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해머 40k 스토리 현 진행/[8th]다크 임페리움 中'에 해당되는 글 6건

  1. 2018.10.12 [8th]다크 임페리움 - 길리먼 vs 너글 대악마 -3-
  2. 2018.10.11 [8th]다크 임페리움 - 길리먼 vs 너글 대악마 -2-
  3. 2018.10.10 [8th]다크 임페리움 - 길리먼 vs 너글 대악마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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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리먼은 테라로 돌아와 황제와의 재회를 가지려는 그 순간에도 무시무시하고 두려운 걱정을 짊어지고 있었다.

만약 그의 아버지가 실은 죽었다면? 혹은 광기에 돌아버렸다면?

아니, 만났을 때 대화가 가능하기는 할까?

테라로 돌아와, 마침내 왕좌의 방에 입장을 허가받아 황금 옥좌로 다가가던 순간에,

그는 첫번째 아버지인 코너의 영결식에 올랐던 때를 떠올렸었다.

당시 그는 모든 것을 기꺼히 수행하며, 확실한 슬픔과 애도에 잠겼었다.

허나 황제가 옥좌로 승천했던 그 날 이후부터, 이후 길리먼 본인이 죽음을 맞이했던 그 순간까지도,

황제는 그에 대해서 단 한 마디의 말도 남기지 않았다.

과연 어떤 존재가 1만년이나 되는 세월을 버틸 수 있겠노라고, 옥좌를 향해 오르던 그 순간에 길리먼은 생각했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그 자리에 놓여 있었던 것은 역겨운 기계들에 둘러싸여, 무릎에 검 하나를 둔 채로 시드라든 송장 하나였다.

그리고 그의 주변에는 슬픔과 비탄만이 가득했다.

황제의 목숨을 연명케 하기 위해서 이루어지고 있는 희생에 프라이마크는 치를 떨었다. 그나마도 그가 만약 살아 있기나 할까?

길리먼의 눈에 보기에, 그는 죽은 상태였다. 길리먼은 다시 만난 그 자리에서 아무것도 기대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는 말했다.


광명과 불길의 단어들로, 황제는 그의 돌아온 프라이마크, 그의 가장 뛰어난 창조물들 중 마지막의 귀환을 칭찬했다.


허나, 그것은 아들을 위해서가 아닌, 

단지 창조물일 뿐인 존재에게 내리는 말에 불과했다.


살아있을 적의 황제는 예술적인 존재로, 타인들의 생각을 읽는것 만큼이나 본인의 생각들을 감추는데 뛰어났다.

다시 만난 황제의 잔해는 여전히 이해를 넘어서는 강력함을 지니고 있었으나,

이전 인간들과 함께 걸었던 그 때에 비하자면 그 미묘함이 아주 결여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길리먼은 황제와 다시 대화하던 그 순간을, 마치 눈 앞에서 태양과 대화하는 것과 같다고 회상했다.

황제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그를 태우는 태양의 열기와 같이 진정으로 순수하게 느껴졌으므로.


그리고 그 순간에, 길리먼을 가장 고통스럽게 만들었던 것은 지금껏 듣지 못했었던 진실들이였다.


그 자리에서, 황제는 길리먼을 반겼었지만,

그것은 아비가 자신의 아들에게 대하는 것이 아닌, 

한 장인이 자신이 오래 전 잃어버렸다 생각했던 도구를 다시 되찾았을 때의 그것과 똑같은 태도였다.

황제는 마치 강철 철장에 갇힌 상태에서, 철창을 가는데 필요한 강판을 놓쳤다가 다시 손에 넣게 된 죄수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길리먼은 낙관에 사로잡혀 황제의 태도를 오해하지 않았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그 자리에서, 그는 황제에게 있어 강판을 가지고 온 사람조차도 아니였다.

그저 강판 그 자체에 불과했다.


황제가 별들을 거닐 적, 그는 자신의 속임수와 기만을 사랑이라 속였다.

황제는 자신의 프라이마크들에게 자신을 아비라 부를 수 있게 해주었고,

프라이마크들이 스스로를 '그 분의 아들들'이라 부를 수 있게 해주었다.

허나 그는 그 단어들을 직접 스스로 부르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그리고 다시 대면해서야 길리먼은 깨달을 수 있었다.

애초에 황제에게는 그런 단어들을 사용함에 있어 진정성 같은 것이 없었던 것이다.

이전까지는 생전의 육신 속에 감추어져 있었던 황제 본연의 무시무시한 의지가 마침내 그대로 노출되자,

길리먼의 두 눈을 이전까지 가리고 있었던 것들이 마침내 걷힐 수 있었다.


진실은, 황제가 프라이마크들로 하여금 그를 사랑하도록 허락한 것이였다.

그리고 황제는 그들로 하여금 황제께서 자신들을 사랑하고 있다고 믿게끔 속였을 뿐이였다.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았는데도.

프라이마크들은 그저 그의 무기들에 불과했다. 그제 진실의 전부였다.

황제 폐하의 힘은 여전히 막강했고, 어쩌면 이전보다 훨씬 더 강력해졌을지도 모르지만

황제로써의 인간성은 이제 영영 사라지고 없었으므로

이제 황제는 더 이상 인두껍의 가면을 쓰고 자신의 생각들을 감출 수 없게 된 것이다.

재회의 그 자리에서, 길리먼의 눈 앞에 보이는 황제의 빛은 너무나도 강렬했으니,

길리먼을 포함한 주변 모든 것들을 휘감았으나,

그 속에서 마침내, 마침내ㅡ길리먼은 이전까지 보지 못했던 것들을 온전히 모두 볼 수 있었다.

그가 아비라 생각했던 존재는 이제 더 이상 예전에는 숨겨왔던 그 진실들을 숨길 수 없었다.


황제는 그의 자식들을 사랑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물건들에 불과했다.

길리먼과, 그의 모든 형제들은 그저 결말을 위해 필요한 수단들에 불과했다.


그때 마티유가 미소지었다. '군주이시여, 그 분은 이제 저희 모두의 아버지이십니다.

