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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전 전투 (2526년 초기)

악의 군대들은 어느새 언터왈드 교각까지 도달해버렸고,

이제는 그들 눈 앞에 샬라의 신전 특유의 반짝거리는 돔 지붕이 보일 정도로 거리가 가까워져 있었습니다.

그 거대한 신전의 대리석 표면과 메마른 판석들이 깔린 뜰 앞에는 단 하나의 오물도 묻어있지 않았는데,

심지어 하늘조차 청명한 색으로 바깥의 불쾌한 썩은 우유색 하늘과는 완전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이 신성한 신전 주변으로, 수백의 부상자들이 텐트들 혹은 막 실려온 상태로 들것들에 눕혀져 있었고,

수십 수녀들이 바삐 움직이며 그들을 침대로 옮기거나 부축하고 있었습니다.

대악마는 그 경건한 모습을 보고 열이 받아서 교각 옆의 '경건자 마그누스'의 석상에 달린 황동 검을 냅다 뜯어버리고는,

그대로 돌진하여 치유소를 들이받고 부상자들을 닥치는대로 도축하기 시작했으며

뒤따라 들어온 페스투스는 괴상한 단어와 함께 부패의 공기를 소환하여 후퇴하는 수녀들의 입과 콧구멍 속에 억지로 쑤셔넣었지요.


그런데 그 순간, 백색의 쓰개를 뒤집어쓴 한 늙은 여자가 다른 이들처럼 도망치려는 모습을 보이는 척 하다가 갑자기 기습적으로 페스투스에게 몸을 돌리고서는,

그대로 달려들어 놈의 면상에 단검 하나를 제대로 꽂아넣어 쑤셔버렸습니다.

그것은 신성한 축복이 담긴 단검이였지만, 페스투스는 겨우 1초 정도도 안되는 순간 동안만 고통 속에 얼굴을 찌그러트릴 뿐이였고,

곧 포션을 그녀의 얼굴에 집어던져 그녀를 단 수 초만에 완전히 분해시켜 버렸습니다. 결국 그녀의 목숨을 건 시도는 아무런 소용도 없는 헛된 시도였지요.


허나 그 장면은 살아남은 사람들의 마음에 무언가를 울렸습니다.

이미 죽은 시체나 다름 없던 자신들을 치료하기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친 이타적인 수녀들이 악마들의 손에 무참히 살해당하고,

심지어는 힘없고 늙은 수녀까지 흉적을 처단하기 위해 한 몸 바쳐 용감하게 나섰다가 비참하게 쓰러지는 것을 눈 앞에서 목격하자,

도망치던 병자들과 빈민들이 처음에는 수 명, 이윽고 수십명이, 그리고 수백명이 다시 발걸음을 돌리며 악마들을 가로막았습니다.

그들은 부상당하고 다쳐서 제 몸 간수하기조차 힘들고 그대로 도망치는 일조차 버거웠지만,

그 순간에, 그들은 다른 누구도 돕지 않았던 자신들을 위해 온 힘을 다해 헌신해준 수녀들을 위해 목숨을 다 바칠 각오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모든 자들을 도살하기 위해 너글의 악마들이 빌빌거리며 그들을 짓밟으려는 위기의 순간,

신전 안뜰의 공동묘지 부분에서 갑자기 언데드 무리들이 일어나며 마치 강물처럼 쏟아져 악마들과 생존자들 사이를 가로막고서는 악마들에 맞서기 시작했으며,

때마침 하늘에서는 로엔 레온쿠르의 명령을 받는 하늘기사단 부대가 시기적절하게 도착하였으니

바로 이 순간부터 무언가 흐름이 뒤바뀌기 시작했습니다.


하이 팔라딘 로엔이 히포그리프를 전속력으로 몰아 그대로 수직 낙하하듯이 강타하며 축복받은 성창을 내지르자,

그것은 쿠'가스의 끔찍하게 부풀어오른 살덩어리조차도 손쉽게 뚫고 관통하여 놈의 가슴팍 깊숙히 박혔습니다.

