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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liot Hamer


늑대 무리의 부름

축축한 수풀 사이로 늑대 한 마리가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눈 앞에 보이는 언덕을 두 눈으로 훝던 늑대는 이내 발걸음을 높였다.

그날 밤에는 무언가 기분이 이상하여, 신중한 걸음으로 언덕 위로 오른 늑대는 아래 펼쳐진 광경을 응시했다.

불길한 폭풍이 대지 위에 몰려있었는데,

간헐적으로 천둥이 번쩍거리며 태풍의 초자연적인 흑-자주빛 색조를 비추었다.

그 아래 협곡은 비와 번개의 폭풍으로 덮혀가기 시작했고,

습한 공기는 이미 휘몰아치는 폭풍의 압력 아래 전율하고 있었다.

늑대의 머리결은 바람 속에 섞인 기이한 정전기에 바짝 세워져 있었다.

그는 으르렁거리며 다가오는 태풍을 주시했다.

소란 속에서, 결의에 차서.


늑대의 시선은 다시 움직여, 이번에는 협곡으로 향하는 늑대 동포들에게로 향했다.

그는 그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울부짖었으나,

늑대의 엄숙한 울부짖음은 폭풍의 소음에 파묻혀 그들에게 닿지 않았다.

늑대는 어쩌다 무리 사이에서 자신만 떨어져 나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다만 안타까움 속에 그는 그들이 자신을 뒤로 한 채 폭풍 속으로 걸어가는 것을 지켜보아야만 했다.

그들이 폭풍의 심장부를 향해 질주한다.

외로운 늑대는 협곡 반대편의 암흑의 숲 속에서, 거대한 짐승 한 마리가 튀어나오는 것을 발견했다.

그 짐승은 검은 형체에 두꺼운 근육이 가득한 거대한 괴수요,

검은 육신의 옆구리에는 온갖 흉터들과 상처들이 가득하였으며

둘로 쪼개어진 발굽들로 대지를 마구 헤치며 어지럽히고 있었다.

굽은 뿔들이 넒따란 대가리 위로 돋아나와 있으니,

으르렁거리는 소리로 보아 그 짐승은 지금 분노에 가득 차 있었으며

하늘 위에서 날뛰는 신비롭고 두려운 폭풍조차 그를 두렵게 만들지 못하고 있었다.


늑대 무리는 맞은 편의 짐승을 감지하고는 돌진의 울부짖음을 내질렀다.

가장 선두의 늑대는 짐승을 향해 질주하다 마지막 순간 전력으로 방심한 짐승을 덮쳤다.

늑대는 짐승이 휘젓는 묵직한 뿔들을 피하다 이내 그 날카로운 아가리를 짐승의 옆구리에 박아넣었으나,

그 이빨들은 짐승의 가죽을 뚫지 못했다.

짐승은 그대로 늑대를 들이받았고, 늑대는 그대로 바닥에 엎어진다.

이어서 짐승이 날린 발차기에 늑대는 그대로 갈빗대를 얻어맞으며 진창에 나가 떨어졌고,

고통의 울부짖음을 토해내나 그것은 폭풍의 소음에 묻혀 들을 수가 없었다.

다른 두 마리의 늑대들이 짐승을 향해 돌진하려 했지만,

짐승이 그 거대한 뿔들을 휘둘러 부상당한 늑대를 찔러버리자,

다른 늑대들은 공격을 포기하며 뒤로 물러났다.

언덕 위에서, 외로운 늑대는 쓰러진 그 늑대 동포를 끝까지 응시했다.

그 공격이 쓰러진 늑대의 마지막이었다.

;그것으로 쓰러진 늑대의 숨은 끊겨버렸다.


남은 늑대들이 주위를 돌며 망설이자, 짐승은 경멸 속에 숨을 씩씩거렸다.

무시무시한 으르렁거림과 함께, 모든 늑대들의 시선이 단 한 늑대에게로 집중된다.

그는 다른 늑대들을 물린 다음 홀로 그 짐승 앞에 나섰는데,

바람결과 함께 그 늑대만이 지닌 '검은 갈기(Black mane)'가 흩날렸다.

두 눈으로 짐승을 응시하며 송곳니들을 갈던 그 우두머리 늑대는 짐승과의 일대일 전투를 준비했다.

