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Warhammer 40,000 - the World Engine.
챕터 마스터 암라드 : 현재
....
'이교도들의 사원'은 조용했다. 유일한 소리란 암라드의 헬멧 기어 속에서 울리는 것으로,
그것은 보르시스(네크론이 월드 엔진을 지칭하는 단어) 중간 지점에서 벌어지는 전투의 소음이 음성망을 통해 들려오고 있는 것이였다.
암라드는 그 소음을 차단했다. 그는 어떤 전투가 일어나고 있는지 상관치 않기로 결정했다.
네크론들이 7개 달들의 성당이라 불리는 그 지점에서 얼마나 많은 챕터 전투 형제들이 싸우고 죽어가는가에 대해선 알 수 없었으나,
그것이 이 전투의 결과를 좌우할 것은 아니였으므로.
그 모든 전투의 의미를 결정할 것은 지금 이 순간이였다.
'아무것도 없습니다,' 정탐 중이던 스카웃 서전트 파라지가 말했다.
암라드는 사원을 떠받드는 기둥들 사이를 걷는 파라지와 라이브러리안 발콰쉬를 볼 수 있었는데,
그들은 앞장서서 이 동굴과 같은 지형을 걸어가고 있었다.
'아마 비었을 것이네, 챕터 마스터,' 암라드 곁의 채플린 마사약이 말했다.
'그렇다고 아무런 방비가 되어있지 않을 리는 없지만.'
'그리고 우리쪽이 수가 더 적을지도 모르지,' 암라드가 답했다.
'하지만 각오가 된 것은 우리쪽이다.'
사원에 가득했던 황동 네크론들의 군단은 사라지고 없었다.
처음 확인했을 당시에는 최소 수백여 외계인들이 가득하였으며ㅡ네크론 귀족 개체들에 의해 감시받고 있었으나,
다른 전투 형제들의 시선 유도 덕분에 지금은 비어 있었다.
이제 이곳에 남은 것은 텅 빈 공간과, 암흑 속에 잠겨 높이조차 가늠 불가한 천장 뿐이였다.
파라지와 발콰쉬는 저 멀리서 깨알같이 작게 보였고,
그 뒤를 암라드와 남은 1개 분대만이 후속하여 사원에 침투하고 있었다.
건쉽 막센티우스를 조종하는 코델러스 형제는 대사원 입구 부근에서 멈추었고,
덕분에 암라드와 그가 직접 택한 소수 정예의 장교들이 이 이교도들의 사원 입구로 강하하여 안으로 내려갈 수 있었다.
암라드는 파라지를 불렀다. 그는 자신이 택한 스카웃 서젼트로, 외계인들의 네크로폴리스 도시에서 보르시스의 최종 목적지를 확인해내는데 성공한 바 있었다.
옆의 치프 라이브러리안 할히와 채플린 마사약 형제는 암라드의 가장 뛰어난 조언가들이였다.
라이브러리안 코디시어 발콰쉬와 테크마린 사라코스는 특수작업 전문가들로 저 사원 안에 도사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무언가를 상대하는데 있어 큰 도움이 될 터였다.
분명히 수는 적었다.
허나 네크론 오버로드 헤퀴로스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그렇기에 암라드는 가장 최선을 다하여, 이들을 선별했다.
사원의 길은 보르시스의 지면에서 훨씬 더 깊게 연결되어 있었다.
그들은 계속 내려갔다. 고대 외계인들이 만든 수은 강줄기가 흐르는 소리가 어느새 사라졌고,
이제 들리는 것이라곤 아스트랄 나이트들이 강철 계단을 내려가며 만드는 발소리들 뿐이였다.
어느덧 그들은 광대한 사원 네이브(nave, 교회 입구에서 안쪽까지 통하는 중앙 홀 부분) 즈음에 다다랐는데,
그 앞에는 열을 맞추어 네크론들의 공동 묘비들이 줄을 잇고 있었다.
이 공동들은 복도 양 옆의 납골 사당들 가장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그 가운데의 납골 사당들은 보르시스의 네크론 지배자들이 섬기는 왕조를 의미하고 있었다.
또한 복도의 거대한 벽들은 상형 프리즈 형식으로 보르시스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었는데,
그 벽들을 빼곡히 메운 상형 문자들은 전부 그들이 정복한 모든 은하계 외계종족들과, 네크론 귀족들의 환대를 받으며 새롭게 등극한 이전 오버로드들의 대관식들로 귀결되고 있었다.
