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Warhammer 40,000 - the World Engine.
치프 라이브러리안 할히
네크론의 운송 기계들은 여전히 작동했다.
7개 달들의 대성당으로 아스트랄 나이트들 대부분이 집결하는데 그것을 사용하였기에, 이 점은 제법 기이한 일이였지만
어쩌면 오버로드 헤퀴로스에게 그것을 구태여 차단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였는지도 몰랐다.
최소한, 아스트랄 나이트 챕터 전체가 그 장소에 다 모였다고 생각했을 테니까.
할히는 동굴 형태로 뚫려 있는, 번개로 번쩍이는 네크론 레일 카트리지의 측면에 몸을 기댔다.
그 벽면들과 천장들은 온통 걸이대들로 뒤덮혀 있었는데,
네크론 워리어 구조물들은 모두 이것들을 통해 수백 단위로 행성 곳곳에 운반되었다.
현재는 전부 비어 있었다. 다른 전투 형제들이 대성당에서 그만큼 열심히 싸우고 있기 때문이겠지.
할히가 탄 카트리지는 번개 레일을 따라 이동하며 올라왔고,
곧 보르시스의 혐오스런 강철 도시의 전경이 눈에 들어왔다.
이교도들의 성당에서 빠져나온 처음으로, 할히는 프레토리안의 가우스 사격에 맞아 생긴 상처에서 고통을 느꼈다.
심각한 화상이 그의 목 상당 부분에서부터 우측 어깨까지 녹여버린 상태였는데,
그의 추가 장기들이 만들어낸 응고 작용에 의해 상처 자체는 이미 지혈되어 있었지만
그럼에도 그는 간신히 머리를 돌릴 수 있는 상황이였다.
할히는 내면에 집중하여, 물리적 고통을 덜어내었다.
할히는 챕터 마스터 암라드의 기억들을 거의 대부분 그의 잠재 의식 속에 저장하여,
이를 기억 공허-보관법을 통해 안전하게 처리함으로써 오직 이쪽 방면의 지식에 해박하고 노련한 이들만이 알아볼 수 있게 처리해 두었다.
할히는 암라드의 생명의 끈들을 머리 속으로 떠올렸고,
이렇게 떠오른 챕터 마스터의 정신적 잔류 메아리들이 워프의 잠재 속에 아스트랄 나이트들이 새긴 가장 최근의 역사적 사건들의 흔적들 주변에 자리를 잡도록 유도함으로써,
그 실들이 그대로 할히의 정신 위에 형상화되어 자리잡도록 내버려두었다.
그것을 통해 할히는 암라드의 생전 기억들을 다시 형상화하여 암라드의 기억들로 재생해내고 있었다.
그 기억들의 섬광들이 할히의 정신 표면 위로 떠올랐다.
암라드가 심판관 메트조이와 싸우는 순간, 템페스투스 호에서 다른 스페이스 마린 지휘관들과 논쟁을 벌이는 순간,
전함의 충돌 이후 혼란 속에서 다시 형제들을 재정비하는 순간 등등.
할히는 심지어 암라드가 이전 챕터 마스터 데렐한과 마주한 그 순간조차 단편적으로나마 볼 수 있었다.
할히 또한 그 자리에 있었으므로, 암라드의 두 눈으로 자신의 모습을 보며
데렐한이 암라드를 죽이기 직전 자신이 데렐한에게 달려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보통 이런 작업을 수행한 후에, 그는 자신의 사고 위에 타인의 사념을 올리는 일 등을 한동안 하지 못했다.
이런 작업은 그를 약하게 만들었다. 이런 작업은 그에게 인간적인 감상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할히는 정신의 내면 안에 워프를 떠도는 다른 기억들까지 사로잡은 다음 그대로 안전하게 저장하였다.
캡틴 쉬헤르즈, 채플린 마사약, 캡틴 자히로스와 같이 뛰어난 식견으로 중요한 역할을 해준 장교들에서부터,
코델러스 형제와 가진 형제처럼, 분명히 중요한 역할임에도 쉽게 잊혀지는 이들에 대한 기억들까지.
