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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space wolves codex 8th


'가장 높은 정상으로' 사지 4개가 모두 얼어서 감각이 마비되어가는 와중에도 아로드는 오직 그 생각만을 붙잡고 있엇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였기에, 

그는 자신의 심장 박동과 이 냉혹한 혹한의 날씨 속에서조차 흘러내리는 땀방울만을 느낄 수 있었다.

허나 그는 게이드릭과 맺은 맹약을 끝까지 지킬 각오로 무장하고 있었고,

그의 끈기는 크라켄이 조각낸 낚싯배를 붙잡은 사냥꾼의 손아귀처럼 단단했다.


'가장 높은 정상에서 만나자'고, 게이드릭은 그에게 말했었다. 

기억을 회상한다. 지난 수 주간의 고생 덕분에, 그의 거친 갈기는 백색으로 변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녹색 두 눈은 여전히 초롱초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거기에서 다시 만나자고, 다른 모든 시험들과 마찬가지로 다시 살아남아서 만나자고, 그는 그렇게 말했었고,

이제는 그 목적지가 머지않았다. 동포와 머지 않아 다시 만나게 될 날이 머지않았다.


그가 뛰기 시작한 순간 아로드 내면에 잠들어 있었던 짐승 또한 울부짖었다.

내면에 갇힌 그 짐승은 그의 갈빗대를 긁어대며 어떻게든 해방되려고 발버둥쳤다.

곧 고통은 분노의 불씨가 되며 그에게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주었고,

그것으로 아로드는 온 몸을 다해 빙산의 균열 반대편을 향해 몸을 날렸다.

잠깐 동안의 비행 끝에 곧 그의 손가락들이 거친 화강암 벼랑에 걸렸고,

그것을 단단하게 쥔 아로드는 온 힘을 다해 절벽을 기어올라 마지막 순간 절벽 반대편 위로 몸을 올려놓았다.

그는 승리의 환희를 약간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거의 다 왔다.'


마지막 순간, 그는 갑작스럽게 몸을 날렸다. 

커다란 바위 뒤편에서, 무언가가 그를 덮쳤는데,

그것은 크고 날카로우며, 하얀 털로 뒤덮힌 주둥아리를 지닌 털복숭이에 근육질의 그런 괴물이였다.

괴물은 눈밭에 그를 내던졌는데, 아로드는 놈의 아가리 사이로 피가 번들거리는 액체가 줄줄히 흘러내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놈이 쓰러진 아로드를 덮쳤지만 아로드는 그것을 피함과 동시에 무릎으로 괴물의 흉곽 부분을 강타하여 놈을 몰아냈는데,

놈은 그 힘에 잠깐 밀려났다가 이내 뒷발로 일어섰다.

이제는 투명한 하늘 위로 포효를 내지르는 괴물은 그 크기가 얼음 트롤만큼이나 거대했으며, 날카로운 발톱들을 지니고 있었다.

괴물이 포효하는 순간 아로드는 자신 내면의 짐승 또한 포효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허나 그것은 즐거움보다는 고통에 가까운 그런 포효였다.

지금 자신을 노리는 괴물의 두 눈은, 녹색 빛이였다.

 

녹색 두 눈과 하얀 털.


아로드의 피 속에 흐르는 혈청은 그 어느 필멸자도 범접할 수 없는 속력을 그에게 주었기에,

한 때 게이드릭이였던 그 괴물이 다시금 달려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로드는 한발 앞서 그 공격을 피해낼 수 있었고,

그 백색 짐승의 발톱들은 눈밭만을 허무하게 갈랐다.

아로드의 내면에 깃든 야성의 목소리는 계속해서 그에게 속삭이고 있었다.

놈을 물어버리라고, 놈의 목을 이빨로 물어 뜯고 그 고기로 배를 채우라고.

허나 눈 앞이 붉은 핏기로 가려지고 있는 그 순간에서조차, 그는 냉정을 유지하는데 집중했다.

그는 짐승이 아닌, 인간의 정신으로 생각하기 위해 노력했다.


게이드릭이였던 것이 다시 달려들었지만, 이번만큼은 아로드도 준비되어 있었다.

아로드는 놈이 달려들기 전 몰래 만들어놓은 눈덩어리를 놈이 달려든 순간 그 면상에 날려버렸고,

직후 나머지 반댓손을 크게 휘둘러 괴물의 면상에 갈겨버렸다.

그 반댓손에 쥐어진 날카로운 바윗조각은 뼈를 단박에 부셔버릴 힘으로 괴수의 관자놀이를 날려버렸고

괴물은 달려들던 그대로 숨을 거두었다.

거칠고 하얀 털을 지닌 게이드릭의 시체는 순식간에 싸늘해져갔고,

그 밑에 깔린 아로드는 눈을 가린 붉은 핏기가 가실 때까지 한동안 시체 아래 깔린 채로 숨을 골랐다.

마치 천둥 같이 느껴지는 심장 박동이 가시기 시작한 후에야 그는 괴물의 시체를 치워버린 다음 다시 일어났다.

아로드는 증명한 것이다. 육신이 변화하고, 변이되고 심지어는 개조되었을지언정

아직 정신은 온전히 그의 것이라는 걸.


이제 머지않은 산 꼭대기를 향해 터덜터덜 걸어가려는 때에,

아로드는 저 꼭대기에서 무언가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누군가가 붉게 빛나는 두 눈으로 자신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 자는 늑대 머리의 전사였다.

전설 속의 존재. 무시무시한 전설적 존재가 실제로 지금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무뚝뚝하게 고개를 잠깐 끄덕인 다음 곧 북방의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ps. 대략 설명해드리자면, 아로드와 게이드릭은 서로 신병 후보이자 의형제 내지는 그런 사이.

수술도 대충 받고 마지막 시험만 통과하면 스카웃 마린이 되는 단계이지만,

마지막 시험에서 게이드릭이 실패해서 결국 내면의 짐승에게 먹혀버려서..ㅠ

그리고 마지막은 그림으로 유추해 볼 때 스페이스 울프의 울릭 더 슬레이어겠죠

Posted by 스틸리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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