'이 장소가 지어진 이유가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채플린 마사약이 이어서 말했다.
'이 외계인들은 이 장소를 자신들 스스로를 신격화하기 위해 만든 것 같네.'
'놈들은 자신들의 신을 살해하였네,' 할히가 답했다.
'그러니 그 빈 자리를 자신들로 채워넣는다 해도 이상할게 없겠지.'
'이제는 따로 명백하게 뚫린 길이 없습니다,' 첨봉의 파라지가 말했다, '우리가 왔던 길을 제외하면.'
첨봉에서 네이브 통로를 계속해서 정찰하던 파라지는 마침내 어떤 제단 비스무리한 구조물 앞에 멈추었다.
그것은 어떤 거대한, 수직으로 우뚝 선 네크론 금속 비석이라 할 수 있는 물건이였는데,
고대 외계인들의 상형문자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처음은 아니였지만, 암라드는 만약 자신들이 이들의 고대어를 읽을 수만 있었더라면,
과연 어떤 비밀들을 알 수 있게 되었을까 하고 잠깐 궁금함을 가졌다.
'아마 지금보다는 더 많은 병력들이 여길 지키고 있었을 겁니다,' 발콰쉬 형제가 말했다.
'챕터 마스터,' 파라지가 물었다. '놈들이 여기서 지키고 있었던게 뭡니까? 여기까지 도착했는데도, 전 아직까지 우리가 뭘 위해 왔는지조차 모르겠습니다.
곧이든, 아니면 좀 나중이던 상관없이, 오버로드 헤퀴로스 놈은 어째서 당신께서 챕터 전 병력을 자신을 방해하기 위해 보냈는지 눈치채게 될 겁니다.
그러니, 이제는 저도 좀 알아야겠습니다.'
암라드는 잠깐 생각에 잠겼다가, 스카웃 서젼트의 말이 맞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아스트랄 나이트 형제들을 불러 어째서 여기 왔는지에 대해서 설명해주었다.
그들이 암라드를 통해 정보를 듣는 동안, 이미 그것을 알고 있었던 치프 라이브러리안 할히는 제단과 비석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였다. 암라드는 라이브러리안이 그의 정신을 내면에 집중하여,
그의 의식 설계를 역행하여 싸이킥 차원으로 들어갔음을 깨달았다.
그 상태에서 할히는 자신이 내면의 눈으로 본 것을 중얼거리며 암라드에게 설명해주려 노력하고 있었으나,
암라드는 실용적인 정신의 소유자로 할히의 운명의 가닥들과 미래들 같은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
허나 그런 이유에서 암라드는 할히를 귀한 조언가로 여기고 있었다.
그는 암라드와 같이, 군인적 일이 먼저이고 나머지는 후자인 자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을 이해할 수 있었으니까.
'이 아래네,' 할히가 말했다.
'너무나도 오래된, 고대의 기계. 보르시스 전부보다 훨씬 더 고대의 무언가.
인류는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던 시대의 것이 이 아래 묻혀 있다네.'
'이 아래요?' 테크마린 사라코스가 되물었다. '어딥니까?'
할히가 손을 네이브 공동 중심으로 뻗으며, 사원의 신도석들 사이 공간을 가리켰다.
사라코스는 그 자리로 향하여, 그의 서보 하네스의 팔에 달린 도구 세팅들을 돌려서 공업용 커터 모드로 설정했다.
곧 밀봉 처리된 플라즈마 커터칼이 기계 팔의 끝자락에서부터 방출되며 사라코스는 바닥의 강철 판들을 절단하기 시작했다.
다른 아스트랄 나이트들은 방어 태세를 갖추며, 거의 본능적인 태도로 이 공동 안으로 접근할지도 모르는 것들을 경계했다.
마치 당장에라도 무언가 그림자 속에서 튀어나오기라도 할 것만 같은 살기어린 기세였다.
실제로도 아마 그럴 것이다. 아마 이들은 계속 감시받고 있었을 것이다.
오버로드의 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장소 따위는 이 행성 어디에도 없었다.
다만, 중요한 것은 대부분의 다른 형제들이 얼마만큼 시간을 벌어주느냐였다.
만약 여기에서 일찍 일을 끝내버린다면, 작전이 제대로 먹힐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시간을 지체하고, 네크론들이 예상보다 더 빨리 여기 당도한다면,
할히의 탐색이 맞고 틀리고를 가릴 기회조차 없이 이들은 죽은 목숨이 될 것이다.
