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루스 헤러시'에 해당되는 글 36건

  1. 2019.07.25 1만년 전, 프라이마크의 죽음 -10-
  2. 2019.07.24 1만년 전, 프라이마크의 죽음 -9-
  3. 2019.07.23 1만년 전, 프라이마크의 죽음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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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가와 싸우는 데몬 프린스화된 펄그림 아트)


출처 : Dark Imperium


프라이마크의 죽음.

1만년 전.


3장 : 타락한 피닉스

그 순간, 기습을 가하는 독사만큼이나 빠르게 펄그림이 공격했다.

는 4개의 팔에 쥔 검들을 그대로 형제 프라이마크에게 내려찍었는데,

그 움직임이 어찌나 빠르던지 길리먼이 마치 검들이 허공을 가르고 자신에게 내려그어진 것이 아니라

대신 갑자기 코앞에 생겨나버린 것처럼 느껴버릴 정도였다.

그러나 그 공격은 길리먼의 검 '글라디우스 인칸도르'의 검날에 가로막혔다.

검은 그 무시무시한 공격을 막기 위해 동력장 생성기에서부터 과부하 연기를 피어올릴 정도였고,

결국 에너지 폭발이 일어나자 두 프라이마크들은 일단 서로간에 물러섰다.


하지만 펄그림이 다시 공격을 가했다.

길리먼은 온 힘을 다하여 쏟아지는 검들을 맞받아쳤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 하나가 교묘하게 파고들며 그의 좌수 세라밋 장갑에 깊은 흠을 파내버리자 고통에 외마디 신음을 토해냈다.

그는 절대로 이 싸움을 이길 수 없었다.


'티엘, 안드로스,' 그리하여 길리먼이 마침내 음성 신호를 보냈다. '지금이다!'


그 순간, 마치 북소리 같은 소음이 터지더니 곧 우르르거리는 진동음이 이어졌다.

헬리오폴리스 전체가 서로 반대되는 공명들 속에 진동했고,

곧 불사조 대문이 안쪽으로 폭발하며 녹아내린 황동 덩어리들을 극장 사방에 흩뿌렸다.

폭발한 문 바깥에서부터 1st와 2nd 중대들의 울트라마린들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자신들의 주군과 싸우는 악마 프라이마크에게 볼터들로 사격을 개시하기 시작했다.


'그래! 이게 바로 네 본모습이지,' 펄그림이 짜증내며 말했다.


'그토록 명예 타령하더니만, 결국 혼자서 맞설 용기조차 없었던거구나!'


분노한 펄그림은 더욱 더 날뛰면서 폭풍우처럼 무시무시한 공격들을 길리먼에게 쏟아부었다.

그 무시무시한 공격 앞에 길리먼은 한 걸음, 이내 두 걸음 밀려날 수 밖에 없었다.

반대로, 데몬 프라이마크를 향해 쏟아지는 볼트탄들은 무언가 알 수 없는 미지의 사악한 기교들에 의해 죄 튕겨나가거나 흩어졌으니,

울트라마린 측의 모든 전면 공격 앞에서조차 펄그림은 거뜬했다.


'아 그런데 길리먼, 네놈의 아들들을 환영하기 위해 내 아들들도 기다리고 있었단 말이지,' 펄그림이 이어서 말했다.


'그들도 이 연회에 함께 참석하게끔 해주자고.'


그야말로 경멸스러울 정도로 손쉽게 길리먼의 수 차례 검공들을 쳐낸 직후,

펄그림은 고개를 뒤로 젖혔다.

곧 그의 턱들이 뱀처럼 벌어지며 아예 사람 하나를 통째로 삼켜버릴 정도로 확장되자,

펄그림은 무시무시한 괴음을 토해냈다.


그러자 헬리오폴리스 너머에서부터, 고통스럽고 불쾌한 불협화음이 데몬 프라이마크의 부름에 응답하여 들려왔다.

