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source: Warhammer 40,000: Arks of Omen-Angron

 

공간은 폐허 그 자체였다.

매 인치 단위로 새겨진 파괴는 그야말로 기합짜세여서,

심지어 함선의 주인조차도 어디가 포 갑판인지 아니면 성소인지,

아니면 선원 선실 혹은 출격장인지 헷갈릴 법했다.

벽, 천장과 바닥 모두가 검게 타 그슬려 있었으며,

길고 난잡한 상흔들이 가득 파혀져 있었다.

방에는 공기가 없었다.

쭉 이어진 벽의 한쪽 면이 탁 트여 있었는데,

그것은 정복자Conqueror의 외부 선체 밖 우주공간으로 이어지는 커다란 파손 구멍이었다.

이 공간에 전에 무엇이 있었든 간에,

이 커다란 구멍을 통해 전부 다 굶주린 우주공간에 삼켜졌을 것이다.

 

비상용 셔터벽들이 내려갈 때까지 이 자리를 벗어나지 못했던 필멸자들은,

아마 폭발적인 감압 혹은 우주의 숨막히는 냉기 속에 던져져 죽었으리라.

그 어떤 필멸자도 이 방에서 펼쳐진 폭력의 돌풍에서 살아남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폐허가 된 방 한복한에 있는 존재는 그러한 필멸자가 아니었다.

그들의 약점들 중 단 하나도 그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는 심지어 그를 둘러싼 살인적인 환경조차 조금도 느끼고 있지 않았다.

앙그론은 그가 박살낸 공간을 둘러보았다.

그는 이 방이 무엇이었는지 알지도 못했고, 신경쓰지도 않았다.

하다못해 자신이 왜 그랬는지도 몰랐다.

다만 백열로 타오르는 분노만이 그 순간에 그의 정신을 강타했을 뿐이었다.

타이탄이 과부화된 반응로를 긴급 냉각시키듯,

갑자기 폭발적인 폭력행사를 했을 뿐이었다.

지금, 그를 한 순간도 떠나지 않는 분노,

그를 수많은 세월 동안 불태웠던 화로가 다시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도살자의 손톱이 계속해서 그것을 치고, 치고, 또 치고 있었다.

 

앙그론은 자신과 비슷하지만 더 작은, 시간과 전쟁 속에 사라진 한 형제를 간신히 기억해냈다.

그는 자신들과 같은 반신들이라면 어떤 고통이든, 심지어 '손톱'들의 고통조차도 버텨낼 수 있다 확언했었다.

;고통은 오래되면 대장간에서 올라온 강철처럼 둔탁해지고 차가워지며,

그리하여 의지의 망치로 그것을 두들겨 새로운 강함으로 제련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말했었다.

 

그 순간 앙그론에게서 마치 끓어오르는 칼데라의 용암과 같은 경멸이 불타올랐다.

그의 사라진 형제의 말은 친절함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다만 무지와 모욕에 더 가까운 말이었다.

앙그론에게 그 말은 탐욕스러운 군주가 그의 굶주린 사냥견에게-

그 허기가 널 더 예민한 사냥꾼으로 만들어 줄 것이라는 위선적인 격려와 같다고 떠올렸다.

 

앙그론은 더 잘 알고 있었다.

일부 상처들은 피가 흘러나오며 절대 치유될 수 없음을.

삶에는 절대 둔해지지 않는 고통의 그림자들이 존재하며,

그것들은 시간이 지나도 더 깊어지고 더 고통스러워질 뿐이었다.

그의 끝없는 고통에 들어오는 때때로의 여물들은-

그저 다음 고통을 더 강하게 만들기 위해 존재했으며,

더 거대해지는 고통의 정점만이 다시 이어질 뿐이었다.

 

고통은 그를 강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고,

그를 약하게 만드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아플 뿐이다.

앙그론 본인이 강한 이유는, 그저 그가 강하기 때문이었다.

 

그는 폐허가 된 공간을 돌아다닌 끝에-

자신이 선채에 뚫어버린 균열의 가장자리에 섰다.

잠시 동안 돌아온 명석함이 전후 관계를 분석해냈다.

그는 정복자의 선체 위에 무슨 기형의 뼈처럼 솟아나온 기이한 고딕 첨탑들 중 하나에 위치하고 있었다.

이 첨탑들 안의 방들과 복도들은 거의 무작위처럼 내부 공간을 채우고 있었으며,

정복자의 주 선체가 자랑하는 수준의 단단한 격리벽들과 두꺼운 벽들이 없었다.

즉 앙그론 입장에서는, 마법적 오염이 만들어낸 참을 수 없는 기열적 약함같은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이 공간을 놀랍도록 간단하게 찢어버린 것이었다.

 

그의 삭막하게 불타버린 정신들 한가운데서 한 기억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정복자가 이러한 나약함에 시달리지 않았던 그 때를.

 

'이제 충분하다. 우르수스 발톱들Ursus Claws을 발포하라!'

 

옛 망령의 목소리였다. 그것은 기억의 저 어두운 밑바닥에서 울리며-

오래되어 굳고 검게 변질된 피처럼 달라붙어 있었다.

