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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두 사람은 숨 죽이고 계속해서 나아갔다. 안개에 깊숙히 파고들자 고트렉은 조심스럽게 발자국을 풀로 가려줬다. 펠릭스도 똑같이 따라했다.


 어느 정도 가자 펠릭스도 고트렉이 말했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듣자보니 대략 20명 정도의 사람들이 동시에 기도문을 읊는 듯 했다.


 몇 몇은 인간의 목소리처럼 들렸지만, 다른 목소리들은 낮고 짐승 울음소리 같았다. 느린 박자로 울리는 북소리, 짤랑거리는 향발과 귀에 거슬리는 백파이프 소리와 함께 남녀들의 괴성이 안개를 타고 들려왔다.


 이때 펠릭스는 점점더 확신이 들었고, 단어 하나가 그의 마음속에서 끝없이 맴돌았다. 이윽고 그 단어가 그의 입 밖으로 흘러나왔다.


 “슬라네쉬.”


 펠릭스는 몸서리를 쳤다. 슬라네쉬, 형용할 수 없는 쾌락의 신. 최악의 타락을 불러오는 자. 오직 알트도르프의 마약 소굴과 창관에서 상식을 초월하는 비인간적 쾌락을 탐닉하는 자들에 의해 속삭여지는 이름. 타락, 육욕, 그리고 제국의 어두운 면과 깊이 연관된 재앙. 슬라네쉬의 추종자들에게 그 어떠한 절정도 이상하지 않으며, 어떠한 쾌락도 용인된다.

 

 “안개가 우리를 가리고 있어,”펠릭스가 트롤슬레이어에게 말했다.

 

 “쉿! 조용. 더 접근해야 돼.”

 

 그들은 슬그머니 발길을 옮겼다. 물방울이 맺힌 길게 자란 풀잎들 사이에서 걷다보니 온몸이 덩달아 축축해졌다.

 

 그들은 저 앞에 어둠 속에서 활활 타오르는 장작더미를 볼 수 있었다. 나무 타는 냄새와 달콤한 냄새가 스며나왔다. 혹시나 집회에 지각한 사람이 뒤에 있을련지 확인해보기 위해 펠릭스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왠지 자신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느낌이 들었다.

 

 한 발짝 한 발짝, 비록 더디지만 그들은 접근했다. 고트렉이 등에 메고 있던 도끼를 꺼내들려고 할 때 펠릭스의 손가락을 살짝 스쳤다. 뜨거운 아픔과 함께 손가락에서 피가 철철 흐르기 시작했다. 펠릭스는 터져나올 뻔한 비명소리를 참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드디어 풀밭의 끄트머리에 도달하자, 그들은 자신들의 목적지를 마주하게 되었다. 둥글게 세워진 여섯개의 외설적이게 조각된 돌들 중간에 평평한 거석이 자리잡았다. 그 돌들은 빛을 발하는 버섯들에 의해 초록빛이 감돌고 있었다. 돌들의 꼭대기에는 연기를 토해내고 있는 아궁이가 놓여져 있었다.

 

 창백한 녹색 섬광이 이 지옥같은 경치를 둘러쌌다.

 

 흑석의 고리 안에는 긴 망토를 입고 가면을 쓴 여섯 명의 인간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인간 여자들이나 남자들이나 망토 자락의 절반을 어깨부터 걷어올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속살을 드러냈다.

 

 그들은 한손으로 향발을 흔들며, 다른 한손에 든 회초리로 앞에 있는 사람을 채찍질하며 외쳤다.


 “이그라크 투 아마트 슬라네쉬! (Ygrak tu amat Slaanesh!)

 

 펠릭스는 몇몇 이들의 몸이 벌써 멍투성이가 된 것을 발견했다. 그럼에도 그들은 고통을 느끼지 않는 듯 의식을 계속했다. 어쩌면 그들이 피고 있는 향에 진통 효과가 있는지도 모른다.

 

 돌들의 고리 주위에는 무시무시한 형체들이 누워있었다. 북을 치는 자는 거구에 숫사슴 머리와 갈라진 발굽을 가진 괴물이었다. 바로 옆에 개 머리가 달린 괴물이 빨판 달린 손가락으로 백파이프를 연주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 무리의 기형 남녀들이 멀지 않은 곳에서 몸이 비틀려지고 있었다.