'여기 있는게 맞는건가, 할히?' 사라코스가 바닥을 절단하는 동안 암라드가 곁눈질로 물었다.
'아마도,' 할히가 말했다. '운명의 흐름이 바로 여기 집중되어 있네.
하지만 그 이상은 볼 수 없었네.'
'그렇다면 우리들의 운명은 여기서 끝나는 건가?'
할히는 이번에는 대답 대신 미소를 지었다.
암라드조차 별로 많이 보지 못한 그런 반응이였다.
'무언가는 끝날 것이네,' 그가 답했다.
'그것이 우리들의 삶인지 아니면 의무의 완수인지는, 확답할 수가 없네.
챕터 마스터, 미안하이, 나의 능력이 정확한 측정의 과학이였다면 좋았을 것을..'
'보조가 좀 필요합니다,' 테크마린 사라코스가 요청했다.
그러자 마사약, 발콰쉬와 파라지가 그에게 다가와 절단된 바닥 강철판의 코너들을 각각 잡은 다음 천천히 들어올렸다.
그리고 4명의 아스트랄 나이트들은 그것을 옆에 집어던졌다.
바닥이 절단되어 사라지자, 아래에 보이는 것이라곤 영원의 어둠 뿐이였다.
그런데 자세히 보자, 그 안에는 수천개의 극세사 빛들이 가득했다.
그리고 그들은 알 수 있었다. 웅웅거리는 진동과 함께, 무언가 말도 안될 정도로 거대한 기계가 아래 도사리고 있음을.
말할 필요도 없이, 스카웃 서젼트 파라지가 첫번째로 하강을 시도했다.
그는 그대로 구멍 안으로 몸을 날렸고,
1분정도 지난 후에 그가 바닥에 착지하는 소리가 들렸다.
'주변 신호는 없습니다,' 그가 이어서 말했다. '다들 따라오시죠.'
사라코스, 마사약과 할히가 그 뒤를 따랐다.
이 소수의 아스트랄 나이트들을 막기 위해서는 얼마나 필요할까?
그리 많은 네크론들이 소모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암라드는 생각했다.
특히 오버로드 헤퀴로스와 같은 네크론 개체라면,
리치가드 혹은 프레토리안급 네크론 외계인들을 보낼 것이고,
어쩌면 이 황동 사원의 원 수호자들이 따로 있어 그들을 보낼지도 모르는 일이였다.
아니면 플레이드 원들 무리 하나. 거미 기계 괴물들 한 쌍.
무엇이 올 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확실한 것은 올 것이라는 사실이였다.
그리고 확실한 최후가 찾아오겠지.
아마 어둠 속에서 다가오리라. 아스트랄 나이트들의 눈을 피해 숨어서, 가장 최적화 계산된 순간에 덮치리라.
바로 여기가 적의 땅이니까. 곧, 금속이 금속과 부딛히는 그런 소리가 들리며,
아스트랄 나이트들의 발걸음 소리들은 완전히 묻혀 사라지리라.
'챕터 마스터?' 구멍 옆에서 기다리던 코디시어 발콰시가 챕터 마스터를 부르는 소리에, 암라드는 정신을 차리고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여기 혼자 남고 싶으신 생각은 없으실꺼라 믿습니다.'
암라드는 방 중앙으로 몸을 돌리며 코디시어 옆에 섰다.
'단 한번도 놈들의 감시에서 벗어난 적은 없었네,' 암라드가 말했다.
'계속 주의하게, 코디시어 형제. 놈들이 우리 후방을 급습하지 못하도록.'
'여부가 있겠습니까, 챕터 마스터,' 발콰쉬가 말했다.
이전까지, 암라드는 아스트랄 나이트 챕터의 모든 전투 형제들을 파악하고 있었지만,
그들의 성격이라던가, 까지는 알고 있지 못했다.
특히, 발콰쉬와는 이전까지 거의 대화해본 적도 없었다.
다만 암라드는 라이브러리움의 정기 보고들을 통해 발콰쉬가 다소 호전적인 성격으로 싸이킥 능력을 타고났으나,
실전 입증이 된 것은 아니라는 사실 정도만 알고 있었다.
그런 그를 할히가 라이브러리움에 입도하기를 원했고, 암라드는 이를 수락했다.
곧 암라드는 발콰쉬를 따라 구멍에 몸을 던졌다. 곧 묵직한 충격이 두 무릎으로 전해졌다. 아래의 바닥이 전율했다.
