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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리스의 평야에서는,' 그때 그들 뒤편에서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장 위대한 사냥꾼들은 항상 뛰어난 매들과 함께 사냥한다네.'


토르는 문 쪽에서 걸어오는 와치 캡틴 가쑤베이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는 화이트 스카 형제가 언제부터 여기 와 있었는지 조금도 알지 못했지만,

그가 쵸고리스식 반달검의 검자루 위에 한 손을 여유롭게 두고 있는 모습은 토르의 분노를 급격히 가라앉히기에 충분했다.


'많은 이들이 매나 독수리 같은 강력한 짐승들이 어째서 혼자 날지 않는지를 궁금해하지,

어째서 예속된 상태로 머무느냐 궁금해한다네.' 가쑤베이가 이어서 말했다.


'사실, 매는 언제든 자유롭게 날 수 있다네.

다만 쵸고리안 평야의 광활함은 그 안에 내재된 수많은 경쟁 약탈자들을 매에게 보여준다네.

그렇기에, 인간과 조화를 이루면서,

일부러 주인을 섬기며 말과 매는 쵸고리스의 최강 포식자들의 자리를 지킬 수 있는 것이라네.'


가쑤베이가 스페이스 울프를 넌지시 바라보았다.


'조화야말로 인류가 살아가는 법이라네, 토르.

형제가 형제와 싸울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우리 모두 익히 잘 알고 있지 않는가?

우리들의 길이 갈릴 때, 적들은 힘을 얻네.

조화가 없다면, 우린 이 은하계라는 거대한 황야 속에서 피곤이 우릴 완전히 집어삼킬 대까지 비틀댈 것이고,

남은 것이라곤 자칼들이 뜯어먹을 메마른 잔해들 뿐일 것이네.'


'그래도 내 진정한 형제들을 버릴 수는 없소.' 토르가 답했다.


'그들은 지금 위험에 처해 있고, 내 모든 본능이 이를 증명해주고 있소.'


가쑤베이는 두 눈을 토르에게 집중하며, 한동안 그만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토르는 그가 지금 자신이 제정신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가쑤베이는 평상시 침착하고, 결코 선을 넘지 않는 태도를 항상 유지하는 인물이었으나,

중대의 모든 형제들은 그가 매우 강력한 전사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토르는 직감적으로 와치 캡틴의 다음 말이 이 문제에 관련한 그의 처음이자 절대적인 판결이 될 것이며,

토르조차도 그의 말에는 결코 거부할 수 없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


이 형제단 내 만장일치 상태에 단 하나의 균열이라도 있다면,' 가쑤베이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우리는 은하계에 널린 공포들 앞에 깨지고 말 것이네.

나로서는 자네가 우리 중대의 통합성을 손상시키게 냅둘 수 없고,

그런 이유로... 자네가 요청한 것을 받아들이지.

이제 자네는 자네 챕터로 돌아가서, 자네의 진정한 형제들 곁에서 함께 황제의 적들을 추격할 수 있네.'


토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허가를 받았음에도 토르는 평소만큼의 우쭐감과 의기양양함을 보일 수 없었다.

그것보다는 염려가 그를 감싸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챕터가 지금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으며,

이는 앞으로 더 많은 문제들이 매 순간마다 그의 앞을 기다리고 있을 것임을 의미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허나 무리가 자신을 불렀으니,

그는 이에 응답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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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돈은 일어나지도 않고 그대로 황당하다는 눈빛으로 이 명상 방해꾼을 물그러미 바라보았다.

지금 자신의 눈 앞에 있는 것은 거의 전라에 가까운 야만인이었다.

거칠게 가슴을 헐떡이고, 두 눈은 흥분에 가득 차서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야만인.


'그래서 자 종합하자면, 토르, 자네는 지금 나더러 우리들의 와치 커맨더에게 찾아가서,

우리들은 지금 부여받은 임무들을 당장 다 포기해야 하고

대신 그 소위 '뿔달린 짐승'과 싸우기 위해 어딘지 알 수도 없는 장소로 루트를 변경해야 하는데

그 모든 이유가 우리 중대의 '한 친구'가 꾼 개꿈 때문이라는 것이지?

