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출처 : Warhammer 40,000 - the World Engine.



캡틴 암라드

-과거-

바르벤카스트의 행성 총독 리돌마르는 직책에 따라, 예술을 사랑했다.

비록 예술에 대한 조예는 없었고, 본인조차 거기에 딱히 즐거움을 느끼지는 않았으나,

바르벤카스트 행성의 총독 관료로서 섹터의 가장 뛰어난 예술 모음집을 유지하는 일은 어쨌든 필요한 일이였다.

그리하여 그의 왕궁은 항상 그 예술로 가득했다.

정교하고 아름다운 복장의 여인이 그려진 거대한 그림 작품들이라던가,

고풍적인 갑주 슈트들이라던가 제국 영웅들의 흉상들 따위가 왕궁의 모든 벽과 구석에 전시되어 있엇다.

또한 이 장소는 바르벤카스트에서 환경 오염에 노출되지 않은 장소들도 마련되어 있었는데,

그 장소들은 행성의 아름다웠던 과거의 자연 환경의 가치를 하이브 도시들의 필요성이 마침내 넘어서기 전까지 이 행성이 얼마나 아름다웠는가를 고의적으로 상기시켜주려는 듯이 마련되어 있었다.

뿐만 아니라, 값을 메길 수 없을 정도로 진귀한 문학 작품들과 기도문들이 전시 유리 안에 보관되어 있었으며,

천장들조차도 천사들이 가득한 하늘들이 그려진 다중 색조의 프레스코들로 뒤덮혀

바르벤카스트 행성 본래의 적갈색 하늘과 대조되고 있었다.

바로 이 왕궁에서, 총독 거처 내의 청원실에서, 암라드는 챕터 마스터 데렐한을 마침내 잡았다.


데렐한이 두 손에 쥔 볼터는 여전히 매케한 매연을 발산하고 있었는데,

수 분 전에, 그는 하이브 터티우스 도시의 돌연변이들을 통제하라는 제국법을 준수하지 못했다는 죄명으로 총독 레이돌마르를 처형했다.


'캡틴 암라드, 자네의 배치 위치는 공업지구 슬럼가일텐데,' 데렐한이 이어서 말했다.


'ㅡ어째서 자리를 이탈한거지?'


'왜냐하면, 오늘 그분께 바쳐야 할 의무를 어긴 자가 저 혼자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암라드가 답했다.


델레한의 표정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그는 암라드와 그의 옆에 선 채플린 마사약을 바라보았다.

그래, 마사약의 의심이 암라드를 여기까지 끌고 왔구나.

심지어 같은 스페이스 마린들이라 할지라도 드렐한의 시선 앞에서는 위축될만했는데,

그것은 그가 옵시디아 행성의 대가문들이 배출한 자들 중에서도 가장 엄격하고 날카로운 자였기 때문이였다.

스페이스 마린이 되기 이전에도,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그를 두려워했다.

이제 그는 챕터 마스터를 상징하는 휘황찬란한 백색 갑주를 착용하고 있었고,

양 견갑에는 아우구스타르의 백색 비늘 망토를 두르고 있었으며

이마에는 명예 못들이 줄지어 박혀 있었다.

죽기 직전에, 레돌마르는 아마 죽음 자체가 그의 거처에 찾아왔노라고 생각했겠지.


'해명해라!' 데렐한이 꾸짖었다. 그의 무시무시한 목소리에, 챕터 마스터와 동행한 아스트랄 나이트 마린들이 청원실로 들어왔다.

암라드는 그들 중에서 라이브러리안 할히를 알아보았다. 암라드와 함께한 아스트랄 나이트 동기이자, 그가 친구라 여기는 자였다.

그를 보며, 이 자리에서 전투 형제들이 서로간에 총을 겨누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생각이 그의 마음 한켠에 피어올랐다.


'먼저, 이것부터 설명하셔야겠습니다,' 암라드가 말했다.

직후 그는 작은 금속제 물건을 앞의 바닥에 떨구었다.

그것은 암라드와 마린들이 공업 지구에서 벌인 대학살이 끝나고, 그 피가 채 마르기도 전에

채플린 마사약이 암라드에게 건냈던 물건이였다.

그것은 자니악 가문의 상징이였다. 옵시디아의 모든 자손들은 그것이 뭔지 알고 있었다.

자니악은 행성의 배반자로, 불가촉들이였다. 그들은 행성의 반역자들로, 큰 범죄를 저지르고 오래 전 행성에서 도망쳤다.


'이것을 공업 지구 전장의 한 시체에게서 발견했습니다,' 채플린 마사약이 말했다.


'한두개가 아니더군요.'


드렐한이 그것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는 그것을 주어서, 표면 위에 침을 뱉고는 방 구석에 던져버렸다.


'그래서 이것 때문에 날 고발하겠다?' 그가 말했다.


'나는 옵시디아의 모든 이들에게 묻었던 오점을 지워냈다.

오히려, 네놈은 날 떠받들고 내게 감사를 보내야 한단 말이다! 자니악 천민들은 죽어야 해!'


'그렇다면 어째서 저희를 여기로 데려오기 위해 거짓말을 했던 겁니까?' 암라드가 반박했다. 그리고 몇 걸음 걸어서,

데렐한 앞에 위험할 정도로 가까히 서서, 그를 노려보았다.

만약 상황이 폭력적으로 변한다고 해도, 이 개인 간격은 반드시 유지해야될 터였다.

그 누구도 오늘 밤 하이브 터티우스에서 죽을 이유는 없었다.


'당신은 숨겨진 돌연변이들이 행성에 숨어있다는 이야기를 창작한 다음, 인퀴지터가 우리들에게 명령을 내려 여길 정화하라 했다고 거짓말을 꾸몄습니다.

그 숨겨진 진의가 다른 전투 형제들이 동의할만한 정당한 것이였다면, 애초에 꾸밀 이유도 없었을 겁니다!'


'네놈이 감히 내게 반박을 해?' 데렐한이 암라드를 향해 으르렁거렸다.


'자니악 가문 놈들은 옵시디언의 각 가문 원로들을 암살하고선,

행성 적도 정글에서 마치 두들겨맞은 개들마냥 도망쳤다.

결국 놈들은 이 행성의 하이브까지 도망쳐서 마치 제국의 건실한 시민들마냥 몸을 숨겼다.

마치 자신들의 죄악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라도 한 마냥 말이다!

이게 명예가 아니면 뭐란 말이더냐, 그들을 사냥하고 처형하는 것이야말로 명예 아니더냐?'


'그것 때문에 얼마나 많은 무고한 이들이 우리들 손에 죽어야 했는지 아시는 겁니까?' 이번에는 암라드가 참지 못하고 일갈했다.

그는 분노를 끝까지 억누르기 위해 애쓰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그것은 머리끝까지 치솟아 오르고 있었다.

명령이 떨어졌던 그 날, 하이브 터티우스에서 자신과 자신의 형제들에 의해 무고하게 죽었던 남녀노소의 무고한 얼굴들이 아직도 아른거려서,

죄책감 속에 암라드는 데렐한의 얼굴을 간신히 바라볼 수 있었다.

그들은 마치 동물들처럼 학살당했다. 그날, 그의 검과 볼터에 목숨을 잃은게 한두명이 아니였다.


'수천명, 데렐한! 수만명이 그 날 죽었다!'


'애초부터 놈들은 이 행성의 사람들 사이에 몸을 숨기려 했었다,' 데렐한이 답했다.


'자니악 가문의 모든 일원들이 죽었다 어떻게 보장할 수 있겠나? 우린 놈들 모두를 죽여야 했네.'


'무엇을 위해서?' 암라드가 물었다.


'내 선조들에 대한 나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지,' 데렐한이 말했다.

그의 얼굴과 목소리는 이미 완전한 확신이 가득했다.