곧 헬리오폴리스 극장의 상층 관람열들에서부터 엠퍼러스 칠드런 군단의 비틀린 전사들이 모습을 드러내어 전진하기 시작했다.

그들 대부분은 음파 무기들로 무장하여 그 무기에서부터 무시무시하고 파괴적인 음악의 진동을 토해내고 있었다.


'이제 누구의 아들들이 살아남나 두고보자고!' 펄그림이 으르렁거리며 다시금 길리먼을 덮쳤다.

길리먼은 그의 공격을 받아내었고 이어진 다음 공격은 흘려보냈다.

다음으로 강력한 건틀렛 주먹을 휘둘러 펄그림의 검들을 쫓아내며 펄그림이 그의 검들로 만들어낸 강철 우리를 잠시 걷어냈고,

직후 그 너머의 오염된 육신 부분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결국 길리먼의 글라디우스 칼날의 끝이 자신의 피부를 찌르는데 성공하자 펄그림은 분노로 이를 갈았다.

꼬리를 들어올려 몸을 가일층 더 높이 세운 그는 그 즉시 검들을 연달아 휘두르기 시작했는데,

길리먼의 무기들은 그에 맞서 최대한 효율적인 움직임들 속에 모든 공격 하나하나를 쳐내갔다.


허나 말할 필요도 없이, 길리먼에게 쏟아진 압박은 무시무시했다.

그는 다수의 행성들에서 모든 종류의 악마들과 싸웠고 결국엔 승리를 거두었으나

펄그림의 경우에는 프라이마크와 악마의 불경한 조합으로 아예 차원이 다른 적이였다.

지금 펄그림의 경우에는, 워프의 에너지가 고대 과학들이 지닌 지혜의 힘이 융합됨으로서 새롭게 탄탱한 존재로,

일부는 물질의 신이면서 일부는 이메테리움적 악마 군주였으므로

그 힘은 가히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했다.


길리먼은 펄그림의 공격을 차단하는 한편 기만 공격을 사용하여 기회를 엿보았다.

길리먼이 '지배의 주먹'을 이용하여 펄그림이 아랫쪽 좌측 팔로 휘두르는 검을 잡아쥐자,

검의 알 수 없는 불경한 금속이 건틀렛의 두꺼운 세라밋 장갑판을 잘라내기 시작했고

동시에 부식성 독 일부가 이성의 갑주에도 일부 튀어 무시무시한 연기와 함께 갖부를 녹여나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길리먼은 갑주 너머로 고통을 받았는데,

그것은 마치 그의 전쟁 갑주와 자신의 감각이 동일화된 그런 느낌으로

악랄한 고통이 인터페이스 소킷들을 지나 그의 팔 신경계들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허나 길리먼은 불굴의 정신으로 이를 악물고는 손에 쥔 건틀렛을 놓지 않고 버텼고,

다음으로 그것을 확 비틀었다.

곧 에너지가 번쩍이고 확 튀면서, 검이 두조각으로 쪼개졌다.

검의 빈 내부기관에서부터 무언가 알 수 없는 혈액이 펌프처럼 솟구쳤다.

길리먼이 부셔진 검 부분을 그대로 쭉 뽑아 내던지자, 내부에 딸린 일련의 살덩어리 힘줄들이 주르륵 따라 뽑혀나왔다.

펄그림은 마치 그의 사지를 잡아 뜯긴마냥 경악하며 비명을 내지르면서 주춤거렸다.

길리먼은 극악한 맹독의 고통에 사로잡혔지만, 거기서 멈추는 대신 한술 더 떠서 글라디우스 인칸도르를 휘둘러 펄그림의 검 없는 팔을 깊게 베어냈다.


'네까짓게!' 펄그림이 비명을 질렀다.

그는 길리먼을 향해 달려들어 몸통을 그대로 받아버렸고,

펄그림과 부딛힌 길리먼은 그대로 뒤로 나가떨어졌다.

