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출처 : end time : khaine


또다시 오랜 시간이 흐른 끝에,

일행은 나무들이 미쳐서 꿈틀거리고 근처로 오는 모든 것들을 탈곡기마냥 뿌리로 후려치는 습지에 도착하게 되었는데,

나무들은 그렇다쳐도 바닥까지도 온갖 끔찍하고 악랄한, 깨무는 벌래들이 가득히 카펫마냥 뒤덮고 있었지요.

그런데 저 멀리 습지의 한가운데에,

한 기사가 녹슨 사슬들에 묶여 땅바닥에 사지가 결박되어 있는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는 보통 인간보다 훨씬 큰 거인이였는데,

그 아머는 역한 정글 바닥의 어둠 속에서조차 흐릿하게나마 신성한 은빛을 발하고 있었습니다.

허나 기사는 모든 힘을 다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슬에서 벗어날 수 없는 듯 보였습니다.

그는 벌래 떼들이 그의 위를 지나다니는 동안에도 사슬을 이리저리 당기며 풀려나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으나,

사슬은 여전히 단단히 묶인 채로 그대로였죠.


아랄로스의 지시에 따라,

제국 마법사는 굽이치는 화염을 토해내어 습지에 쏟아버렸는데,

그 화염 속에서 기사는 멀쩡했으나 아랄로스와 칼라라가 접근하기에는 충분할 정도의 넒은 공터가 만들어졌습니다.

두 엘프는 서로 힘을 합쳐 족쇄들을 부셔내었는데,

덕분에 기사는 마침내 자유롭게 풀려날 수 있었습니다.

비록 억양과 대화 방식이 달랐지만,

일단 기사는 평범한 감사의 태도를 보여주었습니다.

기사는 그 두 엘프들에게 감사를 보이면서 동시에 자신이 그들을 돕겠다 약속하였는데,

아랄로스가 그 이유에 대해 물어보자,

기사는 카오스 신들은 자신의 숙적이며,

악에게 훼방을 놓을 수 있는 일이라면 어떤 일이라도 기꺼히 하기 위함이라 답했습니다.


기사의 검까지 동료로 추가되자,

일행의 전진은 그 어느 때보다도 빨라졌습니다.

무엇보다도, 악마들을 피해서 학자가 알려주는 길에서 이탈할 필요가 없어졌는데,

왜냐하면 설령 악마 사냥꾼들과 조우할지라도

소서러의 화염이 그들을 압도하거나 혹은 기사의 신비로운 강철의 검이 그들을 물리쳤기 때문이였습니다.

이에 칼라라는 일이 쉽게 풀리자 기뻐하는 기색을 보였지만,

도리어 기사는 항상 주의할 것을 당부하면서 경고하기를

지금 너글의 주의는 지금 어디 다른 곳에 향해 있는데

만약 역병아비의 썩은 시선이 마침내 여기로 향하게 된다면,

이어질 파멸의 운명은 자신조차 막아낼 수 없을 것이라 하였습니다.


아랄로스는 기사의 말에 잠깐 당황했습니다.

곰곰히 생각해보자니, 너글의 눈이 다른 곳에 향해 있는 이유는

지금 필멸 세계에 역병이 가득히 퍼지고 있다는 것 말고는 다른게 없었기 때문이였지요.

서둘러 필멸 세계로 돌아가 역병의 종자들에 의해 위기에 처했을지도 모를 동포들을 구하고픈 마음에,

탈신의 군주는 모험 동료들에게 걸음을 다소 빨리 옮길 것을 부탁하였습니다.


학자는 반대했습니다.

그는 조급함이 장차 이 세계의 악마들만큼이나 위험한 적이 될 것이라며 경고했지만,

이미 마음이 급해진 아랄로스는 이를 강력하게 주장하였으니,

그리하여 일행은 발걸음을 한층 더 빨리 내딛기 시작하였습니다.


신속하게 이동하던 일행은 학자가 이른바 '마름병의 정원'이라 기록한 한 지역에 들어서게 되었는데,

한복판에는 한 그루의 아주 거대하고, 바싹 말라버린 나무 하나가 서 있었습니다.

그런데 나무가 워낙 커서, 그들은 가장 높은 가지들에 가려진 그림자 쪽을 미쳐 살피지 못하였지요.

거대 나무를 지나는 동안 위쪽에서 갑자기 썩은 나뭇잎들과 살찐 굼벵이 허물들이 우수수 떨어졌는데,

그 순간에서야 일행들은 위쪽에 무언가 있었음을 감지하였지만

이미 때는 늦은 후였습니다.

한 악마가 기사의 등 뒤를 덮치며,

그를 진창에 자빠트렸는데

놈이 만질 때마다 기사의 은빛 갑주에 냄새나는 검은 오물들이 들러붙었습니다.

황급히 일어난 기사는 들러붙은 악마 짐승을 떨쳐내기 위해 두 어깨를 흔들었으나,

악마는 끝까지 달라붙은채로 즐거운듯이 촉수들을 내질러 전혀 유쾌하지 않은 강제 친구가 발버둥치는 동안

그를 잡고 이리저리 흔들며 놀았습니다.



Posted by 스틸리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