를 흘렸다.

그렇기에 나는 이 싸움에서 도망치지 않을 것이다,'


길리먼의 말투는 이미 반대의 의사를 표하고 있었다.


''황제의 자존심'호가 격침되기 전까지 후퇴는 있을 수 없다.

나는 내 형제와 직접 대면하여 모든 일을 결착지을 생각이다.

그리고 만약 싸우게 된다면, 나는 내 형제를 직접 죽일 것이며, 최소한 시도 중에 전사할 것이다.

나의 아들들아, 나는 놈이 아무런 죄악의 대가도 없이 도망치도록 냅둘 수 없겠구나.'


그가 어조를 부드럽게 돌리며 말했다. '그것이 이 함정에서 벗어날 유일할 길이기도 하고.'


안드로스가 납득의 표시로 고개를 아래로 숙였다. 

티엘은 애매하다는 듯이 잠깐 주저했으나, 곧 안드로스의 뒤를 따랐다.

그들의 확실한 동의를 받아내자, 길리먼 또한 두 명의 필멸자 시종들이 끌고온 반중력 상하차에 올려진 그의 헬멧을 들어올려 착용했다.

직후 길리먼은 거침없는 걸음으로 자신에게 배당된 텔레포트 플랫폼에 올랐고,

이어서 아들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나의 전사들이여, 이제 우리는 우리를 배반한 형제에게 테라 제국에 등을 돌린 대가가 무엇인지를 똑똑히 보여줄 것이다!'


'우리는 마크라지를 위해 진군한다!' 전사들은 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들의 일치된 목소리는 전장의 소음조차 담가버릴 정도로 우렁차고 용맹했다.

길리먼의 인빅투스 스제리안 가드 또한 길리먼를 따라 텔레포트 패드에 올라왔다.

그들은 길리먼 주변에 호위식 고리 대형을 형성한 다음,

방패들과 파워 엑스 무기들을 사용 준비 상태로 들어올려 일종의 방어벽을 형성함으로서 전투 한복판에 텔레포트된 직후의 상황에 대비했다.


주변의 전사들에게 있어, 길리먼은 그야말로 무적의 지도자로서, 그들에게 길리먼이 보여주는 능력들은 가히 초자연의 영역에 가까웠다.

심지어 프라이마크들과 마찬가지로, 인류의 황제가 신이 아닌 인간이라 믿는 합리적인 울트라마린들조차 길리먼에 대해서는 경외심 어린 태도를 지니고 있었다.

다만 헤러시의 마지막 날들 이후에 조금 더 명확해진 것에 불과했다.


허나 로버트 길리먼은 무적이 아니였다.

그는 이 선택이 위험천만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안드로스가 패배의 가능성을 제기한 것 또한 옳은 태도였다.

사실 프라이마크는 그가 제기한 합당한 의견들에 대해 각하하는 대신, 오히려 그 통찰력에 대해서 칭찬을 주고 싶었다.

사실 엠퍼러스 칠드런 군단을 향한 이번 전쟁은 거시적인 시각으로 보았을 때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처음부터 펄그림이 주도권을 손에 쥐고 있었고,

지금까지 길리먼이 택한 선택들은 결국 펄그림이 유도한 것들이나 다름없었다.

판은 이미 펄그림이 벌어놓은 후였고, 이제 남은 유일한 합리적 선택지는 단 하나 뿐이였다. : 후퇴하는 것.


그러나, 후퇴는 불가했다.

만약 '힘의 철권'호가 교전에서 퇴각하여 철수하려 한다면, 황제의 자존심 호는 이 배틀 바지선에 막대한 피해를 가할 것이 분명했다.

간악한 펄그림이라면 가능한 모든 잔인한 공격을 퍼부은 다음, 방어가 무너진 함선의 내부로 자신이 직접 지휘하는 함선 침투 공격을 가할 것이고

길리먼으로서는 자신이 아직 선택할 수 있는 힘이 있는 한 그 간악한 형제가 함내로 침투하게끔 냅둘 생각이 없었다.

프라이마크의 강력한 지성은 이미 모든 가능성들을 검증한 상태였다.

그의 천재적 지성을 통해 만들어진 전술 이론들 중에는 함선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후퇴시켜, 함대 후방으로 물러나게 한 다음 가용한 함선들을 모두 동원하여

그들의 희생으로 기함을 살릴 수 있는 방안 또한 이미 마련되어 있었다.

그러나 다른 이들의 생명을 소모하여 자신의 생명을 살리는 것은 길리먼의 방식이 아니였고,

더군더나 지금, 이 순간에도 길리먼은 한줄기 실낱같은 승리의 가능성을 엿보고 있었다.

그는 이 기회가 저 반역도당 형제에게 그대로 파괴되도록 냅둘 생각이 없었다.

그렇기에 길리먼은 자신의 이성과 논리를 거스르는 선택을 결정한 것이다.

