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마린 이야기 : 월드 엔진'에 해당되는 글 5건

  1. 2018.11.28 월드 엔진 -에필로그- 1
  2. 2018.11.27 스페이스 마린 이야기 : 월드 엔진 -5-
  3. 2018.11.25 스페이스 마린 이야기 : 월드 엔진 -3- 2
728x90



출처 : Warhammer 40,000 - the World Engine.


개인적 의견

저는 메디케어 옵스큐럼 소속의 칼리암 헬베타르에게 조촐하지만 웅장한 장례식을 거행해 주었습니다.

그는 때로는 제 수행원으로써 노고를 아끼지 않았으며, 생전 그녀의 다른 동료들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았었습니다.

허나 저는 어떤 조문사도 올리지 않았습니다. 입조차 열지 않았습니다.

다만 기도와 함께 그녀의 관이 정거장의 에어록을 통해 빠져나가는 것만을 지켜보았습니다.

우리는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오늘 파괴하였습니다.

우리는 소수의 친구들만을 지니고 있지만,

그조차도 이런 식으로 함께할 때엔 그들 중 누군가가 이렇게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각오하여야만 하는 가혹한 현실에 놓여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린 항상 그들을 존중하며, 이와 같은 '오토신스 세퀸스'를 완수하라는 명령을 내릴 준비를 마음 속으로 각오해둬야만 합니다.

설령 작업 이후에 그들이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걸 알면서도 말이지요.

많은 이들이 인퀴지터의 대리로 행성 하나를 파괴하라는 명령은 쉽게 내릴 수 있지만,

인퀴지터의 가장 가혹한 의무들을 수행해줄 수 있는 이들은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치프 라이브러리안 할히의 시신은 옵시디아 행성으로의 운반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거기에 남아 있는 아스트랄 나이트는 훈련 교관격인 아너 가드 한 명과 일부 베테랑들 뿐으로,

사실상 챕터가 재건되기에는 너무 적은 수입니다.

그들은 사페홀드 전투의 유일한 유물이자 보르시스 파괴의 유산이라는 의미를 담아,

시신을 인도받게 될 것입니다.

할히가 전투 이후 발견된 유일한 시신이며,

템페스투스의 잔해는 포지 월드로 견인되어 비슷한 급들의 다른 현존 전함들을 위한 수리 부품 용도로 재활용될 것입니다.


옵시디아에 남은 마지막 전투 형제들이 언젠가 최후를 맞이한다면,

아스트랄 나이트는 그것으로 이제 끝이 날 것입니다.

메디케어 옵스큐럼에서의 장례식을 끝으로 바브 성계와 관련된 제 의무들 또한 이제 끝났고,

저는 1시간 내로 여길 떠나게 될 것입니다.

제 다음 행선지는 세라판 의회입니다. 

헬베타르가 수집한 할히의 기억들은 그 자리에서 제가 다른 동료 인퀴지터들에게 공개할 자료들의 핵심이 될 것으로,

의회 소집의 주제는 세계창조자 이그라'니아의 존재에 관련된 것입니다.

그들 중에는 향후 별-신을 추격하는 일에 있어 경험과 인력 면에서 훨씬 뛰어난 자들이 있습니다.

물론, 그러한 존재를 파괴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별개의 문제겠지만요.


암라드가 이그라'니아를 해방시켰던과 똑같은 결정을, 저 또한 내릴 수 있을지 사실 확신이 들지 않습니다.

저라면 무엇을 결정했을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아는 것은 보르시스가 파괴되었으며

그들의 희생으로 수많은 행성들이 살아남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솔직히 그것 말고는, 감히 저로써는 그 무엇도 감히 판단할 수 없습니다.


세라판을 향해 항해를 개시하며 이 일지를 마치기 전에 마지막 생각 하나가 떠오릅니다.

치프 라이브러리안 할히는 아스트랄 나이트 챕터 중 가장 현명한 이였습니다.

그리고 그의 생전 견해 중 하나만큼은 저 또한 똑같이 생각합니다.


우린 언젠가, 이그라'니아를 찾아낼 것입니다. 반드시.


-로드 인퀴지터 퀼벤 라에


​ps. 헬베타르는 할히의 뇌를 통해 생중계로 월드 엔진 전투를 보게 해준 의료 전문가라 보면 됨.

근데 이후 감당할 수 없는 충격에 빠져서 사망..

사실 소설 내용 전체가 할히의 회상이라는 설정임.


여튼 여기가 끝입니다.

따지고 보면 이그라'니아는 엄청난 문제거리긴 한데,

길리먼 부활 때까지도 별 이야기 없는 걸로 보아 잊혀진 맥거핀 정도로 보면 될듯.


Posted by 스틸리젼
,
728x90



출처 : Warhammer 40,000 - the World Engine.



치프 라이브러리안 할히

네크론의 운송 기계들은 여전히 작동했다.

7개 달들의 대성당으로 아스트랄 나이트들 대부분이 집결하는데 그것을 사용하였기에, 이 점은 제법 기이한 일이였지만

어쩌면 오버로드 헤퀴로스에게 그것을 구태여 차단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였는지도 몰랐다.

최소한, 아스트랄 나이트 챕터 전체가 그 장소에 다 모였다고 생각했을 테니까.

할히는 동굴 형태로 뚫려 있는, 번개로 번쩍이는 네크론 레일 카트리지의 측면에 몸을 기댔다.

그 벽면들과 천장들은 온통 걸이대들로 뒤덮혀 있었는데,

네크론 워리어 구조물들은 모두 이것들을 통해 수백 단위로 행성 곳곳에 운반되었다.

현재는 전부 비어 있었다. 다른 전투 형제들이 대성당에서 그만큼 열심히 싸우고 있기 때문이겠지.

 

할히가 탄 카트리지는 번개 레일을 따라 이동하며 올라왔고,

곧 보르시스의 혐오스런 강철 도시의 전경이 눈에 들어왔다.

이교도들의 성당에서 빠져나온 처음으로, 할히는 프레토리안의 가우스 사격에 맞아 생긴 상처에서 고통을 느꼈다.

심각한 화상이 그의 목 상당 부분에서부터 우측 어깨까지 녹여버린 상태였는데,

그의 추가 장기들이 만들어낸 응고 작용에 의해 상처 자체는 이미 지혈되어 있었지만

그럼에도 그는 간신히 머리를 돌릴 수 있는 상황이였다.