자네, 혹시 제정신이 아닌 건 아닐까 형제여?

실례가 아니라면 자빠져 자기 전에 꿀술은 얼마나 쳐 마신 것인지 물어봐도 되겠나?'


'이봐 형제, 내 방에 온도가 저 밖에 우주보다도 낮았다니까?

사방에 얼음과 서리가 가득 끼어 있었다고,' 황당하다는 듯이 바라보는 서전트 앞에서, 토르가 답답하다는 듯이 설명을 이어나갔다.


'이게 모두 꿈이라면, 어째서 선조령들께서 이처럼 명확한 근거들을 우리에게 내려주셨겠나?

이건 사메쿨(무리의 부름), 이라는 거야 카돈 형제.

정령들이 만인의 언어로 속삭이는 부름이라고.

내 정신이 내 무리가 나를 원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어.'


'하, 그렇다 쳐도 우리의 의무는 그게 아니지 않나, 토르.

우리의 의무는 황제께 봉사하는 것이지.

그것 때문에 각 챕터의 내로라하는 베테랑들이 여기 모인 것이라네.

빅 픽쳐를 볼 수 있는 현안을 가진 이들이 필요했기 때문이지 않겠나?

자네가 맹세한 의무는 여기서 외계인들과 싸움으로써 완수될 것이네.

다른 누구도 아닌 와치 캡틴의 명령들 아래, 황제 폐하의 의지를 수행하기 위해서 말이네. 알겠지?'


토르는 앞으로 다가와서는, 불쑥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무엇을 위해, 사촌 친구?

토착 행성을 이제 막 기기 시작한 외계인 버러지들을 잡아 죽이기 위해서?

우린 스페이스 마린들이야, 카돈.

더 위대한 적과 맞서 싸우며 '만물의 아버지' 곁에 서는 것이야말로 응당 우리의 존재 이유 아니겠냐 이 말이네!

중대가 가지 않겠다면, 나라도 보내 달라 좀 청원해주게!'


마침내 카돈이 명상을 멈추며 일어섰다.

토르보다 훨씬 크고 넒직한 체구를 지닌 임페리얼 피스트 마린은 옷의 후드를 걷으며 짧은 머리결을 드러냈다.

그의 외모는 윤곽이 뚜렷한 조각과도 같았는데, 

이마 위로 주름 하나가 깊게 파여져 있었다.


'안 된다고 말했네.' 그가 말했다. 그야말로 단호한 목소리로.


'그러니까 이제 자네 방으로 돌아가게 좀.

자꾸 이러면 자네 충성심에 의심이 가지 않을 수가 없네.'


상대가 자신의 말귀를 알아듣질 못하자, 토르는 양 주먹을 꽉 다물고 이마 위로 주름을 가득 피워내며

좌절감과 분노로 한동안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는 반항심 가득한 표정으로 계속해서 그의 상관을 올려다보며,

한동안 팽팽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두 사내 사이에 흐르는 긴장감은 팽팽하게 이어졌지만,

결국 카돈이 그것을 끊어내고 말았다.


'내가 마지막으로 확인했을 때엔,' 카돈이 입을 열었다. 그도 상황이 상황인지라, 제법 빡친 모양이었다.


'개가 주인이 내린 명령들에 잘 따랐는데 말이지,

다른 이상한 헛소리 말고 말이야.'


마침내 토르가 분노 속에 으르렁거렸다. 이빨리 갈리는 소리와 함께, 두 눈은 분노 속에 카돈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의 이성이 크게 흐려지고 있었다.

내면의 늑대가 깨어나기 위해 몸부림쳤다.

카돈 또한 그를 경멸적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또한 인내심이 극에 달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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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liot Hamer


늑대 무리의 부름

축축한 수풀 사이로 늑대 한 마리가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눈 앞에 보이는 언덕을 두 눈으로 훝던 늑대는 이내 발걸음을 높였다.

그날 밤에는 무언가 기분이 이상하여, 신중한 걸음으로 언덕 위로 오른 늑대는 아래 펼쳐진 광경을 응시했다.

