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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the black legion 중



'한 가지만 묻겠습니다,' 난 이어서 말했다. '이곳을 떠나기 전에.'


'말하라.'


'지기스문드. 그가 어떻게 당신을 상처입힌 겁니까?'


일순간, 아바돈은 침묵에 잠겼다.

마치 야망과 자존심으로 가득한 잔혹한 활력이 일순 빠져나간 것처럼.

검은 호흡기가 그의 얼굴 대부분을 가리고 있었고, 주변의 어둠이 그의 표정을 감추고 있었으나

나는 알 수 있었다. 그 순간, 내가 섬기는 군주의 얼굴 위로 수치심 같은게 지나갔음을.


아바돈이 수치심을 느끼다니, 이 얼마나 흥미로운 일인가?


'그는 쓰러지지 않았다,' 아바돈이 깊은 생각 끝에 목소리를 낮게 깔며 마침내 입을 열었다.


'단지 쓰러지지 않았던 것일 뿐이다.'


나는 구태여 그의 생각을 이해하려 할 필요도 없었다. 그저 그의 목소리 톤에서부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짐작이 가능했으므로.


'그가 당신을 유인했군요. 그리고 당신은 분노에 쫓아간 것이고.'


나는 아바돈이 이를 갈며, 그의 턱과 목근육이 실룩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놈이 날 습격했다는 것을 알아차린 순간엔 이미 늦은 후였다. 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고통은 느끼지 않았지만,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놈의 흑검은 내 몸을 깊게 파고든 후였다. 마치, 그 늙은이가 내 가슴팍을 칼집으로 여기고 칼을 넣은 마냥.'


회상 속에 담긴 쓰라림과 흥미가 섞여, 주변 청자들에게 들리는 에제카일의 목소리는 부드럽기 그지없었다. 

그의 목소리는 점차 고조되는 속삭임과도 같았는데, 그가 던지는 단어 하나 하나는 쓴맛이 담겨 마치 맨살에 떨어트리는 산성액 방울과도 같이 느껴졌다.


'날 죽이는 유일한 길은 스스로 목숨을 내던지는 길이였으니까.

그리고 실제로 놈은 그 순간이 왔을 때, 기꺼히 그리했다.

놈의 검이 내 몸을 관통한 순간, 우리는 서로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있었다.

내 갑주에서는 번개가 튀어올랐지.

허나 그 일격은 결국 실패했다.

나는 반격을 날렸고, 놈의 피가 내 발톱을 적셨다.

그리고 놈은 쓰러졌지.'


나는 숨죽인채로 말을 아꼈다. 아바돈의 이야기가 계속해서 풀릴 수 있게.

그의 두 눈은 이미 날 건너 뛰어, 그 날 있었던 일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허나 놈은 죽지 않았어, 카욘. 놈은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마치 시체처럼 나뒹굴고 있었다.

몸이 반으로 잘려, 내장을 다 쏟아낸채로 놈은 나뒹굴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살아남아 있었다.

나는 결국 무릎을 꿇었고, 내 죽어버린 폐들이 계속해서 숨을 쉴 수 있도록 발악했다.

그 순간 놈의 머리맡에 무릎 꿇은 내 모습은 마치 아포테카리와도 같았지.

놈의 흑검은 그대로 내 가슴에 꽂혀 있었다.

우리 둘의 눈이 다시 마주쳤고, 그 순간 놈은 입을 열었다.'


나는 아바돈에게 구태여 입을 열어달라 요청하지 않았다.

다만 그녀의 사념에 닿아, 그가 내 존재를 거부하지 않도록 조심스레 접근했다.

준비가 완료되자 난 내 두 눈을 닫았고, 그 순간 그 날의 순간이 눈 앞에 펼쳐졌다.


흑기사. 찢겨 쓰러진 흑기사가 거기 있었다.

그의 소드 브리튼 형제들은 전부 어디론가 사라지거나 죽어 있었기에, 거기까지는 알 수 없었다.

지기스문드의 외투 위에는 붉은 얼룩이 튀어 있었고,

그 붉은 피는 그 주변과 함교 근처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었다.