너무나도 끔찍한 것들을 본 서젼트 파라지의 것까지도, 할히는 내면에 담아둘 수 있었다.
그렇게 모든 운명의 가닥들이 워프 속에서 정보의 감각 타페스트리로 형상화되어,
치프 라이브러리안의 두뇌 속에 차곡히 정리되어 저장되었다.
할히가 마지막 기억까지 저장하자마자 첫번째 폭발이 번개 레일을 뒤흔들었다.
그는 곧장 마지막 객차를 향해 몸을 날린 후, 몸을 기울어 무슨 일인지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지평선에서부터, 강철 도시를 가로질러 제법 먼 거리에서
먼지와 연기가 뒤섞인 거대한 불기둥이 하늘로 분출되고 있었다.
그리고 곧 수 톤의 강철 조각들이 비처럼 내리며 도시를 덮치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거대한 암흑 이무기가 마침내 구름들 위로 승천하는 것과 같았다.
그들이 해냈구나. 할히는 마침내 안도할 수 있었다.
아직 모든 것이 끝난 것도, 전투가 완전히 승리한 것도 아니였지만
아스트랄 나이트들은 최소한 보르시스에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다했으며
의무는 이로써 끝난 것이였다.
물론, 아직 할히에게는 한가지 더 의무가 남아 있었다.
먼지와 잔해의 연기 한가운데에서 호박색으로 불타는 무엇인가가 떠오르고 있었다.
그것은 저 암흑 속에서 떠다니는 화염의 티끌과도 같았다.
허나, 그것은 얼마 안가 마치 보르시스 자체를 빨아들이려는 블랙홀처럼 물질과 빛을 스스로 모아 빨아들였다.
놈의 이미지를 뇌 속에 저장하는 것은 마치 불로 지지는 것과 같은 끔찍한 고통이였으나,
그는 그것 또한 마찬가지로 내면에 저장했다.
이것 또한 반드시 기억되어야 할 정보였으므로.
파괴의 중심에 위치한 그 존재는 곧 가장 높은 네크론 첨탑 구조물 위로까지 떠올랐다.
놈의 몸은 암흑으로 이루어진 것만 같았는데, 딱히 고정된 형체가 없었으며
다만 확연하게 알 수 있는 것이라곤 심장부에서 타오르는 3개의 초승달형 눈들 뿐이였다.
또한 놈은 촉수들을 지니고 있었는데, 그것들은 첨탑들에서 긁어온 찢겨지고 분해된 강철들로 이루어진 것이였다.
이제부터 일어날 일들 또한 반드시 기억해놔야 할 것이였다. 모두, 빠짐없이 완벽하게.
따라서, 할히는 그의 의식을 신체 외부로 돌려, 놈이 감옥에서 빠져나온 그 순간부터 워프에 일어나기 시작한 물결에 몸을 맡겼다.
곧 그의 눈 앞에 보르시스의 전경이 펼쳐지며, 표면 위에 끝없이 펼쳐진 강철의 협곡들과 강철 첨탑들이 빠르게 두 눈 앞을 지나갔다.
아스트랄 나이트는 행성 표면 전역에서 싸웠으나,
지금 그가 보고 있는 것은(싸이킥적 전지 시점에서), 아스트랄 나이트들이 아직 보지 못했던 거대한 궁전들과 기념비들이였다.
그것은 셀 수조차 없이 오래 전의 수천년에 수천년 전에 세워진 것으로,
수많은 스캐럽들과 노동자 기계들이 자신들의 귀족들을 위해 건설한 것들이였다.
그의 전지적 시점 아래서, 그 존재는 더 높게 활강하며 지나는 족족 모든 첨탑 꼭대기들을 전부 가루로 분해하여 그 물질 조각들을 흡수하면서 점차 더 휘몰아치는 무언가로 변해가고 있었다.
마치 피었다 저무는 것처럼, 놈의 사지들이 형성되었다 사라졌다를 반복했다.
그리고 원초적인 감정의 격류, 어떤 외계인적 증오가 할히의 정신 표면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그것은 인간적 감정이 아니였다. 절대로 인간의 것과 착각할 수 없을 정도로 이질적이였으나,
그것은 분명한 적의였다.
