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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과 괴물들(2526년 초)

지금이 바로 최후의 순간이다, 라고 카를 프란츠는 이미 각오하고 있었습니다.

비록 온 힘을 다하여 용맹무쌍하게 날뛰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강력한 그리폰이 거대한 구륵 글롯에 맞서 분투하다가 그의 무지막지한 괴력에 의해 궁지에 몰린 순간,

카를 프란츠 또한 구륵의 공격에 얻어맞고 크게 나가떨어져 떨어져버렸지요.

그리폰에서 떨궈진 프란츠의 오른팔은 와중에 무자비하게 난자당하여 떨어져나가버렸고,

그런 상태에서도 황제는 다시 일어나서, 그를 손수 처형해주기 위해 다가온 맞이 오토 글롯이 손수 휘두르는 대낫 공격들을 어떻게든 떨쳐내기 위해 용맹하게 분투하였으나,

설령 최선을 다하더라도 그저 인간에 불과한 그의 힘으로써는 이와 같은 거대한 악 앞에서 상대거리도 안된다는 사실은 이미 본인부터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토가 최후의 일격 속에 거의 적을 부식성 담즙에 담가버리기 직전,

찬란한 갑주를 입은 한 명의 제국 기사가 그들 사이에 난입하였습니다.

바로 라잌스마셜 커트 헬보르그였지요.

헬보르그의 난입 덕에 간신히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된 프란츠는 둘이서 오토와 다시 싸우기 시작했고,

결국 프란츠는 그의 검을 오토놈의 사악한 심장에 박아넣는데 성공했습니다.

허나 그의 기회는 안타깝게도 빗나가버렸으니,

프란츠가 날린 최후의 일격은 그의 심장에서 아주 털끝만한 간격차로 벗어나 있었습니다.

분노한 오토는 자신의 단검을 프란츠의 목구멍에 쑤셔박아주려 하였으나,

이번에는 라잌스마셜이 난입하여 맨손으로 그것을 잡아쥐어 가로막았습니다.

무지막지한 오토의 힘 앞에 그의 손바닥들에서는 피가 마치 강물처럼 흘렀고,

오토가 프란츠에게 단검을 다시 쑤셔넣기 위해 검을 확 잡아빼자 라잌스마셜의 손가락들 몇 개가 우수수 잘려나갔습니다.

분노한 오토는 그 검을 라잌스마셜의 눈구멍에 대신 박아버렸고,

헬보르그는 숨이 끊어지기 직전 마지막으로 지그마의 이름에 대고 용서의 기도를 바치며 땅바닥에 쓰러졌습니다.


헬보르그가 비참하게 쓰러지는 모습을 보며, 오토는 미친놈처럼 웃으며 다음으로 프란츠를 향해 칼날을 내밀었습니다.

오토는 끝까지 저항하는 황제의 나머지 팔을 잘라버리고 뒤이어 그것을 그대로 심장까지 박아넣었죠.

하늘에서는 무시무시한 천둥 번개가 쾅쾅 내려치고 있었고,

온 세상이 공포 속에 얼어붙었습니다.

천둥 번개는 더 무시무시한 빛을 발하며,

이제는 궁궐과 그 너머 풍경까지도 천상의 빛으로 환하게 비추고 있었지요.

그 아래, 카를 프란츠는 글롯킨의 발치 아래 돌바닥 위로 천천히 무너져내렸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숨결과 함께, 황제는 그의 신의 이름을 마지막으로 간절히 불렀지요.


그리고 그 순간, 세상은 영영 뒤바뀌게 되었습니다.


글롯킨의 머리 위로, 하늘이 갑자기 크게 갈라지며 그 사이로 어떤 천상적 존재가 내려왔습니다.

그것은 순수 에너지로 이루어진 두꼬리 혜성이였는데,

하늘에서부터 내려온 그것은 그대로 수직낙하하여 칼 프란츠의 주검 위에서 폭발을 일으켰습니다.

그 무시무시한 충격에 글롯킨조차도 버티지 못하고 나가 떨어졌으니,

그것은 바로 신의 힘이였습니다.

