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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두 사람은 숨 죽이고 계속해서 나아갔다. 안개에 깊숙히 파고들자 고트렉은 조심스럽게 발자국을 풀로 가려줬다. 펠릭스도 똑같이 따라했다.


 어느 정도 가자 펠릭스도 고트렉이 말했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듣자보니 대략 20명 정도의 사람들이 동시에 기도문을 읊는 듯 했다.


 몇 몇은 인간의 목소리처럼 들렸지만, 다른 목소리들은 낮고 짐승 울음소리 같았다. 느린 박자로 울리는 북소리, 짤랑거리는 향발과 귀에 거슬리는 백파이프 소리와 함께 남녀들의 괴성이 안개를 타고 들려왔다.


 이때 펠릭스는 점점더 확신이 들었고, 단어 하나가 그의 마음속에서 끝없이 맴돌았다. 이윽고 그 단어가 그의 입 밖으로 흘러나왔다.


 “슬라네쉬.”


 펠릭스는 몸서리를 쳤다. 슬라네쉬, 형용할 수 없는 쾌락의 신. 최악의 타락을 불러오는 자. 오직 알트도르프의 마약 소굴과 창관에서 상식을 초월하는 비인간적 쾌락을 탐닉하는 자들에 의해 속삭여지는 이름. 타락, 육욕, 그리고 제국의 어두운 면과 깊이 연관된 재앙. 슬라네쉬의 추종자들에게 그 어떠한 절정도 이상하지 않으며, 어떠한 쾌락도 용인된다.

 

 “안개가 우리를 가리고 있어,”펠릭스가 트롤슬레이어에게 말했다.

 

 “쉿! 조용. 더 접근해야 돼.”

 

 그들은 슬그머니 발길을 옮겼다. 물방울이 맺힌 길게 자란 풀잎들 사이에서 걷다보니 온몸이 덩달아 축축해졌다.

 

 그들은 저 앞에 어둠 속에서 활활 타오르는 장작더미를 볼 수 있었다. 나무 타는 냄새와 달콤한 냄새가 스며나왔다. 혹시나 집회에 지각한 사람이 뒤에 있을련지 확인해보기 위해 펠릭스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왠지 자신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느낌이 들었다.

 

 한 발짝 한 발짝, 비록 더디지만 그들은 접근했다. 고트렉이 등에 메고 있던 도끼를 꺼내들려고 할 때 펠릭스의 손가락을 살짝 스쳤다. 뜨거운 아픔과 함께 손가락에서 피가 철철 흐르기 시작했다. 펠릭스는 터져나올 뻔한 비명소리를 참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드디어 풀밭의 끄트머리에 도달하자, 그들은 자신들의 목적지를 마주하게 되었다. 둥글게 세워진 여섯개의 외설적이게 조각된 돌들 중간에 평평한 거석이 자리잡았다. 그 돌들은 빛을 발하는 버섯들에 의해 초록빛이 감돌고 있었다. 돌들의 꼭대기에는 연기를 토해내고 있는 아궁이가 놓여져 있었다.

 

 창백한 녹색 섬광이 이 지옥같은 경치를 둘러쌌다.

 

 흑석의 고리 안에는 긴 망토를 입고 가면을 쓴 여섯 명의 인간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인간 여자들이나 남자들이나 망토 자락의 절반을 어깨부터 걷어올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속살을 드러냈다.

 

 그들은 한손으로 향발을 흔들며, 다른 한손에 든 회초리로 앞에 있는 사람을 채찍질하며 외쳤다.


 “이그라크 투 아마트 슬라네쉬! (Ygrak tu amat Slaanesh!)

 

 펠릭스는 몇몇 이들의 몸이 벌써 멍투성이가 된 것을 발견했다. 그럼에도 그들은 고통을 느끼지 않는 듯 의식을 계속했다. 어쩌면 그들이 피고 있는 향에 진통 효과가 있는지도 모른다.

 

 돌들의 고리 주위에는 무시무시한 형체들이 누워있었다. 북을 치는 자는 거구에 숫사슴 머리와 갈라진 발굽을 가진 괴물이었다. 바로 옆에 개 머리가 달린 괴물이 빨판 달린 손가락으로 백파이프를 연주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 무리의 기형 남녀들이 멀지 않은 곳에서 몸이 비틀려지고 있었다.

 

 몇몇 이들은 신체가 괴상하게 비틀려졌다: 큰 키에 막대기처럼 생긴 머리를 가진 남자, 눈과 유방이 각각 세 개씩 달린 뚱뚱한 여자; 또 몇몇은 거의 인간의 흔적이 사라질 정도로 심각하게 변이되었다: 비늘이 뒤덮인 뱀 인간과 늑대 머리에 이빨과 입, 그리고 온갖 구멍들이 뒤범벅되게 섞여진 괴물이 있었다. 펠릭스는 거의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그는 갈수록 커져가는 두려움을 애써 억누르고 이 광경을 지켜보았다.


 북을 두드리는 속도가 점차 빨라졌다. 구호를 외치는 박자도 이에 따라 빨라지고, 백파이프의 조잡한 소음도 박차를 가했다. 석상들 중간에서 춤을 추는 사람들은 더욱 광란에 빠지면서 자신과 주위 사람들을 새빨간 회초리 자국이 보일 정도로 채찍질했다. 마지막으로 향발을 힘줘서 치고 모두 조용해졌다.

 

 펠릭스는 하마터면 자신이 발각된 줄 알고 경직했다. 제단에서 피우는 향이 그의 콧구멍을 가득 채우더니 그의 모든 감각을 앗아가려는 듯 괴롭혔다. 이제 펠릭스는 방금 전보다 더 멍하고 괴리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 빠진 체 있었던 펠릭스를 깨운것은 옆구리에서 느껴지는 아픔이었다.

 정신차린 펠릭스는 고트렉이 팔꿈치로 자신을 찌르고 있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펠릭스의 주의를 끌자 고트렉은 열심히 석상들 중간을 가리켰다.

 

 펠릭스는 고트렉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열심히 관찰했다. 알고보니 고트렉이 가리키고 있던 곳에 검은 마차가 있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적막을 깨는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마차의 문이 덜컥 열렸다. 펠릭스는 숨을 죽이고 무엇이 나올지를 지켜보았다.


12


 이윽고 알록달록한 망토에 얼굴을 가린 키 큰 사람의 형상이 안개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었다. 수수께끼의 인물은 장엄하게 걸음을 옮겼다. 그의 품 안에는 줄무늬 헝겊에 둘둘 싸매인 무언가가 안겨있었다. 펠릭스는 고트렉을 바라보았지만 그는 이 모든 광경을 독기를 가득 품은 표정으로  노려보기만 했다. 펠릭스는 점점 이 드워프가 인내를 잃을 까 걱정이 들었다.

 

 마차에서 나온 사람은 석상들의 고리 중앙으로 걸어나왔다.


 “아마크 투 아마트 슬라네쉬!” 품안에 든 물건을 번쩍 들어올리며 그가 외쳤다. 펠릭스는 헝겊 안에는 생사를 확인할 수 없는 아기가 감싸였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그라크 투 아마트 슬라네쉬! 차르콜 테인 아마트 슬라네쉬!” 이교도의 무리들이 열광하며 따라 외쳤다.

 

 정체를 감춘 자는 주위를 둘러싼 참가자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훑어 보았다. 펠릭스는 마치 그의 갈색의 눈동자가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혹시 집회의 주최자는 이미 자신들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그들을 우롱하는 것이 아닐까, 펠렉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아마크 투 슬라네쉬!” 이교도들의 수장이 다시 뚜렷하게 들리도록 외쳤다.

 

 “아마크 클래사! 아마트 슬라네쉬!” 집회 참가자들이 따라 외쳤다. 그리고 이제 어느 사악한 의식이 거행될 것이 명백했다. 교주는 의식적인 걸음으로 제단으로 다가갔다. 펠릭스는 입술이 바짝 말라갔고 고트렉은 뭔가에 홀리는 듯한 표정이었다.

 

 우뢰같은 북소리와 함께 아기는 제단 위에 놓여졌다. 여섯 명의 춤 추던 사람들은 이제 각자 돌기둥 하나 옆에서, 두 다리를 넓게 벌리고 관능적인 자세로 석상들을 끌어안았다. 의식의 다음 단계로 건너가면서 그들은 몸을 석상에 걸쳐앉고 요염한 동작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면을 쓴 교주는 느려뜨린 망토 속에서 기다란 물결 모양의 칼을 뽑아들었다. 차마 볼 수 없는 광경이 눈 앞에 펼쳐지자 펠릭스는 드워프가 뭔가 행동을 취할 지 기대했다.

 

 이교도는 칼을 천천히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펠릭스는 자신에게 계속 관찰할 것을 강요했다. 슬슬 불길한 기운이 근처를 맴돌기 시작했다. 이윽고 향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와 안개가 친친 감겨서 엉겨붙는 듯이 요동쳤다. 펠릭스는 어렴풋이 그 연막 속에서 괴상하게 비틀어진 형체가 나타나는 것을 보았다. 이제 그는 더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만!” 펠릭스가 내질렀다.