그 존재는 미궁 황무지들을 건너고 있었다. 놈은 전투의 마지막 무대들 위로 오르기 위해 올라온, 끝없이 펼쳐진 네크론 전사 조직체들의 머리 위를 지나가고 있었는데,
만약 그 자리에서 최소한 절망을 느낄 수 있는 누군가가 있었다면, 그는 자신의 머리 위에 뜬 저것을 울부짖는 폭풍과 같은 거대한 암흑으로 보고 있을 터였다.
7개 달들의 성당에서 치솟고 있었던 거대한 매연과 화염조차도 놈을 향해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성당의 일부는 크게 타오르고 있었는데,
아스트랄 나이트 전사들이 내부에서 방어 포열들을 파괴하는데 성공한 덕분이였다.
파워 코일들을 파괴하고, 가우스 사격을 대성당 쪽으로 돌려낸 것이다.
허나 그 피해는, 비록 무시무시하긴 해도 성당 전체의 규모에 비하자면 간신히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대성당들의 문들 바깥에는, 수백의 아스트랄 나이트들이 전사하여 쓰러져 있었다.
네크론들은 그들과 전면 전투를 치루었고,
그 전투 속에서 아스트랄 나이트 형제들은 수많은 네크론 워리어 팔랑스 대형들을 무너트리고 또 무너트렸으며
트라이아크 스토커들과 그 안에 매장된 귀족들까지 수십여개는 쓰러트렸다.
주검들이 가장 수북히 쌓인 지점에는, 9th 중대의 군기가 아직도 나부끼고 있었다.
그리고 군기 아래는 아직도 군기를 잡고 있는, 새까맣게 타버린 캡틴 카브야의 주검과 그의 지휘 분대의 주검들이 놓여져 있었다.
7개 달들의 대성당에서의 전투에서 살아남은 최후의 아스트랄 나이트들은,
처음에 그들이 진입했던 주 성문들 내부에서 네크론들과 전투를 치루고 있었다.
이단자들의 성당을 지키던 수호병들은 그들을 쫓아 여기까지 도달했고,
거대한 어둠이 폐허가 되어버린 전장 위를 지나가는 동안에도 아스트랄 나이트들은 마지막 남은 볼터 탄들까지 쥐어짜내 쏟아붓고 있었다.
그들은 고대 네크론티르 인들을 위해 헌사된 석상들과 성소들의 숲 사이를 이리저리 지나가며 저항하고 있었고,
한명 한명 쓰러질 때마다 그 피가 수십 네크론 왕조들 출신의 고대 오버로드들의 석상들 표면 위에 흩뿌려졌다.
성당 수호자들은 점차 거리를 좁혀가며, 할버드 창들로 침입자들을 무자비하게 도살하고 있었다.
무기에 서린 동력 장막들은 갑주까지 가볍게 찢어발겼다.
그렇게 7개 달들의 대성당 전투는 막을 내렸다.
그러는 와중에, 은빛과 금빛으로 반짝이는 오버로드 헤퀴로스와 그의 리치가드 수행원이 대성당의 보루 위에 올라왔다.
거대한 어둠은 마치 가장 가까히 다가온 달처럼 그들에게 다가왔고,
그 존재가 자신에게 접근하는 것을 발견한 헤퀴로스의 몸 주변으로 은빛 네크로더미스가 형성되며 일종의 방어막을 형성했다.
압축된 잔해들로 이루어진 놈의 팔이 리치가드들을 전부 벽 쪽에 날려버렸다.
그 힘이 너무나도 강하여, 뒤의 벽 자체가 무너지며 리치가드들은 부너져버린 수 톤짜리 보루 벽들과 함께 아래로 떨어졌다.
그 어둠은 헤퀴로스를 향해 더 가까히 접근했고, 그러자 헤퀴로스의 신체를 감싸고 있던 네크로더미스는 마치 일탈하듯 뜯겨져 나가
휘몰아치는 암흑의 소용돌이 속으로 마치 전류처럼 빨려들어가 사라졌다.