아바돈 또한 두 눈에 핏물이 고여, 시야가 붉게 물들어 있었다.


피. 너무나도 많은 피였다.


그 순간에 이르러, 지기스문드는 모든 지난 나날들을 회상하고 있었다. 그 회상이 흘러감에 따라 지기스문드의 얼굴에도 세월의 흔적이 새겨져갔다.

그의 시선은 방 안의 화려한 천장을 향하고 있었다. 두 눈은 마치 황금 옥좌에 앉은 인류의 주인을 기리는듯이 보이고 있었다.

지기스문드의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여전히 꿈틀대며, 그는 자신이 떨군 검을 다시 쥐려 하고 있었다.


'그러지 마라,' 피가 줄줄 새어나오고, 가슴팍이 온통 헤집어진 상태에서도 아바돈은 승리에 대한 확신 속에 마치 형제와 같은 아량을 담아 그에게 말했다.


'그만 두어라. 모든 것은 끝났다. 그저 잠들거라. 네가 얻은 것이라곤 실패 분이니까.'


이제 기사의 손가락들은 끝자락으로 바닥의 흑검 손잡이 끝을 건드리고 있었다.

이제 거의 닿기 직전이였으나, 그는 그것을 쥐고 휘두를 힘조차 남아있지 않아 있었다.

그의 얼굴은 핏기가 다 빠져 마치 갓 만들어진 시체마냥 창백했으나,

지기스문드는 여전히 숨쉬고 있엇다.


'지기스문드,' 아바돈이 입을 열었다. 그의 두 입술은 이제 그가 흘리고 있는 생혈만큼이나 검게 물들어 있었다.


'이 발톱은 지금껏 두 명의 프라이마크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그리고 황제까지 죽음으로 몰아세웠지.

이제 네놈의 생명 또한 이것으로 앗아가게 되었구나.

내가 지금 보는 장면을 너 또한 볼 수 있으면 참 좋았으련만.'


난 아바돈의 두 눈을 통해 그를 내려보았다.

솔직히, 나는 그 자리에서 지기스문드가 아바돈 앞에서 어떤 기사적 맹세에 따른 진부한 모습이라던가,

아니면 황제의 이름을 마지막으로 중얼거린다던가 하는 그런 뻔한 것을 상상했다.

허나, 과거 임페리얼 피스트의 퍼스트 캡틴이자, 이제는 블랙 템플러 챕터의 초대 하이 마셜인 그 자는 

입속에 피를 가득 머금었으면서도, 검 손잡이를 쥘 힘조차 없는 그런 상황에서도

그의 마지막 생명을 불태워, 한단어 한단어를 또렷하게 눌러 발음하며

떨리지만, 그 어떤 말보다도 분명하고 확신에 찬 말을 아바돈에게 하고 있었다.


'네놈은 네 나약해빠진 아비가 뒤졌던 것처럼 최후를 맞이할 것이다. 시시하고, 명예 없이 비참하게. 눈물이나 짜며, 수치 속에 죽겠지.'


지기스문드가 내뱉은 마지막 단어가 곧 그의 마지막 숨이 되었다. 그의 마지막 단어가 입을 떠난 순간,

그의 영혼 또한 그와 함께 사라졌다.


내가 두 눈을 다시 뜬 곳은 아포테카리온 안이였다. 그리고 무어라 그 안에서 말할만한 것은 없었다.

지기스문드의 장렬한 마지막 저주 이후 내가 무어라 할 말은 전혀 남아있지 않았다.


'펄쿠스가 지기스문드의 시신을 '성전사'호에서 끌고나왔다.' 아바돈이 이어서 말했다.


'그는 그의 시신을 직접 챙겨서 나왔지.'


나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가 그것을 전리품으로 원했던지,

아니면 어떤 신성한 작업을 위해 지기스문드의 시신을 사용하길 원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아바돈은 다시금 무언가 지친듯한 눈으로 시선을 돌렸고,

그가 이제 내가 떠나길 원하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그는 아무 말도, 하다못해 떠나는 나조차도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그는 다만 지기스문드를 다시 떠올리고 있었다.