'나는 술키야 데렐한 반 벤 타르게리스다. 나는 내 살해당한 동포의 복수자다.'


'우린 아스트랄 나이트로 거듭나며, 이전의 우리들이였던 가문들을 완전히 떠났습니다,' 암라드가 말했다.


'그걸 믿는건가?' 데렐한이 차갑게 웃었다.


'제 가문에 대한 충성심을 버린 아스트랄 나이트는 어디에도 없다!

라히자르 가문의 아들아, 너 또한 그렇다고 말하지는 못할텐데. 거짓으로 꾸며낼 생각은 말아라!'


'나는 피라자르 암라드 반 라히자가 아니다,' 암라드가 어떻게든 목소리를 차분하게 가라앉히려 노력하며 당당하게 말했다.


'나는 아스트랄 나이트 챕터의 캡틴 암라드다. 내가 섬기는 황제 폐하의 눈에 따라, 나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리고 네놈에겐 내가 지금 고백한 이 다짐을 따라할 용기와 힘이 없었기에,

우리들로 하여금 수천명의 무고한 영혼들을 억지로 앗아가도록 역겨운 거짓말을 꾸며냈다.

네놈은 아스트랄 나이트 챕터의 색을 입을 자격조차 없어.

챕터 마스터 자리에서 물러나라.'


'그리고 날 죽일꺼냐? 라히자르의 아들이여?' 데렐한은 암라드가 그와 같은 일을 벌이지 않을거라 믿는듯이 시늉하면서,

조용히 그의 파워 소드 손잡이를 향해 손을 가까히 대었다.


'네놈은 모두를 배반했다,' 암라드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으나,

그의 근육들은 이미 전투를 예상하며 팽팽하게 당겨져 있었다.


'그러니 다른 처벌이 또 있던가. 나는 코덱스 아스타르테스의 지엄한 법률에 의거할 뿐이다.'


'나는 내 아버지들이 원하시는 명예에 따르겠으니,' 데렐한이 이어서 답했다.


'네놈이 내 머리를 원한다면, 어디 한번 가져가보거라!'


당연하게도, 드렐한의 움직임이 훨씬 빨랐다.

그는 자신의 고발자보다 수십년은 더 앞선 전투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암라드보다 더 강하고 더 능숙한 적들을 수없이 쓰려트렸다.

암라드가 할 수 있었던 것이라곤 볼터를 들어올려 드렐한이 내지르는 검의 경로에 거의 반사적으로 겨냥하는 것 뿐이였고,

검집에서 매끄럽게 흘러내린 검은 암라드의 사고보다 더 빠른 속력으로 그의 목을 노리고 있었다.

방아쇠를 당기기도 전에, 그의 볼터는 파워 블레이드에 의해 반으로 쪼개졌다.

그렇게 잘려나간 볼터의 최후가 자신의 목에 똑같이 일어날 것은 겨우 시간문제에 불과했다.

암라드는 검을 피하려다가 뒤로 기울어지며 넘어졌고, 

아마 바르벤카스트의 하이브 노동자들 중 한 명이 일생토록 일한 대가보다 더 비쌀 재목으로 만들어진 화장대와 그대로 부딛혔다.

화장대는 그의 무게 아래 산산조각났고, 암라드는 화장대 뒷벽에 부딛혔다.

그는 곧 드렐한이 다가올 것임을 예상했다.

예상대로, 그는 암라드에게 최후를 선사하기 위해 검으로 은빛 선회류를 그리며 그에게 다가왔다.


허나, 그 순간 라이브러리안 할히가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는 암라드와 그의 챕터 마스터 사이를 완벽한 움직임 속에 차단했다.


할히는 드렐한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지 않았으나, 그가 보여준 실용적이고 정확한 움직임은

그가 앞으로 나서는 순간에 이미 놀라운 예지 능력들을 통해 모든 발걸음과 반격을 계획하고 나왔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암라드는 할히의 '특수한 능력들'이 뛰어남을 알고 있었지만,

그것을 지금처럼 가까히서 직접적으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였다.

할히는 암라드를 찌르려는 데렐한의 파워 소드를 가로막으며, 동시에 팔꿈치로 챕터 마스터의 면상을 갈겼다.

뼈가 부러지고 피부가 찢겼다. 데렐한의 눈구멍 하나는 반쯤 함몰해버렸다.

할히는 포스 스테프를 휘둘러 그의 파워 소드를 강제로 끌어내렸다.

평범한 무기라면 동력 장막에 의해 산산조각났겠지만,

포스 스테프는 드렐한의 무기를 견뎌내기 충분했고

결국 드렐한은 한발자국 물러날 수 밖에 없었다.


'이제보니 내가 반역자들에 둘러싸여 있었구나!' 챕터 마스터가 분노 속에 으르렁거렸다.


'그렇다면 약자들을 숙청해야겠다! 네놈들은 전부ㅡ'


그의 마지막 말은 적남색 에너지의 섬광 속에 끊겨버렸다.

암라드는 맹맹해진 두 눈이 다시 돌아올때쯤, 채플린 마사약이 데렐한의 뒤편에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곧 데렐한의 손가락들에서 파워 소드가 떨어졌다.

카펫 위로, 파워 소드의 장막이 번지며 연기와 함께 탁탁거리는 소리가 발생했다.


마사약의 크로지우스 아카넘은 챕터 마스터 데렐한의 두개골 뒤편에 깊숙히 파묻혀 있었다.

그의 몽둥이류 무기의 끝날은 독수리의 형상을 띄고 있었는데,

독수리의 양 날개는 마치 검날과 같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날개들 중 하나는 드렐한의 머리에 제대로 꽂혀 있었다. 뇌까지 그대로 잘라버릴 정도로 깊게.

데렐한의 온전한 남은 눈이 뒤로 넘어갔고,

곧 코에서 피가 쏟아져 나왔다.

마사약은 데렐한의 허리 아래춤에 그의 다리를 올려두곤, 그것을 마치 지렛대삼아 크로지우스를 다시 머리통에서 뽀아냈다.

데렐한의 머리통이 다시 바닥에 떨어졌다.

그는 완전히 사망하였는데, 그 무게는 사실상 쓰러진 나무 수준이였다.

그제서야 암라드는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

마사약을 포함하여, 할히와 그 본인, 그리고 드렐한의 분대 내 소수만이 이 암라드의 고발 장면과 살인 장면을 목격했다.


'그게 당신이였으니 참 다행이구려,' 암라드가 말했다. '그것은 채플린의 임무에 따른 정당방위였소.'


'나와 같은 부류 입장에서 이런 일은 별로 내키는건 아니지만,' 마사약이 이어서 말했다. '때때로, 이런 개자식에겐 꼭 몽둥이가 필요한 법이지.'


'옵시디아의 대가문들에 소식이 닿는다면,' 할히가 이어서 말했다. 


'그것은 행성을 다시 분열시킬지도 모르네. 일부는 우리에게서 등을 돌리고, 일부는 우리를 지지하겠지.

행성 내전이 일어날 것이네. 그러니 오늘 이 자리에서 일어난 일을 본 것은 오직 우리들뿐이여야 하네.

우리들은 반드시 침묵을 지켜야 한다네, 형제들이여.'


'그렇다면 이렇게 하지. 이것은 레이돌마르의 작품이였다, 라고 칩세,' 마사약이 말했다.


'그는 우리들이 자신의 주거실에 올 것을 미리 예측했고, 함정들을 파두었다.

그리고 드렐한은 총독을 처형하는 도중 함정 중 하나에 걸려 사망했다고 합세.

그리고 우린 쓰러진 형제를 온 명예를 담아 요새 수도원으로 운구했다고.

최후에, 그는 전투 속에서 자신의 명예를 다하였노라 말이네.

여기 혹시 이견 있는 사람 있다면, 왠만하면 지금 말해주게나.'