 

 몇몇 이들은 신체가 괴상하게 비틀려졌다: 큰 키에 막대기처럼 생긴 머리를 가진 남자, 눈과 유방이 각각 세 개씩 달린 뚱뚱한 여자; 또 몇몇은 거의 인간의 흔적이 사라질 정도로 심각하게 변이되었다: 비늘이 뒤덮인 뱀 인간과 늑대 머리에 이빨과 입, 그리고 온갖 구멍들이 뒤범벅되게 섞여진 괴물이 있었다. 펠릭스는 거의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그는 갈수록 커져가는 두려움을 애써 억누르고 이 광경을 지켜보았다.


 북을 두드리는 속도가 점차 빨라졌다. 구호를 외치는 박자도 이에 따라 빨라지고, 백파이프의 조잡한 소음도 박차를 가했다. 석상들 중간에서 춤을 추는 사람들은 더욱 광란에 빠지면서 자신과 주위 사람들을 새빨간 회초리 자국이 보일 정도로 채찍질했다. 마지막으로 향발을 힘줘서 치고 모두 조용해졌다.

 

 펠릭스는 하마터면 자신이 발각된 줄 알고 경직했다. 제단에서 피우는 향이 그의 콧구멍을 가득 채우더니 그의 모든 감각을 앗아가려는 듯 괴롭혔다. 이제 펠릭스는 방금 전보다 더 멍하고 괴리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 빠진 체 있었던 펠릭스를 깨운것은 옆구리에서 느껴지는 아픔이었다.

 정신차린 펠릭스는 고트렉이 팔꿈치로 자신을 찌르고 있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펠릭스의 주의를 끌자 고트렉은 열심히 석상들 중간을 가리켰다.

 

 펠릭스는 고트렉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열심히 관찰했다. 알고보니 고트렉이 가리키고 있던 곳에 검은 마차가 있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적막을 깨는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마차의 문이 덜컥 열렸다. 펠릭스는 숨을 죽이고 무엇이 나올지를 지켜보았다.


12


 이윽고 알록달록한 망토에 얼굴을 가린 키 큰 사람의 형상이 안개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었다. 수수께끼의 인물은 장엄하게 걸음을 옮겼다. 그의 품 안에는 줄무늬 헝겊에 둘둘 싸매인 무언가가 안겨있었다. 펠릭스는 고트렉을 바라보았지만 그는 이 모든 광경을 독기를 가득 품은 표정으로  노려보기만 했다. 펠릭스는 점점 이 드워프가 인내를 잃을 까 걱정이 들었다.

 

 마차에서 나온 사람은 석상들의 고리 중앙으로 걸어나왔다.


 “아마크 투 아마트 슬라네쉬!” 품안에 든 물건을 번쩍 들어올리며 그가 외쳤다. 펠릭스는 헝겊 안에는 생사를 확인할 수 없는 아기가 감싸였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그라크 투 아마트 슬라네쉬! 차르콜 테인 아마트 슬라네쉬!” 이교도의 무리들이 열광하며 따라 외쳤다.

 

 정체를 감춘 자는 주위를 둘러싼 참가자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훑어 보았다. 펠릭스는 마치 그의 갈색의 눈동자가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혹시 집회의 주최자는 이미 자신들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그들을 우롱하는 것이 아닐까, 펠렉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아마크 투 슬라네쉬!” 이교도들의 수장이 다시 뚜렷하게 들리도록 외쳤다.

 

 “아마크 클래사! 아마트 슬라네쉬!” 집회 참가자들이 따라 외쳤다. 그리고 이제 어느 사악한 의식이 거행될 것이 명백했다. 교주는 의식적인 걸음으로 제단으로 다가갔다. 펠릭스는 입술이 바짝 말라갔고 고트렉은 뭔가에 홀리는 듯한 표정이었다.

