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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Dark Imperium


프라이마크의 죽음.

1만년 전.


2장 : 황제의 자존심 호

스페이스 마린의 정신은 강건하다.

인간에서 초인으로의 변신 과정 간에 개조되어, 수 년간의 훈련 속에 그 어떤 공포에도 버틸 수 있게 단련된다.

또한, 길리먼의 베테랑 전사들은 그들의 프라이마크가 보았던 것들 상당수를 함께 보아왔기에,

그들의 걸음걸이에 불안감이나 공포 따위는 없었다.

마린들의 대형은 이미 전투 대형이였다.

쉴드를 들고 있는 브리쳐 팀들은 진입 지점들 근처에 자리잡고 있었으며,

터미네이터 마린들은 분대 단위로 집결해 있었다.

길리먼의 인빅타루스 스제리안 아너 가드 또한 자신들의 주군을 지키기 위한 최적 최효율의 대형을 유지하며 슬랩 방패들을 단단히 쥐고 있었으며,

그들의 도끼들에서 방출되는 분열장들은 어둠 속에서도 은은히 빛을 발하고 있었다.


길리먼은 음성 신호를 암호화된 광역망으로 바꾸고 말했다.


'우리 쪽은 도착했다. 함내 침투 성공한 각 부대들은 각자 상황 보고를 실시하라.'


처음에 그의 귀에 들리는 것은 함내 각 부분들에 침투한 부하들이 보내는 보고들 대신 소름끼치는 웃음 소리와 비명 소리 뿐이였다.

그러나 곧 그 불협화음 속에서 간신히 쥐어짜듯 말하는 듯한 음성이 들려왔다.


'프라이마크이시여, 제 목소리가 들리십니까?'


'확인했다, 챕터 마스터 루돈,' 길리먼이 말했다.


'수 분간 당신께 신호를 보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프라이마크이시여. 현재 오로라 챕터는 문제 없습니다.

저희는 예측보다 최소 수준의 적 저항과 접촉했습니다. 현재 이 지점에는ㅡ' 챕터 마스터의 음성은 대략 1분간 끊겼는데, 끊긴 동안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음성망을 채웠다.


'ㅡ14명을 발견했습니다. 대부분은 시신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그들 전부는 사지가 절단된 형태로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저희는 현재 목표 지점을 향해 접근 중에 있습니다.'


'공습부대 '분노'입니다, 프라이마크시여.'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길리먼의 디스플레이 창으로 룬 문자가 떠올랐는데, 그 문자는 디스플레이창의 3D 지도 위에서 20층 갑판 아래 지점에서 표시되고 있었다.

20층 갑판 아래에 위치한 공습부대 '분노'의 음성망 사이로 묵직한 볼터건들의 사격음들과 멜타 무기들 특유의 대기 태우는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왔다.


'챕터 마스터 코르보,' 길리먼이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는 이 시대까지 살아남은 '옛 시절'의 소수 베테랑들 중 한 명이였다.


'노바마린 챕터는 3개 지점에서 교전을 수행했습니다, 프라이마크이시여,' 챕터 마스터의 목소리는 다급했다.


'적들의 수는 예상보다 더 많았습니다. 목표 지점까지의 도착 시간은 예상 시간보다 대략 12분 더 늦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차후에도 계속해서 보고하게,' 길리먼이 말했다.


현재 길리먼이 지휘하는 부대는 여전히 신중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부하들이 경계 태세를 유지하는 동안, 길리먼은 디스플레이 지도를 통해 다른 나머지 공습 부대들을 확인했다.

현재 오로라 챕터를 제외한 모든 공습 부대들이 대규모 적 병력들과 교전 중이였다.

사실상 함내에는 엠퍼러스 칠드런 병력이 사방에 있다 해도 무방했다. 단 한 군데, 이곳 '승리의 길'만을 제외하고.


'전진한다!' 길리먼이 마침내 명령을 내렸다.

그의 아너 가드 또한 곧바로 방어 대형을 풀고 길리먼과 동일한 보폭으로 전진하며 '황제의 자존심'호를 감싼 어둠 속으로 진입했다.


