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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Dark Imperium


프라이마크의 죽음.

1만년 전.


1장, 테살라

우주는 인간 마음으로 담기에는 너무나도 무한한 공간이다.

인류가 소위 '우리 은하'라 부르는 이 은하계에는 3천억개의 별들이 존재한다.

(참고 : 실제로는 4천억개의 별이 있다고 함.)

이 별들 주변에는 수천억개의 행성들이 존재하며, 행성간 공허에는 분류 체계로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그런 수많은 물체들이 존재한다.

이와 같은 인류의 은하계조차도 실상은 이 거대한, 감히 추측조차 불가한 우주라는 공간에 존재하는 수조의 은하계들 중 하나에 불과한 것이다.

그리고 이 은하들 간 거리는 겨우 작디 작은 행성 하나를 걷기 위해 존재하는 우리들과 같은 생명체들에게는 감히 상상조차 못할 그런 거리이다.


그것이 어째서 인간이 우주의 본질을 이해할 수 없는가에 대한 핵심이다.

그것은 인간의 힘으로도, 그들이 지닌 기계들의 힘으로도 이해 불가하다.

화성의 마기들은 그들이 이해하고 있다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겨우 추상적인 이해에 불과하다.

죽어버린 살덩어리의 연산기들을 토대로 한 거짓 숫자들에 불과한 이해인 것이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자기 자신을 확장시키든 상관없이,

인간은 이 우주의 본질을 이해할 수 없다.


만약 인간이 워프로 그 시선을 돌린다면..

그 오감 너머의 악몽의 세계를 알고자 한다면, 뭐...그것을 깨우쳤다 말하는 이는 아마 거짓에 속았거나 혹은 미쳤거나, 그 둘 모두에 해당하는 이일 것이다.

더 고등한 종족들 중에는 이 한계를 조금 더 잘 이해하게 된 이들이 존재한다.

그들은 이 우주가 궁극적으로는 알 수 없는 본질의 것임을 이해하고 있으며,

결국 자신들은 볼 수 없음을 받아들였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소위 '인간'이라 불리우는 테라의 생명체들은 다소 조잡하여(물론, 소위 깨우쳤다는 자들의 의견에 따르자면)ㅡ

과연 인류가 무언가 하나라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에 대해서조차 의심이 갈 정도이다.


인류는 단명의 종족들이다.

그들에게 우주선들을 쥐어주고, 유전공학 및 강화술로 외형을 변형시키고,

이것으로도 모잘라 일개 별을 파괴해버릴만한 강력한 무기들을 손에 쥐어주었다 할지라도

옛 지구의 자손들은 결국 옛 사바나 땅에 기거하던 유인원 조상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리고 유인원의 정신이 대양을 이해하지 못하고, 마찬가지로 행성 전토에 대한 개념을 받아들이지 못하듯,

인간의 마음 또한 이 거대한 우주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다중 차원의 워프는 더더욱 받아들이지 못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인류 제국은 백만 행성들로 이루어져 있다.

인류 제국은 은하계 별들 사이로 얆게 퍼진 그런 제국으로,

제국을 구성하는 행성들은 서로간에 너무나도 멀리 떨어져 있어 이를 제대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남녀의 유혈낭자한 노고가 요구된다.

그 장엄한 역사의 흐름 끝에, 인류 제국은 오늘날 가장 거대한 은하 제국으로 군림하고 있다.

이 제국에 살아가는 인간들에게 있어, 인류 제국이야말로 존재했던 가장 강대한 은하 제국인 것이다.


그러나, 무자비한 우주에게 있어 인류 제국은 그저 아무것도 아닌 것에 불과하다.

우주에 처음으로 사고가 가능했던 존재들이 탄생한 그 날로부터 이와 같은 제국은 그야말로 끝도 없이 있어왔으며,

인류 제국은 그저 가장 최신의 그러한 제국들 중 하나에 불과하다.