 

 우뢰같은 북소리와 함께 아기는 제단 위에 놓여졌다. 여섯 명의 춤 추던 사람들은 이제 각자 돌기둥 하나 옆에서, 두 다리를 넓게 벌리고 관능적인 자세로 석상들을 끌어안았다. 의식의 다음 단계로 건너가면서 그들은 몸을 석상에 걸쳐앉고 요염한 동작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면을 쓴 교주는 느려뜨린 망토 속에서 기다란 물결 모양의 칼을 뽑아들었다. 차마 볼 수 없는 광경이 눈 앞에 펼쳐지자 펠릭스는 드워프가 뭔가 행동을 취할 지 기대했다.

 

 이교도는 칼을 천천히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펠릭스는 자신에게 계속 관찰할 것을 강요했다. 슬슬 불길한 기운이 근처를 맴돌기 시작했다. 이윽고 향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와 안개가 친친 감겨서 엉겨붙는 듯이 요동쳤다. 펠릭스는 어렴풋이 그 연막 속에서 괴상하게 비틀어진 형체가 나타나는 것을 보았다. 이제 그는 더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만!” 펠릭스가 내질렀다.


 그리고 그는 고트렉과 풀밭에서 불쑥 튀어나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석상들의 고리로 돌입했다.


 이교도들은 처음에 그들을 발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곧 이어 북소리가 잦아들고 교주가 경악한 모습으로 그들을 쳐다보게 되었다.

 

 잠시동안 모두 어리둥절하게 빤히 쳐다보기만 했다. 누구도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지 몰랐었다. 그러더니 교주가 칼을 두 사람에게 겨누면서 외쳤다: “방해자들을 죽여라!” 그러자 이교도의 무리들은 우르르 몰려오기 시작했다.


 펠릭스는 발에 날카로운 통증과 뭔가에 걸린 것을 느꼈다. 고개를 돌려 보니 절반은 여인이고 절반은 뱀의 생물체가 그의 발을 부둥키고 있었다. 펠릭스는 힘써 걷어차버리고 나뒹구는 흉물을 향해 칼을 내리꽂았다.


 칼이 뼈마디를 관통하며 둔탁한 느낌이 팔에 전달되었다. 행동력을 되찾은 펠릭스는, 고트렉이 제단을 향해 전진하며 적을 무찔러 흥건히 뿌려낸 피의 길을 따라서 냅다 뛰기 시작했다. 무시무시한 양날 도끼가 들어올려지고 내리찍힐 때마다, 붉은 파괴의 흔적이 궤적을 만들었다. 비록 이교도들의 행동은 무뎌지고 휘청거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두려움을 모르는 듯이 덤벼들었다. 남자든 여자든, 변이되거나 온전하거나, 모두 죽음을 각오하고 방해자들을 향해 몸을 던졌다.


 펠릭스 또한 그를 향해 덤비는 적들을 난도질하며 해쳐나갔다. 그는 자신을 향해서 펄쩍 뛰어온 개의 머리가 달린 남자의 갈비에 칼을 꽂아넣고 심장을 쑤셔박았다. 그리고 칼을 빼낼 때 마침 야수의 발톱이 달린 여자와 함께 점액에 뒤덮인 남자가 그를 덮쳤다. 그들의 충격으로 펠릭스는 뒤로 벌러덩 자빠졌다.


 펠릭스는 여자의 야수 발톱이 그의 얼굴을 찌르는 순간에 발로 여자의 복부 하단을 걷어차서 떨쳐냈다. 상처 부분에서 핏방울이 눈으로 굴러떨어졌다. 점액 투성이의 남자는 불품없이 넘어졌지만 다시 몸을 일으켜 펠릭스의 목덜미를 움켜잡았다. 펠릭스는 왼손으로 단검을 찾기 위해 더듬거리는 사이, 오른손으로 남자의 목을 마주 잡으려고 버둥거렸다. 하지만 점액으로 인해 미끌한 피부를 지닌 남자는 상대하기 까다로웠다. 남자는 몸을 비틀어 펠릭스의 손아귀를 떨쳐냈다. 그는 펠릭스의 목을 더 세개 조여서 호흡을 차단했고, 자신의 몸을 펠릭스에 가까이 대서 비비적거렸다. 그는 쾌락에 빠진 체 헐떡였다.