인빅타루스 스제리안 호위병들이 그 모습을 보고 군주를 보호하기 위해 서둘러 층계들에서 내려왔고,

직후 다시 몸을 일으켜 세우려는 길리먼 주변에 방패 벽 진형을 세웠지만

펄그림은 그들을 향해 부드럽게 파고들어 너무나도 손쉽게 그들을 내던지거나 혹은 도륙해버렸다.

그의 검들이 한번 떨어질 때마다, 절단된 사지들이 사방으로 튀어올랐다.


'넌 내 손에 죽는다!' 부하들이 비참하게 죽는 모습에 분노에 찬 길리먼이 포효했다.

펄그림이 한 명의 스페이스 마린 호위병의 방패, 갑주와 신체에 검들을 꽂아넣은 순간에,

길리먼은 마지막 남은 호위병을 빠르게 지나쳐서 펄그림에게 다시 돌격하고 있었다.

길리먼은 그대로 달려들어서 건틀렛을 크게 휘둘렀지만,

펄그림은 너무나도 빨라 그 공격을 순식간에 그대로 피해냈다.

지배의 주먹은 애꿏은 대리석 층계들만 강타하며 3개를 그대로 가루로 만들어버렸다.

길리먼은 펄그림의 다음 공격을 예상하며 급히 몸을 돌렸지만, 데몬 프라이마크는 모습을 감추어 사라지고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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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Dark Imperium


프라이마크의 죽음.

1만년 전.


3장 : 타락한 피닉스

가장 먼저, 그의 두 다리는 사라지고 없었다.

대신 그 자리에는 길고 흉측한 구렁이의 꼬리가 자라나 있었다.

그의 상체와 외모는 여전히 우아하기 그지없었으나, 가슴 부분에는 한 쌍의 추가 팔들을 위해 다소 변형되어 있었다.

놀라운 것은 그 괴상한 외모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외형이 그 자체로 기묘하리만치 완벽했다는 것이였다.

그의 노출된 가슴을 이루는 근육들은 절묘하고 우아하게 균형잡혀 있었으며,

그의 피부는 아름답고 감탄스러운 라일락색(옅은 보라색)을 이루고 있었다.

하부 절반의 뱀과 같은 몸통을 뒤덮은 비늘들은 아름다운 보석 빛깔로 찬란히 반짝거리고 있었으며,

뱀처럼 부드럽게 다가오는 그의 움직임은 아엘다리조차도 수치심에 고개를 숙일 정도로 너무나도 우아했다.

허나 이 모든 것은 그의 이전 아름다움에 대한 가장 악랄한 형태의 왜곡이였으며,

미라는 것의 이데아를 가장 끔찍하게 비튼 그런 것이였다.

그의 육신은 무절제 그 자체로, 그가 지닌 인간 신체에 대한 끔찍한 왜곡과 그 안에 담긴 과다한 완벽함이란

감히 인간의 제정신으로는 헤아릴 수 없는 그런 것이였다.

펄그림의 새로운 신체는 그 자체로 제정신인 이에게 본능적 혐오와 반감을 일으켰지만,

그와 동시에 완성된 그 정교한 예술성을 통해 감탄도 함께 자아냈다.

그의 외형을 통해, 펄그림은 감탄과 혐오를 동시에 만들어내고 있었다.


사실 그의 머리가 가장 변형되어 있었다.

그의 풍성한 백발 다발 사이로 핏빛의 긴 뿔들이 마치 왕관처럼 돋아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얼굴은 여전히 펄그림 그대로여서,

마치 펄그림의 사악한 승천을 축하해주는 역겨운 농담같이 느껴졌다.

이전 형제의 모습이 끔찍한 괴물과 융합되어버린 그런 꼴을 보노라니, 길리먼은 자신의 두 눈에서 통탄의 눈물이 흐르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펄그림의 4개 팔들에는 아름다운 장식품들이 가득히 장식되어 있었다.