 그리고 그는 고트렉과 풀밭에서 불쑥 튀어나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석상들의 고리로 돌입했다.


 이교도들은 처음에 그들을 발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곧 이어 북소리가 잦아들고 교주가 경악한 모습으로 그들을 쳐다보게 되었다.

 

 잠시동안 모두 어리둥절하게 빤히 쳐다보기만 했다. 누구도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지 몰랐었다. 그러더니 교주가 칼을 두 사람에게 겨누면서 외쳤다: “방해자들을 죽여라!” 그러자 이교도의 무리들은 우르르 몰려오기 시작했다.


 펠릭스는 발에 날카로운 통증과 뭔가에 걸린 것을 느꼈다. 고개를 돌려 보니 절반은 여인이고 절반은 뱀의 생물체가 그의 발을 부둥키고 있었다. 펠릭스는 힘써 걷어차버리고 나뒹구는 흉물을 향해 칼을 내리꽂았다.


 칼이 뼈마디를 관통하며 둔탁한 느낌이 팔에 전달되었다. 행동력을 되찾은 펠릭스는, 고트렉이 제단을 향해 전진하며 적을 무찔러 흥건히 뿌려낸 피의 길을 따라서 냅다 뛰기 시작했다. 무시무시한 양날 도끼가 들어올려지고 내리찍힐 때마다, 붉은 파괴의 흔적이 궤적을 만들었다. 비록 이교도들의 행동은 무뎌지고 휘청거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두려움을 모르는 듯이 덤벼들었다. 남자든 여자든, 변이되거나 온전하거나, 모두 죽음을 각오하고 방해자들을 향해 몸을 던졌다.


 펠릭스 또한 그를 향해 덤비는 적들을 난도질하며 해쳐나갔다. 그는 자신을 향해서 펄쩍 뛰어온 개의 머리가 달린 남자의 갈비에 칼을 꽂아넣고 심장을 쑤셔박았다. 그리고 칼을 빼낼 때 마침 야수의 발톱이 달린 여자와 함께 점액에 뒤덮인 남자가 그를 덮쳤다. 그들의 충격으로 펠릭스는 뒤로 벌러덩 자빠졌다.


 펠릭스는 여자의 야수 발톱이 그의 얼굴을 찌르는 순간에 발로 여자의 복부 하단을 걷어차서 떨쳐냈다. 상처 부분에서 핏방울이 눈으로 굴러떨어졌다. 점액 투성이의 남자는 불품없이 넘어졌지만 다시 몸을 일으켜 펠릭스의 목덜미를 움켜잡았다. 펠릭스는 왼손으로 단검을 찾기 위해 더듬거리는 사이, 오른손으로 남자의 목을 마주 잡으려고 버둥거렸다. 하지만 점액으로 인해 미끌한 피부를 지닌 남자는 상대하기 까다로웠다. 남자는 몸을 비틀어 펠릭스의 손아귀를 떨쳐냈다. 그는 펠릭스의 목을 더 세개 조여서 호흡을 차단했고, 자신의 몸을 펠릭스에 가까이 대서 비비적거렸다. 그는 쾌락에 빠진 체 헐떡였다.

 

13


 어둠이 점차 시인의 시야를 점령해갔다. 조그마한 은색 방울이 그의 눈가에서 스며나왔다. 그는 눈앞의 어둠에 몸을 내던져 이대로 휴식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갑작스럽게 어딘가 먼 곳에서 그는 고트렉의 우렁찬 전투의 함성이 파동쳤다. 덕분에 살아난 정신력에 빌붙어 펠릭스는 단검을 검집에서 잡아채고 흉물의 갈비 사이에 깊이 찔러넣었다. 흉물은 자신의 사지가 뻣뻣해지는 와중에 활짝 웃으면서 장어처럼 생긴 이빨들을 들어내었다. 그는 죽어가면서도 황홀의 교성을 질렀다.


 “슬라네쉬님, 저를 데려가세요,” 점액 범벅의 남자가 떨면서 외쳤다. “아, 고통, 사랑스러운 고통!”


 이때 짐승의 발톱이 달린 여자와 펠릭스는 거의 동시에 일어섰다. 펠릭스는 즉시 발을 뻗어 부츠로 여자의 턱을 강타했다. 으드득거리는 소리와 함께 여자는 자빠졌다. 펠릭스는 머리를 흔들어 눈에 들어간 피를 떨쳐냈다.

 

 이교도 무리들은 거의 모두 고트렉에게 모여있었다. 덕분에 펠릭스는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드워프는 흑석의 고리 중앙으로 진입하기 위해 적들을 썰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움직일 때마다 밀려오는 몸뚱이들이 그를 방해했다. 펠릭스는 고트렉이 군데군데에 경상을 입은 것을 발견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드워프의 가공할 파괴력은 보는 사람들을 섬뜩하게 만들었다. 입에 거품을 물은 체로, 그는 도끼를 휘두를 때마다 함성을 지르면서 잘려나간 팔다리와 몸통, 머리들을 사방에 흩날렸다. 그는 끈적한 피에 흠뻑 젖은 체로 분투하고 있었지만, 아무리 그의 용맹함이라고 해도 펠릭스는 고트렉이 곧 당해내지 못하리라고 보았다. 결국에는 숨어있던 이교도가 몽둥이로 고트렉을 세게 내리치자 고트렉은 넘어지고 말았고, 이를 이교도들은 우르르 모여들어 깔아뭉겠다.


 그리하여 슬레이어는 그의 종말을 맞이하였다, 펠릭스는 마음속으로 말했다, 마치 그가 바라던대로.

 

 싸움의 난장판에 떨어져 있었던 교주는 다시 격식을 차리고 의식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그는 단도를 높이 들어올렸다. 전에 안개 속에서 나타나려던 공포스러운 형체가 다시 들끓어 올랐다.

 

 펠릭스는 일단 저 형체가 모습을 완전히 갖추게 되면 죽음을 모면할 수 없으리라 짐작했다. 하지만 펠릭스는 고트렉처럼 정면 돌파를 강행 할 재주가 없었다. 잠시동안 펠릭스는 모르슬리브의 빛을 반사하며 반짝이는 이교도 고위사제의 단도를 지켜보며 골몰히 생각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단검을 뒤로 빼들었다. “지그마시여 저의 손을 인도해 주소서,” 그는 기도를 하고 단검을 내던졌다.


 단검을 직선으로 날아가더니, 고위사제의 가면 아래에 노출된 취약점인 목에 정확히 파고들었다. 이윽고 이교도의 수장은 목쉰 소리를 내더니 뒤로 고꾸라졌다.

 

 원망이 찬 흐느낌이 들리더니 안개들이 걷혀지도 그 속에 들끓고 있던 형체도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거의 동시에 이교도들이 충격받은 체로 제단을 올려다 보았다. 그러더니 기형의 생물들은 고개를 돌려 펠릭스를 노려다 보았다. 그제야 펠릭스는 자신을 향한 우호적이지 않은 눈길들을 발견했다. 펠릭스는 너무, 너무 두려웠던 나머지 서있던 곳에 경직된 체 있었다. 침묵하는 공기 속에 살기가 넘쳐났다.


 그때 갑자기 고막을 찢을 듯한 함성이 들리더니 고트렉이 시체 더미들 중에서 벌떡 일어나서 육중한 주먹을 휘둘렀다. 그리고 몸을 숙여서 바닥에 떨어진 도끼를 잡아들었다. 그는 도끼의 손잡이를 단단히 쥐고 마구 휘둘러댔다. 펠릭스는 칼을 집어들고 고트렉의 곁으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두 사람은 적들과 싸우다가 마침내 등에 등을 맞서게 되었다.

 

 이교도들은 공포와 더불어 수장을 잃어버린 상황에서 밤과 안개를 틈 타 도망치기 시작했다. 곧 흑석의 고리에는 고트렉과 펠릭스 밖에 남지 않았다.


 고트렉은 펠릭스를 전투의 분노가 가시지 않은 체 노려보았다. 그의 염색된 머리카락은 피에 흠뻑 젖었다. 저주 받은 달빛 아래, 고트렉은 마치 악마처럼 보였다.


 “덕분에 나의 위대한 죽음이 털려버렸군, 인간.” 말하면서 고트렉은 그의 위협적인 도끼를 들어올렸다.


 펠릭스는 혹시 고트렉이 아직 전투에 목말라해서 서약이고 뭐고 자신을 두 동강 내버리려는지 두려워했다.


 고트렉은 서서히 펠릭스에게 다가가더니 씨익 웃었다.


 “신께서 나에게 더 위대한 죽음을 선사하기 위해 보우하는 것이겠지!”


 그리고 고트렉은 도끼를 바닥에 박아내리고, 눈물나게 웃었다.

 

 마침내 웃음이 멈추자, 고트렉은 제단으로 터벅터벅 걸어가 아기를 안아올렸다. “아직 살아있어,” 고트렉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한편 펠릭스는 얼굴을 가린 이교도들의 시체들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는 시체들의 얼굴 가리개를 벗겨냈다. 첫번째는 금발 머리에 회초리 자국과 멍투성이의 여자였다. 두번째는 젊은 남성이었다. 그의 목에는 펠릭스가 목에 건 것과 똑같이 생긴, 망치 모양의 목걸이가 걸려있었다.


