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Source :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warhammer&no=1754541&page=1&exception_mode=recommend


11

 

 두 사람은 숨 죽이고 계속해서 나아갔다. 안개에 깊숙히 파고들자 고트렉은 조심스럽게 발자국을 풀로 가려줬다. 펠릭스도 똑같이 따라했다.


 어느 정도 가자 펠릭스도 고트렉이 말했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듣자보니 대략 20명 정도의 사람들이 동시에 기도문을 읊는 듯 했다.


 몇 몇은 인간의 목소리처럼 들렸지만, 다른 목소리들은 낮고 짐승 울음소리 같았다. 느린 박자로 울리는 북소리, 짤랑거리는 향발과 귀에 거슬리는 백파이프 소리와 함께 남녀들의 괴성이 안개를 타고 들려왔다.


 이때 펠릭스는 점점더 확신이 들었고, 단어 하나가 그의 마음속에서 끝없이 맴돌았다. 이윽고 그 단어가 그의 입 밖으로 흘러나왔다.


 “슬라네쉬.”


 펠릭스는 몸서리를 쳤다. 슬라네쉬, 형용할 수 없는 쾌락의 신. 최악의 타락을 불러오는 자. 오직 알트도르프의 마약 소굴과 창관에서 상식을 초월하는 비인간적 쾌락을 탐닉하는 자들에 의해 속삭여지는 이름. 타락, 육욕, 그리고 제국의 어두운 면과 깊이 연관된 재앙. 슬라네쉬의 추종자들에게 그 어떠한 절정도 이상하지 않으며, 어떠한 쾌락도 용인된다.

 

 “안개가 우리를 가리고 있어,”펠릭스가 트롤슬레이어에게 말했다.

 

 “쉿! 조용. 더 접근해야 돼.”

 

 그들은 슬그머니 발길을 옮겼다. 물방울이 맺힌 길게 자란 풀잎들 사이에서 걷다보니 온몸이 덩달아 축축해졌다.

 

 그들은 저 앞에 어둠 속에서 활활 타오르는 장작더미를 볼 수 있었다. 나무 타는 냄새와 달콤한 냄새가 스며나왔다. 혹시나 집회에 지각한 사람이 뒤에 있을련지 확인해보기 위해 펠릭스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왠지 자신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느낌이 들었다.

 

 한 발짝 한 발짝, 비록 더디지만 그들은 접근했다. 고트렉이 등에 메고 있던 도끼를 꺼내들려고 할 때 펠릭스의 손가락을 살짝 스쳤다. 뜨거운 아픔과 함께 손가락에서 피가 철철 흐르기 시작했다. 펠릭스는 터져나올 뻔한 비명소리를 참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드디어 풀밭의 끄트머리에 도달하자, 그들은 자신들의 목적지를 마주하게 되었다. 둥글게 세워진 여섯개의 외설적이게 조각된 돌들 중간에 평평한 거석이 자리잡았다. 그 돌들은 빛을 발하는 버섯들에 의해 초록빛이 감돌고 있었다. 돌들의 꼭대기에는 연기를 토해내고 있는 아궁이가 놓여져 있었다.

 

 창백한 녹색 섬광이 이 지옥같은 경치를 둘러쌌다.

 

 흑석의 고리 안에는 긴 망토를 입고 가면을 쓴 여섯 명의 인간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인간 여자들이나 남자들이나 망토 자락의 절반을 어깨부터 걷어올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속살을 드러냈다.

 

 그들은 한손으로 향발을 흔들며, 다른 한손에 든 회초리로 앞에 있는 사람을 채찍질하며 외쳤다.


 “이그라크 투 아마트 슬라네쉬! (Ygrak tu amat Slaanesh!)

 

 펠릭스는 몇몇 이들의 몸이 벌써 멍투성이가 된 것을 발견했다. 그럼에도 그들은 고통을 느끼지 않는 듯 의식을 계속했다. 어쩌면 그들이 피고 있는 향에 진통 효과가 있는지도 모른다.

 

 돌들의 고리 주위에는 무시무시한 형체들이 누워있었다. 북을 치는 자는 거구에 숫사슴 머리와 갈라진 발굽을 가진 괴물이었다. 바로 옆에 개 머리가 달린 괴물이 빨판 달린 손가락으로 백파이프를 연주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 무리의 기형 남녀들이 멀지 않은 곳에서 몸이 비틀려지고 있었다.

 

 몇몇 이들은 신체가 괴상하게 비틀려졌다: 큰 키에 막대기처럼 생긴 머리를 가진 남자, 눈과 유방이 각각 세 개씩 달린 뚱뚱한 여자; 또 몇몇은 거의 인간의 흔적이 사라질 정도로 심각하게 변이되었다: 비늘이 뒤덮인 뱀 인간과 늑대 머리에 이빨과 입, 그리고 온갖 구멍들이 뒤범벅되게 섞여진 괴물이 있었다. 펠릭스는 거의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그는 갈수록 커져가는 두려움을 애써 억누르고 이 광경을 지켜보았다.


 북을 두드리는 속도가 점차 빨라졌다. 구호를 외치는 박자도 이에 따라 빨라지고, 백파이프의 조잡한 소음도 박차를 가했다. 석상들 중간에서 춤을 추는 사람들은 더욱 광란에 빠지면서 자신과 주위 사람들을 새빨간 회초리 자국이 보일 정도로 채찍질했다. 마지막으로 향발을 힘줘서 치고 모두 조용해졌다.

 

 펠릭스는 하마터면 자신이 발각된 줄 알고 경직했다. 제단에서 피우는 향이 그의 콧구멍을 가득 채우더니 그의 모든 감각을 앗아가려는 듯 괴롭혔다. 이제 펠릭스는 방금 전보다 더 멍하고 괴리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 빠진 체 있었던 펠릭스를 깨운것은 옆구리에서 느껴지는 아픔이었다.

 정신차린 펠릭스는 고트렉이 팔꿈치로 자신을 찌르고 있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펠릭스의 주의를 끌자 고트렉은 열심히 석상들 중간을 가리켰다.

 

 펠릭스는 고트렉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열심히 관찰했다. 알고보니 고트렉이 가리키고 있던 곳에 검은 마차가 있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적막을 깨는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마차의 문이 덜컥 열렸다. 펠릭스는 숨을 죽이고 무엇이 나올지를 지켜보았다.