혜성에서부터 이어진 눈부신 빛의 꼬리들은 그대로 회전하여 곧 백열의 나선 회오리바람이 되었는데,

그 백열의 나선은 도시에 베인 너글의 오염된 정원의 모든 흔적들을 태우고는 도시의 심장부에서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땅에 떨어진 유성의 심장부에서부터,

한 명의 인물이 일어났습니다. 찬란한 황금빛으로 빛나는, 거인이 말이죠.

그는 황제 칼 프란츠였습니다. 주변을 뒤덮은 불길 속에서조차 아무런 해도 입지 않았고,

그의 양 손에는 순수한 황금 번개로 이루어진 강렬한 망치 하나가 들려 있었지요.

찬란한 빛을 발하는 전사는 순수한 에테릭적 에너지로 몸이 번쩍번쩍 빛나고 있었으며,

곧 그대로 돌진하며 세 쌍둥이를 향해 달려들었습니다.

구륵이 먼저 반응하여 으르렁거리는 소리아 함께 그의 촉수를 내질렀으나,

빛나는 전사는 눈이 쫓을 수 없을 정도로 빨랐으니

카를 프란츠는 역으로 구륵의 촉수를 잡은 다음 그것을 강하게 잡아당겼고

그러자 거대한 괴물조차도 강력한 힘에 끌려 프란츠의 코 앞에 끌려왔습니다.

황제는 빛의 망치를 크게 휘둘러 무시무시한 어퍼컷을 놈에게 선사하였으니,

그의 망치는 구륵의 튀어나온 내장과 뱃살까지 모조리 분쇄해버리며 심지어는 그를 완전히 산산조각내어

온갖 더러운 액체들을 뒤편 정원에 뿌려버렸습니다.

괴물은 천천히 쓰러졌고, 놈의 거대한 몸뚱아리는 휭하니 뚫려 있었습니다.

오토가 분노 속에 울부짖으며 동생의 어깨 위에서 뛰어내리면서 검을 내질렀는데, 

카를 프란츠가 그를 돌아보며 양 손을 쫙 펼치자 하늘에서부터 맹렬한 천둥 번개 기둥 하나가 내려꽂히며 워로드를 그대로 삼켜버렸습니다.

그 무시무시한 에너지에 오토는 크게 나가 떨어져 도시 대로를 가로질러 하늘을 쭉 날아가다가

끝에 레잌스템플의 벽들에 처박히며 사지들이 박살났습니다.

밑에 깔린 자갈들을 갈아내며, 신적으로 거듭난 전사는 마지막 남은 에스락에게 천천히 걸어갔는데,

이미 소서러는 공포에 질린 상태였습니다.

마침내 황제의 망치가 하늘 높히 들어올려졌습니다.

하지만 겁에 질린 에쓰락의 주술이 더 빨랐고, 세쌍둥이 전부는 그렇게 뚱땡이 파리들로 변환되며 사라졌습니다.

망치가 떨어지는 순간 파리들은 나선 속에 휩쓸려 그대로 증발해버렸고,

남은 것은 역한 악취 뿐이였습니다.

그리고 하늘 위 구름들은 흩어지다 이내 모두 걷히며,

차갑지만 신선한 겨울 새벽녘의 하늘과 공기가 다시 돌아왔습니다.


...

꿈의 세계에서, 샬라 여신의 두 눈 아래로 눈물이 방울져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두 섬옥수수를 한 때 그녀와 함께였던, 자랑스러운 자연의 신이자 

이제는 그저 부패해버린 덩어리에게 가져다 대었지요.

치유의 에너지가 그에게로 흘러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잠깐동안 그 쓰러진 신의 몸을 잠식한 역병들이 흐려지다 사라졌지요.

허나 너글의 힘은 너무나도 강했습니다.

그리고 질병들이 남긴 그의 기이한 문양들은 다시 쓰러진 신의 표면 위로 올라왔지요.

간 반점들이 여신의 팔뚝 위로 올라왔으며,

여드름들이 그녀의 대리석 같이 흠집 없고 아름다운 살결 위를 뒤덮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고통 속에 그녀의 아름다운 머리결을 흩뿌렸고,

그러자 황금빛의 머리카락들은 백색으로 변하며 안개 속으로 흩어졌습니다.