허나 이견은 없었다. 총독의 주거실에는 10명 이하의 아스트랄 나이트들이 모여 있었지만,

모두 이견을 말하지는 않았다. 

그들이 입을 다문다면, 그리고 그들만이 데렐한이 저지른 챕터에 대한 배반이 사실 무엇 때문이였는가에 대해 잊지 않으며 비밀을 지킨다면,

옵시디아와 아스트랄 나이트들은 영향을 받지 않아도 될 것이였다.


'하지만 정의는 바로세워야겠네,' 암라드가 말했다.


'오는 나는 내 자신의 손으로 수많은 무고한 이들을 죽여버렸네.

우린 결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이 행성에 지워버린 것이네.

데렐한이 거짓말로 우릴 속였다고는 하나, 결국 방아쇠를 당긴 것은 우리들 본인이네.

그러니 정의를 세워야 되는 것도 바로 우리들이고.'


'우리는 그럴 것이오,' 마사약이 말했다.


'하지만 당장은 아니지. 그럴 방법을 찾아야 되겠지만, 캡틴 형제, 일단 지금은 이 행성을 떠나는게 먼저네.

새로운 챕터 마스터가 당장 임명되는게 시급하네. 아스트랄 나이트는 이후 다시 싸워나갈 것이고.'


'우리들 중 한 명이 되야될 것이네,' 할히가 말했다.


'챕터 마스터의 왕좌라면 혹시 일어나게 될 불상사들을 방지할 수 있을테니.'


'리클루지아즘이 이런 문제들에 있어서는 정통하지,' 마사약이 말했다.


'먼저, 나 같은 채플린은 챕터 마스터가 될 수 없네.

라이브러리안 챕터 마스터 또한 코덱스의 교리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하긴 좀 그렇지.

캡틴 암라드?'


한순간, 암라드는 마사약이 무엇을 묻고 싶은건지 알 수 없었다.

한 순간, 암라드는 자신의 검지를 가슴에 가리킨 다음 이렇게 되묻고 싶었다. '나를 왜?'

암라드는 데렐한의 시체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뒤통수는 완전히 헤집어져 있었고,

피와 이런저런 찌꺼기들이 그의 머리통 주변에 흩어져 있었다.

거기에는 피와 뇌수가 섞여서, 아우구스타르의 망토 뒤편에 묻어 있었다.


마침내 결정을 내린 암라드가 말했다. '나는 자격이 안 되네.'


'나는 단 한 순간도, 그런 자격을 갖추었던 적이 없었다고 생각하네.'


그러자 채플린 마사약이 말했다.


'하지만 그건 자네여야만 하네.'


'그렇다면 책임을 받아들겠네,' 암라드가 말했다. 하지만 말하는 순간에도,

그는 자신의 말의 무게가 말 그대로 그를 압눌러 짓밟는 것만 같은 기분을 받았다.

전투 형제들이 사망할 때마다, 그것은 모두 자신의 책임이 될 것이였다.

그의 중대 뿐만 아니라, 그 이상으로, 전 챕터가 그의 책임이 될 것이였다.


이제 모든 패배 또한 그가 책임질 무게가 될 것이였다.


'데렐한은 항상 자신이 챕터 마스터가 되길 원했었네,' 할히가 말했다.


'그는 그것을 위해 싸워왔지. 결국 권력욕 속에 그는 일생의 목표를 완성했네.

그러니, 아스트랄 나이트 챕터도 이젠 권력욕 없는 인물한테 좀 힘을 줄 때도 됐지.'


암라드는 다시 한번 데렐한의 시체를 내려다보고, 음성채널을 켜서 말했다.


'캡틴 암라드다. 챕터 마스터 데렐한이 사망했다. 우리들의 임무는 완수되었고, 더 이상의 손실은 불허한다.

모든 분대들은, 철수 지점들로 이동하여 철수를 준비하라.

우리들은 복귀하여, 주군의 전사를 애도할 것이다.

일단 현재는, 즉시 철수한다.'


'그를 들어올리게.' 채플린 마사약이 말했다. '마치 영웅처럼 대접해줘야겠지.'


아스트랄 나이트들이 데렐한의 시신을 천천히 들어올렸다. 암라드가 그들을 앞장섰다.

마린들은 그를 나르며 총독 거처의 기이한 장관을 지나 하이브 첨탑까지 나왔다.

밖으로 나오자, 바르벤카스트의 오염된 공기가 첨탑들 주변을 돌고 있었고,

그 아래로 끝없이 펼쳐진 하이브 전경이 보였다.

건쉽들과 장갑 수송기들이 하이브의 최상부에 착륙하여 아스트랄 나이트들을 태워 궤도의 함선들로 나를 준비가 이미 완료되어 있었다.


'이 행성을 떠나게 되어 속이 편하군,' 아스트랄 나이트들이 데렐한의 시신을 총독 거주실 근처에 위치한 착륙 지점으로 옮기는 동안 할히가 말했다. 

이제 곧 건쉽이 간단하게 착륙하여 그들을 수송해 나를 것이였다.


'너무 편하게 생각하지 말게,' 암라드가 엄숙하게 말했다.


'언젠가, 우린 이 행성에 진 빚을 갚기 위해 다시 돌아오게 될 것이니.'


​ps. 추가로 설명하자면, 아스트랄 나이트는 모성과 깊은 관계를 유지하는 챕터들 중에 하나였음.

물론 샐러맨더 챕터의 예와 같이 모성과 관계를 유지하는 스페이스 마린 챕터가 아주 없는건 아니지만,

아스트랄 나이트는 좀 더 심해서, 스페이스 마린으로 거듭나도 출신 가문 같은 것을 여전히 신경썼는데

어느날 모성에서 자니악 가문이 가문들의 공동체 원로회에 불만을 품고 원로회 일원들을 전부 죽이고 반란을 일으킴.

아스트랄 나이트 마린들이 개입해서 이들을 모두 학살하고, 남은 소수는 바르벤카스트로 도망가서 조용히 살아갔는데,

드렐한은 자신의 가문 일원들이 죽은 것에 분개해서 원수를 갚겠다고 공연히 거짓말을 쳐서 바르벤카스트의 하이브 하나를 들쑤셔버린 것.

그래서 이날 이후, 암라드는 언젠가 반드시 바르벤카스트 행성을 수호해주겠다고 선언했고,

수십년 후, 월드 엔진이 바르벤카스트 행성을 위협하게 되자 그 약속을 지키겠다고 나섬.

오직 일부만이 아는 그 약속을..



Posted by 스틸리젼
,
728x90


 

출처 : Warhammer 40,000 - Codex -  orks[8th]


본브레이카

본브레이카들은 이른바 '크러샤'들이라 알려진 인기있는 배틀웨건 하위 타입을 대충 부를 때 쓰는 단어입니다.

이쪽 계열의 웨건들은 본크러샤, 스플린리파와 깃매샤 등등의 웨건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인류 제국의 분류법에 따라 종류는 다양하지만, 대체로 본브레이커는 기갑 수송 능력과 중화기 화력, 그리고 무지막지하게 거대한 데프 롤라라는 전면부 롤링 기계가 조합되어 있는,

다재다능하고 튼실한 오크 공습 차량들이라고 보면 됩니다.


보통 그린스킨의 전면 공습에 사용되는 본브레이커들은 기관총들과 킬캐논들을 사용하여 무지막지한 화력을 쏟아냅니다.

탄들이 굉음과 함께 마구 쏟아지며, 적 보병들을 엄폐로 몰아내고

장갑 기관차들과 요새 진지들까지 벌집으로 만들어버리며,

무지막지한 킬캐논 대포 폭발이 일어날 때마다 본브레이카의 조종사들은 열렬한 환호를 보낼 것입니다.