당신께서 소위 '그분이 우리들에게 거짓을 고하고 있었다는'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되었던 그 만남의 자리에서,

황제께서는 직접 당신에게 그 분 본인이 지니고 있는 신성성에 대해서 설명하시지 아니하시던가요?'


이제 프라이마크의 얼굴 위로 떠오른 혐오는 한층 더 선명해져서,

사제의 입을 닥치게 만들기에 충분할 정도로 그의 분노를 표현해주고 있었다.


'나의 다른 군교회-주교사들은 내가 테라로 돌아올 적, 그 분의 옥좌실에 들어갔던 그 날 있었던 일들에 대해 묻지 않아야 된다는 것을 아주, 빠르게 배웠는데 말이네,'


길리먼이 부드럽게 타일렀다.


'이것만큼은 부디 잘 알아들었길 바라네. 그리고 이제, 이 신학적 토론은 충분히 이루어진 것 같군.

이제는 에스판도르 행성에서 적의 이점을 제거하는 실질적인 행동이 필요한 시간이네.'


길리먼은 그의 아비의 검을 부드럽게 뽑았다. 마티유는 그 광채에 숨을 헐떡였다.

그는 이전에 황제의 검을 수 번 정도 보았었지만,

볼 때마다 그는 이를 기적이라 여겼다.

칼집을 떠난 검의 표면 위로 불길이 붙기 시작했다.

길리먼은 신부가 경탄하는 것을 별로 탐탁지 않게 생각했다.

사실 이 무기에는 고수준의 워프 공예가 적용되어 있었으므로.

검이 황제의 쭈글쭈글하게 시든 무릎치에서 벗어나 어뎁투스 커스토디스의 캡틴-제너럴의 손에 의해 길리먼에게 전달되었을 때,

검은 놀랍게도 프라이마크의 신장에 완벽히 일치했다.


그 때를 회상하며, 길리먼은 눈살을 찌뿌렸다. 

그는 황제가 얼마나 거대했었는지를 떠올리려고 시도했지만,

그의 살아있는 기억은 이상하리만치 떠올리지 않았다.

어떤 기억들에서 그는 길리먼만큼이나 큰 크기였지만

어떤 기억들에서는 그저 필멸자 수준이였다.


'그 분의 신성이 느껴지는구나!' 마티유가 소리질렀다.

그는 휘둥그레진 두 눈으로 마치 황제 본인이 그와 시선이라도 맞추는 마냥,

불길이 만들어내는 반짝이는 그림자들을 응시하고 있었다.


'지금 여기서, 그 분의 존재가 우리 주변을 감싸고 있으니. 그 분의 영험함이 내게 느껴지는구나!'


길리먼은 검의 반짝이는 칼날을 바라보았다.

실은 그가 검을 쥐었을 때, 그 또한 황제가 근처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었다.

황제가 방문한 후에도 여전히 그 기운의 반향을 담고 있는 장소들이 실제로 존재했었는데,

이 검 또한 황제의 것으로, 바로 이 검으로 황제는 호루스를 살해하고 헤러시의 전쟁을 종결지었다.

대략 그런 식이겠지.


길리먼은 무기를 조심스럽게 들어올렸고, 불빛이 그의 두 눈 앞에서 춤추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 불이 어떻게 타오르는가에 대한 것은 과학에 기반을 둔 질문이 아니라, 대신 워프에 기반을 둔 질문이였다.

허나 동시에 검날과 그 자루를 장식하는 기계들은 과학에 기반을 둔 것이였다.

그의 아비는 양 면에서 모두 뛰어났고, 그건 그 어떤 인간도 해내지 못한 것이였다.

검은 길리먼의 연구에도 끝내 알아낼 수 없는 본질을 담고 있었고,

길리먼은 앞으로도 이 검을 따로 누군가에게 맡겨 연구토록 하게 할 생각이 없었다.


바로 이러한 기술들 때문에, 마그누스는 비난을 받았었다.

그리고 선의에 대한 믿음 아래 보내진 경고에 대한 황제의 보복은 또다른 끔찍한 악을 만들어내었다.

그것은 아버지가 만들어낸 또다른 오판이였다.

그리고 오직 인간만이 그러한 수많은 실수들을 만들어내는 법이다.


그는 신이 아니다.


그것에 대한 반박은, 그 어떤 인간도 그만큼이나 뛰어날 수 없다. 이다.


만약 한 인간이 신만큼의 권능들을 지녔다면, 그는 신이 아닌가?


길리먼이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것이 바로 마티유의 믿음의 본질이였다. 신학적인 논리.

어쩌면 그가 맞을 가능성도 있다. 나 또한 오판에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하므로.


어쨌거나 그는 검을 쥐었고, 그것을 들어올렸다.

검의 온기, 주홍빛 불이 만들어내는 빛이 주변의 어둠을 몰아낸다.

은은한 향의 향기가 방으로 퍼지기 시작한다.

뒤편에 라이브러리안들은 그들의 손을 꽉 쥐며 퇴마 주술의 기도문들을 경건히 읊기 시작했고,

그러자 그들의 두 눈들과 손들 주변에서 그들이 만들어내는 힘이 광채가 되어 빛났다.

한편 자매들은 시계에 한 발자국 더 가까히 다가가,

그 사악한 힘을 억누르는데 집중하고 있었다.


'너는 여기 있어야될 것이 아니다,' 길리먼이 말했다.

그것이 저주받은 돌시계에 대고 하는 말인지, 아니면 길리먼이 만들어낸 아비의 흐릿한 잔향에 대고 하는 말인지는 불분명했지만.

그가 다시금 말했다.


'워프로 사라지거라!'


단호한 외침과 함께, 그가 검을 내리그었다.


어떤 원리인지는 몰라도, 황제의 검은 카오스에게 극독이였다.

검은 마치 버터를 가르듯 단박에 시계의 다리 하나를 잘라내었다.

그러자 기계가 요동치며, 시계초가 이탈하거나 진동추들끼리 부딛히며 충돌했다.

이제 장부정한 석기계에 위에 올려진 기계 중심의 시계 장치는 균형을 잃었기 때문인지 더 많은 압력이 가해지고 있는 듯이 보였다.

