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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목적지였던 너글의 저택이 눈 앞에 보였지만,

아랄로스는 승리의 기분은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당장 눈 앞의 앞마당에는 수많은 악마들이 떼를 지어서 기고 절뚝이면서 걸어다니고 있었기 때문이였지요.

악마들이 가득한 그 앞마당을 눈에 띄지 않고 통과한다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이에 겁먹은 마법사는 이번 시도는 완전히 망할 것이니,

그냥 지금이라도 물러나서 바보들의 다리로 건너간 다음 현실 우주로 탈출하자고 설득했습니다.

일단 칼라라는 반대했습니다.

그녀는 여신님을 위해서라도 어떻게 해서든 이번 임무를 완수하고 싶었지요.

학자는 책들을 한참 살펴보다가,

이내 자신들이 들어가야될 방은 저택의 옆면에 난 쪽문을 통해 들어갈 수 있지만

어찌되었건 저 악마들의 시선을 한 쪽으로 돌려야 한다는 결론을 내려주엇습니다.

그러다가 지금까지 무겁게 입을 닫고 있었던 기사가 입을 열었습니다.


기사는 칼을 뽑아들며, 지금까지 같이한 동료들의 행운을 빌며 말하길,

이 저주받은 세계에 떨어져서 최초로 이름을 날릴만한 일을 하게 되었노라 호탕하게 말하고서는,

직접 자청하며 그의 동료들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사람.

즉 악마들의 시선을 끌어줄 미끼 한 명이 되기로 하였습니다.


구차한 다른 말 없이, 기사는 저택 앞으로 걸어나갔습니다.

악마들의 시선이 아직 멀리 가지 못한 다른 동료들로 향하지 못하게끔,

은밀히 앞으로 걸어나가던 기사는 마침내 적당한 때가 오자, 온 용기와 두 폐를 쥐어짜내며 앞의 수많은 악마들 앞에서 당당하고 우렁차게 외쳤습니다.



'역병 애비는 청결에 집착하기로 소문난 수전노 자식이다!'



악마들의 반응은 즉각적이였습니다.

감히 제 주인을 욕한 필멸자와 대면하기 위해 수많은 악마들이 쏟아지기 시작하였지요.

멀어지는 아랄로스가 기사를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

기사는 연신 검을 맹렬히 휘두르고 있었고,

쏟아지는 악마들 사이로 푸른 화염이 터져나가고 있었습니다.

기사는 또다시 당당한 도전의 포효를 내지르며,

그렇게 수없이 쏟아지는 악마들의 물결에 맞서 용맹히 돌진하였습니다.


동료의 희생을 낭비할 생각 따위는 없었으므로,

아랄로스 일행은 학자를 따라 저택 정원을 둘러싼 거대한 녹슨 펜스 담벼락 한켠에 난 작은 가로살 틈 사이를 통과하였습니다.

그 앞에는 저택의 악마 종놈을 위한 작은 쪽문 하나가 나와 있었지요.

학자는 그들을 이끌고 그 작은 문을 지나 곰팡이로 뒤덮혀 당장에라도 폭삭 주저앉을듯한 복도들을 수 번 정도 건넜습니다.

몇몇 악마들이 그들이 가야될 길을 가로막았지만,

대부분은 바깥에서 펼쳐지는 장렬한 전투에 눈이 돌아간 상태였으므로

일행은 그림자 사이에 숨어 들어감으로써 그들을 피해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마침내 잡초들이 무성한 돌방 하나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그 방의 중앙에는 알 수 없는 끔찍한 액체가 부글거리는 한 고대의 항아리가 놓여져 있었습니다.

그 항아리 옆에는, 축 처진 지붕에 메달린, 알 수 없는 뿌리들로 덮힌 사슬에 메달려 천천히 돌아가고 있는 한 새장이 보였지요.

얼핏 보기에, 그 우리는 새장과 흡사해 보였지만

대신 다른 점이 있다면 한 십여명은 넣고도 남을 정도로 커다랬다는 점이였습니다.

또한 그 새장은 바닥에서 높게 메달려 있었으므로,

오직 소서러의 마법만이 아랄로스와 칼라라를 삐그덕대는 바닥에서 들어올려 새장 가까이 끌어다줄 수 있었습니다.



ps. 참고로 기사의 정체는 알 수 없다.

그냥 재미있게 생각하자면 그레이 나이트일 수도 있고,

아니면 뭐 브레토니아 기사일 수도 있고.

그런데 그냥 브레토니아 기사가 이렇게까지 잘 버티고, 악마들 사이에 푸른 화염도 폭발시킬 수 있을까?

(blue fire exploded amongst the advancing daemons.)

최소한 푸른 화염이 부분은 얘가 그레이 나이트라 사이 볼트탄을 쏟아냈고,

그게 악마들 사이에서 터지는걸 묘사했다고 보는게 좀 더 그럴싸하다는 생각이 듬.



물론 그냥 내 생각일 뿐임. 정체가 무엇인지는 작가한테 물어보시길.

Posted by 스틸리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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