한때 그가 존경했고ㅡ최후에는 그를 경멸하며 죽은 형제에게 건내지 못했던 대답들이 아직도 그의 마음 속에서 머무르고 있었다.

나는 떠나는 그 순간에 어떤 슬픔도 느끼지 못했다. 그냥,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다만 공허함. 끝없는 공허함만이 남아 있었다.


차라리 슬픔보다 더한 공허함이.


이후 카욘(지금 위에서 아바돈과 대화한 화자)은 아바돈의 사자로 1차 암흑 성전 직후 지기스문드의 시신과 흑검을 제국에게 직접 전달해줌.

그리고 그것이 말하는 바는 명확했음.


-우리가 다시 돌아왔다.-


ps. 우리의 초대 블랙 템플러이신 지기스문드는 죽는 순간까지 구차하게 핑계대는 대신

아바돈에게 팩트로 뻐큐를 날려주셨네요.

오늘 앶3은 블템 성전으로 가야겠음.

Posted by 스틸리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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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1) http://wh40k.lexicanum.com/wiki/Void_Whale

2) http://wh40k.lexicanum.com/wiki/Plasmic_Medusae


1. 우주 고래(보이드 와일)

우주 고래들은 누가 봐도 인정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거대한 그런 우주적 생명체들입니다.

대략 1200마일(1931km) 크기에 달하는 이 거대한 워프 출신 생명체들은 그 크기만큼이나 내부에 자체적인 자연 환경까지 갖추고 있을 정도인데,

탄생 배경이 워프이니만큼 그 거대한 자연 환경에서 살아가는 생명체들은 하나같이 사악한 것들 뿐입니다.

우주 고래들은 보통 공허한 우주 공간을 유유히 헤엄치며 살아가는데, 때로는 워프의 부자연스러운 조류를 따라 헤엄치기도 합니다.


877.M41년경, 한 마리의 돌연변이화된 우주 고래가 워프에서 빠져나와 근방 공역을 위협하였는데,

이를 엔기르 크라켄둠이 지휘하는 1개 스페이스 울프 침투 어뢰팀이 완전히 파괴하였습니다.

이들은 우주 고래의 위장까지 들어가서, 그 안에 살아가던 역겨운 레모라(뱀장어형 촌충 외계인들.)들과 일대 치열한 전투를 벌인 끝에 결국 생명체의 중요 장기들까지 도달했고

그 안에 핵 폭발물들을 가득 설치하고는 폭발하기 전에 무사히 빠져나오는데까지 성공하였지요.

곧 일어난 대 폭발 때문에, 페릴리안 가스 벨트 일대가 한동안 계속 불타올랐다고 합니다.

 (참고 : 원문에는 우주 고래 크기가 twelve thousand mile라는데, 원문대로면 12000으로 이 단위는 환산하면 19312임. 지구의 달이 6.774km인데 말도 안된다고 생각되서 임의로 수정함.

아마 렉시카눔에서 twelve hundred를 잘못 옮겨적은듯. 물론 그래도 1931km로 좀 막장으로 크다.)




2. 플라즈믹 메두사

플라즈믹 메두사(혹은 플라즈마 젤리피쉬(해파리))는 전함 크기의 우주 생명체들로 떼를 지어 우주를 부유합니다.

여기까지는 그냥 일반 해파리들과 아주 유사하지요. 다만, 어마어마하게 거대할 뿐입니다.

이들은 호전적인 생명체들은 아니나, 메두사의 몸 내부에는 플라즈마 전류가 응축되어 있어 만약 어떤 이유로든 폭발하게 된다면

이들은 근처의 전함을 포함한 그 모든 것들에 막대한 피해를 입힐 정도의 거대한 폭발을 일으킵니다.

Posted by 스틸리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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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shield of baal : deathstorm


피의 비밀

칼리엔이 바라본 아스포덱스 행성의 하늘은 짙은 독극 매연 구름들로 뒤덮혀 칙칙하고 우울하기 그지없었는데.

대륙 사이즈의 도시인 이 포디아 하이브에서 나오는 독극물 매연 때문이였지요.