할히는 내면에 집중하여, 물리적 고통을 덜어내었다.

할히는 챕터 마스터 암라드의 기억들을 거의 대부분 그의 잠재 의식 속에 저장하여,

이를 기억 공허-보관법을 통해 안전하게 처리함으로써 오직 이쪽 방면의 지식에 해박하고 노련한 이들만이 알아볼 수 있게 처리해 두었다.

할히는 암라드의 생명의 끈들을 머리 속으로 떠올렸고,

이렇게 떠오른 챕터 마스터의 정신적 잔류 메아리들이 워프의 잠재 속에 아스트랄 나이트들이 새긴 가장 최근의 역사적 사건들의 흔적들 주변에 자리를 잡도록 유도함으로써,

그 실들이 그대로 할히의 정신 위에 형상화되어 자리잡도록 내버려두었다.

그것을 통해 할히는 암라드의 생전 기억들을 다시 형상화하여 암라드의 기억들로 재생해내고 있었다.

그 기억들의 섬광들이 할히의 정신 표면 위로 떠올랐다.

암라드가 심판관 메트조이와 싸우는 순간, 템페스투스 호에서 다른 스페이스 마린 지휘관들과 논쟁을 벌이는 순간,

전함의 충돌 이후 혼란 속에서 다시 형제들을 재정비하는 순간 등등.

할히는 심지어 암라드가 이전 챕터 마스터 데렐한과 마주한 그 순간조차 단편적으로나마 볼 수 있었다.

할히 또한 그 자리에 있었으므로, 암라드의 두 눈으로 자신의 모습을 보며

데렐한이 암라드를 죽이기 직전 자신이 데렐한에게 달려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보통 이런 작업을 수행한 후에, 그는 자신의 사고 위에 타인의 사념을 올리는 일 등을 한동안 하지 못했다.

이런 작업은 그를 약하게 만들었다. 이런 작업은 그에게 인간적인 감상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할히는 정신의 내면 안에 워프를 떠도는 다른 기억들까지 사로잡은 다음 그대로 안전하게 저장하였다.

캡틴 쉬헤르즈, 채플린 마사약, 캡틴 자히로스와 같이 뛰어난 식견으로 중요한 역할을 해준 장교들에서부터,

코델러스 형제와 가진 형제처럼, 분명히 중요한 역할임에도 쉽게 잊혀지는 이들에 대한 기억들까지.

너무나도 끔찍한 것들을 본 서젼트 파라지의 것까지도, 할히는 내면에 담아둘 수 있었다.

그렇게 모든 운명의 가닥들이 워프 속에서 정보의 감각 타페스트리로 형상화되어,

치프 라이브러리안의 두뇌 속에 차곡히 정리되어 저장되었다.


할히가 마지막 기억까지 저장하자마자 첫번째 폭발이 번개 레일을 뒤흔들었다.

그는 곧장 마지막 객차를 향해 몸을 날린 후, 몸을 기울어 무슨 일인지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지평선에서부터, 강철 도시를 가로질러 제법 먼 거리에서

먼지와 연기가 뒤섞인 거대한 불기둥이 하늘로 분출되고 있었다.

그리고 곧 수 톤의 강철 조각들이 비처럼 내리며 도시를 덮치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거대한 암흑 이무기가 마침내 구름들 위로 승천하는 것과 같았다.


그들이 해냈구나. 할히는 마침내 안도할 수 있었다.

아직 모든 것이 끝난 것도, 전투가 완전히 승리한 것도 아니였지만

아스트랄 나이트들은 최소한 보르시스에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다했으며

의무는 이로써 끝난 것이였다.

물론, 아직 할히에게는 한가지 더 의무가 남아 있었다.


먼지와 잔해의 연기 한가운데에서 호박색으로 불타는 무엇인가가 떠오르고 있었다.

그것은 저 암흑 속에서 떠다니는 화염의 티끌과도 같았다.

허나, 그것은 얼마 안가 마치 보르시스 자체를 빨아들이려는 블랙홀처럼 물질과 빛을 스스로 모아 빨아들였다.

놈의 이미지를 뇌 속에 저장하는 것은 마치 불로 지지는 것과 같은 끔찍한 고통이였으나,

그는 그것 또한 마찬가지로 내면에 저장했다.

이것 또한 반드시 기억되어야 할 정보였으므로.


파괴의 중심에 위치한 그 존재는 곧 가장 높은 네크론 첨탑 구조물 위로까지 떠올랐다.

놈의 몸은 암흑으로 이루어진 것만 같았는데, 딱히 고정된 형체가 없었으며

다만 확연하게 알 수 있는 것이라곤 심장부에서 타오르는 3개의 초승달형 눈들 뿐이였다.

또한 놈은 촉수들을 지니고 있었는데, 그것들은 첨탑들에서 긁어온 찢겨지고 분해된 강철들로 이루어진 것이였다.


이제부터 일어날 일들 또한 반드시 기억해놔야 할 것이였다. 모두, 빠짐없이 완벽하게.

따라서, 할히는 그의 의식을 신체 외부로 돌려, 놈이 감옥에서 빠져나온 그 순간부터 워프에 일어나기 시작한 물결에 몸을 맡겼다.

곧 그의 눈 앞에 보르시스의 전경이 펼쳐지며, 표면 위에 끝없이 펼쳐진 강철의 협곡들과 강철 첨탑들이 빠르게 두 눈 앞을 지나갔다.

아스트랄 나이트는 행성 표면 전역에서 싸웠으나,

지금 그가 보고 있는 것은(싸이킥적 전지 시점에서), 아스트랄 나이트들이 아직 보지 못했던 거대한 궁전들과 기념비들이였다.

그것은 셀 수조차 없이 오래 전의 수천년에 수천년 전에 세워진 것으로,

수많은 스캐럽들과 노동자 기계들이 자신들의 귀족들을 위해 건설한 것들이였다.


그의 전지적 시점 아래서, 그 존재는 더 높게 활강하며 지나는 족족 모든 첨탑 꼭대기들을 전부 가루로 분해하여 그 물질 조각들을 흡수하면서 점차 더 휘몰아치는 무언가로 변해가고 있었다.

마치 피었다 저무는 것처럼, 놈의 사지들이 형성되었다 사라졌다를 반복했다.

그리고 원초적인 감정의 격류, 어떤 외계인적 증오가 할히의 정신 표면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그것은 인간적 감정이 아니였다. 절대로 인간의 것과 착각할 수 없을 정도로 이질적이였으나,

그것은 분명한 적의였다.