아래 세계는, 그의 강화된 비젼 기기로도 보기 힘들 정도로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하지만 곧 일련의 연결된 생성기 구조물들이 열을 그리며 나열되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으며,
어둠 속에서 그 생성기들의 수많은 터빈들이 웅웅거리고 윙윙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공기는 짙은 화학물들과 먼지로 가득해서, 아스트랄 나이트들이 착용한 아머의 필터들과 강화된 폐들이 아니였다면 호흡이 불가능했을 것이였다.
아지랑이 가득한 공기의 무게는 너무나도 무거워서, 모든 것이 멀리 보이고 또한 형체가 반쯤 흐리게 보이고 있었다.
'생성기들은 엄청난 동력을 빨아들이고 있습니다,' 테크마린 사라코스가 음성 통신을 보냈다.
'놈을 가둔 구조물이 제대로 작동되기 위해선 엄청난 에너지가 요구되는 것 같습니다.'
현재 아스트랄 나이트들은 기계들 위에 설계된 복잡한 그물 네트워크망 형태의 아치길들 위에 서 있었다.
그리고 이 복잡한 길들 중앙, 즉 이 이교도들의 사원 정 중심부에는,
이 사원 자체의 존재 이유인 '궁극의 신성 모독'이 위치하고 있었다.
겉에서 보기에, 그것은 일종의 은하계 전도 같은 형태였다.
허나 어떤 물질적인 기반 위에 도각된 것이 아니라, 그나마 간신히 비유하자면 홀로그램과 유사한 기술로써,
무수히 많은 소립자 빛들을 사용하여 은하계 자체를 구현해낸 것으로,
아무것도 없는 빈 허공에 구현되어 소용돌이치는 은하계와 그 나선들을 완벽히 표현하고 있었다.
그것은 암라드가 제국의 별 지도들을 통해 보았던 은하계와 흡사하였으나, 완전히 같지는 않았다.
'아이 오브 테러가 없군요,' 스카웃 서젼트 파라지가 말했고, 그의 말이 맞았다.
은하계 소용돌이의 나선팔들 중 한 부분을 완전히 변질시킨 그 공포스러운 왜곡 현상,
아마 은하계 내에서 가장 거대하고 끔찍한 워프 스톰일 터인 아이 오브 테러가 이 기이한 지도에는 없었다.
'마엘스트롬도 없군,' 할히가 말했다.
'그렇다면 이 지도는 제국보다 오래되었을 것이네. 투쟁의 시기보다 더 이전의 것이겠지.
만약 거짓말쟁이 엘다 종족의 기록들이 맞다면, 이건 엘다의 몰락보다 더 이전의 것일 터이네.'
암라드가 그 입체 은하계를 이루는 별들의 구름들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은하계 지도를 구성하는 그 소립자 빛들은 그에게 일부 가려지고 굴절되었는데,
비유하자면 배 한 척이 물살을 헤치고 앞으로 나아갈 때의 주변 물들의 움직임과 같이 그의 주변에서 출렁였다.
은하계의 중심 부분에는 눈부신 빛이 위치하고 있었다. 그는 좀 더 다가갔다.
그 빛은 사실 어떤 크리스탈라인 구조물이 발산하는 것으로, 구조물의 표면은 수천 다방면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밝기는 태양과 같았다.
그런데 그 안에서, 암라드는 속에서 꿈틀거리는 암흑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은 주변에 가득한 빛 속에 압축되어 있었는데, 그렇다고 가만히 동결되어있지는 않았다.
더 자세히 보자, 그것이 무언가 어떤 유형의 존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눈들과 입들을 가지고 있었으며, 끊임없이 고통 속에서 꾸물거리고 있었다.
'바로 이것이 놈이 가둬진 감옥이로군,' 암라드가 통신을 보냈다. '사라코스?'
'이 억제망 생성기들이 없다면, 저것을 가둔 억제망도 결국 무너질 겁니다,' 테크마린이 답했다.
'그렇다면 이제 형제들에게 멜타 폭탄들을 배포하게,' 암라드가 말했다.
'발콰쉬, 후방을 부탁하네. 나머지는, 최대한 빠르게 폭발물들을 설치한다.'
테크마린 사라코스는 경우를 대비하여 멜타 폭탄 꾸러미들을 가지고 있었다.