12


 이윽고 알록달록한 망토에 얼굴을 가린 키 큰 사람의 형상이 안개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었다. 수수께끼의 인물은 장엄하게 걸음을 옮겼다. 그의 품 안에는 줄무늬 헝겊에 둘둘 싸매인 무언가가 안겨있었다. 펠릭스는 고트렉을 바라보았지만 그는 이 모든 광경을 독기를 가득 품은 표정으로  노려보기만 했다. 펠릭스는 점점 이 드워프가 인내를 잃을 까 걱정이 들었다.

 

 마차에서 나온 사람은 석상들의 고리 중앙으로 걸어나왔다.


 “아마크 투 아마트 슬라네쉬!” 품안에 든 물건을 번쩍 들어올리며 그가 외쳤다. 펠릭스는 헝겊 안에는 생사를 확인할 수 없는 아기가 감싸였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그라크 투 아마트 슬라네쉬! 차르콜 테인 아마트 슬라네쉬!” 이교도의 무리들이 열광하며 따라 외쳤다.

 

 정체를 감춘 자는 주위를 둘러싼 참가자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훑어 보았다. 펠릭스는 마치 그의 갈색의 눈동자가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혹시 집회의 주최자는 이미 자신들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그들을 우롱하는 것이 아닐까, 펠렉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아마크 투 슬라네쉬!” 이교도들의 수장이 다시 뚜렷하게 들리도록 외쳤다.

 

 “아마크 클래사! 아마트 슬라네쉬!” 집회 참가자들이 따라 외쳤다. 그리고 이제 어느 사악한 의식이 거행될 것이 명백했다. 교주는 의식적인 걸음으로 제단으로 다가갔다. 펠릭스는 입술이 바짝 말라갔고 고트렉은 뭔가에 홀리는 듯한 표정이었다.

 

 우뢰같은 북소리와 함께 아기는 제단 위에 놓여졌다. 여섯 명의 춤 추던 사람들은 이제 각자 돌기둥 하나 옆에서, 두 다리를 넓게 벌리고 관능적인 자세로 석상들을 끌어안았다. 의식의 다음 단계로 건너가면서 그들은 몸을 석상에 걸쳐앉고 요염한 동작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면을 쓴 교주는 느려뜨린 망토 속에서 기다란 물결 모양의 칼을 뽑아들었다. 차마 볼 수 없는 광경이 눈 앞에 펼쳐지자 펠릭스는 드워프가 뭔가 행동을 취할 지 기대했다.

 

 이교도는 칼을 천천히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펠릭스는 자신에게 계속 관찰할 것을 강요했다. 슬슬 불길한 기운이 근처를 맴돌기 시작했다. 이윽고 향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와 안개가 친친 감겨서 엉겨붙는 듯이 요동쳤다. 펠릭스는 어렴풋이 그 연막 속에서 괴상하게 비틀어진 형체가 나타나는 것을 보았다. 이제 그는 더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만!” 펠릭스가 내질렀다.


 그리고 그는 고트렉과 풀밭에서 불쑥 튀어나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석상들의 고리로 돌입했다.


 이교도들은 처음에 그들을 발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곧 이어 북소리가 잦아들고 교주가 경악한 모습으로 그들을 쳐다보게 되었다.

 

 잠시동안 모두 어리둥절하게 빤히 쳐다보기만 했다. 누구도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지 몰랐었다. 그러더니 교주가 칼을 두 사람에게 겨누면서 외쳤다: “방해자들을 죽여라!” 그러자 이교도의 무리들은 우르르 몰려오기 시작했다.


 펠릭스는 발에 날카로운 통증과 뭔가에 걸린 것을 느꼈다. 고개를 돌려 보니 절반은 여인이고 절반은 뱀의 생물체가 그의 발을 부둥키고 있었다. 펠릭스는 힘써 걷어차버리고 나뒹구는 흉물을 향해 칼을 내리꽂았다.


 칼이 뼈마디를 관통하며 둔탁한 느낌이 팔에 전달되었다. 행동력을 되찾은 펠릭스는, 고트렉이 제단을 향해 전진하며 적을 무찔러 흥건히 뿌려낸 피의 길을 따라서 냅다 뛰기 시작했다. 무시무시한 양날 도끼가 들어올려지고 내리찍힐 때마다, 붉은 파괴의 흔적이 궤적을 만들었다. 비록 이교도들의 행동은 무뎌지고 휘청거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두려움을 모르는 듯이 덤벼들었다. 남자든 여자든, 변이되거나 온전하거나, 모두 죽음을 각오하고 방해자들을 향해 몸을 던졌다.


 펠릭스 또한 그를 향해 덤비는 적들을 난도질하며 해쳐나갔다. 그는 자신을 향해서 펄쩍 뛰어온 개의 머리가 달린 남자의 갈비에 칼을 꽂아넣고 심장을 쑤셔박았다. 그리고 칼을 빼낼 때 마침 야수의 발톱이 달린 여자와 함께 점액에 뒤덮인 남자가 그를 덮쳤다. 그들의 충격으로 펠릭스는 뒤로 벌러덩 자빠졌다.


 펠릭스는 여자의 야수 발톱이 그의 얼굴을 찌르는 순간에 발로 여자의 복부 하단을 걷어차서 떨쳐냈다. 상처 부분에서 핏방울이 눈으로 굴러떨어졌다. 점액 투성이의 남자는 불품없이 넘어졌지만 다시 몸을 일으켜 펠릭스의 목덜미를 움켜잡았다. 펠릭스는 왼손으로 단검을 찾기 위해 더듬거리는 사이, 오른손으로 남자의 목을 마주 잡으려고 버둥거렸다. 하지만 점액으로 인해 미끌한 피부를 지닌 남자는 상대하기 까다로웠다. 남자는 몸을 비틀어 펠릭스의 손아귀를 떨쳐냈다. 그는 펠릭스의 목을 더 세개 조여서 호흡을 차단했고, 자신의 몸을 펠릭스에 가까이 대서 비비적거렸다. 그는 쾌락에 빠진 체 헐떡였다.

