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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Shield of Baal : Leviathan.



몰려오는 폭풍

현 시점에서, 타이라니드 침략 첫째 날을 보낸 대부분의 행성들은 그야말로 유혈낭자한 하루를 보내야만 했으며,

그러는 동안 각 행성들의 베테랑 아스트로패스들은 목숨을 걸고 분투하여 자신들이 만들어낸 성가 메세지들을 외부로 방출하려 애썼습니다.

이곳 저곳에서 짧게 토막난 메세지들이 간신히 이웃 행성들에 닿는데 성공했지만

겨우 그정도 성공만으로도 메세지를 보낸 아스트로패스들은 심각한 뇌출혈과 광기의 폭발을 겪어야 했지요.


그들 중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해진 자들은 얼마 안가 드로스트의 원정군과 함께 파견되어 각 아스트로패스 회의들에 배치된 커미샤르들에 의해 무자비하게 E 되었습니다.

사방을 긁는 소리와 수많은 짐승들의 광기어린 통곡 속에서, 아스트로패스들 다수는 광기에 휩싸여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의 대 파멸이 코 앞에 목도하였노라 피를 토하며 울부짖었습니다.

이 시점에서, 각 행성들의 궤도상에 정박중이던 구호선들은 아직은 시기 상조로 보였지만 어찌되었건 철수 허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오히려, 아직 타이라니드 무리의 본대가 오지 않은 참이였으니 역으로 지금이 적기였죠.


카스텔란 고리 방어선과 드로스트가 '죄수들'의 목숨을 걸고 행한 도박 전술 또한 방어자들에게 중요한 시간을 벌어주었습니다.

비록 엑소아이를 사수중이던 보스트로이안 측으로부터의 연락이 두절되었으며,

불길한 미래를 염려하는 분위기가 크립투스의 쌍둥이 태양 아래 빛을 받는 행성들 전역에서 스물스물 퍼지고는 있었지만

병사들의 사기는 아직 그대로였죠.

제국 병사들은 '폭풍의 첫날'을 잘 맞이하여 버텨주었고

상당수의 비상 전력이 아직 전투에 동원되지도 않고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설령 이 성계가 타이라니드들에게 완전히 삼켜진다고 해도

최소한 성계는 놈들의 목구멍 속에서 걸리거나, 혹은 드로스트가 원하는 대로

이 우주에서 내려온 괴물들의 목을 조를 것이였습니다.


......


'포디아 시의 대부'는 아름다운 버드나무 요정 형태로 세공된, 그가 아끼는 크리스탈 양주 병을 기울여

부드럽게 잘 숙성된 아마섹을 잔에 따랐습니다.

그의 머리 위로는 부드러운 비취빛의 에이로스산 향 연기가 아치형 지붕의 청 크리스탈 천장 위를 맴돌고 있었지요.

향의 냄새는 너무나도 향기로웠고, 천장의 각 틈에서 빛나는 태양빛 램프들의 빛을 가려 부드럽게 희석시켰습니다.


'음..또다른 환상적인 아침이야.' 아우구스투스 플럭스가 그의 조카 제라드에게 말했습니다.


'아, 물론 저 위, 바깥에서는 한참 폭우가 쏟아지고 있겠지만 말이다.' 


제라드는 순간 그가 들이켰던 아마섹을 왕의 침대 의자에 경박하게 분사하며, 경박한 웃음을 토해냈습니다.


방의 저 구석에서 아름다운 여성 노예 서비터가 친 작은 종 소리가 은은히 울려 퍼졌습니다.

자동화된 그 기계는 우아하게 다가와 그녀의 스크린 옆에 걸려 있던 빈 칵테일 잔 두개를 세팅한 다음

수직으로 세워 흔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녀의 몸에 달린 스크린 화면에서는 그들이 머물고 있는 플럭시안 지하 복합지구의 도식 화면이 출력되고 있었지요.


'성소 구역들로 예정표에 없는 미확인 접근이 포착되었습니다.' 서비터가 마치 달콤한 카카오와 같이 부드럽게 말했습니다.


'흠. 그건 이상한데?' 플럭스가 코를 긁적이며 말했습니다.


'정오 전까지 게을러 터진 콘스탄스의 떨거지들은 일어날 리가 없는데 말이야.

장난으로라도 말이야..'


'다수의 생체 신호들이 엘릭서 구역으로 집결하고 있습니다.' 서비터가 앵앵거렸습니다.


'아, 아, 이제 알아들었어.' 플랙스가 손가락을 팅기며 말했습니다.

그의 농담끼는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지요.


'그러니 서비터. 그만 좀 앵앵거리고 가장 근처의 서보-스컬의 화면과 연결해.

도데체 어떤 웃기는 개그맨들이 지금 이러고 있는지 한번 보자고.'


서비터의 화면이 다시 켜졌고, 화면은 천천히 움직이며 엘릭서 구역의 장관을 보여주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화면이 깜빡이며, 이번에는 확대되기 시작했습니다.

어둡고 무언가 거미같은 형체들이 지하 세계의 대로들과 광장들을 기어다니고 있었습니다.

기괴한 그들의 모습은 서로간에 유사했고, 최소 백은 넘는 듯 보였습니다.


다시금 화면이 깜빡거리며 확대되었습니다.

이번에는 거대한, 사지가 여럿 달린 끔찍한 괴수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 생명체는 이윽고 서보 스컬의 촬영 렌즈들을 정확히 응시하며 노려보았고

플럭스는 그 괴물의 비즈같은 두 눈동자 속에서 타오르는 초월적인 악의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순간, 플럭스는 공포에 휩싸여 요정 세공된 술병을 손에서 놓쳤고

유리병은 황금의 바닥 위에 떨어져 그대로 산산조각났습니다.


'그..그가 돌아왔어' 플럭스가 시선을 탈출용 활송기 쪽으로 돌리며 공포 속에 중얼거렸습니다.


'크립투스의 신이 돌아왔다고, 개롤드, 그가 마침내 우리들의 징벌을 위해 돌아왔어!'

Posted by 스틸리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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