 “내 생각에는 여관으로 돌아가지 않는게 좋을 거 같아,” 펠릭스가 슬프게 말했다.

 

14


 현지에서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하츠로흐의 샬리야(주1) 신전 계단 앞에 아기 하나가 놓여있었다고 한다. 피로 물든 서든란트제 가죽 망토에 둘둘 싸매지고, 금화 몇개 들어있는 주머니와 함께 망치 모양의 목걸이를 걸은 체 버렸졌다는 것이다. 신전의 여사제는 새벽녘에 검은 마차가 신전을 질주하며 지나간 것을 보았다고 맹세했다.


 그리고 하츠로흐의 사람들은 훨씬 어두운 또다른 이야기를 전했다. 잉그리드 하우프만과 여관주인의 아들 건터가 어둠의 신께 바치는 의식에서 살해되었다는 이야기다. 흑석의 고리에 널브러진 시체들을 발견한 현지의 길 파수꾼은, 분명히 매우 끔찍한 의식일 것이라고 말한다. 시체들은 마치 악마가 휘두른 도끼에 갈갈이 찢겨진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주1

샬리야: 인간이 믿는 치유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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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알고보니 잉그리드랑 건터가 슬라네쉬 종자였음. 그리고 슬라네쉬의 악마를 소환하려는 것을 고트렉이랑 펠릭스가 막은 것임. 여관주인의 아들을 구하러 갔다가 여관주인의 아들이랑 약혼녀까지 죽여버린 것을 나몰라라 하고 마차 뺏고 도망치는 것임. 


역자 후기: 펠릭스도 잘 싸우네.... 만약에 검술 훈련을 받은 시인이 이런 정도면 제국이 카오스 발라버리는 건 쉬울 듯.


ps. 퍼온자의 후기. 고트렉과 펠릭스 저도 좋아합니다.ㅋㅋ

나중에 번역해보고 싶네요

Posted by 스틸리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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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편 이야기: 

모르슬리브의 대보름에 길바닥에 내버려진 펠릭스와 고트렉은 숲 속 오솔길을 따라 걷고 있었다. 비스트맨이 어슬렁거리고 있는 것을 느낀 고트렉은 마구 도발을 해댔다. 그러다가 수상한 검은 마차가 하마터면 고트렉을 깔아뭉겔 뻔 했다. 화가 난 고트렉은 펠릭스와 함께 마차를 추적했다. 근처 여관에서 말 울음소리가 들려오자 2인조는 여관을 수색했지만 헛바탕이었다. 이에 펠릭스는 여관에서 술을 마시고 밤을 보내자는 제의를 했다.


한바탕 실랑이를 하고 2인조는 여관에 들어갔다. 술을 마시던 두 사람은 여관주인의 아들, 건터가 실종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옆에 있던 상인이 작년 모르슬리브 대보름에 건터의 미혼녀 잉그리드 하우프만의 비슷한 경험을 말해주었다. 대보름에 실종된 잉그리드가 다음날에 멍투성이로 발견됬었다. 잉그리드 말로는 자신이 사악한 의식의 제물로 바쳐질 뻔 했다가 극적으로 도망쳤다고 했다. 흑석의 고리라는 숲 속에 있는 사악한 장소에서 의식이 거행된 다는 소식을 듣고, 슬레이어다운 죽음을 찾기 위해 고트렉은 자진해서 따라갔다. 서약에 얽매인 펠릭스도 어쩔 수 없이 따라가기로 결정한다. 


8

 손이 떨리는 것을 멈추기 위해 애먹고 있었던 펠릭스는 입술이 바짝 말라가는 느낌을 받았다.


 "산길이 있읍죠. 지가 나으리들을 그 길로 모시고 가겠십니더."


 "줗아,"고트렉이 말했다. "놓치기 너무 아까운 기회야. 오늘밤 나는 나의 죗값을 치르고 강철의 전당에 있는 조상들한테로 인도되리니. 이 모든 것은 위대한 그룽니의 뜻대로 되리라." 그는 꼭 쥔 주먹으로 가슴 앞에 아리송한 동작을 하며 말했다. "서둘러라, 인간, 출발이다." 그리고 문을 박차고 나갔다.

 

 펠릭스는 배낭을 집어 들고 길에 나서려던 찰나, 노부인이 그를 불러 세웠다. 그녀는 펠릭스에 손에 뭔가를 쥐어주며 말했다. "나으리, 이것을 가져가세요. 지그마님의 액막이입니다. 나으리를 보호해 줄 거에요. 우리 건터도 똑같은 걸 가지고 있어요."

 

 액막이가 건터를 퍽이나도 잘 보호해줬군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노부인의 표정을 보고 펠릭스는 생각이 바뀌었다. 그 표정은 두려움, 불안, 그리고 어쩌면, 희망이 섞여있었다. 펠릭스는 굳센 다짐을 하였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부인."

 

 바깥에선 하늘이 이미 모르슬리브가 발산하는 영롱한 초록색에 물들여져 있었다. 펠릭스는 손을 펴서 리세 부인이 쥐어준 액막이를 살펴보았다. 작디작은 철제 망치 형상이 달린 제법 좋은 사슬 목걸이다. 펠릭스는 잠시 이것을 목에 매달려고 버둥거렸다. 고트렉과 여관주인은 펠릭스를 기다리지 않고 이미 길을 따라 걷고 있었기에 펠릭스는 뛰어가서 따라잡아야만 했다.

 

 여관주인이 가리켜준 길을 걷다가 고트렉이 갑자기 땅바닥에 웅크리면서 말했다. "이게 뭔지 알아보겠나, 인간?" 이때 그들 근처에는 하츠로흐와 보겐하펜 사이의 대로가 뻗어나가 있었다.

 

 펠릭스는 무릎을 짚어 몸을 숙였다. 고트렉이 가리킨 흔적은 바퀴자국 같아 보였다. 펠릭스는 여관주인이 제대로 돌아갔는지 걱정되었다.

 

 "바퀴 자국이네," 펠릭스가 말했다. "북쪽으로 가고 있어."

 

 "뛰어난걸, 인간. 아마 바로 그 마차의 바퀴자국일거야. 우리랑 같은 길을 따라 북쪽의 흑석의 고리로 간거야."

 

 "그 검은 마차가?"펠릭스가 물어보았다.


 "그러길 바래야지. 환상적인 밤이군! 나의 모든 소망을 들어 주었어. 나의 죄를 씻어내고 나를 깔아 죽이려는 마차에 복수를 하고." 고트렉은 기쁜 듯이 킬킬거렸지만 펠릭스는 그가 평소답지 않게 수다스러워진 것을 보고 약간의 변화가 생겼음을 눈치챘다. 고트렉의 정신이 더 날카로워졌다. 아마 자신의 운명이 바라던 대로 끝나지 않을 것을 두려워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근데 마차라니? 그럼 그 집회에 귀족이 참석했다는 말일까, 인간? 인류의 제국이 정말 그 정도로 오염된 건가?" 펠릭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난 모르는 일이야. 귀족 출신의 사람이 주도자 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주로 현지의 평민들일거야. 나도 딴 데서 들은 말인데――카오스의 오염이 여기처럼 길을 벗어난 곳에서 자생한대." 고트렉은 펠릭스가 보았던 가장 실망스러운 표정을 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너희 인류들의 미련함이 참으로 딱하구나. 어떻게 너희들의 영주들이 어둠의 힘에 자신들을 팔아 치우는 건지, 타락했군, 타락했어."

 

 "모든 인간이 그런 것도 아니잖아," 펠릭스는 기분이 상해서 고트렉에 반박했다. "그래, 극소수의 인간들이 대가를 막론하고 힘을 얻고 싶다거나 욕망을 채우고 싶어하지. 하지만 언제까지만 극소수야. 대부분은 선량한 이들이지. 게다가 따져보면 옛 종족들도 결백한 셈이 아니잖아. 내가 듣기론 과거에 전체 드워프 군단이 파괴의 세력에 굴복했다는 사건이 있었던데." 그 말을 듣자 고트렉은 으르렁거리더니 바닥에다 침을 퉤하고 뱉었다. 펠릭스의 손은 다시 칼자루에 다가갔다, 어쩌면 트롤슬레이어를 너무 밀어붙인게 아닌가 싶었다.

 

 "맞는 말이다," 고트렉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솜털처럼 부드럽지만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우리는 심지어 그런 놈들에 관한 이야기를 공공장소에서 말하기를 꺼려하지. 우리는 그 증오받아 마땅할 동족의 배신자와 그 주인놈한테 영원의 전쟁을 선포했지."

 

 "우리 종족으로 말하자면 마녀사냥꾼과 법률로 싸우고 있지."