불길한 폭풍이 대지 위에 몰려있었는데,

간헐적으로 천둥이 번쩍거리며 태풍의 초자연적인 흑-자주빛 색조를 비추었다.

그 아래 협곡은 비와 번개의 폭풍으로 덮혀가기 시작했고,

습한 공기는 이미 휘몰아치는 폭풍의 압력 아래 전율하고 있었다.

늑대의 머리결은 바람 속에 섞인 기이한 정전기에 바짝 세워져 있었다.

그는 으르렁거리며 다가오는 태풍을 주시했다.

소란 속에서, 결의에 차서.


늑대의 시선은 다시 움직여, 이번에는 협곡으로 향하는 늑대 동포들에게로 향했다.

그는 그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울부짖었으나,

늑대의 엄숙한 울부짖음은 폭풍의 소음에 파묻혀 그들에게 닿지 않았다.

늑대는 어쩌다 무리 사이에서 자신만 떨어져 나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다만 안타까움 속에 그는 그들이 자신을 뒤로 한 채 폭풍 속으로 걸어가는 것을 지켜보아야만 했다.

그들이 폭풍의 심장부를 향해 질주한다.

외로운 늑대는 협곡 반대편의 암흑의 숲 속에서, 거대한 짐승 한 마리가 튀어나오는 것을 발견했다.

그 짐승은 검은 형체에 두꺼운 근육이 가득한 거대한 괴수요,

검은 육신의 옆구리에는 온갖 흉터들과 상처들이 가득하였으며

둘로 쪼개어진 발굽들로 대지를 마구 헤치며 어지럽히고 있었다.

굽은 뿔들이 넒따란 대가리 위로 돋아나와 있으니,

으르렁거리는 소리로 보아 그 짐승은 지금 분노에 가득 차 있었으며

하늘 위에서 날뛰는 신비롭고 두려운 폭풍조차 그를 두렵게 만들지 못하고 있었다.


늑대 무리는 맞은 편의 짐승을 감지하고는 돌진의 울부짖음을 내질렀다.

가장 선두의 늑대는 짐승을 향해 질주하다 마지막 순간 전력으로 방심한 짐승을 덮쳤다.

늑대는 짐승이 휘젓는 묵직한 뿔들을 피하다 이내 그 날카로운 아가리를 짐승의 옆구리에 박아넣었으나,

그 이빨들은 짐승의 가죽을 뚫지 못했다.

짐승은 그대로 늑대를 들이받았고, 늑대는 그대로 바닥에 엎어진다.

이어서 짐승이 날린 발차기에 늑대는 그대로 갈빗대를 얻어맞으며 진창에 나가 떨어졌고,

고통의 울부짖음을 토해내나 그것은 폭풍의 소음에 묻혀 들을 수가 없었다.

다른 두 마리의 늑대들이 짐승을 향해 돌진하려 했지만,

짐승이 그 거대한 뿔들을 휘둘러 부상당한 늑대를 찔러버리자,

다른 늑대들은 공격을 포기하며 뒤로 물러났다.

언덕 위에서, 외로운 늑대는 쓰러진 그 늑대 동포를 끝까지 응시했다.

그 공격이 쓰러진 늑대의 마지막이었다.

;그것으로 쓰러진 늑대의 숨은 끊겨버렸다.


남은 늑대들이 주위를 돌며 망설이자, 짐승은 경멸 속에 숨을 씩씩거렸다.

무시무시한 으르렁거림과 함께, 모든 늑대들의 시선이 단 한 늑대에게로 집중된다.

그는 다른 늑대들을 물린 다음 홀로 그 짐승 앞에 나섰는데,

바람결과 함께 그 늑대만이 지닌 '검은 갈기(Black mane)'가 흩날렸다.

두 눈으로 짐승을 응시하며 송곳니들을 갈던 그 우두머리 늑대는 짐승과의 일대일 전투를 준비했다.

짐승은 발굽으로 지면을 긁다 이내 우두머리 늑대에게로 돌진했고,

그를 향해 모든 분노와 아드레날린을 쏟아냈다.

늑대 또한 거의 동시에 질주한다.