그 존재는 미궁 황무지들을 건너고 있었다. 놈은 전투의 마지막 무대들 위로 오르기 위해 올라온, 끝없이 펼쳐진 네크론 전사 조직체들의 머리 위를 지나가고 있었는데,

만약 그 자리에서 최소한 절망을 느낄 수 있는 누군가가 있었다면, 그는 자신의 머리 위에 뜬 저것을 울부짖는 폭풍과 같은 거대한 암흑으로 보고 있을 터였다.

7개 달들의 성당에서 치솟고 있었던 거대한 매연과 화염조차도 놈을 향해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성당의 일부는 크게 타오르고 있었는데,

아스트랄 나이트 전사들이 내부에서 방어 포열들을 파괴하는데 성공한 덕분이였다.

파워 코일들을 파괴하고, 가우스 사격을 대성당 쪽으로 돌려낸 것이다.

허나 그 피해는, 비록 무시무시하긴 해도 성당 전체의 규모에 비하자면 간신히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대성당들의 문들 바깥에는, 수백의 아스트랄 나이트들이 전사하여 쓰러져 있었다.

네크론들은 그들과 전면 전투를 치루었고,

그 전투 속에서 아스트랄 나이트 형제들은 수많은 네크론 워리어 팔랑스 대형들을 무너트리고 또 무너트렸으며

트라이아크 스토커들과 그 안에 매장된 귀족들까지 수십여개는 쓰러트렸다.

주검들이 가장 수북히 쌓인 지점에는, 9th 중대의 군기가 아직도 나부끼고 있었다.

그리고 군기 아래는 아직도 군기를 잡고 있는, 새까맣게 타버린 캡틴 카브야의 주검과 그의 지휘 분대의 주검들이 놓여져 있었다.


7개 달들의 대성당에서의 전투에서 살아남은 최후의 아스트랄 나이트들은, 

처음에 그들이 진입했던 주 성문들 내부에서 네크론들과 전투를 치루고 있었다.

이단자들의 성당을 지키던 수호병들은 그들을 쫓아 여기까지 도달했고,

거대한 어둠이 폐허가 되어버린 전장 위를 지나가는 동안에도 아스트랄 나이트들은 마지막 남은 볼터 탄들까지 쥐어짜내 쏟아붓고 있었다.

그들은 고대 네크론티르 인들을 위해 헌사된 석상들과 성소들의 숲 사이를 이리저리 지나가며 저항하고 있었고,

한명 한명 쓰러질 때마다 그 피가 수십 네크론 왕조들 출신의 고대 오버로드들의 석상들 표면 위에 흩뿌려졌다.

성당 수호자들은 점차 거리를 좁혀가며, 할버드 창들로 침입자들을 무자비하게 도살하고 있었다.

무기에 서린 동력 장막들은 갑주까지 가볍게 찢어발겼다.

그렇게 7개 달들의 대성당 전투는 막을 내렸다.


그러는 와중에, 은빛과 금빛으로 반짝이는 오버로드 헤퀴로스와 그의 리치가드 수행원이 대성당의 보루 위에 올라왔다. 

거대한 어둠은 마치 가장 가까히 다가온 달처럼 그들에게 다가왔고,

그 존재가 자신에게 접근하는 것을 발견한 헤퀴로스의 몸 주변으로 은빛 네크로더미스가 형성되며 일종의 방어막을 형성했다.

압축된 잔해들로 이루어진 놈의 팔이 리치가드들을 전부 벽 쪽에 날려버렸다.

그 힘이 너무나도 강하여, 뒤의 벽 자체가 무너지며 리치가드들은 부너져버린 수 톤짜리 보루 벽들과 함께 아래로 떨어졌다.


그 어둠은 헤퀴로스를 향해 더 가까히 접근했고, 그러자 헤퀴로스의 신체를 감싸고 있던 네크로더미스는 마치 일탈하듯 뜯겨져 나가

휘몰아치는 암흑의 소용돌이 속으로 마치 전류처럼 빨려들어가 사라졌다.

그 네크로더미스를 사용하여, 놈은 무형의 어둠에서 이제는 네크론들이 처음에 탄원하고, 섬겼으며, 파괴한 그 별-신의 형상으로 스스로를 인간형으로 형상화하기 시작했다.

이전에 비하면 미량에 불과했을텐데도, 완성된 놈의 형상은 가히 공포스러웠는데

그나마 간신히 표현하자면 그것은 아주 오래전에 잊혀진 인간 종교 속 파괴와 재난의 신과 같은 모습으로,

머리 위에는 마치 왕관과 같이 3개의 불타는 눈들이 타오르고 있었으며

표면은 액화 금속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할히는 '행성 창조자 이그라'니아', 보르시스 심장부에 감금된채로 화성을 향해 보르시스를 안내하던 크'탄 앞에서 

헤퀴로스가 네크론 언어로 뭐라 말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어떤 소리적 발성을 통해서가 아니라,

어떤 순수한 정보의 교류 같은 것이였기 때문이였다.

허나 할히는 최소한 그가 간청, 어쩌면 거래를 하는 것임을 추측할 수 있었다.

헤퀴로스는 보르시스의 지배권, 심지어는 그의 통제 하에 놓인 모든 네크론들까지도 넘기려고 하며

그가 줄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대가로 그의 존재를 요구하고 있었다.

허나 할히는 무슨 대답이 곧 찾아올지 이미 알고 있었다.


'너는 우릴 배반했다,' 그리고 이그라'니아는 이렇게 말할 것이였다.


'너는 우릴 가두었다. 너는 화성에 가겠다는 네놈의 미친 계획에 따라 우릴 가두었다.'


그러자 헤퀴로스는 이번에는 투라킨을 잡아넣은 테저렉트를 들어올려 그에게 보여주며 무언가를 말했다.

그것은 누가 봐도, 그를 잡은 것이 모두 이 투라킨의 소행이였음을 크'탄에게 설득하려는 것으로 보였다.

(헤퀴로스는 사실 군 쿠테타를 일으켜 보르시스의 왕이 된 것으로, 이전에는 투라킨이라는 오버로드가 비교적 조용하게 행성을 다스리고 있었음.)

그러자 이그라'니아는 테저렉트를 낚아채어 자신의 손으로 그것을 분해해버렸는데,

자주빛과 흑색이 섞인 화염이 솟구치며 그에게 흡수되었다. 그것이 투라킨의 마지막 흔적이였다.