한때 이 어두운 하늘 아래, 수백억의 거주민들이 아스포덱스 행성의 권력 다수를 손에 쥔 비밀 범죄 카르텔들의 두목들의 착취에 신음하며 거대한 공장들과 증기 농장들 아래 혹사당하며 삶을 연명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우두머리이자 행성의 대총독인 아우구스투스 플럭스는 불평등과 빈부격차가 극심하여 병들어가는 행성 사정에는 아랑곳 않았으며,

그저 공허한 허례의식들과 뜻 없는 축제들에만 열을 올리며 사치 속에 찌들어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빈부격차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공평하게 모든 것이 사라졌지만요.


코르불로는 사티스 성계와 근방에서 사트릭스 엘릭서를 사용하는 성계들을 탐색하고 연구한 끝에

늙은 플럭스와 그의 혈족이 성계의 모든 거주민들 중에서도 특이하게 독보적인 유전적 변이를 겪어,

체내에서 사트릭스 엘릭서와 비슷한 성분을 만들어 냄으로써 방사능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트릭스 엘릭서를 주입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따라서 이번에 블러드 엔젤 함대가 아스포덱스 행성에 모습을 드러내었을 때,

생귀노리 프리스트는 칼라엔에게 명확한 지시 하나를 하달해주었습니다.

그것은 이 행성 총독과 그의 직계 후손들을 찾아내어 데려오라는 것이였지요.

만약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최소한 그들의 피 샘플이라도 필요했습니다.


이에 따라 블러드 엔젤 본대가 생존 인원 구출 등의 목적을 위해 아스포덱스 행성에 공습을 개시할 때,

칼리엔을 필두로 한 공습작전팀 일명 '데스스톰'은 폐허가 된 포디아 시 중심부로 직접 텔레포트 공습을 실시하였습니다.


신비로운 워프의 불빛과 함께, 칼리엔과 4개의 터미네이터 분대들이 도심 한복판의 광장 위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붉은 터미네이터 갑주를 입은 영웅들은 행성 총독이 전에 사용했던, 지금은 폐허가 되어버린 총독 성 근처에 텔레포트하였는데

그들의 눈 앞에 펼쳐진 총독 빌딩은 이전 수 일간의 제국군과 타이라니드 간의 치열한 전투에 의해 완전히 황폐화되어 있었습니다.


사실 칼리엔은 도시에 도착한 순간부터 이미 도시가 '흡수' 단계로 접어들고 있음을 눈치채고 있었습니다.

지옥에서나 볼법한 기이한 외계 식물체들이 폐허가 되어버린 건물들을 따라 덩쿨처럼 자라나고 있었고,

미세 스포어 가스를 내뿜는 스포어 굴뚝들이 이미 높게 자라나며 하늘까지 솟아나고 있었지요.

그리고 그 아래로, 자갈과 파편들로 뒤덮힌 거리로는 구더기 같은 흡수 조직체들이 가드맨들과 타이라니드 동족 모두의 시체들을 게걸스레 섭취하며 포식하고 있었고,

그 외에도 도시 폐허들의 그림자 이곳 저곳에 사지 여럿 달린 짐승들이 숨어있는 것이 칼리엔의 날카로운 시선에 포착되었습니다.


일단 총독의 저택 요새를 중심으로 대형을 전개한, 터미네이터들은 썩어가는 임페리얼 가드맨 시신들과 불타는 전차들로 가득한 거리들을 정밀하게 스캔했습니다.

직후 경계 대형을 유지하며 이동할 것을 지시한 칼리엔은 그의 슈트에 내장된 탐색기들을 가동시켜,

혹여 접근하거나 남아있을지도 모르는 생명의 신호를 감지하였습니다.

그러나 터미네이터 슈트에 내장되어 궤도상 함대와 정보를 연계해주는 첨단 장거리 탐색기들은 애매하고 희미한 신호만을 보여주고 있었지요.

현재 블러드 엔젤이 참고하고 있는 아스포덱스 행성의 데이터 대부분은 궤도의 통신 위성들에게서 얻어온 것이였고,

이 정보들은 최신이라고 해봐야 수 일은 지난 것들이여서 정확하게 참고하기에는 어려운 상태였습니다.


