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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Dark Imperium


프라이마크의 죽음.

1만년 전.


3장 : 타락한 피닉스

가장 먼저, 그의 두 다리는 사라지고 없었다.

대신 그 자리에는 길고 흉측한 구렁이의 꼬리가 자라나 있었다.

그의 상체와 외모는 여전히 우아하기 그지없었으나, 가슴 부분에는 한 쌍의 추가 팔들을 위해 다소 변형되어 있었다.

놀라운 것은 그 괴상한 외모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외형이 그 자체로 기묘하리만치 완벽했다는 것이였다.

그의 노출된 가슴을 이루는 근육들은 절묘하고 우아하게 균형잡혀 있었으며,

그의 피부는 아름답고 감탄스러운 라일락색(옅은 보라색)을 이루고 있었다.

하부 절반의 뱀과 같은 몸통을 뒤덮은 비늘들은 아름다운 보석 빛깔로 찬란히 반짝거리고 있었으며,

뱀처럼 부드럽게 다가오는 그의 움직임은 아엘다리조차도 수치심에 고개를 숙일 정도로 너무나도 우아했다.

허나 이 모든 것은 그의 이전 아름다움에 대한 가장 악랄한 형태의 왜곡이였으며,

미라는 것의 이데아를 가장 끔찍하게 비튼 그런 것이였다.

그의 육신은 무절제 그 자체로, 그가 지닌 인간 신체에 대한 끔찍한 왜곡과 그 안에 담긴 과다한 완벽함이란

감히 인간의 제정신으로는 헤아릴 수 없는 그런 것이였다.

펄그림의 새로운 신체는 그 자체로 제정신인 이에게 본능적 혐오와 반감을 일으켰지만,

그와 동시에 완성된 그 정교한 예술성을 통해 감탄도 함께 자아냈다.

그의 외형을 통해, 펄그림은 감탄과 혐오를 동시에 만들어내고 있었다.


사실 그의 머리가 가장 변형되어 있었다.

그의 풍성한 백발 다발 사이로 핏빛의 긴 뿔들이 마치 왕관처럼 돋아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얼굴은 여전히 펄그림 그대로여서,

마치 펄그림의 사악한 승천을 축하해주는 역겨운 농담같이 느껴졌다.

이전 형제의 모습이 끔찍한 괴물과 융합되어버린 그런 꼴을 보노라니, 길리먼은 자신의 두 눈에서 통탄의 눈물이 흐르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펄그림의 4개 팔들에는 아름다운 장식품들이 가득히 장식되어 있었다.

그는 오른쪽 두 팔들에 부드러운 가죽제 스트랩들로 엮인 긴 장갑들을 끼고 있었으며,

왼쪽의 두 팔에는 현란한 패턴들로 칠해진 그림들이 칠해져 있었다.

그의 손가락들에는 온갖 사슬들이 걸려 있었으며,

손톱들은 대조적인 색들이 알록달록하게 칠해져 있었다.

사악한 문양들이 그의 혁띠를 장식하고 있었으며,

그 문양들은 피부에도 함께 문신으로 새겨져 있었다.


펄그림은 밴드가 둘러진 꼬리를 들어올렸다.

무대 위로 올라온 그는, 헬리오폴리스가 만들어내는 역한 조명 아래 두 개의 팔들을 과장스럽게 벌리며 외쳤다.


'보라, 나의 형제여. 보라! 황제가 만들고, '쾌락의 왕자'께서 향상시켜주신 이 육신을 보라!

이런데도 내가 완벽하지 않더냐?

나는 노예로써 만들어졌지만, 이제 나는 자유이며, 

우리의 아버지가 될 수 있었던 최대보다도 더 위대하신 신의 동료가 되었노라.'


'황제 폐하께선 신이 아니시다,' 길리먼이 답했다.


함선이 크게 요동쳤다.

그 순간 길리먼의 헬멧 내 신호 하나가 적색에서 녹색으로 변했다.

함선 좌현측 보이드 쉴드 발전기들이 마침내 파괴된 순간이였다.

데이터크리드들을 통해 길리먼은 아이언 스네이크 챕터의 4th 중대가 전투 철수 중임을 확인했다.


'여전히 그 말을 믿는거냐?' 펄그림이 말했다. 그는 기만적인 움직임으로 조금 더 가까이 기어왔다.


'그는 언제나 그 말을 강조했었지.

자네는 내가 반역자라고 생각할거야, 나도 잘 알아.

동시에 내가 이기적이고, 현혹되었다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우리들의 친애하고, 친애하는 아버지만큼이나 더 심하지는 않아.

그는 내게 너무나도 많은 것들을 먹여줬어, 특히 배신의 쓴맛을 말이야.'


펄그림이 길리먼을 향해 몸을 기울였고, 그러자 뜨겁고, 향기로운 그의 숨결이 길리먼의 헬멧까지 닿기 시작했다.