그러나 그걸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너, 투라킨, 그리고 지금껏 지나온 모든 이들아, 모두 똑같을 뿐이다.' 할히는, 이 다음에 이어진 별의 신의 전언은 그 의미까지도 확실하게 들을 수 있었다.


'모든 네크론 종족은 우리의 적이다. 이제 나는 해방되었으니, 너 또한 사라지리라.'


아스트랄 나이트의 전사들 중 그 누구도 이기지 못했던, 그 강력했던 오버로드가 보루 한 가운데서 그대로 개미마냥 무력하게 들어올려져,

이그라'니아의 의지에 따라 사지 마디 단위로 산채로 분해되는 장면은 할히에게 약간의 즐거움을 주었다.

분해된 마디는 허공에서 그대로 겹겹히 분해되었고,

그렇게 거대했던 오버로드는, (만약 네크론이 고통을 느낄 수 있다면) 고통 속에 몸부림치는 가냘픈 강철 해골로 퇴행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그것조차도 완전히 분해되어, 마지막에 남은 것이라곤 이그라'니아의 손바닥 위에 남은 작게 빛나는 그의 의식 장치 뿐이였는데

크'탄이 주먹을 쥐자 헤퀴로스 또한 마침내 완전히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이그라'니아는 마치 신성 선언이라도 하듯 두 팔을 들어올렷다.

그러자, 그 어떤 구조물들보다도 더 거대함에도 불구하고, 7개 달들의 대성당을 구성하는 물질 자체가 전부 그대로 분해되며 금속 입자 단위로 그의 팔 위로 응축되기 시작하였는데,

그렇게 끝없이 소용돌이치는 금속 입자들의 격류는 하늘에 떠 있는 별-신의 머리 위에서 마치 거대한 고리들처럼 휘몰아치다가

이내 궤도까지 뚫을 정도로 거대한 검들이 되어 신의 손을 따라 보르시스의 지면에 깊숙히 박혔다.

그것은 단숨에 행성 지면까지 관통하여 은하계의 아주 초기부터 지어졌을 핵까지 그대로 관통해버렸다.

이그라'니아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그 검들을 벌려내어 깊게 파여진 협곡을 더 크게 벌려냈다. 그리고는 그 안으로 다이빙했다.

할히는 놈이 행성 자체를 찢어버리며, 마치 살을 태우는 용접기마냥 닿는 모든 것들을 분해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놈은 순식간에 보르시스를 가동시키는 광대한 동력망들을 찢어버리고,

전사 구조물들이 조립되고 수리되는 공장들과 오래 전 잊혀진 왕조들과 전쟁 기계들 및 우주선이 가득한 볼트들의 금속 도시까지 전부 찢어버렸다.

놈은 행성 핵을 수번 들어갔다 나오며, 보르시스 자체를 자신의 분노 속에 완전히 녹여버리고 있었다.

잿빛 구름만이 가득했던 하늘은 장막이 사라지며 이제 빛과 어둠만이 누덕누덕하게 비추고 있었고,

할히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생성기들과 보르시스 핵의 반응로들이 파괴되며,

행성 주변을 감싸던 방어막들 또한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보르시스는 전에는 바브 해방 함대의 어뢰들 및 랜스 포열들의 공격에 불침이였을지 몰라도,

이제 그 표면이 활짝 열린 것이다.

할히는 지금껏 참고 있던 숨을 안도 속에 내쉬었다.

운 좋게도, 번개 레일은 템페스투스호의 잔해에 도달할 때까지 정상적으로 작동해주었다.

함선이 만들어낸 도심 주변의 폐허는 여전히 불타고 있었고,

축격과 함께 내던져진 아스트랄 나이트 형제들의 주검들 또한 파편들과 섞여 주변에 이리저리 흩어져 있었다.

할히는 조심스레 길을 선정하며 함선의 고물 지점으로 몸을 옮겼다.

할히는 발 아래서 지면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느꼈다.

그는 이그라'니아가 보르시스에 대한 복수를 끝냈음을 알았고, 부디 시간이 더 남아 있기만을 기원했다.

템페스투스의 고물 부위는 크게 훼손되어 있었으나,

할히가 함교로 올라가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서비스 갑판들만큼은 아직 남아 있었다.

슬슬 부상들이 그의 발목을 붙잡고 있었다. 마치, 아스트랄 나이트들의 임무가 성사됨에 따라 그의 신체가 마침내 파손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 같이.

그가 함선의 선원 및 아스트랄 나이트들이 아직 사용하지 않은, 탈출용 포드 저장고 쪽으로 향할 무렵엔,

이제 할히는 간신히 걸을 수 있을 정도였다.


각 탈출 포드는 대략 10여명을 담을 수 있었으며, 우주상에서 대략 1달여간을 버틸 수 있도록 장비가 마련되어 있었다.

할히는 그정도로 오래 버틸 필요가 없었다.

사실 살아남을 필요도 없었다.

다만 가장 중요한 것은 탈출 포드의 방어 장갑 수준으로,

그것은 내부 탑승객들을 플라즈마 반응로의 내파에서 발생하는 급작스러운 방사선 유출에도 최대한 버틸 수 있게끔 되어 있었다.

할히는 근육이 찢겨나가는 통증 속에 문을 열었다.

선체에 뚫린 구멍을 통해 하늘을 올려다보자, 구름들은 거의 다 사라지고 없었고

이제 그 자리에는 바르벤카스트 행성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놓인 별자리들이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이그라'니아가 거기 있었다.


놈의 불타는 3개의 눈들은 할히를 정확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순간에, 별-신이 할히를 확실하게 주시하고 있음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할히는 이제 보르시스에 남은 마지막 아스트랄 나이트였고,

그렇기에 이그라'니아는 그것을 존중하기로 했는지도 모르는 일이였다. 물론 할히는 그것을 믿고 싶지 않겠지만 말이다.

할히는 별-신의 불타는 눈 3개들을 주시했다.

아마 보통 인간이라면 보는 즉시 광기 속에 미쳐서 죽어버렸을 정도로 형언불가한 그런 존재였으나,

할히는 두려움이 없었다.


할히가 별-신에게 소리쳤다. '우리는 네놈을 찾아낼 것이다!'


아마 들었을테지만, 따로 대답은 없었다.

놈은 단지 우주 어딘가로 날아갈 뿐이였고,

그의 인간 형상이 만들어내는 은빛 빛줄기 잔상만이 남았다 이내 사라질 뿐이였다.