이것은 마린 주먹만한 크기의 금속 구체들로, 반으로 갈라지도록 되어있는 형태였는데
폭발물이 완전히 반으로 분리되면, 폭발물의 코어핵이 연소되며 극도의 열을 만들어내어
반경 내 모든 것들을 증발시키고 심지어는 수 겹의 강철들까지도 녹여버릴 수 있었다.
우주선의 선체부터, 전차의 엔진까지 파괴 가능했으니,
외계인 생성기의 외피도 충분히 가능하리라.
사라코스가 먼저 다리를 천천히 기어내려가 다리 아래의 생성기들 위에 떨어졌다.
생성기는 묘사하자면 수직으로 뻗은 거대 기둥들이라 할 수 있겠는데,
벌집 형태의 상부 외피 사이 사이 뚫린 커다란 간격 사이로 내부에서 세차게 돌아가고 있는 칼날 팬들을 볼 수 있었다.
이 인공 행성 내에 자연적인 행성이 가진 온갖 것들이 있었던 것으로 미루어볼 때,
아마 이 생성기들은 보르시스의 내핵이 만들어내는 지열 에너지를 사용하는 듯이 보였다.
아니라면, 인류가 모르는 어떤 미지의 외계인 동력원을 사용하는건지도 몰랐다.
중요한 것은 아니였다. 중요한 것은, 이것들이 파괴될 수 있다는 것이였다.
사라코스, 마사약과 파라지가 마침내 작업을 시작했다.
그들은 고리로 엮인 멜타 폭탄 번들들을 각자 나눠가진 후에 그것들을 생성기들에 부착했으며,
뒤이어 할히가 그들 뒤를 따르며, 마찬가지로 다소 위험천만한 생성기 상부 외피 위로 착지하여 발전기들 위를 건너다녔다.
각 생성기들 사이의 공간은 아예 바닥조차 보이지 않는 끝없는 어둠의 공간으로,
만약 발을 삐끗한다면 얼마나 떨어지게 될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할히는 당당하게 그 사이를 건너다니고 있었는데, 암라드는 그가 싸이킥 권능 중 일부를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운명의 실들을 읽음으로써, 그 주변의 위험 요소들을 철저하게 최소화시키는 중일 터였다.
암라드는 이전 수십여 전투들에서 그와 함께하며 이런 모습들을 이미 여러번 봐왔지만,
항상 볼 때마다 생소했다.
그때 코디시어 발콰쉬가 음성 통신을 보냈다. '맛이 느껴지십니까, 치프 라이브러리안?'
할히가 잠시 멜다 폭탄들을 부착하는 작업을 멈추었다. '그렇군,' 그가 답했다.
'금속 맛입니다,' 발콰쉬가 말했다. '공기 중으로 그 맛이 느껴집니다.'
....
챕터 마스터의 직위에 오르며, 암라드는 옵시디아의 금지된 무기고에 들어갈 수 있는 권한을 얻게 되었다.
그 안에는 챕터의 이전 영웅들이 사용하던 고대 유물들이 가득하였는데,
전통에 따라 챕터 마스터는 그 중 하나를 몸에 지니고 나가 전투에서 사용할 수 있었다.
그의 두 눈으로 '천공의 관통자'라던가, 파워 블레이드 '데몬카버'와 같은 전설의 유물들을 직접 볼 수 있었던 것은 그 순간이 처음이였다.
그 유물들 중에서, 그는 먼저 경멸의 헬멧을 자신의 두 손으로 들었고,
그 장비의 흑요석 표면에서부터 느껴지는 차가움을 직접 체험하였다.
허나 그는 유물들 중 단 하나도 그의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금지된 무기고의 가장 안쪽 코너에는 이른바 '키헤르도스의 늑대들'이라 알려진 두 쌍의 도끼들이 걸려 있었는데,
프린스 엘나 보하리 반 코스가 약탈자 괴수들을 사냥하는데 사용하여 이름이 그리 붙여진 그 무기들은
전설대로 그 허벅지 뼈들로 도끼들의 자루가 만들어져 있었다.
그 자리에서, 암라드는 더 예전에 악절트 항구에서 검투사 대결들을 치룰 적,
세이버 검 한 자루와 소드브레이커 무기를 사용하였던 기억을 떠올렸다.
생각해보니, 양 손에 하나씩 무기를 쥐는 것만큼 익숙한 것이 또 없었다.
그렇게 암라드는 키헤르도스의 늑대들을 자신의 무기로 택하였다.