그 네크로더미스를 사용하여, 놈은 무형의 어둠에서 이제는 네크론들이 처음에 탄원하고, 섬겼으며, 파괴한 그 별-신의 형상으로 스스로를 인간형으로 형상화하기 시작했다.
이전에 비하면 미량에 불과했을텐데도, 완성된 놈의 형상은 가히 공포스러웠는데
그나마 간신히 표현하자면 그것은 아주 오래전에 잊혀진 인간 종교 속 파괴와 재난의 신과 같은 모습으로,
머리 위에는 마치 왕관과 같이 3개의 불타는 눈들이 타오르고 있었으며
표면은 액화 금속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할히는 '행성 창조자 이그라'니아', 보르시스 심장부에 감금된채로 화성을 향해 보르시스를 안내하던 크'탄 앞에서
헤퀴로스가 네크론 언어로 뭐라 말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어떤 소리적 발성을 통해서가 아니라,
어떤 순수한 정보의 교류 같은 것이였기 때문이였다.
허나 할히는 최소한 그가 간청, 어쩌면 거래를 하는 것임을 추측할 수 있었다.
헤퀴로스는 보르시스의 지배권, 심지어는 그의 통제 하에 놓인 모든 네크론들까지도 넘기려고 하며
그가 줄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대가로 그의 존재를 요구하고 있었다.
허나 할히는 무슨 대답이 곧 찾아올지 이미 알고 있었다.
'너는 우릴 배반했다,' 그리고 이그라'니아는 이렇게 말할 것이였다.
'너는 우릴 가두었다. 너는 화성에 가겠다는 네놈의 미친 계획에 따라 우릴 가두었다.'
그러자 헤퀴로스는 이번에는 투라킨을 잡아넣은 테저렉트를 들어올려 그에게 보여주며 무언가를 말했다.
그것은 누가 봐도, 그를 잡은 것이 모두 이 투라킨의 소행이였음을 크'탄에게 설득하려는 것으로 보였다.
(헤퀴로스는 사실 군 쿠테타를 일으켜 보르시스의 왕이 된 것으로, 이전에는 투라킨이라는 오버로드가 비교적 조용하게 행성을 다스리고 있었음.)
그러자 이그라'니아는 테저렉트를 낚아채어 자신의 손으로 그것을 분해해버렸는데,
자주빛과 흑색이 섞인 화염이 솟구치며 그에게 흡수되었다. 그것이 투라킨의 마지막 흔적이였다.
그러나 그걸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너, 투라킨, 그리고 지금껏 지나온 모든 이들아, 모두 똑같을 뿐이다.' 할히는, 이 다음에 이어진 별의 신의 전언은 그 의미까지도 확실하게 들을 수 있었다.
'모든 네크론 종족은 우리의 적이다. 이제 나는 해방되었으니, 너 또한 사라지리라.'
아스트랄 나이트의 전사들 중 그 누구도 이기지 못했던, 그 강력했던 오버로드가 보루 한 가운데서 그대로 개미마냥 무력하게 들어올려져,
이그라'니아의 의지에 따라 사지 마디 단위로 산채로 분해되는 장면은 할히에게 약간의 즐거움을 주었다.
분해된 마디는 허공에서 그대로 겹겹히 분해되었고,
그렇게 거대했던 오버로드는, (만약 네크론이 고통을 느낄 수 있다면) 고통 속에 몸부림치는 가냘픈 강철 해골로 퇴행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그것조차도 완전히 분해되어, 마지막에 남은 것이라곤 이그라'니아의 손바닥 위에 남은 작게 빛나는 그의 의식 장치 뿐이였는데
크'탄이 주먹을 쥐자 헤퀴로스 또한 마침내 완전히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이그라'니아는 마치 신성 선언이라도 하듯 두 팔을 들어올렷다.
그러자, 그 어떤 구조물들보다도 더 거대함에도 불구하고, 7개 달들의 대성당을 구성하는 물질 자체가 전부 그대로 분해되며 금속 입자 단위로 그의 팔 위로 응축되기 시작하였는데,
그렇게 끝없이 소용돌이치는 금속 입자들의 격류는 하늘에 떠 있는 별-신의 머리 위에서 마치 거대한 고리들처럼 휘몰아치다가
이내 궤도까지 뚫을 정도로 거대한 검들이 되어 신의 손을 따라 보르시스의 지면에 깊숙히 박혔다.