스파크들이 계속해서 석기계 표면 위로 튀어올랐지만,

장치는 아직 넘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다만 더 빠르게 진동하고 점점 더 밝아져갈 뿐이였다.

기계가 쓰러지지 않자, 길리먼은 3개 중 두번째 다리 앞에 섰다. 

그리고 즉시 검을 올려 그것을 내리쳤다.

두번째 다리 또한 완벽하게 잘렸다.

시계가 다시금 요동쳤다.

이제 무게중심은 한쪽에 모두 쏠리고 있었다.

시계는 잠시나마 버텼지만,

곧 금속과 돌이 마찰하며 내는 소음과 함께 시계와 그것을 지탱하던 선돌이 함께 무너져 내렸다.

거대한 바윗덩어리가 바닥에 충돌하며, 곧 기묘한 빛 또한 사라졌다.

충돌과 함께 기계태엽들이 충돌하자 시계는 이상한 소리를 내었지만,

메카니즘 자체는 여전히 돌아가고 있었다.

프라이마크는 저주받은 시계를 파괴할 것을 지시했다,


'이것을 치워라,' 그가 침묵의 자매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모든 조각들을 남김없이.'


그들이 앞으로 나섰다. 퓨전 렌스 한 정이 동원되었고,

뒤이어 라스커터들까지 동원되며 침묵의 자매들은 잔해 해체 작업에 돌입했다.

길리먼은 그녀들이 작업하는 것을 감독하다가, 이내 등을 돌려 마티유를 바라보았다.

마티유는 여전히 동경 속에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여기를 떠나기를 조언하지, 군교회-주교사,' 프라이마크가 말했다.


'다시금 말하지만, 이 장소는 자네에게 안전치 못하네. 자네는 여기 너무 오래 머물러 있었어.'


그 순간 마티유의 얼굴에서 황홀감 대신 다른 무엇인가가 떠올랐다. 그는 이제 눈살을 찌뿌리며 괴로워하고 있었다.


'제 군주이시여, 저에게..' 괴로움 속에 그가 눈을 깜빡이며 길리먼 너머의 무엇인가를 가리켰다.


'섭정 각하!' 티그리우스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무엇인가가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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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수호자들이여, 제국의 섭정을 보호하라!' 콜콴이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성당 구석 구석에서 경계 중이던 어뎁투스 커스토데스들이 일사분란히 다가와 프라이마크 주변에 진형을 형성했다.

그러는 동안 자매들이 형성한 봉인 대형은 점차 좁혀지고 있었으니,

곧 그녀들은 처형자의 대검들을 일제히 들어올렸다.


그런데 길리먼이 그 저주받은 유물에 다가가려는 순간,

교회의 맨 끝자락에서부터 병사들의 외침이 들려왔다. 그리고 굳게 닫혀있던 문이 조금이나마 열렸다.


'무슨 일이냐?' 프라이마크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그의 강력한 목소리가 대성당의 긴 복도 위로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주교께서 당신의 신부가 여기 도착했다 전해달랍니다, 각하,' 빅트리스 가드 보초병들이 통신을 보냈다.


'그가 말하기로는 자신이 각하를 들어보낸 것이라 말합니다.'


'그를 들여보내라.' 길리먼이 허락했다. 그는 시계에서 조금 떨어지고는 검 손잡이를 풀었다.


'다른 것을 떠나서, 이 성당은 그의 소유이니,' 그가 독백했다.


군교회-주교자 마티유가 대성당으로 들어섰다. 그는 이전부터 항상 그러했듯, 아주 차분한 분위기를 시종일관 유지하고 있었는데

그것은 지금 오물이 옷에 묻고 긴 칼자국이 얼굴 위 왼쪽 눈을 가로질러 난 상태에도 여전했다.

길리먼은 그가 가까이 온 순간에야 주교가 시계를 보고 얼굴에 노여움을 띄우고 있음을 인지했다.

길리먼은 그가 방호 의복조차 없이 들어온 것에 놀랐다.


'그대는 여기서 안전하지 못하오, 군교회-주교자여,' 프라이마크가 이어서 말했다.


'역병이 머무르고 있고, 워프의 힘은 강하다오.'


'당신은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지요, 각하.' 마티유가 그의 한손을 심장에 얹고선 공손히 머리를 숙였다.

그의 머리 주변으로 평범한, 장식 없이 수수한 서보 스컬이 엄숙히 멤돌고 있었다.


'그런데 저는 왜 그래야 합니까?' 길리먼이 냉정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야 나는 프라이마크이기 때문이네, 마티유. 그러나 그대는 아니지.'


'허나 우리 둘은 모두 황제 폐하의 가호 아래 있지요. 제 신앙이 악으로부터 저를 보호할 겁니다.'


'그것이 이 자리의 사람들을 '보호'했던마냥?' 길리먼이 냉소적으로 비꼬았다. 그가 가리킨 곳에는 무너진 지붕 아래 깔린 녹색의 뼈무더기가 놓여져 있었다.


마티유가 미소지었다. '그대의 아버지께서는 어디든 위치하실 수 없으신 분입니다, 각하이시여.

그리고 일부의 신앙은 다른 누군가들보다 더 강한 법이지요. 당장은, 당신의 아버지께서 저를 수호하실 겁니다.'


'그것이 참이든 아니든,' 길리먼이 말했다.


'나는 그대가 환경 방호복을 입었기를 더 원했을 것이네.

보게, 이 자리에 있는 자매들과 나의 스페이스 마린 전사들조차도 헬멧들을 제대로 착용하고 밀봉 상태에 있네.

심지어 말도바르 콜콴과 그의 어뎁투스 커스토데스조차도 필요한 여과 장비 없이 여기에 들어서는 위험을 감수하지는 않았을 것이네.

이들은 황제 폐하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자들이며, 가장 뛰어난 기술력으로 창조되었네.

그런데도 이들조차 주의를 기울인다면, 당신 또한 반드시 그래야 하는 것 아니겠나?'


은하계에서 아주 소수의 인간만이 프라이마크의 말에서 나오는 이러한 제안을 무시할 수 있겠지만,

프라터 마티유는 그런 인간들 중에 하나였다. 그가 부정의 의미로 고개를 저었다.