그리고 지금, 암라드는 키헤르도스의 늑대들을 다시 손에 쥐고 날을 들어올렸다.
그의 주변에서 투영되고 있는, 소립자로 형상화된 은하계의 별들이 마치 갑작스레 흥분이라도 한 마냥 마구 물결치고 있었다.
허나 눈부신 빛들이 그의 주변에 가득한고로, 설령 무엇인가가 머리 위 혹은 아래의 그림자들에서 그를 덮치려는 중이라고 하더라도 즉각 알아차리기에는 힘들었다.
그렇기에, 그는 만약을 대비하여 투사된 은하계에서 벗어나려 하였다.
자리를 벗어나며, 그는 크리스탈 감옥 안에 갇힌 무엇인가의 수많은 눈들이 그를 끝까지 지켜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순간, 암라드는 은백색의 잔상 하나가 위에서 내려오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마치 밤하늘 위로 떨어지는 별똥별의 잔상과도 같았다.
다행히도, 발콰쉬의 반응은 빨랐다. 그는 양 손을 뻗어 그의 양 손바닥에서부터 진홍색 에너지 광선을 방출하였고,
그가 방출해낸 에너지 광선은 허공을 가로질러 위쪽의 천장까지도 잘라내어버렸다.
하지만 충분히 빠른 것은 아니였다.
네크론 외계인은 발콰쉬의 광선보다도 더 빨리 움직였고,
순식간에 발콰쉬 바로 옆에 착지했다.
놈은 어떤 은 망토같은 것을 몸에 두르고 있었는데,
착지와 동시에 놈이 양 손에 쥔 쌍검이 검은 잔상과 함께 움직였다.
발콰쉬는 볼터를 손에 쥐고 있었다. 곧, 놈의 움직임에 대응하여 볼터탄들이 뿜어져 나왔고, 탄들이 격중하였지만,
그 순간에는 이미 발콰쉬의 흉갑이 완벽하게 반으로 쪼개어져서
목에서부터 복부까지 그대로 갈라져버린 후였다.
암라드는 키헤르도스의 늑대들을 붕붕 돌리며, 무시무시한 기세로 놈을 향해 달려들었고,
놈 또한 이미 진작에 작업을 마친 후로, 이제는 자신을 향해 질주하는 암라드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암라드는 놈을 실물로 본 적이 없었지만, 누군지는 알고 있었다.
일전에 상대한 네크론 노예들이 놈에 대해 말한 적이 있었다.
심판관 메트조이, 보르시스의 트라이아크 프레토리안들의 대장, 헤퀴로스의 처형자.
메트조이는 이제 암라드를 주시하고 있었다. 놈의 네크론 눈 두개 중 하나는 없어진 상태였고,
대신 광택이 나는 황동 삼각판이 붙여져 있었으며,
나머지 얼굴 부분은 매끈한 타원형에 가운데에는 코를 형성하는 2개의 수직형 구멍들이 나 있었다.
그리고 얼굴 하부에는 입을 나타내는 가로선상의 틈이 나 있었는데,
전체적으로 인간 해골과 유사했다.
그의 갑주는 황동과 백색으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전투에 의해 이런저런 균열과 흠이 파여 있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두 자루의 흑요석 쌍검들을 쥐고 있었는데,
그것은 나무나도 날카로워 반투명한 청색을 발하고 있었다.
메트조이의 쌍검은 암라드의 눈이 따라잡지도 못할 속도로 움직이며, 발콰쉬의 목까지 마저 잘라버렸다.
몸을 잃은 코디시어의 머리는 그대로 길 위에 떨어져버렸고,
몇 번 구르다가 결국 생성기들 사이의 암흑 속으로 사라졌다.
한 명의 전투 형제가 전사하였을지언정, 암라드는 여전히 냉정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암라드는 항상 감정을 배제하며, 전투가 끝날 때까지 그것을 무시하는 법에 대해서 오랬동안 배워왔으므로ㅡ
이번에도 예외없이 참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노의 감정은 결코 완전히 지워버릴 수 없는 것이였다.
분노는 지금 그의 이성 속에서 싸늘하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는 메트조이를 향해 그대로 돌진했다. 심판관 또한 이제는 그를 상대하기 위해 정면으로 몸을 돌렸다.
아래서부터 간간히 사격의 폭음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암라드는 생성기실 천장 부근이 마치 검은 액체처럼 액화되어 출렁이면서,
더 많은 네크론 고급 전사 개체들이 아래로 수직 하강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트라이아크 프레토리안들. 보르시스의 수호자들이자 헤퀴로스의 가장 무시무시한 엘리트 전사들.
