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페리움 니힐루스'에 해당되는 글 192건

  1. 2019.07.24 1만년 전, 프라이마크의 죽음 -9-
  2. 2019.07.23 1만년 전, 프라이마크의 죽음 -8-
  3. 2019.07.22 1만년 전, 프라이마크의 죽음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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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Dark Imperium


프라이마크의 죽음.

1만년 전.


3장 : 타락한 피닉스

가장 먼저, 그의 두 다리는 사라지고 없었다.

대신 그 자리에는 길고 흉측한 구렁이의 꼬리가 자라나 있었다.

그의 상체와 외모는 여전히 우아하기 그지없었으나, 가슴 부분에는 한 쌍의 추가 팔들을 위해 다소 변형되어 있었다.

놀라운 것은 그 괴상한 외모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외형이 그 자체로 기묘하리만치 완벽했다는 것이였다.

그의 노출된 가슴을 이루는 근육들은 절묘하고 우아하게 균형잡혀 있었으며,

그의 피부는 아름답고 감탄스러운 라일락색(옅은 보라색)을 이루고 있었다.

하부 절반의 뱀과 같은 몸통을 뒤덮은 비늘들은 아름다운 보석 빛깔로 찬란히 반짝거리고 있었으며,

뱀처럼 부드럽게 다가오는 그의 움직임은 아엘다리조차도 수치심에 고개를 숙일 정도로 너무나도 우아했다.

허나 이 모든 것은 그의 이전 아름다움에 대한 가장 악랄한 형태의 왜곡이였으며,

미라는 것의 이데아를 가장 끔찍하게 비튼 그런 것이였다.

그의 육신은 무절제 그 자체로, 그가 지닌 인간 신체에 대한 끔찍한 왜곡과 그 안에 담긴 과다한 완벽함이란

감히 인간의 제정신으로는 헤아릴 수 없는 그런 것이였다.

펄그림의 새로운 신체는 그 자체로 제정신인 이에게 본능적 혐오와 반감을 일으켰지만,

그와 동시에 완성된 그 정교한 예술성을 통해 감탄도 함께 자아냈다.

그의 외형을 통해, 펄그림은 감탄과 혐오를 동시에 만들어내고 있었다.


사실 그의 머리가 가장 변형되어 있었다.

그의 풍성한 백발 다발 사이로 핏빛의 긴 뿔들이 마치 왕관처럼 돋아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얼굴은 여전히 펄그림 그대로여서,

마치 펄그림의 사악한 승천을 축하해주는 역겨운 농담같이 느껴졌다.

이전 형제의 모습이 끔찍한 괴물과 융합되어버린 그런 꼴을 보노라니, 길리먼은 자신의 두 눈에서 통탄의 눈물이 흐르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펄그림의 4개 팔들에는 아름다운 장식품들이 가득히 장식되어 있었다.

그는 오른쪽 두 팔들에 부드러운 가죽제 스트랩들로 엮인 긴 장갑들을 끼고 있었으며,

왼쪽의 두 팔에는 현란한 패턴들로 칠해진 그림들이 칠해져 있었다.

그의 손가락들에는 온갖 사슬들이 걸려 있었으며,

손톱들은 대조적인 색들이 알록달록하게 칠해져 있었다.

사악한 문양들이 그의 혁띠를 장식하고 있었으며,

그 문양들은 피부에도 함께 문신으로 새겨져 있었다.


펄그림은 밴드가 둘러진 꼬리를 들어올렸다.

무대 위로 올라온 그는, 헬리오폴리스가 만들어내는 역한 조명 아래 두 개의 팔들을 과장스럽게 벌리며 외쳤다.


'보라, 나의 형제여. 보라! 황제가 만들고, '쾌락의 왕자'께서 향상시켜주신 이 육신을 보라!

이런데도 내가 완벽하지 않더냐?

나는 노예로써 만들어졌지만, 이제 나는 자유이며, 

우리의 아버지가 될 수 있었던 최대보다도 더 위대하신 신의 동료가 되었노라.'


'황제 폐하께선 신이 아니시다,' 길리먼이 답했다.


함선이 크게 요동쳤다.

그 순간 길리먼의 헬멧 내 신호 하나가 적색에서 녹색으로 변했다.

함선 좌현측 보이드 쉴드 발전기들이 마침내 파괴된 순간이였다.

