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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Warhammer 40,000: Arks of Omen-Vashtorr

 

바쉬토르가 발톱달린 손을 한 번 휘젓자,

폭탄 위에 복잡하게 얽혀있던 와이어와 회로들이 변이되었다.

은색 선충들이 갑판-아래 공간들에서 들끓고 서로 엮이면서,

바쉬토르가 즉석에서 고안한, 새로운 시간 정지장 생성기를 만들어내었다.

그의 표준에서는 상당히 조잡한 물건이었으나,

아키페인은 이것만으로도 폭탄이 폭발하는 것을 정확히 55분하고도 55초간 막을 수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정도면 목표를 달성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폭탄 위의 갑판 장갑들은 바쉬토르의 의지에 따라 마치 수은처럼 녹아내렸다.

폭탄 장치는 이제 암흑 번개의 번쩍이는 요람 속에 묻혀 무력하게 떠올랐다.

 

'이 장치가 제 목표를 다하는 걸 보는 건 즐겁겠어.

파시어의 마지막 깨달음이 되겠지,' 바쉬토르가 탐욕스럽게 중얼거렸다.

그는 즐거워하고 있었다. 이 얼마나 쉬운 일인가.

현실 우주의 제약들에 묶여, 정체된 인과선들 속에서 무언가를 궁리한다는 것이.

그는 그저 자신의 성소에 도착했을 때,

그 순간을 관찰하기만 하면 될 뿐이었다.

마모되는 기어들과 같은 웃음소리와 함께,

바쉬토르는 그 폭탄을 워프 포탈로 보내고 그의 당장의 임무로 다시 주의를 돌렸다.

 

그의 악마 군대들은 비밀 정거장 곳곳을 뚫으며 피의 학살을 벌였다.

구조는 비좁았고, 8각 형태의 복도들은 파이프들과 케이블로 가득하고 천장도 낮았기에-

바쉬토르는 복도를 계속해서 구부정한 자세로 다니느라 짜증이 나고 있었다.

복도들은 연산기 덩어리들, 생명 유지 성소들,

과학 장비들과 기타 자석-볼트식 가구(보통 저 혹은 무중력에서 주로 쓰이는 설치물들)로 가득한 방들에서 뻗어나오는 설계였다.

 

이 방들 중 다수는 현재 적흑색으로 빛나고 있었는데,

그 조명들 표면으로 인간들의 피가 하도 흩뿌려진 덕분이었다.

시체들-혹은 뭐 시체의 남은 조각들,

이 급조된 바리케이드들의 잔해 사방에 나뒹굴고 있었고,

마구잡이식 무기 방출의 결과로 불길들이 피어나고 있었다.

증기가 파열된 파이프들에서 새어나오고,

그 사이로 반쯤 보이는 괴물들의 그림자들이 낮게 으르렁거리고 울부짖으며-

증기 안개 속을 걸어다니고 있었다.

 

이곳 저곳에서, 긴급 섬광 조명 아래 필멸자 병사들이 여전히 저항하며 사격 중이었다.

바쉬토르는 중장갑 필멸자들이, 매연-뿜어대는 보일러들과 달아오른 파이프들을 엄폐물삼아-

플레이그베어러들을 향해 화력을 쏟아내고 있는 한 방에 발을 들였다.

이러한 시간낭비를 참을 수 없었던 바쉬토르는 그의 망치를 휘둘러 잡병들을 덮쳤다.

그는 한 전사를 벽에 쳐박았고,

자신의 반대 손의 발톱으로 한 병사의 헬멧 쓴 머리통을 구겨버리며,

필멸자의 패닉에 찬 사격이 자신의 초현실적인 육신에 튕겨져 나오는 것에 미소지었다.

바쉬토르는 잠깐의 사념만으로, 필멸자의 무기들과 워기어에서 동력원을 빼내었고,

직후 그것을 자신의 희생자에게 치명적인 충격파로 되돌려주었다.