 

13


 어둠이 점차 시인의 시야를 점령해갔다. 조그마한 은색 방울이 그의 눈가에서 스며나왔다. 그는 눈앞의 어둠에 몸을 내던져 이대로 휴식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갑작스럽게 어딘가 먼 곳에서 그는 고트렉의 우렁찬 전투의 함성이 파동쳤다. 덕분에 살아난 정신력에 빌붙어 펠릭스는 단검을 검집에서 잡아채고 흉물의 갈비 사이에 깊이 찔러넣었다. 흉물은 자신의 사지가 뻣뻣해지는 와중에 활짝 웃으면서 장어처럼 생긴 이빨들을 들어내었다. 그는 죽어가면서도 황홀의 교성을 질렀다.


 “슬라네쉬님, 저를 데려가세요,” 점액 범벅의 남자가 떨면서 외쳤다. “아, 고통, 사랑스러운 고통!”


 이때 짐승의 발톱이 달린 여자와 펠릭스는 거의 동시에 일어섰다. 펠릭스는 즉시 발을 뻗어 부츠로 여자의 턱을 강타했다. 으드득거리는 소리와 함께 여자는 자빠졌다. 펠릭스는 머리를 흔들어 눈에 들어간 피를 떨쳐냈다.

 

 이교도 무리들은 거의 모두 고트렉에게 모여있었다. 덕분에 펠릭스는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드워프는 흑석의 고리 중앙으로 진입하기 위해 적들을 썰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움직일 때마다 밀려오는 몸뚱이들이 그를 방해했다. 펠릭스는 고트렉이 군데군데에 경상을 입은 것을 발견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드워프의 가공할 파괴력은 보는 사람들을 섬뜩하게 만들었다. 입에 거품을 물은 체로, 그는 도끼를 휘두를 때마다 함성을 지르면서 잘려나간 팔다리와 몸통, 머리들을 사방에 흩날렸다. 그는 끈적한 피에 흠뻑 젖은 체로 분투하고 있었지만, 아무리 그의 용맹함이라고 해도 펠릭스는 고트렉이 곧 당해내지 못하리라고 보았다. 결국에는 숨어있던 이교도가 몽둥이로 고트렉을 세게 내리치자 고트렉은 넘어지고 말았고, 이를 이교도들은 우르르 모여들어 깔아뭉겠다.


 그리하여 슬레이어는 그의 종말을 맞이하였다, 펠릭스는 마음속으로 말했다, 마치 그가 바라던대로.

 

 싸움의 난장판에 떨어져 있었던 교주는 다시 격식을 차리고 의식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그는 단도를 높이 들어올렸다. 전에 안개 속에서 나타나려던 공포스러운 형체가 다시 들끓어 올랐다.

 

 펠릭스는 일단 저 형체가 모습을 완전히 갖추게 되면 죽음을 모면할 수 없으리라 짐작했다. 하지만 펠릭스는 고트렉처럼 정면 돌파를 강행 할 재주가 없었다. 잠시동안 펠릭스는 모르슬리브의 빛을 반사하며 반짝이는 이교도 고위사제의 단도를 지켜보며 골몰히 생각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단검을 뒤로 빼들었다. “지그마시여 저의 손을 인도해 주소서,” 그는 기도를 하고 단검을 내던졌다.


 단검을 직선으로 날아가더니, 고위사제의 가면 아래에 노출된 취약점인 목에 정확히 파고들었다. 이윽고 이교도의 수장은 목쉰 소리를 내더니 뒤로 고꾸라졌다.

 

 원망이 찬 흐느낌이 들리더니 안개들이 걷혀지도 그 속에 들끓고 있던 형체도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거의 동시에 이교도들이 충격받은 체로 제단을 올려다 보았다. 그러더니 기형의 생물들은 고개를 돌려 펠릭스를 노려다 보았다. 그제야 펠릭스는 자신을 향한 우호적이지 않은 눈길들을 발견했다. 펠릭스는 너무, 너무 두려웠던 나머지 서있던 곳에 경직된 체 있었다. 침묵하는 공기 속에 살기가 넘쳐났다.


 그때 갑자기 고막을 찢을 듯한 함성이 들리더니 고트렉이 시체 더미들 중에서 벌떡 일어나서 육중한 주먹을 휘둘렀다. 그리고 몸을 숙여서 바닥에 떨어진 도끼를 잡아들었다. 그는 도끼의 손잡이를 단단히 쥐고 마구 휘둘러댔다. 펠릭스는 칼을 집어들고 고트렉의 곁으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두 사람은 적들과 싸우다가 마침내 등에 등을 맞서게 되었다.

 

 이교도들은 공포와 더불어 수장을 잃어버린 상황에서 밤과 안개를 틈 타 도망치기 시작했다. 곧 흑석의 고리에는 고트렉과 펠릭스 밖에 남지 않았다.


 고트렉은 펠릭스를 전투의 분노가 가시지 않은 체 노려보았다. 그의 염색된 머리카락은 피에 흠뻑 젖었다. 저주 받은 달빛 아래, 고트렉은 마치 악마처럼 보였다.


 “덕분에 나의 위대한 죽음이 털려버렸군, 인간.” 말하면서 고트렉은 그의 위협적인 도끼를 들어올렸다.


 펠릭스는 혹시 고트렉이 아직 전투에 목말라해서 서약이고 뭐고 자신을 두 동강 내버리려는지 두려워했다.


 고트렉은 서서히 펠릭스에게 다가가더니 씨익 웃었다.


 “신께서 나에게 더 위대한 죽음을 선사하기 위해 보우하는 것이겠지!”


 그리고 고트렉은 도끼를 바닥에 박아내리고, 눈물나게 웃었다.

 

 마침내 웃음이 멈추자, 고트렉은 제단으로 터벅터벅 걸어가 아기를 안아올렸다. “아직 살아있어,” 고트렉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한편 펠릭스는 얼굴을 가린 이교도들의 시체들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는 시체들의 얼굴 가리개를 벗겨냈다. 첫번째는 금발 머리에 회초리 자국과 멍투성이의 여자였다. 두번째는 젊은 남성이었다. 그의 목에는 펠릭스가 목에 건 것과 똑같이 생긴, 망치 모양의 목걸이가 걸려있었다.


 “내 생각에는 여관으로 돌아가지 않는게 좋을 거 같아,” 펠릭스가 슬프게 말했다.