허나 본브레이카가 적진들에 닿은 순간부터 진짜 재미가 시작됩니다.

오크들이 본브레이카의 수송용 격실에서부터 쏟아져 나오며 전장으로 돌진하고,

본브레이카 또한 그들과 함께 본격적인 싸움에 돌입하는데

적들은 이 괴물 전차의 데프 롤라의 가시 스파이크들 아래 전부 갈려버리게 됩니다.

경장갑 차량들, 적 보병들과 적 야전포들 전부가 이 무식한 롤러 앞에 부셔져서 가루가 되어버리게 되지요.

본브레이카들은 적진 사방에 피의 길을 뚫어내며,

후방으로는 피와 고깃덩어리들을 마구 뿌려댈 것입니다.

그 광경을 보며 오크 조종사들은 또 미친놈들마냥 웃어대겠지요.


그런데 이 데프 롤라가 제대로 돌아가려면 막대한 양의 잡동사니들과 동력이 소모됩니다.

덕분에 롤러를 실컷 사용한 본브레이카들은 일정한 휴식 시간이 필요한데,

대부분의 오크 조종사들은 이럴 때를 대비한 예비 수단들까지 잘 알고 있는 전문가들입니다.

즉, 섬세한 그롯 정비관의 멱살을 잡아 전장 한복판에서 수리 작업을 거행하도록 뒤편에 던지는 것이지요.

다른 오크들의 경우 더 예술적인 수단으로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 사전에 차량에 파란 문양들을 새기거나,

행운의 스퀴그 다리를 운전수석에 붙이거나,

혹은 사로잡은 그롯들과 스노틀링들을 탱크의 가열된 엔진들 쪽에 집어던짐으로써 본브레이카들의 호전적인 짐승령이 만족하게끔 조치할 것입니다.



건웨건

건웨건들은 보통 상당한 양의 수송 공간을 덜어내고 대신 야포급의 커다란 대포들 혹은 다중 총열을 지닌 멋진 무기들을 달아놓은 웨건들을 의미합니다.

사실상 오크식 장갑 기동형 무기고들에 더 가까운,

건웨건들은 거칠게 전진하며 무기들을 쉴새없이 토해내지요.

장갑판이 덕지덕지 붙여진 운전석에 위치한, 전차의 감시병들은 커스텀 보는-튜브들(lookin-tube, 즉 오크 망원경)과 원거리-잡동사니들을 통해 전장을 확인하면서,

매 분마다 대포 사수들에게 새로운 목표물들을 끊임없이 불러줍니다.

건웨건들이 포격을 계속 유지하는 한 적진들에서는 폭발이 계속해서 피어오를 것입니다.

물론 오크 사수들은 정확도 면에서 아주 결여되어 있지만,

대신 이것을 엄청난 양의 사격으로 상쇄합니다.


사실 이 웨건의 진짜 문제점은 엄청나게 심각한 정확도 덕에 불가피하게 엄청난 양의 탄약과 파워 셀들을 싣어야 하고,

이 때문에 만약 적이 충분한 피해를 가하는데 성공한다면,

불가피하게 차량은 엄청난 폭발과 함께 주변에 큰 피해를 일으킬 것이라는 것입니다.

허나 오크들은 오크들인지라, 이것조차도 사실 큰 문제는 아니고 오히려 좋은 기회라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건웨건이 폭발하기 전에 건웨건을 그대로 적진에 들이받으면 되니까요.



ps. 앶2의 배틀웨건이 본크러샤,

앶3의 건트럭이 건웨건에 속한다 보면 될듯



'오크[8th]' 카테고리의 다른 글

[8th] 오크 - 킬라 칸  (0) 2018.11.30
[8th] 오크 - 스퀴그  (0) 2018.11.29
[8th] 오크 - 배틀웨건  (0) 2018.11.24
[8th] 오크 - 데프 드레드  (0) 2018.11.23
[8th] 오크 - 멬보이와 빅 멬  (0) 2018.11.22
Posted by 스틸리젼
,
728x90


출처 : Warhammer 40,000 - the World Engine.


챕터 마스터 암라드 : 현재

....

'이교도들의 사원'은 조용했다. 유일한 소리란 암라드의 헬멧 기어 속에서 울리는 것으로,

그것은 보르시스(네크론이 월드 엔진을 지칭하는 단어) 중간 지점에서 벌어지는 전투의 소음이 음성망을 통해 들려오고 있는 것이였다.

암라드는 그 소음을 차단했다. 그는 어떤 전투가 일어나고 있는지 상관치 않기로 결정했다.

네크론들이 7개 달들의 성당이라 불리는 그 지점에서 얼마나 많은 챕터 전투 형제들이 싸우고 죽어가는가에 대해선 알 수 없었으나,

그것이 이 전투의 결과를 좌우할 것은 아니였으므로.


그 모든 전투의 의미를 결정할 것은 지금 이 순간이였다.


'아무것도 없습니다,' 정탐 중이던 스카웃 서전트 파라지가 말했다.

암라드는 사원을 떠받드는 기둥들 사이를 걷는 파라지와 라이브러리안 발콰쉬를 볼 수 있었는데,

그들은 앞장서서 이 동굴과 같은 지형을 걸어가고 있었다.


'아마 비었을 것이네, 챕터 마스터,' 암라드 곁의 채플린 마사약이 말했다.


'그렇다고 아무런 방비가 되어있지 않을 리는 없지만.'


'그리고 우리쪽이 수가 더 적을지도 모르지,' 암라드가 답했다.


'하지만 각오가 된 것은 우리쪽이다.'


사원에 가득했던 황동 네크론들의 군단은 사라지고 없었다.

처음 확인했을 당시에는 최소 수백여 외계인들이 가득하였으며ㅡ네크론 귀족 개체들에 의해 감시받고 있었으나,

다른 전투 형제들의 시선 유도 덕분에 지금은 비어 있었다.

이제 이곳에 남은 것은 텅 빈 공간과, 암흑 속에 잠겨 높이조차 가늠 불가한 천장 뿐이였다.

파라지와 발콰쉬는 저 멀리서 깨알같이 작게 보였고,

그 뒤를 암라드와 남은 1개 분대만이 후속하여 사원에 침투하고 있었다.


건쉽 막센티우스를 조종하는 코델러스 형제는 대사원 입구 부근에서 멈추었고, 

덕분에 암라드와 그가 직접 택한 소수 정예의 장교들이 이 이교도들의 사원 입구로 강하하여 안으로 내려갈 수 있었다.

암라드는 파라지를 불렀다. 그는 자신이 택한 스카웃 서젼트로, 외계인들의 네크로폴리스 도시에서 보르시스의 최종 목적지를 확인해내는데 성공한 바 있었다.

옆의 치프 라이브러리안 할히와 채플린 마사약 형제는 암라드의 가장 뛰어난 조언가들이였다.

라이브러리안 코디시어 발콰쉬와 테크마린 사라코스는 특수작업 전문가들로 저 사원 안에 도사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무언가를 상대하는데 있어 큰 도움이 될 터였다.

분명히 수는 적었다.

허나 네크론 오버로드 헤퀴로스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그렇기에 암라드는 가장 최선을 다하여, 이들을 선별했다.


사원의 길은 보르시스의 지면에서 훨씬 더 깊게 연결되어 있었다.

그들은 계속 내려갔다. 고대 외계인들이 만든 수은 강줄기가 흐르는 소리가 어느새 사라졌고,

이제 들리는 것이라곤 아스트랄 나이트들이 강철 계단을 내려가며 만드는 발소리들 뿐이였다.

어느덧 그들은 광대한 사원 네이브(nave, 교회 입구에서 안쪽까지 통하는 중앙 홀 부분) 즈음에 다다랐는데,

그 앞에는 열을 맞추어 네크론들의 공동 묘비들이 줄을 잇고 있었다.