할히는 탈출 포드 안으로 기어들어간 후 마지막으로 육중한 문을 닫았다.

그는 중력-소파에 몸을 맡기고 기다렸다.


오래 걸리지 않았다. 탈출 포드는 따로 밖을 볼 수 있는 현창이 없었으나,

그것이 템페스투스를 떠나 상부 갑판을 지나 잔해들을 뿌리면서 통과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곧 바브 해방 함대가 진입하며 자신들이 해야 될 임무를 시작했다. 

그는 수많은 어뢰들이 보르시스에 폭우처럼 쏟아지고,

랜스 포열들이 지면을 강타하며 만들어내는 폭음을 들을 수 있었다.

익스터미나투스, 보르시스가 가하는 위협에 대한 인퀴지터의 논리적 판단에 따라 결정되었을 행성 파괴에 관련된 궁극의 제재가 지금 쏟아지고 있었다.

보르시스의 경우 레이져 포열들이 만들어낸 균열들을 향해 싸이클론 어뢰들이 쏟아지는 형식으로 익스터미나투스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침투한 어뢰들은 연쇄 작용을 통해 대규모적인 소멸 점화 작용들을 일으켜 행성 지면을 내외부로 완전히 찢어버렸고

곧 대륙 크기만한 덩어리들이 아예 완전히 떨어져 나가버리며 행성은 원래의 방향과는 정 반대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할히는 홀로멧을 통해 그 광경을 볼 수 있었는데,

홀로멧을 통해 이루어지는 상황의 재구현만으로도 숨히 멎을 정도로 엄청난 규모였다.

그는 아주 예전에 홀로멧을 통해 이러한 광경을 본 적이 있었다.

예전에, 그는 인퀴지션에 의해 심각하게 오염되었다 판명된 한 행성의 고궤도에서 이 장비를 사용했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당시에, 아스트랄 나이트의 공습군들로도 그 오염은 결국 막을 수 없었다.

할히는 그 기억까지도 다른 모든 챕터의 기록들과 마찬가지로 안전하게 내면 속에 보관해두었다.

이제 그의 정신은 그러한 단편들로 가득히 차 있었다. 그와, 그의 다른 형제들에 대한 기록들과 기억들로 가득하게.


할히는 살아남을 필요가 없었다. 오직 그의 머리만이 무사히 남아 있으면 될 일이였다.

뇌가 회수될 수만 있다면, 나머지는 별 상관 없었다.

그렇기에, 폭발한 방사능의 파동들이 탈출 포드를 강타하고 

템페스투스가 행성 지면에서 완전히 떨어져 나가 우주로 흩어지는 그 순간에조차도

그는 마음의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머리만큼은 파워 아머 헬멧에 안전하게 보호되리라.


허나 그의 신체는 메트조이의 엘리트 전사들과의 전투에서 입은 상처들을 파고든 방사능에 의해 급속도로 붕괴되고 있었다.

그의 장기들이 전부 물집이 잡혀 터지고, 이내 마비되기 시작했다.

그의 피조차 이제는 독이 되어 끓어오르고 있었다.

설령 스페이스 마린의 체격으로도 오래 살아남지 못할 터였다.


마침내 그의 2번째 심장까지 멎어버렸을 때,

할히는 그때서야 편히 두 눈을 감았다.


그리고 두 눈을 감는 그 순간에도, 그는 그 모든 추억을 머리 속에 기억했다.



Posted by 스틸리젼
,
728x90



출처 : Warhammer 40,000 - the World Engine.



캡틴 암라드

-과거-

바르벤카스트의 행성 총독 리돌마르는 직책에 따라, 예술을 사랑했다.

비록 예술에 대한 조예는 없었고, 본인조차 거기에 딱히 즐거움을 느끼지는 않았으나,

바르벤카스트 행성의 총독 관료로서 섹터의 가장 뛰어난 예술 모음집을 유지하는 일은 어쨌든 필요한 일이였다.

그리하여 그의 왕궁은 항상 그 예술로 가득했다.

정교하고 아름다운 복장의 여인이 그려진 거대한 그림 작품들이라던가,

고풍적인 갑주 슈트들이라던가 제국 영웅들의 흉상들 따위가 왕궁의 모든 벽과 구석에 전시되어 있엇다.

또한 이 장소는 바르벤카스트에서 환경 오염에 노출되지 않은 장소들도 마련되어 있었는데,

그 장소들은 행성의 아름다웠던 과거의 자연 환경의 가치를 하이브 도시들의 필요성이 마침내 넘어서기 전까지 이 행성이 얼마나 아름다웠는가를 고의적으로 상기시켜주려는 듯이 마련되어 있었다.

뿐만 아니라, 값을 메길 수 없을 정도로 진귀한 문학 작품들과 기도문들이 전시 유리 안에 보관되어 있었으며,

천장들조차도 천사들이 가득한 하늘들이 그려진 다중 색조의 프레스코들로 뒤덮혀

바르벤카스트 행성 본래의 적갈색 하늘과 대조되고 있었다.

바로 이 왕궁에서, 총독 거처 내의 청원실에서, 암라드는 챕터 마스터 데렐한을 마침내 잡았다.


데렐한이 두 손에 쥔 볼터는 여전히 매케한 매연을 발산하고 있었는데,

수 분 전에, 그는 하이브 터티우스 도시의 돌연변이들을 통제하라는 제국법을 준수하지 못했다는 죄명으로 총독 레이돌마르를 처형했다.


'캡틴 암라드, 자네의 배치 위치는 공업지구 슬럼가일텐데,' 데렐한이 이어서 말했다.


'ㅡ어째서 자리를 이탈한거지?'


'왜냐하면, 오늘 그분께 바쳐야 할 의무를 어긴 자가 저 혼자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암라드가 답했다.


델레한의 표정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그는 암라드와 그의 옆에 선 채플린 마사약을 바라보았다.

그래, 마사약의 의심이 암라드를 여기까지 끌고 왔구나.

심지어 같은 스페이스 마린들이라 할지라도 드렐한의 시선 앞에서는 위축될만했는데,

그것은 그가 옵시디아 행성의 대가문들이 배출한 자들 중에서도 가장 엄격하고 날카로운 자였기 때문이였다.

스페이스 마린이 되기 이전에도,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그를 두려워했다.