허나 불경한 저항력을 가진 괴물은 창을 휙 집어 내던진다음 커다란 손을 휘둘러 페가수스와 로엔을 성당 쪽으로 냅다 스매싱해버렸고

둘은 그대로 성당 돌바닥에 내동댕이쳐졌지요.

하늘 위에서는, 하늘 기사단과 부패의 천사들이 서로 치열한 공중 전투들을 펼치며 성당 위 창명한 하늘을 이리저리 수놓고 있었습니다.

그 아래서, 언데드 좀비 무리들은 숫적으로 열세인 악마 무리들을 잡아끌고 물고 늘어지니,

악마들은 자신들을 잡고 늘어지는 좀비들의 면상 위로 온갖 역병들이 꽃처럼 피어나는 모습에 마치 어린 아이들마냥 주의를 잃고 산만해졌습니다.

이 너글 악마 군단의 지휘관은 '퓨트리펙스 블리스터텅'이라는 악마였는데,

그는 악마 군단의 집중력이 산만해지자 다시 웅웅거리는 명령을 토해내었고 

그제서야 2차 전열의 악마들이 산만함에서 벗어나며 다시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허나 대부분의 악마들은 여전히 산만한 상태였고,

그 사이 언데드 군주 휠름 1세(인간 제국의 초창기 황제)가 이끄는 고대 운베로겐 부족민 언데드 무리들에 의해 악마들은 순식간에 포위당해 버렸습니다.

자신이 부활시킨 언데드들이 악마들을 몰아붙이는 동안, 블라드 또한 악마 무리들을 헤쳐나가며 반대편에서 접근하고 있었는데,

그의 통제에 따라 언데드들 또한 일종의 방패벽이 되며 악마들의 추가 지원을 차단하고

성당 근처로 들어와 싸움 중인 악마들을 외부로부터 고립시켜나갔습니다.


그러는 동안, 방해꾼을 떼내버린 쿠'가스는 그 뒤룩뒤룩하고 거대한 몸뚱아리를 이끌어 걸어오며,

부상당한 생존자들과 광기어린 프레질런트들이 자신들 뒤편에서 무릎 꿇고 간절히 기도중인 샬라의 고위 수녀들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낸 마지막 방어선 앞까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마침내 악마가 검을 들어올리며, 나약한 인간들을 헤집어버리려는 순간,

로엔이 아치길 사이로 다시 모습을 드러내며, 악마가 무시무시한 힘을 담아 내려치려는 대검 앞에 놓인 수녀를 옆으로 밀쳐 그녀를 구해냄과 동시에

자신은 그대로 몸을 드높게 날리며 신성한 성검을 성창이 만들어낸, 아직 채 아물지 않은 악마의 깊은 상흔 안에 그대로 박아넣었습니다.

검을 박아넣은 로엔은 그것을 한번 더 깊숙히 찔러넣으며, 악마의 심장을 외부로 드러내었지요.

그러자 대악마는 갑작스레 머리를 돌려 뿔들을 사용하여 하이 팔라딘을 하늘 높히 던져버리고는

거대한 손바닥으로 다시 한번 그를 광장에 스매싱해서 던져버렸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에 페스투스는 사악한 주술을 사용하여 하늘 기사단의 마지막 기사들까지 오염시켜버렸으니,

곧 그들은 부풀어 오르며 피와 고깃덩어리의 폭죽이 되어버렸지요.

마침내 자신들의 발목을 붙잡던 하늘 기사단의 성기사들이 모두 사라지자,

부패의 천사들은 부패 파리들과 함께 아래로 하강하며 수녀들을 도살하려 하였지만

이번에는 겁을 사실한 '유성의 자식들'이 그들을 가로막았습니다.