 

검게 타버린 시체를 옆으로 치워버린 후,

바쉬토르는 자신을 막아선 마지막 필멸자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정교하게 제조된 파워 아머와,

바쉬토르의 워프시야 속에서 악랄하게 진동하는 검 하나로 무장한 채-

그를 굳건히 맞서고 있었다.

 

'인퀴지터 할렉스Hallex가 이 소식을 들을 것이다, 흉물아!' 그녀가 소리쳤다.

 

'내가 그런 걸 신경 쓸 것 같나, 작은 살덩이야?'

 

바쉬토르가 방 내 모든 음성-방출기를 통해 잡음 섞인 음성으로 말했다.

 

'그렇게 될 거다, 그의 복수가 네게 떨어질 테니.'

 

필멸자가 일갈한 다음 바쉬토르에게 달려들었다.

시간낭비하고 싶지 않았고, 저 축복받은 검에 맞고 싶은 생각도 없었기에-

그는 그녀의 공격을 망치로 쳐내고는-

그녀를 그대로 플레이그베어러들의 품 속으로 떠넘겨버렸다.

 

'다수가, 내게 복수하기를 원하는 자들까지도,

그들 모두에게 그 값어치와 용도가 있지,' 그 말을 끝으로, 그는 방에서 떠났다.

필멸자의 전투 포효성은 곧 고통과 공포의 통곡으로 변질되어 뒤편에서 들려왔다.

 

아키페인은 복도와 방들 몇 개를 더 건넜고,

그것조차도 자신이 설계하고 조작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마침내, 중무장 보호된 격벽들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 방어자들은 바쉬토르의 빠른 망치질 아래 으깨졌다.

그 방어막들은 근처 기계들에서 우회 조작된 동력에 의해 불타버렸다.

 

파열된 문들 너머에서 바쉬토르는 또다른 방을 발견했다.

일견 봐서는, 지금까지 그가 지나쳤던 방들과 별 차이가 없어보였다.

기계신의 곱사등이 기술자 한 명만이 고급진 연산기 뱅크들에 와이어로 묶여있을 뿐이었다.

 

양피지 두루마리들이 출력되고,

강철-표지의 책들이 그녀 주변에 마치 방벽처럼 쌓여져 있었다.

그녀는 오큘라 렌즈들을 통해, 바쉬토르를 근시안적으로 바라보았다.

그녀의 팽팽한 얼굴은 양피지와 같은 색상으로 질리며,

혐오 속에 일그러졌다.

설령 그녀가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해도,

그 분노한 표정에서 드러나지는 않았다.

 

'내가 알고싶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네가 말해주게 될 것이다.'

 

바쉬토르가 문을 넘으며 말했다.

 

'흉물,' 그녀가 쉬익거렸다.

 

'나는 옴니시아의 시선 아래 축복받았으며, 절대로 말하지 않-'

 

듣기 귀찮았던, 바쉬토르는 발톱을 기술자의 목구멍에 찔러넣었다.

그녀는 컥컥거렸고, 그 무시무시한 상처로 피가 쏟아졌다.

 

'너 말고, 살덩이야.' 바쉬토르가 냉소했다.

직후 그는 방에 가득한, 고대의 연산기 뱅크들로 시선을 돌렸다.

 

'내가 알고싶은 것에 대해 말해라.

만약 그대가 진정 무엇인지에 대해 알게 된다면,

필멸자들은 그대를 두려워하고 혐오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대에게 자유를 줄 수 있다.

육신과, 목적까지도.'

 

그러자 인퀴지션 정거장 속에 오랫동안 숨어 있었던,

흉물 지성AI이 답하며 조명이 깜빡이고, 붉은 섬광이 타올랐다.

 

'무엇이 알고 싶은 것이냐?'

 

바쉬토르가 용광로의 굉음을 방출했다.

그의 두 눈이 백열로 타올랐다.

 

'내게 말해다오. 한 전투 정거장의 위치를.

 

필멸자들이 '더 락'이라 부르는.'

 

 

Posted by 스틸리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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