 

그 기억이 흩어지며 사라졌다.

기억은 결투장 바닥에 흐르는 모래 입자처럼,

피와 섞여 진창으로 더럽혀졌다.

앙그론은 좌절감 속에 자신의 발톱들을 강철 갑판에 깊숙히 박아넣었다.

그의 두 입술이 입에 가득한 송곳니들을 덮었다.

 

그는 균열 바깥을 응시했다.

별들이 벨벳처럼 깔린 우주의 어둠 속에 흩어져 있었다.

그들의 먼 별빛들이 반짝이며 그의 정신을 찌르고, 찌르고, 찔렀다.

 

그는 별들의 순수함이 증오스러웠다.

 

그는 그들이 고통을 느끼지 못해서 증오스러웠다.

 

그는 그들이 언젠가, 비록 그들이 덧없는 인간 삶들에 비하면 너무나도 장대할지언정,

그리고 그만큼이나 활활 불타오르지만-

결국에는 죽을 수 있는 축복 아래 최후를 맞이할 것이기에 그들을 증오했다.

 

 

 

 

앙그론은 다른 별들이 전장과 불타는 행성들 위에서 흩어지고,

냉혹한 우주에서 서로에게 공격을 가하는 불타는 전함들 뒤편에서 산산조각나던 것을 떠올렸다.

높은 자리에 앉아, 그들의 유흥을 위해 싸우는 자들의 고통과 증오에 초연하면서-

그 광경을 구경하는 자들에게는 그야말로 장관이었을 것이다.

 

'오만하다...' 그가 으르렁거렸다. 앙그론의 음성은 끓어오르는 용암의 심장부에서-

서로를 갈며 녹아내린 자갈로 만들어버리는 날 선 바위들같은 느낌이었다.

그것은 뼈를 갈아 부셔버리는 전차 궤도들이자,

잔해 한복판에서 타오르는 화염이었으며,

현실의 빈약한 물리법칙들을 무시하며 우주의 진공 상태에서도 뚜렷하게 들려왔다.

 

앙그론은 그가 발견한 모든 만물을 싫어하듯 별들을 싫어하였다.

그러나 그들의 먼 별빛은 어딘가 그의 앞에서 빛나고 있는 한 초자연적 불빛에 비하면 소소할 뿐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그것을 더 맹렬히 증오하였다.

 

별들은, 결국 현실에서 태어난 불길 아래 타오를 뿐이었다.

그러나 저 앞에서 빛나는 그 빛은 완전히 다른 것으로,

보기에 더욱 고통스러웠다.

마치 역겨운 마법의 노래로 탄생한 것과 같았다.

 

비록 지금 그가 서 있는 이 방은 넒고 높은 천장을 지니고 있었지만,

앙그론은 갑자기 무슨 우리 속 짐승과 같은 답답함을 느꼈다.

그는 우주 공간으로 스스로를 내던졌다.

그는 구속 없이 자유로운 분노 아래 그 빛을 직면하려 들었다.

 

앙그론은 두 날개를 펼치고 어둠 속으로 날아갔다.

그의 워프-물질화된 육체 형상에는 우주의 진공이 지닌 소리의 제약조차 무력했던 것처럼,

관성과 무게의 법칙 또한 그를 구속하지 못했다.

그는 무언가 대체된 대기 혹은 새로 적용된 물리 힘의 법칙을 거쳐 나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원했기 때문에 날고 있었고,

그가 바로 현실법칙을 지배하는 의지였다.

앙그론은 존재법칙조차도 무슨 적처럼 싸우고 있었고,

다른 적들과 마찬가지로 그것 또한 가볍게 박살내버렸다.

 

이제 그는 두 날개를 펄럭이며 날고 있었다.

점점 더 높게 날며 정복자의 선체가 마치 무슨 심해의 괴수의 사체마냥 놓일 때까지 높게 날아올라 지나쳤다.

저 멀리의 별빛이 전함의 우현측을 백색으로 물들이고,

반대편은 짙은 그림자로 뒤덮히게 만들고 있었다.

위에서, 앙그론은 자신의 옛 기함에 깊숙히 파고든 워프 오염을 목격하자 분노로 포효했다.

더 지성있는 존재라면 슬픔 혹은 후회를 느꼈을 터이지만-

앙그론은 그저 끝없는 분노와 고통만을 느낄 뿐이었다.

정복자는 앙그론과 마찬가지로 더도 덜도 말고 카오스에 오염된 존재에 불과했으며,

그와 마찬가지로 코른을 위해 싸울 뿐이었다.

그와 마찬가지로, 그 또한 피의 신의 이름 아래 엄청난 수확을 거둘 것이었다.

 

전함의 산맥과도 같은 함교-구조는 용골 근처에 위치하고 있었으며,

이제 그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앙그론은 다시 날개를 펄럭여, 우주로 몸을 날려-

총안 달린 첨탑에 앉아있는 무슨 커다란 진홍 가고일마냥 선체 높은 곳에 착지했다.

그는 전방을 향해 포효했다.