데이터크리드들을 통해 길리먼은 아이언 스네이크 챕터의 4th 중대가 전투 철수 중임을 확인했다.


'여전히 그 말을 믿는거냐?' 펄그림이 말했다. 그는 기만적인 움직임으로 조금 더 가까이 기어왔다.


'그는 언제나 그 말을 강조했었지.

자네는 내가 반역자라고 생각할거야, 나도 잘 알아.

동시에 내가 이기적이고, 현혹되었다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우리들의 친애하고, 친애하는 아버지만큼이나 더 심하지는 않아.

그는 내게 너무나도 많은 것들을 먹여줬어, 특히 배신의 쓴맛을 말이야.'


펄그림이 길리먼을 향해 몸을 기울였고, 그러자 뜨겁고, 향기로운 그의 숨결이 길리먼의 헬멧까지 닿기 시작했다.

길리먼은 그 짙은 악취가 그의 밀폐된 호흡망까지 뚫고 들어오는 것에 질색하며 혐오감을 느꼈다.

그것은 온갖 진미한 향신료들로 덮은 썩어가는 무언가의 악취이자,

향긋하고 값비싼 꽃 부케 속에 숨겨진 한 가지의 썩은 꽃이 만들어내는 썩은내와 같았다.


'이것이 진리다.' 길리먼은 생각했다.


'부패의 독기란, 꽃들로 장식된 침대 아래 숨겨진 살해당한 시체나 다름없지.'


'나와 함께하자,' 펄그림이 매혹적으로 권유했다.


'이 모든 싸움질 말이야, 너도 지치지 않나?

우리는 이 전쟁을 여기서 끝낼 수 있어,

이 모든 걸 끝내고 우리 함께 달콤한 무절제의 향연 속에 적당히 한 영원의 시간 정도만 쉬는건 어떨까?

난 자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이 엄청나게 많다네, 온갖 쾌락들, 자네는 아마 꿈도 못 꾸어봤을 것들이 기다리지.

자네는 워프를 지옥이라고만 생각하겠지만,

지옥은 곧 천국이기도 한다네.

우리 함께라면, 이 불쌍한 인류를 위해 절대 끝나지 않을 새로운 환희의 시대를 열어줄 수도 있을거야.'


'절대로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네놈은 그저 현혹되었을 뿐이다.

나는 네놈을 따라 어둠 속으로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그가 뒤로 물러나며, 글라디우스 인칸도르의 자루에 손을 대었다.


프라이마크들은 그야말로 전능한 존재들이자 거대한 신체를 지니고 있었으나,

카오스의 힘에 물들은 펄그림은 이미 크기면에서 길리먼을 1미터 이상으로 상회하고 있었다.


'현혹당한건 바로 너야, 로버트.' 펄그림이 말했다.


'지금 네놈이 어찌 되었는가를 보라, 그것이 바로 네가 저지른 불충에 대한 대가다.'


'네가 지금 내게 충성심을 논하는구나.' 펄그림이 과장된 연극톤으로 혀를 차면서 안타깝다는 듯이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렇다면 우리 로드 커맨더의 충성심들은 과연 어디 있는 것일려나?

자넨 황궁 전투에 늦었지, 그렇지 않나?

제대로 지각했지. 생각해 봐, 그대의 소박한 왕국에 대한 그대의 사랑은 네가 소위 말하는 우리들의 아버지를 향한 '충성심'보다 언제나 먼저였잖은가.

실은, 너는 마치 소황제처럼 해변가에 옹기종기 작은 제국들을 짓고선 그 안에서 소꿉놀이 아버지 놀이하느라 바빴던 것 아니였던가?

너는 네 왕국의 5백개 행성들을 구하려 한 덕에 우리 아버지의 수백만 행성들이 날아가게끔 냅뒀지. 참으로 딱하기도 해라.'


독사처럼 길고, 갈라진 혓바닥이 현란한 색으로 칠해진 펄그림의 두 입술 사이에서 즐겁다는 듯이 파닥파닥거렸다.


'아, 그런데 지금 그 5백개 행성들은 어떻게 되었나, 형제여?

그것들 중 얼마나 많이 남았지? 한 4백개? 아니면 3백개 정도?

내 듣기로 우리 앙그론과 로가가 자네의 그 소꿉놀이 왕국의 요새들을 허물어버리고,

거기 사는 자네의 작은 백성들의 목구멍을 찢어버리는데에는 별달리 시간 투자할 것도 없었다고 그러던데.'