이 공동들은 복도 양 옆의 납골 사당들 가장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그 가운데의 납골 사당들은 보르시스의 네크론 지배자들이 섬기는 왕조를 의미하고 있었다.

또한 복도의 거대한 벽들은 상형 프리즈 형식으로 보르시스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었는데,

그 벽들을 빼곡히 메운 상형 문자들은 전부 그들이 정복한 모든 은하계 외계종족들과, 네크론 귀족들의 환대를 받으며 새롭게 등극한 이전 오버로드들의 대관식들로 귀결되고 있었다.


'이 장소가 지어진 이유가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채플린 마사약이 이어서 말했다.


'이 외계인들은 이 장소를 자신들 스스로를 신격화하기 위해 만든 것 같네.'


'놈들은 자신들의 신을 살해하였네,' 할히가 답했다.


'그러니 그 빈 자리를 자신들로 채워넣는다 해도 이상할게 없겠지.'


'이제는 따로 명백하게 뚫린 길이 없습니다,' 첨봉의 파라지가 말했다, '우리가 왔던 길을 제외하면.'


첨봉에서 네이브 통로를 계속해서 정찰하던 파라지는 마침내 어떤 제단 비스무리한 구조물 앞에 멈추었다.

그것은 어떤 거대한, 수직으로 우뚝 선 네크론 금속 비석이라 할 수 있는 물건이였는데,

고대 외계인들의 상형문자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처음은 아니였지만, 암라드는 만약 자신들이 이들의 고대어를 읽을 수만 있었더라면,

과연 어떤 비밀들을 알 수 있게 되었을까 하고 잠깐 궁금함을 가졌다.


'아마 지금보다는 더 많은 병력들이 여길 지키고 있었을 겁니다,' 발콰쉬 형제가 말했다.


'챕터 마스터,' 파라지가 물었다. '놈들이 여기서 지키고 있었던게 뭡니까? 여기까지 도착했는데도, 전 아직까지 우리가 뭘 위해 왔는지조차 모르겠습니다.

곧이든, 아니면 좀 나중이던 상관없이, 오버로드 헤퀴로스 놈은 어째서 당신께서 챕터 전 병력을 자신을 방해하기 위해 보냈는지 눈치채게 될 겁니다.

그러니, 이제는 저도 좀 알아야겠습니다.' 


암라드는 잠깐 생각에 잠겼다가, 스카웃 서젼트의 말이 맞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아스트랄 나이트 형제들을 불러 어째서 여기 왔는지에 대해서 설명해주었다.


그들이 암라드를 통해 정보를 듣는 동안, 이미 그것을 알고 있었던 치프 라이브러리안 할히는 제단과 비석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였다. 암라드는 라이브러리안이 그의 정신을 내면에 집중하여,

그의 의식 설계를 역행하여 싸이킥 차원으로 들어갔음을 깨달았다.

그 상태에서 할히는 자신이 내면의 눈으로 본 것을 중얼거리며 암라드에게 설명해주려 노력하고 있었으나,

암라드는 실용적인 정신의 소유자로 할히의 운명의 가닥들과 미래들 같은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

허나 그런 이유에서 암라드는 할히를 귀한 조언가로 여기고 있었다.

그는 암라드와 같이, 군인적 일이 먼저이고 나머지는 후자인 자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을 이해할 수 있었으니까.


'이 아래네,' 할히가 말했다.


'너무나도 오래된, 고대의 기계. 보르시스 전부보다 훨씬 더 고대의 무언가.

인류는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던 시대의 것이 이 아래 묻혀 있다네.'


'이 아래요?' 테크마린 사라코스가 되물었다. '어딥니까?'


할히가 손을 네이브 공동 중심으로 뻗으며, 사원의 신도석들 사이 공간을 가리켰다.

사라코스는 그 자리로 향하여, 그의 서보 하네스의 팔에 달린 도구 세팅들을 돌려서 공업용 커터 모드로 설정했다.

곧 밀봉 처리된 플라즈마 커터칼이 기계 팔의 끝자락에서부터 방출되며 사라코스는 바닥의 강철 판들을 절단하기 시작했다.


다른 아스트랄 나이트들은 방어 태세를 갖추며, 거의 본능적인 태도로 이 공동 안으로 접근할지도 모르는 것들을 경계했다.

마치 당장에라도 무언가 그림자 속에서 튀어나오기라도 할 것만 같은 살기어린 기세였다.

실제로도 아마 그럴 것이다. 아마 이들은 계속 감시받고 있었을 것이다.

오버로드의 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장소 따위는 이 행성 어디에도 없었다.

다만, 중요한 것은 대부분의 다른 형제들이 얼마만큼 시간을 벌어주느냐였다.

만약 여기에서 일찍 일을 끝내버린다면, 작전이 제대로 먹힐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시간을 지체하고, 네크론들이 예상보다 더 빨리 여기 당도한다면,

할히의 탐색이 맞고 틀리고를 가릴 기회조차 없이 이들은 죽은 목숨이 될 것이다.


'여기 있는게 맞는건가, 할히?' 사라코스가 바닥을 절단하는 동안 암라드가 곁눈질로 물었다.


'아마도,' 할히가 말했다. '운명의 흐름이 바로 여기 집중되어 있네.

하지만 그 이상은 볼 수 없었네.'


'그렇다면 우리들의 운명은 여기서 끝나는 건가?'


할히는 이번에는 대답 대신 미소를 지었다.

암라드조차 별로 많이 보지 못한 그런 반응이였다.


'무언가는 끝날 것이네,' 그가 답했다.


'그것이 우리들의 삶인지 아니면 의무의 완수인지는, 확답할 수가 없네.

챕터 마스터, 미안하이, 나의 능력이 정확한 측정의 과학이였다면 좋았을 것을..'


'보조가 좀 필요합니다,' 테크마린 사라코스가 요청했다.


그러자 마사약, 발콰쉬와 파라지가 그에게 다가와 절단된 바닥 강철판의 코너들을 각각 잡은 다음 천천히 들어올렸다.

그리고 4명의 아스트랄 나이트들은 그것을 옆에 집어던졌다.

바닥이 절단되어 사라지자, 아래에 보이는 것이라곤 영원의 어둠 뿐이였다.

그런데 자세히 보자, 그 안에는 수천개의 극세사 빛들이 가득했다.

그리고 그들은 알 수 있었다. 웅웅거리는 진동과 함께, 무언가 말도 안될 정도로 거대한 기계가 아래 도사리고 있음을.


말할 필요도 없이, 스카웃 서젼트 파라지가 첫번째로 하강을 시도했다.

그는 그대로 구멍 안으로 몸을 날렸고,

1분정도 지난 후에 그가 바닥에 착지하는 소리가 들렸다.


'주변 신호는 없습니다,' 그가 이어서 말했다. '다들 따라오시죠.'


사라코스, 마사약과 할히가 그 뒤를 따랐다.


이 소수의 아스트랄 나이트들을 막기 위해서는 얼마나 필요할까?

그리 많은 네크론들이 소모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암라드는 생각했다.

특히 오버로드 헤퀴로스와 같은 네크론 개체라면,

리치가드 혹은 프레토리안급 네크론 외계인들을 보낼 것이고,

어쩌면 이 황동 사원의 원 수호자들이 따로 있어 그들을 보낼지도 모르는 일이였다.

아니면 플레이드 원들 무리 하나. 거미 기계 괴물들 한 쌍.

무엇이 올 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확실한 것은 올 것이라는 사실이였다.

그리고 확실한 최후가 찾아오겠지.


아마 어둠 속에서 다가오리라. 아스트랄 나이트들의 눈을 피해 숨어서, 가장 최적화 계산된 순간에 덮치리라.

바로 여기가 적의 땅이니까. 곧, 금속이 금속과 부딛히는 그런 소리가 들리며,

아스트랄 나이트들의 발걸음 소리들은 완전히 묻혀 사라지리라.