그녀 뒤로, 찬란한 빛을 발하는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는데,

고민 속에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그녀 곁에 선 빛나는 황금의 성기사를 잠시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녀의 충성스러운 전사의 희생에 영감이라도 받았는지,

곧 고통에 시달리는 쓰러진 신에게로 무릎을 꿇고는 그녀의 두 손을 쓰러진 '탈'의 가슴에 대었습니다.

그러자 샬라의 두 팔에 가득했던 반점들이 점차 가라앉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아마색 머리결 또한 다시 윤기를 되찾기 시작했지요.

샬라 여신의 두 손에서 다시 부드러운 빛이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그것은 그녀 곁의 '여인'이 주입하고 있는 에메랄드 에너지와 섞여 탈에게 흘러들어갔습니다.

탈의 건장한 가슴이 아직은 부족할지언정, 다시금 건강한 숨을 내쉬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다른 빛나는 자가 자리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는 늑대 가죽으로 만든 헬멧과 백색 수염을 뒤집어 쓴 인간들의 늙은 신이였는데, 머리 위 수많은 별들을 오랬동안 바라보다,

이내 옹이진 두 손을 쓰러진 친구의 가슴에 대었습니다.

겨울이 마침내 찾아왔고, 그것으로, 부활할 기회도 있는 것이겠지요.


3신이 힘을 집중하기 시작하자, 자연의 신의 육신에서 마침내 오염이 빠져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곧 차가운 서리가 탈의 육신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서리는 몸 위로 계속해서 쌓이다, 이내 머리부터 발끝까지 뒤덮었지요.

늙은 신, 울릭은 그의 주먹을 들어올려 탈의 육신에 덮은 얼음들을 그대로 깨버렸습니다.

곧 얼음 고치가 수천 조각들로 갈라졌고,

위대한 탈이 다시 부활하여 모습을 드러내었습니다.

새로 부활한 탈은 완전하고, 흠집 없는 형상으로 

비유하자면 마치 겨울의 태양과도 같았습니다.

그리하여 필멸자들의 세계에서도, 거대한 변화가 다시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태양이 새롭게 지평선 위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알트도르프를 괴롭히던 기이한 태풍 또한 사그라들다 이내 흩어져 사라졌습니다.

악마들 또한 어떤 영적인 에너지들을 도둑맞은마냥 곧 사라져 이내 흔적도 없이 증발해버렸지요.

그 날 마지막으로 친 게헤임스나크의 천둥은 이전과는 달리, 으스스한 웃음소리라기보다는

마치 실망한 구두쇠의 투덜거림 같이 느껴졌습니다.



한편, 현실에서 알트도르프의 운명을 가장 먼저 눈치챈 것은 거츠랏 스퓸이였습니다.

그는 이제 너글의 정복 시간이 지나갔음을 깨달았죠.

세쌍둥이가 패배한지 얼마 되지 않아, 대세가 기울어짐에 따라 그는 전 병력들을 숲으로 철수시키기 시작했습니다.

한창 싸우던 오곳 데몬스퓨와 그의 마고스 괴마병들 또한 눈치를 채고 그를 따라 후퇴하기 시작했죠.

그들의 지도자들이 전부 꽁지 빠지게 도망치는데다가 후원자 신의 악마들까지 폭풍 속으로 사라지자,

너글의 필멸자 세력들은 급속도로 힘이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알트도르프를 사방에서 포위하여 이때까지 필사적으로 방어하고 있었던 각지의 인간들을 진창나게 괴롭히던 노스카 군대들은 점차 조직적으로 분쇄되어,

올드 월드의 평범하고 용기있는 남자들이 만들어낸 질서정연한 방어선에 밀려 다시 쫓겨나기 시작했지요.

그리하여 그 다음날 정오에, 거츠랏 스퓨모가 오곳 데몬스퓨, 이제는 사라진 글롯킨의 군대들은 완전히 분열되고 흩어졌으며

도시는 시민들의 손에 의해 재수복되었습니다.

처음에는 폐허들 사이로 숨어있을지 모르는 적들에 긴장하고 주저하여 느리게 진행되었지만,

곧 적들이 모두 사라졌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힘찬 용기와 의지 속에 도시들을 재건해나가기 시작했죠.