 

14


 현지에서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하츠로흐의 샬리야(주1) 신전 계단 앞에 아기 하나가 놓여있었다고 한다. 피로 물든 서든란트제 가죽 망토에 둘둘 싸매지고, 금화 몇개 들어있는 주머니와 함께 망치 모양의 목걸이를 걸은 체 버렸졌다는 것이다. 신전의 여사제는 새벽녘에 검은 마차가 신전을 질주하며 지나간 것을 보았다고 맹세했다.


 그리고 하츠로흐의 사람들은 훨씬 어두운 또다른 이야기를 전했다. 잉그리드 하우프만과 여관주인의 아들 건터가 어둠의 신께 바치는 의식에서 살해되었다는 이야기다. 흑석의 고리에 널브러진 시체들을 발견한 현지의 길 파수꾼은, 분명히 매우 끔찍한 의식일 것이라고 말한다. 시체들은 마치 악마가 휘두른 도끼에 갈갈이 찢겨진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주1

샬리야: 인간이 믿는 치유의 신.


-------------------------

해설: 알고보니 잉그리드랑 건터가 슬라네쉬 종자였음. 그리고 슬라네쉬의 악마를 소환하려는 것을 고트렉이랑 펠릭스가 막은 것임. 여관주인의 아들을 구하러 갔다가 여관주인의 아들이랑 약혼녀까지 죽여버린 것을 나몰라라 하고 마차 뺏고 도망치는 것임. 


역자 후기: 펠릭스도 잘 싸우네.... 만약에 검술 훈련을 받은 시인이 이런 정도면 제국이 카오스 발라버리는 건 쉬울 듯.


ps. 퍼온자의 후기. 고트렉과 펠릭스 저도 좋아합니다.ㅋㅋ

나중에 번역해보고 싶네요

Posted by 스틸리젼
,
728x90



출처 :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warhammer&no=1754539&page=1&exception_mode=recommend


상편 이야기: 

모르슬리브의 대보름에 길바닥에 내버려진 펠릭스와 고트렉은 숲 속 오솔길을 따라 걷고 있었다. 비스트맨이 어슬렁거리고 있는 것을 느낀 고트렉은 마구 도발을 해댔다. 그러다가 수상한 검은 마차가 하마터면 고트렉을 깔아뭉겔 뻔 했다. 화가 난 고트렉은 펠릭스와 함께 마차를 추적했다. 근처 여관에서 말 울음소리가 들려오자 2인조는 여관을 수색했지만 헛바탕이었다. 이에 펠릭스는 여관에서 술을 마시고 밤을 보내자는 제의를 했다.


한바탕 실랑이를 하고 2인조는 여관에 들어갔다. 술을 마시던 두 사람은 여관주인의 아들, 건터가 실종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옆에 있던 상인이 작년 모르슬리브 대보름에 건터의 미혼녀 잉그리드 하우프만의 비슷한 경험을 말해주었다. 대보름에 실종된 잉그리드가 다음날에 멍투성이로 발견됬었다. 잉그리드 말로는 자신이 사악한 의식의 제물로 바쳐질 뻔 했다가 극적으로 도망쳤다고 했다. 흑석의 고리라는 숲 속에 있는 사악한 장소에서 의식이 거행된 다는 소식을 듣고, 슬레이어다운 죽음을 찾기 위해 고트렉은 자진해서 따라갔다. 서약에 얽매인 펠릭스도 어쩔 수 없이 따라가기로 결정한다. 


8

 손이 떨리는 것을 멈추기 위해 애먹고 있었던 펠릭스는 입술이 바짝 말라가는 느낌을 받았다.


 "산길이 있읍죠. 지가 나으리들을 그 길로 모시고 가겠십니더."


 "줗아,"고트렉이 말했다. "놓치기 너무 아까운 기회야. 오늘밤 나는 나의 죗값을 치르고 강철의 전당에 있는 조상들한테로 인도되리니. 이 모든 것은 위대한 그룽니의 뜻대로 되리라." 그는 꼭 쥔 주먹으로 가슴 앞에 아리송한 동작을 하며 말했다. "서둘러라, 인간, 출발이다." 그리고 문을 박차고 나갔다.

 

 펠릭스는 배낭을 집어 들고 길에 나서려던 찰나, 노부인이 그를 불러 세웠다. 그녀는 펠릭스에 손에 뭔가를 쥐어주며 말했다. "나으리, 이것을 가져가세요. 지그마님의 액막이입니다. 나으리를 보호해 줄 거에요. 우리 건터도 똑같은 걸 가지고 있어요."

 

 액막이가 건터를 퍽이나도 잘 보호해줬군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노부인의 표정을 보고 펠릭스는 생각이 바뀌었다. 그 표정은 두려움, 불안, 그리고 어쩌면, 희망이 섞여있었다. 펠릭스는 굳센 다짐을 하였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부인."

 

 바깥에선 하늘이 이미 모르슬리브가 발산하는 영롱한 초록색에 물들여져 있었다. 펠릭스는 손을 펴서 리세 부인이 쥐어준 액막이를 살펴보았다. 작디작은 철제 망치 형상이 달린 제법 좋은 사슬 목걸이다. 펠릭스는 잠시 이것을 목에 매달려고 버둥거렸다. 고트렉과 여관주인은 펠릭스를 기다리지 않고 이미 길을 따라 걷고 있었기에 펠릭스는 뛰어가서 따라잡아야만 했다.

 

 여관주인이 가리켜준 길을 걷다가 고트렉이 갑자기 땅바닥에 웅크리면서 말했다. "이게 뭔지 알아보겠나, 인간?" 이때 그들 근처에는 하츠로흐와 보겐하펜 사이의 대로가 뻗어나가 있었다.

 

 펠릭스는 무릎을 짚어 몸을 숙였다. 고트렉이 가리킨 흔적은 바퀴자국 같아 보였다. 펠릭스는 여관주인이 제대로 돌아갔는지 걱정되었다.

 

 "바퀴 자국이네," 펠릭스가 말했다. "북쪽으로 가고 있어."

 

 "뛰어난걸, 인간. 아마 바로 그 마차의 바퀴자국일거야. 우리랑 같은 길을 따라 북쪽의 흑석의 고리로 간거야."

 

 "그 검은 마차가?"펠릭스가 물어보았다.