하이브 함대의 영향 때문인지 지역 통신망조차 지지직거리는 잡음이 심하게 들리고 있었지만,

칼리엔은 '트리뷴 행정구', 현재 자신들이 위치한 광장과 총독궁이 포함된 이 중심 행정 구역이 어떤 상황이였는지를 바로 간파해냈습니다.

제국군 통신망을 통해 간간히 들려오는 공포에 질린 명령들과 지원 요청들을 통해, 그는 전투가 이미 여기까지 전개되었다가 지금은 끝난 후이며,

이 광장 자체는 하루 전 정도에 임페리얼 가드군이 포기하고 후퇴한 상황임이 분명하다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그리고 현재 이 광장에서 후퇴한 아스트라 밀리타룸과 플럭시안 왕조의 PDF 연대들의 생존자들은 어딘가에서 최후의 결전을 펼치고 있을 것이 분명했습니다.

때마침, 의안에 내장된 첨단 초확대 다중겹 렌즈들을 가동시킨 칼리엔은 마치 송곳니와 발톱들로 이루어진 거대한 검은 토네이도처럼 보이는 수많은 날개달린 짐승들의 떼가 지평선 방향으로 날아가며

공장 지대 방향으로 이동하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생존자들에게 신경쓸 때가 아니였습니다.

자신들에게는 자신들에게 주어진 중요한 임무가 있었고, 이 생존자들은 이제 곧 행성 표면에 강하할 블러드 엔젤 1st 중대의 나머지 형제들과 2nd 중대의 전사들,

그리고 후계 챕터인 플레시 티어러 챕터의 소수 파견원들에 의해 구원될 것이였습니다.

그리고 그 때가 되면, 진정한 전투가 막을 올릴 것이였지요.


칼리엔은 그의 터미네이터 형제들에게 총독궁 내부로 진입하여 탐색 작전을 개시할 것을 지시하며,

부디 아우구스투스 플럭스 혹은 그의 직계 혈통 일원을 찾을 수 있게 되길 기원했습니다.

명령에 따라 붉은 거인들은 날카로운 경계를 유지하며 일열 종대 대형으로 이동하며, 총독궁의 거대한 문인 '포디안 게이트'를 넘어 궁 내부로 진입하였지요.

계단을 오르는 그들은 최적의 거리인 1백 야드를 정확히 유지하고 있었고,

그들과 함께하며 칼리엔은 주변에 펼쳐진 완전한 파괴의 현장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보아하니, 아스트라 밀리타룸은 이 자리에서 최후의 저항을 한 것이 분명했습니다.

성문 아래 피에 젖은 샌드백 진지들 뒤편으로 가드맨들의 시체가 가득 쌓여 있었고,

외계인들의 피와 검게 타버린 무기 짐승들의 시체가 그들과 함께 이곳저곳 널려 있었습니다.

칼리엔은 어느 한 임페리얼 가드 장교의 시체를 넘어가며,

그가 죽었음에도 아직도 굳세게 볼트 피스톨을 쥐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지요.


칼리엔과 그의 터미네이터 형제들은 마침내 계단을 올라, 총독궁의 어두운 내부로 진입하였습니다.


한편, 폐허가 되어버린 광장에 한복판의 황제의 부셔진 석상 파편들 아래,

그늘 속에 몸을 숨긴 외계인 한 마리가 두 눈을 차갑게 빛내며 블러드 엔젤을 계속해서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직후 단 한번의 부드러운 움직임과 함께 그 생명체는 자신들의 동족을 불러들이기 위해 폐허들 사이로 다시 물러났습니다.

폐허 속에서 놈의 길고, 날카로운 발톱이 가득한 사지는 자신 앞에 몰려오는 하위 생명체들의 물결 아래 계속해서 번득이고 있었지요.



호민관 관실에서

캡틴 칼라엔은 그의 터미네이터들을 이끌고 거대한 플럭시안 왕조의 궁전으로 들어갔습니다.

텅 빈 어둠 속에서, 총독 플럭스와 그의 자손들을 찾아 탐색을 계속하던 그들은 하이브 마인드의 초월체 감각을 자극했고,

이에 이 초월적 정신체는 마침내 블러드 엔젤들의 존재를 감지해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칼리엔과 그의 형제들의 눈 너머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외계인들이 그들을 미행하기 시작하였습니다..