그는 오른쪽 두 팔들에 부드러운 가죽제 스트랩들로 엮인 긴 장갑들을 끼고 있었으며,

왼쪽의 두 팔에는 현란한 패턴들로 칠해진 그림들이 칠해져 있었다.

그의 손가락들에는 온갖 사슬들이 걸려 있었으며,

손톱들은 대조적인 색들이 알록달록하게 칠해져 있었다.

사악한 문양들이 그의 혁띠를 장식하고 있었으며,

그 문양들은 피부에도 함께 문신으로 새겨져 있었다.


펄그림은 밴드가 둘러진 꼬리를 들어올렸다.

무대 위로 올라온 그는, 헬리오폴리스가 만들어내는 역한 조명 아래 두 개의 팔들을 과장스럽게 벌리며 외쳤다.


'보라, 나의 형제여. 보라! 황제가 만들고, '쾌락의 왕자'께서 향상시켜주신 이 육신을 보라!

이런데도 내가 완벽하지 않더냐?

나는 노예로써 만들어졌지만, 이제 나는 자유이며, 

우리의 아버지가 될 수 있었던 최대보다도 더 위대하신 신의 동료가 되었노라.'


'황제 폐하께선 신이 아니시다,' 길리먼이 답했다.


함선이 크게 요동쳤다.

그 순간 길리먼의 헬멧 내 신호 하나가 적색에서 녹색으로 변했다.

함선 좌현측 보이드 쉴드 발전기들이 마침내 파괴된 순간이였다.

데이터크리드들을 통해 길리먼은 아이언 스네이크 챕터의 4th 중대가 전투 철수 중임을 확인했다.


'여전히 그 말을 믿는거냐?' 펄그림이 말했다. 그는 기만적인 움직임으로 조금 더 가까이 기어왔다.


'그는 언제나 그 말을 강조했었지.

자네는 내가 반역자라고 생각할거야, 나도 잘 알아.

동시에 내가 이기적이고, 현혹되었다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우리들의 친애하고, 친애하는 아버지만큼이나 더 심하지는 않아.

그는 내게 너무나도 많은 것들을 먹여줬어, 특히 배신의 쓴맛을 말이야.'


펄그림이 길리먼을 향해 몸을 기울였고, 그러자 뜨겁고, 향기로운 그의 숨결이 길리먼의 헬멧까지 닿기 시작했다.

길리먼은 그 짙은 악취가 그의 밀폐된 호흡망까지 뚫고 들어오는 것에 질색하며 혐오감을 느꼈다.

그것은 온갖 진미한 향신료들로 덮은 썩어가는 무언가의 악취이자,

향긋하고 값비싼 꽃 부케 속에 숨겨진 한 가지의 썩은 꽃이 만들어내는 썩은내와 같았다.


'이것이 진리다.' 길리먼은 생각했다.


'부패의 독기란, 꽃들로 장식된 침대 아래 숨겨진 살해당한 시체나 다름없지.'


'나와 함께하자,' 펄그림이 매혹적으로 권유했다.


'이 모든 싸움질 말이야, 너도 지치지 않나?

우리는 이 전쟁을 여기서 끝낼 수 있어,

이 모든 걸 끝내고 우리 함께 달콤한 무절제의 향연 속에 적당히 한 영원의 시간 정도만 쉬는건 어떨까?

난 자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이 엄청나게 많다네, 온갖 쾌락들, 자네는 아마 꿈도 못 꾸어봤을 것들이 기다리지.

자네는 워프를 지옥이라고만 생각하겠지만,

지옥은 곧 천국이기도 한다네.

우리 함께라면, 이 불쌍한 인류를 위해 절대 끝나지 않을 새로운 환희의 시대를 열어줄 수도 있을거야.'


'절대로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네놈은 그저 현혹되었을 뿐이다.

나는 네놈을 따라 어둠 속으로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그가 뒤로 물러나며, 글라디우스 인칸도르의 자루에 손을 대었다.