 "그러길 바래야지. 환상적인 밤이군! 나의 모든 소망을 들어 주었어. 나의 죄를 씻어내고 나를 깔아 죽이려는 마차에 복수를 하고." 고트렉은 기쁜 듯이 킬킬거렸지만 펠릭스는 그가 평소답지 않게 수다스러워진 것을 보고 약간의 변화가 생겼음을 눈치챘다. 고트렉의 정신이 더 날카로워졌다. 아마 자신의 운명이 바라던 대로 끝나지 않을 것을 두려워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근데 마차라니? 그럼 그 집회에 귀족이 참석했다는 말일까, 인간? 인류의 제국이 정말 그 정도로 오염된 건가?" 펠릭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난 모르는 일이야. 귀족 출신의 사람이 주도자 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주로 현지의 평민들일거야. 나도 딴 데서 들은 말인데――카오스의 오염이 여기처럼 길을 벗어난 곳에서 자생한대." 고트렉은 펠릭스가 보았던 가장 실망스러운 표정을 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너희 인류들의 미련함이 참으로 딱하구나. 어떻게 너희들의 영주들이 어둠의 힘에 자신들을 팔아 치우는 건지, 타락했군, 타락했어."

 

 "모든 인간이 그런 것도 아니잖아," 펠릭스는 기분이 상해서 고트렉에 반박했다. "그래, 극소수의 인간들이 대가를 막론하고 힘을 얻고 싶다거나 욕망을 채우고 싶어하지. 하지만 언제까지만 극소수야. 대부분은 선량한 이들이지. 게다가 따져보면 옛 종족들도 결백한 셈이 아니잖아. 내가 듣기론 과거에 전체 드워프 군단이 파괴의 세력에 굴복했다는 사건이 있었던데." 그 말을 듣자 고트렉은 으르렁거리더니 바닥에다 침을 퉤하고 뱉었다. 펠릭스의 손은 다시 칼자루에 다가갔다, 어쩌면 트롤슬레이어를 너무 밀어붙인게 아닌가 싶었다.

 

 "맞는 말이다," 고트렉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솜털처럼 부드럽지만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우리는 심지어 그런 놈들에 관한 이야기를 공공장소에서 말하기를 꺼려하지. 우리는 그 증오받아 마땅할 동족의 배신자와 그 주인놈한테 영원의 전쟁을 선포했지."

 

 "우리 종족으로 말하자면 마녀사냥꾼과 법률로 싸우고 있지."

 

다시 고트렉은 영 아닌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래도 너의 동족들은 아는 게 너무 적다. 그들은 타락에 취약하고 전쟁과 멀리 떨어져있지. 그들은 세계의 깊은 뿌리에서 잠복하고 있는 위협에 전혀 모르고 있어."


 "마녀사냥꾼? 농담하지 말게!" 고트렉은 바닥에 침을 뱉고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법률이라니! 장담컨대 카오스를 물리치는 방법은 오직 하나야." 그리고 그 방법을 알려주는 의미로 도끼를 휘둘렀다.

 

 이인조는 울창한 숲을 애써서 헤쳐 나갔다. 머리 위에는 모르슬리브가 이글거리며 빛냈다. 그사이에 모르슬리브는 더 커졌고 하늘을 녹색의 바다로 만들어 놓았다. 안개가 조금씩 주변을 감쌌다. 서서히 암석들이 세계를 좀먹는 질병의 종기처럼 곳곳에서 돋아 나오기 시작했다.

 

9

 

 가끔 펠릭스는 거대한 날개가 머리위로 휙 하고 지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두리번거리며 찾아보면 오직 초록색 빛에 출렁이는 하늘과 어둠에 가려진 숲 밖에 보이지 않았다. 안개는 더욱 자욱해져 마치 들끓는 바다에서 부유하는 것 같았다.

 

 펠릭스는 이 장소가 잘못되어도 정말 단단히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공기는 그의 두려움을 삼키려는 듯이 조여왔고, 목 뒤에는 항상 불편한 느낌이 들었다. 오래전에, 아직 알트도르프의 꼬맹이였던 시절에, 아버지의 집에서 어두운 구름이 하늘을 가리면서 평생 잊지 못할 엄청난 폭풍우가 내리쳤던 기억이 떠올랐다. 지금 펠릭스는 그때와 비슷한 초조함을 경험하고 있다. 엄청난 힘이 여기로 모여들고 있어, 펠릭스는 확신했다. 그는 자신이 거인의 몸을 기어오르는 벌레 같다고 생각했다. 언제 거인이 깨어나 그를 박살낼지 모르는 일이다.

 

 심지어 고트렉마저도 긴장한 상태였다. 어느세 그는 침묵에 빠져 전처럼 수다를 떨지 않은지 오래된 것 같았다. 때때로 고트렉은 펠릭스를 멈춰 세워 조용히 하라고 손짓한 뒤, 우뚝 서서 공기에 대고 킁킁거리곤 한다. 펠릭스는 이때 그가 공기 중 아주 미미한 냄세라도 맡기 위해 온몸을 잔뜩 긴장시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러고나서 다시 길을 재촉하는 것이다.

 

 펠릭스의 근육은 초조함에 완전히 경직되었다.

 

 언제나처럼 펠릭스는 따라온 것을 후회했다. 물론이지만 내 서약 중에는 드워프를 따라 죽어야 한다는 말을 없었지. 어쩌면 안개를 틈 타 슬쩍 빠져나갈 수도 있을 거야. 펠릭스는 부질없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펠릭스는 이를 악물었다. 그는 줄곧 자신의 명예를 소중히 아꼈다. 게다가 드워프에게 신세를 진 것을 넘어 생명의 은인이었다. 드워프는 위협 속에서도 자신을 구해주었다. 물론 펠릭스는 그때 고트렉이 여자에게 구애를 하는 신사처럼 죽음을 열렬하게 추구하는 드워프인지 몰랐지만, 여전히 펠릭스는 고트렉을 도와 줄 의무를 느꼈다.