 

다시 고트렉은 영 아닌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래도 너의 동족들은 아는 게 너무 적다. 그들은 타락에 취약하고 전쟁과 멀리 떨어져있지. 그들은 세계의 깊은 뿌리에서 잠복하고 있는 위협에 전혀 모르고 있어."


 "마녀사냥꾼? 농담하지 말게!" 고트렉은 바닥에 침을 뱉고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법률이라니! 장담컨대 카오스를 물리치는 방법은 오직 하나야." 그리고 그 방법을 알려주는 의미로 도끼를 휘둘렀다.

 

 이인조는 울창한 숲을 애써서 헤쳐 나갔다. 머리 위에는 모르슬리브가 이글거리며 빛냈다. 그사이에 모르슬리브는 더 커졌고 하늘을 녹색의 바다로 만들어 놓았다. 안개가 조금씩 주변을 감쌌다. 서서히 암석들이 세계를 좀먹는 질병의 종기처럼 곳곳에서 돋아 나오기 시작했다.

 

9

 

 가끔 펠릭스는 거대한 날개가 머리위로 휙 하고 지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두리번거리며 찾아보면 오직 초록색 빛에 출렁이는 하늘과 어둠에 가려진 숲 밖에 보이지 않았다. 안개는 더욱 자욱해져 마치 들끓는 바다에서 부유하는 것 같았다.

 

 펠릭스는 이 장소가 잘못되어도 정말 단단히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공기는 그의 두려움을 삼키려는 듯이 조여왔고, 목 뒤에는 항상 불편한 느낌이 들었다. 오래전에, 아직 알트도르프의 꼬맹이였던 시절에, 아버지의 집에서 어두운 구름이 하늘을 가리면서 평생 잊지 못할 엄청난 폭풍우가 내리쳤던 기억이 떠올랐다. 지금 펠릭스는 그때와 비슷한 초조함을 경험하고 있다. 엄청난 힘이 여기로 모여들고 있어, 펠릭스는 확신했다. 그는 자신이 거인의 몸을 기어오르는 벌레 같다고 생각했다. 언제 거인이 깨어나 그를 박살낼지 모르는 일이다.

 

 심지어 고트렉마저도 긴장한 상태였다. 어느세 그는 침묵에 빠져 전처럼 수다를 떨지 않은지 오래된 것 같았다. 때때로 고트렉은 펠릭스를 멈춰 세워 조용히 하라고 손짓한 뒤, 우뚝 서서 공기에 대고 킁킁거리곤 한다. 펠릭스는 이때 그가 공기 중 아주 미미한 냄세라도 맡기 위해 온몸을 잔뜩 긴장시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러고나서 다시 길을 재촉하는 것이다.

 

 펠릭스의 근육은 초조함에 완전히 경직되었다.

 

 언제나처럼 펠릭스는 따라온 것을 후회했다. 물론이지만 내 서약 중에는 드워프를 따라 죽어야 한다는 말을 없었지. 어쩌면 안개를 틈 타 슬쩍 빠져나갈 수도 있을 거야. 펠릭스는 부질없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펠릭스는 이를 악물었다. 그는 줄곧 자신의 명예를 소중히 아꼈다. 게다가 드워프에게 신세를 진 것을 넘어 생명의 은인이었다. 드워프는 위협 속에서도 자신을 구해주었다. 물론 펠릭스는 그때 고트렉이 여자에게 구애를 하는 신사처럼 죽음을 열렬하게 추구하는 드워프인지 몰랐지만, 여전히 펠릭스는 고트렉을 도와 줄 의무를 느꼈다.

 

 펠릭스는 만취한 상태로 술집에서 고트렉과 서약을 하는 장면을 떠올렸다. 그들은 펠릭스가 알지도 못하는 드워프 의식을 통해 피로 맺은 의형제가 되었고, 고트렉의 슬레이어 맹세를 도와주는 내용의 서약을 했다. 고트렉은 자신의 업적이 기억되고 후세에 고이 알려지기를 원했다. 그래서 펠릭스가 시인이라는 것을 알고나서, 펠릭스에게 자신과 동행하기를 권유했다. 알딸딸해진 펠릭스에게 그것은 꽤나 괜찮은 생각으로 보였다. 트롤슬레이어의 망나니 같은 운명은 엄청난 소재였고, 이를 노래할 서사시는 분명 희대의 명작이 되어 펠릭스와 고트렉을 유명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때 까지만 해도 몰랐었지, 펠릭스는 생각했다. 이렇게 됐을 줄이야, 게하임니스나흐트에 괴물 사냥이라니. 이렇게 참으로 극적인 상황에 펠릭스는 쓴웃음을 지었다. 용맹한 무용담을 읊는 것은 참으로 쉬운 일이었다. 전제는 술집이나 노름판에서, 공포적인 존재가 그저 장인들의 솜씨로 빚어진 예술품이었을 때나 말이다. 현장 취재는 그것과 약간 달랐다. 간이 떨어질 것 같은 두려움과 숨막히는 대기에 갇혀 무용담을 읊기는커녕 비명 지르며 줄행랑을 치고 싶었다.

 

 그래도 아직 펠릭스는 자신을 제어할 수 있었다. 이것은 시를 쓰기 위해 꼭 필요한 경험이야. 물론 살아서 쓸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숲은 더 울창해지고 어두워졌다. 나무들은 점차 뒤틀려지고 상상 속에나 존재했을 법한 형상을 띄기 시작했다. 펠릭스는 나무들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펠릭스는 그런 환상같은 잡념을 없애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안개와 모르슬리브는 그의 무서운 상상력만을 부추키고 있었다.

 

 펠릭스는 고트렉을 내려다봤다. 그의 얼굴에도 초조함과 두려움이 섞여있었다. 펠릭스는 고트렉이 두려움에 면역되는 체질인 줄 알았지만 사실은 그의 선입견을 뒤엎었다. 무모함이 아니라 어느 강렬한 의지가 그로 하여금 종말을 찾는 여정에 떠나게 한 것이다. 펠릭스는 오랫동안 물어볼 엄두를 내지 못했던 궁금점을 물어봤다.

 

 "트롤슬레이어여, 대체 무엇이 당신을 속죄의 굴레에 속박하였다는 것이오? 무슨 죄가 당신으로 하여금 종말을 찾게 만든 것인가?"

 

 고트렉은 그를 뚫어져라 올려다 보더니, 눈길을 밤하늘로 돌렸다. 펠릭스는 드워프의 단단히 엮인 밧줄 같은 근육에 뒤덮인 목이, 독을 품은 뱀처럼 꿈틀거리는 것을 보았다.

 

 “인간, 만약에 너가 아닌 다른 자가 나한테 그런 질문을 한다면, 나는 그를 당장 죽여버릴테지. 하지만 나는 너가 아직 어리고 모르는 게 많다는 것을 배려해서, 그리고 그동안 우리간에 쌓아온 우정을 감안해서 이번 만큼은 예외를 허락하지. 너를 죽이면 난 내 자신에게 형제-살해자라는 끔찍한 죄명을 더하게 된다.

 어쨌든 정말로 끔찍한 죄야. 입에 담을 수 없는."

 

 펠릭스는 드워프가 자신을 그렇게 소중히 여겼었다는 걸 비로소 깨달았다. 한편 고트렉은 펠릭스의 대답을 기다리는 듯이 그를 올려다 보았다.


10


 "그래, 나도 이해 해." 펠릭스가 나지막하게 말하였다.

 

 "그런가, 인간? 정말로 이해할 수 있겠나?" 트롤슬레이어의 말투는 돌이라도 씹어먹을 듯 냉혹했다.

 

 펠릭스는 쓴웃음을 지었다. 이 순간 그는 인간과 드워프 사이를 갈라놓는 격차를 경험한 것이다. 인간인 그는 아마 드워프들의 괴상한 금기, 그리고 서약, 질서와 긍지에 대한 집착을 영원히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는 대체 트롤슬레이어가 자기 자신에게 비장한 사형 선고를 내린 이유가 뭔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너희들은 자기 자신들에게 너무 매몰차게 대하는 거 같아." 그가 쓸쓸하게 말했다.

 

 "너네가 너무 물러 빠진거야." 트롤슬레이어가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 이윽고 그들은 침묵에 빠졌다. 그러다가 갑자기 희미하게 들려온 미친듯한 웃음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펠릭스는 즉시 칼을 뽑아들어 경계하는 태세를 취했고, 고트렉은 도끼를 붙들었다.

 

 안개 사이에서 뭔가가 휘청이면서 다가왔다. 외형으로 봐서는 인간 남성이라고 펠릭스는 판단했다. 점차 모습을 드러내자, 두 사람은 그것이 사람의 외형을 했을 뿐, 실제로는 마치 광기어린 신이 인간을 지옥의 불에 대고 살과 뼈를 녹여다가 다시 주물러 만든 것인가 싶은 흉물이라는 걸 발견했다.

 

 "오늘 밤 우리 춤 춰,"그것이 말했다. 비정상적이게 높은 목소리로 노래하듯 계속 말했다. "춤도 추고 어루만져."