이제 그는 챕터 마스터를 상징하는 휘황찬란한 백색 갑주를 착용하고 있었고,

양 견갑에는 아우구스타르의 백색 비늘 망토를 두르고 있었으며

이마에는 명예 못들이 줄지어 박혀 있었다.

죽기 직전에, 레돌마르는 아마 죽음 자체가 그의 거처에 찾아왔노라고 생각했겠지.


'해명해라!' 데렐한이 꾸짖었다. 그의 무시무시한 목소리에, 챕터 마스터와 동행한 아스트랄 나이트 마린들이 청원실로 들어왔다.

암라드는 그들 중에서 라이브러리안 할히를 알아보았다. 암라드와 함께한 아스트랄 나이트 동기이자, 그가 친구라 여기는 자였다.

그를 보며, 이 자리에서 전투 형제들이 서로간에 총을 겨누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생각이 그의 마음 한켠에 피어올랐다.


'먼저, 이것부터 설명하셔야겠습니다,' 암라드가 말했다.

직후 그는 작은 금속제 물건을 앞의 바닥에 떨구었다.

그것은 암라드와 마린들이 공업 지구에서 벌인 대학살이 끝나고, 그 피가 채 마르기도 전에

채플린 마사약이 암라드에게 건냈던 물건이였다.

그것은 자니악 가문의 상징이였다. 옵시디아의 모든 자손들은 그것이 뭔지 알고 있었다.

자니악은 행성의 배반자로, 불가촉들이였다. 그들은 행성의 반역자들로, 큰 범죄를 저지르고 오래 전 행성에서 도망쳤다.


'이것을 공업 지구 전장의 한 시체에게서 발견했습니다,' 채플린 마사약이 말했다.


'한두개가 아니더군요.'


드렐한이 그것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는 그것을 주어서, 표면 위에 침을 뱉고는 방 구석에 던져버렸다.


'그래서 이것 때문에 날 고발하겠다?' 그가 말했다.


'나는 옵시디아의 모든 이들에게 묻었던 오점을 지워냈다.

오히려, 네놈은 날 떠받들고 내게 감사를 보내야 한단 말이다! 자니악 천민들은 죽어야 해!'


'그렇다면 어째서 저희를 여기로 데려오기 위해 거짓말을 했던 겁니까?' 암라드가 반박했다. 그리고 몇 걸음 걸어서,

데렐한 앞에 위험할 정도로 가까히 서서, 그를 노려보았다.

만약 상황이 폭력적으로 변한다고 해도, 이 개인 간격은 반드시 유지해야될 터였다.

그 누구도 오늘 밤 하이브 터티우스에서 죽을 이유는 없었다.


'당신은 숨겨진 돌연변이들이 행성에 숨어있다는 이야기를 창작한 다음, 인퀴지터가 우리들에게 명령을 내려 여길 정화하라 했다고 거짓말을 꾸몄습니다.

그 숨겨진 진의가 다른 전투 형제들이 동의할만한 정당한 것이였다면, 애초에 꾸밀 이유도 없었을 겁니다!'


'네놈이 감히 내게 반박을 해?' 데렐한이 암라드를 향해 으르렁거렸다.


'자니악 가문 놈들은 옵시디언의 각 가문 원로들을 암살하고선,

행성 적도 정글에서 마치 두들겨맞은 개들마냥 도망쳤다.

결국 놈들은 이 행성의 하이브까지 도망쳐서 마치 제국의 건실한 시민들마냥 몸을 숨겼다.

마치 자신들의 죄악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라도 한 마냥 말이다!

이게 명예가 아니면 뭐란 말이더냐, 그들을 사냥하고 처형하는 것이야말로 명예 아니더냐?'


'그것 때문에 얼마나 많은 무고한 이들이 우리들 손에 죽어야 했는지 아시는 겁니까?' 이번에는 암라드가 참지 못하고 일갈했다.

그는 분노를 끝까지 억누르기 위해 애쓰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그것은 머리끝까지 치솟아 오르고 있었다.

명령이 떨어졌던 그 날, 하이브 터티우스에서 자신과 자신의 형제들에 의해 무고하게 죽었던 남녀노소의 무고한 얼굴들이 아직도 아른거려서,

죄책감 속에 암라드는 데렐한의 얼굴을 간신히 바라볼 수 있었다.

그들은 마치 동물들처럼 학살당했다. 그날, 그의 검과 볼터에 목숨을 잃은게 한두명이 아니였다.


'수천명, 데렐한! 수만명이 그 날 죽었다!'


'애초부터 놈들은 이 행성의 사람들 사이에 몸을 숨기려 했었다,' 데렐한이 답했다.


'자니악 가문의 모든 일원들이 죽었다 어떻게 보장할 수 있겠나? 우린 놈들 모두를 죽여야 했네.'


'무엇을 위해서?' 암라드가 물었다.


'내 선조들에 대한 나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지,' 데렐한이 말했다.

그의 얼굴과 목소리는 이미 완전한 확신이 가득했다.


'나는 술키야 데렐한 반 벤 타르게리스다. 나는 내 살해당한 동포의 복수자다.'


'우린 아스트랄 나이트로 거듭나며, 이전의 우리들이였던 가문들을 완전히 떠났습니다,' 암라드가 말했다.


'그걸 믿는건가?' 데렐한이 차갑게 웃었다.


'제 가문에 대한 충성심을 버린 아스트랄 나이트는 어디에도 없다!

라히자르 가문의 아들아, 너 또한 그렇다고 말하지는 못할텐데. 거짓으로 꾸며낼 생각은 말아라!'


'나는 피라자르 암라드 반 라히자가 아니다,' 암라드가 어떻게든 목소리를 차분하게 가라앉히려 노력하며 당당하게 말했다.


'나는 아스트랄 나이트 챕터의 캡틴 암라드다. 내가 섬기는 황제 폐하의 눈에 따라, 나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리고 네놈에겐 내가 지금 고백한 이 다짐을 따라할 용기와 힘이 없었기에,

우리들로 하여금 수천명의 무고한 영혼들을 억지로 앗아가도록 역겨운 거짓말을 꾸며냈다.

네놈은 아스트랄 나이트 챕터의 색을 입을 자격조차 없어.

챕터 마스터 자리에서 물러나라.'


'그리고 날 죽일꺼냐? 라히자르의 아들이여?' 데렐한은 암라드가 그와 같은 일을 벌이지 않을거라 믿는듯이 시늉하면서,

조용히 그의 파워 소드 손잡이를 향해 손을 가까히 대었다.