 

 펠릭스는 만취한 상태로 술집에서 고트렉과 서약을 하는 장면을 떠올렸다. 그들은 펠릭스가 알지도 못하는 드워프 의식을 통해 피로 맺은 의형제가 되었고, 고트렉의 슬레이어 맹세를 도와주는 내용의 서약을 했다. 고트렉은 자신의 업적이 기억되고 후세에 고이 알려지기를 원했다. 그래서 펠릭스가 시인이라는 것을 알고나서, 펠릭스에게 자신과 동행하기를 권유했다. 알딸딸해진 펠릭스에게 그것은 꽤나 괜찮은 생각으로 보였다. 트롤슬레이어의 망나니 같은 운명은 엄청난 소재였고, 이를 노래할 서사시는 분명 희대의 명작이 되어 펠릭스와 고트렉을 유명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때 까지만 해도 몰랐었지, 펠릭스는 생각했다. 이렇게 됐을 줄이야, 게하임니스나흐트에 괴물 사냥이라니. 이렇게 참으로 극적인 상황에 펠릭스는 쓴웃음을 지었다. 용맹한 무용담을 읊는 것은 참으로 쉬운 일이었다. 전제는 술집이나 노름판에서, 공포적인 존재가 그저 장인들의 솜씨로 빚어진 예술품이었을 때나 말이다. 현장 취재는 그것과 약간 달랐다. 간이 떨어질 것 같은 두려움과 숨막히는 대기에 갇혀 무용담을 읊기는커녕 비명 지르며 줄행랑을 치고 싶었다.

 

 그래도 아직 펠릭스는 자신을 제어할 수 있었다. 이것은 시를 쓰기 위해 꼭 필요한 경험이야. 물론 살아서 쓸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숲은 더 울창해지고 어두워졌다. 나무들은 점차 뒤틀려지고 상상 속에나 존재했을 법한 형상을 띄기 시작했다. 펠릭스는 나무들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펠릭스는 그런 환상같은 잡념을 없애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안개와 모르슬리브는 그의 무서운 상상력만을 부추키고 있었다.

 

 펠릭스는 고트렉을 내려다봤다. 그의 얼굴에도 초조함과 두려움이 섞여있었다. 펠릭스는 고트렉이 두려움에 면역되는 체질인 줄 알았지만 사실은 그의 선입견을 뒤엎었다. 무모함이 아니라 어느 강렬한 의지가 그로 하여금 종말을 찾는 여정에 떠나게 한 것이다. 펠릭스는 오랫동안 물어볼 엄두를 내지 못했던 궁금점을 물어봤다.

 

 "트롤슬레이어여, 대체 무엇이 당신을 속죄의 굴레에 속박하였다는 것이오? 무슨 죄가 당신으로 하여금 종말을 찾게 만든 것인가?"

 

 고트렉은 그를 뚫어져라 올려다 보더니, 눈길을 밤하늘로 돌렸다. 펠릭스는 드워프의 단단히 엮인 밧줄 같은 근육에 뒤덮인 목이, 독을 품은 뱀처럼 꿈틀거리는 것을 보았다.

 

 “인간, 만약에 너가 아닌 다른 자가 나한테 그런 질문을 한다면, 나는 그를 당장 죽여버릴테지. 하지만 나는 너가 아직 어리고 모르는 게 많다는 것을 배려해서, 그리고 그동안 우리간에 쌓아온 우정을 감안해서 이번 만큼은 예외를 허락하지. 너를 죽이면 난 내 자신에게 형제-살해자라는 끔찍한 죄명을 더하게 된다.

 어쨌든 정말로 끔찍한 죄야. 입에 담을 수 없는."

 

 펠릭스는 드워프가 자신을 그렇게 소중히 여겼었다는 걸 비로소 깨달았다. 한편 고트렉은 펠릭스의 대답을 기다리는 듯이 그를 올려다 보았다.


10


 "그래, 나도 이해 해." 펠릭스가 나지막하게 말하였다.

 

 "그런가, 인간? 정말로 이해할 수 있겠나?" 트롤슬레이어의 말투는 돌이라도 씹어먹을 듯 냉혹했다.

 

 펠릭스는 쓴웃음을 지었다. 이 순간 그는 인간과 드워프 사이를 갈라놓는 격차를 경험한 것이다. 인간인 그는 아마 드워프들의 괴상한 금기, 그리고 서약, 질서와 긍지에 대한 집착을 영원히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는 대체 트롤슬레이어가 자기 자신에게 비장한 사형 선고를 내린 이유가 뭔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너희들은 자기 자신들에게 너무 매몰차게 대하는 거 같아." 그가 쓸쓸하게 말했다.

 

 "너네가 너무 물러 빠진거야." 트롤슬레이어가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 이윽고 그들은 침묵에 빠졌다. 그러다가 갑자기 희미하게 들려온 미친듯한 웃음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펠릭스는 즉시 칼을 뽑아들어 경계하는 태세를 취했고, 고트렉은 도끼를 붙들었다.

 

 안개 사이에서 뭔가가 휘청이면서 다가왔다. 외형으로 봐서는 인간 남성이라고 펠릭스는 판단했다. 점차 모습을 드러내자, 두 사람은 그것이 사람의 외형을 했을 뿐, 실제로는 마치 광기어린 신이 인간을 지옥의 불에 대고 살과 뼈를 녹여다가 다시 주물러 만든 것인가 싶은 흉물이라는 걸 발견했다.

 

 "오늘 밤 우리 춤 춰,"그것이 말했다. 비정상적이게 높은 목소리로 노래하듯 계속 말했다. "춤도 추고 어루만져."

 

 그것은 펠릭스한테 말을 걸려는 듯 슬며시 다가오더니, 갑자기 펠릭스의 팔뚝을 덥석 붙잡았다. 펠릭스는 구더기 같은 손가락들이 그의 얼굴로 기어오르려 하자 소스라치며 피했다.

 

 "오늘 밤 돌에서 우린 춤 추고 어루만지고 비벼댈거야." 그것은 다시 펠릭스를 껴안으려는 듯 다가왔다. 그것은 자신의 촘촘한 작고 뾰족한 이빨들이 보이도록 활짝 웃었다. 펠릭스는 묵묵히 서있었다. 그는 자신이 마치 이 모든 비현실적인 것과 관련없는 방관자라는 느낌이 들었다. 정신차린 그는 뒤로 물러서 검 끝으로 흉물의 가슴팍을 가리키며 말했다.

 

 "다가오지 마," 펠릭스의 경고였다. 흉물은 더 크게 웃었다. 그것의 입은 늘어나는 가 싶을 정도로 째지더니 더 많은 작고 뾰족한 이빨들을 내보였다. 그러더니 입술이 얼굴 뒤로 말려들어가고 얼굴 절반이 질척한 잇몸으로 뒤덮였다. 마지막으로 그것의 턱이 미끄러져내리더니 뱀의 주둥이처럼 뾰족하게 모양을 잡았다. 그러더니 가슴팍에 겨누어진 검을 아랑곳하지 않고 나아갔다. 검에 찔려서 피가 스며나오자, 그것은 미친듯이 낄낄거렸다.