그것은 단숨에 행성 지면까지 관통하여 은하계의 아주 초기부터 지어졌을 핵까지 그대로 관통해버렸다.
이그라'니아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그 검들을 벌려내어 깊게 파여진 협곡을 더 크게 벌려냈다. 그리고는 그 안으로 다이빙했다.
할히는 놈이 행성 자체를 찢어버리며, 마치 살을 태우는 용접기마냥 닿는 모든 것들을 분해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놈은 순식간에 보르시스를 가동시키는 광대한 동력망들을 찢어버리고,
전사 구조물들이 조립되고 수리되는 공장들과 오래 전 잊혀진 왕조들과 전쟁 기계들 및 우주선이 가득한 볼트들의 금속 도시까지 전부 찢어버렸다.
놈은 행성 핵을 수번 들어갔다 나오며, 보르시스 자체를 자신의 분노 속에 완전히 녹여버리고 있었다.
잿빛 구름만이 가득했던 하늘은 장막이 사라지며 이제 빛과 어둠만이 누덕누덕하게 비추고 있었고,
할히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생성기들과 보르시스 핵의 반응로들이 파괴되며,
행성 주변을 감싸던 방어막들 또한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보르시스는 전에는 바브 해방 함대의 어뢰들 및 랜스 포열들의 공격에 불침이였을지 몰라도,
이제 그 표면이 활짝 열린 것이다.
할히는 지금껏 참고 있던 숨을 안도 속에 내쉬었다.
운 좋게도, 번개 레일은 템페스투스호의 잔해에 도달할 때까지 정상적으로 작동해주었다.
함선이 만들어낸 도심 주변의 폐허는 여전히 불타고 있었고,
축격과 함께 내던져진 아스트랄 나이트 형제들의 주검들 또한 파편들과 섞여 주변에 이리저리 흩어져 있었다.
할히는 조심스레 길을 선정하며 함선의 고물 지점으로 몸을 옮겼다.
할히는 발 아래서 지면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느꼈다.
그는 이그라'니아가 보르시스에 대한 복수를 끝냈음을 알았고, 부디 시간이 더 남아 있기만을 기원했다.
템페스투스의 고물 부위는 크게 훼손되어 있었으나,
할히가 함교로 올라가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서비스 갑판들만큼은 아직 남아 있었다.
슬슬 부상들이 그의 발목을 붙잡고 있었다. 마치, 아스트랄 나이트들의 임무가 성사됨에 따라 그의 신체가 마침내 파손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 같이.
그가 함선의 선원 및 아스트랄 나이트들이 아직 사용하지 않은, 탈출용 포드 저장고 쪽으로 향할 무렵엔,
이제 할히는 간신히 걸을 수 있을 정도였다.
각 탈출 포드는 대략 10여명을 담을 수 있었으며, 우주상에서 대략 1달여간을 버틸 수 있도록 장비가 마련되어 있었다.
할히는 그정도로 오래 버틸 필요가 없었다.
사실 살아남을 필요도 없었다.
다만 가장 중요한 것은 탈출 포드의 방어 장갑 수준으로,
그것은 내부 탑승객들을 플라즈마 반응로의 내파에서 발생하는 급작스러운 방사선 유출에도 최대한 버틸 수 있게끔 되어 있었다.
할히는 근육이 찢겨나가는 통증 속에 문을 열었다.
선체에 뚫린 구멍을 통해 하늘을 올려다보자, 구름들은 거의 다 사라지고 없었고
이제 그 자리에는 바르벤카스트 행성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놓인 별자리들이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이그라'니아가 거기 있었다.
놈의 불타는 3개의 눈들은 할히를 정확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순간에, 별-신이 할히를 확실하게 주시하고 있음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할히는 이제 보르시스에 남은 마지막 아스트랄 나이트였고,
그렇기에 이그라'니아는 그것을 존중하기로 했는지도 모르는 일이였다. 물론 할히는 그것을 믿고 싶지 않겠지만 말이다.