 

 그것은 펠릭스한테 말을 걸려는 듯 슬며시 다가오더니, 갑자기 펠릭스의 팔뚝을 덥석 붙잡았다. 펠릭스는 구더기 같은 손가락들이 그의 얼굴로 기어오르려 하자 소스라치며 피했다.

 

 "오늘 밤 돌에서 우린 춤 추고 어루만지고 비벼댈거야." 그것은 다시 펠릭스를 껴안으려는 듯 다가왔다. 그것은 자신의 촘촘한 작고 뾰족한 이빨들이 보이도록 활짝 웃었다. 펠릭스는 묵묵히 서있었다. 그는 자신이 마치 이 모든 비현실적인 것과 관련없는 방관자라는 느낌이 들었다. 정신차린 그는 뒤로 물러서 검 끝으로 흉물의 가슴팍을 가리키며 말했다.

 

 "다가오지 마," 펠릭스의 경고였다. 흉물은 더 크게 웃었다. 그것의 입은 늘어나는 가 싶을 정도로 째지더니 더 많은 작고 뾰족한 이빨들을 내보였다. 그러더니 입술이 얼굴 뒤로 말려들어가고 얼굴 절반이 질척한 잇몸으로 뒤덮였다. 마지막으로 그것의 턱이 미끄러져내리더니 뱀의 주둥이처럼 뾰족하게 모양을 잡았다. 그러더니 가슴팍에 겨누어진 검을 아랑곳하지 않고 나아갔다. 검에 찔려서 피가 스며나오자, 그것은 미친듯이 낄낄거렸다.

 

 "춤을 추고 어루만지고 비벼대고 먹을거야,"하고 말이 끝나자 무섭게, 정상인의 속도를 능가하는 속도로 검을 피해서 펠릭스한테 뛰어들었다.

 

 하지만 트롤슬레이어가 더 날렵했다. 고트렉의 도끼가 공중에서 그것의 목덜미를 공중에서 잡아챘다. 몸뚱이에서 달아난 머리는 밤하늘로 솟구쳤다; 원래 있던 자리에서는 붉은 분수가 뿜어져 나왔다.

 

 이건 꿈일거야, 펠릭스는 생각했다.

 

 “이건 뭐지? 악만가?” 고트렉이 물었다. 펠릭스는 그의 목소리에서 가식없는 흥분을 느꼈다.

 

 "내 생각엔 아마 한때는 인간이었을 거야,(주1)" 펠릭스가 말했다. "카오스의 영향을 받아 이렇게 뒤틀려진 생물들 중 하나인거지. 이런 아기들은 태어나자마자 버려져."

 

 "저건 인간말까지도 하던데."

 

 "가끔씩은 세월이 흘러야 저런 특징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어. 가족들은 기형아가 병에 걸린 것이라고 믿고 보호해 주지. 그래도 결국엔 혼자 스스로 숲으로 도망쳐서 숨어들지."

 

 "친족들이 이런 흉물을 보호한다고?"

 

 "그래, 가끔 발생하는 일이지. 그리고 우리는 이런 일에 말을 꺼내지 않아. 흉물로 변했다고 해도 사랑했던 이에게 등을 돌리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야."

 

 드워프는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펠릭스를 쳐다보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물러 빠졌군," 그가 말했다. "물러 빠졌어."

 

 분위기는 여전했다. 가끔 펠릭스는 주위의 나무 사이에서 뭔가가 움직이는 것을 느끼면, 경직된 움직임으로 안개 속을 두리번거리며 움직이는 형체를 포착하려 애를 쓴다. 뒤틀린 것과의 만남은 그를 제대로 두려움의 영역으로 내팽겨쳤다. 펠릭스는 전례없는 공포심과 분노를 마음 속에서 느꼈다.

 

 펠릭스의 분노는 어느 정도에서는 자신이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에 비롯되었다. 그는 자신 마음 속에 자리잡은 겁이 수치스럽고 역겨웠다. 펠릭스는 다음부터는 잡아먹히길 기다리는 새끼 양처럼 멍하니 서있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뭐지?” 갑자기 고트렉이 물었다. 펠릭스는 모르겠다는 듯이 고트렉을 빤히 바라보았다.

 

 “너는 안 들려? 잘 들어보라구! 뭔가 기도하는 소리 같은 게 들리잖아.” 펠릭스는 그 소리를 들으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 ”아무튼 우리는 아주 가까워졌어, 아주 가까이.”




주1

한때는 인간이었지만, 이렇게 변이된 생물들을 Turnskin이라고 부른다.


ps. 앞서 말했지만 제가 번역한게 아니라 퍼온거고 허락 맡음여. 출처는 위에 명시.

Posted by 스틸리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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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warhammer&no=1753596&page=1&exception_mode=recommend




모르슬리브 대보름(주1)





2


 "알트도르프에서 끔찍한 사고와 악몽 같은 역경을 견뎌내고, 나와 내 친구는 길을 찾을 겨를도 없이 무작정으로 남쪽으로 향하였다. 

 "우리는 찾을 수 있는 모든 교통 수단에 메달았다: 역마차, 동네 우마차, 짐마차, 이것들 마저 없으면 자신의 발에 의존하였다. 

 "나에게는 참으로 험난하고 두려운 시기였다. 골목에 들이설 때마다 나는 구속당해서 감옥살이나 처형당할까봐 무서워했다. 난 모든 여관에는 보안관이 지키고 있고, 모든 덤불 뒤에는 현상금 사냥꾼이 웅크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나마 위안거리인건 트롤슬레이어는 수상한 낌새를 느낄 때마다 거리낌없이 나한테 얘기하였다.

  "그때의 나만큼이나 제국의 법치 기관에 무식한 사람이라면, 우리 둘 같은 현상범를 잡기 위해 온나라의 수사 기관들이 들쑤시며 다니고 있다고 착각했으리라.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법률의 이행이 얼마나 미약하고 무작위적인지 몰랐다. 솔직히 지금와서 말하지만, 그때 보안관이나 현상금 사냥꾼들이 정말로 매복해 있었더라면 차라리 그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들이 내 고향의 변두리에 득실거리는 사악한 존재를 그나마 줄어들게 했더라면 말이다.

  "여튼 그러던 우리가 남쪽으로 가는 역마차에 몸을 실은 어두운 저녁에, 나는 비로소 사악한 존재의 심각성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날 밤은 마침 우리의 달력에서 가장 불길한 때였기도 하다......"

 

  --나와 고트렉의 여행기, 제2권

     저자: 펠릭스 예거(알트도르프 출판사, 2505)

 

3


 "모든 인간 마부들과 인간 여자들은 엿이나 먹어라," 고트렉 거니슨은 투덜거리면서도 드워프어 욕설을 내뱉었다.

 

 "어으, 정말 그렇게까지 이졸데 여사를 모욕해야 돼?"펠릭스 예거가 짜증내며 말했다. "적어도 우리한테 쏘지 않은 것만으로 얼마나 행운이야. 물론 모르슬리브 대보름 밤에 길바닥에 버려지는건 '행운'이라고 자축할 만한 일은 아니지만."

 

 "우린 분명 운송비를 냈어, 그 여자처럼 안에 앉을 권리가 있다고. 그 마부들은 계집같은 겁보 새끼들이다." 고트렉이 으르렁거렸다. "걔네들은 내가 맞다이 뜨자니까 거절하더구만. 난 칼빵 맞고 죽는 것엔 불만 없지만, 총알 구멍 뚫려서 죽는건 트롤슬레이어에 맞지 않아서 관뒀다." 펠릭스는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그의 길동무의 악감정이 불타오르고 있다는걸 알아채린 것이다.

 

 적어도 현재로선 고트렉과 펠릭스에게 더 큰 걱정거리가 있다. 일몰이 다가오며 안개가 자욱한 숲이 핏빛에 물들어졌다.

 

 길쭉한 그림자가 정신없이 춤추며, 그늘 아래의 으스스한 장면들을 뇌리속으로 휘저어 넣는다.

 

 펠릭스는 망토의 끝자락으로 코를 슬쩍 닦았다. 그리고 서든란드제 모피옷을 더 빡빡하게 싸메었다.

 

 다시 그는 코를 훌쩍이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 모르슬리브와 만슬리브가 벌써 뚜렷하게 보이는 하늘을 보았다. 모르슬리브는 이미 희미하게나마 초록색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결코 좋은 징조는 아니였다.

 

 "나 약간 열이 나는거 같아,"펠릭스가 말했다. 트롤슬레이어는 그를 올려다 보더니 씨익 웃었다. 석양 아래 그의 코와 귓불 사이에 걸린 사슬은 꼭마치 튀겨나가는 핏자국 같아 보였다.

 

 "니네들은 정말로 나약한 종족이구먼," 고트렉이 말한다. "오늘 같은 밤에 나는 전투열이 나지. 벌써 내 머리 안에서 노래를 부르는군."

 

 갑자기 그는 휙 돌아서서 어두운 숲 속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덤벼, 비스트맨 새끼야!" 하며 그는 우렁차게 이어 내질렀다. "너한테 선물을 주마."

 

 이윽고 그는 큰소리로 웃다가 엄지 손가락을 그의 도끼날에 그었다.