 

 "춤을 추고 어루만지고 비벼대고 먹을거야,"하고 말이 끝나자 무섭게, 정상인의 속도를 능가하는 속도로 검을 피해서 펠릭스한테 뛰어들었다.

 

 하지만 트롤슬레이어가 더 날렵했다. 고트렉의 도끼가 공중에서 그것의 목덜미를 공중에서 잡아챘다. 몸뚱이에서 달아난 머리는 밤하늘로 솟구쳤다; 원래 있던 자리에서는 붉은 분수가 뿜어져 나왔다.

 

 이건 꿈일거야, 펠릭스는 생각했다.

 

 “이건 뭐지? 악만가?” 고트렉이 물었다. 펠릭스는 그의 목소리에서 가식없는 흥분을 느꼈다.

 

 "내 생각엔 아마 한때는 인간이었을 거야,(주1)" 펠릭스가 말했다. "카오스의 영향을 받아 이렇게 뒤틀려진 생물들 중 하나인거지. 이런 아기들은 태어나자마자 버려져."

 

 "저건 인간말까지도 하던데."

 

 "가끔씩은 세월이 흘러야 저런 특징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어. 가족들은 기형아가 병에 걸린 것이라고 믿고 보호해 주지. 그래도 결국엔 혼자 스스로 숲으로 도망쳐서 숨어들지."

 

 "친족들이 이런 흉물을 보호한다고?"

 

 "그래, 가끔 발생하는 일이지. 그리고 우리는 이런 일에 말을 꺼내지 않아. 흉물로 변했다고 해도 사랑했던 이에게 등을 돌리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야."

 

 드워프는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펠릭스를 쳐다보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물러 빠졌군," 그가 말했다. "물러 빠졌어."

 

 분위기는 여전했다. 가끔 펠릭스는 주위의 나무 사이에서 뭔가가 움직이는 것을 느끼면, 경직된 움직임으로 안개 속을 두리번거리며 움직이는 형체를 포착하려 애를 쓴다. 뒤틀린 것과의 만남은 그를 제대로 두려움의 영역으로 내팽겨쳤다. 펠릭스는 전례없는 공포심과 분노를 마음 속에서 느꼈다.

 

 펠릭스의 분노는 어느 정도에서는 자신이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에 비롯되었다. 그는 자신 마음 속에 자리잡은 겁이 수치스럽고 역겨웠다. 펠릭스는 다음부터는 잡아먹히길 기다리는 새끼 양처럼 멍하니 서있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뭐지?” 갑자기 고트렉이 물었다. 펠릭스는 모르겠다는 듯이 고트렉을 빤히 바라보았다.

 

 “너는 안 들려? 잘 들어보라구! 뭔가 기도하는 소리 같은 게 들리잖아.” 펠릭스는 그 소리를 들으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 ”아무튼 우리는 아주 가까워졌어, 아주 가까이.”




주1

한때는 인간이었지만, 이렇게 변이된 생물들을 Turnskin이라고 부른다.


ps. 앞서 말했지만 제가 번역한게 아니라 퍼온거고 허락 맡음여. 출처는 위에 명시.

Posted by 스틸리젼
,
728x90

 

출처 : Warhammer 40,000 - Codex - Chaos Daemons 


정복과 타락

카오스 신들은 기회만 생기면 끊임없이 자신들의 악마 군단들을 은하계로 쏟아보냅니다.

이와 같은 악마들의 침공은 어쩌면 워프 속에서 장시간 준비된 사악한 계획의 일부일 수도 있고,

혹은 그저 우연적으로 생긴 기회를 잡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즉, 어쩌다가 우연찮게 새롭게 열린 균열 혹은 소용돌이치는 워프 스톰을 발견했고,

기회를 틈타 필멸 행성들을 불태우기 위해 악마 군세들을 토해낸 것일 수도 있다는 의미이지요.

불길한 징조들, 컬티스트 교단의 활동과 급작스러운 돌연변이들의 출현은 이 악마들의 등장을 알리는 대표적인 징조들인데,

마침내 신들의 군세들이 현실에 모습을 나타나게 되면 

현실 우주는 말 그대로 그들 앞에 지배당하게 됩니다.

현실을 침공한 이 무시무시한 공포의 군단들은 하나 하나가 그들을 창조한 창조주들의 독특한 면모들을 하나하나 형상화하고 있습니다.


코른의 악마들의 경우 거대한 군단 대형을 유지하며 진군합니다.

무시무시한 호른 소리와 황동으로 만들어진 군기들을 아래,

거대한 대악마 사령관들은 무시무시한 채찍들을 무자비하게 휘두르며 피에 굶주린 코른의 악마 보병들을 더 빨리 진군하도록 재촉하지요.

순수한 분노와 폭력 아래,

코른의 군단들은 적 영토들을 무자비하게 유린하며 자신들의 전능한 창조주께 바치기 위해 사방에 피를 흩뿌립니다.

학살과 살인의 행위들은 전투의 군주께 총애를 받는 길이며,

심지어는 그들을 상대하는 자들조차도 분노와 피의 희생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코른 신께 공양하게 됩니다.


젠취는 4대신들 중 아마 가장 복잡한 신일 것인데,

그는 자신의 주구들을 보내기 전에 앞서 이용할 약점을 먼저 찾아내기 위해 노력합니다.

설령 필멸자들 눈에는 이해할 수 없으며, 제대로 결실을 맺기까지는 억겹의 시간이 소모될 수도 있을지언정

젠취의 공격에는 항상 계략이 숨어 있습니다.

음모와 마법을 통해, 경로들의 변경자는 그의 적들이 서로간에 싸우게끔 교묘하게 유도하고

혼란과 불신을 그들 안에 뿌려놓는데,

마침내 적절한 순간이 당도하게 되면 젠취의 시끄럽게 웃고 떠드는 악마들과 교활한 마법사들이 마법을 앞세워 쏟아져나와 목표물들의 모든 약점을 무자비하게 강타함과 동시에,

교활하게 워프 에너지의 균열들을 열거나 혹은 미래의 더 큰 재앙들을 위한 밑작업을 수행할 것입니다.