마침내 인내심 깊은 길리먼조차 자신의 분노가 뜨겁게 달궈지는 것을 느꼈다.


'나는 절대 네 주인들에게 무릎을 꿇지 않겠다!

네놈과 다른 배반자들이 충성을 맹세한 그 소위 '신들'은 절대 신들이 아니다.

그것들은 괴물들에 불과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리고 네놈과 나 사이, 화해 여지 따윈 조금도 없을 것이다.

관계 개선 따위는 절대 불가다.

네놈은 이제 적의 도구에 불과하고, 그렇기에 난 반드시 네놈을 쳐죽이겠다.'


'자네 진짜로 날 죽이려고 온건가? 그거 진심인가? 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왜냐하면 나 또한 자네를 죽이고 싶었으니까!'


펄그림은 마치 놀랐다는 듯한 시늉 속에 조롱을 보냈고,

이어서 위쪽의 두 팔로 과장된 박수 갈채를 보내기 시작했다.


'게다가 이 얼마나 대단한 우연인지. 

자네도 알겠지만, 내겐 이 우주를 여행하는데 이깟 함선 따위는 조금도 필요 없다네.'


펄그림은 그의 4개 손들로 천박하고, 도발적이면서 정교한 움직임 아래 그의 몸통을 가리켰다.


'이 몸은 더 이상 재와 먼지로 가득한 이 세계에 국한된 존제가 아니란 말이지,

대신 이 몸께서는 이제 워프의 찬란하게 빛나는 존재로 거듭났다네.'


그가 길리먼을 향해 동정어린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오, 정말로 미안하네.

그치만 이건 사실 자네를 위한 함정에 불과했어, 로버트.

이 모든 것이, 그러니까 자네가 '승리'했다고 생각했을 졸코 행성에서의 내 첫 약탈들부터,

자네는 이미 내 함정에 빠져있었던거야.'


사실 펄그림이 여기로 이동했을 떄부터, 길리먼은 그가 펄그림의 손에 놀아나고 있음을 간파하고 있었다.

허나 이 형제에게 그런 만족감 따위를 안겨줄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그는 다시금 마음을 다잡으며 전투를 대비했다.


'나는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


'이 몸 또한 그렇게 생각한다네.' 펄그림이 달콤하게 속삭였다.


그 순간 황제의 자존심 호가 다시금 크게 요동쳤다.

곧 디스플레이 상에서 엔지나리움에서 작전 수행 중이던 침투 부대의 룬 문양이 적색에서 녹색으로 바뀌었다.

지금 코르보는 임무를 성사시켰고, 그의 챕터 병력을 철수시키고 있었다.


'자네가 원한다면, 여기서 끝내고 도망칠 수도 있어.' 펄그림이 말했다.


'난 그대의 귀여운 전사들이 그대가 부탁한 것들을 성사시켰을거라 믿는다네.

그러면 이 함선은 더 이상 그대를 뒤쫓거나 하지 못하겠지.

그대와 그대의 귀여운 전사들 중 일부는 어쩌면 잘 살아남아 빠져나갈 수도 있을지 몰라.

뭐 그런다 한들 난 신경도 안 쓰지.

왜냐하면, 이 우주가 마침내 종말을 고하기 전에 자네 모두는 결국 슬라네쉬님 앞에 무릎을 꿇게 될 테니까.'


'닥쳐라!' 길리먼이 꾸짖었다. 그와 동시에 길리먼은 오른손으로 글라디우스 인칸도르를 뽑았다.

왼손의 '지배의 주먹'은 동력을 얻어 파지직거렸으며,

곧 짙은 푸른색의 동력장이 생성되어 그 거대한 유압식 손가락들과 하부에 연결된 볼트건들을 덮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한쪽 검날 헬멧 코끝까지 올린 다음, 예법에 맞추어 적에게 인사했고

직후 그가 검 스위치를 누르자 곧 에너지 덮개가 형성되어 주먹과 마찬가지로 검날을 감쌌다.


'여기 남겠다고 자네?' 펄그림이 물었다.


'뭔가 극적인 텔레포트나 그런거 없이?

전술적 후퇴 이런 것도 없는건가?