프라이마크들은 그야말로 전능한 존재들이자 거대한 신체를 지니고 있었으나,

카오스의 힘에 물들은 펄그림은 이미 크기면에서 길리먼을 1미터 이상으로 상회하고 있었다.


'현혹당한건 바로 너야, 로버트.' 펄그림이 말했다.


'지금 네놈이 어찌 되었는가를 보라, 그것이 바로 네가 저지른 불충에 대한 대가다.'


'네가 지금 내게 충성심을 논하는구나.' 펄그림이 과장된 연극톤으로 혀를 차면서 안타깝다는 듯이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렇다면 우리 로드 커맨더의 충성심들은 과연 어디 있는 것일려나?

자넨 황궁 전투에 늦었지, 그렇지 않나?

제대로 지각했지. 생각해 봐, 그대의 소박한 왕국에 대한 그대의 사랑은 네가 소위 말하는 우리들의 아버지를 향한 '충성심'보다 언제나 먼저였잖은가.

실은, 너는 마치 소황제처럼 해변가에 옹기종기 작은 제국들을 짓고선 그 안에서 소꿉놀이 아버지 놀이하느라 바빴던 것 아니였던가?

너는 네 왕국의 5백개 행성들을 구하려 한 덕에 우리 아버지의 수백만 행성들이 날아가게끔 냅뒀지. 참으로 딱하기도 해라.'


독사처럼 길고, 갈라진 혓바닥이 현란한 색으로 칠해진 펄그림의 두 입술 사이에서 즐겁다는 듯이 파닥파닥거렸다.


'아, 그런데 지금 그 5백개 행성들은 어떻게 되었나, 형제여?

그것들 중 얼마나 많이 남았지? 한 4백개? 아니면 3백개 정도?

내 듣기로 우리 앙그론과 로가가 자네의 그 소꿉놀이 왕국의 요새들을 허물어버리고,

거기 사는 자네의 작은 백성들의 목구멍을 찢어버리는데에는 별달리 시간 투자할 것도 없었다고 그러던데.'


마침내 인내심 깊은 길리먼조차 자신의 분노가 뜨겁게 달궈지는 것을 느꼈다.


'나는 절대 네 주인들에게 무릎을 꿇지 않겠다!

네놈과 다른 배반자들이 충성을 맹세한 그 소위 '신들'은 절대 신들이 아니다.

그것들은 괴물들에 불과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리고 네놈과 나 사이, 화해 여지 따윈 조금도 없을 것이다.

관계 개선 따위는 절대 불가다.

네놈은 이제 적의 도구에 불과하고, 그렇기에 난 반드시 네놈을 쳐죽이겠다.'


'자네 진짜로 날 죽이려고 온건가? 그거 진심인가? 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왜냐하면 나 또한 자네를 죽이고 싶었으니까!'


펄그림은 마치 놀랐다는 듯한 시늉 속에 조롱을 보냈고,

이어서 위쪽의 두 팔로 과장된 박수 갈채를 보내기 시작했다.


'게다가 이 얼마나 대단한 우연인지. 

자네도 알겠지만, 내겐 이 우주를 여행하는데 이깟 함선 따위는 조금도 필요 없다네.'


펄그림은 그의 4개 손들로 천박하고, 도발적이면서 정교한 움직임 아래 그의 몸통을 가리켰다.


'이 몸은 더 이상 재와 먼지로 가득한 이 세계에 국한된 존제가 아니란 말이지,

대신 이 몸께서는 이제 워프의 찬란하게 빛나는 존재로 거듭났다네.'


그가 길리먼을 향해 동정어린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오, 정말로 미안하네.

그치만 이건 사실 자네를 위한 함정에 불과했어, 로버트.

이 모든 것이, 그러니까 자네가 '승리'했다고 생각했을 졸코 행성에서의 내 첫 약탈들부터,

자네는 이미 내 함정에 빠져있었던거야.'


사실 펄그림이 여기로 이동했을 떄부터, 길리먼은 그가 펄그림의 손에 놀아나고 있음을 간파하고 있었다.