'챕터 마스터?' 구멍 옆에서 기다리던 코디시어 발콰시가 챕터 마스터를 부르는 소리에, 암라드는 정신을 차리고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여기 혼자 남고 싶으신 생각은 없으실꺼라 믿습니다.' 


암라드는 방 중앙으로 몸을 돌리며 코디시어 옆에 섰다.


'단 한번도 놈들의 감시에서 벗어난 적은 없었네,' 암라드가 말했다.


'계속 주의하게, 코디시어 형제. 놈들이 우리 후방을 급습하지 못하도록.'


'여부가 있겠습니까, 챕터 마스터,' 발콰쉬가 말했다.


이전까지, 암라드는 아스트랄 나이트 챕터의 모든 전투 형제들을 파악하고 있었지만,

그들의 성격이라던가, 까지는 알고 있지 못했다.

특히, 발콰쉬와는 이전까지 거의 대화해본 적도 없었다.

다만 암라드는 라이브러리움의 정기 보고들을 통해 발콰쉬가 다소 호전적인 성격으로 싸이킥 능력을 타고났으나,

실전 입증이 된 것은 아니라는 사실 정도만 알고 있었다.

그런 그를 할히가 라이브러리움에 입도하기를 원했고, 암라드는 이를 수락했다.

곧 암라드는 발콰쉬를 따라 구멍에 몸을 던졌다. 곧 묵직한 충격이 두 무릎으로 전해졌다. 아래의 바닥이 전율했다.


아래 세계는, 그의 강화된 비젼 기기로도 보기 힘들 정도로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하지만 곧 일련의 연결된 생성기 구조물들이 열을 그리며 나열되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으며,

어둠 속에서 그 생성기들의 수많은 터빈들이 웅웅거리고 윙윙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공기는 짙은 화학물들과 먼지로 가득해서, 아스트랄 나이트들이 착용한 아머의 필터들과 강화된 폐들이 아니였다면 호흡이 불가능했을 것이였다.

아지랑이 가득한 공기의 무게는 너무나도 무거워서, 모든 것이 멀리 보이고 또한 형체가 반쯤 흐리게 보이고 있었다.


'생성기들은 엄청난 동력을 빨아들이고 있습니다,' 테크마린 사라코스가 음성 통신을 보냈다.


'놈을 가둔 구조물이 제대로 작동되기 위해선 엄청난 에너지가 요구되는 것 같습니다.'


현재 아스트랄 나이트들은 기계들 위에 설계된 복잡한 그물 네트워크망 형태의 아치길들 위에 서 있었다.

그리고 이 복잡한 길들 중앙, 즉 이 이교도들의 사원 정 중심부에는,

이 사원 자체의 존재 이유인 '궁극의 신성 모독'이 위치하고 있었다.


겉에서 보기에, 그것은 일종의 은하계 전도 같은 형태였다.

허나 어떤 물질적인 기반 위에 도각된 것이 아니라, 그나마 간신히 비유하자면 홀로그램과 유사한 기술로써,

무수히 많은 소립자 빛들을 사용하여 은하계 자체를 구현해낸 것으로,

아무것도 없는 빈 허공에 구현되어 소용돌이치는 은하계와 그 나선들을 완벽히 표현하고 있었다.

그것은 암라드가 제국의 별 지도들을 통해 보았던 은하계와 흡사하였으나, 완전히 같지는 않았다.


'아이 오브 테러가 없군요,' 스카웃 서젼트 파라지가 말했고, 그의 말이 맞았다.

은하계 소용돌이의 나선팔들 중 한 부분을 완전히 변질시킨 그 공포스러운 왜곡 현상,

아마 은하계 내에서 가장 거대하고 끔찍한 워프 스톰일 터인 아이 오브 테러가 이 기이한 지도에는 없었다.


'마엘스트롬도 없군,' 할히가 말했다.


'그렇다면 이 지도는 제국보다 오래되었을 것이네. 투쟁의 시기보다 더 이전의 것이겠지.

만약 거짓말쟁이 엘다 종족의 기록들이 맞다면, 이건 엘다의 몰락보다 더 이전의 것일 터이네.'


암라드가 그 입체 은하계를 이루는 별들의 구름들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은하계 지도를 구성하는 그 소립자 빛들은 그에게 일부 가려지고 굴절되었는데,

비유하자면 배 한 척이 물살을 헤치고 앞으로 나아갈 때의 주변 물들의 움직임과 같이 그의 주변에서 출렁였다.

은하계의 중심 부분에는 눈부신 빛이 위치하고 있었다. 그는 좀 더 다가갔다.


그 빛은 사실 어떤 크리스탈라인 구조물이 발산하는 것으로, 구조물의 표면은 수천 다방면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밝기는 태양과 같았다.

그런데 그 안에서, 암라드는 속에서 꿈틀거리는 암흑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은 주변에 가득한 빛 속에 압축되어 있었는데, 그렇다고 가만히 동결되어있지는 않았다.

더 자세히 보자, 그것이 무언가 어떤 유형의 존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눈들과 입들을 가지고 있었으며, 끊임없이 고통 속에서 꾸물거리고 있었다.


'바로 이것이 놈이 가둬진 감옥이로군,' 암라드가 통신을 보냈다. '사라코스?'


'이 억제망 생성기들이 없다면, 저것을 가둔 억제망도 결국 무너질 겁니다,' 테크마린이 답했다.


'그렇다면 이제 형제들에게 멜타 폭탄들을 배포하게,' 암라드가 말했다.


'발콰쉬, 후방을 부탁하네. 나머지는, 최대한 빠르게 폭발물들을 설치한다.'


테크마린 사라코스는 경우를 대비하여 멜타 폭탄 꾸러미들을 가지고 있었다.

이것은 마린 주먹만한 크기의 금속 구체들로, 반으로 갈라지도록 되어있는 형태였는데

폭발물이 완전히 반으로 분리되면, 폭발물의 코어핵이 연소되며 극도의 열을 만들어내어

반경 내 모든 것들을 증발시키고 심지어는 수 겹의 강철들까지도 녹여버릴 수 있었다.

우주선의 선체부터, 전차의 엔진까지 파괴 가능했으니,

외계인 생성기의 외피도 충분히 가능하리라.


사라코스가 먼저 다리를 천천히 기어내려가 다리 아래의 생성기들 위에 떨어졌다.

생성기는 묘사하자면 수직으로 뻗은 거대 기둥들이라 할 수 있겠는데,

벌집 형태의 상부 외피 사이 사이 뚫린 커다란 간격 사이로 내부에서 세차게 돌아가고 있는 칼날 팬들을 볼 수 있었다.

이 인공 행성 내에 자연적인 행성이 가진 온갖 것들이 있었던 것으로 미루어볼 때,

아마 이 생성기들은 보르시스의 내핵이 만들어내는 지열 에너지를 사용하는 듯이 보였다.

아니라면, 인류가 모르는 어떤 미지의 외계인 동력원을 사용하는건지도 몰랐다.

중요한 것은 아니였다. 중요한 것은, 이것들이 파괴될 수 있다는 것이였다.


사라코스, 마사약과 파라지가 마침내 작업을 시작했다.

그들은 고리로 엮인 멜타 폭탄 번들들을 각자 나눠가진 후에 그것들을 생성기들에 부착했으며,

뒤이어 할히가 그들 뒤를 따르며, 마찬가지로 다소 위험천만한 생성기 상부 외피 위로 착지하여 발전기들 위를 건너다녔다.

각 생성기들 사이의 공간은 아예 바닥조차 보이지 않는 끝없는 어둠의 공간으로,

만약 발을 삐끗한다면 얼마나 떨어지게 될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할히는 당당하게 그 사이를 건너다니고 있었는데, 암라드는 그가 싸이킥 권능 중 일부를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운명의 실들을 읽음으로써, 그 주변의 위험 요소들을 철저하게 최소화시키는 중일 터였다.