매 분마다 '그 빛'은 점점 더 밝게 타오르고,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것은 두 눈으로 보는 빛이 아니라, 정신으로 보는 빛이었다.

앙그론은 그 빛이 흘러나오는 원천이 여전히 멀리 있다는 걸 감지할 수 있었다.

최소한 휘몰아치는 워프의 격류들을 최소한 한 번 이상은 더 무모하게 돌격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바로 여기에서조차 그는 그 빛의 무형적 열기가 그의 살갗을 태우고,

그 희미하지만 계속 치솟는 싸이킥적 영창과 갈라진 혀 사이로 멤도는-

마법의 끈적한 오염을 느낄 수 이었다.

 

앙그론은 마법을 극도로 증오하였다.

그의 몸에 흐르는 힘을 주는 어둠의 신의 마법에 대한 증오만이-

그의 증오를 뛰어넘을 수 있으리라.

그렇기에 그는 이 흔적을 끝까지 따라갈 작정이었다.

설령 그 소위 '워마스터'라는 놈이 그에게 명령이니 뭐니 귀찮게 해도 조금도 신경쓰지 않을 것이었다.

앙그론의 고통들을 잠재울 수 있는 건 존재하지 않았지만,

마녀들을 대학살하는 건 그 고통들조차도 가치있는 것으로 만들어주었다.

놈들의 요술을 쳐내고, 놈들을 사지 째로 찢어버리는 데에는 수 분만 필요할 것이었다.

 

그러나 그를 이 특별한 마녀빛으로 이끄는 다른 이유가 더 존재했다.

그 사나운 불빛은 마치 자석저럼 그를 이끌고 있었다.

앙그론은 그 느낌을 정확하게 정의할 수 없었지만,

이 빛은 무언가 고통스럽게 익숙했다.

그것이 앙그론의 분노를 더 지피면서,

선체 장갑을 쥐고 있는 그의 손아귀의 발톱들이 더 강하게 조여지게 만들고 있었다.

발톱들은 그의 정신을 더, 더, 더 자극하고 있었다.

 

더 많은 기억들이 그의 정신의 눈 속 지옥의 열기 위로 제멋대로 떠올랐다.

그는 자신이 일으켰던 반란을 다시 보고 있었다.

데쉬'아Desh'ea에서 동료들이 하나둘씩 죽어가는 모습을 보며,

자신 또한 거기에서 그들과 함께하고 싶었으나-

한 초자연적인 존재, 그가 그 모든 다른 무엇보다도 증오하는 '그자'에 의해 그가 강제로 낚아채지는 것을 보았다.

 

그는 그 존재의 성벽들 앞에 서 있었다.

그는 그의 방어막들을 모독하고, 대포들을 파괴하였다.

그는 자신의 살과 피를 코른께 진상했다.

그는 흐르는 피와 불타는 황동의 의복 아래,

피의 신의 이름 아래 다시 싸웠다.

 

어째서 이 싸이킥 신호가 그의 피로 뒤엉킨 기억의 진창에서 그의 아비에 대한 기억들을 떠올리게 만들었을까?

앙그론은 황제에 대해서는 더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았고,

눈 앞의 저 신호 빛이 아스트로노미컨도 아님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그 증오스러운 유사점을 가지면서,

그의 고통받는 정신에 박혀 있는 파편으로 멤돌고 있었다.

앙그론은 그의 머리를 젖히며 울부짖었다.

그 소리는 마치 천둥 번개처럼 우주의 진공으로 울려 퍼졌다.

이제 곧, 앙그론은 저 증오스러운 빛의 본질이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며,

모든 폭력들을 동원하여 그것을 꺼버릴 작정이었다.

 

그는 그러한 것들에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안았으나,

그는 혼자서 싸우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마녀빛에서 등을 돌려, 함대를 바라보았다.

정복자의 뒤편으로, 너덜너덜한 쐐기 형태의 레니게이드 전함들의 거대한 함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전 임페리얼 네이비 소속의 전함들과 순양함들이-

강력한 스페이스 마린 우주선들, 기이한 다크 메카니쿰 함선들과 앞다투어 전진하고 있었고,

심지어 외계인 용병들 소유 혹은 그들에게서 강탈한 기이한 함선들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함대의 심장부에는 거대한 스페이스 헐크 한 척이 위치하고 있었다.

그 거대한 등부분에는 한 사로잡힌 워프 균열이 반짝이고 있었는데,

앙그론은 이 헐크 함선이 '클라리온 다이어'라는 것을 어렴풋이 기억해냈다.

로드 카라카 블러드피스트Karakka Bloodfist가 조종하는 이 함선은,

디스포일러를 위해 어떤 포상을 말라크바엘Malakbael 행성에서 회수하기 위해 보내졌다.

그러나 만약, 아바돈이 앙그론에게 이 굼뜬 달덩이를 엄호하거나,

혹은 그 임무에 도움이라도 줄 것을 기대했다면-

그는 실망하게 될 것이었다.

아바돈 따위가 그딴 생각들을 가정하고 있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당장 앙그론이 분노로 송곳니들을 갈게 만들었다.

 

 

 

 

Posted by 스틸리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