자네 지금 자네가 절대 이길 수 없는 상대와 싸우고 싶다는 건가 진짜로?

와우, 와우 와우! 자네 진짜로 날 놀라게 하고 있어, 로버트.

나는 절대로 자네가 이럴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고.

어쩌면 자네도 완전히 고루하기만 한건 아닌가 봐.'


'내 명예가 요구한다. 네놈을 쳐죽이라고.'


펄그림이 그의 양 손을 펼치자,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부터 검들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그것들은 그의 주먹들 사이에서 형성되고 있었는데,

알 수 없는 금속들이 형성되는 동안 검은 증기가 피어올랐다.

검들은 하나같이 서로 다른 외형이였는데,

각자 서로 다른 파스텔톤 색조를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그 검날들에서는 독극물들이 줄줄 흘러내리며 무대 조명 아래 반짝이고 있었다.


'너는 명예 때문에 죽게 되는거야.' 펄그림이 그의 검들을 머리 위로 들어올리며, 검날들을 서로 부딛혀 소리를 만들어냈다.

최소한 그 경례만큼은 조롱없는 태도였다.


'그리하여, 형제여. 우리는 종말을 맞이하겠구나.

네 죽음으로 말미암아, 우리들의 형제들도 하나둘씩 죽어나갈테지.

자네의 지도 없이 이 제국은 버티질 못할테니까.

이 모든 부셔지는 것들을 잡고 있었던 건 바로 자네였으니 말이야.'


그는 슬퍼 보이는 시늉 속에 미소지으며 말했다.


'자네는 참으로 둔감한 만큼이나 우리들 중에서도 뛰어난 편이였지.

이렇게 자네를 죽여야 한다니 참으로 슬프기가 그지없어,

덕분에 자네는 우주의 진정한 태초 진리적 힘들의 승리를 목격하지 못하고,

그들이 가져다 줄 진정한 해방을 알지 못하게 될 테니까 말이야.'


ps. 얄밉게 잘 말하는 펄그림.

이때 펄그림에게 제법 독설을 먹어서 4만년대에 마그누스와 만날 때엔 말빨로 안 밀릴 수 있었던거 아닐까?ㅋㅋ


Posted by 스틸리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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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Dark Imperium


프라이마크의 죽음.

1만년 전.


3장 : 타락한 피닉스

길리먼은 무대를 조명하는 빛 너머 어둠을 향해 시선을 집중했다.

그러자 빛은 마치 길리먼의 막강한 의지에 답하기라도 하듯, 특유의 흐릿한 효과가 줄어들었고

무대 뒤편의 어둠 속에서 꾸물거리는 소름끼치는 것의 움직임이 실루엣이나마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들의 아버지께서는 항상 나를 존중해주셨다,' 길리먼이 텅 빈 것처럼 느껴지는 극장에서 소리쳤다.

그러자 펄그림은 웃었다. 그의 기괴한 웃음소리는 점차 더욱 커지고 커져서 종국에는 헬리오폴리스 극장 전체를 그의 환희로 가득 채웠으며,

마치 수천 목구멍에서 나오듯 그 소리의 마디 마디가 전부 제각각 다르게 느껴졌다.


'오, 나를 용서해주게! 하지만 정말이지 깜찍하기 그지없어서 말이지.

하지만 혹시 이 몸께서 지녔던 독수리가 생각나지 않던가, 우리의 사랑스러운 길리먼께서는?

그에게 존중을 받았던 건 나야 길리먼, 너 따위가 아니지.'


그 말과 함께 비늘들이 서로 부딛히는 소리가 점점 더 가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마치 밤 중의 파충류 야수와 같은 야광의 녹색 눈들이 무대 위의 으스스한 조명 너머로 흐릿하게 반짝거리는 것이 길리먼의 눈에 들어왔다.

길리먼은 긴장하면서 언제든 반격할 준비를 해두었다.


'네놈의 같잖은 찬사를 받기에는 내 군단이 덜 화려할지도 모르지, 펄그림.

허나 나는 언제나 느리더라도 정직한 길만을 택해왔다. 왜냐면, 항상 정직하고 바른 길만이 가장 최선의 길이라 믿기 때문이다.

너는 언제나 완벽함을 향해 달려왔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외면해왔지.

하지만 그 덕에 네 두려움이 널 저주의 품으로 달려가는 길로 인도하게 만들어버린거다.' 