'아마 이 안에는 아무런 적도 없을 것이다.'


'들키지 않았을 리가 없습니다. 이건 분명한 함정입니다,' 안드로스가 말했다.


'내 형제는 지금 나를 도발하는 것이다,' 길리먼이 말했다.


'펄그림은 언제나 극적인 연출에 집착했었지,'


'그렇다 하더라도 매복에 항시 대비해야 합니다,' 안드로스가 말했다.


'그럴 필요도 없겠어, 형제,' 티엘이 이어서 말했다.


'이 음울해 빠진 복도는 펄그림의 성격에 맞지 않아.

가장 웅장한 무대가 아니라면 그가 과연 어디에 있을 수 있겠나?

그러니 아마 그는 '헬리오폴리스'에서 우릴 기다리고 있을 것이네.'


전투 보고들은 계속해서 올라왔으며, 길리먼은 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있었다.

길리먼은 그가 통솔하는 부하 사령관들의 직속 음성 명령들을 차례대로 계속해서 수신하고 있엇다.

길리먼의 함대가 이 함선을 향해 수많은 포격들을 쏫아붓고 있음이 분명한데도,

여전히 '황제의 자존심' 호는 아주 적은 미동만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힘의 철권'호에서 들려오는 보고들에 따르면 이 적함은 상당한 피해를 받았지만,

펄그림의 기함에 과연 무엇이 있는가에 대해서는 별다른 정보가 없었다.

또다시 보고가 들어왔다.두 척의 함선이 현재 서로 교차해서 지나쳤으며,

각 기함들의 호위함들이 서로간에 교전을 펼치면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였다.

와중에 소형선들 중 일부가 결국 격침되었다는 보고가 들어왔지만,

길리먼의 함대는 여전히 잘 싸우고 있었다. 

문제는 숫적 우위에서 밀린다는 것이였고, 이는 길리먼에게 시간이 별로 많지 않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어느덧 눈 앞에 언덕만한 크기의 계단이 펼쳐졌고, 2nd와 1st 중대의 전사들은 조심스레 계단들을 올라갔다.

어느덧 대기 중으로 색다른 냄새가 풍기고 있었는데, 그것은 무언가 달콤한 꿀과 향수, 그리고 피가 섞인 그러한 냄새였다.

결코 평범하지 않은 기묘하고도 압도적인 사향 향기가 스페이스 마린의 호흡기 그릴들까지 통과하여 흘러들어왔는데,

소름끼치게도 지금 마린들은 모든 호흡 그릴망들을 초진공 대비 상태로 차단해둔 상태였다.


로버트 길리먼이 '승리의 길'을 마지막으로 걸었을 때, 그는 명예로운 손님 신분으로 들어왔었다.

당시 엠퍼러스 칠드런 군단은 이 계단들과 착륙장들에 수백명 단위로 정렬해 있었으며,

찬란한 빛 아래 그들은 길리먼에게 환호성을 보냈었다.

그리고 그의 형제는 길리먼을 따뜻하게 환영했었다.


회상이 끝나자, 약간의 슬픔이 길리먼을 찾아왔다. 어쩌면 이것보다는 나은 상황이 펼쳐졌을지도 모르는데..

하지만, 결국 회상이 끝나자 그는 어둠 속에 도둑마냥 남겨져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계단 위를 올라 몇 걸음 더 걷자, 초자연적인 어둠 속에서 헬리오폴리스로 진입하는 심실이 불연듯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심실 뒤편으로 일명 '불사조의 문'이라 불리는 거대한 문이 마치 동굴 바깥으로 걸어나온 도깨비마냥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길리먼은 잠시 전진을 멈추고 대형을 산개할 것을 지시하였다.

다른 공습 부대들에게서 들려오는 보고들은 계속해서 헬멧을 통해 전송되고 있었는데,

지옥에서나 들을 법한 비명소리들과 통곡성들이 제대로 된 전송을 방해하고 있었다.