'저는 무사할 겁니다. 저는 제 평생을 싸워왔지만, 언제나 불경에서 안전했습니다.

저는 그분의 축복을 받고 있는 겁니다.' 그가 제단이 놓여있는 공간 주변으로 올라오더니,

이제는 저주받은 시계를 향해 위험해보일 정도로 가까히 다가갔다.

가까히 다가간 그는 성스러운 의식의 형태로 아퀼라 성호를 앞에 그었는데,

확실히 시계가 내뿜는 것이 분명한 사악한 에너지의 영향을 받는 것 같지는 않아보였다.


길리먼은 신부를 주의깊게 관찰하며,

광기 혹은 질병의 징조를 예의주시했다.

때때로 마티유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순간에, 길리먼은 지배의 손을 통제하는 손을 빠르게 움직임과 동시에,

전투갑주의 신경 회로를 통해 정신 명령을 보내어 탄들을 쏟아낼 준비를 하였지만

곧 마티유가 바닥의 오물 위로 무릎을 꿇고서는 그의 머리를 조아리며 의식을 계속하는 것을 보며 긴장을 풀었다.

그는 계속해서 조용하게 기도를 올렸다.

침묵의 자매들은 각자 헬멧들에 손을 대며, 마치 그와 의사소통하는듯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는 동안 길리먼은 콜콴과 눈빛을 교환했다.

커스토디안 사령관은 살짝 어깨를 으쓱거렸는데, 그러자 화려한 갑주 위로 황금빛이 잠깐 반짝였다.


마침내 그의 기도가 끝나자, 마티유는 다시 일어서서는 앞에 놓인 그의 신의 부셔진 나무 우상을 향해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는 황제의 마지막 남은 충성스러운 자손을 향해 다시 몸을 돌렸다.


'놈들이 어쩌다가 이와 같은 악의를 가지게 된 겁니까?' 그가 물었다.


'그 어떤 것이 그들로 하여금 이와 같은 불경한 행위를 저지르도록 만든 겁니까? 저들은 스스로를 괴물들로 만들어버렸군요.'


길리먼의 얼굴 위로 복잡한 표정이 올라왔다.


'증오는 모든 인간들의 심장에 존재하는 법이지.' 프라이마크가 이어서 말했다.


'내 심장에도 있다. 나는 데스 가드 놈들을 증오한다.

놈들은 자신들이 거듭난 사악한 혼란을 위해 이성을 황폐화시키므로.

나는 제국을 배반한 내 형제들을 증오한다. 허나 오직 그들을 탓하지만은 않지.

대부분의 증오는 공포, 수치 혹은 절망에서 나온다.

반역자들 또한 절망했겠지, 그 점에 대해서 난 확신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저지른 파괴에 수치를 느꼈을 테고, 그렇기에 이토록 극단적인 증오를 지니게 된 것일게다.'


'그대는 이교도들에 대해 자비롭게 말하시는군요,' 마티유가 부드럽게 말했다.


'허나 그들이 내게서 자비를 찾게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지금의 그들이 그들이니까.

하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그들 대부분은 한 때 고귀한 전사들이였으며,

다른 것들에 의해 그렇게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사랑하는 지도자의 말은 인간의 심장을 비틀어버리기에 충분하다.

그렇기에, 그것은 황제 폐하의 잘못일 것이라고,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만약 그분께서 거짓말을 행하시지 아니하셨더라면...' 길리먼의 목소리가 잠시 흐려졌다.


그는 난색을 표했다. 그리고는 스스로에게 되물었다.

어쩌면, 그 어떤 것도 과거에 일이 그렇게 흘러가는 것을 막을 수 없었을지 모른다고.

그리고는 왕좌의 방을 떠올렸다. 그곳의 빛을. 그 방대함을. 거기에 담긴 비인간적인 영혼을.


'그분께서 진정으로 거짓을 고하였단 말입니까?' 마티유가 침묵 속에 물었다.

그는 그가 섬기는 신에 대한 언급을 반신에게 직접 듣게 됨에 흥분하여 거친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그렇다. 그랬었지. 그분께선 워프의 진정한 본질을 알고 계섰음에도, 그것을 비밀로 감추었다.

나는 그 이유가 황제께선 나와 내 형제들이 그것이 주는 유혹에서부터 지켜지길 원하셨기 때문이라 생각하지만,

결국엔 무지가 우릴 그것에게 취약하게 만들어 주었지.

호루스는 배반하기 전까지는 분명 좋은 인물이였다.

그는 자만하고 오만한 자였다. 그건 분명 사실이지.

허나 그는 우리들의 아버지께서 지녔던 제국에 대한 꿈을 누구보다도 신봉했다.

그리고 아버지와의 유대 관계 또한 그 누구보다도 강했지.'


길리먼이 마티유를 엄숙하게 바라보았다.

아마 그 또한 거짓을 진실이라 믿었을 것이다. 진심으로 믿었겠지.

그렇기에 이제 그는 길리먼의 아비가 그러했듯이, 다른 이들에게 거짓을 설파하고 있었다.


'카오스는 호루스의 사랑을 변질시킬 방법을 찾아내는데 성공했다.

내 아버지는 잘못 판단했고, 그 대가는 치명적이였다.'


마티유가 마침내 참았던 숨을 토해냈다.


'당신께서 고대에 신성 황제 그분과 함께 걸었다는 사실에 경탄합니다.

그분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듣는다는 사실이 영광스럽군요.'


'그랬었지.' 길리먼이 슬프게 말했다.


'그 날이 다시 올 수 있었으면 좋겠군.' 그는 그렇게 바라는 이유가 따로 있었다.

다만 그것만큼은 따로 마티유에게 말하지 않았다.

이제 마티유는 자신이 들은 것에 대해 자신의 상식에 따라 합당한 대답을 찾아 말하려 하고 있었다.


'무릇 신들이라함은 필멸 인간들과 같은 이치로는 볼 수 없지요, 각하.

더욱이 그 분의 이치라 함은 우리들의 시야 바깥에 존재하니,

심지어 당신조차 이해할 수 없는 법 아니겠습니까?'


그 말에 길리먼이 마티유에게 다가갔다.