 

 펠릭스는 고트렉의 손가락에서 피가 나온걸 보았다. 고트렉은 엄지 손가락을 빨기 시작했다.

 

 "지그마 보우하사, 제발 좀 조용히 해!" 펠릭스가 쉬잇거리면서 경고했다. "오늘 같은 밤에 뭐가 튀어나올지 누가 알겠어?"

 

 고트렉이 그를 노려다 보았다. 펠릭스는 그의 눈동자 속에서 폭력에 대한 열망으로 이글거림을 알아차렸다. 본능적이게 펠릭스는 손을 칼자루에 가깝게 당겼다.

 

 "인간, 나한테 명령질 따위 하지 마! 난 유서깊은 종족의 일원이며 오로지 산의 왕들의 명을 받든다! 지금은 떠돌이지만."

 

 펠릭스는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는 예절을 차렸다. 아무리 그가 학교에서 뛰어난 검술 교육을 받았고, 그의 얼굴에 남은 흉터는 그가 학창시절에 싸움을 꽤나 했다는 점을 입증하며, 심지어 그는 누군가를 살해하여 보장받은 미래를 물거품으로 만든 적이 있다고 해도, 여전히 그는 자기가 트롤슬레이어의 상대가 아니라고 자각하고 있다. 비록 고트렉의 비죽배죽 뻗친 머리끝이 간신히 그의 가슴팍에 닿을까 말까 하지만, 고트렉의 체중은 그를 능가하며 온몸이 근육 덩어리였다. 거기에다가 펠릭스는 고트렉이 그 도끼를 휘두르는 모습을 목도한 바가 있다.

 

 드워프는 펠릭스가 고개 숙인 것을 사죄의 뜻으로 받아들이고 다시 어두컴컴한 숲 속으로 돌아섰다. "나와라!" 그리고 다시 고함쳤다. "오늘밤에 뭔 사악한 것들이 싸돌아다녀도 내 알 바 아니다. 도전을 받아들이지." 이렇게 드워프는 자신의 분노를 최고조로 이끌어 가고 있었다. 펠릭스가 고트렉과 지내는 동안 알아낸 점에 따르면, 트롤슬레이어가 한동안 잠자코 있으면 곧 화를 터뜨리며 어리광을 부린다는 징조이다. 사실 이러한 성격도 고트렉의 다른 특징들과 아울러 펠릭스의 관심을 끄는 요소이다.


 펠릭스는 고트렉이 속죄를 위해 슬레이어 되었다는 것은 알고있다: 그는 무시무시한 괴물에 맞서 대등하지 않은 전투에서 죽겠다는 서약을 맺었다. 이렇게 보니 그는 거의 정신병동의 문턱에 다다른 셈이다 ―― 서약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는 점을 뺴면.

 

 어쩌면말야, 펠릭스는 생각했다. 고향의 공동체에서 추방되고, 심지어 같은 종족도 아닌 자와 동행하게 되면, 나도 미치광이가 되겠지. 이렇게 생각한 그는 미쳐버린 드워프와 일종의 동료의식을 느꼈다. 펠릭스는 고향에서 민중들에게 쫓겨나는 기분이 어떤건지 몸소 체험한 적이 있다. 볼프강 크라스너와의 결투는 제법 큰 뉴스거리였다.

 

4


 펠릭스가 감상에 빠지고 있을 때, 드워프는 아예 동귀어진이라도 작정한 듯 했다. 이윽고 펠릭스는 다시 길을 저벅저벅 걷기 시작했고, 가끔마다 영롱한 빛을 내는 만월의 모르슬리브를 근심어린 눈으로 쳐다보았다. 등 뒤에서는 여전히 고트렉이 으름장을 놓고 있었다.

 

 "너네들 중에 전사라도 없는거냐? 와서 내 도끼를 달래줘라. 도끼가 목 마르데잖아!" 아, 어느 미친 사람이 모르슬리브 대보름, 수수께끼의 밤에 숲속 가장 어두운 곳에서 운명과 어둠의 힘을 도발한단 말인가, 하고 펠릭스는 생각했다.

 

 그리하여 잠시 걸걸하고 거친 산맥 드워프어가 울렸다. 그리고 다시 라이크슈필(제국 공식 언어)로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니놈들의 대장을 보내와라!"

 

 다시 침묵이 숲을 감쌌다. 안개에 축축하게 젖은 눈썹에서 물방울이 흘러내리더니, 드디어 ――

 

 저만치 먼 곳에서, 질주하는 말이 내는 소리가 숲의 정막을 찢겨냈다.

 

 저 작자가 뭘 한거야? 펠릭스는 마음속으로 끙끙거렸다. 그가 고대의 신령을 도발한 건가? 그들이 악마 기수를 보내 우리를 저승으로 보내려는가?

 

 펠릭스는 길에서 거리를 두게 움직였다. 그리고 머리를 신경질적이게 흔들어 얼굴에 내려앉은 축축한 나뭇잎들을 떨쳐내었다. 불쾌하게도 이 나뭇잎들은 왠지 죽은 자의 손길처럼 느껴졌다. 그와중에 발굽이 대지를 박차는 소리가 점점더 뚜렷해지더니, 숲속의 외딴 길을 쏜살같이 따라 달려오는걸 알 수 있었다.

 

 단연코, 초자연적 존재만이 오늘같은 야밤에 발바닥에 불 지필 듯한 기세로 누비고다닐 수 있으리라. 펠릭스는 덜덜 떠는 손으로 칼을 뽑았다.

 

 고트렉을 따라다닌건 정말 바보같은 생각이었어, 하고 펠릭스는 후회했다. 덕분에 고트렉을 위한 시는 물 건너 가는군. 이제 쩌렁쩌렁 울리는 말 울음소리, 공기를 가르는 채찍 소리, 세차게 길을 짓눌르는 바퀴의 소음도 들리기 시작했다.

 

 “좋아!” 고트렉이 함성이 길을 따라 메아리친다. “-좋아!” 그리고 엄청난 울음소리 함께 거구의 흑마 4필이 칠흑의 마차를 끌며 매서운 기세로 안개를 해치고 나왔다. 펠릭스는 마차의 바퀴가 덜컹거리면서 펄쩍 뛰어오르는 것과 시커먼 망토를 덮은 마부를 어렴풋이 인식해냈다. 그리고 펠릭스는 몸을 덤불 뒤로 숨겼다.

 

 그리고 걸음소리가 들리더니――펠릭스가 숨고 있던 덤불이 옆으로 휙하고 내팽겨졌다.

 

 고트렉이었다. 다행중에 불행인건 그가 더욱더 성나고 야만스럽게 보였다는 것이다. 머리카락이 헝클어지고, 문신을 새긴 몸채는 진흙에 뒤범벅되고 몸에 걸친 가죽 조끼는 헝겊 조각이 되버렸다.

 

 “그 빌어먹을 스노틀링-성애자(주2)가 날 깔아뭉갤려고!” 고트렉이 발악을 해댔다. “그 새끼들을 쫓아가자!” 그러더니 휙 돌아서서 바퀴자국을 따라 성큼성큼 걷기 시작했다. 펠릭스는 고트렉이 카잘리드로 흥겹게 노래를 부르는 것을 견뎌야만 했다.

 

 그렇게 보겐하펜 대로를 따라 무작정 검은 마차를 추적하다가, 일행은 여관 “우뚝돌”을 발견했다. 이 때가 그 때라 당연하게도 창문은 불빛 한 줄기도 새나가지 않게 닫혀있었다. 무심코 지나가려던 그들을 마굿간에서 새어나온 히힝거리는 소리가 만류한다. 둘은 마굿간을 수색하여 마차가 없다는 것, 흑마는 없다는 것, 오직 조랑말이랑 상인의 마차 만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마차를 놓친거 같아. 우선 오늘밤을 보낼 잠자리를 찾자.” 근심어린 눈빛으로 모르슬리브를 힐끗 보고, 펠릭스는 조심스레 의견를 내보였다. 이제 불길한 녹색 달은 더욱 강하게 밤하늘을 비추고 있다. “난 이 사악한 빛 아래 바람을 쐴 기분이 없어.”

 

 “허약하군, 인간. 게다가 겁이 많아.”


 “어쩌면 술도 있을지 몰라.”


 “따져보니 가끔 너의 의견도 합리적일 때가 있군. 이번만큼은 기꺼이, 인간의 술은 약간 묽어서 탈이지만.”


 “기꺼이, 말이지.”펠릭스의 대꾸에 비꼬임이 섞인 것을 고트렉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여관은 보루처럼 다져지지 않았지만 제법 두꺼운 외벽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그들이 드디어 찾아낸 문은 가로막혀 있었다. 인내가 고갈된 고트렉이 도끼의 손잡이로 문짝을 쾅쾅 두드려도 묵묵무답이었다.

 

 “안에 인간이 있어, 맡을 수 있단 말이야,” 고트렉이 불평하였다. 펠릭스는 그저 고트렉이 어떻게 악취를 풍기면서도 정교하게 냄새를 맡을 수 있는지 궁금했다. 고트렉은 그의 동물 지방으로 모양을 세운 붉은 머리카락을 감은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저들도 어쩔수 없이 저러는거야. 마녀나 악마추종자가 아닌 한 누구도 모르슬리브 대보름의 밤에 돌아다니지 않다고.”