허나 이 형제에게 그런 만족감 따위를 안겨줄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그는 다시금 마음을 다잡으며 전투를 대비했다.


'나는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


'이 몸 또한 그렇게 생각한다네.' 펄그림이 달콤하게 속삭였다.


그 순간 황제의 자존심 호가 다시금 크게 요동쳤다.

곧 디스플레이 상에서 엔지나리움에서 작전 수행 중이던 침투 부대의 룬 문양이 적색에서 녹색으로 바뀌었다.

지금 코르보는 임무를 성사시켰고, 그의 챕터 병력을 철수시키고 있었다.


'자네가 원한다면, 여기서 끝내고 도망칠 수도 있어.' 펄그림이 말했다.


'난 그대의 귀여운 전사들이 그대가 부탁한 것들을 성사시켰을거라 믿는다네.

그러면 이 함선은 더 이상 그대를 뒤쫓거나 하지 못하겠지.

그대와 그대의 귀여운 전사들 중 일부는 어쩌면 잘 살아남아 빠져나갈 수도 있을지 몰라.

뭐 그런다 한들 난 신경도 안 쓰지.

왜냐하면, 이 우주가 마침내 종말을 고하기 전에 자네 모두는 결국 슬라네쉬님 앞에 무릎을 꿇게 될 테니까.'


'닥쳐라!' 길리먼이 꾸짖었다. 그와 동시에 길리먼은 오른손으로 글라디우스 인칸도르를 뽑았다.

왼손의 '지배의 주먹'은 동력을 얻어 파지직거렸으며,

곧 짙은 푸른색의 동력장이 생성되어 그 거대한 유압식 손가락들과 하부에 연결된 볼트건들을 덮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한쪽 검날 헬멧 코끝까지 올린 다음, 예법에 맞추어 적에게 인사했고

직후 그가 검 스위치를 누르자 곧 에너지 덮개가 형성되어 주먹과 마찬가지로 검날을 감쌌다.


'여기 남겠다고 자네?' 펄그림이 물었다.


'뭔가 극적인 텔레포트나 그런거 없이?

전술적 후퇴 이런 것도 없는건가?

자네 지금 자네가 절대 이길 수 없는 상대와 싸우고 싶다는 건가 진짜로?

와우, 와우 와우! 자네 진짜로 날 놀라게 하고 있어, 로버트.

나는 절대로 자네가 이럴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고.

어쩌면 자네도 완전히 고루하기만 한건 아닌가 봐.'


'내 명예가 요구한다. 네놈을 쳐죽이라고.'


펄그림이 그의 양 손을 펼치자,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부터 검들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그것들은 그의 주먹들 사이에서 형성되고 있었는데,

알 수 없는 금속들이 형성되는 동안 검은 증기가 피어올랐다.

검들은 하나같이 서로 다른 외형이였는데,

각자 서로 다른 파스텔톤 색조를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그 검날들에서는 독극물들이 줄줄 흘러내리며 무대 조명 아래 반짝이고 있었다.


'너는 명예 때문에 죽게 되는거야.' 펄그림이 그의 검들을 머리 위로 들어올리며, 검날들을 서로 부딛혀 소리를 만들어냈다.

최소한 그 경례만큼은 조롱없는 태도였다.


'그리하여, 형제여. 우리는 종말을 맞이하겠구나.

네 죽음으로 말미암아, 우리들의 형제들도 하나둘씩 죽어나갈테지.

자네의 지도 없이 이 제국은 버티질 못할테니까.

이 모든 부셔지는 것들을 잡고 있었던 건 바로 자네였으니 말이야.'


그는 슬퍼 보이는 시늉 속에 미소지으며 말했다.


'자네는 참으로 둔감한 만큼이나 우리들 중에서도 뛰어난 편이였지.