처음으로 사고가 가능했던 존재들의 제국이 존재했을 적엔, 별들은 지금보다도 더 젊었고 워프 또한 고요했으며,

그리고 공포의 존재들 또한 물질 우주로 그 촉수들을 아직 뻗지도 않았던 그런 시대였다.


철학가들 중에는 전쟁이야말로 인간의 근원적 활동이라 믿는 자들이 있다.

그리고 오늘과 같은 피의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그 주장은 제법 설득력 있다 하겠다.

이제 전쟁은 어디에나 있으니까.

평화는 이제는 침묵에 잠기신 황제의 꿈이였고,

그의 꿈은 다른 누구도 아닌 그의 아들들에 의해 부셔졌다.


그리고 그 아들들은 오늘날에도 싸우고 있다.


테살라는 녹빛의 가스 성운 행성이다.

그리고 그 가스 행성 위로, 두 척의 전투 함대들이 교전 중에 있다.

막대한 에너지 파동들이 물결치고, 칠흑 같이 어두움 우주 속에서 폭발이 만들어낸 빛이 잠깐이나마 어둠을 밝혀낸다.

이 함대들의 제조에는 수 개의 성계들 단위의 대가가 들어갔을 것이다.

신분에서 벗어나지도 못하고, 제조 노동에서도 벗어나지 못했으며, 그렇기에 함대를 사용조차 못했을 그런 수십 곱하기 수천의 생명들이 함대의 건조에 희생되었을 것이다.

수 개의 행성들에서 뽑아낸 자원들이 선체들의 건조를 위해 사용되었을 것이며,

고대 과학 기술들이 이들에게 살인적인 동력을 불어넜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두 함대 모두 근본적으로는 수많은 생명들의 희생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해상 교전을 펼치고 있는 두 함대들은 두가지 점에서 크게 달랐다.

첫번째는 외형으로, 한쪽 함대는 휘황찬란하여 오감을 자극하는 천박한 형태인 반면,

반대쪽 함대는 그야말로 절제된 제복 같은 느낌의 함대였다.

두번째 차이점은 조금 더 근원적인 차이로, 바로 그들이 충성을 바치고 있는 소속의 문제였다.

엄숙한 함대 쪽은 인류의 거대 성간 제국의 존속을 위해 싸우고 있는 반면,

천박한 쪽은 그 멸망을 위해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


전투 함대들은 테살라 행성의 성운 고리들 일대로 서로간에 추격과 추적을 벌이고 있었으니,

이 수백의 함선들이 거대한 먼지 고리들 사이에 만들어낸 구멍들은 아마 자연적으로 닫히려면 수백년은 걸릴 터였다.

대포들은 무음의 우주 공간에서 번쩍거리며 테살라의 거주 가능한 달들의 하늘 위를 찬란한 빛으로 물들이고 있었으며,

그렇기에 거주 가능한 달들의 수백만 인명들은 그 전투의 결과만을 숨죽여 기다리고 있었다.

허나 그들의 예상 이상으로, 이 전투의 결과는 더 엄청난 결론을 야기할 터였다...


우주 공간 위로 펼쳐지는 강철의 폭풍 한 가운데 또한 안식 같은 것은 없었다.

아마 그곳에 존재하는 눈들 중 제대로 쉬고 있는 눈들 같은 것은 절대 없을 것이리라.

주변에서 휘몰아치는 강철 폭풍의 중심에는, 한 쌍의 기계 괴수들이 위치하고 있었다.

한 쪽은 울트라마린의 배틀-바지선 '힘의 철권'이였고,

나머지 한 쪽은 엠퍼러스 칠드런의 전함 '황제의 자존심' 호였다.

두 전함들은 본디 같은 목적을 위해 제조되었으나 이제는 서로 간에 용서할 수 없는 대적들이 되어,

겨우 30km 반경의 거리ㅡ우주 해상전 기준으로는 상당히 근접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서로를 향해 치명적인 포격들을 가하고 있었다.