'마티유, 계속해서 나에게 황제 폐하를 신이라 확신시키려 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셀 수조차 없이 많이, 그 분께서는 내게 직접 말했단 말이다.

그 시절에, 나는 지금 네가 나와 대화하듯이 그분과 대화를 나누었었다.

하지만 언제나 대답은 같았지. 황제 폐하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인류의 진화상 최정점에 놓인 존재이며 그 분의 힘은 너와 내가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이다.

허나 확실히, 그 분은 신이 아니다.

그는 인간이다.

그저 뛰어난 인간. 그렇기에 아무리 뛰어나도, 그 분은 분명한 인간이다.

인간으로써, 그는 실수를 저질렀다. 

인간으로써, 그 분은 그분만의 결함들을 지니고 있었던 거다.'


'당신께선 그 분의 자손입니다,' 마티유가 이어서 말했다.


'당신은 스스로 인간이 아니라고 방금 전에 말하지 않았습니까?'


'그렇다. 난 보통 인간은 아니지,' 프라이마크가 이어서 말했다,


'허나 황제께서 내게 주신 그 수많은 재능들에도 불구하고, 난 여전히 인간이다. 

그리고 황제 본인 또한 마찬가지다.'


마티유가 제단의 어둠 주변을 서성였다. 

그는 앞의 거대한 시계를 올려다보며 대리석 바닥에 고인 얕은 물웅덩이를 밟았고

그의 샌달 신발들 주변으로 물이 살짝 튀었다.


'만약 그대의 아버지께서 신의 힘을 가지고 계신다 하면, 

설령 그분께서 그렇든 그렇지 않다고 믿든 상관없이, 그분은 신인 것이 아닙니까?' 그가 이어서 말했다.


'황제 폐하께서는 저희를 보호하십니다. 그 증거로, 그분의 신성한 성자들이자,

희망이 사라진 전투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이들, 황제 그 분의 의지가 발현된 증거들인 리젼 오브 더 댐드가 있지 않습니까?

또한 황제의 타롯이 있습니다. 그것들로 범인들은 매일 매일을 인도받지 않습니까?'


'그는 신이 아니다,' 그가 말했다.


'그 분께서는 제게 그렇습니다. 그 분께서는 다른 수백억조 사람들에게도 신이십니다.

어째서 진실을 거부하시는 겁니까?'


'내게 있어, 그는 단지 아버지일 뿐이다.' 


이해 불가하고, 냉혈적이며, 차갑고, 조작적인 아버지. 그는 이 말들만큼은 속으로만 생각했다.


'그리고 섬겨야 될 군주이지. 나는 그 분을 위해서 한 번 죽었었고, 다시 한 번 그리할 것이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그분이 신성이 되는 것은 아니다.'


냉혈적인. 황제와 만날 대마다 그에게 다가왔던 감각이 바로 그것이였다.

끝없고, 무시무시한 냉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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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Warhammer 40,000 - Dark imperium


이야기 설명 : 대균열과 함께 은하계 전역에 워프 스톰들이 몰아쳤고, 울트라마도 그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곧 너글의 군세가 울트라마를 침공하며 '역병 전쟁'이 시작되었고,

곧 울트라마의 3개 성계가 완전히 타락하며 이른바 '스커지드 스타즈'로 차단되게 된다.


스커지드 스타즈를 발판으로 너글의 군세들은 울트라마 침공을 본격적으로 개시한다.

모타리온과 그의 데스가드 군단들, 너글의 악마 군단들은 마크라지까지 노리기 시작하였으나,

길리먼의 인도미누스 성전군이 울트라마로 귀환하며 상황은 반전된다.


허나 모타리온은 너글의 다른 2명의 사령관들과 함께 동시다발적이고 광범위한 침공을 개시하며 저항한다.

이에 길리먼은 모타리온과의 전쟁에서 전세를 뒤집고, 그의 사악한 오컬트 주술을 저지하며 나아가 모타리온 본인까지 처단하기 위해 에스판도르의 창을 조직하여 수도원 행성 '에스판도르' 행성을 재공습한다.


'에스판도르의 창'군대를 통해 에스판도르 행성에서 데스가드 군세들을 거의 몰아내는데 성공한 길리먼이였지만,

정작 모타리온은 보이지 않았으며, 가장 중요한 과업이 한 가지 남아 있었다.

그것은 이 수도원 행성에 모타리온이 설치해둔 오컬트 장치의 파괴로,

이것을 통해 모타리온은 울트라마 워존 내에서 악마들의 힘을 끌어내고 있었다.


마침내 오컬트 장치의 위치를 확인한 길리먼은 특수 부대를 조직하여 해당 대성당으로 향하는데...





길리먼은 그의 아버지의 신성함을 표현하는 문양이 새겨진 돌바닥을 걸어, 

오직 그분에 대한 신앙을 기리기 위한 목적으로 건설된 거대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가 입장한 대성당은 가히 거대한 규모로 이 시대 사람들이 황제를 향해 가지는 신앙에 걸맞는 규모였다.

이 대성당 건물은 온통 장식물과 석상 등으로 치장되어 있었는데,

그가 보기에는 거의 광란에 가까울 수준의 총애와 기도를 돌조각으로 청원하는 것처럼 보였다.

허나 이 건물을 도배하는 그러한 모든 것들의 실체 본질적인 진실과 마찬가지로,

건물 안은 그저 공허하고 텅 비여 있었다.


'그들만이 알고 있겠지,' 길리먼은 생각했다.

건물 안에 입장한 그는 머리를 들어 맑은 하늘을 감상하였다.

빛줄기들이 천장의 녹슬어가는 강철 뼈대들 사이로 내려오고 있었고,

그 아래 바닥은 나무 목재들과 천장에서 떨어진 타일들로 인해 다소 미끈거렸다.


석상들이 부셔졌고, 창문들도 다 깨졌으며 

그 밖에 황제의 신성을 기리던 모든 것들이 다 파손되고 부셔졌다.

그러나 이는 이 건물에 가해진 피해 중에서 그나마 양호한 것들이였다.