 

13


 어둠이 점차 시인의 시야를 점령해갔다. 조그마한 은색 방울이 그의 눈가에서 스며나왔다. 그는 눈앞의 어둠에 몸을 내던져 이대로 휴식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갑작스럽게 어딘가 먼 곳에서 그는 고트렉의 우렁찬 전투의 함성이 파동쳤다. 덕분에 살아난 정신력에 빌붙어 펠릭스는 단검을 검집에서 잡아채고 흉물의 갈비 사이에 깊이 찔러넣었다. 흉물은 자신의 사지가 뻣뻣해지는 와중에 활짝 웃으면서 장어처럼 생긴 이빨들을 들어내었다. 그는 죽어가면서도 황홀의 교성을 질렀다.


 “슬라네쉬님, 저를 데려가세요,” 점액 범벅의 남자가 떨면서 외쳤다. “아, 고통, 사랑스러운 고통!”


 이때 짐승의 발톱이 달린 여자와 펠릭스는 거의 동시에 일어섰다. 펠릭스는 즉시 발을 뻗어 부츠로 여자의 턱을 강타했다. 으드득거리는 소리와 함께 여자는 자빠졌다. 펠릭스는 머리를 흔들어 눈에 들어간 피를 떨쳐냈다.

 

 이교도 무리들은 거의 모두 고트렉에게 모여있었다. 덕분에 펠릭스는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드워프는 흑석의 고리 중앙으로 진입하기 위해 적들을 썰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움직일 때마다 밀려오는 몸뚱이들이 그를 방해했다. 펠릭스는 고트렉이 군데군데에 경상을 입은 것을 발견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드워프의 가공할 파괴력은 보는 사람들을 섬뜩하게 만들었다. 입에 거품을 물은 체로, 그는 도끼를 휘두를 때마다 함성을 지르면서 잘려나간 팔다리와 몸통, 머리들을 사방에 흩날렸다. 그는 끈적한 피에 흠뻑 젖은 체로 분투하고 있었지만, 아무리 그의 용맹함이라고 해도 펠릭스는 고트렉이 곧 당해내지 못하리라고 보았다. 결국에는 숨어있던 이교도가 몽둥이로 고트렉을 세게 내리치자 고트렉은 넘어지고 말았고, 이를 이교도들은 우르르 모여들어 깔아뭉겠다.


 그리하여 슬레이어는 그의 종말을 맞이하였다, 펠릭스는 마음속으로 말했다, 마치 그가 바라던대로.

 

 싸움의 난장판에 떨어져 있었던 교주는 다시 격식을 차리고 의식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그는 단도를 높이 들어올렸다. 전에 안개 속에서 나타나려던 공포스러운 형체가 다시 들끓어 올랐다.

 

 펠릭스는 일단 저 형체가 모습을 완전히 갖추게 되면 죽음을 모면할 수 없으리라 짐작했다. 하지만 펠릭스는 고트렉처럼 정면 돌파를 강행 할 재주가 없었다. 잠시동안 펠릭스는 모르슬리브의 빛을 반사하며 반짝이는 이교도 고위사제의 단도를 지켜보며 골몰히 생각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단검을 뒤로 빼들었다. “지그마시여 저의 손을 인도해 주소서,” 그는 기도를 하고 단검을 내던졌다.


 단검을 직선으로 날아가더니, 고위사제의 가면 아래에 노출된 취약점인 목에 정확히 파고들었다. 이윽고 이교도의 수장은 목쉰 소리를 내더니 뒤로 고꾸라졌다.

 

 원망이 찬 흐느낌이 들리더니 안개들이 걷혀지도 그 속에 들끓고 있던 형체도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거의 동시에 이교도들이 충격받은 체로 제단을 올려다 보았다. 그러더니 기형의 생물들은 고개를 돌려 펠릭스를 노려다 보았다. 그제야 펠릭스는 자신을 향한 우호적이지 않은 눈길들을 발견했다. 펠릭스는 너무, 너무 두려웠던 나머지 서있던 곳에 경직된 체 있었다. 침묵하는 공기 속에 살기가 넘쳐났다.