암라드는 이전 수십여 전투들에서 그와 함께하며 이런 모습들을 이미 여러번 봐왔지만,

항상 볼 때마다 생소했다.


그때 코디시어 발콰쉬가 음성 통신을 보냈다. '맛이 느껴지십니까, 치프 라이브러리안?'


할히가 잠시 멜다 폭탄들을 부착하는 작업을 멈추었다. '그렇군,' 그가 답했다.


'금속 맛입니다,' 발콰쉬가 말했다. '공기 중으로 그 맛이 느껴집니다.'


....

챕터 마스터의 직위에 오르며, 암라드는 옵시디아의 금지된 무기고에 들어갈 수 있는 권한을 얻게 되었다.

그 안에는 챕터의 이전 영웅들이 사용하던 고대 유물들이 가득하였는데,

전통에 따라 챕터 마스터는 그 중 하나를 몸에 지니고 나가 전투에서 사용할 수 있었다.

그의 두 눈으로 '천공의 관통자'라던가, 파워 블레이드 '데몬카버'와 같은 전설의 유물들을 직접 볼 수 있었던 것은 그 순간이 처음이였다.

그 유물들 중에서, 그는 먼저 경멸의 헬멧을 자신의 두 손으로 들었고,

그 장비의 흑요석 표면에서부터 느껴지는 차가움을 직접 체험하였다.

허나 그는 유물들 중 단 하나도 그의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금지된 무기고의 가장 안쪽 코너에는 이른바 '키헤르도스의 늑대들'이라 알려진 두 쌍의 도끼들이 걸려 있었는데,

프린스 엘나 보하리 반 코스가 약탈자 괴수들을 사냥하는데 사용하여 이름이 그리 붙여진 그 무기들은

전설대로 그 허벅지 뼈들로 도끼들의 자루가 만들어져 있었다.

그 자리에서, 암라드는 더 예전에 악절트 항구에서 검투사 대결들을 치룰 적,

세이버 검 한 자루와 소드브레이커 무기를 사용하였던 기억을 떠올렸다.

생각해보니, 양 손에 하나씩 무기를 쥐는 것만큼 익숙한 것이 또 없었다.


그렇게 암라드는 키헤르도스의 늑대들을 자신의 무기로 택하였다.


그리고 지금, 암라드는 키헤르도스의 늑대들을 다시 손에 쥐고 날을 들어올렸다.

그의 주변에서 투영되고 있는, 소립자로 형상화된 은하계의 별들이 마치 갑작스레 흥분이라도 한 마냥 마구 물결치고 있었다.

허나 눈부신 빛들이 그의 주변에 가득한고로, 설령 무엇인가가 머리 위 혹은 아래의 그림자들에서 그를 덮치려는 중이라고 하더라도 즉각 알아차리기에는 힘들었다.

그렇기에, 그는 만약을 대비하여 투사된 은하계에서 벗어나려 하였다.

자리를 벗어나며, 그는 크리스탈 감옥 안에 갇힌 무엇인가의 수많은 눈들이 그를 끝까지 지켜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순간, 암라드는 은백색의 잔상 하나가 위에서 내려오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마치 밤하늘 위로 떨어지는 별똥별의 잔상과도 같았다.

다행히도, 발콰쉬의 반응은 빨랐다. 그는 양 손을 뻗어 그의 양 손바닥에서부터 진홍색 에너지 광선을 방출하였고,

그가 방출해낸 에너지 광선은 허공을 가로질러 위쪽의 천장까지도 잘라내어버렸다.

하지만 충분히 빠른 것은 아니였다.

네크론 외계인은 발콰쉬의 광선보다도 더 빨리 움직였고,

순식간에 발콰쉬 바로 옆에 착지했다.

놈은 어떤 은 망토같은 것을 몸에 두르고 있었는데,

착지와 동시에 놈이 양 손에 쥔 쌍검이 검은 잔상과 함께 움직였다.

발콰쉬는 볼터를 손에 쥐고 있었다. 곧, 놈의 움직임에 대응하여 볼터탄들이 뿜어져 나왔고, 탄들이 격중하였지만,

그 순간에는 이미 발콰쉬의 흉갑이 완벽하게 반으로 쪼개어져서

목에서부터 복부까지 그대로 갈라져버린 후였다.

암라드는 키헤르도스의 늑대들을 붕붕 돌리며, 무시무시한 기세로 놈을 향해 달려들었고,

놈 또한 이미 진작에 작업을 마친 후로, 이제는 자신을 향해 질주하는 암라드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암라드는 놈을 실물로 본 적이 없었지만, 누군지는 알고 있었다.

일전에 상대한 네크론 노예들이 놈에 대해 말한 적이 있었다.


심판관 메트조이, 보르시스의 트라이아크 프레토리안들의 대장, 헤퀴로스의 처형자.


메트조이는 이제 암라드를 주시하고 있었다. 놈의 네크론 눈 두개 중 하나는 없어진 상태였고,

대신 광택이 나는 황동 삼각판이 붙여져 있었으며,

나머지 얼굴 부분은 매끈한 타원형에 가운데에는 코를 형성하는 2개의 수직형 구멍들이 나 있었다.

그리고 얼굴 하부에는 입을 나타내는 가로선상의 틈이 나 있었는데,

전체적으로 인간 해골과 유사했다.

그의 갑주는 황동과 백색으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전투에 의해 이런저런 균열과 흠이 파여 있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두 자루의 흑요석 쌍검들을 쥐고 있었는데,

그것은 나무나도 날카로워 반투명한 청색을 발하고 있었다.


메트조이의 쌍검은 암라드의 눈이 따라잡지도 못할 속도로 움직이며, 발콰쉬의 목까지 마저 잘라버렸다.

몸을 잃은 코디시어의 머리는 그대로 길 위에 떨어져버렸고,

몇 번 구르다가 결국 생성기들 사이의 암흑 속으로 사라졌다.

한 명의 전투 형제가 전사하였을지언정, 암라드는 여전히 냉정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암라드는 항상 감정을 배제하며, 전투가 끝날 때까지 그것을 무시하는 법에 대해서 오랬동안 배워왔으므로ㅡ

이번에도 예외없이 참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노의 감정은 결코 완전히 지워버릴 수 없는 것이였다.

분노는 지금 그의 이성 속에서 싸늘하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는 메트조이를 향해 그대로 돌진했다. 심판관 또한 이제는 그를 상대하기 위해 정면으로 몸을 돌렸다.

아래서부터 간간히 사격의 폭음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암라드는 생성기실 천장 부근이 마치 검은 액체처럼 액화되어 출렁이면서,

더 많은 네크론 고급 전사 개체들이 아래로 수직 하강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트라이아크 프레토리안들. 보르시스의 수호자들이자 헤퀴로스의 가장 무시무시한 엘리트 전사들.


생성기 구조물들 위로 뻗은 길 위에서, 암라드와 메트조이는 마침내 서로 격돌했다.


메트조이의 공격은 매우 빨랐으나, 암라드는 놈의 모든 베기와 내려찍기 공격의 움직임들을 읽어내며 막고 있었으니,

그 둘의 대결은 마치 사전에 서로 합이라도 짜놓은 것처럼 보일 정도로 완벽했다.

그 둘의 공격 방식은 서로 유사했다. 둘 다 쌍날 무기들을 동시에 휘두르고 있었다.

하지만 메트조이의 흑요석 검들은 초자연적으로 날카로워, 수 차례 정도 튕겨낼 때마다 

늑대들의 칼날들이 버티질 못하고 표면 위로 금이 가고 있었다.