짐승은 발굽으로 지면을 긁다 이내 우두머리 늑대에게로 돌진했고,

그를 향해 모든 분노와 아드레날린을 쏟아냈다.

늑대 또한 거의 동시에 질주한다.

첫 발걸음은 신중하였으나, 이내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고

그렇게 둘이 가까워진 순간 늑대는 몸을 날려 높게 도약해다.

그러자 짐승 또한 뒷발로 몸을 일으켜 세우며 늑대의 도전을 정면에서 받아들였다...


토르 화이트테일은 그 순간 꿈에서 깨어났다.

그는 땀을 뻘뻘 흘리며 두 눈을 껌뻑였고,

그제서야 방의 금속 천장이 뚜렷하게 보였다.

몸을 일으켜 정좌 자세를 취한 그는 지금 방 온도가 차갑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가 숨쉴 떄마다, 입가 사이로 묵직한 숨결이 증기가 되어 흘러나오고 있었고,

몸 위로 흘러내리는 짠 물방울들이 차가워짐에 따라 피부가 따끔거리고 있었다.

토르는 펜리스의 스페이스 울프 전사였고,

그렇기에 데스와치에 온 이후로 그의 토착 행성과 비슷한 낮은 온도는 대게 약간의 평온함을 그에게 안겨주었지만

지금 그를 깨운 이 섬뜩한 냉기는 초자연적인 것이었다.

게다가, 어째서 정신을 잃었는지조차 떠올릴 수가 없었다.


차가운 바닥 아래 두 발을 비비자, 거친 바닥의 감촉이 토르의 정신을 완전히 각성시켰다.

마침내 몸을 일으켜세운 그는 곧장 문 쪽의 데이터 패널로 향했다.

모니터 주변에 맺은 서리를 쓸어버리자,

그는 섭씨 -19도로 출력되고 있는 방의 온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토르는 다른 경고 메세지들도 확인해 보았지만, 함내 다른 모든 시스템들은 정상으로 출력되고 있었다.

모카이의 이빨이여, 그는 속으로 되내였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람?'


그는 스톰-콜러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그의 방은 얼음룡의 보금자리보다 더 차갑기 그지없었다.

이는 선조령들과 소위 위드'라 불리는 것의 징조임이 틀림없었다.

(Wyrd : 북유럽 신화 속에서, 개인의 숙명)

와, 그 꿈은 진짜 선명했다고!

꿈 속에서 토르는 그 꿈 속에서 바람의 울부짖음과 늑대 발 아래의 축축한 대지까지도 완벽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다음에 이어진 늑대와 짐승의 싸움...

마치 이미 일어난 사건들을 목격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꿈 속에서, 그는 동족들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ㅡ그는 무리의 호출령, '사메쿨'을 그 순간 분명히 들었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친 토르는 바로 문을 박차고 나가며 바깥으로 뛰쳐나왔다.

함내 복도를 성큼성큼 걷는 그는 지금 맨몸이었기에, 노출된 발바닥이 단단한 금속 바닥을 밟을 때마다 펴지는 것이 느껴졌다.

마침내 자신의 목적지에 도착한 그는 다짜고짜 들어가서는 아직 그의 방문을 눈치채지 못한 서전트 카돈에게 다가갔다.

덕분에 로브를 둘러쓴 카돈은 방의 한 가운데서 조용히 명상 중에 뜬금없이 그를 맞이하게 되었다.


'어이 서전트 형제, 늑대들이 위험하다,' 조용히 명상 중인 카돈에게 다짜고짜 들이대며, 토르가 이어서 말했다.


'지금 당장 도우러 가야 한다!'


'이보게 토르, 우린 딱히 지원 요청을 받은 적이 없네,' 카돈이 왠 봉창 깨는 소리냐는 듯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뭐, 어차피 러스의 후예들이 이와 같이 다짜고짜 무례하게 들이닥친 경우가 처음인 것도 아니었지만.


'내가 꿈에서 봤다니까?' 토르가 답답하다는 듯이 따졌다.


'큰 폭풍이 모이고 있었는데, 내 모성만 걸린 문제가 아닌 것이 분명해.

그건 워프에서 비롯된 해괴한 요술의 소용돌이였고,

그 아래 늑대 무리들이 한 뿔 달린 거대한 짐승과 싸우고 있었다니까?' 

Posted by 스틸리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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