각 전함들은 모두 한 명의 프라이마크를 위한 기함이였다.

프라이마크. 인류의 황제가 창조한, 유전공학으로 설계된 반신들. 

그 중 한 명인 로버트 길리먼, 울트라마의 자식이자 복수하는 아들인 자는 '힘의 철권(Gauntlet of power)'호에 탑승하고 있었으며

황제의 자존심 호에는 펄그림, 역적이자 실패한 모범, 병든 피닉스가 위치하고 있었다.

한 때는 황제의 축복들을 한 몸에 받았던 펄그림은 대반역자 호루스를 추종하면서 그 충성의 대상을 사악한 옛신들에게로 돌렸고,

결국 이제는 퇴폐의 사자나 다름없는 존재로 몰락하고 말았다.


제 아비를 위한 싸움 속에서, 두 프라이마크들 또한 스스로를 아버지들의 자리 위에 올려놓았다.

비록 그 관계가 왕과 왕자들 혹은 강력한 딸들 같은 것은 아니였으나,

대신 불가사의한 과학 기술을 통해 두 프라이마크들은 인류의 가장 위대한 전사들인, 스페이스 마린 군단들의 아버지들로 존재하게 되었다.

스페이스 마린들은 은하계의 패자들로,

인류종을 재통합시키고 그들을 더 위대한 미래로 인도하는 것이 그 목적이였지만

결국 그들은 이에 실패하여 서로간에 등을 돌리게 되었고

마침내 일어난 거대한 전쟁 속에 인류 제국을 파괴 직전까지 몰아세우기까지 했다.


그러한 무시무시한 힘이, 지금 이 함대들 각각에 담겨 있는 것이다!


각 함대의 힘으로 말하자면, 단 한 발의 포격조차 없이 한 행성을 공포 속에 제압하기에 충분하며

한 종족을 완전히 멸망시킬 수도 있는 힘이였다.

이 전함들은 그 소속이 어디든 관계없이, 무시무시한 폭군들의 도구였다.

함대의 함장들이 구원을 위해 싸우든 혹은 저주받을 짓들을 위해 싸우든 관계없이 

그 존재 목적에는 변함이 없었다.

이들이 가는 길에는 항상 죽음만이 존재한다.


지금 함대전에 참여한 이들에게 있어, 이번 우주 전쟁은 하나의 거대한, 휘몰아치는 폭력의 소용돌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전쟁은 인류의 파괴적인 천재성의 궁극의 경지이자, 한번 한번마다 백여 단위로 생명들이 사라지는 그런 거대 폭발들이 쉴새없이 이어지는 챗바퀴와 같은 것이였다.

이와 같은 전투 속에서, 인간 한 명이라는 단위는 그저 아무것도 아닌 것에 불과하다.

인간 하나는 그저 거대한 함선의 부품 하나의 부분에 불과하며,

중요하지 않다면 그저 강철 나사 내지는 광학기에 불과한 위치에 속해 있을 뿐이였다.

그저 자신에게 배당된 임무만을 수행하면서, 삶이 여기서 끝나지 않기만을 비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었고

만약 최후를 맞이한다면 그것이 부디 고통 없는 것이 되기만을 비는 것 이상의 것은 없었다.

일개 선원에게는 그의 임무가 모든 것인 것이다.

심지어 그의 죽음에 대한 공포조차도 그 임무 아래 복속되어버리며,

그 봉사 속에 도망칠 수 있는 곳 따윈 없었다.

전쟁이 그의 부분이자 그의 존재 이유인 것이다.


그러나 이 지성 종족들이 만들어내는 어리석은 빛의 향연을 둘러싼 무아경의 우주 암흑 속에서 이 해상전은 과연 어떤 것이겠는가?

이 우주 전쟁은 우주 공간의 거대함에 비하자면 그저 반짝이는 작은 빛 수준에 불과하다.

그것은 아무 소리도 나지 않으며, 잠깐 반짝였다 사라지는 극미량의 무언가에 불과하다.