이렇게 자네를 죽여야 한다니 참으로 슬프기가 그지없어,

덕분에 자네는 우주의 진정한 태초 진리적 힘들의 승리를 목격하지 못하고,

그들이 가져다 줄 진정한 해방을 알지 못하게 될 테니까 말이야.'


ps. 얄밉게 잘 말하는 펄그림.

이때 펄그림에게 제법 독설을 먹어서 4만년대에 마그누스와 만날 때엔 말빨로 안 밀릴 수 있었던거 아닐까?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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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Dark Imperium


프라이마크의 죽음.

1만년 전.


3장 : 타락한 피닉스

길리먼은 무대를 조명하는 빛 너머 어둠을 향해 시선을 집중했다.

그러자 빛은 마치 길리먼의 막강한 의지에 답하기라도 하듯, 특유의 흐릿한 효과가 줄어들었고

무대 뒤편의 어둠 속에서 꾸물거리는 소름끼치는 것의 움직임이 실루엣이나마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들의 아버지께서는 항상 나를 존중해주셨다,' 길리먼이 텅 빈 것처럼 느껴지는 극장에서 소리쳤다.

그러자 펄그림은 웃었다. 그의 기괴한 웃음소리는 점차 더욱 커지고 커져서 종국에는 헬리오폴리스 극장 전체를 그의 환희로 가득 채웠으며,

마치 수천 목구멍에서 나오듯 그 소리의 마디 마디가 전부 제각각 다르게 느껴졌다.


'오, 나를 용서해주게! 하지만 정말이지 깜찍하기 그지없어서 말이지.

하지만 혹시 이 몸께서 지녔던 독수리가 생각나지 않던가, 우리의 사랑스러운 길리먼께서는?

그에게 존중을 받았던 건 나야 길리먼, 너 따위가 아니지.'


그 말과 함께 비늘들이 서로 부딛히는 소리가 점점 더 가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마치 밤 중의 파충류 야수와 같은 야광의 녹색 눈들이 무대 위의 으스스한 조명 너머로 흐릿하게 반짝거리는 것이 길리먼의 눈에 들어왔다.

길리먼은 긴장하면서 언제든 반격할 준비를 해두었다.


'네놈의 같잖은 찬사를 받기에는 내 군단이 덜 화려할지도 모르지, 펄그림.

허나 나는 언제나 느리더라도 정직한 길만을 택해왔다. 왜냐면, 항상 정직하고 바른 길만이 가장 최선의 길이라 믿기 때문이다.

너는 언제나 완벽함을 향해 달려왔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외면해왔지.

하지만 그 덕에 네 두려움이 널 저주의 품으로 달려가는 길로 인도하게 만들어버린거다.' 


'실패?' 펄그림이 조롱하며 비웃었다.


'저주라니? 나는 전혀 실패하지 않았다! 나는 저주받지 않았다고!'


펄그림이 무대의 조명 위로 미끄러지듯 내려왔다.


'나는 구원받은거야.'


'테라이시여 맙소사...' 길리먼이 경악하며 숨을 들이켰다.


이미 일전에, 테라에서 펼쳐진 황궁 공성전 당시 길리먼은 그의 형제를 찍은 화면 캡쳐물들을 본 적이 있었다.

길리먼은 그것들을 여러번 보고 분석해 본 적 있었으며,

그의 형제에게 일어난 변화들을 최대한 냉철하게 분석하면서 그 모습을 볼 때 느껴지는 혐오감을 참아왔다.

또한 이후에도 그가 지금껏 저질러온 온갖 약탈 행위들에서 포착된 그의 모습들을 여러번 이미지 캡쳐로나마 봐온 적 있었다.

그래왔기에, 불사조 대문을 다시 보았을 때에도 별달리 큰 충격을 느끼진 않았었다.

그는 펄그림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이미 알고 있었다.

허나 펄그림을 눈 앞에서 직접 마주하게 되자,

그는 생생히 올라오는 혐오와 극렬히 싸워야만 했다.


ps. 앶3해야되서 오늘번역은 짧음

Posted by 스틸리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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