이들은 본디 도시의 판자촌에서 살던 걸인들과 헛소리 예언자들, 광신도들로, 도시가 외면한 자신들을 받아준 곳이 오직 샬라의 신전 뿐이였으므로,

자신들을 거두어줬던 신전의 수녀들을 위해 이빨과 발톱까지 내밀며 악마들의 날개를 붙잡고 늘어지며 어떻게든 악마들을 저지하고 방해했지요.


한편, 신전 후방에서 블라드의 엘리트 언데드 부대들은 계속해서 몸을 일으키며 신전 마당에서 싸우는 악마 동료들을 도우려는 지원군 악마들을 차단하고 있었습니다.

와중에 휠름은 백색으로 불타는 그의 쌍검을 휘둘러 악마 군단의 사령관 퓨트리펙스 블리스터텅와 일대일 대결을 펼치게 되었는데,

악마는 곧 다시 부활한 전 황제의 불타는 검에 쓰러지며 최후를 맞이하였지요.

그렇게 악마 사령관이 쓰러지자, 신전에서의 전투 분위기는 다시 다소 호의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이제는 도시 전역에서, 계속해서 부활하는 언데드들이 그들과 마찬가지로 쉴새없이 출현하는 악마들에 맞서 부딛히고 충돌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스템커터라 알려진 한 너글의 데몬-엔진이 심연에서 기어나오니,

블라드는 악마 지원군들을 막다 말고 놈과 치열한 전투를 펼치게 되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신전의 뒤뜰에서, 로엔과 쿠'가스는 또다시 맞붙게 되었습니다.

그의 히포그리프 애마는 그레이터 데몬의 살점을 뜯어내던 도중 놈의 공격에 죽어버린 후였지만,

수십의 플레질런트 광신도들이 마치 거머리들마냥 달려들어 군단 주인을 도우려는 악마들을 물고 늘어진 덕에

그들의 도움으로 말미암아 로엔은 불굴의 의지로 홀로 남은 쿠'가스에게 또 한번 도전장을 내밀 수 있었지요.

치열한 전투 끝에, 그는 용감히 몸을 날림으로써 대악마의 목구멍에 검을 깊게 박아넣는데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그 위로 로엔이 지금까지 입은 부상들 사이로 흘러내린 핏방울이 마치 황금처럼 빛을 발하며 뚝뚝 떨어져 스며들자,

악마는 마침내 끔찍한 고통 속에 마구 울부짖었습니다.

고통의 울부짖음과 함께, 거대한 악마는 크게 비틀거리다가 이내 앞으로 고꾸라지며 '경건한 자 마그누스'의 석상 기둥에 쿵하고 부딛혔습니다.;

기둥 위 거대한 석상은 흔들리다 이내 놈 쪽으로 쓰러지며 아래의 대악마를 그대로 눌러버렸지요.

끔찍한 고통 속에 지속되는 수 초 속에, 대악마는 부글거리며 무 속으로 흩어졌고

마지막에 남은 것은 그저 반짝이는 점액의 흔적 뿐이였습니다.

승리를 거둔 후 석상이 서 있던 자리에 올라선 로엔은 이제 페스투스를 향해 검끝을 내밀며 결투를 청했습니다.

그가 악마 의사에게 달려든 순간 페스투스가 로엔에게 거머리 한 마리를 날리며 그를 휘감는데 성공했지만,

로엔은 성검을 횡전시켜 거머리를 통째로 갈아버리며,

마침내 그의 역겨운 내장에 성검을 박아넣는데 성공하였습니다.

아아, 하지만 페스투스는 완전한 악마가 아닌 어디까지나 필멸자에 불과한 존재였으므로,

그의 성검과 성혈은 그를 악마처럼 죽일 수 없었습니다.

페스투스는 무시무시한 혈기로 포션 하나를 집어들어 그것으로 로엔의 머리를 내리쳤고,

동시에 뼈톱을 들어 무력화된 위대한 기사왕의 목을 베어버렸습니다.