이 전쟁은 덧없는 화염 속에 사라지는, 금속과 육신의 반짝임에 불과한 것이다.

수 킬로미터 단위의 거대 전함의 폭발조차도 수 개 행성들을 원자 단위로 분해하는 태양의 죽음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는 이 우주의 장엄함에 비하자면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다.

은하계적 규모로 보았을 때, 한 척의 전함의 손실과 1만여 생명들의 손실은 수백억광년 단위로 펼쳐진 별들이 만들어내는 빛 속에서는 그저 찰나의 반짝임에 불과하다.

허나 반대의 의미 또한 실증적이다.

일개 인간에게 있어 그의 삶은 그 모든 것이다.

왜냐하면 한 인간에게 삶이란 그의 모든 것이며, 그렇기에 그것을 잃는 것을 두려워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 속에서 인간은 공포 속에 맹목적인 봉사를 할 수 밖에 없다.

우주는 그에게 빈약한 것들만을 선사해 주었고,

그들이 그것을 어떻게 소모하는가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는다.


지금, 테살라 행성 일대에서 인류는 수백년 전에 시작되었던 전쟁을 이어가고 있었다.

인류의 황제, 신의 힘을 지닌 인간은 인류의 분열된 행성들을 모두 통합하여, 카오스의 초자연적 위험에서부터 보호하는데 실패했다.

그의 자손들, 그가 창조한 신적 존재들인 프라이마크들 또한 결국엔 절반이 타락하여 그에게서 등을 돌렸고,

그리하여 일어난 호루스 헤러시는 황제의 꿈을 완전히 끝장내버렸다.


그러나 이 헤러시조차도, 이후 영겹의 시간 동안 이어질 거대한 전쟁의 일부에 불과하다.


이 은하계의 지성체들에게 있어, 전쟁이란 그 모든 것이였다.

물론 찰나만이 지속되는 시간이라는 개념 속에서 그것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겠지만,

인류가 지닌 모순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순간에는 인류들 중 가장 뛰어난 이들이 두 차원의 향후 미래들을 좌우하고 있었다.

 


ps. 제목 그대로입니다.

사실 별 건덕지 없는 내용인데 거기에 작가가 별 똥같은 철학을 집어넣어서 내용이 제법 많네요.

Posted by 스틸리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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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space wolves codex 8th


해골 대지

워프 속에서 (그리고 다른 신들도 마찬가지로) 코른이 위대한 게임판에서 최강자로 군림했던 경우가 여러 차례 있었으며,

그 셀 수도 없는 수많은 경우들 중에 한 경우의 절정기의 어느 순간엔가 젠취 신이 너글을 꼬드겼던 적이 있었습니다.

젠취 신은 자신의 불타는 군단들 및 슬라네쉬의 난잡한 무리들 또한 그를 도와줄 것이라면서 너글을 간교하게 설득했고,

이에 완전히 넘어간 위대한 부패자는 그의 가장 신임하는 하수인들을 해골 대지로 보내어 정원에 도움이 될 수확을 거두고 오너라, 라고 지시하였습니다.


강력한 젠취 신의 악마들은 교활한 환상들을 만들어 피의 군단들 상당수가 헛된 환각들을 쫓게끔 만들었고,

그러는 동안 다른 신들의 연합 악마 군대들은 취약해진채로 남겨진 코른 신의 군단들을 공격했습니다.

이때 피의 신이 입은 피해는 엄청났으므로,

결국에는 코른 신이 기거하는 황동 성채의 성벽까지 밀려나게 되어버릴 정도였지요.


상황이 이렇게 되자, 그 불굴의 황동 요새 주변 일대로 너글의 정원이 가득 둘러싸이게 되었습니다.

너글의 정원사, 호티큘루스 슬라이무스가 황동 요새 주변의 땅을 갈아엎고 그 안에 씨를 뿌렸으며

그 위로는 '비의 아비' 그레이트 언클린 원 로티쿠스가 썩은 비를 뿌렸지요.