생성기 구조물들 위로 뻗은 길 위에서, 암라드와 메트조이는 마침내 서로 격돌했다.
메트조이의 공격은 매우 빨랐으나, 암라드는 놈의 모든 베기와 내려찍기 공격의 움직임들을 읽어내며 막고 있었으니,
그 둘의 대결은 마치 사전에 서로 합이라도 짜놓은 것처럼 보일 정도로 완벽했다.
그 둘의 공격 방식은 서로 유사했다. 둘 다 쌍날 무기들을 동시에 휘두르고 있었다.
하지만 메트조이의 흑요석 검들은 초자연적으로 날카로워, 수 차례 정도 튕겨낼 때마다
늑대들의 칼날들이 버티질 못하고 표면 위로 금이 가고 있었다.
하지만 암라드는 역으로 더 거세게 놈을 밀어붙였고,
놈을 반걸음 정도 밀어낸 그 순간, 늑대의 동력 장막들이 큰 폭발과 불똥을 일으키자,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암라드는 놈에게 치명적인 일격을 날렸다.
조잔이라 이름붙여진 늑대 한 자루, 옵시디아의 사이클레드 숲을 배회하던 짐승에게서 이름을 따온 도끼가 메트조이의 견갑에 크게 박혔고,
암라드가 그것을 다시 떼어내자 메트조이의 견갑이 떨어져 나가며
아직도 발콰쉬의 피로 미끈거리는 바닥 위로 떨어졌다.
다른 늑대, 익잘트 항구의 징벌 '게스토로'에게서 이름을 딴 도끼는,
메트조이의 흑요석 쌍검들 중 하나를 세차게 쳐내며 그 기세를 몰아 크게 붕 회전하여 쥬디케이터의 흉갑 부위를 강하게 타격했고,
놈의 흉갑에서 부셔진 파편들이 사방에 비처럼 튀겼다.
'네놈은 아직까지 호적수를 제대로 만나본 적이 없는 모양이구나,' 서로가 물러나며,
서로간에 거리를 재면서 각자의 쌍검 무기들을 돌리는 와중에 암라드가 도발했다.
'하지만 나는 나만큼이나, 그리고 나보다 더 대단한 놈들과 수천번은 싸워왔다!
그리고 그놈들 중 단 한 명도 나를 쓰러트리지 못했다.
네놈은 싸우는 법에 대해서 배웠겠지, 외계인.
하지만 난 이기는 법을 아는 사람이다!'
'너희 놈들, 참으로 멀리도 왔구나,' 메트조이가 입을 열었다.
'나는 네놈들이 과거 동굴들에서 잠을 지새며, 조잡한 나무 몽둥이들로 싸웠던 때를 직접 보았다.
네놈들이 그 위치까지 올라와서, 우리들의 눈에 마침내 띄이게 된 것은 우리들에겐 고작 네놈 심장 박동 하나만큼의 찰나에 불과할 순간인 것이다.
인간아, 우린 너희들을 노예로 복속시킬 것이다.
네놈들은 위협거리가 채 되기도 전에 멸망하게 되리라.'
허나 실제로는, 이 둘이 나눈 말은 사실상 아무 의미 없는 말에 불과했다.
단지, 서로간에 생각을 감추기 위한 위장에 불과할 뿐이였다.
그 너머로, 암라드와 메트조이는 서로를 승리 혹은 패배로 이끌만한 모든 가능한 일격들,
그리고 그에 대응하는 자신의 회피와 반격들, 가능한 연쇄 공격과 쳐내기, 한방타를 머리속으로 그리고 있었다.
메트조이는 그 모든 것들을 연산하고 있었다.
그의 인공 정신은 확률의 개연성들 및 측정 가능성들까지 모두 검토하고 있었고,
반대로 암라드는 거진 수백년간의 전장 경험을 통해, 전투를 위해 태어난 자로써의 본능들에 충실히 따르고 있었다.
이번에 먼저 공격한 것은 메트조이였다. 그 속도가 워낙에 빨라, 암라드는 그대로 기습 공격에 당해버릴뻔 했다.
허나 암라드는 자신의 손목을 그대로 절단해버리려는 흑요석 검을 도끼로 세차게 쳐내버림과 동시에,
그의 두개골을 쪼개버리려는 나머지 검의 공격까지 도끼날로 비스듬히 비껴냈다.