길리먼은 그 짙은 악취가 그의 밀폐된 호흡망까지 뚫고 들어오는 것에 질색하며 혐오감을 느꼈다.

그것은 온갖 진미한 향신료들로 덮은 썩어가는 무언가의 악취이자,

향긋하고 값비싼 꽃 부케 속에 숨겨진 한 가지의 썩은 꽃이 만들어내는 썩은내와 같았다.


'이것이 진리다.' 길리먼은 생각했다.


'부패의 독기란, 꽃들로 장식된 침대 아래 숨겨진 살해당한 시체나 다름없지.'


'나와 함께하자,' 펄그림이 매혹적으로 권유했다.


'이 모든 싸움질 말이야, 너도 지치지 않나?

우리는 이 전쟁을 여기서 끝낼 수 있어,

이 모든 걸 끝내고 우리 함께 달콤한 무절제의 향연 속에 적당히 한 영원의 시간 정도만 쉬는건 어떨까?

난 자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이 엄청나게 많다네, 온갖 쾌락들, 자네는 아마 꿈도 못 꾸어봤을 것들이 기다리지.

자네는 워프를 지옥이라고만 생각하겠지만,

지옥은 곧 천국이기도 한다네.

우리 함께라면, 이 불쌍한 인류를 위해 절대 끝나지 않을 새로운 환희의 시대를 열어줄 수도 있을거야.'


'절대로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네놈은 그저 현혹되었을 뿐이다.

나는 네놈을 따라 어둠 속으로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그가 뒤로 물러나며, 글라디우스 인칸도르의 자루에 손을 대었다.


프라이마크들은 그야말로 전능한 존재들이자 거대한 신체를 지니고 있었으나,

카오스의 힘에 물들은 펄그림은 이미 크기면에서 길리먼을 1미터 이상으로 상회하고 있었다.


'현혹당한건 바로 너야, 로버트.' 펄그림이 말했다.


'지금 네놈이 어찌 되었는가를 보라, 그것이 바로 네가 저지른 불충에 대한 대가다.'


'네가 지금 내게 충성심을 논하는구나.' 펄그림이 과장된 연극톤으로 혀를 차면서 안타깝다는 듯이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렇다면 우리 로드 커맨더의 충성심들은 과연 어디 있는 것일려나?

자넨 황궁 전투에 늦었지, 그렇지 않나?

제대로 지각했지. 생각해 봐, 그대의 소박한 왕국에 대한 그대의 사랑은 네가 소위 말하는 우리들의 아버지를 향한 '충성심'보다 언제나 먼저였잖은가.

실은, 너는 마치 소황제처럼 해변가에 옹기종기 작은 제국들을 짓고선 그 안에서 소꿉놀이 아버지 놀이하느라 바빴던 것 아니였던가?

너는 네 왕국의 5백개 행성들을 구하려 한 덕에 우리 아버지의 수백만 행성들이 날아가게끔 냅뒀지. 참으로 딱하기도 해라.'


독사처럼 길고, 갈라진 혓바닥이 현란한 색으로 칠해진 펄그림의 두 입술 사이에서 즐겁다는 듯이 파닥파닥거렸다.


'아, 그런데 지금 그 5백개 행성들은 어떻게 되었나, 형제여?

그것들 중 얼마나 많이 남았지? 한 4백개? 아니면 3백개 정도?

내 듣기로 우리 앙그론과 로가가 자네의 그 소꿉놀이 왕국의 요새들을 허물어버리고,

거기 사는 자네의 작은 백성들의 목구멍을 찢어버리는데에는 별달리 시간 투자할 것도 없었다고 그러던데.'


마침내 인내심 깊은 길리먼조차 자신의 분노가 뜨겁게 달궈지는 것을 느꼈다.


'나는 절대 네 주인들에게 무릎을 꿇지 않겠다!

네놈과 다른 배반자들이 충성을 맹세한 그 소위 '신들'은 절대 신들이 아니다.

그것들은 괴물들에 불과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리고 네놈과 나 사이, 화해 여지 따윈 조금도 없을 것이다.

관계 개선 따위는 절대 불가다.

네놈은 이제 적의 도구에 불과하고, 그렇기에 난 반드시 네놈을 쳐죽이겠다.'


'자네 진짜로 날 죽이려고 온건가? 그거 진심인가? 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왜냐하면 나 또한 자네를 죽이고 싶었으니까!'


펄그림은 마치 놀랐다는 듯한 시늉 속에 조롱을 보냈고,

이어서 위쪽의 두 팔로 과장된 박수 갈채를 보내기 시작했다.


'게다가 이 얼마나 대단한 우연인지. 

자네도 알겠지만, 내겐 이 우주를 여행하는데 이깟 함선 따위는 조금도 필요 없다네.'


펄그림은 그의 4개 손들로 천박하고, 도발적이면서 정교한 움직임 아래 그의 몸통을 가리켰다.