길리먼은 보고들을 접수함과 동시에 슬픈 감정 속에 펄그림이 '불사조의 문'에 저지른 짓을 천천히 살펴보았다.


전쟁 이전의 시절에, 불사조의 문은 예술가가 만든 최고의 걸작으로

그 당시 이 거대한 문을 구성하는 2개의 황동 문짝들에는 펄그림이 왕관을 수여받는 그 순간이 묘사되어 있었었다.

문 위로는 먼저 황제가 서 있는 장면이 조각되어 있었으며,

그는 조각 속에서 펄그림에게 팔라틴 아퀼라를 수여하고 있었었다.

그 명예를 수여하는 것은 아버지가 아들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최고의 존중으로,

이 문 또한 과거에는 그의 아들이 그에게 바치는 헌신의 장면을 함께 묘사하고 있었으며

마지막으로 그 뒷배경으로 그들을 환호하는 수많은 관중들이 조각되어 있었었다.

 

그러나 이제는 모든 면에서 완전히 뒤바뀌어 있었다.


먼저 웅장했던 조각 예술이 상당 부분 바뀌어 있었다.

매끈했던 황동은 이제 온갖 천박한 상징들을 표현하기 위해 마구 조각되어 있었다.

먼저 황제와 프라이마크, 두 명의 주요 인물상 뒤편에 묘사된 관중들은 미쳐 날뛰는, 그런 추잡하면서 무언가 기원을 알 수 없는 인간 아닌 존재들로 변이되어 있었다.

그리고 작품 또한 전체적으로 들쭉날쭉한 상태로 변해버렸는데,

일부분은 노련한 기술 속에 수정 조각된 반면, 어떤 부분은 그야말로 조잡하기 그지없었으며

그러한 불일치와 무절조가 원래의 조각가가 창조했던 그 심도 있는 예술성을 완전히 망쳐놓고 있었다.


원래 관중들의 눈들은 황제와 프라이마크에게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섬세히 조각되어 있었지만,

이제 뒤편의 인물들은 그 눈 방향을 현란하게 이리저리 돌리면서 황제와 그의 아들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었다.

오직 펄그림의 군단만이 황제의 개인 상징을 몸에 지닐 수 있는 허락을 얻을 수 있었다.

그 아이러니함이 길리먼의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다.

펄그림은 오만스럽고, 허식이 심했으며 자만심과 자존심이 강한 인물이였으나,

그의 자질들은 그러한 결점들을 상회하고도 남는 그런 것이였었다.


원래는 예술 작품이였던 문을 계속 살펴볼 수록 길리먼의 마음은 더욱 더 굳어져갔다.

독수리의 눈들은 완전히 파여져 있엇다.

황제의 머리 부분은 완전히 파여져 있었으며, 

그 자리에는 대신 뼈들과 검게 물든 힘줄들이 마구 섞인 괴상한 무언가가 접착되어 있었다.

펄그림의 얼굴은 스스로 움직이는 은색 마스크가 씌워져 있었는데,

이 마스크 위로는 온갖 표정들이 미묘하게 떠오르고 있었으며

그 표정들이란 하나같이 냉소어린 오만함이 가득한 혐오성 표정들 뿐이였다.

그의 몸 부분 또한 완전히 바뀌어 있었는데,

마치 원래 그런 식으로 조각된 것처럼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사지가 여럿 달린 뱀신의 형상으로 변해져 있었다.

문 위에 조각된 그의 형상이란, 그야말로 야만스러운 신의 모습으로 조각만으로 무시무시한 위압감을 보여주고 있었지만,

완전히 변해버린 지금의 펄그림에 비하자면 이 조각은 분명 아무것도 아닐 터였다.

 

'놈은 저 안에 있을 것이다, 기다려라,' 길리먼이 문에 펼쳐진 반달리즘을 마지막으로 확인하면서 말했다.

직후 그는 문에서 몸을 돌려 티엘과 안드로스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여기서 나를 기다려라.'



 

Posted by 스틸리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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