그리고 얼마 안가, 제국 전역의 주요 강줄기들로 백색의 화염이 타올랐다는 보고가 들어왔는데,

그 마법의 잔물결은 너글의 오염을 모두 싹 지워내었습니다.

곧 남은 것은 크리스탈만치 깨끗한 강물 뿐이였지요.

각 지방들의 사람들은 그들 한복판에서 벌어진 이 기적적인 일들에 놀라워하며,

곧 이 시기에 그들을 괴롭히던 온갖 역병들과 열병들 또한 마을과 마을에서, 촌락과 촌락 순으로 그저 순식간에 사라졌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비록 제국 대다수가 이번 침공에 의해 황폐화되었으나,

그 폐허의 흔적들은 창활한 겨울 하늘 아래 내린 첫번째 비 속에 다 씻겨나갔습니다.

그리하여, 한 달이 지나기도 전에 아이들은 다시 제국의 주요 강들의 강가에서 다시 뛰놀며 장난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들의 부모는 아이들을 걱정스레 쳐다보며 주의를 기울였지만,

곧 안전하다는 것을 깨닫고 걱정과 근심을 탈의 신선한 겨울 바람 속에 떨쳐버리며

아름답고, 차가운 겨울 강물을 튀기고, 다이빙하거나 마시며 평화를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

너글의 정원 깊은 곳 어딘가..

역병의 군주가 분노하며, 푹 썩고 벌래가 들끓는 우파더의 대저택 전체가 비명을 질렀습니다.

그 날은, 심지어 가장 작은 너글의 짐승조차 정원 주변을 배회하지 않았지요.

부패의 군주가 그의 포상을 얻는데 실패했으니까요.

그리고 대 저택의 거대한 다락방의 그늘진 피라미드들 안에는,

그 날로 3개의 새로운 도자기 철창들이 생겨서 먼지 구덩이 속에서 덜그덕거리고 있었는데,

그 사이로는 우울하게 끙끙거리는 작은 속삭임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그 중 둘은 보통 인간 사이즈거나 조금 작았습니다.

그러나 3번째 것은 이 저택의 돌 하나만치 거대한 크기를 자랑하고 있었지요.

...


한편, 알트도르프의 황궁 왕실에서 황제 카를 프란츠는 그의 응당한 자리를 다시금 앉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의 신체는 그의 몸 안에서 타오르는 순수한 마법의 에너지로 완벽히 치료가 완료된 상태였지요.

그의 영혼 또한 이전보다 수백배는 더 강해진 상태였습니다.

그의 왕좌실은 바깥의 밤하늘에서 내려온 유성의 충돌 이후 자리잡은 거대한 순수 에너지의 나선형 회오리 속에 단색으로 반짝거리고 있었지요.

알트도르프는 쌍꼬리 혜성의 에너지를 통해 도시를 더럽히고 있었던 모든 저주를 태워버렸으나,

그 순수한 에너지는 여전히 유지되어 별들의 힘을 필멸 세계 아래로 내려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카오스 세력과의 치열한 전투 끝에 얻어낸 힘겨운 승리에도 불구하고,

황제의 미소는 씁쓸하기만 했습니다.

궁정 신하들과 선재후들이 그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지만, 그들 또한 무덤의 시체만치 조용했지요.

지금은 잔치를 벌일 때도, 축하를 벌일 때도 아니였습니다.

제국의 거진 절반에 달하는 인구수가 단 수 달만에 목숨을 잃어야만 했으며,

브레토니아는 방어에 여념이 없는 상황이였습니다.

게다가 더욱 심각하게도, 북녘땅의 첩보원들이 이 날 아침에 전달해준 몇 장의 소식들을 보내왔으니

그것은 발톱들의 바다 위로 대규모의 늑대선들이 모여들기 시작한 것이 포착되었다는 것이였습니다.


그것은 이전까지 목격된 규모 중 가장 최고였으며,

그 배들에는 하나도 빠짐없이 돛 위에 삼안왕의 상징이 칠해져 있엇습니다.

카를 프란츠는 마지막으로 전송된 두르마리 소식지를 긴장 속에 구겨버렸습니다.


그것은 아카온이 직접 오고 있다는 것이였습니다.


Posted by 스틸리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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