반대로 너글의 군세들은 역병과 부패를 불러일으키며 전진하는데,

낭랑한 성가와 묵직한 녹슨 종소리들이 이들의 침략을 알리는 징조이니,

또한 군대의 진군과 함께 짙은 역병 파리떼들이 주변에 가득히 몰려듭니다.

깡총깡총 뛰어다니는 악마 벼룩들이 너글 악마들의 군세 아래 발치를 가득히 채우고,

군세를 지휘하는 부패한 살덩어리 거대 괴수들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유독한 역병들은 주변 지형을 모두 오염시키며

그리하여 모든 생명체들을 뿌리까지 썩게 만들어 균류와 끔찍한 식물들로 뒤덮히게 만들어버립니다.


슬라네쉬의 침략은 완전한 전면전에 돌입하기 전에 악랄한 방식을 동원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어둠의 왕자가 흘려보낸 유혹의 촉수들은 필멸자들의 영혼을 감싸 그들을 부패하게끔 만들고,

그리하여 그들을 내면에서부터 타락하고 부패하게끔 만들어 자신들이 지닌 탐욕과 욕망에 완전히 젖어버리게끔 만들어버립니다.

그의 유연하고 감각적인 군단들이 도착할 때면,

적들은 이미 완전히 부패하고 타락된지 오래일 것이며

슬라네쉬님의 악마들은 그런 적들에게 놀라울만치 빠른 속도로 다가간 다음 살인과 방탕의 주지육림 아래 적들을 무자비하게 찢어발기며 즐길 것입니다.


멸망의 날

41st 천년기의 마지막 날에 이르러 대균열이 일어남과 동시에,

태초부터 은하계를 위협해온 악마들의 침공 또한 빈도 및 규모 모든 면에서 전례 없는 규모로 일어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새 시대가 열렸으니, 

은하계를 가로지르는 현실의 균열로 시작된 이 새로운 시대는 이른바 공포와 피의 시대로써,

필멸자들과 악마로 이루어진 카오스 신들의 사악한 성전군들은 인류와 외계 종족들의 행성들을 거침없이 유린하며 전례 없는 잔악함을 보이고 있습니다.


대균열의 시작과 함께 카오스 신들이 힘을 온전히 합쳤더라면,

아마 현실 우주는 워프의 소용돌이치는 광기 아래 완전히 삼켜졌을 것입니다.

허나 역시 카오스의 본성에 따라, 이 어둠의 형제들은 이 혼란을 틈타 자신들 각자의 목표들을 추구하기 시작하였으니,

살인, 변화, 오염과 무절제의 포옹을 위해 따로따로 움직이기 시작하였습니다.

결국 분열된 신들은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은하계의 거주자들의 치열한 저항에 가로막힌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은하계의 가장 거대한 단일 제국인 인류 제국은 전설적인 프라이마크인 로버트 길리먼의 부활에 고무되었으니,

그와 함께 새로운 전사들이 모습을 드러내어 인류의 방어를 위해 투쟁하기 시작하였으며

은하계의 고대 종족들인 아엘다리와 네크론들은 카오스 신들에게 무릎 꿇고 멸종을 받아들이는 대신 굳건한 저항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타'우와 같은 신생 종족들은 카오스의 세계와 고대의 사악한 존재들이 만들어놓은 이 신세기에 대해 적응하고 이해하기 시작하였지요.

야만스러운 오크들은 사방에서 일어나는 격돌들에 자극되어 날뛰기 시작하며,

항상 그러해왔던 폭력에 대한 열정 아래 악마 군단들과의 전투들을 오히려 환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타이라니드라 알려진 은하간 탐식자들은 이메테리움적 존재들인 악마들에 대해 특별한 거부감을 보이면서 그들을 자신들이 흡수해야 될 생물들을 방해하는 적들로 여기고 있으니,

은하계의 향방을 좌우할 궁극의 전쟁은 아직도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카오스 신들과 악마 군단들은 궁극의 지배를 위해 서로를 포함한 모든 것들을 멸망시켜나가며 위협하고 있는 중입니다.


무형 황무지

카오스의 영역은 그 한계나 지형의 제한이 없는 무한한 세계입니다.

카오스 신들이 미치는 영향권이 닿는 공간들은 모두 그들의 영토가 되었으나,

나머지 괴상한 공간들은 보통 무형 황무지라 불리고 있습니다.


무형 황무지 대부분은 불규칙적이고 끊임없이 소용돌이치며 변형되는 공간인데,

예를 들면 핏빛 하늘 아래 타르의 강이 화석화된 돌나무 숲들 사이로 흐른다던가

하늘로 올라가는 거대한 계단들이 끝없이 이어지다가 뜬금없이 지면에 연결된다던가 하는 착시 같은 설계가 루프물마냥 끝없이 이어진다던가,

혹은 뼈들로 만들어진 성들과 액체 피 벽돌들로 쌓아올려진 요새들이 잘려진 사지들 한가운데 세워져 있다던가

거대한 전쟁 기계들이 혼련화되어 공동묘지 위에 동면해 있다던가 하는 기상천외한 광경들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필멸자들의 모든 꿈과 악몽들, 모든 광기어린 환상과 혼란스러운 판타지가 이 저주받은 공간에 그대로 구현되어 있는데,

이 세계의 주인은 무의식과 우연 속에 창조된 정령적 존재들인 퓨리들이라 불리우는 생명체들입니다.

이들은 보통 유체이탈스러운 화법의 목소리들과 함께 모습을 드러내는데,

가장 기초적인 자성과 본능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것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또한 이 무형 황무지는 주변 환경을 어느정도 통제하고 조작할 수 있는 충분한 힘을 지닌 그레이터 데몬들과 데몬 프린스들의 터전이기도 한데,

이 독립적인 악마들이 무형 황무지에 세운 작은 요새와 거처들은 카오스 신들의 거대한 영토에 비하자면 코딱지만한 수준에 불과하나,

대신 크기는 작을지언정 창조한 존재들의 기분과 의지를 그대로 담고 있으며,

보통 작은 성소 혹은 신전의 형태로 거대한 믿음들 사이 믿음의 틈새 시장 같은 역할을 수행합니다.





Posted by 스틸리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