 “그 시꺼먼 마차는 잘도 달리더구만.” 고트렉이 투덜거렸다.

 

5


 “그래서 착해 보이지 않았잖아. 창문들도 가려지고, 마차에 어떠한 표식도 새겨지지 않았어.”


 “글쎄다, 난 너무 목말라서 이것에 관해 더이상 말하기 싫군. 여봐, 문을 열지 않으면 도끼로 문을 찍겠다!”


 펠릭스는 문 뒤에 인기척을 느꼈다. 귀를 문에 가까이 대자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와 흐느끼는 듯한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내가 도끼로 너의 머리통을 장작 패듯이 뽀개버리기 전에 문에서 떨어져, 인간.” 고트렉이 펠릭스에게 경고했다.

 

 “잠깐만, 내가 말로 해결할게: 어이 안쪽에 있는 이여! 문을 여시게나! 내 친구는 엄청 무지막지한 도끼와 엄청 조그마한 인내심의 소유자라네. 그가 말 한대로 하는 것이 그대가 문을 잃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라네.”

 

 “염병할의 ’조그마한’은 뭔 의미지?” 고트렉은 특정 단어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문 뒤에서 떨린 목소리로 누군가 소리쳤다.”지-지그마의 이름으로, 꺼즈그라, 구렁텅이의 악마 땅개들아!”

 

 “그래, 염병할,” 고트렉이 단호하게 말하였다. “이제 못 참아.”


 그는 도끼를 들어올려 내리찍을 준비하였다. 펠릭스는 도끼날에 박힌 룬들이 모르슬리브 아래 번쩍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펠릭스는 더욱더 서둘렀다.


 “지그마의 이름으로!”펠릭스는 문을 향해 외쳤다. “우리를 버려두면 안될걸세. 우린 정말로 그저 지친 나그네들 뿐이라네.”


 쩍 하는 소리와 함께 도끼가 문짝에 쑤셔박혔다. 나뭇조각들이 터져나왔다. 고트렉은 펠릭스를 쳐다보더니 듬성듬성 자란 이빨을 드러내며 씨익하고 웃었다.

 

 “부실하구만, 이래서 인간들은.” 고트렉이 말했다.


 “열 수 있는 문이 있을 때 문을 열어주는게 좋을걸세,”펠릭스가 다시 외쳤다.

 

 “이봐 잠깐,” 떨리는 목소리로 문 저편의 사람이 말했다. “이 문 땜시 목수장이 쥬르펜이 내헌테 5크라운이나 뜯어묵읏단말여.” 이윽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호리호리한 사내가 그들을 맞이하였다. 왠지모르게 그의 표정은 수심이 가득 차 보였고 희끗희끗한 머리칼이 얼굴을 드리웠다. 사내는 몽둥이를 들고 있었고 뒤에 있는 노부인은 이글거리는 촛불을 담은 촛대를 들고 있었다.


 “거친 행동을 할 필요는 없을겁니다, 우리는 밤을 보낼 침대만 있으면 되니까요.”펠릭스가 말했다.


 “그리고 술도.”드워프가 덧붙였다.


 “물론 술도 제공해주신다면 감사합니다.”펠릭스도 이에 동의하였다.


 “술은 많이 준비해주이소.”고트렉이 이렇게 말하자 펠릭스는 주인장을 향해 어쩔수 없다는 듯이 어깨를 으슥했다.

 

 여관의 공동 공간은 조금 작았다. 술을 마시는 긴 탁상은 나무통 두개 위에 긴 널빤지를 이어서 만든 것이고, 저쪽 구석에는 무장한 상인 3명이 경계하는 눈초리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각자의 단도를 꺼내들고 있었다. 펠릭스는, 비록 그림자에 가려져 있었지만 그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여관주인은 일행을 안으로 들여보내고 여닫이를 닫았다. “지불은 어떻게 하려는지요, 학자 나으리?” 안절부절하게 여관주인이 그들에게 물어보았다. 펠릭스는 그의 결후가 목에서 위아래로 고동치는 것을 보고, 대답했다.


 “난 교수가 아닙니다, 시인이죠.” 한편으론 가벼운 주머니를 뒤지면서 금화의 갯수를 세며, “돈은 지불할 수 있으니 걱정마시죠.”


 “먹을거,” 고트렉이 부추킨다. ”마실거.”


 그때 노부인이 갑자기 왈칵 울음을 터뜨렸다. 펠릭스는 그녀를 휘둥그레 쳐다보았다.


 “노파가 치매기가 있나봐,”고트렉이 놀라며 말하였다.


 여관주인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우리의 건터가 실종되고 나서 온종일 저 모양이읍죠.”


 “술 좀 갖다줄 사람 없는가,”고트렉이 눈치없이 말하였다. 여관주인이 술을 가지러 가자 펠릭스는 상인들의 자리에 합석했다. 애석하게 그들은 그를 경계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혹시 4마리의 꺼먼 말이 끄는 마차를 목격한 사람 있는가?”고트렉이 여관에 있는 사람들에게 물었다.


 “그 검은 마차를 본 적이 있소?”상인 한명이 두려움이 담긴 어조로 반문했다.


 “너무 가까이 봐서 그 제기랄 것에 깔려죽을 뻔 했구만,” 행상인 하나가 헉하고 숨을 죽이고, 여관주인이 국자를 떨어뜨리는 소리가 들렸다. 여관주인은 천천히 주워올려 다시 잔을 채우기 시작했다.

 

6


 “목숨이라도 건진게 어디오,”가장 뚱뚱하고 가장 부유해 보이는 행상인이 말하기 시작했다. “어떤이들은 그 마차는 악마가 몰고 다니는 마차라고 한다오. 내가 들은 바로는 매년 모르슬리브의 대보름에 그 마차는 필시 이곳을 지나가는데. 흑석의 고리에서 희생으로 바쳐질 알트도르프의 미아들을 싣고 간다는 소문도 있소.”


 고트렉은 흥미로운 듯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다만 펠릭스만은 사태가 이렇게 심각해지는게 영 석연치 않았다.”아주 좋은 전설 이야기였습니다.”펠릭스가 말하였다.


 “저건 생시인뎁슈. 나으리.”여관주인이 외쳤다.”해마다 우리네는 그 마차가 쾅쾅거리면서 저 앞을 쏴악 지나가는걸 들으는뎁슈. 2년 전인가 우리 애 건터가 밖을 보다가 그걸 봤다는디 시커먼 수레라고 했읍죠. 마치 아까 선생님이 말한 것처럼 말입네더.” 건터의 이름이 나오자 다시 노부인은 울음을 참지 못하고 흐느꼈다. 여관주인은 스튜와 큰 술잔 두개를 들고 왔다.


 “내 길동무한테도 술을,”고트렉의 주문을 받고 주인장은 다시 분주히 몸을 움직였다.


 “건터가 누구죠?”펠릭스가 돌아와서 물어봤다. 하지만 이는 노부인의 통곡을 부추키는 효과 밖에 없었다.


 “술 더 주문이오,”고트렉이 다시 말하자 주인장은 텅빈 술통을 보면서 충격에 빠졌다.


 “내거 마셔,”펠릭스가 흔쾌히 술잔을 내줬다. “그럼, 주인장 양반, 건터가 누구인지 알려주실 수 있는지요?”


 “그리고 노파는 건터라는 말을 들으면 울어야 하는 저주라도 받았는가?”고트렉이 잔을 비우고 입을 닦으며 물었다.


 “건터는 우리네 아들내미이읍죠. 점심 묵고 장작 좀 패러 나갔다는디에, 돌아오지 못했습죠.”


 “건, 건터는, 참, 참 착한 애였어요.” 노부인이 훌쩍이며 말하였다.”우리 아,아들 없이 어,으떻게 살아요흐흑―”


 “그냥 숲에서 길잃을 수도?”


 “고건 아닐겁니다요,”여관주인이 말했다. “건터 얘는 내가 내 손에 있는 탈자락을 아는 만큼 숲에 훤하는데유. 얘가 몇 시간 전에 진작 돌아와부렸해야 하는디, 마녀들이 얘를 구워삶으러 데려간게 아닌가합니다요.”

 

 “롯트 하우프만의 영애, 잉그리드처럼 말이죠.” 뚱뚱한 행상인이 아는척을 했다. 여관주인은 더러운 것을 본 듯이 그를 쳐다본다.


 “내 며늘감에 관한 얘기는 듣기 싫은뎁슈,”여관주인이 나지막하게 말대꾸를 했다.


 “말해보게.”고트렉이 제촉하자 뚱뚱한 남자가 고맙다는 듯이 말했다.


