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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end time - Volume 3 Khaine


소서러와 학자가 아래서 기다리는 사이,

아랄로스는 우리의 창살들에 메달린채로 버티며 창을 잡고서는 우리의 자물쇠 부분을 쑤셨습니다.

마침내 새장의 문이 열렸지만, 정작 그 안을 살펴보게 된 아랄로스의 심정은 와장창 무너졌으니

그것은 새장 안에 갇힌 것이 릴리아스의 말대로 고귀한 여신 샬라가 아니라,

대신 궤양에 뒤덮혀 곪아버린 악마 한 마리로써

카오스의 영토에서 이제껏 돌아다니며 조우한 것들과의 차이점이라곤 

오른 손목에 족쇄마냥 차인 변색된 은팔찌 하나 뿐이였습니다.


이 순간, 심지어 아랄로스의 용감한 심장에조차도 처음으로 불안이 감돌았습니다.

만약 릴리아스가 그를 속였다면?

아니라면 그녀가 다른 누군가에게 속았을지도?


당황한 그의 옆에 칼라라는 한 방울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허나 그것은 다른 의미의 눈물이였지요.

그녀는 마침내 그녀가 가장 두려워했으면서도 갈망해왔던 순간이 다가왔음을 깨달았습니다.

아직도 당혹감에 사로잡힌 아랄로스에게 작게 속삭이기를,

그녀는 악마에게서 은팔찌를 거두어달라 부탁하였습니다.


이유야 알 수 없었지만, 아랄로스는 그녀의 부탁대로 은팔찌를 거두었습니다.

그런데, 그가 자신의 피부를 그 악마의 염증으로 가득 곪은 거죽에 조금이라도 닿지 않게끔 조심조심하여 은팔찌를 거둔 순간,

악마가 밝은 백색으로 환하게 빛을 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빛은 처음 밝아졌을 때 만큼이나 갑작스럽게 꺼졌지만,

빛이 사라지고 남은 것은 뒤룩뒤룩한 악마가 아닌 대신 날씬하고 아름다운 다른 무엇인가였습니다.

샬라가 완벽한 모습으로 다시 해방된 것이였지요.

우리에서 나온 여신은 마지막으로 자신이 갇혀 있었던 우리를 뒤돌아보고는,

우아한 미소와 함께 이윽고 빛으로 화하며 사라졌습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샬라는 해방되었고,

아랄로스의 임무도 그 목표를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아랄로스가 그대로 떠나고자 하는데,

칼라라는 그의 뒤를 따르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슬픈 어조로 말하기를, 샬라가 있던 자리가 곧 자신의 마지막 자리라 하였으니,

화들짝 놀란 아랄로스가 무슨 말이냐 되물자,

그녀는 너글은 그의 최상품 미식가를 잃은 것을 결코 달갑게 여기지 않을 것이며,

그녀를 다시 잡아 우리에 봉인하기 위해 모든 악마들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하였으니

오직 칼라라가 그녀의 역할을 대행하지 않는 한,

그녀를 대신하여 역병을 대신 맛보지 않는 한

다른 누구도 종국엔 탈출할 수 없을 것이라 설명하였습니다.

이것은 릴리아스가 그녀에게만 앞서 말했던 것이였습니다.

그리하여 그녀는 오래 전 신들을 섬기며 저질렀던 죄를 속죄하게 될 터였습니다.


아랄로스가 그녀를 말리기도 전에,

칼라라는 마법이 담긴 은팔찌를 그녀의 손으로 쥐고는 그것을 반대쪽 손목에 그대로 채워넣었습니다.

순식간에, 그녀의 피부는 변색되기 시작했습니다.

고름과 상처들이 그녀의 창백해진 피부로 마구 치솟기 시작하였습니다.

칼라라는 그 고통조차도 참아가며 그대로 다른 동료들에게서 등을 돌렸습니다.

갑자기 부풀어오른 살덩어리에 그녀의 뼈가 굽어지고 금이 가자,

그녀는 비틀거렸고

그 와중에도 변화는 계속되어 아름다운 머리결과 의복은 썩어 사라지고,

발톱은 검게 타버리고 비틀렸습니다.


허나 그녀는 그 끔찍한 고통 속에서조차, 마지막으로 타버리는 숨결을 담아 말하기를,

다른 이들에게 부디 안전히 잘 빠져나가길 기원하였습니다.

심지어 그 누추한 새장 바닥에 무너지는, 그 순간까지도요.


비통하기 그지 없는 심정이였으나,

아랄로스는 결국 마음을 다잡고 소서러에게 그를 다시 바닥으로 내려줄 것을 부탁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새로운 역병 미식가가 된 칼라라는 멀리 떠나가는 그를 지켜보았습니다.


Posted by 스틸리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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