'실패?' 펄그림이 조롱하며 비웃었다.


'저주라니? 나는 전혀 실패하지 않았다! 나는 저주받지 않았다고!'


펄그림이 무대의 조명 위로 미끄러지듯 내려왔다.


'나는 구원받은거야.'


'테라이시여 맙소사...' 길리먼이 경악하며 숨을 들이켰다.


이미 일전에, 테라에서 펼쳐진 황궁 공성전 당시 길리먼은 그의 형제를 찍은 화면 캡쳐물들을 본 적이 있었다.

길리먼은 그것들을 여러번 보고 분석해 본 적 있었으며,

그의 형제에게 일어난 변화들을 최대한 냉철하게 분석하면서 그 모습을 볼 때 느껴지는 혐오감을 참아왔다.

또한 이후에도 그가 지금껏 저질러온 온갖 약탈 행위들에서 포착된 그의 모습들을 여러번 이미지 캡쳐로나마 봐온 적 있었다.

그래왔기에, 불사조 대문을 다시 보았을 때에도 별달리 큰 충격을 느끼진 않았었다.

그는 펄그림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이미 알고 있었다.

허나 펄그림을 눈 앞에서 직접 마주하게 되자,

그는 생생히 올라오는 혐오와 극렬히 싸워야만 했다.


ps. 앶3해야되서 오늘번역은 짧음

Posted by 스틸리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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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Dark Imperium


프라이마크의 죽음.

1만년 전.


3장 : 타락한 피닉스

헬리오폴리스는 표현하자면 폐허가 되어버린 무대라고 할 수 있었는데,

다만 대리석 관람석들이 설치되어 있었던 층계형 관객석은 박살나서 어둠만이 덮혀져 있었다.

과거, 그러니까 그가 어둠에 빠지고 그의 군단 또한 함께 타락해버리기 전에,

펄그림을 따르는 이들은 그의 연설을 듣기 위해 이 극장에 자주 모이곤 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옛 극장 시절의 화려함과 찬란한 빛은 온데간데없고 다만 남은 것은 부패와 황량함 뿐이였다.

돔형 천장의 거대 글라스 창문들 또한 필요보다는 그저 방치에 의한 결과로 환기용 창문들이 전부 닫혀 이제는 완전히 어둠에 잠겨 있었다.

사방에는 두껍게 쌓인 먼지만이 가득했으며,

공기는 짙은 꿀내와 숨 막히는 사향 향기가 은연중에 짙게 흐르고 있었다.


쓰러진 화로들 주변에는 뼈들이 흩어져 있었다.

그 뼈들의 주인은 대체로 보통 인간들이였으나, 그 사이 사이에 그 커다란 규격, 융합된 갈빗대 구조와 너덜너덜한 블랙 카라페이스 잔여물로 보아 스페이스 마린들의 뼈로 보이는 골격들도 흩어져 있었다.

또한 대리석 바닥 이곳 저곳에 탄구들이 흩어져 있는 것으로 보아, 오래 전 여기서 전투가 벌어졌음이 확실했다.

부드러운 대리석 벽에 박힌 탄구의 큰 직경들은 볼트탄 폭발의 특징들로,

이를 통해 여기서 스페이스 마린들이 스페이스 마린들과 싸웠음을 알 수 있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정확히 어느 연대에 발생한 전투인지까지는 길리먼도 알 수 없었지만

길리먼은 그 현명한 판단력을 통해 테라에 충성을 맹세한 엠퍼러스 칠드런 군단원들이 여기서 최후까지 버텼을 것이라 추측했다.

물론, 어쩌면 라이벌 워밴드들끼리 대략 수십년 전에 여기서 충돌했던 것일 가능성도 충분히 있지만,

어느 쪽이든 확실하게 말할 수는 없었다.


천장 벽의 모자이크 인물 벽화들은 사방이 볼트 탄들로 구멍이 숭숭 뚫려 있어, 사실상 그림 내 모든 얼굴들이 박살나 있었다.

그 인물화들 사이 사이에는 고리들이 박혀 있었으며, 고리들 밑으로는 접혀진 군기들이 걸려 있었는데,

일부 승전기들은 찢겨서 함선 진동에 맞추어 따라 흔들리고 있었다.

이전에, 이 군기들은 황제의 이름 아래 거둔 수천의 승리들을 기념하는 용도로 전시되었지만,

이제는 그 승리들을 거둔 전사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완전히 망가져 있었다.