대성당의 신성을 모독하는 것은 단순히 그 예술을 파괴하는 것보다 더 근본적인 목표였으니,

카오스의 뒤틀린 영향력들은 이미 이 구조물 깊숙히 스며든 상태였다.

아까 들어온 순간부터, 달갑지 않은 악취가 대성당 벽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것은 숲의 가장 저층에서부터 흘러나오는 부패의 악취와 유사했다.

썩은 토양의 깊숙한 냄새.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계속 맡아오던, 그런 역겨운 냄새.

놈들이 처음에 약속했을 새로운 생명 따위는 거짓이였으니, 다만 이 자리에는 부패만이 가득했다.


그의 뒤를 따라 어뎁투스 쿠스토테스, 침묵의 자매단 수행원들 및 빅트리스 가드 연대의 병사들이 무기를 휴대한채로 들어와서 길리먼 주변을 엄호했으며,

라이브러리안들은 그의 가장 주변에 붙어서 따라오고 있었다.

그 순간 대성당의 폐허 안쪽에서부터 무언가 둔탁한 소리들이 들렸고,

길리먼이 안쪽으로 눈을 돌렸다. 

긴 성당의 양 맨 끝에는 커다란 교회 객실이 두개 있었고, 3번째 주 객실이 그 가운데에 놓여 있었는데

대다수의 성스러운 건물들과 마찬가지로, 그 설계는 하늘 위에서 보자면 제국의 알파벳 'I'처럼 보이게끔 설계되어 있었다.


길리먼은 다소 탐탁치 않은 마음으로 그것을 조사했다.

그의 창조자를 숭배하는 행위는 이제 제국의 반석이 된 모양이였다.

허나 그가 생각하기에, 그런 것은 카오스의 영향력들만큼이나 그 나름대로 유해성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아직까지도 그러한 광신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제국 전역의 수많은 대성당들 중에 하나일 이 대성당을 둘러보며,

그는 황제의 신성에 관한 자신의 확신들에 살짝 의문을 가졌다.


'이론적으로 치자면,' 그가 생각했다.


'황제께서는 신이지만 인류를 위하여 그 스스로 신성을 거부하셨다.

그렇다면 실질적으로는, 분명 신이 아닐까?'


'아니면,' 길리먼은 생각을 이어나갔다.


'이론적으로, 황제께서는 신이 아니였지만, 이제 신에 오르게 된 것일까?

어느 쪽이건 실질적으로는, 그 분은 신이겠군.'


허나 그는 속으로 강하게 역정을 내며 그 생각을 지워버렸다.

이딴 잡념들은 이전부터 지겨울 때마다 계속해서 튀어나왔지만,

그럼에도 그는 이 생각들에 대한 반박 논리들을 이번에도 계속해서 만들어내고 있었다.


'이론적으로, 황제께서는 언제나 신이셨지. 하지만 스스로 모르셨던 건 아닐까?

본질적으로는 신이지.'


'아니야,' 그가 부정했다.


'이론적으로, 황제께서는 인류를 보호하기 위해 신이 되셨던거지.

그러니 결국 신인건 아닐까?'


'그는 신이 아니야,' 그가 재차 반박했다.


'이론적으로,' 그가 다소 거친 감성과 함께, 반역스러운 생각을 바로 걷어냈다.


'황제께서는 신인 적이 없다. 그분께선 신이 되시길 거부했고 그 분의 힘을 신성으로 잘못 본 인간들에 의해 오인받으신 것이다.

그러니 그 분께서는 분명 신이 아니다.'


'황제께서는 신이 아니다!' 이번에 길리먼은 입을 열어 제법 큰 소리로 그것을 말했다.

이번 잡념만큼은 평소처럼 속으로 전부 갈무리하기 힘들었다.


그 분만치 차갑고 계산적인 존재는 숭배의 대상이 될 가치가 없었다.

그런데도 어째서, 이 생각은 자꾸 그를 따라다니는 걸까?


'어..각하?' 막심이 물었다. '괜찮으십니까?'


'아무것도 아니네,' 길리먼이 다시 이성을 되찾으며 말했다.


그리고선 다시 짙은 어둠만이 가득한 대성당 안쪽을 살펴보았다.


'대기 구성 분포는 이곳이 분명 영 좋지 못한 곳임을 암시하고 있지만, 확실히 여기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군.

어디에 모타리온의 장비가 위치하고 있겠나?'


'그 사악한 장치는 분명히 여기 있습니다. 아마 저 높은 제단 위에 위치하고 있을 겁니다,' 치프 라이브러리안 티그리우스가 짙은 어둠에 휩싸여 있는, 대성당의 대형 벤치 쪽을 가리켰다.


'그 저주받은 것은 그림자 영역에 숨어 우리들로부터 제 스스로를 감추고 있습니다.'


'확실히 저기 무언가 있는 것 같습니다,' 막심이 말했다. '저도 느낄 수 있습니다.'


길리먼은 계단 아래서 그를 기다리는 대성당의 길고 넒은 통로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무리와 제단을 받히고 있는 대형 벤치 사이에는 대략 1km의 반질반질한 대리석 바닥으로 이루어진 복도가 놓여 있었는데,

바닥 위로는 천장에서 무너져 떨어진 타일 조각들이 가득했다.

그는 장갑 주먹을 튕겨 침묵의 자매들에게 그녀들의 전투 언어로 사용되는, 전투용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그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신속하게 통로로 진입했다.

그녀들의 이름 그대로, 그녀들은 전진함에 있어서도 조금의 소리도 내지 않았으며,

그들의 갑주 또한 조금의 치잘음도 내지 않았고

교회의 잔해들을 밟으면서도 발소리 또한 전혀 나지 않았다.

다만 그들의 은빛 갑주만이 어둠 속에서 빛날 뿐이였다.


'그녀들이 먼저 전진하도록 하게,' 길리먼이 말했다.


'무언가 요망한 사술이 여기 존재한다면, 그녀들의 특별한 재능이 그것을 산산히 찢어버릴테니.'


길리먼과 수행원들은 한동안 기다렸다. 허나 어둠은 걷히지 않았고,

다만 떨리는 음성만이 프라이마크의 헬멧 안으로 들어왔다.

그림자는 여전히 짙게 펼쳐진채로, 안에 비밀들을 감추고 있었다. 