평온치 못한 죽음

총독궁 내부의 상황은 밖이랑 별반 다를 것이 없는 난장판이였습니다.

터미네이터들이 어두운 복도와 복잡한 회랑들을 지날 때마다,

아머 외부에 내장된 라이트 빛들은 한때 이곳에서 벌어졌었던 외계인들과 인간들과의 치열한 전투들의 흔적을 어김없이 비추었지요.

벽에 걸려있는 화려하고 웅장한 벽화들에는 온통 라스건 탄구들과 중화기 탄들이 폭발하며 만든 크레이터 자국들이 가득했으며,

그 바닥에는 온통 죽은자들이 널려있어, 타이라니드와 인간을 가리지 않고 온통 뼈와 살로 범벅을 만들어놓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딜 가든, 하이브 마인드가 이제 이 아스포덱스 행성에서 다음 단계, 즉 흡수 절차를 밟고 있음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증거들이 목격되었지요.

그 증거란, 마치 구더기처럼 꿈틀거리는 더러운 리퍼 무리들이 머리 없는 시체들을 게걸스레 파먹으며 포식하는 것과,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소화 웅덩이들이 곧 스스로 몸을 바쳐 익사할 흡수 생명체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을 말하는 것이였습니다.


솔직히 이런 분위기에서  살아있을 가망은 없었기에, 칼리엔은 각 터미네이터 분대들을 산개시킨 다음 최소한 총독의 시체라도 찾아보자고 명령했고

자신은 알파에우스 분대를 직접 지휘하여 통솔하며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각 분대들이 각자 맡은 구역을 따라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지켜본, 캡틴은 뒤이어 자신이 속한 분대의 터미네이터 형제들을 이끌고 폐허 더 깊숙한 심연으로 점차 들어갔습니다.


복도 통로를 차단하기 위해 쳐놓은 가드맨들의 헤비 볼터 참호 하나를 지나치며,

캡틴은 머리가 참혹히 날아간 가드맨 사수가 아직도 헤비 볼터를 쥔 채로 죽어서도 의무를 다함을 보았습니다.

계속해서 깊숙히 들어간 칼리엔은 이른바 총독의 호민관 관실이라 불리우는, 

독재자 총독이 우매한 각 구의 호민관 지도자들을 접견하는 커다란 대회의장까지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이 대회의장은 스톰레이븐들로 이루어진 편대 하나가 넉넉히 착륙하고도 남을 만큼 거대했는데,

바깥쪽으로 거대한 석상들과 원래 뭐였는지 알 수 없는 허물어진 것들로 가득했습니다.

바닥에는 치열했던 전투를 말해주듯 온통 파편들이 널려 있었고

중심에는 수백의 제국민들로 쌓아올려진 끔찍한 시체들의 고분들이 쌓여 올려져 있었습니다.

한참 높은 곳에 열린 거대한 돔 천장은 이미 그림자가 져서 어두워져 있었지요.


그때 칼리엔은 목 뒤편에서 무언가 따끔한, 시선을 느꼈습니다.

아마 적이 다가오는 것일지어니,

아직 정확한 오감으로 놈들을 잡지 못한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칼리엔은 놈들이 자신들을 주시하며 이때껏 따라왔음을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이에 잠시 멈추어 선 알파에우스 분대는 거대한 대회의장의 입구 앞에 서서 복점기 탐색기들로 시체들 속에 잠복하고 있을지 모르는 버러지 같은 외계인들을 훝으며

동시에 총구로 내부 사방을 탐색하였습니다.

허나 그 안에서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자 그제서야 칼리엔은 블러드 엔젤 터미네이터 형제들을 내부로 입장시켰습니다.

장소가 장소이니만큼, 어쩌면 이곳에서 총독 플럭스 본인이나 혹은 다른 자들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였으니까요.



복수의 신의 눈에 보시길

조심스레 방 중앙으로 진입하는 블러드 엔젤의 터미네이터들을 지켜보며, 어둠 속에서 입맛을 다시는 존재가 있었습니다.