그런데 그 걸레짝들 중 하나는 완벽한 형태로 보존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 군기 주변의 전시용 장치들이 그 주변으로 역겨운 오물을 배출하고 있었으므로,

역으로 다른 망가진 군기들보다도 어떤 면에서는 더 보기 좋지 못한 느낌이였다.


헬리오폴리스 내에는 오직 고요함 뿐이였다.

음성 보고들이 길리먼의 헬멧 안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며, 각 공습 부대들이 거둔 소기의 성과들을 보고하면서

이 죽음의 극장 내에서 길리먼에게 전장의 소음을 계속해서 들려주고 있었지만

그 소음들은 오직 길리먼의 헬멧 안쪽에서만 나는 것에 불과했다.

극장을 감도는 침묵은 그보다도 훨씬 강렬했으며,

마치 압력처럼 그의 세라밋 헬멧판을 누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싸우는 전사들과 길리먼은 지금 이 순간 완전히 분리되어 있었다.


헬리오폴리스 중앙의 무대는 원형으로, 그 한 가운데에는 어떤 검은 왕좌가 세워져 있었다.

길리먼은 그의 형제와 함께 그 자리에 나란히 서서 함께 토론했던, 지금과 같은 광기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옛 나날들을 떠올렸다.

원형의 부드러운 조명이 그 왕좌 위를 비추고 있었는데,

그것은 주변에 가득한 자갈석 파편들을 덮은 어둠을 몰아내며, 흑색 테라조(대리석에 쇄석을 갈은 바닥 포장재) 바닥 위에 왠지 모를 섬뜩한 빛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길리먼은 불사조 문을 지나 마침내 무대를 향해 걸어가며 층계들을 하나씩 밟으며 내려왔다.

그가 내려가는 주 층계들은 한때 섬세하게 빛났지만,

그 때의 빛은 이제와서는 완전히 사라진지 오래였다.


오로라 챕터의 전투 포효성들, 노바마린들의 전투 맹세들과 둠 이글 챕터의 우렁찬 고함들 모두가 그의 헬멧에서 울리고 있었다.

그런 소음들 사이로 갑자기 큰 정전기 소음이 일어나면, 그것은 큰 폭발이 있었음을 말해주는 소음이였다.

길리먼의 헬멧 디스플레이로 출력되는 기호 룬은 녹색으로 깜빡이고 있었다.

이는 오로라 챕터가 함내 네비게이토리움을 점령하는데 성공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곧 오로라 챕터의 캡틴들이 쏟아지는 잡음들이 섞인 보고들을 보내며,

그들이 거둔 힘든 승리에 감격함과 동시에 이제 곧 바로 이 적함에서 텔레포트 철수하겠음을 보고했다.

길리먼는 그들이 승리의 환희 속에 텔레포트 좌표를 송신하는 것까지 들을 수 있었고,

곧 오로라 챕터는 사라졌다.


다른 기호들은 면갑 디스플레이상 위쪽 지점에서 적생으로 출력되고 있었는데,

이 신호들은 다른 공습 팀들의 남은 목표들을 말해주고 있었다.

두 개의 적함 중요 시스템들이 아직 작전 진행 중이였고,

다른 두 개는 녹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어쩌면 이 함선에서 이미 탈출했는지도 모르지만, 어찌되었건 중요한 것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였다.


'아들들아, 각자 임무들에 집중하도록.' 그는 간단명료히 음성 명령을 전송했다.


'임무 완수 후에는 바로 철수할 것. 황제 폐하께서 그대들을 가호하리라.'


직후 그는 음성 통신을 차단했다. 

그것으로 헬리오폴리스의 불길한 고요가 그의 헬멧 안까지 채우기 시작했다.

이제 길리먼은 마지막 하나 남은 계단까지 내려오며 가운데의 원형 무대 바로 앞까지 도달했다.

마지막 수 번의 발걸음 소리가 어둠과 고요에 잠긴 극장에 메아리쳤다.

이 곳에서 빛은 완전히 불확실했는데, 무언가 불확실한 왜곡 현상 때문에 길리먼은 헬리오폴리스의 반대편을 확실히 확인할 수 없었다.

사실상 여기서 그는 위험에 노출된 상태였다.