'네놈은 모두를 배반했다,' 암라드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으나,

그의 근육들은 이미 전투를 예상하며 팽팽하게 당겨져 있었다.


'그러니 다른 처벌이 또 있던가. 나는 코덱스 아스타르테스의 지엄한 법률에 의거할 뿐이다.'


'나는 내 아버지들이 원하시는 명예에 따르겠으니,' 데렐한이 이어서 답했다.


'네놈이 내 머리를 원한다면, 어디 한번 가져가보거라!'


당연하게도, 드렐한의 움직임이 훨씬 빨랐다.

그는 자신의 고발자보다 수십년은 더 앞선 전투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암라드보다 더 강하고 더 능숙한 적들을 수없이 쓰려트렸다.

암라드가 할 수 있었던 것이라곤 볼터를 들어올려 드렐한이 내지르는 검의 경로에 거의 반사적으로 겨냥하는 것 뿐이였고,

검집에서 매끄럽게 흘러내린 검은 암라드의 사고보다 더 빠른 속력으로 그의 목을 노리고 있었다.

방아쇠를 당기기도 전에, 그의 볼터는 파워 블레이드에 의해 반으로 쪼개졌다.

그렇게 잘려나간 볼터의 최후가 자신의 목에 똑같이 일어날 것은 겨우 시간문제에 불과했다.

암라드는 검을 피하려다가 뒤로 기울어지며 넘어졌고, 

아마 바르벤카스트의 하이브 노동자들 중 한 명이 일생토록 일한 대가보다 더 비쌀 재목으로 만들어진 화장대와 그대로 부딛혔다.

화장대는 그의 무게 아래 산산조각났고, 암라드는 화장대 뒷벽에 부딛혔다.

그는 곧 드렐한이 다가올 것임을 예상했다.

예상대로, 그는 암라드에게 최후를 선사하기 위해 검으로 은빛 선회류를 그리며 그에게 다가왔다.


허나, 그 순간 라이브러리안 할히가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는 암라드와 그의 챕터 마스터 사이를 완벽한 움직임 속에 차단했다.


할히는 드렐한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지 않았으나, 그가 보여준 실용적이고 정확한 움직임은

그가 앞으로 나서는 순간에 이미 놀라운 예지 능력들을 통해 모든 발걸음과 반격을 계획하고 나왔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암라드는 할히의 '특수한 능력들'이 뛰어남을 알고 있었지만,

그것을 지금처럼 가까히서 직접적으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였다.

할히는 암라드를 찌르려는 데렐한의 파워 소드를 가로막으며, 동시에 팔꿈치로 챕터 마스터의 면상을 갈겼다.

뼈가 부러지고 피부가 찢겼다. 데렐한의 눈구멍 하나는 반쯤 함몰해버렸다.

할히는 포스 스테프를 휘둘러 그의 파워 소드를 강제로 끌어내렸다.

평범한 무기라면 동력 장막에 의해 산산조각났겠지만,

포스 스테프는 드렐한의 무기를 견뎌내기 충분했고

결국 드렐한은 한발자국 물러날 수 밖에 없었다.


'이제보니 내가 반역자들에 둘러싸여 있었구나!' 챕터 마스터가 분노 속에 으르렁거렸다.


'그렇다면 약자들을 숙청해야겠다! 네놈들은 전부ㅡ'


그의 마지막 말은 적남색 에너지의 섬광 속에 끊겨버렸다.

암라드는 맹맹해진 두 눈이 다시 돌아올때쯤, 채플린 마사약이 데렐한의 뒤편에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곧 데렐한의 손가락들에서 파워 소드가 떨어졌다.

카펫 위로, 파워 소드의 장막이 번지며 연기와 함께 탁탁거리는 소리가 발생했다.


마사약의 크로지우스 아카넘은 챕터 마스터 데렐한의 두개골 뒤편에 깊숙히 파묻혀 있었다.

그의 몽둥이류 무기의 끝날은 독수리의 형상을 띄고 있었는데,

독수리의 양 날개는 마치 검날과 같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날개들 중 하나는 드렐한의 머리에 제대로 꽂혀 있었다. 뇌까지 그대로 잘라버릴 정도로 깊게.

데렐한의 온전한 남은 눈이 뒤로 넘어갔고,

곧 코에서 피가 쏟아져 나왔다.

마사약은 데렐한의 허리 아래춤에 그의 다리를 올려두곤, 그것을 마치 지렛대삼아 크로지우스를 다시 머리통에서 뽀아냈다.

데렐한의 머리통이 다시 바닥에 떨어졌다.

그는 완전히 사망하였는데, 그 무게는 사실상 쓰러진 나무 수준이였다.

그제서야 암라드는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

마사약을 포함하여, 할히와 그 본인, 그리고 드렐한의 분대 내 소수만이 이 암라드의 고발 장면과 살인 장면을 목격했다.


'그게 당신이였으니 참 다행이구려,' 암라드가 말했다. '그것은 채플린의 임무에 따른 정당방위였소.'


'나와 같은 부류 입장에서 이런 일은 별로 내키는건 아니지만,' 마사약이 이어서 말했다. '때때로, 이런 개자식에겐 꼭 몽둥이가 필요한 법이지.'


'옵시디아의 대가문들에 소식이 닿는다면,' 할히가 이어서 말했다. 


'그것은 행성을 다시 분열시킬지도 모르네. 일부는 우리에게서 등을 돌리고, 일부는 우리를 지지하겠지.

행성 내전이 일어날 것이네. 그러니 오늘 이 자리에서 일어난 일을 본 것은 오직 우리들뿐이여야 하네.

우리들은 반드시 침묵을 지켜야 한다네, 형제들이여.'


'그렇다면 이렇게 하지. 이것은 레이돌마르의 작품이였다, 라고 칩세,' 마사약이 말했다.


'그는 우리들이 자신의 주거실에 올 것을 미리 예측했고, 함정들을 파두었다.

그리고 드렐한은 총독을 처형하는 도중 함정 중 하나에 걸려 사망했다고 합세.

그리고 우린 쓰러진 형제를 온 명예를 담아 요새 수도원으로 운구했다고.

최후에, 그는 전투 속에서 자신의 명예를 다하였노라 말이네.

여기 혹시 이견 있는 사람 있다면, 왠만하면 지금 말해주게나.'


허나 이견은 없었다. 총독의 주거실에는 10명 이하의 아스트랄 나이트들이 모여 있었지만,

모두 이견을 말하지는 않았다. 