자매들은 이미 그 안에서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녀들이 그것을 찾았다는군.' 길리먼이 말했다. '가자.'


길리먼이 먼저 통로로 걸어갔다. 물론, 자매들과는 달리 덜 조용했으므로,

그가 걸을 때마다 발 아래의 깨진 지붕 타일들이 요란스레 으깨졌다.

12개 챕터들에서 모인 20명의 라이브러리안들 또한 엄숙한 긴장 속에 길리먼의 뒤를 따랐다.


그들은 제단으로 오르는 계단들이 기다리는 코 앞에서 자매들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그녀들은 수 미터 위의 제단으로 오르는 계단에서부터 어느정도 거리를 두고 있었고,

여기서는 아직까지 그것이 보이지 않았다.


'바로 여기입니다!' 라이브러리안 한 명이 사악한 기운의 압박에 숨을 헐떡였다.

어뎁투스 아스타르테스의 라이브러리안들이 각자의 재능들을 펼쳐 이 대성당에 깊게 숨어든 악랄한 존재를 퇴마할 준비를 거행하자,

프라이마크는 뒷골에서 싸이킥 에너지의 강력한 감각적 압박이 자신을 자극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보라,' 시스터-커맨더 벨라가 사인을 보냈다.


'적의 무기를'


이후 그녀는 길리먼 앞에 놓인 대리석 층계 하나를 올라, 제단에 조금 가까히 다가갔다.

그러자 한 수십여명의 노파들이 만들어내는 죽음의 통곡성들을 한데 뭉친 것과 같은 기괴한 소리와 함께,

계단 주변의 어둠 장막이 흩어지다 이내 사라졌다.

계단들 맨 위에, 거대한 제단 바로 앞에 어떤 끔찍한 흉물의 오컬트 장치가 올려져 있었다.

그것은 대략 대성당의 천장에 닿을만치 거대한 높이였는데,

3족으로 지탱되는 어떤 황동과 유리, 그리고 악의 가득한 의도로 디자인된 일종의 대형 시계였다.

그것의 긴 프레임 사이 사이로는 그 안에 알 수 없는 용도의 부글거리는 액체들이 가득 담긴 유리공들이 장식되어 있었으며,

시계 태엽의 시계 바늘들은 한 축을 따라 미친듯이 돌고 있었는데,

따라서 그것을 자세히 살펴본다면 이것들의 작용이 물질 우주를 기반에 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맨 꼭대기에는, 3개의 시계면들이 반대로 시간이 돌아가고 있었는데,

각각의 시계면들은 각자 고유의 진자를 지니고 있었고,

그것들은 앞뒤로 흔들리며 시계면들 자체의 시계 바늘들 바깥에서 복잡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 진자들은 끝없이 움직이면서, 서로 아주 미묘한 차이로 닿을락 말락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진자들의 추는 반달형 도끼날들로 강철로 빚어진 것들이였으며,

그것들이 회전할 때마다 주변 공기가 희미하게 전율하고 있었다.

한편 그 거대한 시계의 빈 몸체 안에서는, 어둠의 에너지들이 불길히 소용돌이치며

탁탁거리는 실린더들과 시계를 감싸돌고 있었다. 

가장 가운데에는 어떤 삼각형 선돌이 위치하고 있었는데,

대략 12미터 높이의 그 구조물은 감람석 비스무리한 어떤 녹빛의 광물로 구성되어 있었고,

수많은 톱니바퀴들과 사악한 싸이킥 에너지 속에 휩싸여 있었다.

그 삼각 구조물은 아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거꾸로 뒤집혀 있었는데,

그 뾰족한 끝 부분으로만 버티고 서서 최소 1cm은 족히 넘을 두께의 돌 구조물 전체를 떠받들고 있었다.

바로 그 구조물에서부터 무언가 두통을 일으키는 파동이,

영혼을 잠식해가는 절망의 심장 박동소리가 느리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시계 구조물 전체를 떠받들고 있는, 적녹이 섞인 강철 다리기둥들은 3갈래의 황동으로 구성되어

너글 특유의 3엽편 상징을 묘사하고 있었다.

그거들 또한 자체적인 내부의 힘으로 진동하고 있었는데,

주변으로 흐릿한 열기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처음에 들어올 적에 대성당은 고요 그 자체였지만,

시계가 눈에 보일 즈음해서 이제는 톱니 바퀴들이 마구 돌아가고 빠르게 갈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마치, 시계가 한번이라도 누군가의 존재를 알아차리면, 그것이 만들어내는 소리에서 벗어날 길 없이 완전히 그 앞에 노출되는 것과 같은 느낌이였다.


'이것이 그 흉물이다.' 자매-지휘관 벨라스가 신호를 보냈다.


'카오스의 종들은 가능한 모든 곳에서 우리들의 신성한 그 분을 모독하려들지.'


테라로 향하는 동안, 길리먼은 침묵의 자매단 재건에 중점을 두었으므로,

테라에 귀환하자마자 그는 자매단의 남은 파편들을 다시 붙여놓는 작업을 수행했었다.


과거, 어뎁투스 아스트라 텔레파시카의 영향력이 흐려지고 쇠퇴할 때마다,

자매단 또한 시간을 거쳐 계속해서 축소되어갔다.

위대한 성전기와 헤러시 당시에는 상대적으로 많은 수의 침묵의 자매들이 존재했고,

헤러시 이후 대략 1천년 이후에 벌어진 '짐승' 전쟁 당시에도 제 역할을 충분히 해낼만큼의 자매들이 존재했었지만,

오늘날 41st 천년기에 이르러서 그녀들은 너무나도 위축되어 멸망을 앞두고 있었다.

남은 이들은 블랙 쉽들에 소속되어, 싸이커들을 사냥하고 화물들에 능력들을 끼얹는 그런 잔인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으며

황제 축일의 군사회들 또한 해체되어 그대로 사라지거나 전쟁 속에서 사멸되어 없어졌다.

이제 현존하는 소수의 자매회들은 제국 전역에 흩어져 있었고,

대부분은 겨우 한줌의 구성원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녀들은 이곳 저곳에서 싸워나가고 있지만, 이전의 영광스런 나날들은 다 기껏해야 신화가 되어버렸다.