이 곳은 타락한 형제가 자신과 길리먼과의 마지막 결투를 위해 준비한 무대였다.

펄그림 자신의 옛 잃어버린 영광들을 기리는 이 버려진 장소가 그가 선택한 무대인 것이다.


'펄그림! 내가 여기 왔다. 펄그림! 그대의 형제, 나 로버트 길리먼이, 여기 헬리오폴리스에 다시 왔다.

어찌하여 나를 맞이하지 않는 것이더냐?'


길리먼의 음성은 음성망을 통해 더욱 확대되어 헬리오폴리스 전체에 메아리쳤다.

그런데 소름끼치게도, 그 메아리들은 점점 이상하게 슬픈 음색으로 변질되더니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마치 비꼬는 음성처럼 들리고 있었다.

그것에 길리먼은 실망했다.


'한때 나의 형제였던 자여, 네놈의 같잖은 요술 짓거리로는 나를 화나게 만들지 못한다!

어서 나와 나와 마주하거라,  그럴 용기가 있다면 어서 썩 나와라!

아니면, 네놈이 타락한 수준만큼이나 이제는 겁쟁이가 되어버린 것이더냐?'


그러자, 어둠 속에서 무언가 금속이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곧, 무언가 비늘진 피부가 돌바닥을 긁는 듯한 소음이 어둠에 잠긴 길리먼 반대편의 관중석들 위쪽에서부터 들려왔다.

길리먼은 소리가 나는 방향을 집중해서 바라보았으나,

그의 앞에서 비추는 조명 때문에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고,

덕분에 지금 그가 볼 수 있는 것이라곤 원형 무대 위 뿐이였다.


'네가 오는 것이 들린다, 펄그림!' 그가 포효했다. '어서 썩 빛 위로 나오거라!'


이번에는, 마침내 펄그림이 답했다. 그의 음성은 그 옛날과 다름없이 그야말로 감미로웠으나,

언제나 그리했듯 그가 내뱉는 말 뒤편으로 '결핍'이 뒤따랐다.

마치 구밀복검한 악의어린 의도처럼.


'어째서 그리도 서두르는 것일려나?' 그가 답했다. 그의 목소리는 순식간에 헬리오폴리스 전체를 휘감았다.


'네 전술은 시간이 참으로 중요하니까, 그렇지?

알록달록 이쁜 색깔들로 새롭게 칠해진 네 자식들이 이 함선을 침몰시킬 시간을 벌어줘야 하니까. 그렇지 않나?

아아, 그들은 참으로 알록달록 이쁘더군, 길리먼아.

원래의 청색 ,청색, 청색보다 훨씬 보기 좋잖은가?

그것 때문에 네 군단을 부셔놓은 것이더냐, 길리먼?

아, 혹시 이 질문은 언짢을려나?'


'어서 썩 나와서 내 앞으로 나오거라. 나와 네놈이 가진 의견차들에 대해서 명예롭게 결착짓자.'


'대화라도 나누자는 것이더냐?' 펄그림의 모습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지만, 어둠 속에서 그는 분명한 조롱의 웃음소리를 피워내고 있었다.


'어떤 주제로 대화를 나눌까?

아, 형제들간의 재결합?

하지만 너와 나는 아무런 공통점이 없지.

우리는 그런 적도 없었지만, 이제는 훨씬 더 그렇지 않아.

네가 우리들의 죽어 썩어가는 아버지의 손 아래 놀려지며 쇠약해져가는 동안,

이 몸께서는 이 우주를 관장하는 진정한 힘들을 섬기고 있단다.

너는 너무 뻔해서 재미없어, 로버트.'


펄그림이 소름끼치는 웃음을 토해냈다.


'너무나도 둔해, 너무나도 무감각해.

지루한 우리의 옛 친구 로버트라니!

너는 사랑 받아본 적 없는 아이에 불과해,

다른 아이들은 제 아비의 모든 시선들을 한몸에 받았는데 말이야.

우리의 길리먼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소외받았지만,

정작 필요한 순간이 찾아오자 그 자리에는 없었다지?

오 형제여, 좀 상처받았을려나?

하지만 빛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법이라네.

예전에, 페투라보는 이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그대는 어떨려나?'


ps. 뜬금없게 페투라보는 왜 언급한걸까요?

어쨌거나 이제서야 등장하는 펄그림

Posted by 스틸리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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