거대한 그 외계인의 정체는 바로 브루드로드라 불리우는 흉악한 외계인 괴수였지요.


놈은 붉게 빛나는 진홍빛 두 눈으로 바닥에 널린 시체들을 지나 앞으로 걸어나가는 터미네이터들을 주시하며,

어둠 속에서 싸이킥 의지를 발현하여 황폐화된 총독궁 내부에 도사리고 있는 모든 타이라니드 생명체들을 불러모으기 시작했지요.

브루드로드는 레비아탄이 도래하기 훨씬 이전부터 아스포덱스 행성 도시의 깊숙한 지하 세계를 지배해왔습니다.

포디아 시의 지하 천민들은 놈을 크립투스의 자식이라 부르며,

태양 신의 복수를 위해 태어난 복수의 아들이라 여기며 두려워하고 숭배해왔지요.

산업이 발달하여 짙은 매연 구름이 행성을 가리게 되며 태양이 더이상 행성을 주시하지 못하게 되자,

대신 그의 아들을 보내어 죄지은 자신들을 징벌하려는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지요.

물론 대부분의 포디아 시 거주민들은 이 괴수의 이야기를 한낱 도시 괴담으로만 여기며,

어린아이들에게 위험한 밤중에 돌아다니는 자들의 말로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경고하기 위한 이야기로만 여기고 있었습니다만

슬프게도, 이야기는 사실이였습니다.

다만 놈'들'과 마주하여 진짜 이야기들을 전달할 살아남은 자가 별로 없었을 뿐이였지요.


어둠 속에서, 브루드로드의 새빨갛고 긴 혀가 공기를 훝으며 먹잇감들을 감지했습니다.

그리고는 그 거대한 몸뚱아리로는 결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조용히 기둥을 타고 내려왔지요.

외계인의 싸이킥 지각이 근처 동족 외계인들의 정신을 파고들자,

총독궁 내에 도사리고 있었던 외계인들이 마침내 동요하며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마침내, 브루드로드가 내리는 침묵의 명령에 따라 사지 여럿 달린 공포의 외계인들이 일제히 각성하여 사방의 복도를 건너,

파편들과 시체들을 넘어 호민관 관실로 집결하기 시작했습니다.

...


한편, 칼리엔과 그의 형제들은 최후까지 전투가 펼쳐졌을 난도질당한 시체들의 언덕 앞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혹여 있을지 모르는 플럭스나 혹은 그의 자손의 흔적을 찾기 위해 시체들을 이리저리 치우며 탐색하기 시작하였지요.

난도질당한 시체 잔해들을 바닥에 이리저리 치워내던 칼리엔은 갑자기 불길한 느낌이 들었고, 

생체강화 렌즈들을 작동시켰습니다.

정교한 장치가 작동되며 녹빛의 물결과 함께 아스펙스 데이터가 출렁였고

칼리엔은 인공 의안을 통해 무언가 흐릿한 생명 에너지가 시체들의 언덕 속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생존자일까요?



그러나 그것은 생존자의 것이 아니였습니다.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움직이는 그것은 감지당한 순간에는 이미 캡틴의 발 바로 아래에 위치하고 있었지요.

그제서야 그는 깨달았습니다.

지금 자신과 형제들은 시체들에게 둘러싸인 것이 아니라,

대신 이때껏 숨어있었던 진스틸러 무리에게 둘러싸여 있었음을요.


다른 형제들에게 다급히 경고하며 칼리엔은 시체 무더기를 향해 스톰 볼터 탄막을 쏟아내었습니다.

그 순간 시체 더미 속에서 진스틸러 한마리가 칼리엔을 노리고 튀어나왔으나,

칼리엔의 재빠른 스톰 볼터 사격에 의해 그자리에서 자줏빛 피안개로 산화되며 폭발하였지요.

그러나 다른 놈들도 바로 근처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주변에 둘러싸인 시체 더미들에서 다수의 진스틸러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난도질당한 시체들의 피를 뚝뚝 흘리며, 진스틸러들은 끔찍한 괴수의 야성과 함께 터미네이터들을 덮쳤습니다.


Posted by 스틸리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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