첫 발걸음은 신중하였으나, 이내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고

그렇게 둘이 가까워진 순간 늑대는 몸을 날려 높게 도약해다.

그러자 짐승 또한 뒷발로 몸을 일으켜 세우며 늑대의 도전을 정면에서 받아들였다...


토르 화이트테일은 그 순간 꿈에서 깨어났다.

그는 땀을 뻘뻘 흘리며 두 눈을 껌뻑였고,

그제서야 방의 금속 천장이 뚜렷하게 보였다.

몸을 일으켜 정좌 자세를 취한 그는 지금 방 온도가 차갑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가 숨쉴 떄마다, 입가 사이로 묵직한 숨결이 증기가 되어 흘러나오고 있었고,

몸 위로 흘러내리는 짠 물방울들이 차가워짐에 따라 피부가 따끔거리고 있었다.

토르는 펜리스의 스페이스 울프 전사였고,

그렇기에 데스와치에 온 이후로 그의 토착 행성과 비슷한 낮은 온도는 대게 약간의 평온함을 그에게 안겨주었지만

지금 그를 깨운 이 섬뜩한 냉기는 초자연적인 것이었다.

게다가, 어째서 정신을 잃었는지조차 떠올릴 수가 없었다.


차가운 바닥 아래 두 발을 비비자, 거친 바닥의 감촉이 토르의 정신을 완전히 각성시켰다.

마침내 몸을 일으켜세운 그는 곧장 문 쪽의 데이터 패널로 향했다.

모니터 주변에 맺은 서리를 쓸어버리자,

그는 섭씨 -19도로 출력되고 있는 방의 온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토르는 다른 경고 메세지들도 확인해 보았지만, 함내 다른 모든 시스템들은 정상으로 출력되고 있었다.

모카이의 이빨이여, 그는 속으로 되내였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람?'


그는 스톰-콜러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그의 방은 얼음룡의 보금자리보다 더 차갑기 그지없었다.

이는 선조령들과 소위 위드'라 불리는 것의 징조임이 틀림없었다.

(Wyrd : 북유럽 신화 속에서, 개인의 숙명)

와, 그 꿈은 진짜 선명했다고!

꿈 속에서 토르는 그 꿈 속에서 바람의 울부짖음과 늑대 발 아래의 축축한 대지까지도 완벽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다음에 이어진 늑대와 짐승의 싸움...

마치 이미 일어난 사건들을 목격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꿈 속에서, 그는 동족들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ㅡ그는 무리의 호출령, '사메쿨'을 그 순간 분명히 들었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친 토르는 바로 문을 박차고 나가며 바깥으로 뛰쳐나왔다.

함내 복도를 성큼성큼 걷는 그는 지금 맨몸이었기에, 노출된 발바닥이 단단한 금속 바닥을 밟을 때마다 펴지는 것이 느껴졌다.

마침내 자신의 목적지에 도착한 그는 다짜고짜 들어가서는 아직 그의 방문을 눈치채지 못한 서전트 카돈에게 다가갔다.

덕분에 로브를 둘러쓴 카돈은 방의 한 가운데서 조용히 명상 중에 뜬금없이 그를 맞이하게 되었다.


'어이 서전트 형제, 늑대들이 위험하다,' 조용히 명상 중인 카돈에게 다짜고짜 들이대며, 토르가 이어서 말했다.


'지금 당장 도우러 가야 한다!'


'이보게 토르, 우린 딱히 지원 요청을 받은 적이 없네,' 카돈이 왠 봉창 깨는 소리냐는 듯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뭐, 어차피 러스의 후예들이 이와 같이 다짜고짜 무례하게 들이닥친 경우가 처음인 것도 아니었지만.


'내가 꿈에서 봤다니까?' 토르가 답답하다는 듯이 따졌다.


'큰 폭풍이 모이고 있었는데, 내 모성만 걸린 문제가 아닌 것이 분명해.

그건 워프에서 비롯된 해괴한 요술의 소용돌이였고,

그 아래 늑대 무리들이 한 뿔 달린 거대한 짐승과 싸우고 있었다니까?' 

Posted by 스틸리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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