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카돈은 일어나지도 않고 그대로 황당하다는 눈빛으로 이 명상 방해꾼을 물그러미 바라보았다.

지금 자신의 눈 앞에 있는 것은 거의 전라에 가까운 야만인이었다.

거칠게 가슴을 헐떡이고, 두 눈은 흥분에 가득 차서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야만인.


'그래서 자 종합하자면, 토르, 자네는 지금 나더러 우리들의 와치 커맨더에게 찾아가서,

우리들은 지금 부여받은 임무들을 당장 다 포기해야 하고

대신 그 소위 '뿔달린 짐승'과 싸우기 위해 어딘지 알 수도 없는 장소로 루트를 변경해야 하는데

그 모든 이유가 우리 중대의 '한 친구'가 꾼 개꿈 때문이라는 것이지?

자네, 혹시 제정신이 아닌 건 아닐까 형제여?

실례가 아니라면 자빠져 자기 전에 꿀술은 얼마나 쳐 마신 것인지 물어봐도 되겠나?'


'이봐 형제, 내 방에 온도가 저 밖에 우주보다도 낮았다니까?

사방에 얼음과 서리가 가득 끼어 있었다고,' 황당하다는 듯이 바라보는 서전트 앞에서, 토르가 답답하다는 듯이 설명을 이어나갔다.


'이게 모두 꿈이라면, 어째서 선조령들께서 이처럼 명확한 근거들을 우리에게 내려주셨겠나?

이건 사메쿨(무리의 부름), 이라는 거야 카돈 형제.

정령들이 만인의 언어로 속삭이는 부름이라고.

내 정신이 내 무리가 나를 원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어.'


'하, 그렇다 쳐도 우리의 의무는 그게 아니지 않나, 토르.

우리의 의무는 황제께 봉사하는 것이지.

그것 때문에 각 챕터의 내로라하는 베테랑들이 여기 모인 것이라네.

빅 픽쳐를 볼 수 있는 현안을 가진 이들이 필요했기 때문이지 않겠나?

자네가 맹세한 의무는 여기서 외계인들과 싸움으로써 완수될 것이네.

다른 누구도 아닌 와치 캡틴의 명령들 아래, 황제 폐하의 의지를 수행하기 위해서 말이네. 알겠지?'


토르는 앞으로 다가와서는, 불쑥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무엇을 위해, 사촌 친구?

토착 행성을 이제 막 기기 시작한 외계인 버러지들을 잡아 죽이기 위해서?

우린 스페이스 마린들이야, 카돈.

더 위대한 적과 맞서 싸우며 '만물의 아버지' 곁에 서는 것이야말로 응당 우리의 존재 이유 아니겠냐 이 말이네!

중대가 가지 않겠다면, 나라도 보내 달라 좀 청원해주게!'


마침내 카돈이 명상을 멈추며 일어섰다.

토르보다 훨씬 크고 넒직한 체구를 지닌 임페리얼 피스트 마린은 옷의 후드를 걷으며 짧은 머리결을 드러냈다.

그의 외모는 윤곽이 뚜렷한 조각과도 같았는데, 

이마 위로 주름 하나가 깊게 파여져 있었다.


'안 된다고 말했네.' 그가 말했다. 그야말로 단호한 목소리로.


'그러니까 이제 자네 방으로 돌아가게 좀.

자꾸 이러면 자네 충성심에 의심이 가지 않을 수가 없네.'


상대가 자신의 말귀를 알아듣질 못하자, 토르는 양 주먹을 꽉 다물고 이마 위로 주름을 가득 피워내며

좌절감과 분노로 한동안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는 반항심 가득한 표정으로 계속해서 그의 상관을 올려다보며,

한동안 팽팽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두 사내 사이에 흐르는 긴장감은 팽팽하게 이어졌지만,

결국 카돈이 그것을 끊어내고 말았다.


'내가 마지막으로 확인했을 때엔,' 카돈이 입을 열었다. 그도 상황이 상황인지라, 제법 빡친 모양이었다.


'개가 주인이 내린 명령들에 잘 따랐는데 말이지,

다른 이상한 헛소리 말고 말이야.'


마침내 토르가 분노 속에 으르렁거렸다. 이빨리 갈리는 소리와 함께, 두 눈은 분노 속에 카돈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의 이성이 크게 흐려지고 있었다.

내면의 늑대가 깨어나기 위해 몸부림쳤다.

카돈 또한 그를 경멸적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또한 인내심이 극에 달한 상태였다.



Posted by 스틸리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