 그때 갑자기 고막을 찢을 듯한 함성이 들리더니 고트렉이 시체 더미들 중에서 벌떡 일어나서 육중한 주먹을 휘둘렀다. 그리고 몸을 숙여서 바닥에 떨어진 도끼를 잡아들었다. 그는 도끼의 손잡이를 단단히 쥐고 마구 휘둘러댔다. 펠릭스는 칼을 집어들고 고트렉의 곁으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두 사람은 적들과 싸우다가 마침내 등에 등을 맞서게 되었다.

 

 이교도들은 공포와 더불어 수장을 잃어버린 상황에서 밤과 안개를 틈 타 도망치기 시작했다. 곧 흑석의 고리에는 고트렉과 펠릭스 밖에 남지 않았다.


 고트렉은 펠릭스를 전투의 분노가 가시지 않은 체 노려보았다. 그의 염색된 머리카락은 피에 흠뻑 젖었다. 저주 받은 달빛 아래, 고트렉은 마치 악마처럼 보였다.


 “덕분에 나의 위대한 죽음이 털려버렸군, 인간.” 말하면서 고트렉은 그의 위협적인 도끼를 들어올렸다.


 펠릭스는 혹시 고트렉이 아직 전투에 목말라해서 서약이고 뭐고 자신을 두 동강 내버리려는지 두려워했다.


 고트렉은 서서히 펠릭스에게 다가가더니 씨익 웃었다.


 “신께서 나에게 더 위대한 죽음을 선사하기 위해 보우하는 것이겠지!”


 그리고 고트렉은 도끼를 바닥에 박아내리고, 눈물나게 웃었다.

 

 마침내 웃음이 멈추자, 고트렉은 제단으로 터벅터벅 걸어가 아기를 안아올렸다. “아직 살아있어,” 고트렉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한편 펠릭스는 얼굴을 가린 이교도들의 시체들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는 시체들의 얼굴 가리개를 벗겨냈다. 첫번째는 금발 머리에 회초리 자국과 멍투성이의 여자였다. 두번째는 젊은 남성이었다. 그의 목에는 펠릭스가 목에 건 것과 똑같이 생긴, 망치 모양의 목걸이가 걸려있었다.


 “내 생각에는 여관으로 돌아가지 않는게 좋을 거 같아,” 펠릭스가 슬프게 말했다.

 

14


 현지에서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하츠로흐의 샬리야(주1) 신전 계단 앞에 아기 하나가 놓여있었다고 한다. 피로 물든 서든란트제 가죽 망토에 둘둘 싸매지고, 금화 몇개 들어있는 주머니와 함께 망치 모양의 목걸이를 걸은 체 버렸졌다는 것이다. 신전의 여사제는 새벽녘에 검은 마차가 신전을 질주하며 지나간 것을 보았다고 맹세했다.


 그리고 하츠로흐의 사람들은 훨씬 어두운 또다른 이야기를 전했다. 잉그리드 하우프만과 여관주인의 아들 건터가 어둠의 신께 바치는 의식에서 살해되었다는 이야기다. 흑석의 고리에 널브러진 시체들을 발견한 현지의 길 파수꾼은, 분명히 매우 끔찍한 의식일 것이라고 말한다. 시체들은 마치 악마가 휘두른 도끼에 갈갈이 찢겨진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주1

샬리야: 인간이 믿는 치유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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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알고보니 잉그리드랑 건터가 슬라네쉬 종자였음. 그리고 슬라네쉬의 악마를 소환하려는 것을 고트렉이랑 펠릭스가 막은 것임. 여관주인의 아들을 구하러 갔다가 여관주인의 아들이랑 약혼녀까지 죽여버린 것을 나몰라라 하고 마차 뺏고 도망치는 것임. 


역자 후기: 펠릭스도 잘 싸우네.... 만약에 검술 훈련을 받은 시인이 이런 정도면 제국이 카오스 발라버리는 건 쉬울 듯.


ps. 퍼온자의 후기. 고트렉과 펠릭스 저도 좋아합니다.ㅋㅋ

나중에 번역해보고 싶네요

Posted by 스틸리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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