 “작년에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죠, 하츠로흐에서. 길을 따라 쭉 가면 나옵니다. 현숙한 하우프만 부인이 숫처녀 딸 잉그리드의 방을 들어갔다고 합니다. 뭔가 폭발음이 들렸다고 해서요. 딸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죠. 여기처럼 잠긴 집의 침대에서 말이죠. 보나마나 누가 마법을 부려 끄집어 낸거죠. 다음날까지도 통곡과 오열은 끊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얼마 가지 않아 우리는 잉그리드를 찾았습니다. 다만 곳곳에 멍이 들고 끔찍한 상태였죠.”

 

 말을 마치고 상인은 그들의 반응이라도 살펴보는 듯 주위 사람들을 살펴보았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았나요?" 침묵을 깨고, 펠릭스가 물어봤다.

 

 "당연히 물어봤죠. 잉그리드 말로는 숲 속에 사는 마귀 같은 것에 흑석의 고리로 납치됐다고 합니다. 보니 거기에 종교 집회 같은게 열리고 있었답니다. 사악한 생물들의 집회 말이죠. 그들은 잉그리드를 제단으로 끌고가 인신공양을 할 모양인 것 같았는데, 잉그리드 아가씨가 자신을 잡고있는 손아귀를 애써 뿌리치고 신성한 지그마의 존함을 외쳤답니다. 그러자 흉물들이 혼란에 빠져 가까스로 탈출할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잠시 뒤 그것들이 다시 추격해 왔지만 그녀를 따라잡지 못한 모양입니다."

 

 "거 운이 되게 좋았구만." 이야기가 끝나자 고트렉이 냉담하게 평가를 내렸다.

 

 "저희를 조롱하고 싶으면 마음껏 하시지요, 선생. 그래도 저희는 그 집회가 열린 곳을 기어코 찾아냈는데 온갖 것들의 자취가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습니다.  인간, 짐승, 그리고 갈라진 발굽을 가진 악마들의 발자국 말입니다. 그리고 갓 한살도 안돼 보이는 아기가 제단 위에 바쳐졌었습니다. 정말 도살된 돼지처럼 처참히 살해되었더군요."

 

 "발굽 달린 악마라?"고트렉이 이렇게 되묻자 상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펠릭스는 고트렉의 호기심에 반짝거리는 눈동자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알트도르프의 모든 금덩이를 준다 하더라도 그곳에 가지는 않을 겁니다." 행상인이 말했다. "절대로요."

 

 "그럼 영웅에 딱 맞는 일이군," 고트렉은 말하며 의미심장한 눈길을 펠릭스에게 쏘아보냈다.

 

 충격에 빠진 펠릭스는 고트렉에게 항의했다. "설마 거기 가려는 건 아니겠지――"

 

 "저주받은 밤에 악마들을 때려잡다, 슬레이어다운 일이지 않나? 아마 위대한 죽음일거야!"

 

 "우으으, 멍청한 죽음일거야." 펠릭스가 툴툴거렸다.

 

7


 "엥? 뭔 말 했어?"

 

 "아냐, 아무것도."

 

 "너도 당연히 올 거지?" 갑자기 고트렉이 무서운 발언을 했다. 다시 그가 엄지 손가락을 도끼날에 그었다. 피가 흘렀다.

 

 펠릭스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며 말했다. "맹세를 했으면 지켜야지."

 

 그 말을 듣고 싱글벙글해진 드워프가 등골을 산산조각 내려는 듯이 펠릭스의 등을 철썩 쳤다.

 

 "가끔 말이야 인간, 너의 혈관에 드워프의 피가 흐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니까. 물론 옛 종족이 그런 결혼에 동의할 리가 없겠지만." 그리고 다시 맥주를 들이켰다.

 

 "두말하면 잔소리지," 펠릭스는 중얼거리며 드워프의 등을 노려보았다.

 

 펠릭스는 자신의 갑옷을 꺼내기 위해 한동안 배낭을 낑낑거리며 뒤적이다가, 여관주인 부부와 행상인들이 자신을 멍하니 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펠릭스가 동족들의 경외심 어린 눈길을 받던 사이에, 고트렉은 불 옆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드워프어로 흥얼거렸다.

 

 "진짜로 가려는 거요?" 뚱뚱한 행상인이 속삭이며 물어오자 펠릭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이유라도……?"

 

 "제 생명의 은인이죠. 그에게 큰 신세를 졌어요." 펠릭스는 고트렉이 어떻게 자신을 구했는지에 관해서 언급하지 않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내가 이 인간이 제국 기사단의 말발굽에 깔리기 일보직전에 끄집어냈지."고트렉이 동네방네 소문 내려고 작정했는지 큰소리로 폭로했다.

 

 펠릭스는 하마터면 욕설을 내뱉을 뻔 했다. 아냐, 이 드워프는 야수의 청력과 야수의 뇌를 두루 가졌어, 라고 생각하며 펠릭스는 다시 갑옷 꺼내기에 매달렸다.

 

 "그래. 여기 이 인간이 황제한테 의견이 있는지 탄원을 하면서 시위를 벌이는거야. 이를 카를 프란츠는 조금 신경질적이게 대응 했을 뿐이고, 기병 돌격 명령 말이야." 이 말을 듣자 행상인들이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반동분자,"누군가 속삭였다.

 

 펠릭스는 자신의 얼굴이 상기되는 것을 느꼈다. "정말로 국민들의 피땀을 짜는 불공정한 세금이었어요. 창문세라고 아시나요? 창문 하나마다 은을 거두는 세금입니다. 뭐가 불공정 하냐고요? 왜냐하면 돈 많은 사람들은 벽돌로 창문을 틀어막는데 가난한 자들은 제국 병사들이 창문을 부수고 들어와 세금을 뜯어가는 것을 기다릴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에요. 이건 당연히 항의해야 하는 것입니다."

 

 "반동분자를 잡으면 상을 준다던데,"행상인이 말했다. "아주 큰 상을." 펠릭스는 그를 노려보았다. "아, 제국 기사들은 제 동료의 상대도 되지 못했다는 점을 안 알려드렸군요," 펠릭스가 말했다. "완전히 아비규환이었죠! 머리, 다리, 팔뚝, 온통 사발팔방에 흩날렸어요. 제 친구는 시체들의 산 위에 서있었더군요."

 

 "근데 궁수를 불렀지 말이야," 고트렉이 덧붙였다. "그래서 뒷골목으로 빠져나가야 했지. 거기서 버텨봐야 개죽음이니까."

 

 뚱뚱한 행상인은 그의 동료와 고트렉을 번갈아 보며 비교하다가 말했다. "사리에 밝은 자는 정치와 거리를 두는 법이죠." 보상에 관한 말을 꺼낸 상인에게 하는 말이었다.

 

 그는 다시 펠릭스를 보면서 말했다. "별다른 뜻은 없을 겁니다, 시인 선생."

 

 "그러리라 믿습니다,"펠릭스가 말했다. "그리고 지당하신 말씀이었습니다."

 

 "반동이든 무엇이든요," 노부인이 말했다. "지그마가 당신을 축복하리니, 제발 우리 어린 건터를 데려와 주세요."

 

 "우리 아들내미 어리지 않어, 리세," 여관주인이 말했다. "당당한 사나이부랑께. 여튼, 부디 제 아들내미를 델고 와주십쇼. 이 늙다구리는 젊은놈이 장작도 패줘야 하는뎌, 편자도 박아주고, 술통도 날라주고――"

 

 "아버님의 사연에 저는 매우 안타깝게 생각합니다,"펠릭스가 노인의 끝도 없는 하소연을 딱 자르고 가죽 모자를 머리에 푹푹 눌렀다.

 

 고트렉이 다가와서 펠릭스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육중한 주먹으로 펠릭스의 가슴팍을 툭툭 쳤다. "갑옷은 여자애나 여자애 같은 엘프놈들이나 입는 거야."

 

 "아니, 난 입고 있는게 최선이라고 생각해, 고트렉. 내가 서약한 것처럼 너의 이야기를 기억하기 위해, 난 반드시 살아남아야 해."


 "좋은 지적이야, 인간. 그리고 서약 내용은 그 뿐만이 아니란 점도 명심해." 말을 마치고 고트렉은 여관주인에게 돌아섰다."그 흑석의 고리로 가는 길 좀 알려줄 수 있겠나?"



주1

모르슬리브 대보름: 카오스 달 모르슬리브는 한 해에 2번의 만월이 있다. 하나는 제국어로 게하임니스나흐트(Geheimnisnacht), 다른 하나는 핵젠스나흐트(Hexensnacht)라고 불린다. 이중 게하임니스나흐트에 모르슬리브가 가장 가까워져 영향이 더 강하다고 여겨진다. 모르슬리프의 공전 궤도는 규칙이 없기에 해마다 모르슬리브 대보름 날짜는 바뀐다. 제국 밖에 다른 지역에서는 겨울 전야(브레토니아), 황혼 물결(엘프), 아르'우즈쿨(드워프)라고도 불린다.

주2

스노틀링-성애자: 원문은 "스노틀링 애무하는 사람"이다. 보나마나 드워프식 욕설.


ps. 이건 제가 번역한건 아니고 햄갤에 올라온 단편 소설입니다. 즐감하세여~출처는 위에 표기했습니다.


Posted by 스틸리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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