만약 자신이 그 모든 전술적 이치와 논리들을 거스른다면, 펄그림조차도 경악하게 만들 수 있을지 모른다.


그저 희미한 기회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펄그림이라면, 어쩌면 기함 방어막들이 내려간 것조차 공격에 의해서가 아니라 본인이 고의로 저지른 일인 것인지도 모른다.

테라 공성전을 끝낸, 황제를 유인하기 위해 호루스가 행했던 마지막 도박을 조롱하듯이 되풀이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허나 길리먼은 이것이 기회임을 알고 있었고, 그 기회를 위한 계획들도 가지고 있었다.

지금 자신이 설계한 이 함내 침투군들 및 본인이 직접 지휘할 부대는 하나 하나가 개별적이지만 동시에 상호 보완적인 임무들을 가지고 동시다발적으로 텔레포트될 예정이였다.

다수 챕터들에서 차출된 팀들은 적 기함의 엔지나리움, 지휘부 함교, 네비게토리움, 탄약고실과 제2 지휘부 함교 및 주무기 통제실을 공격할 것이였다.

설령 절반의 공습군들만이 임무에 성공한다고 해도, '황제의 자존심'호를 내부에서부터 격침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마련되는 것이다.

또한 길리먼은 그의 전사들에게 각자의 임무가 성사되면 그 즉시 미련없이 텔레포트 철수할 것을 지시했고,

이를 통해 최대한 많은 이들이 살아남아 무사 귀환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해 두었다.

설령 작전이 최종 실패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자신의 실수에 대한 대가를 아들들이 치루게 할 수는 없었으니까.

자신의 실수들은 자신이 처리해야 하는 법이니까.


길리먼은 지금까지 자신이 펄그림에 의해 마치 물고기마냥 꿰어 놀려졌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았다.

지금 그가 하려는 것은 그 낚싯대에서 빠져나와 감히 그를 낚은 자를 크게 물어버리려는 한 방의 시도였다.


'다들 준비하라! 이제 바로 투입된다!' 길리먼이 경고했다.


그리고 그의 신호에 따라, 텔레포트 갑판의 모든 기계들이 웅웅거리며 가동을 시작했다.

초거대 반응로 기둥들이 막대한 에너지 가동 속에 전기로 반짝거리며 이제 곧 현실과 워프 사이 장막을 찢어낼 동력 집중열들에 동력을 공급했고,

동력 집중열들은 곧 눈이 아플 정도의 빛을 발하기 시작했는데,

그것들이 점점 더 환하게 빛남과 동시에 작동 피뢰침들에서는 물질화 코로나 방전들이 발생하여 억제 플라스크들 내부로 주입되어 그 안에서 날뛰기 시작했다.


너무나 많은 형제들이 목숨을 잃거나, 카오스로 넘어가거나 혹은 실종되었다, 길리먼이 생각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불멸한 이들로 여겼다. 실제는 아니였는데도.

그렇기에, 아마 내가 최후를 맞이할 그 때도 언젠가는 오겠지. 하지만 오늘은 아닐 거다.

난 오늘 펄그림의 손에 최후를 맞이하지는 않겠다.


이제 텔레포트실의 신비로운 기계들은 큰 소음을 만들어내며,

갑판 전체가 그 가동에 의한 진동으로 전율하고 있었다.

진동은 점점 더 격해지기 시작했다.

곧 텔레포트 갑판 위로 천둥과 같은 번쩍임이 일며 화학 반응적 빛이 모든 것을 휘감았다.

초압력에 노출된 기계가 화재를 일으킬 것을 대비하여, 냉각용 증기들이 넒은 구경의 퓨브들에서 뿜어져 나왔다.

인간 수병들이 각자 샷건들을 들어올린 채로 워프 균열을 통해 악마가 넘어올 것을 경계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물론 아무것도 넘어오지 않았다. 경고 신호등들이 반짝거렸다. : 적색, 적색, 적색, 이후 청색.


'텔레포트가 성공했습니다, 텔레포트가 성공했습니다,' 기계 서비터가 기계적인 목소리로 방송했다.


조명도 다시 복구되었다. 코로나 방전들이 가득 채워져 있었던 플라스크들은 비명소리 같은 소음들과 함께 완전히 사라졌다.

공기 배출구들이 남은 연기를 남김없이 빨아들였고, 연기가 걷힌 텔레포트 패드들 위에는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기술자들은 비디오 영상들과 종이 연산기에서 출력된 데이터 띠들을 보면서 결과를 분석하기 시작했고,

결과 분석이 성공하자 그들의 얼굴들 위로 의심할 바 없는 안도감이 퍼져나갔다.


'로버트 길리먼과 그의 전사들이 '황제의 자존심' 내부로 무사히 침투 완료했음.'



Posted by 스틸리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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