그들이 입을 다문다면, 그리고 그들만이 데렐한이 저지른 챕터에 대한 배반이 사실 무엇 때문이였는가에 대해 잊지 않으며 비밀을 지킨다면,

옵시디아와 아스트랄 나이트들은 영향을 받지 않아도 될 것이였다.


'하지만 정의는 바로세워야겠네,' 암라드가 말했다.


'오는 나는 내 자신의 손으로 수많은 무고한 이들을 죽여버렸네.

우린 결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이 행성에 지워버린 것이네.

데렐한이 거짓말로 우릴 속였다고는 하나, 결국 방아쇠를 당긴 것은 우리들 본인이네.

그러니 정의를 세워야 되는 것도 바로 우리들이고.'


'우리는 그럴 것이오,' 마사약이 말했다.


'하지만 당장은 아니지. 그럴 방법을 찾아야 되겠지만, 캡틴 형제, 일단 지금은 이 행성을 떠나는게 먼저네.

새로운 챕터 마스터가 당장 임명되는게 시급하네. 아스트랄 나이트는 이후 다시 싸워나갈 것이고.'


'우리들 중 한 명이 되야될 것이네,' 할히가 말했다.


'챕터 마스터의 왕좌라면 혹시 일어나게 될 불상사들을 방지할 수 있을테니.'


'리클루지아즘이 이런 문제들에 있어서는 정통하지,' 마사약이 말했다.


'먼저, 나 같은 채플린은 챕터 마스터가 될 수 없네.

라이브러리안 챕터 마스터 또한 코덱스의 교리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하긴 좀 그렇지.

캡틴 암라드?'


한순간, 암라드는 마사약이 무엇을 묻고 싶은건지 알 수 없었다.

한 순간, 암라드는 자신의 검지를 가슴에 가리킨 다음 이렇게 되묻고 싶었다. '나를 왜?'

암라드는 데렐한의 시체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뒤통수는 완전히 헤집어져 있었고,

피와 이런저런 찌꺼기들이 그의 머리통 주변에 흩어져 있었다.

거기에는 피와 뇌수가 섞여서, 아우구스타르의 망토 뒤편에 묻어 있었다.


마침내 결정을 내린 암라드가 말했다. '나는 자격이 안 되네.'


'나는 단 한 순간도, 그런 자격을 갖추었던 적이 없었다고 생각하네.'


그러자 채플린 마사약이 말했다.


'하지만 그건 자네여야만 하네.'


'그렇다면 책임을 받아들겠네,' 암라드가 말했다. 하지만 말하는 순간에도,

그는 자신의 말의 무게가 말 그대로 그를 압눌러 짓밟는 것만 같은 기분을 받았다.

전투 형제들이 사망할 때마다, 그것은 모두 자신의 책임이 될 것이였다.

그의 중대 뿐만 아니라, 그 이상으로, 전 챕터가 그의 책임이 될 것이였다.


이제 모든 패배 또한 그가 책임질 무게가 될 것이였다.


'데렐한은 항상 자신이 챕터 마스터가 되길 원했었네,' 할히가 말했다.


'그는 그것을 위해 싸워왔지. 결국 권력욕 속에 그는 일생의 목표를 완성했네.

그러니, 아스트랄 나이트 챕터도 이젠 권력욕 없는 인물한테 좀 힘을 줄 때도 됐지.'


암라드는 다시 한번 데렐한의 시체를 내려다보고, 음성채널을 켜서 말했다.


'캡틴 암라드다. 챕터 마스터 데렐한이 사망했다. 우리들의 임무는 완수되었고, 더 이상의 손실은 불허한다.

모든 분대들은, 철수 지점들로 이동하여 철수를 준비하라.

우리들은 복귀하여, 주군의 전사를 애도할 것이다.

일단 현재는, 즉시 철수한다.'


'그를 들어올리게.' 채플린 마사약이 말했다. '마치 영웅처럼 대접해줘야겠지.'


아스트랄 나이트들이 데렐한의 시신을 천천히 들어올렸다. 암라드가 그들을 앞장섰다.

마린들은 그를 나르며 총독 거처의 기이한 장관을 지나 하이브 첨탑까지 나왔다.

밖으로 나오자, 바르벤카스트의 오염된 공기가 첨탑들 주변을 돌고 있었고,

그 아래로 끝없이 펼쳐진 하이브 전경이 보였다.

건쉽들과 장갑 수송기들이 하이브의 최상부에 착륙하여 아스트랄 나이트들을 태워 궤도의 함선들로 나를 준비가 이미 완료되어 있었다.


'이 행성을 떠나게 되어 속이 편하군,' 아스트랄 나이트들이 데렐한의 시신을 총독 거주실 근처에 위치한 착륙 지점으로 옮기는 동안 할히가 말했다. 

이제 곧 건쉽이 간단하게 착륙하여 그들을 수송해 나를 것이였다.


'너무 편하게 생각하지 말게,' 암라드가 엄숙하게 말했다.


'언젠가, 우린 이 행성에 진 빚을 갚기 위해 다시 돌아오게 될 것이니.'


​ps. 추가로 설명하자면, 아스트랄 나이트는 모성과 깊은 관계를 유지하는 챕터들 중에 하나였음.

물론 샐러맨더 챕터의 예와 같이 모성과 관계를 유지하는 스페이스 마린 챕터가 아주 없는건 아니지만,

아스트랄 나이트는 좀 더 심해서, 스페이스 마린으로 거듭나도 출신 가문 같은 것을 여전히 신경썼는데

어느날 모성에서 자니악 가문이 가문들의 공동체 원로회에 불만을 품고 원로회 일원들을 전부 죽이고 반란을 일으킴.

아스트랄 나이트 마린들이 개입해서 이들을 모두 학살하고, 남은 소수는 바르벤카스트로 도망가서 조용히 살아갔는데,

드렐한은 자신의 가문 일원들이 죽은 것에 분개해서 원수를 갚겠다고 공연히 거짓말을 쳐서 바르벤카스트의 하이브 하나를 들쑤셔버린 것.

그래서 이날 이후, 암라드는 언젠가 반드시 바르벤카스트 행성을 수호해주겠다고 선언했고,

수십년 후, 월드 엔진이 바르벤카스트 행성을 위협하게 되자 그 약속을 지키겠다고 나섬.

오직 일부만이 아는 그 약속을..



Posted by 스틸리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