그의 몸이 허무하게 나가 떨어지며, 기사왕의 성혈이 인도석 위로 흩뿌려졌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너글이 통쾌히 껄껄 웃었습니다.


허나 그 순간, 방심한 아포테카리를 향해 블라드가 칼을 빼들며 마치 번개처럼 달려들었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제대로 칼을 찔러넣기도 전에, 페스투스가 먼저 힘의 언어를 토해내며 뱀파이어의 육신을 완전히 재로 증발시켜 버렸지요.

블라드는 그 순간 눈 앞이 지워지는 것을 느꼈고,

곧 포장된 돌바닥 위로 텅 빈 실바니아산 갑주가 철컹 하고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커다란 보석 반지 하나가 데굴데굴 굴러 저편에 부셔진 나무더미 아래로 들어갔지요.


이제 정말 끝이였습니다.


자매들은 마지막까지 신전을 청결히 유지하기 위해 온 힘을 쏟아붓거나,

혹은 항아리들에 담긴 성수들을 사용하여 신성의 원을 그려 악마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그녀들의 얼굴 위로 눈물 방울들이 흘러내렸지요.

페스투스는 그녀들의 절망에 아주 흡족하여 대소하였으니,

짧은 경구 하나로 그녀들이 필사적으로 쳐둔 방어막을 부셔버렸습니다.

그는 승리자이며 그 누구도 이제 그를 막을 수 없을 것이였습니다. 바로 그가 진정한 승리자인 것입니다.


허나 그 순간, 부셔진 나무더미들이 갑자기 터져버리며

그 안에서 블라드 폰 칼스테인이 아포테카리를 향해 다시 몸을 날렸으니,

그가 손에 낀 반지가 휘황찬란한 빛을 발하자 역병 의사의 두 눈이 멀어버렸습니다.

눈이 먼 페스투스는 그 뚱뚱하게 부푼 손으로 자신에게 날아오는 블라드의 검을 용캐 꽉 쥐는데 성공했으나,

그 순간 블라드는 다른 손에 든 나무 말뚝을 높게 들어올리고는,

그것을 그대로 페스투스의 가슴팍에 깊게 박아 꽂아버렸습니다.

이번만큼은 뱀파이어가 이겼습니다. 그의 도박이 제대로 먹혀버렸지요.

페스투스는 그 내부가 무절제한 생명의 재생 에너지로 넘치고 있었으므로,

역으로 그의 몸은 자신의 가슴에 꼳힌 나무 말뚝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순식간에 비틀린 나무로 재생시켰습니다.

그것은 곧 커다랗고 웅장한 드라켈왈드산 오크나무로 자라나며 땅까지 그 뿌리를 깊게 박아버렸으니,

공포 속에 비명을 지르는 거머리군주의 가슴팍은 계속해서 넒게 벌어지다 이내 회색과 녹색이 뒤섞인 엑토플라즘 증기와 함께 펑 터져버렸습니다.


그의 죽음과 함께, 도시의 거지촌 가운데서 휘몰아치던 페스투스의 소용돌이 또한 역으로 회전하는 광풍이 되어 다시 카오스의 세계로 사라졌습니다.

살아남은 알트도르프인들이 정신을 차리고 다시 일어날 즈음엔,

악마 군대들은 다시 신전 주변의 신성한 대지를 밟을 수 없는 꼬라지가 되어버렸지요.


살아남은 자매들과 생존자들은 서로 옹기종기 모였습니다.

승리에 환호성을 지를 힘조차도 남지 않았을 정도로 지쳐있었지만,

대신 그들은 두 입술을 빌어 구원에 감사하는 작은 기도회를 가졌지요.

죽은 자들의 개입과 브레토니안 군주의 위대한 희생 속에,

알트도르프의 가장 가난한 자들의 구역 가운데에 위치한 순결의 진주는 무사히 지켜질 수 있었고,

그렇게 도시의 영혼 또한 버텨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Posted by 스틸리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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