이어서 암라드는 팔을 뒤로 거둔 다음, 곧바로 강하게 무기를 내질러 네크론의 목 부분에 도끼를 쑤셔박으려 하였으나,
메트조이는 한쪽 무릎을 꿇어 몸을 숙여 그것을 가볍게 피한 다음,
동시에 한 손으로 암라드의 다리 부분을 잡고 그대로 당겨버렸다.
그의 무지막지한 힘에 균형을 잃은 암라드는 그대로 뒤로 쓰러지며, 아치길의 난간 뒤로 넘어가버렸다.
무저갱 속으로 완전히 떨어져버리기 직전, 암라드는 난간을 팔꿈치로 잡아내는데 성공하였으나
그의 두 다리는 암흑 속에 데롱데롱 메달려 있었다.
이제 공동 안은 가우스 사격과 볼터 탄들의 폭음 소리가 마구 울려 퍼지고 있었고,
다른 아스트랄 나이트들과 메트조이의 프레토리안들은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하지만 암라드는 그의 전투 형제들을 돕기 전에 먼저 자신부터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메트조이가 그의 검을 들어올렸다. 다음 일격은 데롱데롱 메달린 암라드의 수급을 베어버릴 것이였다.
설령 옵시디아의 장인 모루들에서 빚어진 그의 갑주라 할지라도,
외계인의 흑요석 검이 지닌 초자연적 강도의 검날 앞에서는 무용할 것이리라.
허나 마지막 순간, 날아오는 공격을 향해 암라드는 힘껏 조잔을 내질렀다.
덕분에 그는 난간 아래로 떨어져야 했지만, 그것이야말로 암라드가 원했던 것이였다.
아주 찰나의 순간일지언정, 놈은 분명히 자신이 생성기들 사이의 무저갱으로 떨어져 보르시스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을 무엇인가까지 그대로 곤두박질쳐서 죽었을거라 생각하겠지.
허나 그는 생성기 중 하나의 상부 커버 부분에 떨어졌다.
단단한 바닥에 그대로 떨어진 덕에, 그의 머리는 잠시 울렸으며
잠시동안 눈 앞에 보이는 것이라곤 어둠 뿐이였다.
암라드는 이번 순간을 포함하여, 다수의 경우에서 자신이 이제 죽을 거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 경우들 중 일부는 예컨데, 대규모 적 군세가 전력을 다해 공격해오거나
혹은 자신보다 훨씬 강하고 단단한 외계 괴수와 조우할 때와 같이 단순히 패배 확률이 높았던 경우였지만
그 중 일부는 자신의 능력, 훈련 혹은 전쟁 도구들과는 별개로 생존이 그저 운의 작용이였을 때인 경우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템페스투스가 보르시스 표면에 추락했을 때처럼 말이다.
그 또한 그 순간에 그대로 죽어버렸을 수도 있었다. 마치, 충격 순간에 죽었던 여타 다른 전투 형제들과 마찬가지로.
때로는 아예 죽음을 받아들였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암라드에게 이 경우는 일생에 있어 딱 두 번 뿐일 것이였다.
심판관 메트조이와 만난 지금이 바로 여기에 속했다.
아마 이번에는, 이교도들의 사원을 살아서 벗어나가지 못할 터다.
그리고 이 경우의 가장 처음은, 바르벤카스트 전투 당시였다.
바브 해방 작전 이후로도, 그 당시의 기억은 암라드의 기억 속에서 항상 앞자리에 있어왔다.
벌써 수십년이 지났음에도 말이다. 그 기억들이야말로 가장 치열하고 아름다웠었다.
하이브 터티우스의 첨탑에 위치한 총독의 거주지에 가득했던 아름다운 예술 작품들 사이에서,
당시의 암라드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죽음을 예상하고 있었었다.
추가 설명 : 보르시스의 네크론 오버로드 헤퀴로스는 오래 전 월드메이커라는 이름의 크'탄을 섬기는 집단을 모두 억눌러 노예로 만들어버리고,
크탄은 보르시스의 가장 중심부에 가둬버리고 방어막 생성기용 베터리로 쓰고 있었음.
암라드 일행이 파괴하려는 것은 크탄을 가둔 감옥의 억제망을 유지하는 생성기들.
그리고 메트조이는 헤퀴로스의 오른팔격임.
프레토리안 설정은..
http://warhammer40000.tistory.com/452?category=699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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