'이 몸은 더 이상 재와 먼지로 가득한 이 세계에 국한된 존제가 아니란 말이지,

대신 이 몸께서는 이제 워프의 찬란하게 빛나는 존재로 거듭났다네.'


그가 길리먼을 향해 동정어린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오, 정말로 미안하네.

그치만 이건 사실 자네를 위한 함정에 불과했어, 로버트.

이 모든 것이, 그러니까 자네가 '승리'했다고 생각했을 졸코 행성에서의 내 첫 약탈들부터,

자네는 이미 내 함정에 빠져있었던거야.'


사실 펄그림이 여기로 이동했을 떄부터, 길리먼은 그가 펄그림의 손에 놀아나고 있음을 간파하고 있었다.

허나 이 형제에게 그런 만족감 따위를 안겨줄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그는 다시금 마음을 다잡으며 전투를 대비했다.


'나는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


'이 몸 또한 그렇게 생각한다네.' 펄그림이 달콤하게 속삭였다.


그 순간 황제의 자존심 호가 다시금 크게 요동쳤다.

곧 디스플레이 상에서 엔지나리움에서 작전 수행 중이던 침투 부대의 룬 문양이 적색에서 녹색으로 바뀌었다.

지금 코르보는 임무를 성사시켰고, 그의 챕터 병력을 철수시키고 있었다.


'자네가 원한다면, 여기서 끝내고 도망칠 수도 있어.' 펄그림이 말했다.


'난 그대의 귀여운 전사들이 그대가 부탁한 것들을 성사시켰을거라 믿는다네.

그러면 이 함선은 더 이상 그대를 뒤쫓거나 하지 못하겠지.

그대와 그대의 귀여운 전사들 중 일부는 어쩌면 잘 살아남아 빠져나갈 수도 있을지 몰라.

뭐 그런다 한들 난 신경도 안 쓰지.

왜냐하면, 이 우주가 마침내 종말을 고하기 전에 자네 모두는 결국 슬라네쉬님 앞에 무릎을 꿇게 될 테니까.'


'닥쳐라!' 길리먼이 꾸짖었다. 그와 동시에 길리먼은 오른손으로 글라디우스 인칸도르를 뽑았다.

왼손의 '지배의 주먹'은 동력을 얻어 파지직거렸으며,

곧 짙은 푸른색의 동력장이 생성되어 그 거대한 유압식 손가락들과 하부에 연결된 볼트건들을 덮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한쪽 검날 헬멧 코끝까지 올린 다음, 예법에 맞추어 적에게 인사했고

직후 그가 검 스위치를 누르자 곧 에너지 덮개가 형성되어 주먹과 마찬가지로 검날을 감쌌다.


'여기 남겠다고 자네?' 펄그림이 물었다.


'뭔가 극적인 텔레포트나 그런거 없이?

전술적 후퇴 이런 것도 없는건가?

자네 지금 자네가 절대 이길 수 없는 상대와 싸우고 싶다는 건가 진짜로?

와우, 와우 와우! 자네 진짜로 날 놀라게 하고 있어, 로버트.

나는 절대로 자네가 이럴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고.

어쩌면 자네도 완전히 고루하기만 한건 아닌가 봐.'


'내 명예가 요구한다. 네놈을 쳐죽이라고.'


펄그림이 그의 양 손을 펼치자,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부터 검들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그것들은 그의 주먹들 사이에서 형성되고 있었는데,

알 수 없는 금속들이 형성되는 동안 검은 증기가 피어올랐다.

검들은 하나같이 서로 다른 외형이였는데,

각자 서로 다른 파스텔톤 색조를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그 검날들에서는 독극물들이 줄줄 흘러내리며 무대 조명 아래 반짝이고 있었다.


'너는 명예 때문에 죽게 되는거야.' 펄그림이 그의 검들을 머리 위로 들어올리며, 검날들을 서로 부딛혀 소리를 만들어냈다.

최소한 그 경례만큼은 조롱없는 태도였다.


'그리하여, 형제여. 우리는 종말을 맞이하겠구나.

네 죽음으로 말미암아, 우리들의 형제들도 하나둘씩 죽어나갈테지.

자네의 지도 없이 이 제국은 버티질 못할테니까.

이 모든 부셔지는 것들을 잡고 있었던 건 바로 자네였으니 말이야.'


그는 슬퍼 보이는 시늉 속에 미소지으며 말했다.


'자네는 참으로 둔감한 만큼이나 우리들 중에서도 뛰어난 편이였지.

이렇게 자네를 죽여야 한다니 참으로 슬프기가 그지없어,

덕분에 자네는 우주의 진정한 태초 진리적 힘들의 승리를 목격하지 못하고,

그들이 가져다 줄 진정한 해방을 알지 못하게 될 테니까 말이야.'


ps. 얄밉게 잘 말하는 펄그림.

이때 펄그림에게 제법 독설을 먹어서 4만년대에 마그누스와 만날 때엔 말빨로 안 밀릴 수 있었던거 아닐까?ㅋㅋ


Posted by 스틸리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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