승리가 거의 확실해진 듯 보였습니다.

만약 젠취의 사자 한 마리가 '고의적 실수'로 워프 화염을 날려서 그것이 너글의 작물 하나에 달라붙지만 않았더라면,

그것이 마치 코른의 지하 공장들이 뿜어내는 무시무시한 염화마냥 주변 모든 것을 집어삼키지만 않았더라면 아마 코른은 분명히 졌을 것입니다.


허나 그 젠취 악마가 벌인 짓 덕분에 거대한 화염 불지옥이 만들어졌고,

그것은 성채 주변에 거대한 화염벽을 만들어버리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너글과 슬라네쉬의 군단들까지 전부 집어삼켜버렸습니다.

그걸로도 모자라서 화염은 통제불가한 거대한 불지옥으로 변하여 역병 신의 영토 중심지까지 퍼져나갔지요.

만약 로티쿠스가 그가 이전에 불러냈던 것 이상으로 가장 거대한 규모의 대규모 홍수를 불러내지 않았더라면,

그 거대한 화염은 너글 신의 대저택까지도 집어삼켜버렸을 것입니다.


한편 성채 주변에 아름답게 피어난 거대하고 어여쁜 지옥불 덕분에, 이지경이 될 때까지도 열심히 허상 군대들을 쫓아 저 멀리 멀리 어딘지 모를 워프 한구석을 뛰어다니던 코른의 악마 군단 본대들은 자신들이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고,

그것을 알아차리자마자 다시 복귀함으로서 그나마 성채 주변을 포위하고 있었던 다른 신들의 악마 군단들은 단 하나도 남김없이 모조리 도살당하거나 도망가게 되었습니다.



Posted by 스틸리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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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space wolves codex 8th


'가장 높은 정상으로' 사지 4개가 모두 얼어서 감각이 마비되어가는 와중에도 아로드는 오직 그 생각만을 붙잡고 있엇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였기에, 

그는 자신의 심장 박동과 이 냉혹한 혹한의 날씨 속에서조차 흘러내리는 땀방울만을 느낄 수 있었다.

허나 그는 게이드릭과 맺은 맹약을 끝까지 지킬 각오로 무장하고 있었고,

그의 끈기는 크라켄이 조각낸 낚싯배를 붙잡은 사냥꾼의 손아귀처럼 단단했다.


'가장 높은 정상에서 만나자'고, 게이드릭은 그에게 말했었다. 

기억을 회상한다. 지난 수 주간의 고생 덕분에, 그의 거친 갈기는 백색으로 변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녹색 두 눈은 여전히 초롱초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거기에서 다시 만나자고, 다른 모든 시험들과 마찬가지로 다시 살아남아서 만나자고, 그는 그렇게 말했었고,

이제는 그 목적지가 머지않았다. 동포와 머지 않아 다시 만나게 될 날이 머지않았다.


그가 뛰기 시작한 순간 아로드 내면에 잠들어 있었던 짐승 또한 울부짖었다.

내면에 갇힌 그 짐승은 그의 갈빗대를 긁어대며 어떻게든 해방되려고 발버둥쳤다.

곧 고통은 분노의 불씨가 되며 그에게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주었고,

그것으로 아로드는 온 몸을 다해 빙산의 균열 반대편을 향해 몸을 날렸다.

잠깐 동안의 비행 끝에 곧 그의 손가락들이 거친 화강암 벼랑에 걸렸고,

그것을 단단하게 쥔 아로드는 온 힘을 다해 절벽을 기어올라 마지막 순간 절벽 반대편 위로 몸을 올려놓았다.

그는 승리의 환희를 약간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거의 다 왔다.'


마지막 순간, 그는 갑작스럽게 몸을 날렸다. 

커다란 바위 뒤편에서, 무언가가 그를 덮쳤는데,

그것은 크고 날카로우며, 하얀 털로 뒤덮힌 주둥아리를 지닌 털복숭이에 근육질의 그런 괴물이였다.