할히는 별-신의 불타는 눈 3개들을 주시했다.
아마 보통 인간이라면 보는 즉시 광기 속에 미쳐서 죽어버렸을 정도로 형언불가한 그런 존재였으나,
할히는 두려움이 없었다.
할히가 별-신에게 소리쳤다. '우리는 네놈을 찾아낼 것이다!'
아마 들었을테지만, 따로 대답은 없었다.
놈은 단지 우주 어딘가로 날아갈 뿐이였고,
그의 인간 형상이 만들어내는 은빛 빛줄기 잔상만이 남았다 이내 사라질 뿐이였다.
할히는 탈출 포드 안으로 기어들어간 후 마지막으로 육중한 문을 닫았다.
그는 중력-소파에 몸을 맡기고 기다렸다.
오래 걸리지 않았다. 탈출 포드는 따로 밖을 볼 수 있는 현창이 없었으나,
그것이 템페스투스를 떠나 상부 갑판을 지나 잔해들을 뿌리면서 통과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곧 바브 해방 함대가 진입하며 자신들이 해야 될 임무를 시작했다.
그는 수많은 어뢰들이 보르시스에 폭우처럼 쏟아지고,
랜스 포열들이 지면을 강타하며 만들어내는 폭음을 들을 수 있었다.
익스터미나투스, 보르시스가 가하는 위협에 대한 인퀴지터의 논리적 판단에 따라 결정되었을 행성 파괴에 관련된 궁극의 제재가 지금 쏟아지고 있었다.
보르시스의 경우 레이져 포열들이 만들어낸 균열들을 향해 싸이클론 어뢰들이 쏟아지는 형식으로 익스터미나투스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침투한 어뢰들은 연쇄 작용을 통해 대규모적인 소멸 점화 작용들을 일으켜 행성 지면을 내외부로 완전히 찢어버렸고
곧 대륙 크기만한 덩어리들이 아예 완전히 떨어져 나가버리며 행성은 원래의 방향과는 정 반대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할히는 홀로멧을 통해 그 광경을 볼 수 있었는데,
홀로멧을 통해 이루어지는 상황의 재구현만으로도 숨히 멎을 정도로 엄청난 규모였다.
그는 아주 예전에 홀로멧을 통해 이러한 광경을 본 적이 있었다.
예전에, 그는 인퀴지션에 의해 심각하게 오염되었다 판명된 한 행성의 고궤도에서 이 장비를 사용했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당시에, 아스트랄 나이트의 공습군들로도 그 오염은 결국 막을 수 없었다.
할히는 그 기억까지도 다른 모든 챕터의 기록들과 마찬가지로 안전하게 내면 속에 보관해두었다.
이제 그의 정신은 그러한 단편들로 가득히 차 있었다. 그와, 그의 다른 형제들에 대한 기록들과 기억들로 가득하게.
할히는 살아남을 필요가 없었다. 오직 그의 머리만이 무사히 남아 있으면 될 일이였다.
뇌가 회수될 수만 있다면, 나머지는 별 상관 없었다.
그렇기에, 폭발한 방사능의 파동들이 탈출 포드를 강타하고
템페스투스가 행성 지면에서 완전히 떨어져 나가 우주로 흩어지는 그 순간에조차도
그는 마음의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머리만큼은 파워 아머 헬멧에 안전하게 보호되리라.
허나 그의 신체는 메트조이의 엘리트 전사들과의 전투에서 입은 상처들을 파고든 방사능에 의해 급속도로 붕괴되고 있었다.
그의 장기들이 전부 물집이 잡혀 터지고, 이내 마비되기 시작했다.
그의 피조차 이제는 독이 되어 끓어오르고 있었다.
설령 스페이스 마린의 체격으로도 오래 살아남지 못할 터였다.
마침내 그의 2번째 심장까지 멎어버렸을 때,
할히는 그때서야 편히 두 눈을 감았다.
그리고 두 눈을 감는 그 순간에도, 그는 그 모든 추억을 머리 속에 기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