그녀들은 그녀들이 지키고자 노력했던 사람들에게 잊혀진지 오래였다.

망각 속에서 수천년이 지난 후에, 길리먼이 깨어나자 침묵의 자매들 또한 다시 빛 위로 모습을 드러내었지만,

그것은 그가 누구였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무엇이였기 때문에 더 가까웠다.

그녀들에게 있어, 그는 사람이 아닌 다만 살아있는 성자 그 자체였다.

침묵의 자매들이 다른 수많은 잘못 인도된 인간들과 마찬가지로, 그의 아비를 신으로 섬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길리먼은 당시 제법 충격을 먹었었다.

그리고는 또다시, 그의 형제 로가를 떠올렸었다.


어쨌거나, 그 시계인지 뭔지 모를 구조물은 마치 피해자를 죽이고 그 위에 선 살해자마냥 신전 제단 앞에 우뚝 솟아 있었다.

제단을 구성했을 값진 돌 선판들은 반으로 쪼개져 있었으며,

뒤편의 벽에는 역병 신의 3족 문양이 벽면에 깊숙히 새겨져 있었는데,

기계와 벽 사이를 떠도는 기이한 도깨비불이 반짝이며 문양을 구성하는 기이한 신비술 글자들이 눈에 드러났다.


제단 위에 놓인 황제의 나무상은 여전히 두 손을 펼친 자세로 아래 신도들에게 축복을 내려주고 있었으나,

그 머리통과 발 그리고 양 손들은 무참히 난자당한 상태였으며, 한쪽 방면에서 완전히 태워져 숯이나 다름없는 상태였다.

나무상의 양 옆에는 작은 상들을 위한 공간들이 늘어져 있었는데,

각 방들은 충성파 프라이마크들을 상징하는 장식물들이 담겨져 있었다.

그런데 알 수 없는 이유로 이 공간들은 그냥 방치되어 있었다.

길리먼은 그것에 대해 우스울 정도로 낙관적으로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 아마, 저들은 저 장식물들의 용도가 뭔지 몰랐나보지.


자매들이 길리먼 곁에 서 있는 한 악마들린 시계 장치의 해악으로부터 그는 계속 보호받을 터였으나,

그 오컬트 기계가 내뿜는 악의 기운은 여전히 그의 속을 좋지 못하게 만들고 있었으므로,

그의 양 손은 저 기계를 파괴하고픈 욕망에 계속해서 따끔하게 쑤시고 있었다.

사실 그 기계는 계속해서 그의 정신을 몰아가고 있었다.

무언가 형체 없고 소리 없는 영적인 속삭임들이 끊임없이 그에게 속삭이며,

당장 몸을 보호하는 갑주를 뜯어내버리고 더러운 폐허 속에 스스로를 담그라고 부추기고 있었다.

만약 자매들이 그 저주받을 것의 주변을 둘러싸서 봉인을 형성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길리먼조차도 다가가기 어려웠을 것이다.

길리먼은 일단 지금으로는 그의 초월적인 의지를 다하여 속삭임을 막아내고 있는 중이였다.


'내 형제놈이 이 행성의 대지를 더럽히는데 썼던 것이 바로 이것이로군,' 그가 차가운 분노를 담아 말했다.


'니케아 공의회에서 라이브러리움에 대해 가장 언성을 높혔던 그가 말이야.'


'에스판도르 행성에 마지막 남은 것이다.' 자매 사령관이 신호를 보냈다.


'이와 같은 우상들은 그대 아버지의 신성력을 약화시키지.

우리는 이것들 중 하나를 코너의 변방 복합시설에서, 그리고 로도시아 도시 안에서 또 하나를 파괴했고,

이제 이것만이 마지막으로 남아 '스커지드 스타즈'와의 유일한 연결 고리가 되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 역병 신의 주구들은 3 혹은 7을 형성하지.

만약 우리가 이를 파괴한다면, 이 행성을 더럽히던 악마의 기운 또한 약화될 것이다.

악마들 또한 현세에 남기에는 너무 적은 힘만을 지니게 되겠지.'


'정작 모타리온은 여기를 벗어났군,' 길리먼이 말했다.


'아뇨, 군주이시여,' 티그리우스가 이어서 말했다. '놈은 애초부터 없었던 겁니다. 만약 놈이 한번이라도 여기 발을 디뎠었다면, 우리들이 그것을 먼저 감지했을 겁니다.'


'그렇다면 이제 이 행성을 떠날 때로군.'


길리먼은 예전부터 그의 형제를 만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허나 데몬 프라이마크가 이 주교 행성을 손아귀에 넣는데 상당한 공을 들였음이 분명함에도,

정작 모타리온을 이 에스판도르 행성에서 만날 기회는 희박해진 것이 명확했다.

허나 이것은 첫 걸음에 불과했다.

길리먼은 다짐했다. 반드시 그의 형제를 찾아내어, 자신의 손으로 그 악적을 처단하겠노라고.

인내는 항상 그의 것이였다.


'이 악마의 기계는 철거 정도로는 굴복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르디움 행성에서 보았었던 그것과 마찬가지로요.'


막심이 이어서 말했다.  '악의로 가득한 영적 존재가 여기 어딘가서 머무르는게 느껴집니다.

저 시계를 파괴하기 전에, 저희들이 그 악령을 먼저 봉인해야 될 것 같습니다.'


'전사들을 준비시키게, 티그리우스,' 길리먼이 말했다.

그의 손이 검의 손잡이 부분을 쥐었다 피었다를 반복했다.


'내 직접 이것에 최후를 선사해주리라, 황제 그 분의 신성한 검으로.'



ps. ​사실 앶3때문에 하게 된 번역.

무슨 의미냐면, 앶3 게임이 워낙 똥겜이라 방파면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서

조금씩 번역하던 부분이 어느새 다 완성되어버리게 되었다는 그런 이야기..

여튼 소설 전체를 할 생각은 당연히 없고요.

소설 딱 마지막 부분입니다.

총 3부작 시리즈인데 현재는 1권만 나온 상태.

Posted by 스틸리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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