괴물은 눈밭에 그를 내던졌는데, 아로드는 놈의 아가리 사이로 피가 번들거리는 액체가 줄줄히 흘러내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놈이 쓰러진 아로드를 덮쳤지만 아로드는 그것을 피함과 동시에 무릎으로 괴물의 흉곽 부분을 강타하여 놈을 몰아냈는데,

놈은 그 힘에 잠깐 밀려났다가 이내 뒷발로 일어섰다.

이제는 투명한 하늘 위로 포효를 내지르는 괴물은 그 크기가 얼음 트롤만큼이나 거대했으며, 날카로운 발톱들을 지니고 있었다.

괴물이 포효하는 순간 아로드는 자신 내면의 짐승 또한 포효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허나 그것은 즐거움보다는 고통에 가까운 그런 포효였다.

지금 자신을 노리는 괴물의 두 눈은, 녹색 빛이였다.

 

녹색 두 눈과 하얀 털.


아로드의 피 속에 흐르는 혈청은 그 어느 필멸자도 범접할 수 없는 속력을 그에게 주었기에,

한 때 게이드릭이였던 그 괴물이 다시금 달려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로드는 한발 앞서 그 공격을 피해낼 수 있었고,

그 백색 짐승의 발톱들은 눈밭만을 허무하게 갈랐다.

아로드의 내면에 깃든 야성의 목소리는 계속해서 그에게 속삭이고 있었다.

놈을 물어버리라고, 놈의 목을 이빨로 물어 뜯고 그 고기로 배를 채우라고.

허나 눈 앞이 붉은 핏기로 가려지고 있는 그 순간에서조차, 그는 냉정을 유지하는데 집중했다.

그는 짐승이 아닌, 인간의 정신으로 생각하기 위해 노력했다.


게이드릭이였던 것이 다시 달려들었지만, 이번만큼은 아로드도 준비되어 있었다.

아로드는 놈이 달려들기 전 몰래 만들어놓은 눈덩어리를 놈이 달려든 순간 그 면상에 날려버렸고,

직후 나머지 반댓손을 크게 휘둘러 괴물의 면상에 갈겨버렸다.

그 반댓손에 쥐어진 날카로운 바윗조각은 뼈를 단박에 부셔버릴 힘으로 괴수의 관자놀이를 날려버렸고

괴물은 달려들던 그대로 숨을 거두었다.

거칠고 하얀 털을 지닌 게이드릭의 시체는 순식간에 싸늘해져갔고,

그 밑에 깔린 아로드는 눈을 가린 붉은 핏기가 가실 때까지 한동안 시체 아래 깔린 채로 숨을 골랐다.

마치 천둥 같이 느껴지는 심장 박동이 가시기 시작한 후에야 그는 괴물의 시체를 치워버린 다음 다시 일어났다.

아로드는 증명한 것이다. 육신이 변화하고, 변이되고 심지어는 개조되었을지언정

아직 정신은 온전히 그의 것이라는 걸.


이제 머지않은 산 꼭대기를 향해 터덜터덜 걸어가려는 때에,

아로드는 저 꼭대기에서 무언가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누군가가 붉게 빛나는 두 눈으로 자신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 자는 늑대 머리의 전사였다.

전설 속의 존재. 무시무시한 전설적 존재가 실제로 지금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무뚝뚝하게 고개를 잠깐 끄덕인 다음 곧 북방의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ps. 대략 설명해드리자면, 아로드와 게이드릭은 서로 신병 후보이자 의형제 내지는 그런 사이.

수술도 대충 받고 마지막 시험만 통과하면 스카웃 마린이 되는 단계이지만,

마지막 시험에서 게이드릭이 실패해서 결국 내면의 짐승에게 먹혀버려서..ㅠ

그리고 마지막은 그림으로 유추해 볼 때 스페이스 울프의 울릭 더 슬레이어겠죠

Posted by 스틸리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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