하지만 암라드는 역으로 더 거세게 놈을 밀어붙였고,

놈을 반걸음 정도 밀어낸 그 순간, 늑대의 동력 장막들이 큰 폭발과 불똥을 일으키자,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암라드는 놈에게 치명적인 일격을 날렸다.

조잔이라 이름붙여진 늑대 한 자루, 옵시디아의 사이클레드 숲을 배회하던 짐승에게서 이름을 따온 도끼가 메트조이의 견갑에 크게 박혔고,

암라드가 그것을 다시 떼어내자 메트조이의 견갑이 떨어져 나가며

아직도 발콰쉬의 피로 미끈거리는 바닥 위로 떨어졌다.

다른 늑대, 익잘트 항구의 징벌 '게스토로'에게서 이름을 딴 도끼는,

메트조이의 흑요석 쌍검들 중 하나를 세차게 쳐내며 그 기세를 몰아 크게 붕 회전하여 쥬디케이터의 흉갑 부위를 강하게 타격했고,

놈의 흉갑에서 부셔진 파편들이 사방에 비처럼 튀겼다.


'네놈은 아직까지 호적수를 제대로 만나본 적이 없는 모양이구나,' 서로가 물러나며, 

서로간에 거리를 재면서 각자의 쌍검 무기들을 돌리는 와중에 암라드가 도발했다.


'하지만 나는 나만큼이나, 그리고 나보다 더 대단한 놈들과 수천번은 싸워왔다!

그리고 그놈들 중 단 한 명도 나를 쓰러트리지 못했다.

네놈은 싸우는 법에 대해서 배웠겠지, 외계인.

하지만 난 이기는 법을 아는 사람이다!'


'너희 놈들, 참으로 멀리도 왔구나,' 메트조이가 입을 열었다.


'나는 네놈들이 과거 동굴들에서 잠을 지새며, 조잡한 나무 몽둥이들로 싸웠던 때를 직접 보았다.

네놈들이 그 위치까지 올라와서, 우리들의 눈에 마침내 띄이게 된 것은 우리들에겐 고작 네놈 심장 박동 하나만큼의 찰나에 불과할 순간인 것이다.

인간아, 우린 너희들을 노예로 복속시킬 것이다.

네놈들은 위협거리가 채 되기도 전에 멸망하게 되리라.'


허나 실제로는, 이 둘이 나눈 말은 사실상 아무 의미 없는 말에 불과했다.

단지, 서로간에 생각을 감추기 위한 위장에 불과할 뿐이였다.

그 너머로, 암라드와 메트조이는 서로를 승리 혹은 패배로 이끌만한 모든 가능한 일격들,

그리고 그에 대응하는 자신의 회피와 반격들, 가능한 연쇄 공격과 쳐내기, 한방타를 머리속으로 그리고 있었다.

메트조이는 그 모든 것들을 연산하고 있었다.

그의 인공 정신은 확률의 개연성들 및 측정 가능성들까지 모두 검토하고 있었고,

반대로 암라드는 거진 수백년간의 전장 경험을 통해, 전투를 위해 태어난 자로써의 본능들에 충실히 따르고 있었다.


이번에 먼저 공격한 것은 메트조이였다. 그 속도가 워낙에 빨라, 암라드는 그대로 기습 공격에 당해버릴뻔 했다.

허나 암라드는 자신의 손목을 그대로 절단해버리려는 흑요석 검을 도끼로 세차게 쳐내버림과 동시에,

그의 두개골을 쪼개버리려는 나머지 검의 공격까지 도끼날로 비스듬히 비껴냈다.

이어서 암라드는 팔을 뒤로 거둔 다음, 곧바로 강하게 무기를 내질러 네크론의 목 부분에 도끼를 쑤셔박으려 하였으나,

메트조이는 한쪽 무릎을 꿇어 몸을 숙여 그것을 가볍게 피한 다음,

동시에 한 손으로 암라드의 다리 부분을 잡고 그대로 당겨버렸다.

그의 무지막지한 힘에 균형을 잃은 암라드는 그대로 뒤로 쓰러지며, 아치길의 난간 뒤로 넘어가버렸다.

무저갱 속으로 완전히 떨어져버리기 직전, 암라드는 난간을 팔꿈치로 잡아내는데 성공하였으나

그의 두 다리는 암흑 속에 데롱데롱 메달려 있었다.


이제 공동 안은 가우스 사격과 볼터 탄들의 폭음 소리가 마구 울려 퍼지고 있었고,

다른 아스트랄 나이트들과 메트조이의 프레토리안들은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하지만 암라드는 그의 전투 형제들을 돕기 전에 먼저 자신부터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메트조이가 그의 검을 들어올렸다. 다음 일격은 데롱데롱 메달린 암라드의 수급을 베어버릴 것이였다.

설령 옵시디아의 장인 모루들에서 빚어진 그의 갑주라 할지라도,

외계인의 흑요석 검이 지닌 초자연적 강도의 검날 앞에서는 무용할 것이리라.

허나 마지막 순간, 날아오는 공격을 향해 암라드는 힘껏 조잔을 내질렀다.

덕분에 그는 난간 아래로 떨어져야 했지만, 그것이야말로 암라드가 원했던 것이였다.

아주 찰나의 순간일지언정, 놈은 분명히 자신이 생성기들 사이의 무저갱으로 떨어져 보르시스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을 무엇인가까지 그대로 곤두박질쳐서 죽었을거라 생각하겠지.


허나 그는 생성기 중 하나의 상부 커버 부분에 떨어졌다.

단단한 바닥에 그대로 떨어진 덕에, 그의 머리는 잠시 울렸으며

잠시동안 눈 앞에 보이는 것이라곤 어둠 뿐이였다.

암라드는 이번 순간을 포함하여, 다수의 경우에서 자신이 이제 죽을 거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 경우들 중 일부는 예컨데, 대규모 적 군세가 전력을 다해 공격해오거나

혹은 자신보다 훨씬 강하고 단단한 외계 괴수와 조우할 때와 같이 단순히 패배 확률이 높았던 경우였지만

그 중 일부는 자신의 능력, 훈련 혹은 전쟁 도구들과는 별개로 생존이 그저 운의 작용이였을 때인 경우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템페스투스가 보르시스 표면에 추락했을 때처럼 말이다.

그 또한 그 순간에 그대로 죽어버렸을 수도 있었다. 마치, 충격 순간에 죽었던 여타 다른 전투 형제들과 마찬가지로.

때로는 아예 죽음을 받아들였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암라드에게 이 경우는 일생에 있어 딱 두 번 뿐일 것이였다.

심판관 메트조이와 만난 지금이 바로 여기에 속했다. 

아마 이번에는, 이교도들의 사원을 살아서 벗어나가지 못할 터다.

그리고 이 경우의 가장 처음은, 바르벤카스트 전투 당시였다.


바브 해방 작전 이후로도, 그 당시의 기억은 암라드의 기억 속에서 항상 앞자리에 있어왔다.

벌써 수십년이 지났음에도 말이다. 그 기억들이야말로 가장 치열하고 아름다웠었다.

하이브 터티우스의 첨탑에 위치한 총독의 거주지에 가득했던 아름다운 예술 작품들 사이에서, 

당시의 암라드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죽음을 예상하고 있었었다.



ps. 

추가 설명 : 보르시스의 네크론 오버로드 헤퀴로스는 오래 전 월드메이커라는 이름의 크'탄을 섬기는 집단을 모두 억눌러 노예로 만들어버리고,

크탄은 보르시스의 가장 중심부에 가둬버리고 방어막 생성기용 베터리로 쓰고 있었음.

암라드 일행이 파괴하려는 것은 크탄을 가둔 감옥의 억제망을 유지하는 생성기들.

그리고 메트조이는 헤퀴로스의 오른팔격임.

프레토리안 설정은..

http://warhammer40000.tistory.com/452?category=699045

Posted by 스틸리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